겨우 병원 요새에 도착한 유키카제와 아스카였지만 그대로 안으로 들어가기는 위험해 보였다.

건물을 둘러싸고 있던 지상의 바리케이드와 벽이 모두 무너질 뻔했던 것이다.

그래서 기가스가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두 사람은 일단 건물에서 조금 벗어나 하수도부터 침입하기로 했다.

유키카제 "깜깜하네."
아스카 "이만큼 어두우면 불편하지. 불을 켜는 건 위험하겠지만."
유키카제 "아스카가 풍둔 센서로 노력하는 건 어때? 나는 그 뒤를 따라가는 걸로."
아스카 "왜 나만 열심히 해야 하는데. 유키카제도 뇌둔 센서 쓸 수 있잖아. 그거 써."
유키카제 "옛날의 시카노스케만큼 정확하지는 않거든. 큰 거나 적은 잘 알지만, 세세한 탐색은 잘 못한다고나 할까?"
아스카 "그래? 성장해도 대략적이네."
유키카제 "인법의 성질 차이지. 나는 뇌둔, 시카노스케는 전둔이니까."
아스카 "네이네이. 그럼 불 키자."
유키카제 "횃불이면 될까?"
아스카 "그걸로 부탁할게."

횃불을 켜니 그곳은 생각보다 넓은 하수도였다.

흔들리는 불길에 긴 수로와 그 옆 통로가 뻗어가는 게 보인다.

횃불 정도로는 끝까지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넓다.

수로에 물은 아직 남아 있다.
그러나 생물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럴 만도 하다.
이곳의 방사선 레벨로 본다면 제대로 된 생물은 도저히 살 수 없다.

다시 말해, 만약 나타난다면 제대로 된 생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키카제 "우와아......"
아스카 "느낌이 안 좋은데."
유키카제 "이런이런, 이라는 거?"
아스카 "이런이런."

같은 사람을 생각하고, 둘이서 낄낄 웃은 다음 하수도를 걷기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병원 요새까지 지상을 걸어서 10분 정도의 거리다.

아스카 "......"
유키카제 "......"

뭐가 나올지 모른다.

둘 다 말이 없다.

횃불의 불빛을 의지하며 아스카는 풍둔, 유키카제는 뇌둔 센서로 주위를 경계한다.

아스카 "전방 오른쪽. 발자국 소리, 뭔가 온다."

아스카가 걸음을 멈추고 속삭였다.

횃불의 불빛이 닿지 않는 위치 쪽에서, 희미한 발자국 소리를 바람으로 감지한 것이다.

유키카제 "그래?"
아스카 "정말 네 센서는 믿을 수 없네."
유키카제 "그렇다고 말했잖아. 혹시 나사라와 이상한 고양이려나?"

유키카제는 이런 곳에 자주 나타나는 친구를 떠올렸지만 아스카는 고개를 흔든다.

아스카 "아마 아닐 거야. 느낌이 안 좋으니 숨자. 불 꺼."
유키카제 "알았어."

두 사람은 하수도 기둥 그늘에 몸을 숨겼고 유키카제는 횃불을 껐다.

주위가 다시 어둠으로 덮인다.

숨을 죽이고 기다리자, 희미한 빛이 어둠에 떠올랐다.

물 속의 해파리처럼 희미한 빛이 여러 개 명멸하고 있다.

아무래도 다가오는 그 무엇인가가 스스로 발광하고 있는 것 같다.

이윽고 그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빛을 받은 적이 없는 듯, 건강미 없는 하얀 피부를 한 괴물이다.

눈도, 코도, 입도 없이 갸름한 얼굴 같은 부분에서 촉수가 뻗어 꿈틀거리고 있다.

번쩍이던 것은 미끈미끈한 몸 여기저기에 떠 있던 물집이었다.

처음 보는 괴물이다.

삐걱삐걱 이상한 소리를 내며, 그 녀석은 갈고리 발톱이 난 다리로 지나간다.

두 사람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숨을 죽이고 지나친다.

굉장히 섬뜩해서 그 빛이 보이지 않게 되어도, 두 사람은 한동안 굳어 있었다.

이제 괜찮다고 확신한 뒤 횃불을 다시 켜, 유키카제와 아스카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유키카제 "뭐야 저건?"
아스카 "글세? 하지만 엮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유키카제 "대찬성."
아스카 "어우, 소름 돋아."
유키카제 "나도."

두 사람은 서로 소름을 끼치는 걸 느끼며, 괴이한 생물이 사는 지하를 더 나아간다.

지하에 잠입한 지 30분쯤. 두 사람은 간신히 병원 요새에 침입했다.

그곳은 옛 병원답게 부서진 침대, 노출된 의료기구, 깨진 약병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병원다운 소독약 냄새 등은 이제 전혀 맡지 못한다.

마지막에는 전투 거점으로 사용되었던 만큼 의료 기구에 섞여 군수물자가 굴러다니거나 마루, 벽 등에 탄흔이나 핏자국이 남아있는 등 당시의 아수라장을 상상하게 했다.

유키카제 "후우, 드디어 안에 들어왔다."
아스카 "......"
유키카제 꽤 오래 걸렸네. 기분 나쁜 것도 나타나고. 여기에는 안 나오면 좋겠는데."
아스카 "......"
유키카제 "어떻게 찾지? 나눠서 찾는 게 제일 빠르겠지만, 역시 같이 움직이는 게 낫겠지."
아스카 "......"
유키카제 "아스카?"
아스카 "으, 응?"
유키카제 "뭘 멍하니 있어? 나눠서 찾을래? 같이 찾을래?"
아스카 "......함께 찾자."
유키카제 "알았어. 병원 안내는 어쨌든 방사선 수치를 알아봐야겠지."
아스카 "으, 응......"

두 사람은 내부 탐색을 시작했다.

바닥에는 많은 물건이 흩어져 있어 걷기 불편하다.

유키카제 "이거 조심 안 하면 위험하거나 밟을 것 같아"
아스카 "그, 그래"
유키카제 "어디......방사선 수치가 높은 것은......이쪽인가."
아스카 "저기 유키카제......"
유키카제 "뭐야? 아......거기 주사기가 잔뜩 굴러다니고 있어. 조심해."
아스카 "응......있잖아, 호러는 익숙해?"
유키카제 "괜찮아."
아스카 "에, 그렇구나......"
유키카제 "응?"
아스카 "어?"

유키카제가 뒤돌아본다. 아스카는 저도 모르게 눈을 돌렸다.

유키카제 "혹시 어려워?"
아스카 "그게 뭐 어쨌다고!"
유키카제 "흐응."

유키카제는 더 이상 캐묻지 않고 다시 걷기 시작한다.

아스카는 불편한 듯 그 뒤를 따라간다.

어딘가에 있는 핵연료를 찾아, 두 사람은 폐허를 안으로 들어간다.

유키카제 "아......"
아스카 "왜 그래?"
유키카제 "여기 병원이잖아."
아스카 "그야 당연하지."
유키카제 "그게 아니라, 요새의 병원구역. 여기서 부상자를 치료하고 있었나 봐."
아스카 "아, 그럼......"
유키카제 "그래. ──그리고, 시신도 남아있어. 다들 뼈가 될 때까지."
아스카 "읏!"

아스카는 번쩍 고개를 들어 침대 위에 쭉 늘어선 해골을 보자마자 재빨리 눈을 돌렸다.

아스카 "......"

그런 것은 눈에 익숙할 아스카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 있다.

유키카제 "혹시 무서워?"
아스카 "무, 무섭지 않아!"
유키카제 "목소리 떨리는데."
아스카 "떨리지 않는다니까!"

분명 드센 성격이었을 아스카가? 유키카제는 의외였다.

유키카제 (지금까지 악령들하고 잘만 싸워놓고 유령이 무서워? 이상하네.)
유키카제 (뭐, 평범하게 나올 것 같은 곳이지만.)

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 "아──."

그늘에서 뭔가가 튀어나왔다.

아스카 "꺄아악!!"

아스카가 엄청난 비명을 지르며 유키카제를 끌어 안았다.

유키카제 "잠!?"
아스카 "싫어싫어!!"
눈감기 "뭐하는 거야!! 감염자야!! 감염자!!"

비키이이이잉!!

감염자 "아!!"

감염당할 수는 없어, 아스카에게 안긴 채 감염자의 머리를 뇌격으로 날려버린다.

아스카 "감염자? 아......정말이네."

쓰러진 감염자를 보고 아스카는 안도의 표정을 짓는다. 아직 껴안은 채다.

유키카제 "그렇게 안길 정도?"
아스카 "안기 쉬운 몸이라서."
유키카제 "여기 디스하기야?"
아스카 "아하하......"

감염자
「あーーーー、うーーーー」
「あーーーー、うーーーー」
「あーーーー、うーーーー」

조금 전 아스카의 비명에 반응했는지 다른 감염자들이 줄줄이 모여들었다.

유키카제 "그렇게 비명 같은 걸 지르니까. 그래서, 겁 많은 아스카 씨는 싸울 수 있겠어?"
아스카 "당연하지!"

아스카는 비로소 유키카제에게서 벗어나, 이미 늦었지만 척 자세를 취했다.

***

유키카제 "하아아앗!"

비키이이잉!

감염자 「う゛っ!!」
아스카 "테야아아아앗!!"
 
고오오오오오오!!

감염자 「べぶっっっ!!」

병원 요새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폐허다.

두 사람은 가능한 한 힘을 억제하고, 감염자를 조금씩 쓰러뜨려 간다.

그럴 생각이었는데, 오늘따라 아스카의 힘이 좀 크다.

유키카제 "파워를 더 억눌러! 무서워도 폭풍을 일으키지 마!"
아스카 "그러니까 무섭지 않다니까! 호러물에 조금 약할 뿐! 나오지 않으면 아무렇지도 않아!"
감염자 「あ゛あ゛!!」
아스카 "우와아악!!"

또 그늘에서 나타난 감염자가 아스카의 바람에 거침없이 날아가 벽 하나가 무너졌다.

유키카제 "그러니까 너무 강하다고."
아스카 "이런데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게 싫어! 그것 뿐이야!!"
유키카제 "알았다니까."

이곳은 감염자의 소굴 같다.

쓰러뜨려도 쓰러뜨려도 끝이 없다.

아스카도 파워가 조절되지 않아 자칫하면 생매장 당한다.

유키카제 "아스카, 이쪽."

유키카제는 아스카의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한다.

아스카 "후퇴?"
유키카제 "이런 거 계속 상대해도 시간낭비야."
아스카 "그, 그렇지."

유키카제는 병원 폐허의 안쪽, 격리구획으로 아스카를 끌어들이고, 두툼한 강철 문을 닫아 쫓아오는 감염자들의 진입을 막았다.

유키카제 "이제 안심해도 되겠지."
아스카 "또 깜깜한데."
유키카제 "횃불을 어디 뒀더라. 그럼 이걸로──."

부웅.

유키카제는 뇌검을 뽑아 횃불을 대신한다.

아스카 "고마워."
유키카제 "아니아니, 어두운 곳에서 또 깜놀할 게 튀어나와 아스카가 폭주하면 곤란하니까."
아스카 "어쩔 수 없잖아. 그런 호러물에는 약하니까. 누구에게나 익숙치 않은 게 있는 법이야."
유키카제 "뭐, 귀엽지 않아? 아스카의 의외의 일면이란 말이지."
아스카 "흥."

아스카는 부끄러움을 감추듯 슈트의 방사선 센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아스카 "잠깐. 여기 방사선 레벨이 장난 아닌데."
유키카제 "그러게. 아무렇게나 도망쳤는데, 혹시 여기에 그 물건이 있는 거 아닐까?"
아스카 "격리구획이고. 핵물질을 숨기기에는 딱 좋겠지."
유키카제 "아스카, 저거."

과연 격리구획 한쪽에 핵물질임을 나타내는 마크가 붙은 트렁크가 여러 개 늘어서 있었다.

유키카제 "상당한 양인데."
아스카 "하나만 건지고 나머지는 훗날을 도모하자."
유키카제 "응."

유키카제가 트렁크를 잡은 그때였다.

방이 자잘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천장과 벽이 와르르 무너져 간다.

유키카제 "지진인가!?"
아스카 "아니야! 뭔가 잘못됐어!"
유키카제 "그게 뭔데!?"
아스카 "저기!"

아스카가 안쪽의 벽을 가리켰다.

허물어져 가는 벽 틈으로 뭔가 걸쭉한 물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니, 그게 아니었다.

정체 모를 점균 같은 것이 벽을 잘게 부수며 들어오고 있다.

방의 흔들림은 저것 탓이다.

유키카제 "저게 뭐야......?"
아스카 "슬라임???"
유키카제 "그거 투명하지 않았나?"

도저히 자연현상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 증거로 벽에서 스며든 물질은 의사가 있는 것처럼 질질 다가온다.

아스카 "핫!!"
유키카제 "야앗!!"

시험 삼아 아스카는 나이프로, 유키카제는 뇌검으로 걸쭉한 물질에 베어 본다.

그것은 간단히 절단되었지만 금방 다시 붙어, 태연하게 다가온다.

아스카 "그럴 줄 알았지."
유키카제 "귀찮은 게 나온 것 같아."
아스카 "분명 엄청난 놈일 테니까 도망치자."
유키카제 "응, 여기서는 못 싸워."

그럼 어떻게 할까?

두 사람은 재빨리 방을 둘러보았다.

유키카제&아스카 ""저쪽의 벽을 부수자.""

두 사람은 동시에 그렇게 결정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