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겨울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어느 날의 해질녘.


오차마을의 북쪽 산간 동굴에 그들의 모습이 있었다.



리림 "준비 다 됐어!"

미나사키 "수고했어──!"


어둠 속에서 신나게 하이파이브하는 두 사람.


소란스러운 소동물 콤비인 리림과 미나사키다.


두 사람의 발 밑의 작은 텃밭에 기묘한 풀의 모종들이 심어져 있다.


리림 "도와줘서 고마워, 미나사키짱."

미나사키 "리림짱을 위해서라면 별 것 아니지."

리림 "요루(ヨル)의 마초, 기대돼네."

미나사키 "응응. 그런데 왜 이런 동굴에서 키우는 거야? 두목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리림 "그것도 있지만 이 마초는 어두운 곳에서만 자란대."

리림 "그리고 마력이 있는 땅일수록 좋은 것 같아. 그래서 이 유령성 터가 눈에 들어왔지."

미나사키 "리림짱, 많이 알아보고 다녔구나."

리림 "두목에게는 마초를 두 번이나 불태워졌으니까.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아. 이번엔 좀 봐줘, 두목!"


주먹을 불끈 쥔 리림에게 미나사키가 짝짝 박수를 친다.


미나사키 "리림짱 칭찬해! 수확은 언제쯤 할 거야?"


리림은 품 속에서 한 장 분량의 『요루의 마초 키우는 법』을 꺼낸다.


리림 "음~ 봄 쯤일까."

미나사키 "봄인가. 무후후후. 요루의 마초, 잔뜩 채집하는 거야──!"


미나사키는 두 손으로 사과만한 크기를 만들어 보였다.


리림 "아하하, 아직 일러. 그리고 분명 더 클 거야."

미나사키 "이렇게?"


미나사키는 에어 마초의 크기를 수박 정도로 한다.


리림 "좀 더. 옥수수 정도!"


리림은 만면에 웃음을 띠며 두 손을 가득 벌렸다.


미나사키 "굉장해!"

리림 "그렇다니까!!"

미나사키 "그런데 두목이 방해하지 않을까? 이 마초도 인간계에서는 불법이잖아? 두목은 왠지 그런 걸 잘 찾아낸단 말이지."

리림 "에헴, 그에 대해서도 빈틈없는 리림짱이라구."


예상했던 말에 리림은 가슴을 펴고 다시 종이를 본다.


리림 "그러니까, 요루의 마초 자체는 위험하지만, 제대로 처리하면 무해할 수 있대."

리림 "그렇게 하면 거래도 불법이 아니게 되니까 두목도 뭐라고 불평할 수 없어."

미나사키 "그거 굉장하네! 두목이 우리를 방해할 수 없다니."

리림 "그게 이번 계획의 자랑거리야."

리림 "특히 구근(球根) 부분이 고급 재료 같은 거라서 그걸 이용한 음식들이 요미하라에서 인기가 많은데."

리림 "어째서인지 귀곡 외에는 거래를 안 해서 크게 한 탕 할 수 있을 거야."

미나사키 "완벽한 계획이야, 리림짱. 여느 때보다 뭔가 건실해. 할 수 있어─."


미나사키의 과도한 칭찬에 리림은 신바람이 난다.


리림 "후후훗. 이젠 두목한테 방해만 받는 내가 아니야."

리림 "꾸준히 성실하게 키워 큰 돈을 버는 거야. 나는 갱생했어."

미나사키 "리림짱이 훌륭해졌어."


꾸준함 그리고 갱생

리림의 말에 미나사키는 눈을 동그랗게 뜬다.


미나사키 "리림짱, 그 극적인 성장은 역시 그것 때문이야? 그건 나도 놀랐어."

리림 "응? 어떤 거? 미나사키짱을 놀래킬 만한 걸 했던가?"


리림이 어리둥절해 하며 되묻자 미나사키는 『그러고보니 비밀이었다』라는 표정을 하고,


미나사키 "아, 아무것도 아니야. 리림짱의 계획에 놀랐을 뿐."

미나사키 "게다가, 아무리 훌륭해져도 리림짱은 리림짱이니까."

미나사키 "나도 도와줄게! 그러니까 나눠줘!"


속셈을 드러내고 환하게 손을 내미는 미나사키.


리림 "물론, 미나사키짱!"


그 손을 덥석 잡는 리림.


아름다운 우정이었다.


미나사키 "그러고보니 그런 고급 식재료의 모종을 잘도 구했네. 비싸지 않았어?"


미나사키가 문득 떠오른 의문을 말하자 리림은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한다.


리림 "음──, 요미하라 암시장에서 구했는데 그렇게 비싸지는 않았어."

리림 "판매원은 『열심히 키워봐라』 라며 히죽거리던데."

미나사키 "열심히 키우는 게 당연하잖아. 한탕 할 수 있는 모종인데."

리림 "역시 그 녀석들에게는 땅에 뿌리내리는 생활방식 같은 건 무리야. 정말 성장이 없는 녀석들이라니까."

미나사키 "우리랑 많이 다르네."

리림&미나사키 "하하하하하하!!"


태평하게 웃는 두 사람.


어째서 요루의 마초가 모종 때에는 싸고, 자라기만 해도 고급 식재료가 되는 것일까.


거기에는 커다란 비밀이 있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이렇게 해서 트러블의 원인이 문자 그대로 심어진 것이었다.




계절은 가고, 봄.


얼마 전부터 이나게야에 어떤 변화가 찾아왔다.


점장인 할머니 혼자였던 가게를 거드는 소녀가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메이드 차림으로 둘 씩이나.


그 한 명은──.


클리어 (나, 클리어. 요즘 이나게야 도와주고 있어.)

클리어 (이 옷은 할아버지에게 받은 메이드복. 유키카제가 어렸을 때 입었던 것의 대물림.)

클리어 (지금은 나에게 딱 맞아. 자매인 것 같아서 좋아. 가게 심부름도 즐거워.)

클리어 (메이드 동료도 생겼어. 이소자키 이오리. 일전 바다에서 만났던 이상한 사람의 여동생.)

클리어 (하지만 이오리는 이상하지 않아. 이제는 친구.)



이소자키 이오리 "클리어짱, 할머니한테서 아이스크림 보충이래."


또 다른 메이드 소녀, 이소자키 이오리가 점장이 막 만들어 놓은 아이스크림을 아이스박스에 담아 가지고 왔다.


클리어 "알았어."


클리어는 가게 앞의 청소를 그만두고, 그것을 둘이서 매장의 아이스박스에 다시 채워 간다.


이오리 "따뜻해지니까 아이스크림이 점점 많이 팔리네."

클리어 "대번성."

이오리 "네──."

이오리 "모두에게 메이드 차림이 귀엽다고 듣기도 하고, 과감히 나서서 다행이야."

클리어 "일, 재밌다."

이오리 "나도."


두 사람이 즐거운 듯 가게를 지키고 있으면,




나 "여어, 클리어."

클리어 "후우마, 어서오세요."

이오리 "후우마 선배, 어서오세요!"


이나게야에 두 명의 메이드가 있다.


얼마 전부터 클리어가 여기서 심부름을 하고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오늘은 거기에 우등생 이소자키 이노리의 여동생, 언니와 마찬가지로 수둔술사인 이오리까지 가세했다.


학년이 달라 별로 접점도 없고, 아직 임무를 같이 한 적도 없지만, 합동훈련 같은 데서는 얼굴을 볼 수 있다.


모두의 분위기 메이커라고 하는 느낌으로, 사쿠라 선생님처럼 떠들썩하다고 해서, 「작은 사쿠라」 등으로 불리고 있었다.


나 "뭐야, 이소자키의 여동생도 돕고 있는 거야?"

이오리 "이소자키의 여동생이라니. 그냥 이오리라고 불러도 돼요. 요전부터 해왔어요♪"

클리어 "날 따라해서."


이오리가 생긋 웃자 클리어가 자랑하듯 말했다.


나 "그래?"


이오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이오리 "요즘 클리어짱이 메이드복 차림으로 여기저기 도와주고 있거든요."

이오리 "지금 오차의 여자들 사이에서 귀엽다고 평판이 자자해요."

이오리 "그래서 저도 메이드복을 준비해 클리어짱과 함께 심부름을 하고 있어요."

나 "헤에──."


클리어가 여자들 사이에서 평판이 자자한가.

일이 그렇게 되어 있었다니.


나 "확실히 클리어의 메이드복, 잘 어울리는데."

클리어 "나, 귀여워?"

나 "아아, 귀여워."

클리어 "에헤헤, 고마워."


클리어는 수줍어했다.


듣자하니, 이것은 유키카제에게 물려받은 것으로, 집사 해골 할아버지의 수제란다.


이오리 "후우마 선배, 저는 어때요? 잘 어울려요? 귀여워요?"

이오리 "오차 제일의 메이드 매니아인 후우마 선배의 솔직한 소감을 들려주세요."


이오리가 쑥 몸을 내밀었다.

사교성 넘치는 그 표정은 좋지만,


나 "뭐야 그 오차 제일의 메이드 매니아 라는 건......"


내가 무심코 따져들자, 이오리는 조금도 악의 없는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이오리 "그야 후우마 선배, 그 이즈모 츠루 선배를 전속 메이드로 두고 있잖아요."

이오리 "그런 여러가지 의미에서 대단한 사람, 후우마 선배 뿐이에요."

이오리 "역시 후우마의 당주는 다르다고, 오차 여자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해요."

나 "소문까지 난 거냐? 어째 좀 그런데."

나 "애당초 내가 억지로 시킨 게 아니라 츠루 쪽에서 전속 메이드가 되고 싶다고 말해온 거고."


더군다나 받아주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자해한다는 말까지 들었다.


그런 나의 당황스러움에 아랑곳 않고 이오리는 몹시 놀란 듯한 얼굴로,


이오리 "츠, 츠루라니. 역시 상급생 선배라도 전속 메이드에게는 반말하는 거네요."

이오리 "게다가 지금 굉장히 자연스럽게 말했죠. 집 안에서는 내 거야 라는 뉘앙스로. 굉장하네요, 후우마 선배!"

나 "그런 뉘앙스는 안 담았거든. 애당초 그것도 그쪽에서 먼저 불러 달라고 부탁해서 그런 거야."

이오리 "그런가요?"


어쩐지 아쉬운 듯이 말한다.


클리어 "그 사람, 비교적 억지스러워."


클리어가 나직이 말했다.


이오리 "그래?"

클리어 "후우마를 위협하고 곧장 자해하려 들어. 요주의 인물."

이오리 "곧장 자해! 그 정도야!?"


또 즐거운 듯이 눈을 부릅뜨기에, 나는 츠루 대신 변명한다.


나 "뭐, 요즘은 그렇지도 않지만, 우리 집에 막 왔을 때에는 그런 면도 있었지."

이오리 "그렇구나, 깜짝이야. 그건 그렇고, 제 메이드복은 어때요?"


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왔다.

이오리는 작은 사쿠라답게, 기운 넘치는 포즈를 취한다.


나 "괜찮지 않아? 잘 어울려".

이오리 "감사합니다. 참고로 후우마 선배가 좋아하는 메이드복 디자인 같은 거 있나요?"

이오리 "역시 클래식한 게 좋다든가, 프렌치 스타일을 좋아한다든가, 다이너나 와(和)로리가 좋다든가."

이오리 "치마는 미니스커트가 아니면 안 된다든가, 반대로 하카마 같은 게 취향이라든가."

이오리 "좀 나아가서 무녀풍이라든가? 참고로 저의 이것은 세일러 메이드에요."


거침없이 대답 한 나에게, 이오리는 어째 척척 다가온다.


클리어 "지────."


클리어가 약간 미심쩍은 표정이 되었다.


굉장한 기세로 여러가지 말을 들었는데 프렌치니 다이너니 무슨 일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마지막 세일러라는 말로, 과연 어깨나 가슴 언저리가 그럴싸하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나 "그런 거 하나하나 나열해도 전혀 모르겠는데, 왜 내 취향을 묻는 거야?"

클리어 "후우마의 취향을 알고 싶다? 이오리, 어째서?"

이오리 "클리어짱, 왠지 눈이 무서워."


눈초리의 날카로움을 깨달은 듯하다.

이오리는 약간 당황한 듯 손을 흔든다.


이오리 "아냐아냐. 알고 싶어하는 건 우리 언니."

이오리 "만약 후우마 선배를 만나면 취향을 물어봐 달라고 나에게 부탁했거든."

이오리 "그래서, 있어요?"


언니 쪽이 듣고 싶어하는 건가.


이오리의 언니 이노리는 작년에도, 올해도 발렌타인데이 초콜릿을 준 매우 감사한 존재다.


그것도 학교에서 주는 게 아니라 일부러 집까지 갖다 주었다.


그러니 나에게 나름대로 호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평소에는 말도 잘 안 하는지라,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이번 발렌타인에도 우리 집에 초코를 가져다 주었을 때, 마침 유키카제, 클리어, 까마귀, 아스카, 츠루, 사쿠라와 함께 초콜릿 파운틴을 하고 있어서 함께하면 어떻겠느냐고 권유해 보았지만, 묘하게 사양하는 모습으로 거절당하고 말았다.


그래서 나한테는 어째서인지 발렌타인에 초코만 주는 이상한 여자라는 인상이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내 메이드복 취향이라고 해도──.


나 "아니, 딱히 없는데. 뭐, 메이드복이라면 메이드복다운 게 좋지 않겠어?"

이오리 "클리어짱 같은?"

나 "응응."

이오리 "더・메이드라는 느낌으로 심플하지만 엄청 청초하고 귀엽죠."

클리어 "에헴."

이오리 "그럼 언니에게는 그렇게 말 할게요."

클리어 "이오리의 언니, 경계하지 않으면."


이오리에게 칭찬을 듣고 기뻐하거나, 그 언니인 이노리를 경계하는 등 클리어는 바쁘다.


이오리 "아하하, 경계하는 거구나."


그런 클리어를 보고 이오리는 즐거운 듯이 웃고 있었다.


그때였다.


미나사키 "이오리이오리─! 또 마초에 물을──꺄아! 두목이 있어─!!"


그냥 듣고 넘길 수 없는 말에 뒤돌아 보면, 미나사키가 도망가려 하고 있다.


평소 같으면 상종하지 않았겠지만, 저 녀석 지금 마초라고 했었지.


나 "클리어, 확보다!"

클리어 "미나사키, 잡아?"

나 "그래, 부탁한다!"

클리어 "알았어."


휘익.


미나사키 "우와아악!!"

클리어 "확보."


일순간이었다.


이오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다.


이오리 "우와. 클리어짱 엄청난 스피드."

나 "그야 타입 히어로니까."

이오리 "귀여운 클리어짱을 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잊게 되는 것 같네요."

미나사키 "클리어 놔줘──! 왜 나를 잡는 거야──!!"

클리어 "후우마가 부탁했으니까. 잡았어, 후우마."

나 "잘했어. 미나사키, 설마 리림과 함께 또 마초를 키우고 있는거야?!"

미나사키 "그게 무슨 문제인데!!"


당당하게 말대꾸 해 온다.


나 "당연히 문제지. 그건 불법이야. 리림은 두 번이나 불탔으면서 아직도 질리지 않나. 게다가 이번에는 너까지 합세하다니."


두 번 있는 일은 세 번 있다고 하지만, 과연 어이없어 하는 나를 미나사키는 매도하기 시작한다.


미나사키 "두목은 바보. 아무것도 모른다니까. 리림짱은 갱생했어!"

나 "허어? 갱생?"

미나사키 "굉장히 훌륭해졌다고. 제대로 법의 샛길──이 아니라 마초를 합법적으로 파는 방법을 생각한 거야!"


자랑스럽게 단언한다.


나 "정말? 어떤 방법이야? 말해 봐"

미나사키 "흐흥, 듣고 놀라시라. 우리가 키우는 건 요루의 마초야."

나 "확실히 마계의 빙설지방에서만 나는 희귀식물이었던가."

나 "평범하게 독이 있는 금지품이잖아. 어디가 합법이야."

미나사키 "쯧쯧쯧──. 그게 끝이 아니라구, 두목."


미나사키는 건방진 얼굴로 손가락을 흔들며 계속했다.


미나사키 "독을 없애는 방법은 잘 알고 있어. 그럼 평범하게 거래할 수 있거든?"

미나사키 "게다가 구근은 고급 식재료라서 조금만 있어도 왕창 벌 수 있어."

미나사키 "고급 음식 같은 것과는 인연 없는 가난뱅이 두목은 모르겠지만."

나 "쓸데없는 참견이야. 그쪽 이야기는 나도 알고 있어."

난 "요미하라의 『미룡』이 그 구근을 이용한 새로운 메뉴로 평판이 자자하거든."

미나사키 "뭐야. 그것도 알아? 그럼 방해하지 말라고, 두목!"

나 "......"


미나사키는 모르겠지만 그건 내가 도와주지 못한 그 이가와 센슈가 남긴 메뉴다.


아직도 생생한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 그만 미나사키에게로의 추궁을 잊고 우물거린다.


클리어 "후우마, 무슨 일 있어?"

나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클리어 "그래?"

나 "아아."


나를 염려하는 클리어에게 대답하자 이오리도 이런 말을 했다.


이오리 "후우마 선배, 저도 그렇게 위험한 풀이 아니라고 들었어요."

이오리 "그래서 가끔 물 주는 걸 도와주고 있어요."

클리어 "응, 가끔 온다."


두 사람이 자기편으로 돌아섰다고 생각했는지 미나사키는 기세를 더해,


미나사키 "그래그래! 두목은 우리가 하는 일이면 바로 흉계라 몰아붙이고!!"

미나사키 "이번에는 성실하고 건실한 계획이야! 우리의 갱생을 방해할 셈이냐!"

나 "지금까지 해온 게 있으니까."

미나사키 "흥─이다!"


미나사키는 자못 의외라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클리어 "후우마, 어떻게 해?"

이오리 "저는 믿어주고 싶은데."

나 "그래, 지금 한 이야기가 정말인지 아닌지 지금부터 확인하러 가기로 할까."

미나사키 "어째서냐고──!! 두목까지 올 필요는 없거든!"

나 "안돼. 미안하지만 그렇게까지 신용할 수 없어."

클리어 "나도 갈래."

이오리 "그럼 나도!"


그렇게 됐다.


우리는 미나사키와 리림이 요루의 마초를 몰래 키우고 있다는 북쪽 산의 동굴로 향했다.


물론 미나사키는 투덜거렸다.


미나사키 "나와 리림짱이 착실히 사려고 하는데 왜 그렇게 의심해? 두목은 정말 성격이 나빠!"

나 "지금까지 있었던 온갖 잔꾀들을 생각하면 순수히 믿을 수가 없거든."

미나사키 "그런 편견이 갱생을 방해한다구! 증오 범죄! 증오 범죄!"

나 "그걸로 따지면 증오 발언이거든. 딱히 증오 발언인 것도 아니지만."

나 "이번에 우연히 합법적인 돈벌이 방법을 찾은 정도로 잘난 척 하지마. 너희들은 어차피 성격 나쁜 소동물 콤비라고."

미나사키 "흥───이다!"


미나사키는 인상을 썼다.


그러나 나는 생각했다.


요전에 내 앞에 나왔던 마왕의 딸 리림에 의하면, 그 녀석은 재미삼아 멋대로 살기 위해서 내가 잘 아는 리림의 모습이 된 것 같다.


그렇다면 평소의 리림이 갱생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 아닐까. 난처하게도.


그 파트너인 미나사키는──.


이 녀석의 정체는 잘 모르지만 아마 비슷할 것이다.


미나사키 "그 눈빛은 뭐야."


나와 눈이 마주치고, 미나사키는 홱 고개를 돌렸다.


이오리 "후우마 선배의 의심이 굉장하네요. 참고로 두 사람은 지금까지 어떤 일을 저질렀나요?"

미나사키 "그렇게까지 저지르지는 않았다고!"

나 "거짓말 하지마."


이오리의 물음에 반박하려는 미나사키의 입을 나는 딱 막았다.


나. "대개 첫 만남부터가 너희들이 마계 와스프를 마에사키 시에 대량 발생시킨 그 건이잖아."

미나사키 "으윽."

나 "그걸 도와준 은혜도 잊고 발렌타인에 또 마계 와스프를 나에게 보내 왔지."

미나사키 "아, 아니 그건......두목에게 경의를 표하는 우리들의 보답이랄까 뭐랄까."

나 "둘이서 요미하라 여름 축제에서 제사 도구를 훔친 적도 있었지."

미나사키 "그, 그건 축제를 좀~~ 달아오르게 하려 한 거지......"

나 "해변에서 설사약을 팔고 옆에서 지사제(止瀉劑)를 팔던 건? 그것도 여름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인가?"


이오리 "그건 너무하네."

클리어 "악마의 소행."

미나사키 "아우아우."

나 "마계 개다래나무가 들어간 초콜릿을 팔려고 한 적도 있었지."

나 "머리 이상한 마술사에게 협력해서 나와 유키카제를 함정에 빠뜨린 적도 있었고. 더 말해줘? 어?"

미나사키 "그누우......"

이오리 "우와──. 대단하네요──. 그래서야 후우마 선배가 의심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야."


마초에게 물 주는 것을 거들고 있던 이오리 역시 좀 차가운 눈이 된다.


미나사키 "그, 그치만 두목도 여러가지 사건을 일으키고 있잖아!"

미나사키 "아니, 두목 주변에 제멋대로 말썽이 나잖아!"

나 "으......"


미나사키는 나의 아픈 곳을 찔러왔다.


이오리 "아, 그건 들었어요. 오차의 여자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났거든요."


내 편이 아닌 듯 이오리가 굉장히 즐거이 그것에 반응했다.


"나 "설마......나는 어떤 식으로 여겨지는 거냐."

클리어 "트러블메이커."


클리어가 나직이 말했다.


클리어 "후우마의 주변에서는 항상 여러가지 일어난다. 사건이라든가 자객이라든가 평범하게."

이오리 "평범하게!"

나 "잠깐만, 클리어."


하지만 클리어는 담담하게 계속한다.


클리어 "후우마가 아무것도 안 해도 주위에서 멋대로 무슨 일이든 일어난다."

이오리 "들었지 들었어. 진짜 신님이 놀리러 온다는 거 정말이야?"

클리어 "정말. 여신 주노."

클리어 "매년, 다양한 여자애가 웨딩드레스가 차림이 돼. 나는 아직 경험 없어, 아쉽다."

나 "아─, 클리어, 그건 내 탓이야?"

클리어 "아니야?"

나 "아, 아니라고는 단언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내 탓이라고는......므으."

이오리 "우와, 후우마 선배, 소문 이상이군요......"


어이 잠깐.


왜 리림이나 미나사키가 한 것보다 차가운 눈길을 보내는 거야.


미나사키 "봐라 봐!"


미나사키가 바로 여기라는 듯이 말한다.


미나사키 "두목의 트러블에 비하면 나랑 리림짱은 아무것도 아니거든!"

나 "그, 그럴 리 있겠냐!"


나는 반박하려고 했지만,

    

클리어 "아니,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날 거야. 나, 확신해."

클리어 "후우마는 엄청난 트러블메이커. 그래서 같이 왔어."

나 "클리어, 너 내 편 아니냐!"


나도 모르게 한심한 목소리가 나오지만 클리어는 오히려 자랑하듯 가슴을 폈다.


클리어 "나는 후우마의 편. 같이 트러블 해결, 재밌다.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두근두근."

나 "좀 봐주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도록 기도할게! 신님 헬프!"

이오리 "괴롭히는 신님이 듣겠네요."

클리어 "역효과."


그런 소리 하지 마.


좀 더 나은 신은 있을 것이다.


주노 곁에 있던 엠프사는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좋은 신이었어.


하지만, 그런 나의 기도도 허무하게──.


리림 "꺄아아아아아아악~~~~~~~~~!"


마초를 심었다는 동굴에 당도하자 안쪽에서 그 바보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쪽을 향해 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뭔가 커다란 게 동굴 안쪽에서 주르륵주르륵 다가오는 소리.


나 "거짓말이지......"


투덜거린 다음 순간,


리림 "누, 누누, 누군가 도와줘~~~~~~!!"


리림이 먼저 뛰어나왔다.


그 뒤로는──.



거대한 식물 괴물이 기어나온다.


이런이런.


미나사키 "리림짱! 그 몬스터는!!"

리림 "미, 미나사키짱! 우리들의 풀이! 풀이!!"

미나사키 "풀이?"

리림 "풀이 갑자기 이런 큰 괴물로!"

미나사키 "풀이!?"

리림 "그 풀이!"


나 "풀풀 시끄러워!"

리림 "앗, 두목!! 왜 여기에!? 아니지! 마침 잘됐다!!"

리림 "나이스 두목!! 제발 도와줘!! 도와줘 두목──!!"


리림은 갑자기 나타난 나에게 시원시원하게 도움을 청했다.


여기까지가 계획대로라는 어처구니없는 얼굴이다.


나 "있잖아......"

클리어 "거봐, 역시나."


클리어는 기뻐했다.


이오리 "예감적중이네요. 역시 후우마 선배."


이오리에 이르러서는 감탄하고 있다.


나 "아무리 생각해도 내 탓이 아니잖아!"


속절없이 따지면서, 나는 또다시 소동물 콤비가 저지른 일의 뒤처리를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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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사키도 리림 정체 아는 듯

이제 미나사키도 거창한 배경과 함께 클리어처럼 일러레 바꿔서 실장하는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