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날 밤.


나는 불을 끈 방에서 조용히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침대에서는 안나 씨의 조용한 숨소리가 들린다.


피곤할 터인 안나 씨는, 푹 자면서 쉬도록 하고, 나는 의자에서 잠들지 않고 깨어──.


............。


나 (......핫! 큰일이다 큰일)


있을, 생각이었는데, 어느새 졸고 있었던 것 같다.


몸을 일으켜서 핸드폰을 바라보는데 금방 또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시각은 3시 반.

과연 나도 졸음이 올 시간이다.


나는 졸음을 쫓기 위해 일어나, 살며시 커튼의 틈새로, 창밖을 살펴보지만, 전망이 나쁜 빌딩의 틈새로 변두리의 불빛이 보일 뿐,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


나 (이대로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네. 퓌르스트의 부하들과, 혼자서 싸울 자신은 없으니까.)


우선은 아침까지 깨어 있을 수 있을지 어떨지이다.


나는 커텐을 닫고, 의자로 돌아가려 했는데.


물컹.


나 "응?"


등에 뭔가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닿는다.



안나? "후우마 씨♪ 싫다아, 언제 일어났어요?"


순간 적인가 하고 긴장했지만 속삭여 온 것은 안나 씨의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나 "뭐, 뭐야 안나 씨인가. 아직 밤이야. 대체 뭘......"

안나? "우후후♪ 뭐긴요......"

안나? "새벽에 남녀가 단둘이서 할 거라곤 하나 밖에 없잖아요♪"


동요를 감추며 돌아보니 안나 씨는 낮과는 모습이 달랐다.


나 "어, 어떻게 된 거지? 완전 딴 사람......"

안나? "그야 그렇죠, 딴 사람이니까."


물을 가득 채운 듯하던 눈동자는 붉게 빛나, 머리카락은 윤기를 띤 분홍빛으로 변해 있다.


그리고 머리에는 뿔, 등에는 특징적인 날개. 마치 음마와 같은──.


나 "안나 씨, 음마였어?"

판타즈마 "밤에는 판타즈마, 라고 불러주세요♪"

나 "판타즈마......? 분명 가게 이름이었던 게......"

판타즈마 "후후♪ 그래요. 저는 음마 판타즈마. 안나의 안에 있는 또 다른 여자죠."


커튼 사이로 비치는 불빛에 판타즈마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난다.


젖어있는 듯한 그 눈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몸이 뜨거워져, 무심코 상황을 잊어버릴 것 같아......


나 (이런, 음마의 힘에 매료당했나. 정신 차리지 않으면.)


나 "그러니까......또 다른 여자라는 건, 다중인격이라는 건가?"

판타즈마 "뭐 그에 가까우려나요? 이 몸은 원래 안나의 것인데, 여러가지 사정이 있어, 제가 그녀의 몸에 세들어 살고 있어요."

나 "왜 그렇게......"

판타즈마 "바로 간파하다니 역시 리림의 두・목・님♪"

나 "낮에 얘기했던 것도 기억하고 있나......"


나 (또 다른 음마가 안나 씨로 둔갑해 날 속이려 하는 건가 했는데, 그런 것도 아닌 듯 하네.)


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도, 판타즈마는 풍만한 몸을 딱 내 가슴에 눌러와, 거의 안아올 듯한 모습으로 손을 돌려, 허벅지 뒷면을 긴 손톱으로 살며시 긁어 온다.


나 "저, 저기, 그렇게 만지면......"


하체에 솟아오르는 무언가를 숨기려, 내가 판타즈마의 몸을 밀어내려던 때──.


나 "!?"


나는 순간적으로 '뭔가'를 느끼고, 판타즈마를 소파에 밀어 넘어뜨리고 있었다.


판타즈마 "꺄아☆ 억지로, 두근거려......♪"

나 "쉿! 엎드려!!!"


나는 온몸으로 판타즈마의 몸을 누른다.

다음 순간, 힘차게 창문이 깨지고 뭔가가 날아들어와 머리 위를 스쳤다.


파바바박!!!


바닥에 꽂힌 그것은 날카롭고 뾰족한 작은 칼.


나 (쿠나이, 아니, 새의 날개!?)


시무루그 "케!!! 내 날개 쿠나이를 피했다고!!!"


뒤이어 커다란 부엉이 수인이 날아든다.


시무루그 "창가에서 는실난실 하고 있어, 절대 피하지 못 할 거라 생각했는데!!"

어새신 "시무루그 님. 이 남자, 오차에서 아사기 곁에 있던 놈인 것 같습니다."


나 (시무루그.......!! 퓌르스트의 부하인 수인인가!!!)


부하로 보이는 어새신이 시무루그에게 귓속말을 한다.


시무루그 "뭐......?"

나 "그런 너는, 퓌르스트의 부하인......"

시무루그 "크케케!! '사천왕' 중 하나, 시무루그 님이시다!!"

시무루그 "마침 잘 됐구나, 대마인! 그 계집에 이어 네 목도 받아주마! 해치워라!!!"


시무루그의 구령에, 어새신들이 빠르게 우리를 에워싼다.


나 "젠장......안나 씨......판타즈마, 숨어 있어!"


***


침대 뒤에 숨은 판타즈마를 지키기 위해 나는 과장스레 움직여 적을 끌어당겼다.


나 "점집에도 오로바스가 왔더만. 왜 퓌르스트의 부하들이 판타즈마를 노리는 거지!?"

시무루그 "케!? 오로바스가!? 그 녀석......"

나 "뭐야, 몰랐나?"

시무루그 "시끄러워!! 대마인 놈, 그걸 보고 있었다는 건 너도 음마왕의 딸을 노리고 있는 거겠지!"

나 "어? 음마왕의 딸?"


당돌한 말에 의문을 표해도, 되돌아오는 것은 날카로운 날개 쿠나이 공격이다.


어새신 "발밑이 텅 비었다고 대마인!"


날개 쿠나이를 어떻게든 피해도, 그 틈에 다가온 어새신이 발밑을 노려, 나는 판타즈마가 숨어있는 침대의 그늘까지 몰아붙여졌다.


판타즈마 "안돼......! 힘내요, 후우마 씨!"


위기상황인데도 판타즈마의 목소리는 어딘가 천진하고 요염하다.


가까이서 상냥하게 속삭이자, 이런 때인데도 왠지 묘한 힘이 솟는 것 같은......


나 (아니, 정말로 몸이 힘이 돈다!?)


판타즈마 "후우마 씨. 조금만 힘을 빼고, 제 말에 귀를 기울여주세요."


그렇게 말하며 미소짓는 판타즈마의 입에서는 부드러운 빛이 흘러나오고 있다.


자세히 보면 혀에 마법진이 그려져 있는 것 같다.


나 "판타즈마, 그건......?"

판타즈마 "요설(妖舌)이라고 해요. 저를 믿고, 몸을 맡겨주시겠어요?"

나 "......알았어."


지금은 판타즈마를 믿자.

나는 숨을 내쉬고 힘을 빼, 판타즈마의 가슴에 몸을 맡긴다.


시무루그 "뭐야? 죽기 전에 여자의 품을 느끼려는 거냐?"

시무루그 "그렇다면 바라는 대로 여자의 품 속에서 죽게 해주마!"


시무루그가 내 목을 노려, 날개 쿠나이를 투척한다.


캉──푹푹푹!!


어새신 "크윽!!"

시무루그 "뭣이!?"


쓰러진 것은 옆에 있던 어새신이었다.


나는 날개 쿠나이를 칼날로 쳐내 궤도를 틀어서, 부하인 어새신에게 명중시킨 것이다.


나 "뭐야 이거, 굉장한데. 날개 쿠나이의 궤도가 또렷히 보여."

나 "게다가 보이는 것 뿐만 아니라, 생각대로 몸이 움직여. 그것도 정확하게."

판타즈마 "몽마의 강력한 암시랍니다♪ 당신의 무의식의 브레이크를 풀고, 본래의 힘을 최대로 끌어내는 거에요."

판타즈마 "이른바 화재 현장의 괴력이랄까. 부담이 크니까 오래는 못 하는데요."

나 "아니, 일시적이라도 고맙다!"


나는 적 앞으로 뛰쳐나와 소태도를 겨누었다.


몸이 자유자재로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묵직하게 가라앉는다.


나 (그렇지만, 오래 가지 않는다면 빨리 전투를 끝내야 해.)


시무루그 "건방진!! 해치워라!!!!"


어새신

"하앗!!"

"죽어라!!"


시무루그가 호버링하면서 무수한 날개 쿠나이를 산탄총처럼 쏘아대고 동시에 어새신들이 사방에서 덮쳐온다.


나 (전부 볼 수 있어──!)


나는 신중하게 그 움직임을 관찰하고, 어새신의 한 사람에게 다리를 후려차고, 쓰러진 어새신을 피하려다 자세가 무너진 또 한 사람의 어새신을 날개 쿠나이의 방패 대신으로 삼는다.


나 "오오오......나 굉장해......"


스스로도 놀랄 정도의 슈퍼 플레이에, 시카노스케 같은 중얼거림이 새어나와 버린다.


시무루그 "뭐......라고?"

나 "자, 남은 건 너 뿐이야. 시무루그."


그렇다고 해도 쓰러뜨릴 방도는 없지만, 나는 열심히 허세를 부렸다.


시무루그 "케에! 부하들을 쓰러뜨린 것 가지고 우쭐해 하지 마라! 땅바닥이나 기어다닐 것이!"


나 (그렇지......아무리 암시의 힘을 빌려도, 하늘을 나는 올빼미에게 공격을 맞히는 것은 어려워.)


나 "판타즈마, 나를 업고 나는 거 무리야?"

판타즈마 "그건, 조금 무리이려나요. 이 몸은 원래 안나의 것이라, 높이 날아오르는 건 힘들어요."

나 "그런가."


나 (그렇다면, 역시 도망칠 궁리를......)


그떼, 갑자기 창문의 달빛이 가려지고, 한 사람의 그림자가 날아든다.



아레키 "날 수 있는 녀석은 여기 있어."

판타즈마 어? 아렉키!? 네가 왜 여기에!?

시무루그 "넌 뭐냐!?"


아레키는 들어오자마자 껑충껑충 날아다니며 오른손의 큰 랜스로 시무루그를 후려쳤다.


시무루그 "으, 으악!"

아레키 "피했나. 그럼, 이쪽으로."


이번에는 아레키의 손이 커다란 글러브로 변해, 시무루그를 후려친다.


시무루그 "크에!?"


시무루그는 직격은 피했지만, 그 기세로 호텔 벽에 내동댕이쳤다.


아레키의 나는 방식은 확실히 둥실둥실한 몽마의 그것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움직임을 읽을 수 없다.


아레키 "앗......"

시무루그 뭣!? 뭐야!? 다가오지 마!!"

아레키 "아니, 호텔 벽을 부숴버리면 안 되려나."

시무루그 "ㅋ, 케! 지금 걱정하는 게 그건가!?"

아레키 "하하, 그것도 그렇네. 그럼 이쪽으로. 영혼을 직접 공격하는 창이야. "이매지너리△크래셔."


아레키의 두 손이 드릴로 변해간다.


시무루그 "히엣?! 뭐야 이 몽마는! 철수, 철수다!!!"


화재 현장의 괴력에 눈을 뜬 나에, 둥실둥실 날아다니는 아레키까지 더해져, 불리하다고 판단한 시무루그는, 탄환처럼 날아가 버린다.


난장판이 된 방 안에는 나와 판타즈마, 그리고 아레키가 남겨졌다.


아레키 "흥, 의외로 별 거 아니었네."

나 "아레키, 도와줘서 고마워. 그런데 요미하라로 돌아간 거 아니었어? 왜, 여기에."

아레키 "그게, 좀 신경 쓰이는 게 있어서."


그렇게 웃는 아레키지만, 자세히 보면 이마에 땀이 배어, 발밑은 비틀거리고 있다.


나 "......괜찮아?"

아레키 "......미안하지만, 지금은 좀 쉬어도 될까?"

아레키 "어제랑 오늘 연속으로 싸우는 바람에 좀, 이성이 위태로워서......"


아레키는 그렇게 말하며 휘청휘청 침대에 쓰러져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썼다.


아레키 "......"

나 "잠들었어......?"


볼록한 이불을 보면서, 나도 후우 하고 숨을 몰아쉬고, 의자에 주저앉았다.


판타즈마 "후우마 씨♪ 아까는 지켜줘서 고마워요. 멋있었어요."

나 "아니......판타즈마의 암시 덕분이야. 결국 아레키의 도움도 받았고."

판타즈마 "적들도 없어졌는데, 아까 하려던 거, 계속하죠?"


판타즈마는 팔걸이에 앉아 내 목에 살며시 팔을 둘렀다.


나 "에!? 아니 싸운지 얼마 안 되서 그럴 생각은......"


거짓말이다.

판타즈마의 '요설'로 아직 온몸이 활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 "그, 그것보다! 시무루그가 그러던데, 판타즈마는 음마왕의 딸이야?!"


리림이 음마왕의 딸로 판명된지 얼마 안 되었지만, 판타즈마는 그 자매일까?


음마왕 정도면, 자식들은 여럿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판타즈마는 피식 웃으며,


판타즈마 "설마요. 저는, 어느 쪽이냐 하면 낙오자에요."

판타즈마 "그런 것보다......계속하죠?"

나 "잠, 안나 씨 어딜 만지는......와아앗!"


쿵.


내가 버티지 못하고 바닥을 뒹굴면, 이불 속에서 아레키의 꾸짖는 소리가 울린다.


아레키 "야!? 내가 필사적으로 본능을 억누르고 있는데, 그러고 있기야 판타즈마!"

판타즈마 "어머, 아레키도 같이 셋이서 즐겨요♪"

아레키 "우와! 이 자식! 이불 벗기려 하지 마!"


바닥에 구른 채 두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점점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암시가 끊어진 것일까.


나 (갑자기 온몸이 무거워......잠도 안 자고 버틴 데다가, 화재 현장의 괴력으로 무리하게 싸워서 그런가......)


음마들의 꺅꺅거리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진흙 속에 가라앉듯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