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무루그 (크에에에!!! 대마인! 또 대마인이!!)

시무루그 (모처럼 오로바스 놈보다 먼저 찾아내, 밤까지 기회를 노렸는데.)

시무루그 (다음 찬스를 노리자. 난 암살자 시무루그. 뇌근인 오로바스와 달라.)

시무루그 (어떻게든 음마왕의 딸을 죽이고, 퓌르스트 님의 신뢰를 얻어, 언젠가는 노마드 간부가 되어 보이겠다.)

시무루그 (그렇게 하면 그 녀석......나를 바보 취급하던 토라지로도 나를 다시 볼 것이 분명해.)


밤하늘을 날면서 시무루그는 새삼스럽게 퓌르스트의 지령을 떠올렸다.


시무루그 "음마왕의 사생아, 말입니까?"

오로바스 "이, 인간계에 있다는 겁니까!?"

퓌르스트 "호호호. 맞아요. 이번에 음마의 왕 '환몽경' 카마데바가 죽은 것은 모두 잘 알고 있겠죠."


퓌르스트는 무릎을 꿇는 두 사람 앞을 좌우로 천천히 걸으며 말한다.


퓌르스트 "그 후계를 두고 음마들 사이가 시끄럽단 말이죠."

퓌르스트 "이슈타르, 환영의 마녀, 그리고 환몽경이 죽고 부활한 그 여자......"

퓌르스트 "......뭐, 복잡한 건 모르겠지만, 괜찮아요."

퓌르스트 "어쨌든 음마왕의 딸이 다른 인격체로 가장해, 인간계에 숨어 살고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퓌르스트 "아무래도 요미하라에서 점집을 운영하는 여자가 그럴싸하다는 제보가 들어왔어요. 나무를 숨기려거든 숲에, 라는 건지......"


퓌르스트는 구두 뒤꿈치를 울리며 무언가를 짓밟는 몸짓을 한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알아차리고 시무루그는 눈을 부릅떴다.


퓌르스트 "그러나 미약하다 해도, 음마왕의 딸. 어설픈 자는 반대로 당할 겁니다. 그러니......"

시무루그 "이 시무루그의 차례인 셈이군요. 맡겨주십쇼 퓌르스트 님. 반드시 그 계집을 죽이고 오겠습니다!"

오로바스 "오오오오오오오! 나, 어려운 거 몰라! 마왕의 딸, 죽인다!!!"

시무루그 "어이, 아무 생각없이 행패 부리지 마!? 도망가 버린다고!? 내가 지시한다! 너는 내 말에 따라!"

오로바스 "나, 나 보고 지시하지 마! 시무루그!!!"

퓌르스트 "자, 사이좋게 지내야죠. 그럼 뒤는 부탁합니다."

오로바스 "사이, 안 좋아! 나, 혼자서, 죽인다!!!"

시무루그 "넌 방해하지 말고 얌전히 있어! 다녀오겠습니다, 퓌르스트 님!"


오로바스와 시무루그는 앞다투어 의욕적으로 뛰쳐나갔다.


퓌르스트는 그것을 보고 엷은 웃음을 띨 뿐.


퓌르스트 "호호호. 짐승은 단순해서 좋다니까요."

퓌르스트 "뭐, 당신들이 음마왕의 딸을 이길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힘을 드러내게 해, 정체를 파헤치면 그것으로 족하다."

퓌르스트 "나머지는 어떻게든......힘껏 노력해주세요."




다음 날이 밝아왔다.


나와 안나 씨는 호텔을 나와, 요미하라로 돌아간다는 아레키를 배웅하고, 마에사키 역 앞 거리의 레스토랑에 늦은 아침을 먹으러 들어갔다.


안나 "어젯밤에 부끄러운 일을......! 죄송합니다."

안나 "저, 밤이면 판타즈마를 멈출 수 없어서......"

나 "아니, 괜찮아. 다른 인격체라는 얘기는 들었고. 오히려 요설이었나? 그 능력에 도움을 받았어."

안나 "그건 다행이지만......으으, 그래도 부끄러워요."


안나 씨는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손으로 감싼다.


무리도 아니지.

별개의 인격──판타즈마가 한 일이라고는 하나 몸은 자신의 것이다.


나 "낮에는 안나 씨가, 밤에는 판타즈마의 인격이 나온다고 했는데,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동안에도 기억이 있구나."

안나 "네. 지금도 판타즈마가 머릿 속에서......뭐? 그,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리 없잖아!?"


안나 씨가 더욱 새빨개진다.

머릿 속에서 판타즈마가 뭐라고 말했나 보다.


안나 "......크흠. 아무튼......판타즈마와는 사이가 나쁘지 않은데, 뭐라고 할까, 정조관념이 너무 달라서......"

안나 "음마니까 어쩔 수 없지만, 낮의 저까지 방탕한 여자라고 생각되는 것이, 좀 곤란해요......"

나 "안나 씨는 원래 음마가 아닌 거지."

안나 "네, 그래서 음마왕의 딸이라는 얘기도, 도통 무슨 말인지 도무지......"


음마왕의 딸, 그게 바로 안나 씨가 찾고 있는 리림인데, 말해도 되는 것인지 어떨런지.


나 (아니, 언젠가 알게 될 일이야. 오차에도 다 알려져 있고, 이슈타르한테도 들켰으니.)


나 "아─, 그거 말인데. 사실 리림이 그거야."

안나 "네?"


나는 리림이 음마왕의 딸이라는 것, 평소에는 다른 인격을 만들어 내, 스스로도 그것을 잊어버리고 있다는 것 등을 이야기했다.


안나 "음마왕의 딸!? 그 리림이!?"

나 "그 폐품 같은 성격은 신분을 감추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낸 별개의 인격이라나 봐."

안나 "과연......다른 인격이다, 라고 들으니 저랑 똑같네요."

안나 "저도 낮과 밤에 따라 다른 사람처럼 되는 걸 다들 알고 있으니, 그래서 오해받았나 봐요......"


하긴 그럴 법하다.

더구나 판타즈마는 어떻게 봐도 『마왕의 딸』 같다.


나 "그거 말인데, 애당초 왜 한 몸에 두 개의 인격이 있는 거야?"

안나 "아아, 그건 말이죠. 리림 씨와도 관계가 있는데요."

나 "또 그 녀석이냐!?"

안나 "네, 그건 아직 제가 마계에 살 때였어요."


안나 씨는 뜨거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판타즈마와의 만남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저는 원래 마계의 게이트시티 변두리에서 점집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잃어버린 물건 찾기 전문이라, 번창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근근이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벌이는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 점집에 음마 소녀가 찾아왔습니다.



안나 "어서 오세요. 뭘 점 쳐드릴까요?"

리림 "잃어버린 물건 찾기라면 이쪽의 점집을 찾으라 들었는데, 사람도 찾을 수 있어? 친구를 찾으려고 하는데."


그게 리림 씨였어요.


그 무렵, 리림 씨는 아직 음마들 사이에서 살고 있었습니다만, 거기서 사이좋게 지내던 친구를 찾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안나 "맡겨주세요. 어떤 친구인가요?"


저는 친구의 특징을 물어보고 다우징으로 위치를 점쳤습니다.


안나 "이건......"

리림 "왜 저래? 장소를 알았다면 가르쳐 줘."


지도 위에서 펜듈럼이 가리킨 것은 마계에서도 굴지의 깊은 산지.


저는 눈 앞의 의뢰인과 그 지도의 위치를 보고 저도 모르게 생각에 잠겨 버렸습니다.


안나 (음마라고 해도, 이런 작은 아이가 혼자 가기엔 너무 위험해......)


안나 "저어, 그......조금 찾기 어렵고, 위험한 곳이라서 저도 함께 가드릴게요."

리림 "오오옷!? 괜찮은 거야? 추가요금 안 들어?"

안나 "네, 내일부터 잠깐 휴업 예정이었고요......"


추가요금을 받겠다면 거절당할 것 같고......


아무튼 그래서 저는 리림 씨와 함께 마계의 산맥으로 향했습니다.


목적지 근처에는 기암奇岩이 이어져 있는 초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리림 "으아. 이거 어디까지 가는 거야? 좀 지치는데."

안나 "지도에 따르면 얼마 안 남은 것 같은데요."


그 '기암의 들'을 빠져나와, 다음 산등성이의 기슭 근처가, 펜듈럼이 가리키는 목적지였습니다.


리림 씨는 고개를 떨구고 가끔 둥둥 떠다니기도 하면서 발 디딜 틈이 없는 길을 가고 있어요.


안나 "피곤하면 잠깐 쉬었다 갈까요?"

리림 "잠깐만, 뭔가 있어!!"


마수들

「GRRRRR......」

「BBBBBB......」


리림 씨의 목소리에 돌아보니 유난히 큰 바위 뒤에서 마수들이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리림 "우앗, 마수?! 도망쳐!"


리림 씨는 그걸 보자마자 빠른 속도로 되돌아가려고 했어요.

하지만──.


마수들 "GRRRR......"


마수들은 침을 흘리며 다른 쪽에서 노려보고 있었어요.


아무래도 저희가 도망갈 곳이 없는 곳으로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아요.


안나 "어쩌죠......저, 호신용의 간단한 공격 마법 밖에 못 쓰는데......"

리림 "싸울 수 밖에. 좋아, 슈퍼 미라클 리림짱의 힘, 보여주겠다고!"


***


마수의 무리를 쓰러뜨린 저희는 숲 속으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안나 "어떻게 되는 줄 알았어요. 마수마저 잠들게 하다니, 몽마의 힘은 대단하네요."


네, 리림 씨가 저희를 둘러싼 마수들을 일망타진한 거에요.


리림 "에헴, 별 거 아니지!"

리림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건 약의 힘이야."

리림 "비장의 초강력 수면제, 몰래 성에서 가져오길 잘했네."

안나 "초강력 수면제?"

리림 "그래. 고위 음마가, 흡혈귀나 오니족 같은 강력한 마족을 재우고 정(精)을 빼앗을 때 쓰는 거래."

리림 "비싸게 팔릴 것 같아, 슬쩍 했는데. 음, 조금 아까우려나......"

안나 "목숨과는 바꿀 수 없죠. 오니족이나 흡혈귀도 재울 정도라면, 그 정도 마수들은 간단히 재울 수 있겠죠......"


안나 "아, 얼마 안 남았어요 리림 씨. 이 앞에 친구가 있어요."


마침내 우리는 펜듈럼이 보여주는 목적지에 도달했습니다.



그곳은 바위산의 그늘에 자리잡은, 저택 같기도 하고 신전 같기도 한 건물.


하지만 완전히 황폐해져, 인기척은 전혀 없었습니다.


리림 "완전 낡아빠졌는데......정말 여기가 맞아?"

안나 "네. 펜듈럼은 이 저택의 안쪽을 가리키고 있어요."


펜듈럼이 결렬히 흔들리고 있었어요. 목적지가 가깝다는 의미지요.


리림 "문도 안 잠겼는데, 그럼 실례합니다."

안나 "괜찮을까요......시, 실례합니다."


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리림 씨를 따라 저택 안으로 들어갔어요.


안나 "여긴......아무도 없네요."


펜듈럼이 가리키는 방에 인기척은 없고, 단지 이상한 마법진이 수상한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리림 "진짜 여기야? 어이, 판타즈마! 있어?"


리림 씨는 친구의 이름을 부르지만 대답이 없었어요.


안나 "장소는 분명 여기가 맞다고 가리키고 있는데요."

리림 "뭐지, 이 마법진. 뭔가 글씨가 써있어. 읽을 수 있어?"

안나 "저어, 디마아・폴트게이터・비프카......읽을 수는 있는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네요."

리림 "음, 뭐지. 주문인가. 나와라─, 찬양하라─, 디마아・폴트게이터・비프카."


하지만, 리림 씨가 주문을 외우자 마법진이 강렬한 빛을 발했습니다.


리림 "우앗!"


그때 저는 몸이 찢겨지고 뭔가가 억지로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혀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안나 "뭐, 뭐야?! 꺄아아아......!!!"

판타즈마 "아! 드디어 나왔네요! 리림, 고마워요!!"

리림 "안나......? 아니, 혹시 판타즈마!?"

안나 "네!? 뭔가요!? 이건!?"

안나 "나......나!? 머릿 속에서 목소리가......!"

판타즈마 "이런, 이 육체에는 선객이 있었네요. 음, 이거 곤란해졌네요......"

판타즈마 "그렇다고 다시 나올 수도 없고. 죄송합니다만, 신세지게 해주세요♪"

안나 "ㅇ, 엣?!?!"


──이렇게 판타즈마는 제 몸의 '동거인'이 되었습니다.



그 후 둘이서 의논해, 낮과 밤으로 주 인격을 바꾸기로 하고, 그럭저럭 살아 왔습니다.


익숙해지면, 친구나 자매가 생긴 것 같아서 즐겁기도 하지만, 밤 사이 판타즈마가 놀러 다니느라, 저도 완전히 방탕한 이미지로 보이게 된 것이 고민거리입니다.


나 "과연. 그래서 리림과 친구라는 건가? 판타즈마라는 가게명도 그렇고?"

안나 "네, 밤에는 판타즈마라고 자칭하니 알기 어려워서. 그럼 가게명으로 하면 괜찮을까, 해서."


안나 씨는 모닝세트 빵을 입에 문다. 벌써 세 번째 잔이다.

두 사람 분의 영혼인 만큼, 칼로리 소비가 심한 것일까.


안나 "리림 씨와 판타즈마는, 고위 음마의 역린을 건드리는 일을 저질러, 판타즈마만 사로잡힌 거래요."

안나 "그리고 벌로써 육체를 빼앗겨, 영혼만을 봉인당하고 말았죠."

안나 "리림 씨는 그 사이에 도망칠 수 있었다던가. 서로 은인인 셈이죠."

나 "아아......뭔가 상상이 가네."


어차피 그 녀석이 저지른 일이다. 어차피 뭔가 시시한 장난이라도 해서 이슈타르나 그 비슷한 위치의 누군가에게 혼났겠지.


그러나, 육체를 빼앗으면서도, 부활할 수 있도록 해 두었다면......


나 (원래부터 강한 힘을 지닌 판타즈마는 위험시되어 있었고, 못된 장난을 명분 삼아 봉인되었다......고 할 가능성이 있지.)

나 (여차할 때에 이용하기 위해, 다른 육체에 들어갈 수 있도록 영혼만 가둬두었던 걸까?)

나 (계산 밖은, 일부러 깊은 산속에 찾으러 들어갈 정도의 우정이, 그 리림에게 있었다는 것.)


안나 "지금 생각해보면, 리림 씨가 판타즈마의 봉인을 풀 수 있었던 것도, 왕가의 핏줄이었기 때문인가 봐요."

안나 "인간계에 와서도 자주 놀러와 줬는데, 요즘 통 모습이 안 보여 걱정이 돼서."

나 "마왕의 딸 건이 있고 나서, 오차 밖으로 나가지 않게 하려 하고 있어. 본인은 불평하지만."

안나 "후후, 리림 씨답네요. 그래도 대마인의 본거지에 있다면 안심할 수 있겠어요."

나 "그러고 보니, 아레키도 원래 판타즈마의 친구였어?"

안나 "아니요, 그녀는 요미하라에 온 이후의 친구에요.. 그러고 보니 아레키는 왜 인간계에 있는 걸까요?"


안나 씨는 마지막 빵을 입에 물었다.

얘기를 듣다 보니, 슬슬 점심시간이다.


그때 아스카 일행이 들어왔다.


카린 "후우마 씨, 안나 씨. 좋은 아침!"

아스카 "안녕. 그리고 점심이야 카린."

카린 "그래서, 그래서? 두 사람 어제는 어땠어??"

아스카 "자, 잠깐! 카린 뭘 물어보는 거야."

안나 "어젯밤에는 꽤 큰일이......후우마 씨가 엄청 강해, 굉장했어요......"

아스카 "후우마......너......?"

나 "오, 오해야!? 시무루그의 습격이 있었다고! 큰일은 그걸 말하는 거야."

아스카 "엣!? 습격? 위험하잖아."


아스카 "오늘은 오차에 갈 거지. 우리도 함께 갈게."

안나 "그거 다행이네요. 그런데 괜찮으신가요? 저와 함께라면 위험해 질지도 몰라요."

아스카 "괜찮아. 한 배를 탄 사이니까. 대금은 후우마에게 달아두고♪"

카린 "응응. 좋은 벗과 함께 가는 길이라면 먼길도 짧게 느껴진다 하고."

나 "둘 다 고맙다. 나중에 뭐 사줄게."

아스카 "기대하고 있을게."


사실, 두 사람이 동행하기로 한 건 어제 몰래 정해 놨다.


안나 씨를 믿지 않는 건 아니지만, 판타즈마는 강한 음마다.


만일 적으로 돌아섰을 경우, 힘에 있어서도 정신면에 있어서도, 나 혼자서는 대항할 수 없다.


물론 퓌르스트 부하의 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인 이유가 제일 크지만.


나 "자, 그럼 슬슬 출발할까."

안나 "아, 잠깐만요! 이것만 먹을게요."


채비를 갖추는 우리를 곁눈질 하며, 안나 씨는 디저트인 오렌지를 입에 대는 것이었다.




시무루그 "......케. 사이좋게 식사인가. 태평하구만."

시무루그 "뭐 됐어. 시간이 늦어질수록, 나에게는 유리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