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을 나온 우리들은, 어둠의 거리에서 택시를 잡아, 마에사키 시를 떴다.


어둠의 거리의 택시는, 마족이든 사이보그든 태워주는 편리한 존재이지만, 그런 것으로 오차까지 들어갈 수는 없기에 도중부터는 도보로 가야 한다.


아스카 "굉장한 곳에 있지, 오차마을."

카린 "응, 어드벤처네!"


차에서 내린 뒤 울창한 산길을 한 시간.

그래도 전철과 버스를 끝없이 기다리는 것보다 이쪽이 빠르다는 것이다.


나 "미리 말해두지만, 일단 제대로 차도(車道)도 있어? 걸어가면 지름길로 갈 수 있어서 그래."

카린 "괜찮아 괜찮ㅇ! 나 이런 거 동경했어! 소풍이라든가, 하이킹이라든가!"

나 "동경? 소풍을?"


그러자 아스카가 뒤에서 살짝 귀띔한다.


아스카 "연구소에서 자랐기 때문에 친구나 가족과 함께 뭘 해본 경험이 거의 없어."

아스카 "그래서 또래의 친구를 원한다고, 스포츠 기획 실행위원에 입후보한 거야. 사이좋게 지내줘."

카린 "아스카! 여기 봐, 갈림길이 있어!"

아스카 "아, 잠깐! 멋대로 앞서 가다 길 잃어."


카린이 부르는 쪽을 돌아보니 길이 두 갈래로 갈라져 있다.


나 "어느 쪽으로 가도 오차에 도착할 수 있지만 오른쪽이 지름길이야. 왼쪽은 빙 돌아가고 길도 안 좋아."

카린 "그럼 오른쪽이네! 라져, 선장!"

나 "누가 선장이냐."


우리가 오른쪽으로 걸어가려고 했을 때였다.

갑자기, 안나 씨가 뒤에 멈춰 서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 "안나 씨?"

안나 "저, 저기, 저는 왼쪽이 더 좋은 것 같아요."

나 "왜 그렇게 생각해?"

안나 "근거는 없는데......저 이럴 때 감은 잘 맞아요."

나 "음......"


믿어도 될까 순간 망설였지만, 거짓말치고는 너무 당돌하다.


나 "안나 씨가 말한다면 그렇게 해볼까......"

아스카 "후우마......"

나 "안나 씨는 잃어버린 걸 찾는 게 특기야. 방향이나 장소에 관한 것은 뭔가 특별한 감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아."

아스카 "으음. 뭐, 후우마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카린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그럼 많이 걷는 쪽이 이득이지!"

아스카 "그건 뭔가 좀 아니지 않아?"


순간 찌릿해진 분위기가 카린의 태평한 말에 풀린다.


우리는 왼쪽 길로 들어섰다.




시무루그 "케에!!! 저 녀석들, 왜 일부러 그쪽으로 가는 거야?! 얌전히 지름길로 가라고!?"


일행이 갈림길을 뜬, 잠시 후.


가만히 몸을 숨기면서 그것을 지켜보던 시무루그가 커다란 발톱을 떨며 분해했다.


시무루그 "오차 영내에 들어가면 암살도 어렵다......어떻게든 이번에야말로......"


그러자 이번에는 오른쪽 길에서 오로바스가 달려와, 커다란 몸통을 떨며 화를 냈다.


오로바스 "시무루그!! 여자들 안 왔어!! 또 날 속였어!!"


안나가 예감했던 대로.

오른쪽 길에는 오로바스가 숨어 있었다.


하늘에서 앞질러 간 시무루그는 일행이 오른쪽 길로 갈 것이 틀림없다 생각하여 오로바스에게 매복을 지시했던 것이다.


일행이 오면, 오로바스는 앞에서, 시무루그는 뒤에서 기습하여 단번에 승부를 굳힌다.


그러한 작전이었지만, 일행이 일부러 우회하는 길을 택한 것으로 매복은 실패로 끝났다.


시무루그 "속인 게 아니야! 보통은 그쪽으로 간다고!"

오로바스 "이제 너 안 믿어! 어제 밤에도 나 몰래 혼자서 여자를 덮쳤겠다!!"

시무루그 "케!? 아, 아니야! 해질 무렵을 틈타 기습을 가하는 건, 너한테는 무리라서 그런 거라고!!

시무루그 "성공하면, 네 공로도 있었다고 말해줄 생각이었어!"

오로바스 "거, 거짓말!!"


물론 거짓말이다.

오히려 시무루그는 어떻게 해서든지 오로바스를 제칠 생각이었다.


오로바스 "너, 너의 기습은, 제대로 된 적이 없어!! 제대로 때려잡는 게 좋아!!"

시무루그 "쳇!! 너처럼 힘만 쎈 바보가 방해하지 않으면 잘 풀리거든!!"


사천왕으로서 함께 싸워온 두 사람이지만, 이제는 서로가 성가신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


시무루그 (그래, 항상 힘만 쎈 놈들은 나를 방해하기만 해. 수왕회에 있을 때도 그랬어.)

시무루그 (특히 토라지로, 그 녀석은 용서 못해. 내가 생각한 작전을 모조리 망가뜨리고, 애당초 후배 주제에 나한테 한심하다고......)



토라지로 "네가 한심해서 그래!"

시무루그 "케!? 네가 멋대로 뛰쳐나가지 않았으면 내 날개 쿠나이를 눈치채지 못한 채 멀쩡히 이길 수 있었어!?"


그것은 아직, 시무루그가 퓌르스트의 휘하에 들어가기 전.


수인들이 만든 갱조직 수왕회에서 늘상 있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토라지로 "그럴지도 모르지만, 적들은 닥치는 대로 죽이려 했어!"

토라지로 "거기서 내가 나가지 않았다면, 그 주변 사람들이 말려들어 잔뜩 죽었을 거야!"

토라지로 "야쿠자라도 무관계한 사람은 말려들게 하지 말라고 했던 게, 아버지의 유언이라고!"

시무루그 "케케!! 그런 물러터진 생각을 하며 싸울 수 있을까 보냐!! 그리고 멋대로 아버지를 죽이지 마!"


싸움의 내용은, 항쟁 때 싸우는 방식.

어둠을 틈타 적의 보스를 암살하면 이쪽의 피해는 최소한으로 끝날 것이었다.


그러나 토라지로가 적 사이로 뛰어들어 작전은 엉망이 되었다.


결국 대난전 끝에 가까스로 승리를 거둔 것이었다.


토라지로 "가르르르......"

시무루그 "케케.....케에에......"



하이로 이치로타 "자아자아, 둘 다 진정해. 결과적으로 이겼으니 됐잖아."


털과 날개를 곤두세우며 서로를 노려보는 두 사람 사이에 새로 리더가 된 늑대 수인 하이로 이치로타가 비집고 들어간다.


이치로타 "토라의 말대로 무관계한 사람을 지킬 수 있다면 좋겠지."

트라지로 "형님! 시무루그 녀석이......"

이치로타 "토라도 정도껏 해. 힘만으로 이길 수 있는 적들 뿐인 게 아니잖아. 그리고 아버지 안 죽었다."


이치로타는 토라지로에게 충고했지만, 시무루그의 귀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시무루그 "케! 형님까지 그 녀석 편이야? 이런 뇌근 집단이! 정말로 정나미가 떨어졌어, 케에!!"

이치로타 "어이, 기다려 시무루그......"


이치로타는 말리려 했지만, 시무루그는 창문을 통해 밤하늘로 뛰어나갔다.


늘상 있는 일이다. 조만간 돌아오겠지.


수왕회의 멤버들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날 이후 시무루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새로운 천지를 발견한 것이다.


그것이 노마드, 퓌르스트에게 붙은 것이었다.

퓌르스트 님은 저런 뇌근들과 달리, 똑똑한 자신을 분명 제대로 봐준다.


큰 공을 세우면 노마드의 간부들에게 추천할 생각도 있다고 했다.


일대 마족 조직 노마드의 간부......그렇게 되면 수왕회 녀석들도, 나를 다시 보겠지.

토라지로 녀석에게, 나를 바보 취급한 걸 후회하게 해주는 거야. 


그렇게 생각한 시무루그는, 퓌르스트 휘하에서 열심히 일해, 사천왕이라 불릴 위치에까지 이른 것이었다.




완전히 해가 기울어, 산이 주황색으로 물들어 간다.


우회한 덕택에 예정보다 조금 늦었지만, 오차마을까지는 앞으로 조금 남았다.


안나 "산길을 걷다 보면 왠지 판타즈마를 찾으러 갔을 때가 생각나요."

안나 "이번에는 리림 씨를 만나러 간다니, 감회가 새롭네요."

나 "그 녀석도 좋아할 거야. 언제나 한가하니까."

카린 "오차학원도 기대되지만, 그 리림을 만나는 것도 기대되기 시작했어!"

아스카 "학생 외에도, 여러 아이가 있으니까. 분명 많은 친구가 생길 거야......"


문득 아스카가 멈춰 서서 귓가에 바람을 모은다.

풍둔으로 먼 곳의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아스카 "모두 잠깐! 뭔가가 엄청난 속도로 쫓아와!!"


......두두......두......

두두두두두두......


이윽고 그것은 우리들의 귀에도 들릴 정도의 굉음을 내며, 땅을 깎으면서 멈춰섰다.


오로바스 "오오오오오오!! 기, 기다려라!! 마왕의 딸!!"

나 "오로바스......! 가게를 습격했던, 퓌르스트 사천왕의 하나야."

오로바스 "오? 오오오! 어떻게 그걸 알지!?"

안나 "저, 전 마왕의 딸이 아니에요! 그런 사람은 없어요!"

오로바스 "푸르릉!!! 나, 마왕의 딸, 죽인다!!!"


오로바스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흥분한 상태에서 도끼와 연결한 것 같은 망치를 안나 씨를 향해 내리친다.


카린 "위험해!"


카린이 재빨리 반응하며, 오로바스의 손을 노리고 의안에서 레이저를 쐈다.


레이저는 오로바스의 손가락에 명중, 오로바스의 손끝이 흔들리며 도끼는 허공을 베어가른다.


그 틈에 나와 아스카는 안나 씨를 등뒤로 감싸며 오로바스와 대치한다.


오로바스 "아파아앗!! 너도, 죽인다!!!"

카린 "해, 해보잔 거지? 좋아. 이쪽이다!!"


카린은 오로바스를 끌어들이려고 일부러 그 시야에서 쫄래쫄래 움직인다.


오로바스 "오오오오!!! 비켜라!!!"


오로바스는 붕붕거리며 망치를 휘두르지만, 카린은 탈인간스러운 몸놀림으로 그것을 피하고, 배 아래로 미끄러지거나 등을 타는 등 날렵한 움직임으로 오로바스를 농락한다.


오로바스는 몸에 붙은 벌레를 쫓아내듯 마구 날뛰지만, 카린은 그 힘을 이용해 빙글빙글 돌아다닌다.


오로바스는 전술이고 뭐고 없는 파워 일변도의 싸움이지만, 그 힘이 막강하다.


허공을 가른 망치는 주위의 나무를 부수고, 흙을 깎아내고, 우리 주위는 점점 전망이 좋아지고 있다.


나 (오로바스, 부하도 안 데리고 혼자 온 건가? 아니, 여기를 빠져나가면 오차야. 적은 이 근처에서 승부를 걸어온 거겠지.)

나 (그렇다면 아마, 시무루그도──.)


오로바스 "ㄴ, 나, 더 강해졌다! 더 이상 대마인에 지지 않아!!"

오로바스 "──으윽!?"


격분하는 오로바스의 측면에 갑자기 뭔가가 날아왔다.


오보라스 "뭐......뭐냐......"


오로바스의 움직임이 급격히 둔화된다.


나 "독!?"


순간, 오차의 지원이라 생각했다──하지만.


시무루그 "케에──!!! 이 멍청한 놈이!!"


튀어나온 것은 시무루그와 그의 부하 어새신들이었다.


오로바스 "시무루그, ㄴ, 나 앞질렀다! 나도, 시무루그, 앞질렀다!!"

시무루그 "시끄럽워! 너 때문에 다 망했어!!!!"

시무루그 "이 녀석들이 오차에 도착 직전, 방심했을 때 푸욱 하는 게 마지막 기회였는데."

시무루그 "뛰쳐나와 경계시켰을 뿐 아니라, 우리가 숨어있는 나무까지 박살냈겠다!!"

시무루그 "더 이상 방해하지 말고 거기서 얌전히 잠이나 자!!!"

오로바스 "몸이 무거워......시무루그, ㄴ, 너, 나에게 마비 쿠나이를......"


오로바스는 마침내 털썩 무릎을 꿇고 그대로 옆으로 쓰러져 버렸다.


나 "뭐야......!? 동료 아니야?"

시무루그 "케! 동료 같은 거 아니거든! 음마왕의 딸은 처음부터 내가 죽일 예정이었다!"


시무루그는 공중에서 격렬하게 날갯짓 하고, 부하들은 날쌔게 우리를 에워싼다.


나 "몇 번이고 말하지만, 이 사람은 음마왕의 딸 같은 게 아니야."

시무루그 "케!!! 아직도 그런 뻔한 거짓말을 하는 거냐 대마인 놈, 죽여라!!!"


시무루그가 무수한 날개 쿠나이를 쏘고, 그것을 신호로 부하 어새신들도 일제히 덮쳐 왔다──.


***


시무루그 "방해하지 마라, 대마인 놈들!!"

아스카 "모두 바람의 벽에 숨어!"


시무루그는 날개 쿠나이를 빗발치듯 날렸지만, 모두 아스카 바람의 벽에 튕겨졌다.


아스카 "이 손발로는 싸울 수 없으니까 방어에만 집중하겠어! 카린, 부탁할게!!!"

카린 "맡겨줘!!!"


전투용 안드로이드 암&레그는 없지만, 아스카의 풍둔은 날개 쿠나이에 대항하기에 충분하다.


날개 쿠나이는 아스카 바람에 기세를 빼앗겨, 평범한 날개가 되어 주위에 흩어진다.


시무루그 "크케케......풍둔사인가, 귀찮은 걸 데리고 있군."

카린 "나도!"


적의 공격을 틈타 카린의 레이저가 시무루그를 노려보지만 시무루그는 재빠르게 그것을 피한다.


나 (위험해. 이제 곧 해가 진다.)


돌아서 가는데다가 발이 묶여, 태양은 이미 거의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시무루그 "케케케케!!!"


그런 공방을 잠시 반복하고 있으면, 어느새 완전히 해가 지고, 주위는 어둠 뿐──.


가로등이 있을 리 없고, 길을 비추는 것은 의지할 데 없는 달빛 뿐이다.


시무루그 "케케케케!! 밤에 눈이 잘 안 보인다는 건 불편하겠지!"

시무루그 "오로바스 놈이 나서서 다 망치는 줄 알았지만, 역시 내 승리다!!!"


반면 올빼미 수인인 시무루그는 어둠 속에서 강하다.


의기양양하며 호버링하는 시무루그의 날개를, 큐잉 하고 카린의 레이저가 스쳤다.


시무루그 "뭣!?"

카린 "나도 밤눈은 꽤 밝거든! 이 의안에 마력을 모은다면......!"

시무루그 "성가시게. 그럼 너부터──."


그러자 다시 시무루그가 날개 쿠나이를 날리려 한다.

그와, 동시에──.


오로바스 "오오오오오오오!!!!"


오로바스가 일어나 그 거구로 우리 쪽으로 돌격해 온다.


아스카 "왓!? 자고 있었던 거 아니였어!? 푸, 풍둔!!"


눈치챈 아스카가 역풍을 일으키나, 오로바스는 힘으로 그것을 밀어낸다.


아스카 "에에에!? 이 풍압을 밀어내고 오는 거야!? 모두, 위험해!!"


아스카는 우리를 밀치고 오로바스의 거구를 혼자 받아낸다.


나 "아스카! 괜찮아!?"

아스카 "역풍으로 위력을 꺾어, 어떻게든......! 하지만 다리가......!"


아스카는 주저앉아, 움직이지 못한다.

무리하게 공격을 받아내는 바람에 일상용 의족이 망가진 것이다.


시무루그 "키에에!!! 벌써 일어났다고!? 또 쓸데없는 짓을!!!"


돌아보면, 우리들이 있던 곳에 날개 쿠나이가 박혀있다.

밀려난 덕택에 빗나간 것 같다.


오로바스 "시무루그, 네, 네게 공적은 넘기지 않아!"

시무루그 "네놈이야말로 방해하지 마!! 음마왕의 딸은 내 사냥감이다!!! 그리고 간부로 올라갈 거야!!"


그 모습을 보며, 내 뒤에서 안나 씨가 중얼거린다.


판타즈마 "싫다, 내분인가 보네요."


아니, 판타즈마였다.

밤이 되자 인격이 바뀐 것이다.


카린 "우와! 안나 씨!? 왠지 분위기가......!?"

판타즈마 "앗, 두 분은 처음 뵙네요. 안나의 몸에 세들어 사는 음마, 판타즈마라고 합니다☆"

카린 "와~, 처음 뵙겠습니다!!"

아스카 "그러고보니 밤에는 음마가 된다더니......정말 다른 인격체네."


카린과 아스카에게는 가는 도중 판타즈마에 대해 간단히 얘기했지만 실제로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아스카 "갑작스럽지만, 보다시피 난처한 상황이야. 당신 몽마라고 했지, 꿈을 보여주는 능력으로 어떻게 할 수 없어!?"

판타즈마 "음, 적의를 품은 상대, 그것도 마족 두 명, 제 수준에서는 좀......"

판타즈마 "현혹시키는 정도라면 할 수 있지만, 그것도 상대를 확실히 인식하지 않으면 어렵거든요."

카린 "그렇다면 내가 해볼게. 마력을 풀 파워로 출력하면 잠깐이지만 꽤 밝게 할 수 있을 거야."

나 "흐음, 방어는 아스카에게 맡기고 카린이 주위를 비추고, 그 틈에 판타즈마가 현혹시킨다......"

나 "어? 그럼 공격은 누가 하는 거야?"


카린 "......"

판타즈마 "......♪"

나 "......나야!?"

아스카 "미안. 나, 조금 바빠서."

나 "아니, 아스카 덕분에 살아있는 거니까......그래, 공격은 내가 할게."


전투용 손발이 없어도 아스카는 우리를 지켜주고 있다.


그렇다면 나도, 힘 닿는대로 할 수 있는 일을 해 보자.


한편 오로바스와 시무루그도 일단 논의를 마무리한 듯했다.


시무루그 "알겠지!? 그 빈 머리에 제대로 넣어뒀겠지!?"

오로바스 "네 말 듣는 건, 이게 마지막이야!!!"


오로바스는 앞발로 땅을 박차며 말하고, 이쪽을 향해 덤벼든다.


어로버스 "오오오오오오옷!!!!"

나 "뭐야, 또 힘밀기인가!? 아스카!!"

아스카 "풍둔!! ──앗, 그게 아니야!!"

오로바스 "푸르르릉!!!"


오로바스가 돌격해 온다──라고 생각했지만, 부딪치기 직전 갑자기 뛰어올랐다.


달빛이 그 거구로 가려져 간신히 보이던 시야가 캄캄해진다.


그 어둠 속을 뭔가가 날아온다.

시무루그다.


아스카 "앗차......"


오로바스의 위에서부터의 공격에 대비해 풍둔의 벽을 지우고 있던 아스카가 당황한다.


시무루그는 오로바스가 만든 그림자를 누비듯 저공비행.


날카로운 발톱과 날개로 부메랑처럼 우리를 후려친다.


그것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도, 오로바스가 상공으로부터 강렬한 도끼의 일격을──.


카린 "에잇!!! 빛나라!!!"


이때 카린은 눈에 마력을 집중해, 카메라 플래시처럼 일순간 강한 빛을 발한다.


오로바스 "누, 눈부셔?!"

시무루그 "키아악"

시무루그 "케, 그런 일순간에 뭘 할 수 있다고!!"


오로바스와 시무루그는 갑작스런 빛에 기가 죽었지만, 곧 태세를 바로잡고──.


시무루그 "?!"

오로바스 "오, 오오?"


하지만 돌아보면 거기에 있어야 할 4명이 없다.


시무루그 "케!? 어디로 사라진 거지!?"


그러자 갑자기 주위의 풍경이 바뀐다.


오로바스 "오오오오아아악?! 여기, 어디야?!"

시무루그 "침착해 바보야! 이건 꿈 속이야! 음마가 보여주는 꿈이 분명해!"


당황한 두 사람의 등뒤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판타즈마 "바보 같기는♪"

판타즈마 "이 정도로, 음마왕의 딸인 나를 죽이려 하다니."

오로바스 "ㅇ, 음마왕의 딸!! 역시 마왕의 딸! 죽인다!!"

시무루그 "뭐, 라고......!? 아니, 겨우 정체를 드러냈나!? 여기서 죽여주마!"

판타즈마 "음......이렇게까지 대단한 꿈을 보여주려는 게 아니었는데?"


판타즈마가 고개를 갸웃하고 있는데 멀리서 다른 소리가 들린다.


??? "──......즈마."

리림 "──......판타즈마!!!"

판타즈마 "이 목소리는......엣!? 리림!?"

리림 "응! 근처에서 판타즈마의 꿈의 기척이 나서, 참견하러 왔어!!"



어디선가 달려온 건 리림.

그것도 본래의 모습, 마왕의 딸로서의 리림이다.


판타즈마 "그 모습이 진짜 리림......? 그럼 이 대단한 꿈도 리림의 힘인 건가요?"

리림 "아니, 이건 너의 힘이야. 나는 잠깐 배경 연출 같은 걸 도와줬을 뿐."


리림이 우쭐해하는 표정을 짓자, 배경인 화산에서 힘차게 마그마가 뿜어져 나왔다


리림 "판타즈마, 음마왕의 딸이라는 거짓말로 나를 감싸주려 한 거지? 리림짱은 감동했다구!!"

판타즈마 "어머, 들켰나요? 겉보기는 훌륭해져도 역시 리림이네요."

시무루그 뭐야 그 여자는!?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판타즈마 "정말. 촌스럽네요. 감동의 재회에 찬물을 끼얹다니."

시무루그 "케......?!"

판타즈마 "커흠. 어쨌든, 새로운 음마의 여왕으로서의 저의 꿈에서는 벗어날 수는 없답니다♪"

리림 "그래그래! 도망칠 수 없다고! 그런 이유로, 한 방에......"

릴림&판타즈마 ""때려눕혀줘, 두목!!""

나 "에, 나!?"


갑자기 몽마 두 사람이 나를 콕 가리켰다.


그런데 왜 나까지 꿈에 휘말려 있는 거야?


리림 "두목은 음마의 여왕의 두목, 즉 모든 음마의 대두목!!"

판타즈마 "꺄아♪ 두모옥♪"

나 "오, 오우......"


아무래도 할 수 밖에 없는 모양이다. 하긴 여기는 꿈의 세계고, 가끔은 괜찮겠지.


나 "크흠크흠. 퓌르스트의 부하들아. 이 음마들에게 손을 대려한 것, 진심으로 후회하도록 해라."


일단 내가, 손을 벌려 그럴듯한 포즈를 취해보자, 격렬하게 마그마가 솟아올랐다.


또 발을 구르면, 이번에는 격렬하게 대지가 흔들린다.


오로바스 "오, 오오오오!"

시무루그 "키에에에!!?"

나 ㄱ, 굉장해......그럼, 이거 어떠냐!?"


나는 발밑의 땅을 주먹으로 힘껏 두드려 보았다.


쩌저저적......!


그러면 그로부터 커다란 균열이 생겨, 오로바스와 시무루그를 향해 크게 찢어져 나간다.


오로바스 "오, 오, 오, 오오오오옷!!"


오로바스는 고함을 지르며 갈기갈기 찢긴 대지 깊숙이 사라졌다.


시무루그 "켓!? 오로바스!? ㅇ, 아니, 난 날 수 있어! 갈라진 틈 따위에──캬악!?"


허공으로 피한 시무루그였으나, 균열에서 튀어나온 마그마가 덮쳐, 그의 날개를 감싼다.


시무루그 "ㅋ, 케에────! 으아아아악......!"

시무루그 "앗, 뜨거, 키아아아아......핫!?"


정신을 차려보니 시무루그는 원래의 어두운 산길에 쓰러져 있었다.


음마왕의 딸도, 오로바스도 없다.

대신 퓌르스트가 여느 때의 웃음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퓌르스트 "이런이런. 조금은 도움이 될 줄 알았는데, 역시 단순한 짐승이었나요?"

시무루그 "퓌, 퓌르스트 님!?"

시무루그 "죄송합니다, 다시 한 번 기회를! 이번에야말로 명예의 만회를......"

퓌르스트 "지금은 명예 따위가 아니라 자기 신상을 걱정해 보는 게 어때요?"

시무루그 "엣, 무슨......"

시무루그 "퓌르스트 님......키, 캬아아아악!?!"




이렇게 해서 우리는 무사히 오차에 도착.


판타즈마는 작은 리림과도 무사히 재회를 했고, 다음날 요미하라로 돌아갔다.


물론 제대로 루리로부터 받은 책을 챙겨서.


합동 스포츠 대회 쪽은 오차에서도 참가 희망자가 쇄도하고 있다 해, 카린에게도 친구가 늘어날 것 같다.


그리고, 얼마 후.


요미하라, 시즈루의 바에서 안나와 아레키가 식사를 하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아레키 "그땐 어떻게 되는 줄 알았어. 그래도 네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안나 "후우마 씨 일행 덕분이에요. 음마왕의 딸로 오인받는 건 깜짝 놀랐지만요."

아레키 "아, 그거 말인데. 나, 너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게 있어."


아레키는 좀 멋쩍은 듯 시선을 돌려 뺨을 긁었다.


아레키 "사실 판타즈마가 음마왕의 딸이라고 소문을 낸 건 나야."

안나 "에엣?"

아레키 "이슈타르 님과의 거래로 말이지."

안나 "이슈타르 님의......그럼 아레키, 리림이 진짜 음마왕의 딸인 것도 알고 있었나요?"


아레키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레키 "리림이 음마왕의 딸이라는 걸 알게 되면 분명 모든 세력에게 노려질 거야."

아레키 "그래서 이슈타르 님은 비슷한 처지의 너를 대타로 만들려 했어."

안나 "그래서 아레키가 소문을?"


상대의 의식에 손대는 음마에게 있어서 뜬소문을 그럴듯하게 흘리는 것은 장기다.


아레키 "나도 옛날에, 폭음폭식이 지나쳐서 이슈타르 님께 영혼을 봉인당한 몸이거든."

아레키 "판타즈마와는 달리 몸은 그대로인데."

아레키 "영혼과 마력을 '이성'과 '본능'으로 분할해, 각각 좌우의 눈에 봉인됐어. 폭주하려는 본능을 이성으로 제어하는 거야."

아레키 "몽마로서는, 이게 굉장히 힘들어서, 이슈타르 님에게 협조하면 봉인을 풀어줄 수 있다는 약속이었지."

아레키 "그런데 소문을 내고 난 후, 역시 네가 걱정이 되어서."

아레키 "가게를 보러 갔더니 노마드가 찾아 왔더라. 이거 큰일났다고 생각해, 후우마 군이 따라 너를 찾으러 간 거야."

안나 "그랬군요......그래서 호텔에서도 지켜준 거네요. 고마워요."

안나 "하지만, 그럼 이슈타르 님과의 거래는......"

아레키 "물론 없는 일이 되었지. 그래도 괜찮아."

아레키 "욕망대로 사는 것보다, 친구를 지키는,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지금의 나도 마음에 드니까."


아레키는 겸연쩍게 웃는다.


그때.

달그락, 하고 술집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시즈루 "어머, 어서오세요."

후우마 "데려왔다고."

리림 "안나! 아레키! 안녕!!!"



후우마를 따라 온 리림은 두 사람을 발견하자 곧장 달려왔다.


아레키 "뭐, 본인이 이래서야 대타를 세울 필요도 없이, 아무도 믿지 않겠지."

리림 "뭐야? 누구 얘기?"

안나 "우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