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벚꽃이 없었다면, 봄의 마음은 어땠을까.


헤이안 시대의 가인(歌人), 아리와라노 나리히라의 노래다.


만약 세상에 벚꽃이 전혀 없었다면, 봄을 맞이하는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한가로울까.


언제 꽃이 필까 안절부절 못하고, 벌써 져버릴까 하고 서글퍼질 일도 없으니까.


그런 뜻이다.


활짝 피고 확 지는 벚꽃의 아름다움, 덧없음을 노래하고 있다.


그런 노래는 모르지만, 벚꽃길을 걷는 클리어도 조금 처녀틱했다.


클리어 "오늘도 예빠."

클리어 "하지만 져버리는 건 쓸쓸해."


만개를 지나, 바람이 불지 않아도 꽃잎이 몇 개씩 떨어져 간다.


이 벚꽃도 지금 뿐이겠지.


유키카제에게 물려받은 메이드복을 입고 마을의 일을 돕고 돌아가는 길이다.


클리어 "꽃놀이, 재밌었지."


팔랑팔랑 춤추는 벚꽃 속을 걸으며 지난 일을 떠올린다.


유키카제, 까마귀와 함께 도시락을 만들고, 후우마, 사쿠라, 시카노스케, 헤비코에게 권해, 최근 친구가 된 이오리도 부르고, 부르지 않았지만 후우마 가문의 츠루와 아무도 나타나, 모두 함께 꽃구경을 했던 것이다.


벚꽃은 예뻤고, 나눠먹은 도시락은 맛있었고, 수다를 떠는 것은 즐거웠다.


게다가 후우마를 제외한 전원이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날 거라 생각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클리어 "내년에도 꽃구경하고 싶다."


얼마 전까지 마초魔草를 재배한 벌로 리림이 벚나무에 매달렸지만, 이제 풀려났기 때문에 조용하다.


거기에 파닥파닥 경쾌한 날개소리가 들려왔다.



까마귀 "......♪ ......♪"

클리어 "까마귀짱."


저쪽에서 날아온다.

아무래도 급한 모양이다.


클리어 "왜 그래?"

까마귀 "......! ......♪"


까마귀는 날개를 파닥파닥, 손을 흔들흔들, 부리를 콕콕하며 설명한다.


클리어 "피난셰!?"

까마귀 "......!"

클리어 "지금 할아버지가 구워주는 거야?"

까마귀 "......♪"

클리어 "이제 곧 완성?"

까마귀 "......! ......!"


까마귀는 응응, 빨리빨리라며 클리어를 재촉한다.


할아버지와는 미즈키 家의 해골 집사로, 특기인 요리는 야채볶음.


그러나 과자 굽는 것도 잘한다.


피난셰는 버터를 사용해 만든 직사각형의 구운 과자다.


그리고 구운 과자는 갓 구운 게 제일.


클리어 "응, 갈게. 벚꽃보다 피난셰!

까마귀 "......!"


두 사람은 달리기 시작한다.


그 바람에 벚꽃이 세차게 흩날리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직 꽃보다 경단을 택하는 소녀들이었다.


그리고, 요전의 꽃놀이에서 누구보다 꽃보다 경단을 실천하고 있던 남자는, 그때, 목욕탕에 들어가 있었다.


브─브─브─!


나 "응?"


갑작스런 착신음.


탈의실에 두고 온 스마트폰이라고 생각했지만, 소리는 목욕탕 안에서 났다.


브─브─브─!


나 "뭐지?"


사쿠라가 목욕을 하면서 전화를 하다 스마트폰을 두고 온 것일까?


브─브─브─!


소리가 나는 쪽을 보니, 목욕탕 바닥에서 그것이 울리고 있었다.


차원 휴대폰.


어떤 때는 감옥의 바닥, 어떤 때는 나의 주머니 속에서, 언제나 갑자기 출현해, 통화가 끝나면 사라져 버린다.


오늘은 그것이 목욕탕에 나타났다.


브─브─브─!


나 "여보세요."


주워서 전화를 받는다.


유키카제 『느려. 뭐하는 거야.』


현재의 유키카제보다 차분한 느낌인 어른 유키카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즉, 다른 세계의 미래인 것이다.


이미 익숙해졌지만, 잘 생각해 보면 굉장한 이야기다.


나 "좀 예상 밖의 상황에 걸려와서."

유키카제 『뭐야, 예상 밖이라니──.』


그렇게 조금 사이를 두었다가, 


유키카제 『혹시 또 목욕?』

나 "정답. 잘도 눈치챘네."

유키카제 『물소리가 울리고, 목소리도 반향되고......바로 알거든.』


이쪽의 모습이 보이는 것도 아닌데, 약간 거북한 목소리다.


나 "지금도 미래도, 유키카제는 내 목욕을 방해하는 게 특기네."

유키카제 『후우마가 항상 목욕을 해서 그런 거젆아. 시즈카짱이 아니거든.』

나 "꺄악──! 유키카제 씨는 변태!"

유키카제 『……………………………………………………...………………………………………』


엄청~ 긴 시간이 흐르고.


유키카제 『......하아』


깊은 탄식이 들렸다.


나 "미안."

유키카제 『......뭐, 됐어. 이쪽은 목욕탕 같은 걸 쓸 일이 거의 없어 조금 부러워 했을 뿐이야.』

나 "미안하다. 그런데 무슨 일이야? 또 뭔가 트러블이라도 생겼어?"

나 "에너지 없다거나 해서, 당분간 연락 안 된다고 했잖아."

유키카제 『아......응, 그런데, 좀 에너지에 여유가 생겨서, 별로 트러블이라는 것도 아니지만.』

나 "그럼 잡담이야? 뭐 상관없지만 지금 이쪽은 발가벗고 있거든."

유키카제 『잡담은 하고 싶지만, 거기까지의 여유는 없고, 그보다, 벌거벗은지 몰랐거든.』

나 "볼일이 있어서 전화한 거 아니야?"

유키카제 『볼일이라고 말할 정도의 용건은 아니고, 약간의 부탁이랄까......』

나 "......?"


이상하게 머뭇거린다. 뭐지?


아스카 『아 진짜 답답하게. 내가 말할게.』

유키카제 『앗, 아스카.』


아스카도 곁에 있었던 듯 유키카제에게서 전화를 받아든다.


아스카 『후우마, 나야.』

나 "오우, 뭐야? 에너지 쪽은 괜찮아?"

아스카 『그건 괜찮아. 요전에 엄청 마음에 안 드는 여자와 교섭해서 결정화 된 에너지를 얻었어.』

아스카 『그래서 차원 휴대폰 통화 정도는 어느 정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었지.』

아스카 『예전처럼 몇 시간이고 계속 수다 떠는 건 무리지만.』

나 "아니, 예전에도 몇 시간이나 전화하진 않았어."

아스카 『에? 그래? 그런 점은 남자아이답네. 나는 언제나──.』

유키카제 『아스카. 잡담이 되고 있어.』


전화를 빼앗긴 유키카제의 불만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아스카 "너무 재촉하지 마.』


아스카는 그렇게 대꾸하고 나서, 


아스카 『그래서 부탁할 게 있는데, 사진을 찍어서 보내줘.』

나 "사진?"

아스카 『차원 휴대폰을 개량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했어.』

나 "에......?"


놀라서 차원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확실히 카메라의 렌즈가 추가되어 있다.


나 "정말이네. 그래서 무슨 사진이야? 지금 벌거벗고 있는데 내 나체를 찍어달란 건 아니겠지."

아스카 『필요없어. 바보.』


아스카는 내 농담을 가볍게 받아넘기며 


아스카 『클리어의 사진이야.』

나 "클리어의?"

아스카 『본인은 말하기 어려운 것 같은데, 그쪽의 클리어의 사진을 원하는 것 같으니까, 그 차원 휴대폰으로 찍어 줄래?』

나 "사진이 없어?"

아스카 『음......뭐 여러가지 일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가끔 의기소침해 있기도 하고. 미안하지만 부탁할게.』

나 "......"

유키카제 『아스카, 후우마에게 쓸데없는 것까지 말하지 않아도 돼.』

아스카 『네네, 내가 원하는 것 그것 뿐.』

유키카제 『왜 아스카가 그 애의 사진을 원하는 거야!』

아스카 『뭐 어때서 그래.』


저쪽에서 두 사람이 다투기 시작했다.


어른 유키카제가, 이쪽의 현재 클리어의 사진을 갖고 싶어한다는 것은, 역시 저쪽의 세계에서 클리어는 이미──그런 거겠지.


아스카 『그런걸로 부탁해.』

나 "맡겨둬."

아스카 『고마워.』


거기서 통화는 끊겼다.


평상시 같으면 사라져 버릴 차원 휴대폰이 내 수중에 남아 있다.


그리고 액정 디스플레이에 무엇인가 숫자가 표시되어 있고, 그것이 카운트다운을 시작하고 있었다.


아마 카운트가 0이 되면 차원휴대폰이 소멸해, 그 전에 사진을 찍으라는 거겠지.


아스카답게 설명이 부족하다.


저편의 세계에는 야타가라스족인 까마귀가 성장한 하츠카제도 있었다.


클리어의 사진이라면 어른 유키카제 뿐만 아니라, 하츠카제도 기뻐할 것이 틀림없다.


나 "요즘, 유키카제에게 물려받은 메이드복이 마음에 들어 자주 입었지? 그것도 찍어 보낼까?"


그렇다면 서둘러야겠다.


나는 바로 목욕탕에서 나왔다.


***


후우마에게 부탁을 한 후, 유키카제와 아스카는 미답 지역의 물자 탐색을 하고, 유감스럽게도 큰 성과 없이, 도쿄 교외의 숲에 있는 저택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곳은 레지스탕스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프라이빗. 두 사람의 아지트로 원래는 미즈키 家의 별장이다.


일찍이 미즈키 家의 대저택에 있던 할아버지. 명계의 집사가 이주해 살고 있어, 지금은 그곳을 관리하고 있다.


접근하는 자의 눈을 속이기 위해, 이전보다 할아버지 노망이 심해진 탓에, 지상 부분은 저택 안도 밖도 너덜너덜하지만, 지하에는 견고한 셸터가 설치되어, 지금은 돈보다 귀하게 된 컴퓨터 기기가 갖추어져 있다.



아스카 "다녀왔습니다아."

유키카제 "아── 힘들다. 아스카 때문에 헛걸음만 했잖아."

아스카 "그게 내 탓이야?"

유키카제 "나갈 때 후우마에게 쓸데없는 걸 부탁해서 그래. 분명히 그것 때문에 페이스가 흐트러진 거야."

아스카 "아직도 그런 말 하기야? 쪼잔하긴!"

유키카제 "나, 클리어 사진 갖고 싶다는 말은 한 마디도 안 했어!"

아스카 "그러니까 내가 갖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

유키카제 "뭐야 그게. 거짓말 하지마!"


후우마에게 부탁한 건으로 아직 말다툼을 벌이고 있는 두 사람이었다.


위험한 바깥에서의 탐색 중에는 그러한 사사로운 정은 분리했지만, 탐색의 성과가 없던 탓인지 집에 돌아와서 더욱 빠직빠직 하고 있다.


아스카 "후우마한테 어른스러운 누나 행세하는 거 그만하지?"

유키카제 "뭐야, 그 비아냥거리는 말투."

아스카 "괜찮잖아. 약한 면을 보이는 것도."

유키카제 "나에게도 다 작전이란 게 있어!"

아스카 "헤, 그럼 들려주시겠어요? 어른 유키카제 씨의 작전이라는 걸."

유키카제 "하고 싶은 말은 그것 뿐?"


파직, 파직, 파직!!


아스카 "할 말은 없지만 누군가를 위해 해 주고 싶은 말은 있어."


고오오오오오오오!!


너덜너덜한 저택에 번개와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최고의 파트너. 뇌신과 풍신


다른 누구보다도 진심으로 부딪쳐왔다, 즉 싸워왔다는 것이다.


오랜만의 큰 싸움이 발발하려 할때,



하츠카제 "무후──. 어서 와~~~!!"

코타로 "멍멍"!


지하에서 하츠카제와 '코타로'가 올라왔다.


코타로는 두 사람이 주운 들개로, 여러가지 일이 있어서 그 이름을 붙였다.


유키카제 "아......"

아스카 "다녀왔습니다......"


두 사람 모두 재빨리 힘을 뺐지만, 거기에 감돌고 있던 불온한 분위기에 하츠카제와 코타로도 깨달았다.


하츠카제 "싸우고 있었어......?"

코타로 "쿵쿵?"

아스카 "전혀. 아무 문제 없어. 그치? 유키카제?

유키카제 "응, 완전 친하지. 다녀왔어, 하츠카제, 코타로."


하츠카제&코타로

"지───."

"크───웅."


하츠카제와 코타로는 두 사람을 뚫어지게 보고 있다.


지금의 하츠카제는 옛날 까마귀 시절과 꼭 닮은 마스크를 하고 있어, 유리구슬 같은 새눈의 압력이 굉장하다.


게다가 저것은 단순 마스크가 아니라, 부리에 찔리면 옛날처럼 상자화(化) 되는 독을 품은 흉악한 무장이기도 하다.


거기에 더해 불안해 보이는 코타로의 한쪽 눈.

둘은 안절부절 못하기 시작한다.


아스카 "우, 우리가 무슨 싸움을 하겠어?"

유키카제 "비록 그렇게 보여도 싸울 만큼 친하다는 그거야 그거."

하츠카제 "옛날 유키카제와 후우마 같ㅇ?"

유키카제 "맞아 맞아."

아스카 "엄청 친해."

유키카제 "최고의 파트너."

아스카 "그렇지──."


손에 손을 맞잡고 유난히 사이좋다는 어필을 하는 두 사람.



하츠카제 "무후───. 그럼 믿어줄게."


하츠카제는 까마귀 마스크를 벗고 싱글벙글 웃었다.


코타로 "멍멍멍"!


코타로도 두 사람의 주위를 뛰어다니며 팔랑팔랑 꼬리를 흔든다.


유키카제 "후우."

아스카 "아까 그 얘기는 나중에."

유키카제 "온건하게."

아스카 "알았어."


두 사람은 손을 뗀다.


하츠카제 "그럼 둘 다 듣고 놀라도록 해!"


하츠카제가 갑자기 말하기 시작했다.


하츠카제 "할아버지가 피난셰를 구워줬어! 다 같이 먹자!"

아스카 "피난셰!? 정말!?"

유키카제 "잘도 재료를 입수했네."


확실히 놀라운 일이다.


하츠카제 "마이카가 갖다줬어."


하츠카제는 무후─ 하고 지하 쪽을 바라보았다.


기다렸다는 듯 마이카가 나타난다.



마이카 "여어, 두 사람. 실례한다."

아스카 "마이카, 왔구나."

유키카제 "어디서 피난셰 재료를 구했어?"

마이카 "은둔 생활 때는 농사 짓고 있었으니까."

마이카 "그때의 저축을 도쿄시장에서 물물교환 해왔어."

마이카 "오랜만에 스위트 여자 기분으로 돌아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해서."


얼마 전까지 레지스탕스에서도 벗어나 시골에서 홀로 은둔 생활을 하던 마이카가 수줍게 말했다.


유키카제 "키라라 선배도 함께?"

마이카 "아니, 레지스탕스 부대와 전선에 나가 있어. 내가 온 것도 너희 두 사람을 부르기 위해서야."


마이카는 가벼운 어조로 말했지만 유키카제와 아스카의 얼굴은 곧 긴장되었다


아스카 "전황이 안 좋아?"

마이카 "브레인플레이어의 군세가 레지스탕스 거점에 공격을 개시했다."

유키카제 "적의 수는?"

마이카 "그렇게 당황하지 마, 자세한 건 안에서 말해줄게. 둘 다 돌아온 지 얼마 안 됐고. 우선 피낭셰와 차를 즐기면서 말이야."

마이카 "레지스탕스도 그 정도 시간은 기다려주겠지. 거기다, 봐."


마이카가 턱을 치켜들자 부엌에서 달콤한 냄새가 풍겨왔다.


유키카제 "아......"

아스카 "와, 냄새 좋다."


피난셰가 구워지는 냄새


그리운 냄새였다.


하츠카제 "무후──! 코타로, 가자──!! 갓 구워낸 피난셰 겟이야──!"

코타로 "멍!"


하츠카제는 다시 까마귀 마스크를 쓰고 코타로와 함께 달리기 시작한다.


마이카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없어지진 않는다고."


마이카가 웃으며 뒤를 따라, 유키카제와 아스카를 돌아보았다.


마이카 "뭐해? 가자."

아스카 "그래, 차 좀 마시는 정도라면 괜찮겠지."

마이카 "그런 거지."

아스카 "유키카제."

유키카제 "응......"


유키카제는 아득한 기억을 되살리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피난셰를 구우면 항상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던 두 사람을.


유키카제 "아스카......"

아스카 "응?"


그녀에게만 들리게 말한다.


유키카제 "고마워."

아스카 "......"


아스카는 상냥하게 웃으며 유키카제의 등을 토닥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