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며칠 후──.


황폐해진 도쿄 근교의 한 폐허를 지나가는 수송부대가 있었다.


이제는 존재 자체가 희박해진 자동차가 아닌, 소나 말 등의 가축에게 짐수레를 끌게 하고 있다.


이들은 레이더 수송부대다.


레이더는 현재 도쿄 최대의 마을, "바로네스 시티"를 다스리는 기가스의 휘하에서, 그 강도 같은 겉모습 그대로 마을들을 습격해, 약탈을 반복하며, 사람을 잡아먹는 광기의 집단으로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아무래도 인근 섹트(거점)로 약탈 물자를 운반하는 것 같았다.


물건이건 생명이건 남에게 무엇인가를 빼앗기는 자는 자기도 빼앗길까 두려워한다.


폐허를 지나가는 레이더들도 금방이라도 습격자가 나타나지 않을까 불안해 했다.


우르르.



레이더

"앗!!"

"누구냐!!"


폐허의 하나에서 잔해가 무너져 내렸다.


몇 명이 일제히 그쪽으로 총을 겨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두려움이 낳은 착각이다.


레이더

"쳇."

"놀라게 하고 있어."


초조함에 혀를 찬 다음 순간,


카가가가가가갓!!


레이더

"으악!"

"크윽!"


반대 방향에서의 총격이 그들을 덮쳤다.


레이더 "젠장!!"


이건 진짜 습격이다.


총에 맞은 동료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레이더들은 즉석에서 응전하려 했지만, 


젊은 여자 "토둔・토류파!!"


폐허에는 어울리지 않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는가 하면, 그들 주위의 땅이 갑자기 솟아올라 크고 작은 파편들이 덮쳐왔다.


레이더

""갸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악!"


총알 따위보다 훨씬 더 위험한 토탄(土弾)에 레이더가 넝마 조각처럼 날아간다.


레이더

"이, 인법!"

"설마! 대마인인가!?"


운 좋게 그를 피한 레이더는 땅을 기어가며 근처의 차폐물에 몸을 숨겼다.


요즘 시대, 이런 능력을 쓰는 자는 브레인플레이어나 마족이 아니면 대마인 잔당 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까지 제대로 힘도 쓰지 못하는, 이름 뿐인 무리였는데 어째선지 갑자기 괴물 같은 힘을 되살리고 있다.



Band it 지휘관 "적은 기세가 죽었다! 쳐라!!"


지휘관으로 보이는 여자가 명령했다.


레이더 중 한 명은 그 모습을 본 기억이 있었다.


레이더 "B, Band it이다!!?"


저도 모르게 입밖에 내버린 다음 순간, 


Band it 지휘관 "하앗!!"


푸슉!!


레이더 "캇!"


그 레이더의 머리에 쿠나이가 박힌다.


Band it의 여지휘관이 던진 쿠나이는 차폐물을 돌며 날아와, 뒤에서 남자를 찌른 것이다.



Band it 대마인

"테야아아아앗!!"

"타아아아아앗!!"


Band it들의 공격이 시작됐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 휘몰아치는 바람, 으르렁거리는 흙.


가공할 이능의 힘이 레이더들을 쓰러뜨려 간다.


이들 Band it은 종말 세계에서 세계 재건을 위해 브레인플레이어와 싸우는 게릴라 조직이다.


같은 조직으로, 코우카와 아스카를 리더로 하는, 이른바 레지스탕스가 있지만, 레지스탕스가 인간만이 아니고, 인간계에 남겨진 마족이나 수인도 끌어들여, 레이더 등으로부터 많은 마을들을 지키는 자경단적인 역할도 담당하고 있는 것에 비해, Band it은 그 대부분이 전직 대마인으로, 무엇보다도 브레인플레이어의 타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두 조직은 우호관계에 있지만, 각각 따로따로 싸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쨌든 Band it의 기습에 레이더 수송부대는 혼란에 빠져, 이후는 일방적으로 쓰러지기만 할 거라고 생각되었지만,


투콰아아아아앙!!


갑자기 날아든 예화탄의 폭발이 전국을 확 바꿔 놓았다.



헌터 "햐하아아아아아아!!"

헌터 "Band it의 대마인 새끼들을 몰살시키자!!"


레이더 증원부대가 아니었다.


Band it 지휘관 "헌터!?"


브레인플레이어의 본거지 브레인시티에 사는 인간 용병, 그 첨병이다.


브레인플레이어의 장비로 무장해, 그 전투력은 인법을 구사하는 대마인들에게도 위협적이었다.


브레인플레이어에게 꼬리를 흔들고, 살육을 위한 살육을 즐기는 악인으로, 식인 레이더보다 더한 놈들이다.


Band it 지휘관 "헌터가 레이더를 도운다고!? 어떻게 된 거지!?"


브레인플레이어와 기가스는 겉으로는 중립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고 각각의 휘하인 헌터와 레이더에 이르러서는 험악한 관계로 여기저기서 전투를 치르고 있다.


그런 헌터가 레이더의 지배지역에 나타나, 앙숙인 그들을 도와 Band it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레이더

"갑자기 헌터 새끼들까지!"

"우리를 도울 생각인가?!"


도움을 받은 레이더조차도 헌터의 출현에 당황하고 있지만, 그래도 생각치 않은 증원에 되살아난다.


레이더

"뭐든 좋아, 지금이 기회다!"

"오우, 해치워라!!"


헌터

"햐하하하하하하하하!!"

"죽어죽어죽어어어어!!"


Band it 대마인 "헌터들이 왜 레이더를 돕는 거냐!"

Band it 지휘관 "수는 아직 동등하다. 당황하지 말고 각개격파 해라!"


여지휘관은 냉정하게 지시를 내렸지만, 그보다 빨리,


Band it 대마인 "대장님! 후방에서도 다른 헌터 부대가 나왔습니다!"

Band it 지휘관 "뭐야?!"


헌터 증원이 추가로 나타났다. 그것도 뒤에서


적의 수는 Band it의 배가 되었다.


헌터

"햣하아아아!!"

"대마인 사냥이다아아앗!!"


헌터들은 기성을 지르며 열세에 몰린 Band it 부대를 포위하려 한다.


Band it 지휘관 "위험해!!"


Band it 부대는 단번에 궁지에 빠져 있었다.


***


갑자기 나타난 헌터 부대는 그 인원과 화력을 앞세워 Band it 부대를 포위하려 하고 있었다.


Band it 지휘관 "포위되기 전에 적의 한 구석에 돌격해 돌파하겠다."


그것은 고뇌의 선택이었다.


다수의 희생이 예상되는 전술이지만, 적에게 완전히 포위당하면 도망도 못 가고 전멸할지 모른다.


Band it 지휘관 "내가 앞장서겠다. 가자!!!"

Band it 대마인 "예!!"

Band it 대마인 "최후미는 우리 토둔중이!"


Band it 부대가 각오의 적진 돌파를 시도하려던 그때.


다시 상황이 달라졌다.


피유웅!!


레이더도 헌터도 아닌 전혀 다른 곳에서 날아오는 물체가 있었다.


Band it 지휘관 "미사일?"


여지휘관이 놀란 순간,


투콰아아아아아아아앙!!


열 명 가량의 헌터가 일순간에 날아간다.


카가가가가가가가갓!!


뒤이어 통제된 일제사격이 Band it을 포위하려던 헌터들을 뒤에서 쓰러뜨린다.


Band it 지휘관 "누구냐?!"


지금 도와줬다는 건 아군인가?


여지휘관은 순간 그렇게 생각했지만, 



메티스 "짜자잔!"

Band it 지휘관 "저 녀석은!"

메티스 "메티스 참전, 이야!"


사람을 짜증나게 만드는 어미와 함께 나타난 것은 기계생명체 메티스였다.


브레인플레이어에게 만들어진 존재지만 스스로의 의지로 그들의 곁을 떠나 기가스에 협력하고 있는 괴종이다.


그 뒤에는 바로네스 시티의 정규병.

즉, 기가스 직속 병사들이 있었다.


통칭 '바로네스군'.


강도에 불과한 레이더 등과 달리 질서 잡힌 군사 조직으로 이루어진 그들은 전직 미연병 등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정예부대가 막 레이더를 돕기 시작한 헌터 부대를 공격했다.


그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레이더와 싸우고 있던 Band it의 입장에서는 더욱 상황이 악화되었을 뿐이다


아니, 절망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었다.


Band it 지휘관 "큭......! 저 기계 인형이 상대라면......!"


레이더

"바로네스군이 왔다!"

"Band it을 고통스럽게 죽여버려라!"


Band it 지휘관 "그렇게 놔둘까 보냐!!"

메티스 "응. 안 그럴거야."


레이다

"어!?"

"뭣!?"


철컥!!


메티스는 좌우 아머에서 뻗어나온 채찍을 휘둘렀다.


이들의 증원에 기뻐하던 레이더의 목이 날아간다.


헌터

"갸악!!"

"크악!!"


뒤이어 헌터가 베여 죽는다.


메티스 "미사일도 줄게."


투콰아아아아아아앙!!


그리고 또 미사일.


레이더와 헌터가 각각 날아간다.


메티스는 헌터와 레이더를 닥치는 대로 살육하며 말했다.


메티스 "기가스의 명령이야. 그래서 Band it을 돕는 거야."

메티스 "내친김에 기가스의 명령을 듣지 않는 나쁜 레이더도 숙정하는 거야."

메티스 "그게 오늘 할 일. 자, 모두 일제사격 하는 거야."


카가가가가갓!!


구령에 휘하의 바로네스군 병사들은 기계 생명체인 메티스보다 더 냉철하게 헌터와 레이더를 죽이기 시작했다.


Band it 지휘관 "어떻게 된 거지......!"

Band it 대마인 "대, 대장, 저희는 어떻게 하죠?"

Band it 지휘관 "일단 방어를 굳혀라. 섣불리 나서지 말고."


그녀는 그렇게 명령하는 것이 고작이었고, 부하들도 당황하며 따른다.


메티스 "앗! 대장 씨, 찾았다~, 인 거야!"


메티스가 사복(蛇腹) 채찍을 휘두르며 불쑥 여지휘관에게 다가왔다.


Band it 지휘관 "윽!!"

Band it 대마인

"저 녀석!!

"뭘 하려고!!"


모두 일제히 경계하지만 메티스는 전혀 신경쓰는 기색 없이,


메티스 "메티스는 기가스의 사자인 거야."

Band it 지휘관 "사자라고?"

메티스 "응. 당신들의 리더, '두령'과 '마신魔神'을 만나고 싶대."

메티스 "인간의 '선악'에 개입할 생각은 없어. 그러니까 메티스가 다 처리하고 나면 안내해 줘."

Band it 지휘관 "그래서 아군인 레이더까지 죽이는 거냐?"

메티스 "망설일 시간 없어. 먹고 살려면 일해야 해!"

Band it 지휘관 "먹고 살려면?"

메티스 "그게 메티스가 살아가는 길이야!"


메티스는 단호하게 말하고는 또 헌터와 레이더의 구별없이 척척 마무리를 계속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