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14 『위협적인 집안의 통찰안』


"......오늘은 이쯤 할까."


 


 험비의 정비도 일단락되고, 물품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시각은 10시 3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마침 지금부터 점심을 먹고 오후부터 유감스러운 홈센터 오차점에 가면 6시간 정도는 재료와 공구 구입에 시간을 꽤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녀도 나의 예정을 고려해 자동차 정비를 한 것 같다. 이것은 매우 기쁘다.


 ......언젠가는 나도 이 육체로 어른이 되는 날, 18세가 되는 날이 머지않아 온다.


 그때는 이 자가용으로 일본 끝까지 여행할 생각이다. 게다가 지금의 친구들과의 관계가 계속된다면 그들과 함께 여행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저기."


"어?"


 


 그런 상상을 부풀리는 나에게, 사용한 물품을 다 치워버린 어머니가 차고 안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실내로 이어지는 문을 잠그고 나서 렌치를 한 손에 쥐고서 나를 본다.


 


 


 


 


 


 


 


 


 


 


 


 


 


 


 


 


 


 


 


 


 


 


 


 


"──너는 『누구』야?"


 


 


 


 


 


 


 


 


 


 


 


 


 


 


"......응......? 엇......!?"


 


 예상도치 못했던 뜻밖의 질문에 그만 주춤거리다.


 언젠가는 눈치챌 것이고 추궁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지금일 거라고는 생각치 않았고, 전생에는 나와 특별한 인간을 제외한 존재는 모두 둔감하고 세계의 진실[베일이 벗겨진 세계]도 모르는 NPC[일반인] 뿐이었으므로, 이쪽의 예상보다 빨리, 동거를 시작한 후 불과 약 2주일만에 나의 정체에 관한 핵심을 찌르는 이 질문에는 분명한 동요를 보이고 말았다.


 


"......"


"......누, 누구냐니......히, 히마리잖아......?"


 


 간신히 더듬거리면서도 쥐어짜낸 말은 잔뜩 겁을 먹은 듯 떨리는 음색이었다.


 


"거짓말"


 


 단숨에 간파당한다.


 도망칠 수도 없다. 여기서 따돌리고 도망쳐 버리는 것은, 향후의 나에게 있어서 반드시 불이익이 따르고, 자신이 『아오소라 히마리』가 아님을 증명하는 꼴이 되어버릴 것이다.


 


"......예전의 히마리는 그런 아이가 아니었어. 내가 아는 히마리는 내 밥을 맛있다고 한 적 없고, 식기를 직접 치운 적도 없어. 집안일이나 내 일을 제대로 도와준 적도 없어. 자동차 정비의 도움 따위는 할 수도 없고, 신문에서 주가를 보는 일도 하지 않아.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학교에서는 잘 나가는 듯한 거짓말을 하는......그런 아이였어.......다시 한 번'만 더' 물어볼게. 너는 '누구'야?"


 


 진짜냐? 신문의 대목부터는 확실히 지금부터 FX나 주식에 손을 대려고 하는 「쿠기누키 신소」부분인데......정말이야? 히마리 너......내가 전생 전의 너......그런 애였어......? 학력과 운동신경은 평균 이하, 집에서는 히키코모리, 취미는 오컬트 소녀, 생활력은 전무, 게다가 음침캐의 5속성을 제패한다던가......? 실화냐......


 잠깐.......잠깐 아니야, 꽤. 상당한 충격을 받았는데, 지금은 충격받을 때가 아니야. 어머니의......히마리의 어머니의 렌치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고 있다. 나를 향한 표정도......


 ......아아, 이 표정은 잘 알고 있어.


 자신의 이해가 따라가지 못하는 존재를 눈앞에 있어, 두려움에 떨고 있는 얼굴이다.


 


"......그러니까 히마리래도──."


"아니야! 넌 히마리 따위가 아니야!!!"


 


 벽이 흔들릴 만큼 박진감 넘치는 절규가 지하에 메아리친다.


 여기가 지하라서 다행이야. 만약 거실이었다면 분명 목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갔을 테니까. 하지만 그건 아마 그녀도 같은 생각을 하고 나를 여기에 데려온 거겠지.


 한쪽 눈을 감고, 다른 한쪽 눈은 렌치에서 결코 눈을 떼지 않은 채, 뒤통수를 긁는다. 어떻게 설명해서 이 자리를 모면해야 할지......


 그녀는 당장이라도 그 손에 든 렌치로 후려치러 올 듯한 기세로 나를 추궁하고 있다. 지금의 뒤통수를 긁는 동작도, 진정하기 위해서 하는 행동도, 릴랙스 하는 방법도......신품의 우유팩을 따르는 방법이나, 없어진 화장지를 갈아 붙이는 행동조차도 "이전의 나"와는 다르다고 전부 지적·부정되었다.


 ......싸움으로 벌어질 경우. 아마추어에 의한 렌치로의 구타 등 《응전》이나 《회피》는 간단하겠지만......《응전》을 하면 관계가 완전히 무너질 게 뻔하고, 《회피》하면 이번에는 "히마리가 그렇게 운동신경이 좋을 리 없다"며 더욱 내가 "다른 사람이다"라고 하는 확신을 깊게 해버릴 수도 있다......무기를 향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가족 관계는 반쯤 무너졌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완전하게 붕괴되어 버리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아니아니, 앞으로의 인간관계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래. 생각하자......생각해......이 상황을 타개할 계책을......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내가 적어도 18세가 되어서 이 집을 떠나거나, 주식으로 한몫 잡아서 연말의 확정 신고를 혼자서 처리할 수 있을 때까지는, 어떻게든 이 집에서 쫓겨날 수 없다. 이번 일가족 해산 사건이 계기가 되어 대마인에게 찍힐지도 모른다......그것만은 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게다가 외부에는 대마인이니 마족이니 하는 것이 만연한 세계인데, 재력과 지식도 뒤떨어지는 존재인 내가 어떻게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이 세상은 그렇지 않아도 여성이라는 시점에서 살기 힘든 세상이니까.


 


"기, 기다려......진정해......"


"진정할 리가 없잖아! 눈앞에 있는 존재가 히마리의 모습을 하고 있을 뿐인 괴물일지도 모르는데!!! 내......! 내 히마리를 어떻게 한 거야!!"


"나는 히마리야......? 그러니까 일단 그 렌치를 놓고 얘기하자......응? 역시 그런 걸로 맞으면......나 한 방에 죽어......"


 


 ......솔직히 말해, 일격은 견딜 수 있겠지. 그러나 다음은 견딜 자신이 없다. 아무리 중상까지 이르지 않고 기절한들, 『新 크툴루 신화 TRPG』 (116 페이지) 결정타에 찍히면 "죽는다".


 아니, "죽음"을 맞이할 수 있으면 아직 좋은 편일지도 몰라. 의식불명 상태에 따라서는 완전한 의식소실은 되지 않고 "특별한 극적 순간"까지 『신 크툴루 신화 TRPG』 (117쪽)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 『의식불명과 죽음』까지 떨어질 수 있어......대마인이라든가......뭔가 마족을 연구하고 있는 기관이나 조직에 보내져 버릴지도 모른다.


 이런 세상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아닐 테지.


 


"맞아, 그럴거야. 히마리라면 죽겠지......! 하지만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것은 괴물이야! 그렇게 방심시켜, 착한 아이를 연기해! 마지막에는 모녀 사이좋게 모녀덮밥으로 만들 생각이겠지! 이 마족!"


"으응......"


 


 『모녀덮밥』이라는 그 사이코패스급 네이밍 센스를 오래간만에 듣고, 머리 속이 대초원에서 사바나로 삼바☆삼바 할 것 같지만, 지금 웃으면 확실히 끝나버린다......그걸 피하기 위해서라도, 끌려 올라갈 것 같은 입꼬리를 억지로 아래로 내리고 상하의 입술을 잘근 깨물어 참았다. 그러고는 한 손에 무기를 쥐고 때릴 기세로 다가오는 어머니에게 초조와 공포가 섞인 얼굴로 슬금슬금 뒷걸음질친다.


 


"자......잠깐......기다려!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이 이상은 서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되버려! 적어도......! 통한의 일격을 날리기 전에, 『내가 마족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가르쳐줘!"


"다 알면서!!! 더 이상 그 애의 얼굴로!! 그 애의 몸으로!! 그 애의 목소리로 말하지 마!!!"


"그러니까 난 정말 히마리라고!!! 어머니야말로 정말 어떻게 된 거야......엇?!"


 


 "난 정말 히마리"라고 말하는 순간 따끔하고 가슴을 찌르는 듯한 아픔이 스쳐간다. 재차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만일 내가 그녀[히마리의 어머니]의 입장에서, 자신의 사랑하는 존재가 흉내를 낸 것 뿐인 존재[도플갱어]라면, 분명......나도 똑같이 혼란스러울 것이다.


 ......엄청 잘 알고 있지. 친구가, 애인이, 가족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간다, 다음은 자신의 차례일지도 모른다는, 괴물에게 세계가 덧칠되어 가.....밤에도 잠 못 이루는 공포가 다가오는 기분은.


 


"어머니, 제발......그만해......제발......이유를......적어도 이유를 말해줘......"


"아니야!!! 그이는 네가 테러리스트 농성 사건의 후유증으로 이상해졌다고 말하지만! 『난 알 수 있어!』 너는 아니야! 내 히마리가 아니야! 누구야!!? 내 히마리를 어떻게 한 거야!!"


 


 ......『난 알 수 있다』인가. 논리적인 근거는 없는, 직감적인 감성이다. 그러나 그 직감적인 감성은 때로 진실을 꿰뚫는 경우도 많다. 이번에는 정곡을 찌르고 있다......그러므로......아무 반박도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었다. 지금 그녀가 흘린 말과 정보로 타개책을 짜내, 말할 문장의 구성을 시작한다.


 부디 제멋대로인 "나"를 용서해주기 바란다.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언젠가는 "히마리"로서 자랑할 만한 딸이 될 테니까...... 정말로......미안해.


 ......그리고 이 세계의 아버지. 그녀를 타일러 줘서 고마워.


 


"......나는......나는......! ......히마리......라고 생각해."


"아니라고!!!!!"


"끝까지 들어!!!"


"!"


 


 히스테릭에는 히스테릭한 목소리로 응전하다.


 다행히 저쪽은 이쪽을 믿지 못하고 정체 모를 괴물 같은 인식을 하고 있다. 이것은 미지에 대한 공포이다. 그 미지의 이유를 해명하고 이해하면 공포는 완화된다.


 딱히 내가 해초로 덮인, 사악하고, 썩은 냄새에 칼처럼 날카로운 손톱과 심해어 같은 이빨을 가진 반어인(半魚人)으로서 자신이 인류에게 인축무해하다는 증명을 하는 건 아니다.


 가끔 실패하지만, 이런 적의를 가진 상대를 달래는 수라장은 나름대로 돌파해 왔다. 원인만 알고 있으면, "상대가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한" 해결의 실마리는 반드시 발견된다.


 


"......나도 알아. 나는, 아마. 아마, 히마리......일, 거야? 그때 테러리스트에 맞아, 피바다에 가라앉을 때......아아, 죽는구나 하고 생각할 때. 여러가지 후회가 들끓어 왔어. 만약 "다음"이 있다면 더 좋은 아이가 되고 싶다고. "다음"에는 어머니가 자랑할 만한 멋진 딸이 되자고......그래서 다행히도 깨어났을 때, 과거의 나와 결별하고 새로운 나로서 살자고 생각했어."


"......"


"그래서 말이야......──."


 


 1시간에 걸쳐 신중히 이 심경의 변화를 말해 간다. 처음에는 정체 모를 괴물을 보던 그녀였지만 조금씩 표정이 풀리고 나의 평소 행동과 발언을 비추어 납득한 기색이 보인다.


 그리고 마침내, 그토록 굳게 잡고 이쪽에 향하던 렌치를 쥔 손에 힘이 풀어지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면 찍어누를 수 있을 것이다.


 테러리스트들과 대치한 때처럼 《위압》을 품은《흥정》과는 다르다. 외형 상으로는 집안에 대한 시간을 들먹이는 《설득》이다. 내 말은 때와 상황, 상대에 따라 무거운 말이 되는 경우가 많다.


 누적된 죄책감에......마음이 아프다......하지만 좀 더 눈물이 많아질 법한 말을 하고, 그래서 나의 변화를 납득시키는 것 외에......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선택사항을, 내몰린 나로서는 찾지 못 했다.


 


"걱정끼쳤다면 죄송해요. 나도 잘 모르지만 한 번 "죽음"을 경험해 무언가 "스위치"에 들어가 버린 것 같아. 그때부터, 점점 하고 싶은 게 생겨서. 이전의 싫어하는 동급생을 오컬트로 저주하는 것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미래를 즐기는 게 신경 쓰여서......저기, 엄마. 나, 입학 첫날부터 학교의 소화전을 터뜨려 버렸지만......나......전보다 좋은 아이가 된 걸까?"


 


 《설득》을 시도하려거든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 양손을 벌리고, 조금 슬픈 표정을 하면서, 적의 없는 명랑한 미소를 보이고 무해를 주장했다.


 괜찮아, 『쿠기누키 신소』. 이거면......이 《설득》이라면 아마 통할 거야.


 


 


 


 


 


 


 


 


 


 


 


 


 


 


 


 


 


 


——캉......


 


 


 히마리의 모친은 렌치를 땅바닥에 떨어뜨린다. 그리고는 나를 꼭 껴안았다.


 


"엄마야말로.......아, 앗, 어째서......친딸을 마족이라니......미안해. 미안해......! 히마리의 그런 심경의 변화도 알아주지 못해서......! 무서웠지! 힘들었지!? 아아, 미안해! 미안해요!"


 


 됐다. 결착.


 그런 분위기가 아닌 건 알고 있지만. 알고 있지만, 지금은 내 안에 존재하는 솔직한 감정도 들어주길 바란다.


 


 쉿!!!! 우르아아아아악!!!! 야아아아아악!


 아후에에에엣!!! 인생최대의 분기점을 어떻게든 넘어섰다아아아아아앗!!!


 Episode14부 完아아아안!!! 콜럼비아아아아악!!! ......네.


 


"잠깐, 어머니 괴로워......"


"미안해. 정말, 미안해......나는......히마리 네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부터, 마족 중 누군가가 외모만 흉내낸 것으로 생각해서......"


 


 아, 음......저기......그렇게 전부터 나를 수상쩍게 생각했었나......그 추리, 마족인 것만 빼면 다 맞는데......정말 미안하다......지금 그 따님의 육체로 전생하고 있습니다. 따님이 어떻게 됐는지 그건 나도 모르겠다. 물어보려고 했는데......협박당해서 못 들었고......더욱이 그때 어차피 죽었겠거니 해서......하지만 고문은 싫고......무서워서......그......육체를 받은 건......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가슴이 아파......미안해요......


 


"......응......응......엄마, 『나야말로 미안해』."


"괜찮아. 괜찮아. 네가 사과할 일이 아니야......괜찮아."


"......"


 


 강하게 끌어안으며, 이쪽을 진정시키듯 뒤통수를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서로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지금에야 안타까운 표정을 그대로 나타낼 수 있었다.


 성대하게 기뻐하면 한편으로, 강렬한 씁쓸함에 구역질이 날 것 같다......나는 그 원인인 당사자이니까, 당연한 응보이긴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가 진상을 알았을 때......나는 그녀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까.


 


.........


......


...


 


 그로부터 30분. 엄마는 나를 끌어안으며 흐느끼고 있다. 슬슬 떼어 놓았으면 하는데, 부탁하면 들어줄까?


 


"저기......어머니? ......슬슬......"


"으응. 그런데, 히마리."


"......응?"


"아까 『학교의 소화전을 터뜨려 버렸다』라고 했지?"


 


 ............。


 ......아。


 이거 쓸데없는 소리 했다. 꽉 껴안은 팔이 나를 놓지 않고, 내 힘으로는 이 팔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게 언제적 일이야?"


"......2, 2주 전 즈음이었던가......?"


"......그날은 히마리가 처음으로 새로운 학교에 등교해, 옆의 도시에서 응원이 올 정도로 소방차가 달린 날 아니었어?"


"......아마."


"......"


"......"


 


 불편한 침묵


 아무래도 어머니는, 그렇게 요란하게 저지르고, 성질이 급한 뚱뚱한 도서위원에게도 전해지던 이야기인, 체육관 비상벨을 닥치는 대로 작동시켜 소화전을 터뜨리고 무라사키 선생님까지 끌어들인 걸 몰랐던 모양이다.


 울먹이던 눈동자를 닦더니 이제는 나와 같이 반쯤 감긴 눈으로 빠르게 변해간다. 눈은 어머니의 유전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다른 건으로 긴박해진 지하 공간에서, 내 스마트폰이 울렸다. 나는 그런 갑작스런 구조선에 손을 넣어 상대를 확인한다. 표시명은 우에하라 군이다. 순간 느슨해진 구속을 흔들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여어, 아오소라 씨. 나야.』


"아, 우에하라 군. 무슨 일이야? <잠깐 엄마, 학교의 중요한 '첫' 친구와의 전화니까 놔줘>"


〈......〉


『그 이후로 근육통은 어때? 이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아?』


"덕분에. 절호조야! 어제는 미안해. 모두가 하교를 도와줘서......"


『정말이지......한때는 어떻게 되는 줄 알았다니까? 그래도 신경쓰지마! 우리는 친구잖아!』


"......고마워."


『그래서 갑작스럽겠지만......내일은 한가해?』


"......응! 예정 없어!"


『ㄱ, 그럼 말이야! 후우마와 헤비코랑, 내일 옆 도시인 마에사키 시에 놀러 갈 건데, 아오소라 씨는......어떨까, 하고 말했어. 아, 하지만 아오소라 씨가 좋다면 같이 갔으면 하는데, 같이 갈래......?』


"물론! 나로서는 우에하라 군이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여러모로 도움이 되니까 함께 가게 해줘!"


『됐다......!!! 그럼 내일 오차역에 7시 55분까지 모여!』


"응, 알았어!"


 


 모친의 팔을 뿌리치고, 전화하는 사이 빠르게 자기 방으로 도망친다. 이젠 도망쳐도 되겠지.


 중간까지 바싹 배후령처럼 붙어다녔지만 어디까지나 방 앞까지의 이야기일 뿐. 방 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전화를 끊고, 방 밖에 《엿듣기》를 사용한다. 아마도 아래층에서 유선전화로 어딘가에 전화를 거는 듯했다.


 ......두 번의 파란을 헤치고, TV의 잡음으로부터 들리는 뉴스에 발소리를 숨겨, 몰래 점심을 냉장고에서 훔쳐 배낭에 넣고서, 자택의 창문으로 탈출해 홈센터로 향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