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도시 요미하라.


그 한켠에 고급 클럽이 하나.


이 지역 음마족의 거점으로, 음마인 호스트와 호스테스 모두 미형이다.


그곳에서는 밤낮으로 음마의 고혹적인 향연이 펼쳐져 남자들, 때로는 여자들까지 사로잡는다.


그런 클럽에 한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손님이 아니었다.


이곳의 호스트도, 물론 호스테스도 아니었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발하는 대장부.


음마족 대간부 암브로스다.


그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껏 받으며 힘차고 아름답게 홀을 지나쳐 클럽 주인의 집무실로 향했다.



암브로스 "나야, 이슈타르."

이슈타르 "어서와, 암브로스."

암브로스 "오랜만이네."

이슈타르 "그러게."


암브로스를 영접한 것 역시 음마족 고위 간부 이슈타르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둘 다 반가운 기색은 아니었다.


그렇다기보다 옛날부터 앙숙이었다.


선대 음마왕 카마데바의 최측근이었던 이슈타르는 그 아름다움과 성격 모두,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전형적인 음마였다.


암브로스 입장에서 보면 몹시 재미없는 여자다.


반대로 암브로스는 음마라고 하는 종족을 초월한 고고한 미의 탐구자이다.


그럼에도 카마데바의 신뢰는 두터웠다.


예나 지금이나 단순히 음마일 뿐인 이슈타르에겐 꺼림칙한 존재다.


게다가, 음마왕이 죽은 현재, 음마족은 그 후계자로 지명된 환영의 마녀와 그에 반대하는 이슈타르파가 싸우고 있고, 암브로스는 환영의 마녀를 지지하고 있다.


암브로스와 이슈타르.


즉석에서 서로 싸워도 이상하지 않은 두 사람이었지만,


암브로스 "놀랐어. 부상을 입었다는 소문은 사실이었던 모양이야."


언뜻 보기에 태연한 얼굴로, 가게의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지만, 암브로스의 눈에는 이슈타르의 마력이 극단적으로 소모되어 있음을 눈치챘다.


이슈타르 "보는대로. 나를 죽이려거든 지금이 기회일 거야."


이슈타르는 시큰둥하게 말했다.


자신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암브로스라면 반드시 깨닫는다.


그리고 예상 적중.

그게 무엇보다 못마땅하다는 얼굴이었다.


암브로스 "귀찮은 여자는 싫어. 얼른 용건을 말하렴."


암브로스도 퉁명스럽게 응수했다.


약해진 이슈타르를 공격하는 것은 암브로스의 미에 대한 신념과 반한다.


분명 그럴 것이라 생각해, 이슈타르는 자신의 가게로 그를 불러, 약해진 모습을 일부러 보여 주었던 것이다.


싫어하는 여자의 속셈에 넘어가는 것에 초조함을 느낀다.


이슈타르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환영의 마녀와 화해하고 싶어."

암브로스 "뭐어?"


엄브로스는 이슈타르의 너무나 뜻밖의 제안에 놀란다.


암브로스 "화해는 대환영이지만, 이슈타르, 네가 이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없는 여자라는 건 알고 있어?"


암브로스의 빈정거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슈타르는 정색하며 재차 말했다.


이슈타르 "그 여자가 환몽경을 계승하는 건 반대지만 사정이 달라졌어."

암브로스 "뭐가 달라졌는데?"

이슈타르 "이 나보다 더 독한 여자가 부활했다면?"

암브로스 "설마!?"

이슈타르 "에레시키갈이 부활했어. 아마 사령경의 소행이겠지."

암브로스 "거짓말이지?"


어떤 일에도 동요하지 않던 암브로스의 얼굴이 굳어진다.


이슈타르 "안 그랬으면 너 따위는 부르지도 않았어."


이슈타르의 표정도 굳었다.


암브로스 "......알았어. 환영의 마녀에게 그대로 전할게."


암브로스는 그렇게 말하며 빠른 걸음으로 나가려고 한다.


그 등에 이슈타르가 말했다.


이슈타르 "왕의 자식이 살아있다는 소문, 그건 사실이야."


조금 틈을 두고, 암브로스는 이슈타르를 돌아보지 않고 이렇게 대답했다.


암브로스 "알고 있었어."

이슈타르 "알고 있었다고?"

이슈타르 "정당한 혈통의 후계자의 존재를 알고 있으면서도 너는 환영의 마녀를 지지하겠다는 거야?"

암브로스 "죽은 왕과 맺은 남자 대 남자로서의 약속이니까. 환영의 마녀에게 그럴 의사가 있는 한, 나는 그녀의 아군일 거야."

암브로스 "그게 나의 美야."

이슈타르 "......"


그 말을 들은 이슈타르의 표정에 숨길 수 없는 질투가 떠올랐지만,


이슈타르 "지금은 그걸로 됐어. 저 무서운 누이로부터 왕의 자식을 지킬 수 있다면."

암브로스 "그래, 넌 정말 싫어하지만, 그 여자는 싫어할 가치도 없는 상대니까."


암브로스는 그렇게 내뱉고 서둘러 떠났다.


에레시키갈의 부활.


그 뒤에서 암약하는 사령경 테우타테스.


음마왕 후계를 놓고 대립하던 환영의 마녀 진영과 이슈타르 진영의 화해.


사태는 음마족들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


같은 시각.


요미하라 입구를 경비하던 노마드병이 전멸당했다.


그 시체──아니, 토막난 고깃덩이를 낯선 남자들이 말없이 처리하고 있다.


미연의 특무기관 G에 소속된 병사들이다.


하지만 노마드병을 죽인 것은 그들이 아니다.


이 살육은 단 한 사람의 소행이었다.


레저렉션.


병사들은 그렇게 불렸다.


언뜻 보면 여성형임을 알 수 있는 사이보그로, 핑크색을 기조로 한 화려한 색조를 보이고 있다.


반면, 얼굴에는 눈도 코도 없고, 밋밋한 유리 가면만이 있을 뿐.


입을 모방했다고 생각되는 움푹 패인 곳이 있었지만, 거기에 말하는 기능은 없는 것 같다.


머리 쪽을 깜빡깜빡 명멸시키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기뻐하는 것 같았다.



아레스 "레저렉션, 잘했어."


그녀에게 말을 건 것은 아레스다.


칸다 여단의 본거지에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던 남자다.


그 목소리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기묘한 울림을 동반하고 있었다.


레저렉션은 아레스에게 다가가, 마치 고양이가 달라붙듯 몸을 비벼대며 등에 닿은 촉수를 뒤틀었다.


아레스 "착하지."


아레스는 레저렉션의 기계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준다.


얼굴의 명멸이 기쁜 듯, 어쩌면 부끄러워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다, 갑자기 얼굴이 날카롭게 빛나고, 즐겁게 구불거리던 촉수가 그 날카롭고 뾰족한 끝을 한 방향으로 향했다.



지레네 "나는 보고하러 왔을 뿐이다."


곤혹스러운 듯이 대답한 것은 같은 특무기관 G의 여성형 사이보그, 지레네였다.


지레네 "적은 우리의 침입을 몰라."


지레네가 그렇게 보고하자 아레스는 레저렉션에게 향한 것과 달리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아레스 "네게 2개 소대를 맡기지. 아무도 요미하라에 들이지도, 나가지도 못하게 해라."

지레네 "알았다."


아레스의 명령을 받고 지레네는 요미하라 봉쇄를 위해 주어진 소대를 데리고 떠났다.


날카롭게 벼려져 있던 레저렉션의 촉수는 방해자가 사라졌다는 듯 원래대로 돌아간다.


아레스 "저것도 동료야. 사이좋게 지내야지."


아레스가 상냥하게 타이르자 레저렉션은 반성하며 어리광 부리듯 고개를 움츠렸다.


두 사람의 그런 모습에 질렸는지, 아레스의 "협력자"가 참견해 왔다.



오보로 "내 협력은 여기까지야."


노마드의 대간부, 오보로다.


그녀가 아레스 일행을 인도한 것이다.


아니면 이렇게 간단히 노마드병이 쓰러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레스 "협조에 감사한다. 경비를 허술하게 해 준 공로는 크다."

오보로 "흥. 사령경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야."


오보로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대답했다.


노마드병의 죽음 따위는 조금도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속마음을 알 수는 없다.


아레스 "그런데."


아레스는 갑자기 가면을 벗고 오보로에게 맨얼굴을 드러냈다.


레저렉션 "......!"


레저렉션도 처음 봤는지, 그 얼굴이 놀란 듯 명멸한다.


오보로 "뭐야?"


반면 오보로는 눈살을 찌푸릴 뿐이다.


아레스의 행동의 의미를 잘 모르겠는지, 맨얼굴에도 관심이 없는 눈치였다.


아레스 "그렇구나.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오보로 "흥."


오보로가 코웃음 치더니 갑자기 사라졌다.


처음부터 거기에 없었던 것처럼.


최신예 센서에도 포착되지 않는 움직임에 레저렉션이 두리번거리고 있다.


아레스 "역시 달라. 다른 사람인가."


다시 가면을 착용한 아레스가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는 역시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불가사의한 울림을 동반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