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요미하라의 흔한 뒷골목이었다.


노마드 본부 "어둠의 궁전"과 이어진 큰길만큼 떠들썩하지도 안전하지도 않고, 단지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어려운 슬럼만큼 더럽지도 위험하지도 않고, 적당히 더럽고 위험한, 이 마을의 일반적인 거주자에게 있어서는 지극히 지내기 쉬운 장소.


그런 뒷골목의 싸구려 여인숙에 한 소녀가 나타났다.


작은 몸에 비해 큰 고깔모자, 큰 지팡이.


노마드의 대간부·오보로를 섬기는 마녀 인티라이미였다.



인티라이미 "보자, 이 방인 거죠? 어? 열려 있어?"

인티라이미 "하여간 리나 씨는 정말 조심성이 없는 사람이라니까......"


그녀는 어떤 중대한 이유로 이곳을 단골 여관으로 삼고 있는 리나를 찾아간 것이다.


인티라이미 "와앗!? 이, 잉그리드 님!? 어째서 여기에?"


그리고 방에 서 있던 잉그리드를 보고 인티라이미는 깜짝 놀랐다


인티라이미 "어?"


그러나 잉그리드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자세히 보면 등신대의 패널이었다.


인티라이미 "뭐죠 이건? 벽에는 잉그리드 님의 거대 포스터......리나 씨 답네요."

리나 "쿨~ 쿨~."


그 리나는 침대에서 大자로 누워 기분 좋게 자고 있었다


인티라이미가 들어온 것은 전혀 모르고 있다.


인티라이미 "제가 자객이었다면 어떻게 할 생각인 건지."

인티라이미 "리나 씨, 일어나세요. 긴급 사태라구요."


말을 걸어보지만 일어나지 않는다.


인티라이미 "리나 씨! 일어나세요!!"

리나 "쿨~ 쿨~."


몸을 흔들어도 일어나지 않는다.


정말 잘도 잔다.


곯아떨어진 것이었다.


인티라이미 "그누누!"

인티라이미 "오보로 님의 오른팔, 대마녀 인티라이미를 애먹이다니, 역시 리나 씨군요!"

인티라이미 "자는 아이는 잘 자란다. 그게 진정한 마계기사까지 된 리나 씨의 성장 비결인가요!"

인티라이미 "하지만!"


인티라이미는 커다란 지팡이를 들고


인티라이미 "천상계에 자리잡은 마왕이여! 그 힘을 현현하라!!!"


거창한 주문을 외치며 지팡이로 리나의 머리를 후려갈겼다.


리나 "뭐, 뭐야?!"


과연 리나라도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 잠이 덜 깬 눈으로 어째선지 옆에 있던 인티라이미를 돌아보면,


리나 "뭐야 마법소녀인가."


신경쓰지 않고 다시 자려고 한다.


인티라이미 "마법소녀가 아니에요! 마녀에요!"


퍽퍽퍽퍽.


또 지팡이로 연타한다.


리나 "아파!? 그만해 인티!? 마녀! 마녀였네!"

인티라이미 "맞아요. 마녀에요."


과연 잠이나 자고 있을 때가 아닌 듯 하다.


리나가 마지못해 일어나 앉았다.


리나 "뭐야, 갑자기."

인티라이미 "그건 제가 할 말이에요."

인티라이미 "문이 잠겨 있지도 않고, 잉그리드 님의 패널이 서 있고."

인티라이미 "애초에 진정한 마계기사 리나 씨가 왜 이런 싸구려 여관을 빌린 건가요. 더 좋은 집에서 살 수 있을 텐데?"


계속 떠들어대는 인티라이미에 리나는 아직 졸린 듯이 눈을 비비면서,


리나 "후아아~~. 문을 잠궈도 자객은 찾아오고, 그때면 나도 금방 알아차려."

인티라이미 "제가 와도 쿨쿨 자고 있었잖아요."

리나 "살기가 없었으니까."

인티라이미 "이 잉그리드 님은?"

리나 "지난 번에 돌로레스에게 부탁해서 만들었어. 어때, 굉장하지?"

인티라이미 "뭐, 놀라긴 했어요."


리나 "잉그리드 님의 모습을 곁에 두고 늘 마계기사의 본보기로 삼고 있는 거야."

인티라이미 "이런 싸구려 숙소에서?"

리나 "난 원래 잡종 태생이라. 훌륭한 집에 있으면 옛날처럼 메이드 노릇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

리나 "이런 좁은 곳이 더 편해."

인티라이미 "편하기만 한 게 중요한 것이 아니거든요. 믿기지가 않네요. 아~아, 이렇게 더러운 방이라니."


편할 뿐인 좁은 방은 어질러져 있다.


테이블의 접시에는 어제 먹다 남은 것이 남아 있고, 옷도 아무렇게나 벗은 채로 있다.


잘 정리된 노마드 본부 내 그녀의 방과는 사뭇 다르다.

신경 쓰여서 견딜 수 없다.


인티라이미 "이것들 치울게요."


인티라이미가 청소를 시작하자 리나는 귀찮다는 듯,


리나 "앗, 그 돈가스 나중에 먹을 테니까 버리지 마."

인티라이미 "이미 굳었어요."

리나 "일부러 소스에 담가 하룻밤 놔둔 거야. 그것과 따뜻한 밥을 먹을 거야."

인티라이미 "맛있어요?"

리나 "맛있지. 옷도 그래. 내가 따로 치울게."

인티라이미 "그럼 치워주세요. 그리고 이 잉그리드 님, 방 한가운데서 좀 방해되는데요."

리나 "방해 같은 게 아니거든. 잉그리드 님의 모습은 그대로 둬. 그 자리가 제일 좋아."

인티라이미 "결국 아무것도 안 치우고 말 뿐이네요."


리나 "인티! 무슨 볼 일이 있어서 나를 찾아온 거 아니었어!?"

인티라이미 "앗, 그랬죠!"


인티라이미는 깜짝 놀라며,


인티라이미 "리나 씨, 극비정보가 입니다. 그래도 제게 들은 건 마계기사의 명예를 걸고 비밀로 해주세요."

리나 "뭐야, 난데없이. 그래, 알았어."


인티라이미의 진지한 표정에 리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인티라이미 "잉그리드 님의 암살 기도가 있습니다. 그것도 오늘입니다."

리나 "뭐뭐뭐뭐라고!? 그걸 왜 바로 말하지 않는 거야!"

리나 "그러고보니 지금, 잉그리드 님은 휴가로 혼자 뿐......그걸 노린 건가! 큰일이다!"


리나는 두 자루의 애도를 움켜쥐고 방을 뛰쳐나갔다.


람기(嵐騎)라는 이명에 걸맞는 엄청난 스피드였다.


그 기세로 방에 작은 바람이 일었고 잉그리드 패널이 덜컹거렸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그 패널을 인티라이미는 손으로 잡는다.


인티라이미 "......"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였다.




마계의 어느 지방.


그곳에 모르지아나의 궁전이 있다.



그녀는 지금부터 1만 년 이상 전, 브레인플레이어의 여왕이자 차원침략자인 일족과 결별, 얼마 안 되는 동지들을 거느리고 마계로 이주해 지금은 마계의 9귀족 중 한 명인 현명경으로까지 불리게 되었다.


그 모르지아나 곁에 한 여자가 찾아왔다.


모르지아나 "라그나로크 공. 이렇게 직접 만나는 건 오랜만이군."

라그나로크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모르지아나 님."



그녀는 라그나로크.


'서리의 오니신'이라고 불리는 고위귀족의 족장이며, 마계 마피아 '귀곡'의 우두머리이기도 하다.


라그나로크는 현명경을 지지하는 대간부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그녀의 부하라기보다, 각각의 목적을 위해서 협력하고 있는 동맹이라는 편이 정확했다.


모르지아나 "라그나로크 공이 왔다는 건 지상에 무슨 변화라도 있었나?"

라그나로크 "사령경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다는 네이스의 보고가 있었습니다."

모르지아나 "테우타테스라. 여전히 조용할 줄 모르는 남자로군."

라그나로크 "인간들과 손을 잡고 세운 책략으로, 요미하라의 판도가 크게 바뀔 수 있다고."

모르지아나 "첩의 밀정으로부터도 그런 보고를 받고 있다."

라그나로크 "그렇다면 어째서 방치하는 겁니까?"


느긋한 모르지아나의 태도에 라그나로크의 어조가 조금 높아졌다.


모르지아나 "라그나로크 공, 그대가 사령경을 싫어하는 건 알고 있고, 사령경의 야심을 방치할 생각도 없어."

모르지아나 "그러나, 지금 노마드의 힘이 약해진다면 좋은 일이야."

라그나로크 "노마드가 그 정도로 위험하다고?"

모르지아나 "에드윈 블랙도 그렇지만 첩은 노마드, 그리고 요미하라를 중심으로 한 마계와 인간계의 연결을 염려하고 있어."

모르지아나 "그건 첩이 바라는 마계의 안정에는 필요없는 것이지."

라그나로크 "말씀하신 대로지만......"

모르지아나 "노마드의 마족만이 아니야. 인간들도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모르지아나 "라그나로크 공도 알고 있겠지? 인간이 저 알사르를 쓰러뜨리고 테셀락을 파괴했다는 걸."

라그나로크 "그것은 모르지아나 님이 힘을 빌려주셨기 때문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간에게 그만한 힘이 있을리가 없어요."


어딘가 불만스러운 듯이 말하는 라그나로크에 모르지아나는 의외라는 듯이,


모르지아나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 첩보다 라그나로크 공이 인간의 강함을 더 잘 알고 있지 않나?"

라그나로크 "......"

모르지아나 "확실히 어느 정도 조력은 해줬지. 그러나 1만 년 동안 첩이 못 한 일을 해낸 건 인간이야."

모르지아나 "우연히 그 당사자와도 만났다. 과연─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인물이기는 했어. 덕분에 은신처 하나를 잃어지."

모르지아나 "만약 그 인간도 엮인다면 골탕 먹는 건 사령경일 거야. 될 수 있으면 마음껏 춤추게 해두지."

모르지아나 "그러므로 이 건에 참견할 필요는 없네. 알겠나, 라그나로크 공."


라그나로크 "......"


라그나로크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 표정은 변하지 않았으나 이것저것 생각을 하는 듯했다.


모르지아나 "불만인가?"

라그나로크 "아니요, 딸만 되찾을 수 있다면 인간계 따위 어떻게 되든 관심 없습니다."

모르지아나 "물론 그 건으로 라그나로크 공을 막을 생각은 없다. 인간계에 나가는 것도 마음대로 하게."

라그나로크 "송구스럽습니다."

모르지아나 "모처럼의 방문이지. 아스타로트한테 받은 와인이 있어. 한 잔 하겠나?"

라그나로크 "감사히 받들죠."


라그나로크는 웃는 얼굴로 대답한다.


하지만 그 속내는 1만 년 넘는 살아온 모르지아나도 엿볼 수 없었다.


***


요미하라 변경, 외연부.


그곳은 시가지보다 천장이 높은 거대한 동굴로 이루어져 있다.


지하에도 마계 유래의 식물들이 군생하며, 천장부에는 빛나는 이끼로 덮여 있어, 마치 밤하늘처럼 반짝이고 있다.


마계에 가까운 특이한 자연환경으로, 지상에서는 할 수 없는 다양한 농업이 행해지고 있다.

물론 인간계에선 모두 불법이다.


또한 마계 주민들에게는 본능적으로 안정되는 장소인 탓에 도심에 사는 부유층의 별장들도 있었다.


그런 마계다운 전원 풍경의 경관을 해치는 멋없는 무리가 있었다.


여기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인간.

그것도 무장한 미연의 병사들이다.


누구나 긴박한 모습으로 그녀를 찾고 있다.


잉그리드 "협정을 모르는 외지인 같은데......"


휴가 중인 마계기사 잉그리드는 정찰 중인 병사들이 지나치자 울창한 수풀에서 몸을 내밀었다.


잉그리드 "휴가 중인 나를 노렸다는 걸로 보아, 노마드의 정보가 적에게 고스란히 넘어간 것 같군."


이 요미하라 변경부에서는 적대 세력끼리도 싸우지 않는 협정이 맺어져 있다.


같은 협정은 지상의 현관문이기도 한 요미하라의 입구, 그리고 마계의 현관문인 마계의 문 주변에도 존재하고 있으며, 그 협정을 어기면 요미하라 전 세력이 적으로 돌아선다.


물론 아까 전의 그 병사들을 쓰러뜨리는 것은 간단하다. 다크 플레임 한 번 휘두르는 것으로 끝난다.


하지만 잉그리드를 노리는 적의 전모가 불분명하고, 이 영역에서 싸우는 것은 내키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 전 무리가 나타났을 때도 싸우지 않고 몸을 피했는데.


잉그리드 "그래서, 어떻게 한 거지......?"


문득 발밑의 고양이에게 말을 걸다.



오보 고양이 "오보."

잉그리드 "너, 혹시 나를 도운 거냐?"

오보 고양이 "오보."


언제부터인가 오보로 곁에 있는 고양이다. 주인과 달리 붙임성이 있다.


잉그리드가 단골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불쑥 나타나 따라오라는 눈치여서 변덕스레 따라가 보니, 그 직후 그녀를 찾고 있는 병사들이 나타나 습격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잉그리드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오보 고양이 "오보."


고양이는 또 이상한 소리로 울더니, 이후는 모른다는 느낌으로 좁은 덤불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과연 더 이상은 뒤를 쫓을 수 없다.


잉그리드 "훗, 어쩔 수 없군. 이대로 피하기로 할까?"


싸우더라도 이 지역을 나오고 나서다.


잉그리드는 행동을 개시했다.




비슷한 시각, 요미하라 입구


미연병 "크가아아악!!"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촉수가 미연 병사의 몸을 관통했다.


미연병 "사, 살려──꺽!"


목숨을 구걸하는 상대라 해도 가차없다.


다른 촉수가 순식간에 그 육체를 갈기갈기 찢는다.


끔찍한 소리를 내며 원래 인간이었던 살점이 튀었다.


부슉! 부샤아악!!

자슈우웃!! 비슈우웃!!


무수한 촉수가 붕붕 거릴 때마다 처절한 피분수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미연병

"히이이이잇!!"

"지, 지레네 님!!"

"갸아악!"


병사들은 무시무시한 그림자에 갈팡질팡하며, 하나둘 참살되어 갔다.


그 비참한 죽음은 조금 전 그들의 동료인 레저렉션이 노마드병을 죽였을 때의 그것과 비슷했다.


지레네 "괴물 자식!!!"


갑자기 나타난 그림자는 지레네에게 주어진 2개 소대를 헤집어 놓더니 마침내 그녀 앞에 다가왔다.


지레네 "먹어라 배틀 송!"


지레네는 필살의 차크람을 날렸다.


초경도 금속제 원반 4개는, 지레네가 발하는 고주파의 목소리에 반응해 초고속 회전하며 허공을 날아, 다이아몬드도 간단히 절단한다.


저 촉수 괴물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콰직!!


뻗어온 촉수에 의해 차크람은 4개 동시에 파괴되었고,


지레네 "뭣?!"


그대로 4개의 촉수가 지레네의 몸을 꿰뚫었다.


지레네 "컥!!"


사이보그 보디의 중추가 파괴되었다.


지레네는 패배했음을 깨달았다.


그림자가 다가온다.


레저렉션과 꼭 닮은 실루엣이다.


하지만 뭔가 다르다.


지레네 "......너......는......?"


희미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 지레네는 애써 적의 정체를 포착하려 했지만,


촤악!!


그마저도 이뤄지지 않고, 적의 돌려차기로 목이 떨어져 나갔다.


기괴한 소리를 내며 목이 떨어졌지만 그녀──사야NEO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사야NEO "이 앞이구나."


그 얼굴은 오차에서 오니 쌍둥이들과 놀고 있을 때와는 전혀 달리, 조금도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굉장히 진지한 듯, 더 말하자면 뭔가 초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야NEO "서두르자."


사야NEO는 요미하라로 들어선다.


그 뒤로는 미연병들의 시체 더미와 지레네의 목이 애처롭게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