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도시 요미하라.


최심부에 "마계의 문"이 있어, 인간계와 마계를 연결하는 창구인 그곳에서는 많은 어둠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사람이 모이면 조직이 생긴다. 마족과 인간이 뒤섞인 요미하라도 예외가 아니다.


마을에는 크고 작은 여러 조직이 존재하지만, 그 최대 세력이 흡혈귀 에드윈 블랙을 총수로 하는 노마드임은 부정의 여지가 없다.


얼마 전 그 노마드, 아니 요미하라 전역을 들썩이게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총수 블랙이 아닌 노마드 본부를 맡고 있는 마계기사 잉그리드가 대규모 암살부대에 노려진 것이다.


이전, 요미하라에 지하 원전을 만들려고 하여 주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미연 특무기관 G를 중심으로 한 부대로, 소문으로는 여기에 음마족과 레이스 등도 가세했던 모양이다.


그들은 요미하라 입구를 경비하던 노마드 병사를 전멸시켰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 사이에 부전협정이 맺어져 있는 변경 외연부에까지 침입해 왔다.


물론 최강의 마계기사로 유명한 잉그리드가 살해당할 리 만무하며, 휘하의 노마드 부대와 함께 암살부대를 격퇴했다.


그리고 노마드는 암살 계획의 전모를 알기 위한 대규모 조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요미하라 주민들은 하필 잉그리드를 노린 바보에게 어이가 없어 하면서도 조만간 노마드 뿐 아니라 요미하라 전체가 휘말리는 큰 싸움이 벌어지지 않겠느냐고 서로 소문을 내고 있었다.


잉그리드 "음......"


소문의 주인공 잉그리드는 노마드 본부 집무실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눈 앞에는 앞선 암살 계획에 대해 첩보부가 찾아준 보고서가 놓여 있다.


리나 "잉그리드 님, 리나입니다."

잉그리드 "들어와라."

리나 "실례합니다."



심복인 마계기사 리나가 매일 있는 순찰에서 돌아왔다.


어째선지 메이드 차림을 하고 있다.


리나 "순찰을 다녀왔지만, 오늘도 사건은 별로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리나 "그렇다고 해서 요미하라가 갑자기 평화로워졌다든가 하는 건 아니고."

리나 "역시 지난 사건 이후, 마을 전체가 술렁이는 것 같은 느낌으로 모두 공공연한 행동을 삼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잉그리드 "그렇겠지. 수고했다."

리나 "그건 암살 계획에 대한 첩보부 쪽 보고서입니까?"


책상 위에 펼쳐진 서류를 보고 리나가 묻는다.


잉그리드 "그래."

리나 "뭔가 알아내셨나요?"

잉그리드 "아니, 아직은 깊이 파헤치지 못했다."


잉그리드는 그렇게 서론을 하고 나서,


잉그리드 "습격한 놈들이 특무기관 G, 음마족, 사령경 휘하의 모임인 게 확인됐을 뿐이다."

리나 "싸울 때도 느꼈지만, 묘한 조합이네요."

잉그리드 "음. 놈들이 손 잡은 목적을 모르겠어. 그 경위도 말이야."

리나 "잉그리드 님을 암살해 노마드의 약화를 노리고 있는 게 아닐까요?"

잉그리드 "그것도 있겠지. 하지만 이번에 그토록 화려하게 나를 노리고 실패한 거다."

잉그리드 "녀석들, 특히 특무기관 G에게는 상당한 타격이었겠지."

잉그리드 "앞선 지하 원전 사건 이후, 놈들은 우리 노마드 뿐만 아니라 이 마을의 적이 된 셈이나 다름없으니까."

리나 "말씀대로입니다."

리나 "이번 일을 계기로 마을 차원에서 G를 토벌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매일의 순찰에서 마을의 분위기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 리나가 말했다.


잉그리드 "음. G놈들은 그런 리스크를 생각하지 않았나......"

리나 "수만 많으면 잉그리드 님을 쓰러뜨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음에 틀림없어요. 분수를 몰라도 정도가 있거늘!"

잉그리드 "그래."


직설적으로 분노하는 리나에게 잉그리드는 미소 짓는다.


잉그리드 "어쩌면, 내 목숨을 더 적극적으로 노린 자는 사령경일지도 몰라."

리나 "그 말씀은?"

잉그리드 "예전에 너도 놈의 자객에게 노려졌지? 마계기사이면서 마계의 연합에 속하지 않고, 9귀족을 따르지 않는다──란 거겠지."


잉그리드가 비웃듯 말하자 리나는 단호하게 단언한다.


리나 "그렇다면 잉그리드 님처럼, 이제 저도 부끄러울 것 없습니다. 반대로 쓰러뜨려주도록 하죠."

리나 "다만, 그걸 위해 사령경이 특무기관 G나 음마족과 손을 잡을까요?"

잉그리드 "확실히 그게 부자연스럽다."

잉그리드 "사령경에게 접촉한 것이 특무기관 G 쪽이라면, 요미하라 주민들에 대한 견제"

잉그리드 "혹은 노마드를 대신해 요미하라를 지배하기 위한 상징으로서."

잉그리드 "마계의 9귀족 중 하나인 사령경을 동료로 끌어들였을지도 몰라. 그렇다면──."


잠깐 침묵을 두고 계속을 재촉하자 리나가 그 앞을 말했다.


리나 "그건 역효과네요."


잉그리드는 고개를 끄덕인다.


잉그리드 "마계에 있는 놈의 영지에서라면 몰라도, 망자를 조종하는 사령경이나 그 휘하의 레이스를 싫어하는 요미하라의 주민들은 많다."

잉그리드 "더욱더 마을을 적으로 돌릴 뿐이지."

리나 "그보다 더 이해 안 가는 게 음마족들이네요."


리나는 고개를 갸웃한다. 그건 잉그리드도 동감이다.


잉그리드 "기본적으로 향락적인 성격의 음마족이 다른 조직, 특히 선대 음마왕과 적대하던 사령경과 손을 잡는 것 역시 부자연스럽다."

리나 "죽은 음마왕 후계자를 둘러싼 내홍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리나 "그것도 제가 아는 음마족은 아무래도 좋다는 느낌이었는데."

잉그리드 "보고서에 의하면, 이슈타르와 암브로스 사이에 화해가 성립했다고 한다."

리나 "어이쿠! 후계자가 정해졌을까요?"

잉그리드 "글쎄.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어쩐지 납득이 안 가는군."

리나 "으으음~~~~~."


리나는 신음하기 시작한다.


아까까지의 잉그리드와 똑같다. 하지만 지금의 적은 정보로 생각해도 결론은 나지 않는다.


잉그리드 "놈들에 관해선 향후 더 조사할 필요가 있고, 그 전에 한 가지 말해둘 것이 있다. 아직 다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거다."

리나 "뭔가요?"

잉그리드 "노마드의 누군가가 놈들을 요미하라로 끌어들인 흔적이 있다."

리나 "......!"


리나의 얼굴이 긴장된다.


잉그리드 "그렇지 않으면 마을 입구의 수비대가 그토록 간단히 전멸하지는 않았을 테지."

리나 "예전에 말씀하셨던 노마드의 배신자네요."


그 존재에 대해서는 이전에 블랙 본인으로부터 들었다.


그 뒤에 있는 자는 아마 사령경일 거라고도.


잉그리드 "음......증거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지만."

잉그리드 "거꾸로 말하면, 아무런 증거를 남기지 않은 채,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자가 있다면 누구라고 생각하지?"


리나는 잠시 입을 다물고 심히 말하기 어려운 듯 대답했다.


리나 "퓌르스트 님과, 오보로 님이려나요......"

잉그리드 "나도 같은 의견이다. 아니면 둘 다일지도 몰라."


그러자 리나는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으로,


리나 "하지만 잉그리드 님."

리나 "항상 뭔가를 꾸미고 있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를 퓌르스트 님은 어쨌든"

리나 "오보로 님은 자신의 출신지인 슬럼을 무척 아끼며 돌보고 계십니다."

리나 "노마드 주최 행사에도 사실 열심이시고."

리나 "잉그리드 님을 암살해 요미하라 전체를 위기에 빠뜨리는 짓은 안 하실 텐데요......"


잉그리드 "확실히. 근래의 오보로는 예전 같지 않다."

잉그리드 "너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저번에 습격당했을 때도."

잉그리드 "오보로 본인은 아니지만 녀석이 키우는 고양이가 나를 도와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리나 "그렇다면 오보로 님의 짓이 아닙니다. 애초에 암살계획을 제게 알려준 것도 오보로 님 휘하의 마법소녀 인티였어요."

잉그리드 "그것도 묘한 얘기로군. 도대체 어디서 계획을 들은 거지?"

잉그리드 "오보로는 놈들의 계획에 한몫 끼었는데, 거기서 내가 죽으면 향후 성가셔질 수 있어."

잉그리드 "인티라이미를 통해 계획을 몰래 너에게 알려줬을 수도 있다. 실제로, 그 덕에 나도 살아났지."

리나 "아니, 제 힘 같은 건......"


리나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잉그리드의 심복으로서, 그리고 노마드의 마계기사로서 머리로는 오보로를 의심하면서도 마음으로는 의심하고 싶지 않다는 모습이다.


예전에 세르비아 로자마리가 사령경 휘하의 와이트에게 습격당했을 때, 오보로가 도와준 적 있다고 한다.


그 오보로가 잉그리드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잉그리드도 오보로를 배신자라고 단언하지 않았다.


반면, 퓌르스트는 리나도 옹호할 마음이 없는 것 같다.


잉그리드도 퓌르스트는 배신하고 있다고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사령경이 어떻게 나올지 알아보기 위해 일부러 방치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 탓에 수비대를 잃게 된 것은 잉그리드의 실책이긴 했지만.


잉그리드 "뭐 좋아. 배신자가 누구든 슬슬 꼬리를 내밀 것이다."

잉그리드 "저런 알기 쉬운 암살부대를 끌어들여놓고 내 암살에 실패했으니 말이야."

잉그리드 "지금쯤 배신한 게 발각될까 봐 전전긍긍 하고 있을 거야."

리나 "특무기관 G, 음마족, 사령경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잉그리드 "당분간 얌전히 있을 것이다. 그만큼의 수를 금방 다시 준비할 수 없을 테니."

잉그리드 "자객이 몇 명 정도 올지 모르지만, 그건 늘상 있는 일. 하나하나 신경써도 소용없다."

리나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한 가지, 잉그리드 님께 제안이 있습니다."


확 마음을 바꾼 듯 리나가 환하게 말했다.


잉그리드 "뭐지?"

리나 "그 바보들 때문에 잉그리드 님은 모처럼의 휴가를 망쳤죠."

리나 "그러니 다시 휴가를 내는 건 어떨까요?"


확실히 휴가에 들어가자마자 습격당해, 그대로 본부로 돌아왔다.


잉그리드 "아니, 별로 그럴 필요는 없는데......"

리나 "아뇨! 휴가는 중요합니다. 매우 중요합니다."

리나 "잉그리드 님, 꼭 다시 휴가를 내세요!"

리나 "그리고 푹 쉬어주세요! 이것은 저 뿐만 아니라 모두의 바람입니다!"


꾹꾹 권해 온다. 어쩐지 거절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잉그리드 "그, 그런가......그렇다면 응석을 부리도록 할까......"

리나 "감사합니다!"


리나는 방긋 웃었다.


잉그리드 "그런데 말이다,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그 꼴은 뭐지?"

리나 "메이드에요"

잉그리드 "그건 보면 안다. 어째서 메이드복 차림인 거냐?

리나 "잉그리드 님도 알다시피, 저는 원래 로자마리 가문에서 세르비아 아가씨를 섬겼습니다."

리나 "그리고, 그 만찬회 밤에 잉그리드 님을 접해, 마계기사에 뜻을 품고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리나 "즉 메이드복은 저에게 있어 시작의 옷."

리나 "잉그리드 님의 목숨이 노려진 지금, 그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할 생각으로 일부러 메이드복을 입어 보았습니다"


리나는 자랑스럽게 가슴을 폈다.


그 생각은 조금도 모르겠고, 그 만찬회의 밤, 리나가 입고 있던 것은 메이드복이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잉그리드 "아──, 그런 건가. 휴가 내내, 메이드로 내 곁에 있을 거라고......"

리나 "어? 그게 좋으신가요? 그렇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잉그리드 "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 그렇다기보다는 너에게는 나를 대신해 이곳을 맡기겠다."

잉그리드 "메이드든 뭐든 상관없지만 부탁하마, 리나."

리나 "네!"




그리고, 다음날.


다시 휴가를 시작하게 된 잉그리드였지만 원래 잘 쉬어본 적이 없다.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나, 조금 천천히 아침식사를 하자 벌써 예정이 없어졌다.


딱히 가고 싶은 곳도, 하고 싶은 것도 없어서, 무심히 본부로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잉그리드 "......"


본부 어둠의 궁전 입구에는 물론 문지기들이 서 있다.


지난 사건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잡담도 하지 않은 채 감시를 맡고 있다.


오늘부터 쉬는 잉그리드가 나타나자 이들은 바짝 긴장했다.


문지기 "잉그리드 님!"

문지기 "오늘부터 휴가를 다시 시작한다고 들었는데 또 위급한 상황입니까?"

문지기 "적은 어디에? 누구인가요!?"


할 일이 없어 한가해서 왔다고는 할 수 없어,


잉그리드 "아, 아니, 본부에 두고 온 물건이 있어서. 모두 수고해라."

문지기 """옛!"""


멋들어지게 경례를 하는 문지기들 옆을 잉그리드는 사삭 빠져나갔다.


우선 집무실로 향한다.


오늘은 거기서 리나가 잉그리드를 대신하고 있을 것이다.


아까처럼 신경 써줘도 곤란하기에 문을 조금 열고 들여다보면,


리나 "으음......이 서류의 양은 대체......"


평소 잉그리드가 있는 책상에서 리나가 서류 더미와 씨름하고 있었다.


노마드 본부를 맡는 사람으로서 잉그리드에게는 그러한 사무일도 있다.


주로 작전이나 예산 점검 등이지만 대리인 리나는 무척 고생하는 모습이다.


리나 "잉그리드 님은 항상 이런 것들의 상대도 하시는 건가."

사무의 마족 "맞아요. 차근차근 처리해 나가죠."

사무의 마족 "애초에 이 서류 대부분은 얼마 전 잉그리드 님을 구출하기 위해."

사무의 마족 "리나 님이 힘껏 모은 병사들에 관한 것이니까요."

리나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잉그리드 님도 승낙해 주셨는데."

사무의 마족 "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류는 별도입니다. 자, 이것도 받아주세요."

리나 "와앗, 또 늘었다."


사무의 마족이 서류 뭉치를 쿵 내려놓자 리나는 비명을 질렀다.


리나 "지금 하고 있는 이게 끝나면, 잠깐 요미하라 순찰 다녀와도 될까?"

사무의 마족 "리나 님, 잉그리드 님이 휴가에서 돌아왔을 때"

사무의 마족 "귀찮은 서류들이 다 정리되어 있다면, 정말 기뻐하실 겁니다."

리나 "그것도 그렇군......으음, 알았어. 조금만 더 노력해 보겠다."

사무의 마족 "잘 부탁드립니다."


잉그리드 (잘 하고 있는 것 같군......)


사실 잉그리드도 서류를 모으는 편이라 어쩐지 들어가기 힘들다.


잉그리드 (미안하다, 리나)


잉그리드는 마음 속으로 사과하며 집무실을 떠났다.




회의실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또 몰래 안을 살펴보니 엘레나가 신참 마술사에게 강의를 하고 있었다.



엘레나 "이렇게 한 마디로 수면 마법이라고 해도, 그 목적에 따라 효과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엘레나 "구체적으로는 잠의 깊이와 시간 등을 말이죠."

엘레나 "예를 들어, 전투 시에는 가능한 한 즉시 효과가 있는 것이 좋습니다."

엘레나 "병사 분들의 서포트라면 극단적으로 말해, 순간 꾸벅거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때 빠르게 쓰러뜨려 줄 테니까요."

엘레나 "반대로 자신 혼자일 때는 확실히 효과가 있는 강한 수면 마법을, 그것도 가장 빨리 사용해야 합니다."

엘레나 "만약 실패하면 이쪽이 영원한 잠에 빠져버릴지도 모르구요."


엘레나의 농담 섞인 강의에 신참 마술사들이 웃고 있었다.


잉그리드 (유창한걸......)


평소, 쭈뼛쭈뼛거리는 엘레나와는 다른 사람인 것 같다.


엘레나 "그럼 앞으로 제가 겪어온 싸움에서 어떤 식으로 수면 마법을──아"


눈이 마주쳤다.


엘레나 "에......저어 그러니까......제가 실제로 사용한......마법을 말이죠......그......설명할까 하고......"


순간 허둥대기 시작한다.


궁전에 없을 터인 잉그리드가 있었고, 게다가 강의를 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자 머리가 하얗게 질린 모양이다.


신참 마술사들도 잉그리드를 알아보고 술렁이기 시작한다.


신참 마술사

"잉그리드 님?"

"오늘은 쉬는 날 아니셨나?"

"또 무슨 일이라도?"


엘레나 "아, 저기......잉그리드 님......뭔가? ㄸ, 또 비상사태인가요?"


엘레나가 불안한 듯 물었다.


잉그리드 "아, 아니 잠깐 얼굴을 내밀었을 뿐이다. 딱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나는 휴가 중이다. 방해해서 미안했구나. 계속해다오."


잉그리드는 허둥지둥 회의실을 나섰다.




잉그리드 "검술 연습이나 할까......"


이번에는 연무장으로 발길을 돌리자 그곳에도 선객이 있었다.


노마드병 "테야아아아아앗!"

용병 "우아아아아아앗!"


수많은 기합성과 함께, 사람과 사람, 검과 검이 격렬하게 부딪치며 땅울림처럼 울리고 있다.


노마드 직속 병사들과 요미하라에서 불린 용병대가 합동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일 때문인지 어느 때보다 공들인 훈련이다.


잉그리드 "너희들, 먼저 하고 있었나."


겨우 있을 곳을 찾았다며 나서자 모두들 긴장한 표정으로 달려온다.


노마드병

"잉그리드 님!!

"오늘은 쉬는 날 아니었습니까!?"

"출격인가요?"


용병

"또 G 놈들이 왔나?"

"시발, 얕보고 자빠졌어!!"

"요미하라의 무서움을 알려주마!"


모두 혈기왕성하다. 그건 고맙지만, 지금은 묘하게 어색하다.


잉그리드 "아니,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난 휴가라 잠깐 얼굴을 내밀었을 뿐이야. 잘 훈련하고 있는 것 같군."

노마드병 "다음에 놈들이 덮쳐올 때에는 잉그리드 님을 번거롭게 하지 않고 저희가 격퇴해 보이겠습니다."

용병 "우리 용병대도 잊지 말라고! 놈들은 요미하라의 적이다. 이제 봐주지 않는다고!"

잉그리드 "음, 기대하마. 그래서, 괜찮다면 나도 훈련을 도와줄까?"


이제야 할 일이 생긴 기분으로, 그들에게 말해 보았는데


노마드병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잉그리드 님의 소중한 휴가를 방해할 수는 없습니다."

용병 "아아, 그렇지. 쉴 때는 잘 쉬어야 싸울 수 있으니까."

잉그리드 "그, 그렇군......"

노마드병 "만약 허락해주신다면, 휴가를 마치고 다시 태어난 저희들을 봐주세요!"

잉그리드 "응......그럼 기대하고 있으마."

용병 "그럼 잉그리드 님, 휴가 잘 보내세요!"

노마드병 & 용병 ""휴가 잘 보내세요!""


거기에 있던 전원이 말해,


잉그리드 "고맙다."


잉그리드는 다시 나갈 수 밖에 없었다.


잉그리드 "아무래도 있을 곳이 없는 것 같군......"


한숨을 내쉬며 연무장 대기실을 들여다본다.


잉그리드 (오야......)


본부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이 있었다.


알렉트라, 이스카, 제시카 팔파 등 3명이다.


모두 노마드에서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존재로 알려져 있다.



알렉트라는 잠입, 정보수집, 정보조작에 뛰어났지만 일부러 적에게 붙잡혀 혼쭐이 나야만, 그 굴욕으로 힘을 발휘하는 능력 탓에 주위에서는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본인도 몰락한 귀족 출신이라 그런지 야심을 너무 드러나는 경향이 있어, 주변은 모두 출세의 적으로 여기는 느낌이 있다.



이스카는 전직 대마인이다.


그것도 임무 도중 탈주해 노마드에 들어왔다는 경위 탓에 다음은 노마드를 배신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잉그리드도 그 의심을 떨쳐내지 못하고 지금도 임무 중에는 감시를 하고 있다.



제시카는 밤나비족 여자다.


마계의 숲에 사는 잔학한 종족으로 그 아름다운 날개에서 강한 독의 인분을 뿜어낸다.


우여곡절이 있어 지금은 노마드에 있지만 역시 자진해서 남들과 어울리려 하지 않는다.


잉그리드(그런 셋이 함께 있다니 놀랍군)


라고 생각했었지만, 단지 같은 방에 있을 뿐, 이야기하는 모습은 없다.


사람과 접촉하지 않는 동지끼리, 서로를 없는 것 취급하고 있다.


잉그리드 "너희는 훈련에 참가하지 않는 건가?"


잉그리드가 말을 걸자 역시 세 사람 모두 그녀를 돌아 보았지만


알렉트라 "잉그리드 님, 제가 어떻게 힘을 발휘하는지 아시죠?"

알렉트라 "겨우 훈련에서 저런 녀석들 상대로 상처를 입지는 않을 겁니다."

이스카 "내가 노마드의 강화개조로 얻은 것은, 접촉으로 상대방을 흡수하고, 그 인물의 지식과 정보를 얻는 능력."

이스카 "아무도 나와 훈련할 생각은 없어."

제시카 "나는 훈련은 상관없지만, 내 인분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동료들에게는 신경을 쓰고 있어."


가지각색의 대답이 왔으나 모두 쌀쌀맞다는 공통점이 있다.


알렉트라 "잉그리드 님, 아직도 뭔가? 무슨 새로운 임무라도?"

잉그리드 "아니, 나는 휴가 중이다. 잠깐 얼굴을 내밀었을 뿐이다."

알렉트라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이스카 "나도"

제시카 "나도 갈게. 그럼 잉그리드 님. 나중에 또."

잉그리드 "음......"


좀 더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세 사람 모두 나가 버렸다.


이곳에도 있을 수 없는 것 같다.


잉그리드는 어쩔 수 없이 같은 대간부 루리에게로 갔다.


루리는 마계의 문을 감시하기 위해 그 옆에 있는 방에 항상 있다.


별로 갈 일은 없지만, 노마도 본부에서도 직통로가 뻗어 있었다.



루리 "여어, 잉그리드. 환영하지."


이제야 제대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한 잉그리드였지만,


잉그리드 "루리, 최근 이 주변에는──."

루리 "음......지금 이 책의 좋은 장면이 나왔다. 잠깐만 기다려 줘."


.........


잉그리드 "슬슬 괜찮나......?"

루리 "음, 조금만 더. 아, 거기 책은 읽어도 돼."


.........


잉그리드 "어이 루리."

루리 "응......응......"


.........

   

잉그리드 "듣고 있는 건가?"

루리 "......"


처음에 환영인사를 한 후, 루리는 책에서 눈을 떼지 않았고, 이윽고 말을 걸어도 반응하지 않게 되었다.


잉그리드 "실례했다."


잉그리드가 나가려 해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


......


유리 "기다리게 했네, 잉그리드. 어? 와 있었던 것 같은데 기분 탓이었나?"


재차 다음 권을 읽기 시작하는 유리였다.




잉그리드 "에이잇, 그 책벌레 녀석은......"


잉그리드는 본부 밖에서 멍하니 있었다.


오늘은 어디에도 있을 곳이 없을 것 같다.


자, 어떻게 하지.


잉그리드 "그렇지. 리나 대신 오늘은 내가 마을 순찰을 해봐야겠군. 응, 그게 좋겠어."


갑자기 그렇게 생각하며 순찰을 시작한 잉그리드였지만


요미하라 주민 "어이 저거"

요미하라 주민 "마계기사 잉그리드다

요미하라 주민 "혼자서 무슨 일이지?"

요미하라 주민 "표정이 묘한데."

요미하라 주민 "지난 번 암살사건 때문인가"

요미하라 주민 "그게 틀림없어. 누군가를 들이받으러 가는 건가?"

요미하라 주민 "큰일이 날 것 같아."


주민들이 잉그리드를 보고는 소곤소곤 이야기하고 있다.


그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그녀와 눈이 마주치지 않게 고개를 숙이기도 하고, 애써 웃기도 한다.


잉그리드 "뭔가 묘하군. 어디 이상한 곳이라도 있나?"


잉그리드가 멈춰 서서 복장 체크 등을 하고 있으면



알폰스 "아──, 잉그리드 님, 잠깐 괜찮을까?"


요미하라 용병들의 얼굴 마담이 묘하게 어색해 하며 다가왔다.


잉그리드 "알폰스냐. 무슨 용건이지?"

알폰스 "용건까지는 아니고. 최강의 마계기사가 요즘 같은 시기에 마을을 혼자 걸어 다니길래 무슨 일인가 궁금해서."

알폰스 "혹시 그건가? 잉그리드 님을 노린 암살 주모자를 지금부터 때려죽이러 간다거나 그런──."

잉그리드 "아니, 단순히 순찰이다."

알폰스 "순찰?"


역전의 용병의 목소리가 뒤집힌다 낸다.


잉그리드 "오늘은 내가 리나를 대신한다. 그래서 무슨 일이지?"

알폰스 "아──, 그게 말이야."


알폰스는 난처한 표정으로 상처가 있는 뺨을 긁적거리며,


알폰스 "잉그리드 님이 직접 우리 마을을 둘러보겠다는 마음은 기쁜데. 가능하면 그만두지 않을래?"

잉그리드 "어째서지? 리나가 항상 하고 있을 텐데."

알폰스 "리나는 그게 일상이니까. 다들 이제 익숙해졌어."

알폰스 "하지만 잉그리드 님이 되면 이야기는 별개다. 이놈저놈 다 무슨 일인가 하고 겁에 질려 있어. 솔직히 나도 마을이 위험해졌나 싶어 초조할 정도야."


그 말을 듣고 주위를 둘러보니 확실히 모두 전전긍긍하고 있다.


잉그리드 "그런가......모두를 불안하게 만들었다니. 익숙치 않은 일은 하는 게 아니군."

알폰스 "모처럼의 배려에 미안하지만. 그 말이 맞아."

잉그리드 "아니, 잘 가르쳐줬다."


아무래도 순찰도 안 될 것 같다.




돌로레스 "그렇게 어디에도 있을 곳이 없어, 풀 죽어서 돌아온 거야?"

잉그리드 "딱히 풀 죽은 건 아니다. 집에서 한가롭게 휴가를 보내려 했을 뿐."

돌로레스 "웨히히. 최강의 마계기사가 섭섭해 하다니. 언니 웃겨."

잉그리드 "......"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온 잉그리드는 오늘도 자신의 방에서 즐거워하는 돌로레스에게 그런 말을 듣고 망연자실했다.


요즘은 조금 밖에 나가게 되었으나, 게임이다 인터넷이다라며 다시 방에 틀어박혀 있다.


딱히 놀고만 있는 건 아니고 노마드의 임무도 하달하거나 하고 있지만, 그것도 방에서 공작하는 것으로 끝내 버린다.


게다가 점점 실력이 늘고 있다. 도움이 되지만 난처했다.


잉그리드 "어느새 방 안이 변했군"


책상, 의자, 침대 등이 모두 새로워졌고 관엽식물 등도 놓여 전체적으로 깔끔하다.


돌로레스 "ㅇ, 알겠아? 이, 이건 Y-kazeX짱이랑 똑같이 한 거야."

돌로레스 "ㅇ, 이번에 약간의 인연으로 사인 색지를 받아서 방도 같은 느낌으로 해봤어, 웨히히."


돌로레스는 자랑스럽게 웃었다.


잉그리드 "누구냐 그건?"

돌로레스 "모르는 거야!?"

돌로레스 "그녀야말로 FPS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헤드샷률 98%의 초시공 슈팅스타!"

돌로레스 "Y-kazeX짱입니다!"

잉그리드 "잘 모르겠지만 게이머인가."

돌로레스 "그래그래."


돌로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게임은 아까부터 계속하고 있다.


돌로레스 "그런데 언니, 설마 휴가 동안 계속 집에서 가만히 있을 거야?"

잉그리드 "계속 집에 있을 생각은 없지만......"


말끝을 흐리는 잉그리드에 돌로레스는 의미심장하게 웃고,


돌로레스 "그, 그럼 웨히히. 좀 멋이라도 부리고 블랙 님이랑 데이트라도 해보는 건 어때?"

잉그리드 "바, 바보야! 그런 짓을 할 수 있을까 보냐!!"

잉그리드 "블랙 님에게 데이트 신청이라는 등! 그런 황송한 일을!"

돌로레스 "에─, 괜찮잖아. 언니라면 무조건 OK 할 거라고 블랙 님. 평소처럼 멋있는 블랙 님도 좋지만."

돌로레스 "어라어라, 그 쇼타 캐릭터 쿠로토 님 모습이 되어서 데이트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지? 웨히히."

잉그리드 "뭐......"


잉그리드 (쿠로토 님의 모습으로 데이트?)


저도 모르게 상상하고 만다.


쿠로토 님과 단 둘이.


지난번 요미하라 변경부 같은 곳을 나란히 걷는다.


그것은 가슴이 벅차오르는──.


잉그리드 "핫."


하고 정신을 차리자 돌로레스가 히죽거렸다.


돌로레스 "왜? 상상했어? 어떤 장면? 키스신 같은 거? ㅈ, 좀 더 어덜틱한 거?"

잉그리드 "적당히 해라! 돌로레스!"

돌로레스 "아, 언니 쑥스러워하는 거야. 최강의 마계기사, 사실 연애초보."

잉그리드 "~~~~~~~!"


뜻밖에도 얼굴이 빨개져 간다.


잉그리드 "ㄴ, 너야말로 이런 방에 틀어박혀 게임만 하지 말고 조금은 밖으로 나가는 게 어때!"

잉그리드 "그래, 내가 어디든 데려다 주겠다. 가고 싶은 곳을 말해, 지금 당장!"

돌로레스 "왜? 쑥스러워!? 웨히히. 그런 가고 싶은 곳 같은 건──아, 없지는 않나?"


갑자기 생각난 듯 말한다.


잉그리드 "어디지?"

돌로레스 "여기, 여기에 갈까?"


돌로레스는 말하면서 계속 이어가던 게임 화면을 가리켰다.


잉그리드 "돌로레스, 너......"


드디어 그 지경에 이르렀나 싶어 깜짝 놀랐지만,


돌로레스 "그, 그런 썰렁한 눈빛은 그만둬. 게임의 세계에 가고 싶다든가 하는 것이 아니야. 그야 갈 수 있다면 가고 싶지만."

돌로레스 "여기 이 레이스 게임의 모델이 되어 있는 도쿄킹덤의 '어둠의 서킷'에 한 번 가보고 싶어."

잉그리드 "도쿄킹덤인가. 알았다."

돌로레스 "진짜? 앗싸. 그럼 오랜만의 외출이니 멋 좀 부려볼까, 웨히히."


속옷에 셔츠만 걸친 허술한 차림을 하고 있던 돌로레스는 게임을 그만두고 일어섰다.



돌로레스 "짜잔. ㅍ, 평소와 마찬가지지만."


하면서, 그것을 마음에 들어하는 건, 잉그리드도 잘 알고 있다.


잉그리드 "잘 어울린다. 그럼 갈까?"


방을 나가려 하자, 돌로레스는 기가 막힌 듯


돌로레스 "ㅈ, 잠깐만 기다려. 언니, 아무리 그래도 그 마계기사 스타일은 아니지."

잉그리드 "그런가?"

돌로레스 "그, 그래. 그런 건 잉그리드가 여기 있다고 간판 달고 다니는 격인걸."

돌로레스 "그러니까 얼마 전에도 암살부대에 곧장 발견된 거야."

잉그리드 "하지만 외출복은 없고. 예전에 부하들에게 받은 정월 나들이옷 정도 밖에......"

돌로레스 "더 튄다고!"

잉그리드 "그렇겠지."

돌로레스 "ㅇ, 언니, 어쩔 수 없네."


돌로레스는 싱글벙글 웃는다.


돌로레스 "이런 일이 생길까 봐, 이미지 체인지용 옷을 준비해 두었으니까, 그거 입고 가자."

잉그리드 "왜 그런 걸......"

돌로레스 "됐으니까 입어 봐."



잉그리드 "음......"

돌로레스 "오오! ㄴ, 내가 생각해도 이건......민완비서 풍 언니, ㅈ, 진짜 에로해, 꿀꺽"


이미지 체인지라고 하길래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 싶었지만 평범한 슈트였다.


평소보다 피부의 노출도 딱 들어맞는 인상이다.


잉그리드 "확실히 이런 차림은 해본 적이 없었군. 조금 인간 흉내내는 것 같기도 한데."


지금껏 본 적 없는 자신의 모습에 거울을 들여다본다.


사이즈도 딱 맞아 움직이기 편하다. 나쁘지 않았다.


돌로레스에게는 바니걸 의상을 준비받기도 했는데 이런 센스가 있을지는 몰랐다.


돌로레스 "ㅇ, 역시 언니, 나하고 놀러가는 게 아니라, 그 차림으로 블랙 님의 방에 가는 게 어때?"

돌로레스 "블랙 님이 뭐라고 말하실지 듣고 싶지 않아? 『잉그리드, 잘 어울리는군』이라고 할까?"

잉그리드 "뭣!? 그, 그럴 리가 없잖아!"


또 상상할 뻔한 걸 꾹 참는다.


돌로레스 "웨히히. 언니 진짜 귀여워. 일단 사진사진."

잉그리드 "찍지 마!"


최강의 마계기사란 이름도 엉망이다.


어쨌든 멋을 부린 두 사람은 도쿄킹덤으로 출발한 것이었다.




도쿄만 상에 떠 있는 폐기도시 그것이 '도쿄킹덤'이다.


과거 그곳에는 '도쿄킹덤 서킷'이라 불리는 레이싱 코스가 있었다.


차세대 일본 모터 스포츠 팬들의 성지로 여겨졌지만 도쿄킹덤 폐기에 따라 서킷도 폐쇄.


그 남은 시설을 사용해 지금은 불법 개조차를 이용한 비공식 레이스가 진행되고 있다.


그것이 도쿄킹덤의 '어둠의 서킷'이다.


오늘 밤의 레이스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법률이나 안전성 등은 아예 무시한 개조차가 엄청난 속도로 빠져나간다.


고출력 개조차를 몰면서 목숨을 거는 레이서들이지만, 여기서는 그걸 보는 것도 목숨을 건다.


관객을 휘말리게 하는 코스 아웃이나 크래시는 당연하다.


그 잔해는 장애물로서 서킷에 남겨져 레이스의 양상을 시시각각 변화시켜 간다.


결과는 모두 도박 대상으로, 순위가 바뀔 때마다 환호성, 혹은 노호가 터져, 화려한 연쇄 추돌 크러시 하나라도 터지면 서킷 전체가 떨릴 정도의 소동이 벌어진다.


그런 어둠의 서킷 VIP석에 잉그리드와 돌로레스의 모습이 있었다.



세나 "잉그리드 님, 돌로레스 님, 여기, 음료입니다."


레이싱 걸 겸 그리드 걸, 오늘 밤은 두 사람의 접대역 세나가 음료를 내밀었다.


잉그리드 "고맙다."

돌로레스 "웨히히."


단순히 손님으로 온 두 사람이지만, 최강의 마계기사 잉그리드.


민완비서 풍의 이미지 체인지복을 입고 있든 말든, 그 마력의 크기로 서킷 주인이 곧바로 눈치채 VIP석으로 안내하고, 접대역으로 세나까지 달아주고 있었다.


돌로레스 "어, 언니 덕분에 이런 좋은 자리, 잡을 수 있었네."

잉그리드 "이걸 목적으로 나랑 온 건가."


따끈따끈한 얼굴의 돌로레스에게 잉그리드는 다소 어이가 없어 했지만 집에 틀어박혀만 있는 돌로레스가 밖으로 나가는 것은 좋은 일이다.


돌로레스 "위이이이이이이!! ㅊ, 초 격렬한 코너링 작렬! 가, 가라!"


지금도 사람이 변한 듯 큰 소리로 성원을 보내고 있다.


잉그리드 (그만큼 즐겨준다면야. 가족 서비스를 위한 휴가도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자, 접대역의 세나가 말을 걸어 왔다.


세나 "저희 레이스는 처음 보시나요?'

잉그리드 "아, 돌로레스에게 부탁받아서 말이야. 그 들러리다."

잉그리드 "여기를 모델로 한 게임이 있다든가 해서, 한 번 진품을 보고 싶었다고 한다. 역시 진짜는 박력이 다르군."

세나 "감사합니다. 레이서 분들과 응원하는 손님들과 이 일체감은 서킷만의 특별함이니까요."


세나가 그렇게 말한 직후 무슨 일이 벌어진 듯 서킷이 왈칵 끓었다.


돌로레스 "효오오오오오옷!!"


돌로레스도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붕붕 휘두르고 있다.


잉그리드 "일체감인가, 확실히 그렇군."

세나 "예!"


세나는 자랑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잉그리드 "너는 몽마인가. 그게 레이싱 걸이라니 의외군."

세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시네요. 저는 몽마라도 낙오자라서요."

세나 "인간계에 와서 한동안은 같은 낙오자와 뭐, 이런저런 일을 했었는데"

세나 "역시 너무 많이 저질러버린 탓에 여기 주인한테 잡혀버려서."

세나 "이제 안돼, 이걸로 끝이구나ㅡ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주인이 저보고 여기의 접대부가 되어보는 건 어떻냐고 하길래"

잉그리드 "호오."


세나 "그걸 거절하면 노예나 실험동물행이라 처음에는 마지못해 시작했는데, 어느새 레이스가 좋아졌어요."

잉그리드 "오너는 보는 눈이 있었나 보군."

세나 "네, 정말로. 몽마의 힘을 쓰는 것보다 더 좋은 것 같아요."

세나 "주인한테도 허락 없이 몽마의 힘을 쓰지 말라고 들었고."

잉그리드 "어째서지?"

세나 "여기는 정신 에너지가 넘치기 때문에, 몽마의 힘을 쓰면 제가 이기게 하고 싶은 사람에게 힘을 주거나 하는 게 훨씬 쉽기 때문에, 에헤헤."

잉그리드 "하하하. 그건 들키면 노예나 실험동물로도 미안하겠군."

세나 "그렇죠. 저도 그런 식으로 힘을 써서 레이스를 더럽히고 싶지 않고요."

잉그리드 "음."


즐겁게 담소를 나누는 잉그리드와 세나에, 돌로레스는 따끈따끈한 기분이 들었다.


돌로레스 "ㅇ, 언니도 즐기는 것 같아. 웨히히, 다행이다. 그럼 나도 다른 즐거움을......"


등의 핑계를 대면서 특기인 해킹으로 서킷의 카메라를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돌로레스 "오훗! ㅈ, 저기 있는 건!?"




큐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옹!!


나 "오오오오오오!!

우에하라 시카노스케 "쩔어어어어어!!"


눈앞을 내달리는 몬스터 머신.


배에 찡하고 울리는 엔진의 폭음.


역시 게임과는 다르다.


이것이 진짜 레이스다.


시카노스케 "후우마! 봤어봤어! 지금의 거!!"

나 "봤어! 시카노스케, 오길 잘했네!"

시카노스케 "응! 응!!"


시카노스케의 눈이 바보같이 빛나고 있다.


분명 나도 마찬가지겠지.


이날, 우리들은 함께, 도쿄킹덤의 '어둠의 서킷'을 보러 와 있었다.


나는 이곳을 모델로 한 레이스 게임 '데스 그랑프리 SP'에 푹 빠져있던 차였다.


시카노스케는 게임은 하지 않지만 빠르고 멋진 것을 좋아한다.


도박할 돈은 없고, 자리도 가장 싼 것이었지만 생으로 어둠의 레이스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게다가 예전에 임무로 요미하라 카지노에 갔을 때 혼쭐이 난 적이 있다.


당시 바니걸 역의 호타루 선배로부터는,


『후우마 군이 임무를 잊고 도박을 즐기는 것 같아서 조금 걱정했어요.』


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니 보기만 하는 게 정답이다.


라고 생각하는 동안에도,


고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선두를 질주하던 머신이 뒤에서 날카롭게 파고 들어온 2위 머신에게 추월당했다.


나 & 시카노스케 ""우오오오오오오!""


우리는 절규.


???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바로 옆에서도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것도 여성의 목소리다.


이런 어둠의 서킷에 오다니,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하고 무심코 보면, 이 자리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어딘가의 여대생 같은 청초하고 예쁜 누나다.


나 "응......?"


하지만 얼굴에 어쩐지 낯익은 기억이 있다.


???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목소리도 들어본 것 같다.


학원에서 이렇게 외쳐본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


나 "저기......혹시......코코네야?"

하야미 코코네 "에? 에엣? 후, 후우마 군!?"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역시 하야미 코코네였다.


반은 다르지만 나와 같은 학년의 대마인이다.


어린 시절, 요마의 습격으로 부모를 잃고 본인도 두 다리에 중상을 입어 걸을 수 없게 되었지만, 수년 전 미연에서 사이보그화 수술을 받고 두 다리에 스피드 특화 안드로이드 레그를 장비해, 반사신경과 이동능력을 강화하는 신둔술(迅遁術)과 조합해 기동력을 활용한 대마인이 되고 있다.


나 "설마 이런 곳에서 코코네를 만날 줄이야. 헤에, 이런 거 보는 거야? 사실 레이스 팬? 의외다."


코코네는 아까의 절규가 거짓말처럼 작은 목소리로 쭈뼛쭈뼛,


코코네 "에......아, 네......옛날부터 그......비교적 좋아서......ㅎ, 한 번 직접 보고 싶다고......"

코코네 "저, 덕분에......제 몸 정도는 지킬 수 있게 됐으니, 여기 와봐도 괜찮을까 해서......"

나 "나도 그래. 이제야 도쿄킹덤 같은 곳에도 놀러 올 수 있게 됐어."

코코네 "그, 그렇군요. 그래서, 후우마 군과 우에하라 군도. ㅈ,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요......"

시카노스케 "굉장한 우연이네. 지금 엄청 큰 목소리로 외쳤지. 평소와 다른 사람인 것 같아 놀랐어."

나 "나도. 그리고 그 모습에도 놀랐어. 오늘은 어쩐지 어른스럽네."

코코네 "ㅁ, 목소리는 무심코 나왔을 뿐......옷도 그런......어른스럽다든지 전혀......조금 멋을 부려본 것만으로......"


코코네는 고개를 숙이고 중얼거린다. 주변 소리 탓에 절반도 들리지 않는다.


일단 쑥스러워하는 것 같다.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나 "코코네는 혼자 왔어?"

코코네 "ㅇ, 아니요, 친구와 함께 왔어요. 얼마 전 저희 반에 유학생으로 온 샤론 올레아스 씨."


그 친구가 뒤에서 나왔다.


이쪽은 이쪽대로 굉장한 모습이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무장한 손님은 드물지 않지만 큰 도끼를 든 여기사 스타일은 상당히 눈에 띈다.



샤론 "샤론 올레아스라고 합니다.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나 "후우마 코타로에요."

시카노스케 "나는 우에하라 시카노스케. 그 여기사 스타일 엄청 멋지다."

샤론 "칭찬 받아 영광입니다. 이 모습은 제가 올레아스 가문의 기사라는 자랑."

샤론 "하물며 이곳은 악명 높은 도쿄킹덤의 어둠의 서킷.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는 없으니까요."


샤론은 고풍스러운 말투로 자랑스럽게 가슴을 쳤다.


대면은 처음이지만 이 유학생의 이야기는 나도 들었다.


수백 년 전, 고향을 나간 대마인이 작위를 가진 올레아스 가문의 여성과 맺어져, 그녀는 그 후손에 해당한다고 한다.


즉, 이 모양새는 올레아스 가문 기사의 정식 복장이란 말인가.


다만 조상이 대마인이라 그런지 상당히 노출도가 높다.


나 "거꾸로 이상한 남자가 들러붙을 것 같은데."

코코네 "네......벌써 몇 명인가......"


내가 주위를 신경 쓰며 속삭이자 코코네도 쓴웃음을 지으며 눈을 돌렸다.


과연, 저쪽에 말을 걸다가 쓰러졌다고 생각하는 헌팅남이 비교적 여럿 나뒹굴고 있었다.


샤론은 그 말을 듣고 끼어들기를,


샤론 "하야미 씨, 그리 말씀하시지만, 말을 걸어온 발칙한 자들은 저보다 당신이 더 많았어요."

샤론 "물론 때려눕힌 수도. 그 눈으로 쫓을 수 없는 가차없는 발기술, 역시 오차의 대마인이라고 감복했어요."

나 "어? 그래?"

코코네 "뭐, 뭐어......그런 일이......있었던가 없었던가......아하하......부끄럽습니다."


코코네는 다시 붉어지고 있었다.


헌팅남이 말을 거는 건 알지만 그걸 걷어차고 녹아웃 시켰다니.


아까의 큰 환호성도 그렇고 어둠의 레이스 팬이라는 것도, 또 의외의 일면이다.




돌로레스 "그누누......ㄸ, 또 다른 여자애와 함께......"

돌로레스 "오늘은 청초계 미녀와 거유 여기사라든가, 캐, 캐릭터 속성을 너무 갖추었잖아."

돌로레스 "ㅈ, 저 장발 로리는 남자였던가? 하지만 오늘도 함께여서, 뭔가 의심스러운데. 기운 빠져......으으."


돌로레스는 우연히 이곳에 와 있던 후우마와 그 여자친구(한 명은 사실 남자라고 하지만)를 해킹으로 발견하고는 우울해했다.


VIP석의 돌로레스와 달리 가장 싼 자리지만, 아마 대마인 친구들끼리 엄청 재밌어 하는 것 같다.


게임에서는 자주 같이 놀고 채팅으로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저런 것을 보면 조금 부럽다.


돌로레스 "이, 이쪽으로 오라고 해볼까? 역시 너무 노골적이려나. 언니도 있고. 어떻게 하지."

잉그리드 "왜 그러지 돌로레스? 이제 레이스는 안 볼 건가?"

돌로레스 "ㅂ, 보고 있어......"

잉그리드 "......?"

세나 "어? 뭐지?"


세나가 의아한 얼굴로 코스를 바라보았다.


덩달아 그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뭔가 검은 것이 코스로 뛰어들어왔다.


코스를 달리고 있는 머신보다는 작지만 엄청난 속도다.



브리트라 "크하하하하하하!! 뭐가 어둠의 서킷이냐!!"

브리트라 "느려!!! 이놈저놈 할 것 없이 너무 느리다고!!"


공중을 부유하는 드론에 아저씨 얼굴.


아무리 봐도 괴인이다.


브리트라 "핫핫하아아아!"


레이스에 난입한 괴인 아저씨 드론은 압도적인 속도로 머신을 따라잡아,


브리트라 "이 브리트라 님이 진정한 스피드킹이다. 느린 놈은 달릴 자격도 없어!!"


투가가가가가가가!!


기체 하부에서 뻗은 한 쌍의 기관포를 갑자기 쏘아댔다.


투콰아아아아앙!!

투콰아아앙!!


여러 대의 머신이 차례로 불덩이가 되어 크래시 해 간다.


머신은 레이스용으로 파워 업 되어 서로의 접촉에 대비해 장갑도 강화되어 있지만, 저런 공격에 맞는 것은 상정하고 있지 않다.


하물며 어둠의 서킷에서 유일한 룰이 비무장이라는 것이다.


갑작스런 난입자에게 머신은 당해낼 도리 없이 파괴되어 갔다.


브리트라 "크하하하하하하!!"


폭발하는 머신 사이를 껄껄 웃으며 달려나가는 브리트라 앞에 서킷 경비대가 가로막았다.


프리덤 오브 아프리카社의 강화 외골격, Fist of steel 2 부대다.


이들은 코스를 막는 벽이 되도록 줄지어, 브리트라를 막으려 한다.


브리트라 "핫하아아앗!! 그런 인형 따위로 나를 말을 수 있을까 보냐!"


브리트라는 부쩍 가속해 경비대의 일제사격을 산뜻하게 피하고 기체 상부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다.


투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Fist of steel 2의 벽에 큰 구멍이 뚫리고, 브리트라는 그곳을 순식간에 지나간다.


브리트라 "하하하하하하하!! 어? 이번에는 동료가 왔나!!"


브리트라가 히죽 웃었다.


그 뒤를 여러 대의 경비 드론이 고속으로 뒤쫓고 있다.


평소에는 서킷을 달리는 머신에 달라붙어 멀티 앵글 촬영을 하는 것으로,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는 만큼 최고 속도도, 선회 성능도 머신보다 앞서 있으며, 물론 모두 무장했다.


투카가가가가가! !


경비 드론은 브리트라를 따라잡아 사방에서 둘러싸듯 총격을 가했지만, 브리트라는 공중에서 분신한 듯 엄청난 움직임을 선보였다.


브리트라 "이 아둔한 놈들!!! 너무 느려서 하품이 나올 것 같다고!!"


경비 드론을 훨씬 능가하는 초고속 기동이다.


그리고 양 어깨에서 레이저 블레이드를 꺼내, 자신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비 드론을 차례로 파괴해 나간다.


브리트라 "크하하하하하하하!! 이 브리트라 님에게 스피드 승부를 걸어볼 녀석은 아무도 없는 거냐!!"


난동을 부린 브리트라는 일부러 시작점까지 돌아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


코코네 "이 비겁자!!"


코스에 코코네가 들어왔다.


눈이 분노로 이글거리고 있다.


코코네 "이 서킷의 유일한 룰이 비무장. 그래서 모두 스피드로만 승부하는 겁니다."

코코네 "그런데 갑자기 난입해 무기까지 쓰다니. 당신이 어디의 누구건 용서하지 않아요!"

브리트라 "용서하지 않는다고? 그럼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예쁜 아가씨."


카가가갓!!


브리트라는 코코네를 향해 가차없이 총을 쏘았지만,


휙.


그보다 먼저 코코네의 모습이 사라지고, 다른 곳에 나타나 있었다.


그 모습은 대마인 슈트로 변해 있다.


지금의 고속이동을 가능케 한 두 안드로이드 레그가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코코네 "상당히 느린 공격이네요. 저한테 그런 건 맞지 않아요."

브리트라 "그건 기계 발인가. 꽤 하잖아, 아가씨. 이름은?"

코코네 "천속의 대마인・하야미 코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