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ndit 요새


그것은 브레인 플레이어로부터 세계를 되찾으려는 조직 Bandit의 거점이다.


지금은 사라진 오차마을의 재흥을 목표로 하는 전직 대마인들의 요새이기도 하다.


지난 번 그곳에서는, 브레인 플레이어 휘하, 이계의 마인 트리톤이 인솔하는 헌터와 파이터로 이루어진 부대와, 한 섹트에서 레이더를 통솔하고 있던 괴력의 토르켈이 보낸 부대를 상대로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이들 연합부대를 보기 좋게 격퇴하고 한때의 평온을 되찾은 Bandit 요새를 두 사람이 찾고 있었다.


Bandit과 함께 브레인 플레이어에 저항하는 세력, 레지스탕스의 리더, 코우카와 아스카.


그녀의 둘도 없는 파트너, 과거 차세대 에이스 대마인이라 불렸던 미즈키 유키카제다.


코우카와 아스카 "이리오너라────!"


굳게 닫힌 요새의 문 앞에서 아스카가 드높이 목소리를 울린다.


미즈키 유키카제 "도장 깨기 하러 온 것도 아니고"


유키카제가 딴죽 걸고 있으면,


??? "예입────!"


귀에 익숙한 목소리로, 사극 같은 대답이 왔다.


아스카 "봐."

유키카제 "상대의 의리가 좋은 거겠지"


문이 열리고 나타난 것은,


시노하라 마리 "어디의 누군지 모르지만, 도전은 받아들입니다. 자, 덤비세요!"


묘하게 흥이 오른 그 인물은 옛날에는 오차학원의 위원장 중 한 사람이었고 지금은 Bandit 두령 시노하라 마리이다.


유키카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오랜만이네."

아스카 "건강해 보이네."

마리 "오랜만이에요. 먼 곳까지 오느라 수고하셨어요. 환영합니다."

아스카 "지난번에는 격전이었나 봐. 승리를 축하해."

마리 "모두가 잘해준 덕분이에요."

유키카제 "모두인가. 기가스와 합을 맞춘 게 놀랍지만."


중얼거리는 유키카제에게 이번에는 아스카가 딴죽을 건다.


아스카 "아직도 불만인 거야. 오자마자 미안해. 이 녀석 기가스를 엄청 싫어해서."

유키카제 "흔히 있지."

마리 "후후, 알고 있어요. 저도 변명할 건 있어요. 그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안에서."


마리에게 안내받아 두 사람은 요새 안으로 들어간다.


늘어서 있는 것은 모두 허술한 판잣집이지만 행인들의 표정은 모두 밝다.


대규모 적의 습격을 막 격퇴했을 뿐인데, 점점 의기왕성해져 가는 느낌이다.


유키카제 "여기는 항상 활기차고 좋아."

아스카 "뭐, 레지스탕스의 본거지는 지하니까."


밝은 태양에 비춰, 지하와 달리 공기도 좋은 산간 본거지에 아스카도 부러워하는 것 같다.


아스카 "딱히 망가진 건 없는 걸로 보아, 안까지 침입하진 않았나 봐."

마리 "그건 어떨런지. 저도 맘껏 어스퀘이크를 썼거든요."

아스카 "헤에, 드디어 쓴 거구나."


아스카가 눈을 반짝이다.


어스퀘이크는 과거 미연이 대(対) 브레인 플레이어 결전병기로 개발한 최신, 그리고 마지막 강화외골격이다.


하지만 그 완성을 눈 앞에 두고 브레인 플레이어의 습격을 받아 기지는 궤멸, 실제로 그것이 사용되지는 않았다.


주임 개발자 르네는 그 습격을 예측해 미완성 어스퀘이크를 몰래 숨겨뒀고, 우여곡절 끝에 그것이 Bandit의 손에 넘어가 미완성 부분을 보강 또는 개량한 전용기가 되었다.


아스카 "혹시 HW드라이브를 찾았어?"


아스카의 질문에 마리는 고개를 흔든다.


마리 "아쉽지만. 연료전지를 이용해 간신히 움직였어요."

아스카 "그래. 그럼 나한테 볼일이라는 그 건?"

마리 "꽤 많이 맞아서 말이죠."

아스카 "아직 움직여?"

마리 "네. 이상한 구동음이 납니다만......"

아스카 "음───, 그럼 괜찮으려나. 제대로 봐야 알겠지만. 부품 분리용 정크는?"

마리 "그건 모으고 있어요"

아스카 "그럼 수리는 맡겨둬.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어떻게든 해볼게."

마리 "잘 부탁드립니다."

 

마리가 깊이 머리를 숙인다.


아스카 "오랜만에 저걸 만지작거리는구나. 흐흥, 기대되네♪"


과거 전이 실험 실패로 이 몸이 되기 전에는, 자신의 기계 손발을 즐거이 만지작거리던 아스카다.


어스퀘이크를 정비할 수 있다고 들어 벌써부터 들떠 있었다.


유키카제 "HW드라이브는 그거지? 원래 어스퀘이크의 엔진이 될 예정이었다던가?"

아스카 "그래, 할로윈・드라이브. 제너럴 할로윈이나 리리무무오 같은 걸로 테스트했던 거."

아스카 "르네는 어스퀘이크에 싣는 것은 그 완성형으로, 궁극의 HW 드라이브라고 호언장담했어."


하지만 미연 역사상 최고의 천재라 불리던 르네는 브레인 플레이어와의 격전 끝에, 자신의 애기(愛機)와 함께 소식이 끊겼다.


아스카 "어디 있을 것 같긴 한데. 그 녀석이니까, 분명 몰래 만들어 숨겼을 테고."

아스카 "그보다, 그 녀석도 아직도 어딘가의 지하 연구소에 틀어박혀 있을 것 같아."

아스카 "제네럴 할로윈 부활이라든지 해서, 할로윈 날짜에 맞추려고."

유키카제 "응. 그게 르네답긴 하지."


그것은 아스카의 소망일 것이다. 하지만 유키카제는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유키카제 "그래서 나를 부른 것은? 르네 2세인 아스카의 폭주를 막기 위해?

마리 "네. 아스카 씨 밖에 의지할 사람이 없는데, 왠지 마개조를 당할 것 같아서요."

아스카 "잠깐 거기!"

마리 "죄송해요, 농담이에요. 유키카제짱에게 꼭 전하고 싶은 중요한 정보가 있어서."


마리는 갑자기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유키카제 "왠지 조용히 넘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네."

마리 "네......"


자세히 들으려다가, 두 사람의 내방을 알게 된 Bandit의 사람들이 줄줄 모여들었다.


Bandit병

"유키카제! 아스카!"

"오랜만이야!"

"둘 다 건강해 보이네!"


유키카제 "와아, 모두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아스카 "들었어. 지난 번에는 맹활약이었다며. 제법이잖아."


Bandit병 "뭐야. 그쪽도 마이카랑 다시 합류해, 키라라 선배도 부활했다지?"

아스카 "그래. 오늘은 함께 하지 않았지만 말이야."

Bandit병 "에이, 데려오라고. 오랜만에 만나는 거 기대하고 있었는데."

유키카제 "미안. 이쪽의 방비도 있고, 왠지 둘 다 부끄러워 하는 것 같아서."

Bandit병 "뭐야 그게?"

아스카 "마이카는 계속 틀어박혀 있었고, 키라라는 계속 얼어 있었으니까 볼 면목이 없다나."


Bandit병

"정말, 어쩔 수 없네."

"그래도 그 둘 다우려나."

"비교적 부끄러움을 잘 타지. 마이카는 특히."


유키카제 "키라라 선배도 부활했을 때 펑펑 울어서 굉장했어."


Bandit병

"그 사람, 사실 외로움을 많이 타지."

"응응."


그들 중 상당수는 오차의 대마인으로, 유키카제나 아스카와는 옛날부터 안면이 있다.


저도 모르게 동창회 같은 분위기가 된다.


그리고 대파괴 이후 태어난 젊은 Bandit 병사도 대마인 영웅 두 명을 만나려고 다가온다.



Bandit 신병 "아스카 씨, 유키카제 씨! Bandit 요새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Bandit 신병 "두 분의 활약은 이런 시골까지 들려옵니다!"

Bandit 신병 "레지스탕스 영웅 두 분의 내방을 환영합니다!"


와글와글하고 순식간에 시끄러워져, 중요한 정보는 뒷전이 되고 말았다.


옛 친구와 신병들과 한바탕 이야기를 나눈 뒤 두 사람은 마리의 두령실로 안내받았다.


바로 아까의 건에 대해 묻는다.


유키카제 "그래서. 나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라니?"

마리 "괴력의 토르켈이 살해당한 건 아시죠?"

아스카 "기가스의 자객에게 살해당했다고 했던가."

유키카제 "부하에게 자객을 보낸다든가, 그 녀석답네."


기가스를 싫어하는 유키카제가 말한다.


마리 "그건 토르켈 쪽이 먼저 모반을 기도하려 했던 모양인데요."

유키카제 "그래서 살해당했나. 근성 없는 놈. 기가스를 길동무로 데려가지."

아스카 "저기, 지금 기가스가 죽어버리면 우리도 상당히 곤란해지거든."

유키카제 "알고 있어. 개인적인 희망을 말했을 뿐이야."

아스카 "나참."


마리 "아무튼, 지난번 전쟁 후 바로네스 군과 통화를 하다가 알게 된 것이 있어요."

마리 "괴력의 토르켈을 쓰러뜨린 자, 정확히는 그의 섹트를 궤멸시킨 것은 그 단 한 명의 자객이라고."

아스카 "그건......제법인데."

유키카제 "토르켈만 암살한다면 몰라도 혼자서 섹트를 전멸시킨다든지, 말도 안 되는 괴물이네."

아스카 "도대체 누구야?"

마리 "그건 모르겠어요. 기가스도 알려주지 않았어요."

아스카 "기가스의 숨김패란 말이지. 마족이려나?"

마리 "바로 그거에요. 어쩌면 그 자객은──."


마리는 그 말을 하면 유키카제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신경쓰이는 바람에 살짝 웅얼거리고 나서,


마리 "린코 선배가 아닐까 하고......"

유키카제 "린코 선배!?"


유키카제는 말을 잃었다.


아키야마 린코


그 검기는 저 최강의 대마인, 이가와 아사기도 능가한다는 오차 제일의 대마인 검사.


초차원 물질 테셀락으로 인해 수많은 대마인이 인법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을 때도, 그녀는 칼 하나만으로 브레인 플레이어의 간부를 여럿 쓰러뜨려, "귀신(鬼神)의 대마인"이라 불리게 되었다.


하지만 어떤 격전에서 최후미를 맡아, 수백 명의 적을 길동무로 행방불명 되어, 이미 전사했다고 생각되고 있었다.


유키카제 "......"


너무 놀라 유키카제는 굳어 있다. 아스카는 그런 파트너를 신경 쓰면서,


아스카 "잠깐. 왜 그런 얘기가 돼? 누가 린코를 목격이라도 했니?"


아스카가 묻자,



수수께끼의 안경 소녀 "유키카제짱, 아스카짱, 왔구나! 오랜만이야!"


갑자기 로브에 뱅글뱅글 안경을 쓴 마술사 같은 소녀가 들어왔다.


아스카는 "누구?"라는 표정을 띄우고, 유키카제도 힐끗 그녀를 봤지만 지금은 린코가 더 중요한 모습이다.


수수께끼의 안경 소녀 "마리짱, 린코 선배에 대해 이야기 했어?"

마리 "지금 얘기하는 중. 두 사람에게 그걸 보여줘."


마리도 그녀를 소개하지도 않고 평범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수수께끼의 안경 소녀 "응, 봐봐."


안경 소녀는 가져온 단말기 화면을 두 사람에게 돌렸다.


수수께끼의 안경 소녀 "섹트에 있던 레이더는 모두 단칼에 살해당했대. 괴력의 토르켈도."

수수께끼의 안경 소녀 "봐, 어느 쪽도 일도양단. 그것도 절단면이 굉장하지?"


그곳에는 레이더와 토르켈의 시신이 담겨 있다.


확실히 어느 쪽이나 깔끔히 단칼에 참살당했다.


아스카 "보통 이렇게는 못 베지. 유키카제, 어떻게 생각해?"

유키카제 "......린코 선배라고 생각해."


유키카제는 굳은 얼굴로 말했다.


저러한 무시무시한 절단면은 일찍이 여러 번 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설마──.


수수께끼의 안경 소녀 "역시!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유키카제짱의 의견을 듣고 싶었어!"

유키카제 "......"


낯선 안경소녀가 친한 척 불러, 유키카제는 조금 짜증내는 투로,


유키카제 "그런데 너 누구야?"

아이슈 헤비코 "헤비코라구!"

유키카제 "어?"

아스카 "응? 헤비코??"

아이슈 헤비코 "엣? 눈치채지 못했어?"



안경 소녀는 뜻밖인 듯 뱅글뱅글 안경을 벗었다.


유키카제 "아......"

아스카 "옛날 얼굴이다."


나타난 것은 두 사람이 잘 아는 헤비코, 하지만 오차학원에 있을 때와 같은 얼굴이다.


유키카제 "왜 이렇게 어려 보여?"

아스카 "나처럼 젊어졌어? 어떻게?"

헤비코 "아니야. 아스카와 달리 이건 일시적인 변화."

마리 "아침부터 맥주를 마시고 배가 차가워진 것 같아서."


마리가 미안하다는 듯이 덧붙였지만,


아스카 "의미를 모르겠는데."

유키카제 "차가우면 꽁꽁 얼어버려."

헤비코 "마신의 힘에 각성하면서 체질이 좀 바뀐 것 같아. 눈도 나빠진 탓에 안경도 꼈고."

유키카제 "체질 문제야? 그렇다고 할까 먼저 말해줘."

유키카제 "마리가 아무 말도 안해서 잠자코 있었지만,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했어."

아스카 "사실 나도."

헤비코 "아──, 둘 다 너무해!"


마리 "자자, 헤비코짱. 나도 말하는 걸 깜빡했어, 미안해."

아스카 "그건 그렇고 맥주가 있는 건 굉장하네."

헤비코 "에헤헷. 헤비코가 만들고 있다구♪"

마리 "하지만 아침부터 맥주는 끊는 게 좋아."

유키카제 "평범하게 주정뱅이네."

헤비코 "으......"


이상하리만치 오버액션으로 우울해하는 헤비코를 마리가 보충한다.


마리 "후우마 군의 꿈을 꾸면 외로워지는 탓에 마시는 것 같아서."

헤비코 "가끔 목소리가 듣고 싶어져!"

마리 "저도 가끔 그런 때가 있어요. 모두 똑같겠지만."

유키카제&아스카

"앗!"

"앗!"


유키카제와 아스카가 동시에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갑자기 소곤소곤하고 작은 소리로


유키카제 (말하지 않았어?)

아스카 (잊고 있었어.)

유키카제 (어떻게 해?)

아스카 (말 안 할 수는 없겠지?)


이 세계에서 후우마 코타로는 죽었다.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 정확히는 과거에 시간축이 분기된 다른 세계의 그를, 이쪽 세계로 호출하거나 차원 휴대폰으로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을 헤비코 쪽에 전하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헤비코 "갑자기 뭘 소곤거리는 거야?"

마리 "둘 다 뭔가 할 말이라도?"

유키카제 "으음......"

아스카 "헤비코, 마리, 침착하게 들어 주었으면 좋겠는데...."

헤비코 "응?"

마리 "네"




한편, 그 무렵──.


바로네스 시티 '매달리는 가게'에서 기가스가 단골 대상 상인과 협상 중이었다.



기가스 "500 정도면 되려나."

상인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만한 물건을 1000 이하로 살 수 있을 것 같아."

기가스 "그건 재고가 없을 때의 가격이지. 600에 팔 생각이 없으면 냉큼 돌아가."

상인 "어이어이. 천하의 기가스의 눈이 침침해졌나? 900이다. 더 이상은 내리지 않아."


가격 협상을 즐기는 두 사람 옆에서 메티스가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메티스 "분명 750으로 결정될 텐데. 왜 이런 쓸데없는 거래를 하는 거야?"


그 말을 듣고 기가스와 상인은 벌레 씹은 듯한 표정이 되었다.


상인 "어이, 기가스. 뭐야, 이 분위기 못 읽는 녀석은."

기가스 "미안하다. 메티스, 입 다물어라."

메티스 "와, 갑자기 혼나버린 거야."


메티스는 목을 움츠린다.


상인 "이번에는 웃돈을 받겠다. 800이다."

기가스 "어쩔 수 없군. 메티스, 그 몫은 네가──."


기가스가 메티스에게 페널티를 주려고 할 때,


기가스 "누군가 여기로 날아오는군. 마술이다. 경계해라!"


기가스는 마술 전이의 기미를 감지하고 모두에게 날카롭게 경고했다.


과연, 누군가가 이 곳으로 갑자기 전이돼 왔다.



다곤 "호호호, 실례할게요."

기가스 "다곤, 네놈......"


무례하기 짝이 없는 수단으로 찾아온 것은 브레인 플레이어의 궁정 마술사였다.


상인 "브레인 플레이어!?"


상인은 황급히 그늘에 몸을 숨긴다.


메티스 "메티스가 제일 싫어하는 놈이 왔구나. 기가스, 죽여도 돼?"

기가스 "가게가 망가지는 건 안돼. 조금 기다려."

메티스 "쳇, 인 거야."


메티스는 혀를 찼고, 기가스의 부하들도 살기를 드러내지만, 다곤은 조금도 신경 쓰는 기색 없이 기가스만 응시했다.


다곤 "잘도 해줬네요."

기가스 "그건 피차일반이지."


기가스가 Bandit과 동맹해 다곤의 모략을 방해한 것이다.


그런 일로 일부러 찾아오다니, 머리만 크고 속은 작은 놈이다.


다곤 "괴력의 토르켈을 죽이는 데 그 여자를 쓴 거죠?"

기가스 "그 여자? 누굴 말하는 거야?"

다곤 "오호호호호호호호!"


다곤은 귀에 거슬리는 웃음소리를 일부러 냈다.


다곤 "시치미를 떼는 건 정말 좋아하지만, 그 반대는 정말 싫어요. 기가스, 그 여자를 어디에 숨겼나요?"

기가스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알고 있다 한들 공짜로 가르쳐 줄 것 같아?"

다곤 "재미있군. 하등생물이 분수를 모르고 날뛰다니."


다곤의 목소리에 살기가 묻어나오지만 기가스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기가스 "뭘 꾸미고 있는지 모르지만 너 따위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여자가 아니야. 빨리 돌아가."

다곤 "이 저를 우롱하면 즐거운가 보네요. 구더기 씨."


다곤의 목소리가 분노에 떨렸다.


그 격발에 반응해 다곤과 함께 날아온 듯한 이계의 마인 아메미트가 모습을 드러낸다.


기가스 "동반자는 그 녀석 뿐인가? 나도 꽤 얕잡아 보였군."


기가스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그저 유연히 독담배를 피웠다.


다곤 "......"


다곤이 살짝 물러난다.


메티스 "역시 지금 당장 죽이고 싶은 거야. 이런 녀석들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거야."

기가스 "그렇군."

다곤 "우리 브레인 플레이어와 적대하실 건가요?"

기가스 "호오, 너를 죽이는 것이 브레인 플레이어와 적대하는 것이 되는 건가? 그건 금시초문인데."

다곤 "무슨 소리에요?"

기가스 "모르는 편이 좋아."


기가스와 다곤은 서로 노려본다.


일촉즉발의 분위기다. 언제 전투가 시작돼도 이상하지 않다.


이미 가게 안은 바로네스 병으로 가득 차, 모두들 기가스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거기서 몸을 뒤로 뺀 것은 다곤이었다.


다곤 "저를 업신여기지 말라는 거에요. 기가스."

 

다곤은 꺼림칙하게 말하고, 그저 모습을 드러낸 걸로 끝난 아메미트와 마술 전이로 사라졌다.


기가스 "저걸로 경고라는 건가? 이래서 브레인 플레이어들은."

메티스 "갑자기 왔더니 엄청 분하다는 대사를 치고 돌아갔네."

메티스 "우와, 부들부들 떨리는 거야. 만약 메티스였다면 부끄러워서 다시는 나올 수 없을 거야."

기가스 "그러니까 말이지."


전 브레인 플레이어 소속 기계 생명체의 말에 기가스는 히죽거렸다.


기가스 "메티스, 소금을 뿌려."

메티스 "소금?"

기가스 "인간에게 전해지는 오래된 풍습이야."

메티스 "잘은 모르겠지만, 알겠다는 거야. 메티스, 소금 뿌리는 거야!"

상인 "후우, 갑자기 저런 게 오다니. 식은땀 흘렸네."


숨어있던 상인도 나왔다. 안색이 새파랗다.


기가스 "신경 쓰지 마라. 교섭을 계속하지."


기가스는 말했다.


부끄러운 다곤 덕에 앞으로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


놈들은 갑자기 나타났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브레인 플레이어 부대가 오차의 거리에 갑자기 출현한 것이다.


차원침략자가 득세한 타세계로부터의 차원전이에 의한 기습이다.


그 반칙 앞에선 오차마을의 감시망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 우리는 선수를 빼앗길 수 밖에 없었다.


적의 구성은 브레인 플레이어 오버 테크놀로지의 장비로 무장한 용병 헌터.


헌터 이상의 중장비를 자랑하는 브레인 플레이어의 정규병 파이터.


그리고 브레인 플레이어의 초과학의 권화라 할 수 있는 기계생명체 아사그다.


그것이 오차학원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에하라 시카노스케 "ㅂ, 본 적 없는 녀석들 뿐이야!"

아이슈 헤비코 "그것도 엄청 센 것 같아!"


헤비코와 시카노스케가 처음 만나는 적에게 떤다.


그 순간──.


이쪽이 작전을 짜기보다 먼저, 놈들은 원거리에서 일제공격을 가해 왔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반응이 빠르다.


헌터의 총격, 파이터의 기총소사, 아사그의 소형 미사일이 우리에게 쏟아진다.


나나세 마이 "지기·절대 수호 영역!!"


선제공격을 당하기 직전.


지기술사, 나나세 마이가 펼친 종이벽이, 모든 공격을 차단했다.


나 "좋아, 마이!"

마이 "공격은 강력하지만, 전의 유적에서 싸운 파수꾼만큼은 아닙니다. 방어는 저에게 맡겨주세요."


놈들의 기계생명체 오=즈와의 전투 경험이 있는 마이가 단호하게 말한다.


나 "부탁해. 하지만 오래끌면 귀찮아. 단숨에 해치운다!"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모든 동료에게 지시를 내렸다.


나 "헤비코와 하이리는 적을 교란. 그 틈에 마이가 발이 묶어라."

나 "하야테와 카에데는 견제. 근접 전투는 츠루와 코로 선배."

나 "시카노스케는 최대 파워의 전둔으로 놈들을 망가뜨려버려. 케일리는 뇌둔으로 그 지원이다."

일행 모두 """OK!!"""


모두가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이 "지기·방위진!!"


마이가 우리 모두에게 자동으로 방어하는 종이방패술을 사용한다.


시카노스케 "케일리, 파워를 줘!!"

케일리 마이어스 "알았어! 꾹 하고 전둔의 술!!"


시카노스케가 기계 상대로는 필살인 풀파워 전둔 공격 준비에 들어간다.


시카노스케만으로는 전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뒤에서 끌어안은 케일리는 배터리 역이다.


아이슈 헤비코 "먹어라, 문어 먹물!! 푸우우우우우우!"

타츠미야 하이리 "이 바보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시간을 벌기 위해 헤비코가 특대 문어 먹물을 쏟아내 놈들의 시야를 가리는 동시에, 용의 피가 흐르는 하이리의 포효가 헌터와 파이터 등 인간은 물론 기계 아사그의 움직임까지 순간 멈췄다.


시노하라 마리 "에이이잇! 토둔술 '통행금지'!!"


마리가 토둔의 벽을 만들어 놈들을 물리적으로도 발을 묶는다.


이것으로 저 벽을 허물거나 뛰어넘기라도 하지 않으면 적은 만족스레 공격할 수 없다.


하지만 이쪽은 다르다.


유바시리 하야테 "풍둔·풍시(風矢) 베기!!"

칸나기 카에데 "풍둔궁·아영(牙零)!!"



귀청을 찢는 듯한 활시위 소리가 울려 퍼진다.


오차에서 1, 2위를 다투는 활의 명수, 유바시리 하야테와 칸나기 카에데가 한 호흡에 수십 발의 화살을 날린 것이다.


풍둔의 힘으로 벽을 넘고 놈들에게 화살비가 쏟아진다. 보통이라면 이것으로 전멸이다.


하지만 예상대로, 쓰러진 것은 극히 미미하다.


온몸에 화살을 맞아도 대부분 살아있다.


과연 움직임은 둔해졌지만, 역시 경이로운 방어력이다.


그것을 상정해 츠루와 코로 선배가 벽 너머의 놈들을 베어간다.


이즈모 츠루 "오차에서 날뛰는 괘씸한 자들. 주인님께는 손가락 하나 대게 하지 않습니다!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


츠루의 양발의 블레이드가 날카롭게 번뜩이며, 하나둘 적에게 결정타를 찔러 간다.


시시무라 코로 "(일도류・거합)."


칼을 뽑는 것조차 보이지 않는 코로 선배의 영혼의 참격이 적을 사정없이 도살한다.


츠루 "이 얼마나 단단한 적!"

코로 "(굉장히 튼튼해)"


하지만 역시 두 사람도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 적의 방어력에 고전하고 있다.


게다가 이쪽의 연계 공격에서 회복된 적들이 마침내 일제히 반격을 개시했다.


걸어다니는 탱크 같은 중무장의 파이터가 기총이니 유탄이니 하는 격렬한 공격을 가차없이 퍼붓는다.


미래에서는 브레인 플레이어의 1회용 용병일 뿐인 헌터가 쏟아지는 미래무기에 말을 잃게 한다.


그리고 로봇 대마인 같은 아사그. 저것과 제대로 접근전을 벌일 수 있는 것은 이곳에서는 코로 선배와 츠루 정도다.


코로 (!! 일도류·시체엮기!)"

츠루 "아직도이다!! 하아아아아, 최후암(最期巖)!"


두 사람이 분전해 주고 있지만, 적 집단이 태세를 다시 세운 지금, 수가 적은 이쪽은 불리하다.


진군을 막던 흙벽도 모두 파괴돼, 절망적인 압력으로 다가온다.


하야테 "이놈들!! 너희들 따위에 질까 보냐!! 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하야테는 적의 진행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 화살을 여러 번 쏘았고,


카에데 "큿, 힘겹군. 놈들의 강함에 저주가 반응하고 있다!! 토아아아아아아앗!!


카에데는 활로는 이미 늦었다 여겨, 양손의 소태도로 적 집단에 베어 들어간다.


마리 "이쪽으로 오지 마!! 이야아아아! 토둔·열섬아(裂閃牙)!!!"


마리도 토둔술을 반복하며, 필사적으로 적을 막으려 한다.


헤비코 "푸우우우우우우! 문어발 4도류!!! 시카노스케짱, 아직이야!!


헤비코는 문어발이 너덜너덜해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먹물을 뱉고 4자루의 칼을 휘두른다.


하이리 "받아라!! 용신난무!! 우리가 억누르는 동안! 빨리!!"


하이리도 강인한 용의 몸을 던져 적의 무리를 과감히 파고든다.


그러나──.


마리 "으윽!"

헤비코 "아앗!! 문어발도 더는 무리야!!"

하이리 "크......으윽......이놈들 너무 강해!"


적의 격렬한 공격을 견뎌내지 못하고 이쪽에도 부상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나 "마이, 회복을!!

마이 "모두 힘내세요!! 하아아아아아아앗! 지기 회복진!!"


마이가 치유술을 쓰는데 그것도 밑 빠진 독에 물붓기다.


입 밖에 내지 않아도, 나를 보는 눈이 「이제 한계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나 "시카노스케!! 케일리!! 아직이야!!"

시카노스케 "ㅇ, 안돼!! 아무래도 파워가 부족한 것 같아!!"

케일리 "이렇게나 열심히 하고 있는데!? 하아아아아아아아아!!"


어떻게 된 거냐.


맡겨둔 전둔 공격을 할 수 없다니.


안돼. 당한다.


라고, 생각한 다음 순간.


??? "명도바주카 리미터 해제! 오라아아아아아아아아!! 우려영로<그레이네이드>!!!"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내 시야가 새빨갛게 물들었다.


엄청난 열풍이 몰아친다.


지옥의 업화가 치솟은 듯, 적 집단이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카미무라 마이카 "어이어이! 네놈들!! 우리 마을에서 그 이상 제멋대로 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다!"

마이카 "이 폭염의 대마인, 카미무라 마이카가 한 마리도 남김없이 숯덩이로 만들어주마!!"

나 "마이카!"


카미무라 마이카. 또 다른 이름을 폭염의 대마인.


대마인 최강의 화력의 소유자다.


시카노스케 "마이카 씨!"

마이카 "뭐야 시카노스케!! 나처럼 되고 싶지 않은 거냐!!"

마이카 "이런 놈들한테 쫄지 말고, 큰 거 한 방 먹이라고!! 언제나처럼!!"


양키 소녀의 폭염 질타격려가 시카노스케의 마음에도 불을 붙였다.


시카노스케 "에잇!!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시카노스케의 몸이 빛나기 시작하다.


케일리 "우와악!? 왠지 파워가 빨려가고 있어!! 굉장해 굉장해!!"

마이카 "가라!! 시카노스케!!"

시카노스케 "가라아아아아!! 백 스파크 인페르노!!"


시카노스케의 몸에서 거대한 수컷 사슴 형태의 전기에너지가 튀어나왔다.


그것은 불바다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적을 재미있다는 듯이 걷어차고 다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오지 않던 게 거짓말인 것 같아.


헌터도 파이터도 그 초무기를 송두리째 파괴당해, 아사그는 동작을 정지당해,


마이카 "이건 덤이다!! 먹어라!!"


승부수를 굳히는 마이카의 대화염.


이걸로 승패가 갈렸다.


온 주변을 초토화시키는 듯한 불이 꺼져, 그와 함께 전기 사슴도 사라졌을 때, 적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마이카 "읏쌰. 이겼다 이겼어!"

나 "이기긴 이겼지만."

마이카 "뭐야. 그 말투는."

나 "마이카나 유키카제 같은 대화력 없이 녀석들을 쓰러뜨리기 위한 연습이니까. 그래도 덕분에 살았어."

마이카 "흥, 뭔가 내가 괜한 짓을 한 것 같잖아?"

마이카 "너희가 너무 약해서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고!"


훈련에 난입해 온 마이카는 약간 불만스러운 듯이 나를 떠났다.


그래, 지금까지는 모두 훈련이다.


이곳은 오차학원 지하 훈련 시설.


나는 미래의 아스카로부터의 의뢰로, 저쪽 세계의 적 상대로 현재의 대마인이 얼마나 싸울 수 있는지 시험하고 있었다.


해당 연습 데이터는 반송됐고, 대마인이 힘을 되찾았다는 미래에서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헌터, 파이터, 아사그 등의 적 데이터는 아스카가 알려줬지만 그런 사정은 모두에게 알려주지 않고 있다.


어디까지나 브레인 플레이어의 침략에 대비해, 내가 독자적으로 설정한 오버 테크놀로지의 적이라고 되어 있다.


하기야 나와 마찬가지로 다른 차원의 미래에서는 죽어있던 시카노스케 등은 말하지 않아도 헤아리고 있을 것이다.


아슬아슬 할 때까지 인법을 사용할 수 없었던 건 이것이 평범한 훈련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생긴 긴장 때문일지도 모른다.


시카노스케 "후우마, 미안해. 연계가 잘 되지 않았어."

케일리 "연습 때는 잘 했는데 뭐가 문제였지?"


전둔 공격에 시간이 걸린 시카노스케와 케일리가 미안한 듯 말했다.


나 "신경쓰지마. 실전에서 확실하게 성공하기 위한 훈련이다. 지금 우연히 잘 되는 것보다는 나아."

시카노스케 "그렇지. 케일리, 뭐가 잘못됐는지 전투 데이터를 보자."

케일리 "응, 알았어!"


두 사람은 데이터 해석실로 발 빠르게 향한다.


헤비코 "잘 풀리면 좋겠네. 그런데, 후우마짱, 아무리 그래도 적의 설정이 너무 강하지 않아?"

하이리 "엄청 강했지. 처음 보는 적이고 저런 게 있어? 라는 느낌."

마이 "그 오=즈보다 약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인정사정 없었어요. 후우마 씨 답습니다."

마리 "저는 벽을 만드는 것 외에는 거의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미안해요, 후우마 군."


헤비코, 하이리, 마이, 마리가 제각기 말한다. 모두 약간 침울한 모습이다.


나 "아니, 모두 잘하고 있었어. 작전도 중간까지는 잘 되었고. 내 예상이 너무 물렀던 거야."

나 "다만 적의 강함은 저 정도가 아니면 안돼. 훈련에서는 너무 강할 정도로 둬야, 실전에서는 침착하게 싸울 수 있어."

하야테 "으음. 그래야 단련이 된다는 말이군."

카에데 "동감한다. 다만 우리도 활을 쏘는 동료끼리 좀 더 연계를 생각하는 게 좋겠어."

하야테 "연계인가. 그렇군. 우리 모두 궁술에, 풍둔술사잖아. 뭔가 새로 할 수 있는 게 생길 것 같다."

카에데 "나는 소태도로 근접전도 할 수 있어요. 그걸 잊지 말라고."


하야테와 카에데, 활의 달인 두 사람은 이러쿵저러쿵 상담을 시작했다.


헤비코 "연계인가. 우리들도 뭔가 생각 해볼래? 새로운 연계기 같은 거."

하이리 "그럴까! 나도 전보다 용의 힘을 조종할 수 있게 됐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걸 해보고 싶어."

마이 "좋아요. 1 더하기 1의 힘을 2가 아니라 5로도 10으로도 할 수 있는 게 대마인이니까요".

마리 "마이짱, 좋은 소리야! 응, 하자!"


헤비코 쪽의 사이좋은 4인조 역시 의욕이 생긴 모양이다.


츠루 "아아, 주인님. 지휘관으로서 자신의 책임을 통감하면서 모두의 의욕을 고취시키다니. 이 얼마나 늠름하신지."

코로 "(우후후, 츠루짱 또 설레나 보네.)"

츠루 "주인님의 전용 메이드로 이에 설레지 않을 수 있을까요?"

코로 "(그럼 우리도 뭔가 생각해 볼까? 새로운 연계 공격)."

츠루 "당연하죠. 주인님께 도움이 되는 기술을. 저의 이 넘치는 마음을 전하는 기술을!"

코로 "(쿡쿡. 넘치는 마음은 어려울지도 모르겠는데)."


응, 츠루와 코로 선배의 상급생 콤비도 괜찮은 것 같다.


남은 건 난입해 온 마이카인가.


마이카 "......"


"빨리빨리 와라 바보 자식"이라는 표정으로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지만,


마이카 "어라, 테츠시 형님 아니야?"


갑자기 엉뚱한 소리를 냈다.


마이카가 보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한 남자가 훈련시설 안으로 들어온다.


나 "테츠시 형님이라니?"


마이카에게 다가가며 묻다.


마이카 "화둔중을 이끄는 총대장."

나 "저 사람이 화둔중 일번대의 대장!?"



카지 테츠시.


개성파 가득한 화둔중 가운데 일번대를 이끄는 카리스마.


마음의 불길이 흘러넘치는 남자.


불타는 마음의 열량에 따라 주먹의 단단함과 열이 오른다는 "철권정재鉄拳征災"의 사용자.


그 주먹으로 철을 두드리는 대장장이기도 하단다.


카지 테츠시 "마이카, 오랜만이네!!"

마이카 "형니이이이이임!!"


악수라도 하려나 싶었는데,


마이카 "오라아아아아아아아아악!!"


마이카는 갑자기 테츠시를 향해 명도 바주카를 쏘았다.


테츠시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한편 우렁찬 소리를 지르며 테츠시의 몸에서도 불길이 치솟았고,


테츠시 "철권정재!!!"


초화력의 명도 바주카의 화구탄을 그 불타는 주먹으로 정면에서 분쇄했다.


테츠시 "캇────! 뜨겁다 뜨거워! 마이카 와라!"

마이카 "형니임!!!"


마이카는 테츠시의 뜨거운 가슴팍에 뛰어들었고 둘은 뜨거운 포옹──그렇달까, 정말로 둘 다 불타고 있었다.


화둔술사가 아니라면 죽을 것 같은데.


테츠시 "호무라에게 들었지만!!! 정말 실력이 늘었구나 마이카!!!"

마이카 "부끄럽잖아!!! 더 칭찬하라고"

테츠시 "아아! 철저하게 칭찬해주마!!! 마이카가 이렇게까지 강해질 줄이야. 내 일처럼 기쁘구나!"

마이카 "아하하하하하! 그건 너무 칭찬하는 거잖아, 형님! 그래도 고마워!!"


아까 연습을 보고 있었던 것 같다. 테츠시가 마이카를 칭찬하고 있다.


마이카도 양키 소녀답지 않은 솔직함으로, 형님이라 부르는 남자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있었다.


저런 모습은 처음 본다.


마이카 "그런데 형님, 무슨 일이야?"

테츠시 "오오. 길게 공백으로 두었던 오번대의 필두를 겨우 결정할 마음이 생겼거든요."

마이카 "헤에, 누가 받는데?"

테츠시 "어이어이. 이해가 느린걸. 마이카인 게 당연하잖아."

마이카 "내가 필두라고!?"


마이카는 눈을 부릅떴다.


마이카 "ㅁ, 무슨 소리야. 그건 농담이 심한데, 형님."

마이카 "내가 오번대의 필두가 된다는 것은, 그 호무라 누님과 내가 나란히 선다는 거잖아. 그, 그런 건 생각할 수 없어."


그 마이카가 당황하고 있다.


화둔중 부대의 필두가 된다는 것은 그만한 일인 것 같다.


오차에는 전통적으로 일번대에서 십번대까지의 부대가 있다.


현재, 그 전부가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니고, 나도 인원 그 외를 숙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일번대의 필두가 저 카지 테츠시.


삼번대의 필두가 사나다 호무라.


칠번대의 필두가 후우마 호엔사이.


그리고 구번대의 필두가 사이온지 엔토다.


테츠시는 당황하는 마이카에게 웃으며,


테츠시 "물론 내 의사만으로는 결정할 수 없어. 하지만 마이카, 너라면 다른 필두들도 납득할 거라고 생각해."

마이카 "ㅇ, 아무리 형님이 추천해 준다고 해도, 그 괴물 같은 다른 필두들 중 절반이 나를 인정해 줄 거라고는 생각치 않아."


과연 화둔중 필두가 되기 위해서는 화둔중 총대장적 역할인 일번대 필두의 추천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며, 게다가, 십번대까지 있는 필두들 중 최대 과반수의 승인을 얻을 필요가 있는 것인가.


테츠시 "어이어이 왜 그래? 아까 그 굉장한 걸 내게 때려박은 마이카가 갑자기 너무 쫀 거 아냐?"

마이카 "쪼는 게 당연하잖아! 갑자기 찾아왔다 싶더니 오번대의 필두가 되라던가. 그런 거──."


나 "마이카라면 당연해!"

마이카 "아앙, 후우마?"

나 "오번대의 필두. 굉장하잖아! 그래도 마이카라면 당연해. 나는 외부인이지만, 마이카는 맡을 수 있다고 생각해."

마이카 "후우마 너! 적당히 지껄이지마! 화둔중의 필두라는 게 뭔지──."

나 "아아, 자세한 것은 몰라. 하지만 마이카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어."

나 "언젠가 '화신火神의 대마인'을 자칭할 만한 그릇의 소유자라던데."

마이카 "화신의 대마인? 바, 바보 자식, 그런 건──."


이러쿵저러쿵 말하려는 마이카를 가로막고 나는 단호히 단언한다.


나 "될 수 있어. 분명 될 수 있어. 나는 알고 있어, 마이카."


그래, 나는 알고 있다.


미래세계에서 마이카가 그렇게 불리고 있음을.


이 마이카도 그만한 그릇이 있다는 걸.


마이카 "엣!? 그, 그래? 뭐,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헤헤......"

테츠시 "하핫, 말해주잖아! 그건 역시 나도 자칭하기 꺼린 전설의 화둔술사 이명인데!"


테츠시는 히죽히죽 웃으며 나를 보았다.


테츠시 "네가 소문의 후우마 코타로인가!? 호엔사이 영감이나 엔토로부터 들었지!"

나 "나쁜 소문이 아니라면 좋겠지만......"

테츠시 "무슨 소리야!? 꽤 하는 남자라고 들었지!"

테츠시 "호무라 왈, 마이카가 반하는 것도 수긍할 만한 활약이라더군."

마이카 "노와아아아아아!? ㅎ, 형님 무슨 소리야!? 그, 그런 거 아니거든!"


마이카에 관계없이 테츠시는 계속한다.


테츠시 "마이카는 나의 진짜 여동생 같은 녀석이다. 그러니 마이카를 잘 부탁하지!"

마이카 "잠깐, 형님 그만해 줘!! 후, 후우마가 곤란해 하잖아!!?"

나 "별로 곤란하진 않은데."

마이카 "어째서야! 곤란해 하라고!"

나 "곤란해 하라니......"

테츠시 "뭘 쑥스러워 하는 거야 마이카!? 좋아하는 남자잖아? 얼른 안기라고!"

테츠시 "선수필승이 화둔중의 명예란 말이지."

마이카 "적당히 해, 바보 형님!!!"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테츠시의 몸에 또 불이 붙었다.


아까보다 더 강하다.


테츠시 "하하하하하! 제법이잖아, 마이카!!"


그 불길 속에서 테츠시는 너털웃음을 짓고 있었다.


화둔중 일번대 필두, 카지 테츠시. 여러모로 엉뚱한 남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