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비코 "부우────!"

유키카제 "부우라니, 옛날이 아니거든."

헤비코 "라고 하면서 넘기지 말고!!"

유키카제 "아, 네"


화내는 헤비코에게 유키카제는 목을 움츠렸다.


지금, 헤비코와 유키카제 두 사람은 린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장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스카는 마리의 애기 어스퀘이크의 수리, 마리는 Bandit 전쟁의 뒤처리.


즉, 유키카제가 헤비코의 불평을 도맡을 처지가 되어 있었다.


헤비코 "아 정말────! 진짜 믿을 수 없어! 그런 일을 비밀로 했다니!"

유키카제 "미안. 그런데 별로 비밀로 했던 건 아니고 나도 아스카도 전할 생각이었는데."

헤비코 "유키카제짱이랑 아스카짱이 독차지 하려고 했겠지! 둘이 차지하려고! 부우───!"


헤비코의 머리에서 금방이라도 김이 날 것 같다. 마치 삶은 문어 같다.


그래서인지 어른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상한 체질이야.


헤비코 "헤비코 모르게, 후우마를 벌써 세 번이나 이쪽으로 부르다니!"

헤비코 "뿐만 아니라 전화로 언제든지 말할 수 있다던가. 정말 너무해!!"

유키카제 "아───, 그렇게 자주 부를 수 있는 건 아니야."

유키카제 "이쪽으로 부르려면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고, 전화도 '언제든지' 정도가 아니라 아직 짧은 시간 밖에 못해."

헤비코 "그런 말이 아니야!"

유키카제 "아, 네, 그렇네요. 정말 미안해."


유키카제는 진심으로 사과하지만, 헤비코는 이직 진정되지 않는 듯 뿌뿌거리고 있다.


헤비코 "먹물 토해내지 않는 걸 감사히 여기라구!!!"

유키카제 (이무기라고 하지만, 역시 먹물 토할 수 있구나......)


유키카제는 그리 생각했지만, 지금 그런 것을 따질 순 없고,


유키카제 "돌아가면 후우마하고 이야기하자. 응?"

헤비코 "유키카제짱은 옛날부터 후우마짱이랑 는실난실 했었지! 헤비코는 소꿉친구인데 거리낌없이!"

헤비코 "후우마짱도, 유키카제짱을 가장 의지했고, 그런 게 너무 부러웠어!"


헤비코는 뭔가 옛날 생각도 나는지 점점 화를 내기 시작했다.


유키카제 (에────! 이제와서 그런 말을!?)

유키카제 (헤비코는 겉모습은 문어지만, 역시 뱀처럼 집념이 깊네.)

유키카제 (그런 말하면 나도 후우마가 헤비코는 항상 옆에 있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느낌의 부분이라던가)

유키카제 (실제로 옆에 있는 것이 굉장히 자연스러운 것이라든지, 굉장히 부러웠는데.)


유키카제도 옛날 생각이 나서, 여러가지 말하고 싶어졌는데,


유키카제 (아니 위험해 위험해. 이번에는 이쪽이 나빴고, 참자.)


유키카제 "뭐, 옛날 일은 그쯤하고."

헤비코 "그쯤하자고?"


그것도 짜증나는 듯 날카롭게 노려본다.


유키카제 "아, 그게 아니라 그 옛날의 살아있는 후우마와 헤비코도 이야기하고 싶지?"

헤비코 "당연하지."

유키카제 "그럼 이야기하자. 차원 핸드폰은 굉장해. 사진도 보낼 수 있게 되었고. 돌아가면 제일 먼저 쓰자, 꼭!"

헤비코 "그래도 오랜 시간 말을 나누지는 못하잖아. 아까 그렇게 말했으면서."


엄청 뾰로통한 얼굴로 말하는데,


유키카제 "그건, 나와 아스카의 몫도 헤비코에게 줄게. 헤비코가 우선으로 통화. 어때?"

헤비코 "정말?"

유키카제 "정말, 약속할게."

헤비코 "약속한 거니까! 흥!"


헤비코는 홱 고개를 돌렸지만 입꼬리가 약간 느슨해졌다.


유키카제네에 대한 불만보다 "후우마짱과 무슨 얘기를 할까"가 더 커졌음이 틀림없다.


조만간 기분도 나아질 것이다.


곧 린코의 목격 정보가 있던 마을이 나온다.


Bandit은 괴력의 토르켈을 죽인 자객의 발자취를 조사해, 그 자객이 Bandit 요새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산골짜기의 작은 마을로 향했음을 확인했다.


거기서 린코 같은 여성의 목격 정보를 파악하고 있었는데──.


헤비코 "마을이 얼마 남지 않았어."


앞서가는 헤비코가 돌아보았다.


유키카제의 어른의 노력으로 이제 기분이 다 풀린 모양이다.


유키카제 "정말 린코 선배인가?"

헤비코 "모르겠지만, 그래도 가볼만하다고 생각해."

유키카제 "그렇구나. 하지만 린코 선배라면 왜 우리와 합류해주지 않은 걸까."


괴력의 토르켈을 쓰러뜨린 자객이 린코라면 Bandit에게도 레지스탕스에게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어째서 기가스의 자객이 되어 행동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유키카제 "게다가 살아 있었다면 더 빨리 우리에게 알려줬어야 할 텐데."

헤비코 "그건......뭔가 말 못 할 이유가 있었다던가, 마이카처럼 혼자가 되고 싶었다던가 아닐까."

유키카제 "그건......그럴지도."


유키카제는 입을 다물었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었던 것이다.


Bandit 요샤에서 본 그 시체의 절단면.


그건 확실히 굉장했다.


지금은 유키카제도 일도류를 사용할 수 있지만, 아직 그렇게까지는 베지 못한다.


그런 게 가능한 건 린코 뿐이다.


유키카제 (하지만......린코 선배의 검은 더 예뻤던 것 같은데.)


대마인 최강의 검사.


단칼에 적의 목숨을 앗아가는 존재이면서도 그 칼끝에는 청열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적을 베기 위해 단련된 린코의 애도 이시키리카네미츠처럼.


아마도 그것은 대마인 검사로써 린코의 긍지에서 생겨났을 것이다.


오래 전에 들었던 기억이 난다.




린코 『대마인은 적의 목숨을 빼앗아야 한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린코 『그렇다면 적어도 아픔을 느끼지 않고, 죽은 것조차 눈치채지 못하게 목숨을 빼앗는다. 그것이 내가 지향하는 검의 길이다.』

린코 『대마인으로서는 무르다. 적에게 그런 정을 들일 필요는 없다고 할 것 같지만.』




확실히 그건 후우마나 시카노스케가 살해되기 전의 일이었다.


우연히 린코의 훈련을 보고, 휴식 중에 그런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조금 부끄러울 정도의 말을 거침없이 하는 그 모습은 눈부셨다.


동경하는 린코 선배.


하지만 브레인 플레이어와의 싸움이 시작되고, 대부분의 대마인이 힘을 잃는 가운데, 린코는 모두를 지키기 위해 그 이상과는 거리가 먼 전투 머신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일까.


그래서 지금까지 린코는 살아 있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접촉해 오려고도 하지 않았던 것일까.


그 차가운 절단면.


검사의 이상은 커녕 아무런 감정도 없이 그저 죽인 것처럼 보이는, 린코에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살육의 흔적.


유키카제 (린코 선배......)


정말 찾아가도 좋을까, 문득 발걸음을 멈추던 그때였다.


헤비코 "......!!"


촤아아아아악!


앞서 걷던 헤비코의 발밑, 그 그림자가 먹물처럼 변하더니, 거기서 문어발이 출현했다.


옛날보다 독한 색깔의 문어발은 무언가에 경계하며 헤비코를 지키듯 꿈틀대고 있다.


유키카제 "문어발이 반응했어?"

헤비코장어 "이무기야! 뭔가 온다!"


헤비코는 딴죽을 넣으면서도 곧바로 근처 덤불에 몸을 숨겼다.


둘이서 숨을 죽이고 있는데, 브레인 플레이어 기계생명체 부대가 나타났다.


대마인을 본떠 만든 것 같은 여성형 안드로이드·아사그. 그것이 10체.



그리고 대장일까, 갑옷무사와 같은 안드로이드가 1체. 저것 또한 여성형이다.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 모습이다. 두 사람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마침 여기에 나타난 것 같다.


유키카제 "아사그에......본 적도 없는 녀석이 있어. 넘어갈래?"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일단 묻는다.


헤비코 "마을이 가까워. 방치할 수는 없지."

유키카제 "알았어!"


***


유키카제 "......!!"


지이이이잉!!


우선은 양손으로부터의 레이저 뇌격.


멍하니 걷던 아사그 2체, 그 중추를 순식간에 파괴해 침묵시킨다.


그들이 땅에 쓰러지는 것보다 빨리 유키카제는 덤불에서 튀어나와,


유키카제 "흣!!"


서걱! 서걱! 서걱!!


뇌검 이도류로, 또 아사그 2체를 순살.


선제공격으로 4체나 쓰러진 뒤에야 대장 여무사(사무라이라고 부르자)와 나머지 6체의 아사그가 반응했지만


헤비코 "핫!!"


헤비코의 촉수가 동시에 4체의 아사그를 관통한다.


미사일을 발사하려던 4체는 그대로 폭발해 날아간다.


남은 건 아사그 2체와 사무라이 뿐이다.


우선 아사그를──.


또 뇌격을 날리려는 순간,


사무라이 "──."


사무라이가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허리의 태도가 검집에서 빠져나온다.


유키카제 "윽!"


키이이이잉!!


사무라이의 기습을 뇌검으로 막는다.


유키카제 "이 녀석 건방지게 발도술을!?"


그다지 날카롭지는 않지만, 그것을 사용해 왔다는 사실에 조금 놀란다.


아사그 "──."


대장의 도움을 받은 2체의 아사그가 드디어 소형 미사일을 발사한다.


유키카제 "......!"


유키카제는 재빨리 몸을 틀어 미사일을 뇌격으로 쳐내려 했지만,


헤비코 "그런 것!!"


그보다 먼저 헤비코의 촉수가 뻗어와, 미사일을 모두 방어하고 있었다.


유키카제 "우와, 문어발 빨라"

헤비코 "이무기!"


게다가 단단하다.


아사그가 날아가는 위력인데도 미사일을 받아낸 촉수는 쌩쌩하다.


하지만 그 폭풍이 가라앉았을 때, 사무라이도 2체의 아사그도 사라져 있었다.


유키카제 "거짓말!? 도망갔어?"

헤비코 "도망치는 게 가능할 줄이야."


유키카제는 눈이 휘둥그래졌고 헤비코도 뜻밖의 전개에 놀라고 있다.


유키카제 "쫓을래?"

헤비코 "잠깐만. 어디로 갔는지 알아볼게."


헤비코는 이무기의 촉수를 꿈틀거리며 도주한 적의 흔적을 찾고 있다.


헤비코 "으ㅡ음. 따라잡을 수 없지는 않지만 곧 날이 저물 것 같고, 추적은 Bandit 부대에 맡기자."


헤비코는 탐지한 내용을 재빨리 메모한 뒤 촉수 하나에 그것을 넘겼다.


그 촉수는 「OK」라고 하는 느낌으로 넘실거리며, 발밑의 그림자로 스르륵 잠수해 사라졌다.


유키카제 "뭐야 지금 건? 촉수를 사용한 전달마술?"

헤비코 "응, 맞아. 무선과 달리 감청도 안 되니 안심."

유키카제 "저런 식으로 편지를 보내는 거야? 무서운데."

헤비코 "응, 꽤 징그럽지만 어쩔 수 없지."


헤비코는 쓰게 웃었다.


어쨌든 브레인 플레이어 부대가 Bandit 지배 영역에 진출하고 있음을 알리며 두 사람은 앞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