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


왕도 킹스록.


마계의 돈과 권력, 인재가 모이는 100만 명 단위의 도시다.


거리 이름의 유래가 된 거대한 바위 위에 왕성이 서 있다.


하지만 그 자리에는 아무도 앉아있지 않다.


현재 마계의 왕좌는 공석이다.


대신 유력한 마계 9귀족에 의한 과두제로 운영되고 있다.


9귀족 회의의 의장이며 사실상 왕도를 다스리고 있는 것은 재상경 비스마르크.


왕가가 건재하던 시절 대대로 왕을 보좌하는 재상을 지낸 명문이다.


그리고 비스마르크가 이끄는 12 기사와 그들이 이끄는 12개 기사단.


즉 천성, 명왕, 흑룡, 백룡, 녹룡, 청룡, 적룡, 기룡(機竜), 구두룡(九頭龍), 응룡(応竜), 금룡, 은룡 등 12개 기사단이 마계를 지키고 있었다.


왕도 킹스록은 마계의 수도이자 최대의 항만도시이기도 하다.


왕성을 지탱하는 거대 바위, 그 깎아지른 안벽을 감싸듯 바다가 펼쳐져 있다.


왕성과 그 주위의 왕도에서 보면 거대 바위 아래에 위치한 항만 지구는 어느 교역도시나 그렇듯이, 거친 기풍으로, 암벽에 달라붙듯 만들어진 환락가에는 수상한 술집, 여관, 창관 등이 들어서 있어, 마계 안에서 모인 무뢰배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치안은 당연히 나쁘고, 낮에도 왕도의 일반인은 좀처럼 다가오지 않으며, 간혹 호기심 많은 귀족 꼬마가 내려와 잡히기도 하고, 수중에 있는 것 전부 벗겨지기도 한다.


밤이면 힘에 자신 있는 악당이라도 잠깐 방심하는 사이 시체가 되어 굴러다닐 처지가 된다.


그런 위험한 밤의 항만 지구에 한 여기사가 나타났다.


잉그리드 "역시 아래 쪽이 안정되는군."


최강의 마계기사 잉그리드.


오랜 시간 부재중이었지만 12기사단 중 최대의 공격력을 가진 흑룡기사단의 단장, 그 사람이었다.


잉그리드가 향한 곳은 "밤의 저택"이라 불리는 저택이다.


거리에서 가장 호사스러우면서도, 그것은 밤의 어둠 속에 녹아들 듯 서 있었다.


마치 아새신이 어둠 속에 숨듯이.


안으로 한 걸음 들어서면, 바깥의 소란과는 완전히 격절되어, 이질적인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마치 어느 궁궐에 빠져든 것 같다. 환상적이기까지 하다.


그리고 안쪽의 문이 저절로 열렸다.


잉그리드 "......"


잉그리드는 개의치 않고 그 문 안으로 향했다.



암살경 케레스 "......어서오게, 최강의 마계기사."


잉그리드를 영접한 사람은 검은색으로 가득한 여자였다.


이날 밤의 저택의 주인, 얼굴은 항상 후드 아래 가려져 있어, 잉그리드도 아직 본 적 없지만 


잉그리드 "오랜만입니다. 케레스 경."


잉그리드는 12기사단 2위, 명왕 기사단 단장에게 인사했다.


암살경(어새신 로드) 케레스.


마계를 지배하는 9 유력 귀족의 일각.


모든 암살자의 장으로서, 영토 없는 밤의 마을들의 지배자.


왕위에도, 권력에도 관심 없으나, 밤의 규칙을 어기는 것은 용서치 않는다.


항상 중립을 유지하는, 뿌리는 어둠의 상인. 창관을 지배하는 문제로 음마족과 옛날부터 사이가 나쁘다.


암살경 케레스 "......잘 와주었네. 식사라도 할까. 와인도 최고의 것을 준비했어."

잉그리드 "아니, 괜찮습니다. 케레스 경에게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암살경 케레스 "......호오, 뭐지."


케레스는 유유히 두 사람 몫의 잔에 핏빛 와인을 따랐다.


잉그리드 "얼마 전, 제가 사령경의 하수인에게 목숨을 노려진 것은 알고 계시지요."

암살경 케레스 "......쓸데없는 짓을 했군. 그는 슬슬 바보경이라 해야겠어. 그게 어쨌다는 건가?"


케레스는 잔을 입가로 옮겨, 어떻게 하는지 후드를 눌러쓴 채 와인을 우아하게 마셔간다.


잉그리드 "그 암살자 중 한 명, 마법을 쓰는 대마인 검사에 대해서."

잉그리드 "그 자는 저와 호각의 검술을 자랑했고, 제 불꽃을 인법으로 봉인해 보였습니다."

암살경 케레스 "......그건 굉장하군. 그런 자가 아직까지 존재했다니."

잉그리드 "그 "봉인의 술"의 사용자에 대해 케레스 경에게 묻고 싶습니다."

암살경 케레스 "......내가 자네에게 암살자를 보냈다고?"

잉그리드 "그렇지 않습니까?"

암살경 케레스 "......"


케레스는 말없이 잔을 테이블에 놓는다.


잉그리드 "그 자는 아레스라고 자칭했습니다. 케레스 경의 휘하에 그와 같은 이름의 사람이 있을 터."

암살경 케레스 "......있었지. 이제 내 부하가 아니야."

잉그리드 "네, 그랬죠. 그 아레스는 현명경과의 사이에 무슨 일이 생겨 케레스 경 곁에서 사라졌다던가."

암살경 케레스 "......잘 알고 있군. 첩보에도 능한 모양인데, 역시 잉그리드 경."


케레스의 칭찬에 잉그리드는 조금도 개의치 않고


잉그리드 "제가 알고 싶은 것은 아레스라고 밝힌 암살자가 사건의 암살자와 동일인인가 하는 것입니다."

암살경 케레스 "......그것을 나에게 물어보러 온 건가. 게다가 직접 여기에."


케레스는 후드 밑에서 웃고 있는 듯한 목소리를 냈다.


잉그리드 "그렇지 않으면 알 수 없을 테니까요."


질문에 암살경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잉그리드는 알고 있다.


이는 암살 시도 사건에서 암살경이 연루됐는지를 살피는 일이다.


만약 사령경과 암살경이 손잡고 노마드를 공격하고 있다면──.


암살경 케레스 "......무섭군 무서워. 내가 사령경과 손 잡고 있다는 걸 알면 여기서 베어버릴 각오인 것 같아."

잉그리드 "......"

암살경 케레스 "......정말 오만한 행동이지만, 나는 그런 자네가 싫지 않아."

암살경 케레스 "......그리고 나는 사령경의 계획을 달가워하지 않아."


케레스는 다시 잔을 집어들고 즐겁게 와인에 입을 댔다.


암살경 케레스 "잉그리드 경, 사령경이 에레시키갈을 부활시킨 건 알고 있나?"


그 말을 듣고 잉그리드의 안색이 변했다.


잉그리드 "이슈타르의 누이, 그 명계의 요부를!?"

암살경 케레스 "그래, 찬탈을 계획했다가 환몽경과 여동생에 의해 봉인되어 있던 그 여자야."

암살경 케레스 "그것이 음마왕의 죽음으로 부활했고, 또 음마족 왕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 것 같아."


잉그리드 (......그런가. 그래서 이슈타르와 암브로스가 휴전을.)


암살경 케레스 "......알다시피 나는 창관의 지배 탓에 음마족과는 대립관계에 있다."

암살경 케레스 "그리고 에레시키갈은 이슈타르보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야."

암살경 케레스 "내가 가장 아끼는 장사에 확실히 지장이 생기는 상대를, 그 사령경이 부활시켜 버렸다는 거지."

잉그리드 "......"


머뭇거리는 잉그리드에 암살경은 계속했다.


암살경 케레스 "......나는 현명경보다 더 급진적인 현상유지파다."

암살경 케레스 "......어느 세력에 의한 편향도 좋아하지 않아. 왜냐하면 나는 영토 없는 밤의 마을들의 지배자이기 때문이다."

암살경 케레스 "......내 곁에 있던 암살자 아레스와 자네를 습격한 아레스가 동일인물인지 아닌지, 그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다."


창녀와 암살자에 관한 정보는 모두 은닉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이 암살경과 밤의 마을들의 룰이다.


암살경 케레스 "......하지만, 한 가지 조언을 할 수는 있지."

잉그리드 "들려주시길."

암살경 케레스 "......모든 재앙은 어느 청년에게 수습되어 간다. 자네의 주인이 그 청년을 살렸기 때문이지."

잉그리드 "블랙 님이?"


뜻밖의 말에 잉그리드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오른다.


케레스는 최강의 마계기사를 당황하게 만든 것에 만족한 표정으로


암살경 케레스 "......하지만 그것은 그의 약점이 되는 행위다. 적은 청년의 생명을 노리게 된다."

잉그리드 "청년이란 게 누구입니까?"

암살경 케레스 "......대마인. 독립유격대 대장 후우마 코타로."


***


나 "간다!!"


마주 오는 상대는 두 사람.


준민함을 자랑하는 자객 여자와, 그 뒤에서 오는 토둔중 여자


자객(여) "당주님, 각오하시길!!!"


거미가 기어가는 듯한 낮은 자세에서 필살의 칼날이 목을 향해 뻗어 나온다.


나 "크으으읏!"


목덜미가 아찔한 것을 느끼면서, 아슬아슬하게, 나는 자객의 공격을 칼로 쳐냈다.


반격으로 칼을 자객에게 휘두르지만, 자객은 재빨리 몸을 돌려 그것을 피한다.


토둔중(여) "야아아아아!!!"


자객을 추격할 겨를도 없이 이번에는 토둔중 여자가 다그쳐 온다.


나 "으악!?"


암석으로 굳어진 망치 같은 주먹을 나는 옆으로 몸을 날려 힘겹게 피했다.


그리고 피하면서 쿠나이를 던졌는데, 토둔중 여자는 그것을 주먹으로 간단히 튕겨낸다.


나 "크으으."


아까의 자객은 내 옆면에 돌려 하고 있다.


두 사람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성가시다.


나는 암권 때문에 아무래도 움직임이 느려지는 토둔중 여자를 방패삼아 다음 공격을──.


쏴아아악!


나 "윽!!"


새로운 적의 기척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인법을 풀고 어둠 속에서 모습을 나타낸 것은 대마인 라이브러리.


후우마 오니와반 최강의 남자.


라이브러리 "목숨, 받아가겠소!"


빨갛게 달아오른 칼날이 내리친다.


이미 회피도, 방어도 늦었다.


절체절명의 타이밍.


바로 그때.


두근──.


내 안에서 "마(魔)"의 힘이 넘쳐흘렀다.


그리고 오른쪽 눈이 떠진다.



나 "윽!!"


순간, 눈앞이 검게 물들었다.


뜬 눈에서 어둠이 쏟아져 나온다.


검은 베일에 덮인 듯, 오른쪽 눈의 시야로 세계가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라이브러리가 내리치는 칼날도 마치 슬로모션 같다.


내 감각이 몇 배로 높아지고 있다.


감각만이 아니다.


오른쪽 눈에서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마의 힘이 나의 신체능력도 증대시킨다.


나는 라이브러리의 공격을 가볍게 피해, 그와의 협공으로 나를 공격하려던 두 사람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촤아아아악!!


실제로는 급가속하고 있을 나의 움직임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두 사람은 오른쪽 눈에서 출현한 어둠의 칼날에 깨끗이 쓰러진다.


그 쓰러져 가는 움직임조차 느리다.


남은 것은 라이브러리 뿐.


나 "뭐!?"


하지만 그 모습이 사라져 있다.


라이브러리조차 지금의 내 움직임을 따라잡을 수 없었는데.


도대체 어디로!?


또 인법으로 사라진 건가!?


가속된 감각과 육체로 라이브러리를 찾으려는 순간,


나 "크학!!"


등에 엄청난 충격이 달렸다.


어느새 등 뒤로 돌아간 라이브러리에게 걷어차인 것이다.


나 "으극......카아아......크악......"


나는 땅을 구르면서도 낙법으로 데미지를 최소화하고 일어선다.


갈비뼈가 엉망진창으로 박살났지만, 이 정도는 개안한 오른쪽 눈으로 금방 낫는다.


하지만──.


나 "헉!"

라이브러리 "......"


라이브러리의 날이 내 목 언저리에 딱 닿았다.


조금만 더 칼을 들이대면 목이 떨어진다.


이제는 가속해도 소용없다.


라이브러리 "여기까지네요, 당주님."

나 "크으으."


라이브러리가 쑥 칼을 거둔다.


하지만 목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 대신 나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다.


나 "졌다"

라이브러리 "저보다 빨리 움직인 것은 훌륭합니다. 하지만 그래서 방심했네요."

라이브러리 "자신보다 빠른 상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때마다 질 수는 없죠."

나 "하긴."


나는 반성하고 오른쪽 눈을 감았다.


부러진 갈비뼈가 낫는 속도는 느려졌지만, 이 통증은 자만심에 찬 벌로 받아들이자.


라이브러리 "그런데 엄청난 마의 힘을 얻으셨군요."

나 "아니, 아직 반성점이 많아. 절체절명의 위기가 되지 않으면 잘 호출할 수 없다는 건 말이지."

라이브러리 "그건 애초에 그런 상태가 되지 않도록 하면 되지 않을까요?"

나 "카아──앗! 그렇게 말 해오는 거냐. 라이브러리는 정말 엄격하구만!"

라이브러리 "죄송합니다."


그 노마드의 지배자 흡혈귀 에드윈 블랙의 마성의 힘.


쿠로토라는 소년으로 나타난, 아마 블랙 본인이 말한 것이나, 나와 전생에서부터 연결고리가 있다는 도서관 소녀, 시스이의 이야기, 지금까지의 경험, 여러가지 정황 증거, 특히 내가 사안을 사용할 수 없는 사실로부터 판단하면, 이것은 『전생』의 내가 사안의 힘 대신 블랙으로부터 빼앗은 어둠의 힘이 틀림없다.


연금술사 슈발리에는 이 힘을 너무 많이 쓰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하고 일부러 부적까지 만들어 주었지만, 우리들 대마인을 둘러싼 상황이 가열함을 더해, 나 개인으로서도 미래의 다른 세계로부터의 자객 등을 상대해야 한다면, 흡혈귀로부터 빼앗은 마의 힘이라도, 모처럼 얻은 힘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노마드의 배틀 아레나에서 노기사 세르반테스를 상대로 한 예행연습이 이 마의 힘을 조종하는 계기를 줬다.


그렇기 때문에 라이브러리나 후우마의 오니와반이 상대가 되어, 이렇게 단련하고 있는데,


나 "역시 아직 멀었구나."


그제서야 갈비뼈의 통증이 사라지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마 자객(여) "무슨 소리에요, 당주님!"

후우마 토둔중(여) "멋진 싸움이었습니다! 상대를 하게 돼 영광입니다."


동행해 준 오니와반 두 사람이 나를 격려해 준다.


후우마 자객(여) "그 멋진 몸놀림"

후우마 토둔중 (여) "그 눈으로 쫓을 수 없는 스피드."


두 사람

"너무 멋졌어요!"

"너무 멋졌어요!"


나 "고마워"


후우마 토둔중(여) "당주님, 오늘의 기념으로 사인해주세요!"


토둔중의 아이가 내게 얼른 종이를 내밀었다.


아니, 혼인신고서잖아.


후우마 자객(여) "저는 이것을! 첩으로 삼아주세요!"


자객인 아이는 여벌쇠다.


엄청 적극적인데, 이 두 사람.


그래서 단련에 동행해 준 건가?


남자로서는 좀, 아니 꽤 기쁘지만 이런 짓을 하고 있으면,


고고고고고고고고!!


봐, 엄청난 살기가 다가오잖아.


이즈모 츠루 "당신들......"

후우마 토둔중(여) "힉!"

후우마 자객(여) "츠루 님!!"

츠루 "지금 제 주인님께 뭘 드리려고 했나요? 저도 보여줬으면 하는데요."

후우마 토둔중(여) "ㅇ, 아무것도 아닙니다!"

후우마 자객(여) "당주님, 그럼 나중에 또!!"


토둔중의 아이는 혼인신고서를, 자객의 아이는 여벌쇠를 쥐고 쏜살같이 달아났다.


츠루 "도둑 고양이가."


그 눈빛이 순간 반짝 빛났지만, 곧 한 점의 흐림도 없는 미소가 되어,


츠루 "주인님, 식사 준비가 됐습니다. 어서 저택으로 돌아와주세요."

나 "ㄱ, 그래, 고마워."


나까지 흠칫흠칫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라이브러리 "......"


아버지인 라이브러리는 어쩔 수 없는 딸이라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떻게든 해줘. 최근에 알아차렸지만 딸에겐 무르잖아.


어쨌든 나는 오늘 밤 훈련을 마치고 집에 도착한 것이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후붕이는 블랙의 호크룩스 같은 게 되었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