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간다! 하앗."


내가 천천히 검을 한 번 휘두르면.


파직파직!!


검에서 거센 번개(의 이펙트)가 뿜어져 나와 브리짓을 향해 달린다.


브리짓 "큿, 제법이지 않은가."

모모카 "굉장해, 엄청 빛나~♪ 서언배, 번개 일섬, 이번엔 오른쪽으로 부탁해요."


찰칵.


리노아 "번개가 칠 타이밍을 예측, 맞춰서 셔터 온."


찰칵


모모카와 리노아는 그 모습을 배경으로 다정하게 사진을 찍으며 놀고 있다.


나 "긴장감이 없잖아. 같이 싸워줄 순 없는 거야?"


불길 속에서 검을 계속 휘두르며, 나는 완전히 땀범벅이 되었다.


모모카 "왜~, 여기선 신랑 씨의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잖아요."

리노아 "다른 신부가 도와주는 건 멋 없고. 즉 저희는 한가합니다."

나 "으음......뭐, 그런가......그럼 나 혼자 신부를 구해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수 밖에!"

아사기 "후우마 군, 힘내~♪"


사로잡힌 사랑하는 신부의 성원에 나는 다시 검을 휘두른다.


번개(의 이펙트)가 달려 브리짓에 직격했다. 이제 10발 정도일까.


브리짓 "크아악."

나 "해, 해치웠나?


뇌격을 받은 브리짓(상처 없음)은 과장되게 쓰러져, 구르고──.


다음 순간 화려한 플래시 라이트와 효과음이 주변을 감쌌다.


브리짓 "크크큿......제법이군, 신랑 용사여."

나 "?!"

브리짓 "슬슬......나도 진심을 보여줄 때가 된 것 같아."

나 "ㅁ, 뭐!?"


브리짓은 커다란 입을 찢고 눈을 번뜩이며 웃는다.


리얼해서 좀 무서운데.


브리짓 "하아아아아아아아......"


(빛이 번쩍)


브리짓 "헤아아아아아아아아아......"

브리짓 "후아~~~ 여, 역시 안돼."

브리짓 "너무 더워서 이제 한계야~. 죄송합니다, 오너."


빛이 사라지자 브리짓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브리짓 "헤엑, 헤엑......나 더위에는 약해......"

나 "아직 뭔가 있을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이게 끝이야?"

브리짓 "사실은 진정한 결전이 있는데, 너무 더워서, 나, 이제 한계......"


브리짓은 휘청휘청 땅에 주저앉고 말았다.


나 "그러고보니 너 원래 마계의 빙설지대에 사는 종족이지."

나 "이런 불의 산에서 싸우는 건, 역시 힘드려나......"


혹한의 빙설지대에 적응해 두꺼운 모피를 두르고 있는 브리짓은 추운 곳이 아니면 컨디션이 나오지 않는다.


예전에는 진심을 다해 싸우기 위해 키라라 선배와 히무로 카렌 선배의 힘을 빌려 혹한의 환경을 조성해 준 적도 있다.


브리짓 "으윽......내 일이......월급이......"

??? "이런이런, 한심하게도."


브리짓이 지쳐있자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브리짓 "오너!!"

나 "오너?"


오너라고 불리며 나타난 것은 우리들의 식을 맡아 준 그 인형 신부다.


주인 "죄송합니다 고객님."

주인 "이형으로 변신한 요호를 신부의 사랑의 힘을 받은 신랑이 때려눕힌다는 시나리오였습니다만......"

브리짓 "후에에, 죄송합니다."

나 "쿠마타 신부......당신, 여기 원장이라고 말했었지. 오너는 따로 있나?"

오너 "뭐, 일단 그렇게 되겠죠."

아사기 "당신이......? 여기는 도대체 무엇을 위한 장소야? 당신은 누구지?"


아사기 선생이 묻는다. 묶여 있어도 그 목소리에는 날카로운 박력이 있었다.


오너 "어이쿠, 그렇네죠. 가짜 모습으로는 실례겠어요♪"


쿠마타 신부가 빙그르르 공중제비를 돌자 주변 경치가 확 달라졌다.


그리고 신부의 모습도──.



오너 "다시 한 번 『매리지・랜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신랑신부님."

나 "타마모 씨!?"


불의 산은 평범한 산이 되었고, 아사기 선생을 묶었던 봉과 밧줄도 사라졌다.


아사기 "후우마 군, 이 여성은?"

나 "타마모 씨, 요미하라의 신사에 근무하는 사람으로, 시즈루 선생과도 아는 사이입니다."


자칭 『단순히 신참 신직』이었지만 어째 신님이 지인이라는 등 보통내기가 아닌 신기한 여성이다.


타마모 "아, 신사 일은 그만뒀어요♪ 지금은 보잘 것 없는 신참 테마파크 경영자입니다."


나 (진짜로!?)


역시 보통내기가 아니다. 나는 강하게 확신했다.


타마모 "더운데 무리하게 해서 미안해요, 브리짓 씨."

브리짓 "후에에에에......저야말로, 일을 완수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아아아......"

타마모 "아뇨, 부적절한 직장 환경에서 일하게 한 것은 고용주의 실수니까요♪"

타마모 "불의 산, 지인에게 부탁해 리얼하게 연출해 주었는데 조금 너무 리얼하게 되어 버렸네요."


나 (지인......? 타마모 씨, 정말로 누구인 거지......?)


타마모 "브리짓 씨도 열심히 해 주셨고, 신랑님도 더운 날씨에 용감하게 싸워서 신부님을 되찾으셨고."

타마모 "이걸로 경사로세 경사로세, 수고 많으셨습니다."

타마모 "브리짓 씨에게도 제대로 이벤트 수당 줄 테니 안심하세요."

브리짓 "와이! 감사합니다!"

브리짓 "아, 잠깐만요 오너! 하나 잊어버린 게 있거든요."

타마모 "네, 뭔가요?"

브리짓 "사실 이 유괴 이벤트를 먼저 하고 첫날밤을 나중에 하기로 되어 있어서요."

브리짓 "그렇게까지 제대로 즐기지 않으면 이벤트 수당을 받을 수는......!"

타마모 "어머, 그랬군요. 그럼 두 분 모두, 재차 첫날밤을──."

나 "앗, 그건 이제 괜찮으니까!"

타마모 "어머, 하지만......"


아사기 "여기까지 말해주는데, 거절하기도 미안하잖니 후우마 군."

나 "아사기 선생님까지!!"

아사기야 "우후후, 농담이야. 첫날밤은 진짜 아내를 위해 아껴두렴."


그러는 동안에 주위는 꽤 밝아 있었다.


단숨에 졸음이 밀려온다. 리노아와 모모카는 이미 바위 그늘에서 둘이 함께 졸고 있었다.


아사기 "어머, 어쩔 수 없네. 오너 씨, 저 애들한테도 방을 마련해 줄 수 있어?"

타마모 "맡겨두세요♪"


타마모가 지시하자 스태프 몇 명이 나타나 두 사람을 방으로 데려갔다.


나 (리노아와 함께 사진 찍기로 한 약속은 못 지켰는데 어쩔 수 없나? 본인도 즐기고 있었던 것 같고.)

나 (모모카에게는 내 사진이나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지 않도록 나중에 확실히 말해두기로 하자.)


아사기 "그럼 우리도 방으로 돌아갈까?"

나 "그렇네요......"


타마모 씨에게 묻고 싶은 것은 많은데, 진실을 대답해 줄 수 있을까.


하지만 뭣보다 더운 날씨에 밤새 모험한 몸은 지쳐 한시라도 빨리 쉬고 싶었다.


나 (다음에 요미하라에 가면, 시즈루 선생님과 유리에게라도 타마모 씨에 대해 물어보기로 하자......)


이렇게 신부 유괴 이벤트를 완수했던 우리는 방으로 돌아와 선잠을 자고 (물론 잠만 잤다. 피곤했고)


그리고 아침──.



브리짓 "감사합니다. 또 놀러와."


우리는 매리지・랜드 출구에서 브리짓과 작별인사를 하고 있었다.


아사기 "즐거웠어. 고마워."

브리짓 "마지막은 나 때문에 클라이맥스가 없어져서 미안해."

나 "신경쓰지마. 솔직히 나도 덥고 한계였으니까......그런데 그 옷은?"


배웅 나온 브리짓은 아기자기한 미니 기장의 웨딩드레스로 몸을 감싸고 있었다.


브리짓 "이거? ......에헤헤, 더운 날씨 속에서 열심히 한 상으로 오너가 특별히 의상을 준비해 주었어."

브리짓 "모처럼이니까 입어봐달래. 어때?"

나 "아아,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아사기 "미니스커트에 꼬리, 굉장히 귀여워."

브리짓 "ㄱ, 고마워."


브리짓은 김이 나는가 싶을 정도로 새빨갛게 변한 얼굴을 숙인 다음, 번쩍 정신을 차렸다.


브리짓 "아, 맞다! 이거 건네는 걸 잊지 말아야지. 오너가 주는 선물이래."


그러면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아사기 "어머, 뭘까?"

브리짓 "내용물은 나도 몰라. 파크를 나간 뒤에 열어줘."

나 "알았어."


나는 손바닥만 한 그 작은 상자를 받았다.


나 "그럼 우린 슬슬 가볼까? 브리짓도 아르바이트 열심히 해. 수왕회 놈들에게도 안부 전해 줘."

브리짓 "응! 고마워. 다음에 봐."


손을 흔드는 브리짓에게 배웅을 받으며 우리는 『매리지・랜드』를 떠났다.


브리짓 "좋겠다, 결혼인가. 나도 언젠가......"

오너 "뭐, 그 두 분 정말 결혼했다는 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브리짓 "오너! 엣, 그럼 왜......"

오너 "글쎄요. 장미를 뿌린 초대장을 어디선가 입수해서 조사하러 왔다, 려는 걸까요?"

브리짓 "뭐야, 그렇구나. 아까운 듯 안심한 듯......"

타마모 "자, 그럼 가게 문을 닫아볼까요."

브리짓 "가게 문을 닫는다고?"

타마모 "네, 이 테마파크는 접기로 했어요."

브리짓 "엣!? 6월 동안 오픈할 예정이잖아요?"


타마모 "그럴 생각이었지만요. 아무래도 제가 원하는 건 여기서 찾을 수 없는 것 같아서요."

타마모 "「결혼」, 이 불가사의한 인간의 풍습. 평생 단 한 사람과 함께하고 싶을 정도로, 서로를 강하게 요구하는 두 사람."

타마모 "그런 자들에게라면 '그 감정'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브리짓 "오너?"

타마모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쪽의 이야기."

타마모 "자, 6월의 꿈은 이것으로 끝. 당신도 이제 동료들에게 돌아가야죠."

타마모 "자 여가, 당신의 월급. 웃돈을 좀 얹었으니까요."

브리짓 "정말?! 히이, 후......엣, 이렇게나 많이 줘도 되는 건가요!"

타마모 "물론이죠. 꽤 열심히 해줬고♪ 그 드레스 또한 가져가도 돼요."

브리짓 "가, 감사합니다!!"

타마모 "또 일손이 필요할 땐 잘 부탁해요."

브리짓 "물론! 그때는 또 불러주세요!"




『매리지・랜드』를 나와 조금 걸어, 돌아보니 더 이상 그곳에 성은 없고, 그저 녹색 숲이 펼쳐질 뿐이었다.


아사기 "결국 여우들에게 홀렸다는 거려나."

나 "그런가 봐요......"


그런데, 대체 무엇 때문에. 정말 타마모 씨가 혼자 만들었을까? 수수께끼는 깊어질 뿐이다.


그리고 결국 당초의 의문도 해결되지 않았다.


나 "그건 그렇고, 왜 센쥬의 유품 중에 그런 파크의 티켓이 있던 걸까요?"

나 "누군가 같이 가고 싶은 상대라도 있었을까요?"

"아사기 "그것도 있을 수 없지는 않지만......나는 백모다운 참견일 거라고 생각해."

나 "참견?"


아사기 선생은 멈춰 서, 장마철 사이 푸른 하늘을 올려다본다.


아사기 "이가와 센쥬......그녀는 어머니의 인정을 받기 위해, 인생의 대부분을 바쳐왔지."

아사기 "간신히 자기 자신의 삶을 살려고 했을 때에는 이미 잃은 것이 너무 많아서......"

아사기 "조카는, 자기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걱정했을지도 몰라."

나 "자기처럼, 인가요. 즉......"


아사기 선생과 센쥬는 적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임무를 위해 몸을 바치는 삶은 비슷하다고 할 수도 없다.


나 "......즉 센쥬는 아사기 선생님에게 사명에 몸을 바칠 뿐만 아니라 자기자신의 행복도 생각하라고?"

아사기 "상상에 불과하지만 말이야."


아사기 선생은 하늘에서 시선을 내려, 이쪽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아사기 "하지만 그래서 남긴 것이 결혼 티켓이라니, 머리가 굳은 게 센쥬답지 않니?"

나 "하하, 확실히. 빨리 결혼이나 하라고 보채는 친척 아주머니 같아요."

아사기 "평범한 집안이라면, 그런 관계로 지낼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

나 "......"

아사기 "뭐, 그 상대가 후우마 군이라면 괜한 걱정일 것 같지만?"

나 "무슨 뜻이에요. 이래 보여도 후우마 가문의 당주입니다만."

아사기 "후후. 그래. 유능한 시누이와 부하들도 많이 있겠지."

나 "친구나 동료도요."


나는 모두의 얼굴을 떠올린다.


모두에게 축복받고, 마음먹은 상대방과 결혼식을 올릴 날이 내게도 올까. 아직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


나 (그러나 시늉이라고는 하지만, 아사기 선생님과 결혼식을 올리고 키스했다고는, 모두에게 절대 말할 수 없겠지만......)


그러고보니, 아사기 선생님에게는 지금까지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상대는 없었던 것일까.


그런 의문이 머리에 떠올랐지만 입 밖에 내어 묻지는 못했다.


아사기 "그러고보니, 그 상자가 뭘까?"


아사기 선생님은 문득 내가 손에 들고 있던 작은 상자를 가리켰다.


나 "그렇네요. 열어볼까요?"


나는 세련된 나무 상자를 살짝 연다.


그러자 연기에 싸여, 우리들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로──같은 일 없이 안에는 센쥬의 유품 중에 있던 것과 아주 비슷한 봉투가 한 통 있을 뿐이었다.


아사기 "편지?"

나 "우대권적인 뭔가려나요. 이벤트를 완수하지 못했으니, 다시 초대라든가."


봉투를 열면 과연 거기에는 역시 비슷한 카드가 들어 있었다.


수채화 분홍색으로 채색된 종이에 좌표와 『둘이 오세요』라는 메시지, 그리고 새 마크.


나 "이런이런. 역시나인가. 다시 한 번 초대해 주겠다는 건가 봐요."

아사기 "그런가──어머? 새 마크가 뭔가 좀 다르지 않나?"

나 "새 마크?"


그 말을 듣고 자세히 보니 흰 비둘기였던 마크는 커다란 꾸러미를 나르는 새 마크로 변해 있다.


긴 날개에 길쭉한 부리, 물고 있는 천 꾸러미, 이 새는──.


나 "이건──황새?"

아사기 "과연 그렇구나. 그렇지, 후우마 군. 다음 임무지 말인데──."

나 "! 전력으로 거절할게요!"


카드가 의미하는 바를 헤아려, 나는 저도 모르게 전력으로 거절한다.


나 (센쥬 미안해......나에게는 아직 짐이 너무 무거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아이를 물어다주는 황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