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세계는 황폐해져 있었다.


늘어서 있는 빌딩에는 전깃불도, 인적도 없이 모두 붕괴하고 있다.


움직이지 않게 된 승용차나 트럭이 녹슨 채 대로변에 방치돼 있다.


그것들은 이상번식한 녹색으로 뒤덮여 마치 인류가 멸망한 지 수백, 수천의 시간이 지난 것 같다.


불과 십수 년 전에는 이곳이 세계 유수의 대도시였음을 믿을 수 없을 정도다.


이곳은 차원침략자 브레인플레이어의 습격을 받은 차원 중 하나.


그리고 어느 차원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미래에 해당하는 차원이기도 했다.


그 황폐한 도시의 지하, 사용되지 않게 된 지하철 선로를 두 사람이 걷고 있었다.


한 사람은 이 세계에서는 레이더라 불리는, 그다지 드물지도 않은 식인종 강도다.


다른 한 명은 로브를 입은 의문의 인물이다.


모습을 숨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걸음은 힘차다.


성욕과 식욕이 모토인 레이더가 동경의 뜨거운 시선을 돌릴 정도로 말이다.


수수께끼의 인물 "정말 이 앞인가?"

레이더 "여러 번 사용한 길이니까 틀림없어!"

수수께끼의 인물 "함정에 빠뜨리려 하는 거라면 소용없다."

레이더 "정말이에요! 그런 꼴을 당하고 누님을 거역할 생각은 아무도 안 해!"

레이더 "아예 우리의 두령이 되어줬으면 좋을 정도야!"


레이더는 답답한 글래스 아래서, 그 이상으로 후덥지근한 시선을 그녀에게 향한다.


수수께끼의 인물 "알았으니까 그렇게 접근하지 마라."


로브를 두른 여자는 질린 듯 손을 흔들며 그 레이더에게서 멀어진다.


수수께끼의 인물 "그건 그렇고 이런 지하를 지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니."


지하도의 공기는 잔뜩 고여, 쇳물과 오수의 고약한 냄새가 난다.


게다가 태어나서 한 번도 목욕 해본 적 없는 레이더와 함께 있는 것이다.


레이더 "어쩔 수 없어요, 브레인코어는 보안이 철저해서 지상에서 통행증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거든요."

레이더 "하지만 지하에서라면 통행증 없이 들어갈 수 있는 루트가 있어요!"

수수께끼의 인물 "왜 지하를 통해서는 들어갈 수 있는 거지?"

레이더 "간단한 얘기에요! 브레인코어에는 인간도 살고 있거든요."

레이더 "안다크라고 불리는, 인간이 살고 있는 구획이 브레인코어의 최하층에 있습니다."

레이더 "우리 레이더는 안다크의 무리와 교역하고 있어요."

레이더 "지하의 출입구는 안다크 무리들이 브레인플레이어들에게 눈치채지 않도록 만든 것입니다."


동생 같은 분위기의 레이더는 여자의 물음에 줄줄 대답한다.


수수께끼의 인물 "흠. 그러나 어째서 브레인플레이어는 자신들의 수도에 인간을 살게 하고 있는 거지?"

레이더 "브레인플레이어들도 인간들의 노동력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거든요."

레이더 "놈들은 모두 귀족 행세를 하니까. 그래서 최하층에 인간을 살게 하고 있다고."

수수께끼의 인물 "거기가 안다크라고 하는 곳인가."


그녀는 못마땅한 듯 말했다.


브레인플레이어와 그 노예가 되어 있는 안다크의 거주자, 그 어느 쪽도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이었다.


레이더 "안다크에서 상층 구획으로 가는 것은 간단합니다. 물론 신분증을 확인 받겠지만 속일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요."

레이더 "요는 브레인코어 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는 것. 어쨌든──."

수수께끼의 인물 "그 상층 구획에 브레인플레이어의 여왕도 있나?"


내버려두면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 같은 레이더의 수다를 손으로 막고 그녀는 물었다.


레이더 "여왕의 궁전이 있습니다. 누님의 목적, 여왕을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레이더 "누님이 그 커다란 도끼로 여왕의 목을 치는 용맹한 모습, 꼭 보고 싶네요."



야츠 무라사키 "싸울 생각은 없다. 여왕과 협상하고 싶을 뿐이다."


로브를 두른 여자, 야츠 무라사키가 말했다.


그녀는 이 차원의 인간이 아니었다.


이 차원에서 보면 상대적인 과거에 해당하는 차원에서의 내방자였다.


***


무라사키 "하아아아아아!!"


무라사키 큰 도끼가 붕붕거린다.


폭풍과도 같은 참격에 앞에 있는 것들이 떨어져 나간다.


즉 브레인독, 이계의 원주민, 이계의 골렘, 무라사키를 습격해 온 적.


두꺼운 도끼날이 면도날처럼 가디언의 살을, 뼈를, 힘줄을 가르고 한꺼번에 양단해 간다.


브레인플레이어 "괴, 괴물 년이!?"


호위가 순식간에 쓰러져, 그 브레인플레이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물러났다.



무라사키 "사쿠라는 어디에 있지?"


문어를 닮은 얼굴에 도끼를 들이대고 무라사키는 짧게 추궁한다.


브레인플레이어 "사쿠라!? 무슨 소리냐!?"

무라사키 "다른 문어인가? 뭐 아무래도 좋아."

무라사키 "너희가 내 동료를 데리고 갔다. 방정 맞고 마음에 내키지 않지만 아사기 님의 여동생이자 내 친구다."

무라사키 "너희 종족은 자유롭게 차원을 이동할 수 있다고 들었다."

무라사키 "나를 사쿠라의 곁으로 안내해라. 그렇게 하면 목숨까지는 취하지 않겠다."


누가 봐도 협박인 문구에 브레인플레이어가 소리친다.


브레인플레이어 "바, 바보 자식!!!"

브레인플레이어 "너희 대마인이 테셀락을 파괴하는 바람에 무한한 에너지를 잃어버린 것이다!"

브레인플레이어 "간단하게 차원 이동을 할 수 있을까 보냐!"

무라사키 "그런가. 아쉽군."


툭.


브레인플레이어 "에?"


이상한 소리가 나서 옆을 보니 브레인플레이어의 오른팔이 어깨에서 절단되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브레인플레이어 "히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타는 듯한 아픔보다 먼저, 그는 공포의 비명을 지른다.


무라사키 "튼튼해서 좀처럼 죽지 않는다고 들었다. 자, 얼마나 자르면 죽는지 시험해 볼까."

브레인플레이어 "아, 알았다! 할게! 차, 차원이동 시켜드릴게요!!!"


피가 뚝뚝 흐르는 상처를 필사적으로 누르고 외친다.


무라사키 "흠. 교섭 성립이군"

브레인플레이어 "으그그......ㄱ, 그렇지만......실로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만, 어느 특정한 차원 밖에 되지 않습니다!!"

무라사키 "그런가, 아직 협상이 부족했어."


무라사키는 큰 도끼를 들어올린다.


브레인플레이어 "끄, 끝까지 들어주세요!!!"

브레인플레이어 "그 차원에는……그그…….우, 우리의 여왕 폐하께서 계십니다!!!"

브레인플레이어 "브레인플레이어의 수도가 있는 세계입니다!!"

브레인플레이어 "수도 브레인코어에는 방대한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브레인플레이어 "여왕 폐하의 허락이 있다면 그 에너지를 사용하여 자유롭게 차원이동이 가능하고요."

브레인플레이어 "동료인 사쿠라 님은 어쩌면 수도에 있을지 몰라요!!!"


무라사키 "그렇군."


무라사키는 도끼를 내렸다.


재잘재잘 지껄이는 게 여왕에 대한 충성심 조각도 없는 것 같다.


무라사키 "그럼 그 여왕이라는 게 있는 세계로 안내해라."

브레인플레이어 "아, 알겠습니다!!!"


무라사키 (그것이 이런 세계일 줄이야......)


캄캄한 지하철 선로를 걸으며 무라사키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레이더 "이 앞이 안다크의 숨겨진 입구로 통합니다!"


조금 더 가면 지하철역 같은 곳이 나온다.


몹시 약하지만 불이 켜져 있었고, 망을 보는 병사가 서 있었다.


시티즌 "멈춰라!!"


브레인시티에 사는 무장 주민으로, 시티즌이라 불리는 자들이다.


무라사키 "……"

레이더 "나야 나."

시티즌 "뭐야 너냐. 지나가도 돼."

레이더 "땡큐."


무라사키는 당연히 경계했지만 두 사람은 안면이 있는 듯 얼굴 패스, 일행인 무라사키도 선뜻 통행을 허락받는다.


레이더 "여기를 내려가면 안다크입니다!"

무라사키 "안내 수고했다"

레이더 "ㅈ, 저기 무라사키 누님."

무라사키 "뭐냐?"

레이더 "그 한 손이 없는 브레인플레이어 먹어도 될까요?"


무라사키를 이 차원으로 데려온 놈을 말하는 거다. 그들 레이더의 아지트에 두고 왔는데.


무라사키 "그걸 먹는 거냐?'

레이더 "문어 같아서 그럭저럭 먹을만 해요!"

무라사키 "그, 그렇군......하지만 지금은 먹지 말고 살려둬."

무라사키 "여왕과 협상이 결렬되면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놈이 필요해."

레이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레이더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글래스 아래서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레이더 "저기 무라사키 누님, 저희 두령이 되는 건, 조금이라도 좋으니 생각해 주세요!"

레이더 "우리 레이더는 언제나 강한 두령을 동경하고 있어!"

레이더 "누님이 섹트를 이끌어주면 저희도 콧대가 높아질 거에요!"


압력이 굉장하다.


무라사키 "아, 알았다. 생각은 해두지."

레이더 "아자아아아아!!"


애매하게 대답하고 걷기 시작한 무라사키를 레이더는 기쁜 듯 배웅했다.


그렇게 무라사키는 홀로 브레인코어 안다크에 발을 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