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밤.


나는 역 앞 번화가에 있는 선술집 「사나」에 가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도 아니고 연회도 아니다.


카미무라 마이카가 화둔중 1번대 필두, 카지 테츠지에게 호출되어, 어째선지 나도 함께 와 달라고 마이카에게 부탁받은 것이다.


나 "빨리 왔네, 마이카"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오자 마이카가 가게 앞에서 불편해 하고 있었다.



카미무라 마이카 "오, 오, 후우마냐. 오늘은 불러내서 미안해."

나 "괜찮아. 그것보다 오늘은 멋 좀 부렸나 봐."


대마인 슈트도, 양키풍도 아닌 옷을 보고, 가벼운 인사로 말하면,


마이카 "ㄱ, 갑자기 무슨 소리야? 꼬시려는 거냐!"

나 "아니. 그냥 인사말이야."

마이카 "나에게 그런 인삿말은 필요없어."

나 "아, 그래? 뭐 어쨌든 간에, 들어갈까?"

마이카 "ㅇ, 어이, 벌써 들어가는 거냐?"

나 "밖에서 기다릴 필요 없잖아"

마이카 "그, 그렇지."


어째선지 망설이고 있는 마이카를 데리고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마이카 "뭐야. 테츠시 형님, 아직 안 왔잖아. 다른 사람들도."


가게는 여전히 번창하고 있었지만, 마이카를 불러낸 테츠시나 화둔중의 사람들은 없었다.


나 "그런가 보네. 오늘은 그건가? 마이카가 5번대의 필두가 된다는 거?

마이카 "뭐, 뭐어 그렇지."

나 "그래서 왜 나까지 부르는 거야. 데려오라는 말이라도 들었어?"

마이카 "ㅁ, 말하기 그렇지만, 나는 어려운 이야기는 잘 몰라. 그런 얘기로 흐르면 부탁한다."

나 "부탁한다고 해도. 자기 일이잖아."

마이카 "ㅅ, 시끄러워."

마이카 "네가 형님께 내가 '화신火神의 대마인'을 자칭하는 게 어울리다 해서 그렇잖아? 그 책임은 확실히 져라."

나 "뭐야 그게"


얼마 전 테츠시가 5번대의 필두로 추천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긴장하고 있었지만, 오늘도 마찬가지랄까, 위축되어 있다.



코우즈키 사나 "여어, 두 사람. 화둔중 사람들은 아직인가. 일단 올 때까지 맥주로 괜찮을까?"


점장인 코우즈키 사나 씨가 찾아왔다.


본인도 맥주 한 잔을 들고, 우리도 당연히 마시겠지ㅡ라는 태도이지만,


마이카 "아──, 됐어. 앞으로 진지한 이야기를 할 것 같고."

나 "애당초, 저희 아직 학생이니까요. 뭔가 소프트 드링크 없나요."

사나 "뭐어? 너희들 술 못 마실거면 일해라."

나 "네?"

마이카 "왜 그렇게 돼!"

사나 "됐으니까 빨리 이리 와."


그렇게 나와 마이카는 가게 안쪽으로 끌려가, 나는 설거지 담당 그리고 마이카는──.



마이카 "나는 왜 바니걸이야!"

사나 "마이카에게 설거지 따위를 시키면 접시가 아무리 있어도 부족해지잖아."

나 "확실히."

마이카 "뭔가 말했냐 새꺄!"

나 "아, 아니......커흠. 바니걸이어도 괜찮지 않을까? 전에도 입었고, 굉장히 잘 어울려."

마이카 "전에는, 그야 임무였으니까. 뭐, 뭐, 후우마가 그렇게 말한다면. 못해 줄 것도 없지만."


마이카도 아주 싫지는 않은 듯 하다.


주변에는 비밀로 하고 있지만 (그리고 잘 숨기지 못하지만) 원래 귀여운 옷을 좋아하고, 5번대 필두 운운하는 긴장에 조금이라도 정신을 돌리고 싶을 것이다.


마이카는 비교적 담백하게 바니걸 차림으로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사나 "늦은 시간은 뒤에서 라운지를 열 테니 거기서도 일해. 아르바이트비는 낼 거야."


사나 씨는 그리 말하면서 웃고 있다.


그 사이, 화둔중의 필두들이 찾아왔다.



사나다 호무라 "마시자! 마시자!"


우선 3번대 필두, 사나다 호무라.


마이카가 존경하는 전투광이지만, 실은 보살핌이 좋은 여장부다.



사이온지 엔토 "사나! 생맥주 큰 잔으로! 오차로 돌아오면 사나의 가게에서 마시는 걸로 시작해야지."


호무라 옆에는, 9번대 필두, 불타는 음악가, 사이온지 엔토.


친숙한 프레이즈를 기타로 튕기며 가게로 들어왔다.


호무라 "마이카, 뭐야 그 꼴은!"

엔토 "잘 어울리잖아, 마이카! 새로운 대마인 슈트?"

마이카 "그럴 리가 없잖아!"

나 "그야 바니걸 차림으로 있으면 그런 소리 듣지."


저도 모르게 태클을 건 나를 알아보고, 호무라가 의아하단 표정을 짓는다.


호무라 "후우마는 왜 여기 있냐? 또 돈이 없어 여기서 아르바이트 하는 거야?"

나 "아니, 마이카기 같이 와달라고 해서, 여기 오니까 이런 꼴이 되었어."

엔토 "하하핫! 후우마의 대장은 여전히 트러블에 휘말리는 체질이군."

호무라 "그러니까. 그래도, 후우마를 부르는 것은 타이밍이 나빴어, 마이카."


호무라와 엔토는 재미있어 하며 화둔중이 예약했던 자리에 앉았다.



후우마 호엔사이 "벌써 마시고 있나?"


다음으로 들어온 것은 7번대 필두, 방화 기질이 고쳐지지 않는 영감, 후우마 호엔사이다.


엔토 "여어, 영감님. 후우마의 대장도 있어."

호엔사이 "뭐? 도련님이? 어디? 어디냐?"

나 "여기야."


내가 싱크대에서 손을 흔들자 호엔사이는 눈을 번쩍 떴다.


호엔사이 "당주님!? 그런 곳에서 뭘 하시는 겁니까?"

나 "설거지. 왠지 모르겠지만 어느새 이렇게 됐네."

호엔사이 "네 이년, 코우즈키 사나!! 당주님에게 무슨 짓을!!"


호엔사이의 손바닥에서 불 붙은 기름이 스며나온다.


엔토 "어이, 영감님, 갑자기 발끈하기냐고."

호무라 "후우마는 마이카를 도우러 왔다니까. 설거지는 그 겸사겸사다. 그렇지?"

나 "그런 거야. 여기선 너무 튀지 말아줘."

호엔사이 "그랬습니까, 그러나 당주님이 설거지. 으으으음......아니, 말하지 않겠습니다."


호엔사이는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어떻게든 「사나」가 불타오르는 위기를 모면했다.



이와오 죠타로 "오랜만이네 마이카, 사나!"


이번에는 처음 보는 인물이다.


하지만 미리 알아봐서 알고 있다.


8번대 필두, 불꽃을 먹으면 강해되는 남자, 이와오 죠타로다.


죠타로 "불꽃을 먹게 해다오 사나!"

사나 "화전이나 해라! 여기는 작은 요리집이라고!"


입을 열자마자, 묘한 주문을 해, 사나 씨에게 불평을 듣고 있다.



시시무라 덴지 "치잇스."


교복을 입은 인물은 4번대 필두, 오차학원 과학부 부장으로 '폭살 연구가', 시시무라 덴지.


시시무라 성씨로, 그 코로 선배의 사촌이라고 하는데, 확실히 약간 그림자가 드리운 눈빛이 비슷하다.


마이카 "쳇, 덴지 선배도 왔나?"


내 옆에 와 있던 마이카가 좀 싫은 듯이 중얼거렸다.


나 "대하기 어려워?"

마이카 "뭔가 타입이 맞지 않아. 자꾸 각설탕만 먹고."

나 "각설탕?"

시시무라 덴지 "우물우물우물."


듣고 보니 봉지에서 각설탕을 꺼내 먹고 있다.


단것을 좋아해도 각설탕을 직접 먹나? 특이하구만.


덴지 "여어, 마이카."


덴지는 이쪽을 힐끗 보고는 겉모습과 달리 가벼운 인사를 했다.


마이카 "샤아스."


마이카는 마치 예의라는 느낌으로 꾸벅 고개를 숙였다.


덴지 "사탕 필요해?"


덴지는 다른 봉지에서 사탕을 꺼내 느닷없이 마이카에게 권한다.


마이카 "필요 없어요."

덴지 "아 그래."


마이카가 무뚝하게 거절하자 스스로 먹지 않고 그것을 버렸다.


뭐야 지금, 만담?


마이카 "덴지 선배의 사탕은 위험해. 권유를 받더라도 거절해."


마이카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폭살 연구가라는 별명을 가진 과학부 부장이 권하는 사탕.


확실히 위험해 보인다.


사나 "덴지! 각설탕 같은 거 먹지 말고 주문해."

덴지 "그럼 몽블랑으로 부탁해요"

사나 "있겠냐 멍청아! 여기는 작은 요리점이라고 했잖아!"


꽤 마이페이스인 사람 같다.


그런 면도 코로 선배랑 좀 닮았어.



카지 테츠시 "여어! 모두 모여 있는 것 같군"


비로소 나타난 것은 1번대 필두, 화둔중의 카리스마, 카지 테츠시다.


테츠시 "마이카는 어디 있지? 오늘 늦게 오다니, 배짱이 아주──."

마이카 "이, 이미 왔거든, 테츠시 형님."

테츠시 "아앙?"


약간 긴장된 목소리에 테츠시는 고개를 돌리며 마이카를 발견하고 크게 웃었다.


테츠시 "후하하하!! 이거 한 방 먹었구만, 마이카! 설마 그런 근사한 차림으로 오다니!"

마이카 "그럴 리 없잖아!! 평범한 옷으로 왔거든, 평범한 옷으로! 어쩌다보니 입혀진 거야!"

테츠시 "그건 그렇겠지. 그러고 보니 임무 때문에 바니가 된 적 있던가?"

마이카 "뭐......없지는 않지만."


마이카는 우물우물 말했다.


테츠시 "하하앙, 그래서인가."

마이카 "뭐가 그래서야."

테츠시 "아무리 임무라고 해도 너를 바니걸로 만들어 버리는 남자를 이 중요한 자리에 데려오다니."

테츠시 "연애에 서투른 마이카치고는 제법인데."

마이카 "그, 그런 게 아니거든......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정말......"


마이카는 벌겋게 달아올라 고개를 숙이고 만다.

   

나 "뭔가 멋대로 따라와서 죄송해요."

테츠시 "괜찮아. 마이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면, 네가 더 잘 아니까. 오히려 와줘서 고맙다."

덴지 "흐응, 그가 후우마 코타로인가."


다시 각설탕을 입에 집어 넣으면서 덴지가 중얼거리는 것이 들렸다.


혼잣말 같았지만 코로 선배보다 상당히 큰 목소리여서 제대로 들리고 있었다.


어쨌든, 오늘 여기에 모인 화둔중 필두는 번호가 낮은 순서대로, 카지 테츠시(1), 사나다 호무라(3), 시사무라 덴지(4), 후우마 호엔사이(7), 이와오 죠타로(8), 사이온지 엔토(9) 등 6명.


그 밖에 하마지키 리프(2), 무츠 논카(6), 옌류지 미코치(10)라 하는 3명이 있지만 임무 중이기 때문에 결석.


그리고 5번대는 현재 필두가 부재.


오늘 모임은 마이카를 그 5번대 필두로 삼을지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다.


이전에도 들은 얘기지만, 필대 임명에는 추천자인 테츠시를 제외한 과반수 필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즉, 오늘 이곳에 있는 참가자 전원이 승인하면 마이카는 정식으로 5번대의 필두가 된다.


만약 그렇게 될 경우, 오차학원 1년만에 필대 취임이라는 이례 중의 이례적인 사례가 되는 것이다.


그런 여러가지 사정은 귀찮다는 듯이 모두 생략하고 테츠시는 제일 먼저 이렇게 물었다.


테츠시 "반대하는 놈은?"

호무라 "나는 이의 없음."

엔토 "나도다 (규이잉♪)"

호엔사이 "젊은이의 책임을 지는 것도 노인의 몫이지."

죠타로 "영감, 좋은 말 해주잖아. 나도 찬성이다."


모두가 마이카를 인정해 가는 가운데,


덴지 "나는 반대입니다."


마이카가 대하기 서툰 덴지가 이의를 제기했다.


테츠시 "덴지, 뭐가 불만이야?"

덴지 "현재 제가 최연소로 필두가 된 기록 보유자이기 때문입니다."

호무라 "아앙, 그건 그거냐? 마이카가 필두로 올라서면 네 기록이 날아가 버리니까?"

덴지 "네."

호무라 "얼마나 제멋대로인 자식인지. 보통은 말할 수 없어, 그런 소리."


호무라가 질려하고 나도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테츠시는 거꾸로 웃기 시작했다.


테츠시 "하하하! 덴지다운 이유구나."

호엔사이 "방자한 애송이 같으니."

엔토 "덴지가 반대하면 이 자리에서는 결정할 수 없군. 결석한 이들도 모아야지."

호무라 "어쩔 수 없구만. 그럼 이제 그냥 술자리잖아, 꿀꺽꿀꺽"

테츠시 "귀찮지만 어쩔 수 없나."


어? 설마 이걸로 끝?


외부인이라 지금까지 잠자코 있었지만, 이래서야 마이카만 불쌍해진다.


마이카 "......"


마이카도 분한 듯 입을 다물고 있다.


내가 참견을 하려던 그때였다.


죠타로 "그런 귀찮은 일을 할 필요는 없다. 덴지가 납득하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테츠시 "즉?"

죠타로 "어려운 것은 뒤로 미루고, 육체로 이야기하면 된다."

테츠시 "요는, 덴지와 마이카가 승부하라고?"

죠타로 "그렇다."

덴지 "그렇다면 저도 불평은 없어요."


마이카 "덴지 선배와 내가!?"

테츠시 "그야 당연하지."

호무라 "아아, 재미있어졌잖아. 꿀껄꿀꺽, 푸하──아!"

호엔사이 "정말이지 젊은 녀석들은. 뭐, 좋을대로 해라."

엔토 "그렇게 말하지 마, 영감. 우리답잖아."

호엔사이 "그게 싫다만. 당주님이 보시는 앞에서 이 노인네는 부끄럽군."

테츠시 "그럼 결정됐군."


마이카 "에에에에에──!?"


마이카는 사태의 추세에 당황하고 있었다.


이거 곤란한데.


평소 같으면「 바라는 바다」 라든가 할 판이다.


하지만 지금부터 「가게 밖에서」라고 말하면 이길 수 없다.


나 "괜찮아, 마이카."

마이카 "ㅂ, 바보야. 네가 지휘해 준다면 몰라도, 내가 덴지 선배와 결투라니......"

덴지 "흥, 재미있는 말을 하는군. 그와 함께라면 나를 이길 수 있다는 거냐."


무심코 나온 마이카의 말에 울컥 화가 난 모양이다. 덴지가 도발적으로 말한다.


마이카 "......"


마이카는 입을 우물거리지만,


호무라 "덴지, 그쯤해. 후우마와 함께라면 네가 진다고."

엔토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 대장은 보통이 아니거든."

호엔사이 "당연하지. 이 몸의 당주님인데."


내 지인들이 차례대로 말하고, 덴지는 조용한 분노를 드러내며 말했다.


덴지 "그렇다면 이렇게 하지. 1 : 1 대결이 아니라 팀전이다."

덴지 "각자 한 명씩 파트너를 골라 싸운다. 학원의 지하 연습장. 전장은 랜덤으로 결정."

덴지 "그러면 단순히 전투력만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서의 대응력과 대마인으로서의 진정성을 알 수 있다."

덴지 "마이카, 그런 꼴을 하고 있는 네가 정말 화둔중의 필두로 삼을 만한지 모르겠다만."

테츠시 「"그거 재미있을 것 같은데. 마이카, 해볼래?"


나는 마이카의 손을 잡았다.


마이카는 그 손을 움켜쥐고, 용기를 쥐어짜듯 말했다.


마이카 "아, 아아......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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