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 귀족 리치스타 가문의 아가씨라고 하면, 건방지기 짝이 없는 민폐녀로 유명했다.



레피타 "훗훗♪ 오늘도 몰래 서민 견학이야. 뭔가 재미있는 일은 없을까나?"

레피타 "앗. 거기 늙은 얼굴의 점주. 너희 가게는 서민인 주제에 구색이 좋아서 마음에 든다니까."

레피타 "어때? 오늘은 뭔가 좋은 골동품이 들어왔어?"


점주 "레피타 아가씨!? ㅇ, 아뇨, 딱히 눈에 띄는 물건은, 아무것도......!"

레피타 "응ㅡ? 왠지 수상하네. 안쪽에 있는 선반 좀 보여줘, 이쪽에서 알아서 찾을 테니까......어디보자."

점주 "으악!? 아가씨, 마음대로 가게를 뒤지지 마세요~!!?"

레피타 "아앗! 좋은 게 있잖아! 이 은식기는 마음에 드니까 받아갈게, 고마워♪"

점주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아가씨!? 그건 단골 손님이 맡겨둔 건데, 아무리 아가씨가 원해도......!"

레피타 "뭐ㅡ? 안 된다는 거야? 뭐야 너, 서민인 주제에 건방지게 내게 거역하겠다는──."


레피타의 종자 "ㄱ, 기기, 기다려주세요, 아가씨────!!"

레피타 "앗, 세바스찬."


돈다발을 든 종자(세바스찬)이 날아와 가까스로 사태를 수습한다.


척 보면 알 수 있는 풍경이었다.


레피타 리치스타는 마계의 상급 귀족 리치스타 가문의 영애.


가문을 상속받을 후계자가 아니기에 방임으로 길러져, 터무니 없을 만큼 제멋대로인 아가씨로 성장했다.


자유분방, 호기심 왕성,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는다.


가는 곳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구하려다 말썽이 생겨, 그것을 달려온 종자가 큰돈을 주고 억지로 입을 다물게 한다.


그런 일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것도, 전부 상급귀족 리치스타 가문의 이름이 마계에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었다.


리치스타 가문은 마계 중앙부에 광대한 영지를 지닌 현명경 휘하의 유력 귀족.


영지에 광산지대를 품고 있어 특히 뛰어난 무기나 마구의 제조에 불가결한 희귀 광석──'오리할콘'을 산출하는 광산을 다수 소유해 마계에서 막강한 권세를 자랑하고 있다.


리치스타 가문은 이 오리할콘 광산을 핵심으로 한 사업 운영으로 막대한 부를 누리고 있으며, 마계 9귀족과도 대등하게 교우한다고도 일컬어지는 유력 귀족이었다.


말석이라고는 하지만, 레피타는 그런 대귀족 가문의 아가씨다.


영지 내에서 무슨 짓을 벌여도 나무랄 자가 있을 리 없다.


그러나──.


그런 리치스타의 위광도 어디까지나 마계 한정.


영지에서 한 발짝 밖으로 나와 보면, 레피타는 조금 힘이 세기만 한 건방진 메스가키일 뿐이라──.




도쿄 킹덤 번화가.


가로막는 남자들을 앞에 두고 레피타가 평소처럼 건방지게 외친다.


레피타 "ㅈ, 잠깐 너희들, 이 내가 누군지 알아!?"

레피타 "너희들 같은 하등한 원숭이가, 이 초 굉장한 레피타짱에게 손가락 하나라도 대면──."

깡패 1 "아앙!? 시끄러워 꼬마! 네가 누군지 알 바냐!"

레피타 "꺄악!?"


쿵!


강렬한 한 방에 레피타의 작은 몸이 날아갔다.


그대로 벽에 내동댕이쳐 뒷골목의 지저분한 땅을 굴렀다.


레피타 (아으으......뭐야, 이런 하등한 서민에게 얻어맞다니......!)


이곳은 지상의 어둠의 거리.


호기심 많고 두려울 것 없는 레피타는 이날 몰래 인간계를 찾았다.


마계와는 다른 문화를 가진 지상의 거리는 레피타에게 있어서도 동경하는 장소.


그러나 그 지상의 거리에서도, 레피타는 마계──그것도 자신의 영지에서와 마찬가지로 건방지게 굴었다.


자신은 마계 귀족 리치스타 가문의 영애이며, 게다가 어지간한 인간이나 마족 따위는 압도할 수 있는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다.


누구에게도 불평은 말하게 하지 않겠다──는 자신만만한 태도.


당연하지만, 그런 무모한 행동은 거리의 악당들을 끌어당긴다.


레피타 (아으으. 몸만 움직이면, 이런 하등한 서민 따위, 한방에 날려버릴 텐데......!)


땅바닥을 기면서 입술을 깨무는 레피타.


손발이 저려서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몇 분 전의 일이다.


레피타의 외모와 체형을 눈여겨본 거리의 로리콘 깡패가,


깡패 1 "선물입니다 아가씨."


하고, 겸손한 태도로 속여 강력한 마비약을 탄 주스를 바쳤다.


그에 반해, 인간계의 어둠의 거리를 얕보고 있던 레피타는,


레피타 "아하하. 너, 멍청하게 생긴 주제에 눈치가 빠르잖아♪"


하고, 순순히 벌컥벌컥 마셔 버리고, 이렇게 자랑할 만한 괴력도 아무 소용이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깡패 1 "그헤헤. 이 메스가키, 잘도 건방지게 굴었겠다."

깡패 2 "가래. 네년을 방심시키기 위해 3511엔 씩이나 들여 과자를 사야 했다고."

레피타 "으으, 그런 것까지 따진다니, 이래서 가난한 서민이란......"

깡패 1"시끄러워!? 1엔에 웃는 녀석은 1엔에 운다구! 네 몸으로 100배는 벌게 해주마!"


쿵!!!


레피타 "아으으윽!?"


다시 레피타의 몸이 날아가 버린다.


절체절명.


이곳은 마계 귀족 리치스타 가문의 위광도 닿지 못하는 지상의 어둠의 거리.


그리고 자신감 넘치고 속박을 싫어하는 레피타는 말이 많은 종자를 두고 혼자 거리를 걷고 있었다.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가여운 레피타는 이대로 악당들의 노리개가 되어버리는 것인가──.


??? "잠깐잠깐ㅡ? 너희들, 나쁜 짓 하지 말라고는 하지 않겠지만, 그런 작은 아이를 괴롭히는 건 좀 아니지 않아?"


쾅!!


깡패 1 "갸악!!?"

깡패2 "뭣!? 누구야 너!!?"

레피타 "......!?"


갑작스런 외침에 레피타가 고개를 들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깡패 중 한 명을 화려한 갸루 풍의 여자가 거대한 몽둥이로 때려눕히고 있었다.



??? "나? 그냥 지나가는 길. 하지만 이런 걸 방관하면 술맛이 별로거든ㅡ?"

??? "뭐, 가볍게 혼내줄 테니까 덤벼봐?"


***


갑자기 나타난 갸루풍의 여자──이마에 뿔이 있는 걸 보면, 저렇게 생겼어도 오니족인 걸까.


어쨌든 마비약 탓에 움직일 수 없는 레피타 앞에서 오니갸루는 압도적인 힘을 보였다.


귀녀 "네네ㅡ. 너희들, 손대중은 해 줄 테니, 살고 싶으면 빨리 도망치라구!"


쾅쾅!!!


깡패들

"히기잇!?"

"이, 이 미친년이!?"


레피타 "......!!"


레피타 (이 여자......뭔가 이상한 차림인데, 엄청 강해......!)


갸루풍의 오니 여자는 상당한 맹자 같았다.


거대한 몽둥이를 가볍게 휘두르며 순식간에 깡패들을 쫓아낸다.


깡패들 "이, 이 썅년이......나중에 반드시 네년을 범해주겠어, 기억해둬라!"

오니 여자 "아ㅡ, 네네. 나는 대개 2번가의 가게에서 마시고 있으니까, 싸움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야♪"


프랜시스 "그래서, 그쪽은 일어날 수 있겠어? 나는 프랜시스."

프랜시스 "뭐, 괜한 참견인가 싶었지만, 봐버린 이상 무시할 수 없으니까."

레피타 "으응. ㅁ, 뭐, 그렇네, 딱히 저런 녀석들, 나 혼자서도 충분히 이길 수 있지만......"


자존심이 높아 솔직하게 감사의 말을 할 수 없는 레피타.


얼굴을 약간 붉히면서 내밀어진 프랜시스의 손을 잡으려 한다.


하지만 역시 아직 마비약이 돌고 있어 몸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프랜시스 "뭐야? 일어설 수 없어? 나참, 어쩔 수 없군."

레피타 "에!? 잠깐, 당신......!?"


이런이런 하고 쓴웃음을 짓던 프랜시스가 레피타의 팔을 잡고, 불쑥 등으로 돌려 업었다.


레피타 (오, 오오오오오......!?)


갑작스런 대담한 행동에 레피타의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프랜시스 "너 가볍네? 제대로 먹고 다니는 거야?"

프랜시스 "그래서, 너희 집이나 같이 온 사람은? 데려다 줄게!"

레피타 (ㅇ, 언니......!!)


프랜시스 "응?"

레피타 "아앗!!? ㅇ, 아니, 아무것도......!"


저도 모르게 망언을 할 뻔하자 레피타가 황급히 둘러댔다.


첫눈에 반했다.


대귀족 가문의 버릇없는 아가씨로서 지금까지 눈총을 받거나, 아첨을 받거나 둘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 오니 갸루는 다르다.


이렇게 대범하게, 당연하게 자연스럽게 대해주는 상대는 처음이었다.


레피타 "ㅇ, 있잖아......!! 나는 리치스타 가문의 레피타야! 당신, 뭐 갖고 싶은 거 없어?"

레피타 "우리 집은 굉장한 부자니까, 도와준 대가로, 뭐든 당신의 바램을 들어줄게!"

프랜시스 "어? 갑자기?"


그 말을 듣고 프랜시스가 『으음』하고 생각한다.


프랜시스 "아니, 별로 필요 없으려나♪ 생각하기도 귀찮고."

프랜시스 "나는 그냥 술에서 깨려고 좀 날뛰려 했었을 뿐."

프랜시스 "뭐, 나한텐 답례를 한다면, 용돈으로도 충분해! 돌아가는 길에 과자라도 사줘."

레피타 "뭐야 엄청 멋있어......가 아니라, 그래선 내가 신경 쓰인단 말이야!"

레피타 "당신처럼 욕심 많은 서민이라면, 이것저것 갖고 싶은 게 있을 거 아니야! 그걸 말하라는 거야!!"

프랜시스 "에? 실은 너, 좀 귀찮은 애?"


어쩔 수 없구나, 하고 다시 생각하는 프랜시스.


프랜시스 "나야 뭐, 어쨌든 매일 즐겁게 술을 마실 수 있으면 충분하고."

프랜시스 "최신 화장품은 갖고 싶지만, 혼자서도 살 수 있으니까──아. 그럼 그게 좋을까?"

레피타 "뭐야!?"


문득 뭔가 생각났다는 듯한 프랜시스에 레피타가 힘주어 묻는다.


프랜시스 "응. 옛날에 자주 보던 드라마에, 마피아의 빅 보스가 나왔더라고. 그게 엄청 굉장해 보여서."

프랜시스 "모두에게 추켜 세워지고, 매일 술을 들이키고."

프랜시스 "뭐라도 말한다면, 나는 마피아의 보스 자리를 갖고 싶을까나~?"


깔깔 웃으며 프랜시스가 말했다.


아무리 부잣집 아이라도, 그런 건 무리겠지?


라며 레피타의 말에 가볍게 응해주는 정도였다.


그러나 상대는 리치스타 가문의 아가씨.


그 정도로 물러설 소녀가 아니었다.


레피타 "──마피아 보스? 재밌잖아!! 좋아, 이뤄줄게!"

레피타 "나와 네가 조직을 만들어, 함께 어둠의 세계를 정복하는 거야!"

프랜시스 "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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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원문은 用心棒라고 경호원의 속어인데

신변 보호용의 곤봉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마침 프랜시스가 주연인 것 같고, 몽둥이를 휘두르니까

경호봉이라고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