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 "으으......핫!"


아키가 눈을 뜨자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키 "나사라짱!! 나사라짱!?"


나사라가 보이지 않는다. 그 기렌이라든가 하는 대마인도. 칼등치기로 기절시킨 무리 또한.


아키는 골목길에 홀로 굴러다니고 있었다.


아키 "어라아?"


저도 모르게 몸을 툭툭 건드려본다. 어느 곳 하나 아무렇지도 않다.


무사할 상황은 아니었을 텐데.


아키 "나사라짱, 그 이상한 놈한테 흥미가 생겨서 통째로 먹어버린 건가?"

아키 "하지만 다른 사람들까지 먹지는 않을 테고, 사라지는 것도 이상해."


아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자리를 떠나기로 했다.


아키 "어? 길을 잘못 들었나?"


빌바가 걱정하고 있을 거라며 고아원에 들르려던 아키였지만 아까와 반대로 걸어서 돌아왔을 텐데 모르는 곳으로 나와버렸다.


어쨌든 슬럼은 복잡하다.

주민이 아니면 금방 헤매고 만다.


길만 좀 틀렸을 뿐, 판작집에서 수상쩍은 무리들이 줄줄이 나왔다.


슬럼 거주자

"여자다"

"오랜만의 여자야."

"크헤헤."


모두들 참 호의적인 표정이다.


자신들의 세력권에 들어온 아키를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으로 노리고 있다.


우선 여자로서 먹고, 그리고 고기로 먹고, 잡은 사냥감을 조금도 낭비하지 않는, 곤란한 무리다.


아키 "귀찮게 굴기는."


아키는 망설이지 않고 도망쳤다.


미리암의 마법으로 강화된 새로운 슈트는 그녀의 신체능력을 비약적으로 높인다.


굶주린 빈민들 따위가 쫓아올 리 만무하다.


아키는 순식간에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키 "어레에?"


큰길로 나온 아키는 다시 고개를 갸웃했다.


마을의 모습이 기억과 다르다.


모르는 가게가 여러 개 생겨 있다.


그것도 수상쩍은 가게가 잔뜩.


자신들이 주로 찾는 술집이 있던 자리도 커다란 노예창부 가게가 되어 있었다.


원래 뻐꾸기 시계가 울던 가게였는데 드디어 망했나. 그건 아닌 듯 한데.


아키 "어떻게 된 거야?"


그 막다른 골목에서 깨어나고 나서 뭔가 이상하다.


그렇게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보면,


리나 "거기 너!"


귀에 익은 목소리에 뒤돌아보니 노마드의 용병부대를 거느린 리나가 있었다.


하지만 익숙한 이상한 노래도 부르지 않았고, 아키를 보는 눈도 묘하게 험악하다.


무슨 사건이라도 있었을까?


아키 "리나,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모르는 가게가 잔뜩 생겼는데?"

리나 "누구냐, 너. 노마드의 마계기사에게 버릇없이 굴고 말이야."


리나는 점점 위험한 표정이 되어 칼자루에 손을 얹었다.


아키 "어? 무슨 농담이야? 설마 슈트가 달라서 모르겠어? 후우마 아키야. 탐정사무소의."

리나 "그런 놈은 몰라. 후우라고!? 그럼 요미하라에 잠입한 대마인이 너로구나!"

아키 "어? 잠깐!?"

리나 "수상한 녀석이다!"


리나는 문답무용으로 검을 휘둘렀다.


아키 "앗!!!"


아키는 놀라면서 몸을 피했다.


마계기사의 검이 만들어내는 질풍이 종이 한 장 차이로 피부를 쓰다듬어 지나간다.


아키 (진심이야......)


가차없는 일격이다.


죽일 생각으로 덤벼들었다.


이 새 슈트가 아니었다면 당했을지도 모른다.


리나 "재빠르군! 녀석이 도망칠 길을 막아!!"

노마드 용병 """네!"""


용병부대가 아키를 재빨리 포위하려 한다.


아키 "농담이 아니라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상대 해서는 안 된다.


아키 "에잇!!"


아키는 슈트에 장비하고 있던 미리암 특제 연막탄을 땅에 투척했다.


새하얀 연기가 퍼져 주위를 감춰간다.


리나 "연막인가! 소용없다!"


리나가 재빨리 바람을 일으켰지만 연기에는 마법이 실려 있어 그렇게 간단히 흩어지지 않는다.


리나 "큿, 놓치지 마! 쫓아라!!"


이쪽을 적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리나의 목소리를 연기 너머로 들으며 아키는 도망치고 있었다.


아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마을의 모습은 변했고, 리나는 나를 잊었고."


아키는 불안에 떨며 역시 기억과 다른 뒷골목을 달려 사무실로 향했지만, 


아키 "진짜냐......"


사무실이 온데간데 없다.


생소한 SM 창관만이 있다.


아키 "설마 여기......다른 차원이라던가?"


아키는 그제서야 그 골목에서 이상한 공간의 갈라진 틈에 빨려 들어갔던 것을 떠올렸다.


마을이 이상해진 것은 그때부터다.


아키는 경험한 적 없지만, 후우마 코타로로부터 몇 번인가 다른 차원에 간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게다가 저택에 얹혀 살고 있는 젊은 사쿠라는 원래 다른 차원의 주민이 이쪽 세계에 넘어온 채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공간의 갈라짐이 다른 차원으로 가는 게이트였다면.


아키 "좀 봐주라......"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부르르 몸을 떨었을 때


노마드 용병

"대마인이다!"

"저기 있다!!!"


아까 그 용병부대가 또 줄줄이 모여들었다.


이번에는 아키를 확실히 포위하고 있다.


아키 "큿!"


여기가 정말 다른 차원이라고 해서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인지 모르지만 노마드를 적으로 돌리는 것은 곤란하다.


아키 "이미 늦은 것 같기도 한데."


아키는 마지못해 칼을 빼들었다.


***


노마드 용병

"상대는 대마인이야, 방심하지 마!"

"리나 님이 오실 때까지 시간을 버는 거다!"


아키 "......"


역시 노마드의 용병부대다.


잘도 포위를 좁혀온다.


한 명, 한 명 상당한 실력자일 것이다.


아까의 조종당한 무리들처럼 칼등치기로 끝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죽여버리면 점점 더 귀찮아질 거라는 기분이 든다.


아키 "조금 미안하다고 생각하지만!!"


아키는 그들의 품에 과감히 뛰어들어 쓱쓱 피부에 아주 작은 상처를 입혔다.


노마드 용병

"이 여자!!!"

"헉, 빠르다!!!"

"칫, 뭐야!?"


껍질 한 장 자른 정도의 찰과상이다.


하지만 아키에게는 이걸로 충분하다.


아키 "사안 '사열'!"


아키는 적당히 손대중해서 사안을 썼다.


노마드 용병

"크아아악!!!"

"카아아아아아아악!!!"

"아기이이이이이잇!"


그녀의 암시에 걸린 용병들이 일제히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아키가 입은 찰과상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듯한 격통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 뿐이다.


아키가 진심으로 사열을 사용한다면, 그 암시에 의한 아픔은 현실화되고, 이윽고 온몸이 베이고 만다.


지금은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는다.


아키 "미안해. 뭐 죽을 정도는 아니니까."

리나 "그 눈, 후우마의 일족이 자주 사용하는 사안이군. 하지만 그런 것은 이 마계기사 리나에게는 통하지 않을 거다!"


또 리나가 나타났다.


게다가 두 눈을 감고 있다. 


리나 "나는 바람을 보고 싸운다! 자 덤벼라! 대마인!"

아키 "아───. 리나라면 그 정도는 하겠지. 마구잡이인 건 이쪽에서도 마찬가지냐."


리나는 적당히 싸울 상대가 아니다.


일단 시작하면 진심으로 할 수 밖에 없다.


아키 (어떻게 하지?)


아키가 머뭇거리면서도 대비를 하던 그때였다.


주위의 건물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건물의 문, 철골, 쇠파이프, 에어컨 실외기, 떨어져 있던 빈 깡통 등 여러 물건이 이쪽으로 날아왔다.


리나 "치잇! 다른 동료가 있었을 줄이야!!"


리나는 바람으로 벽을 만들며 복병을 경계하면서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


아키 "어? 어어?"


물론 아키에게는 기억이 없다.


후우마 기렌 "지금이다! 이쪽으로!!"

아키 "!?"


말을 걸어온 사람은 그 후우마 기렌이었다.


확실히 날아오는 것은 모두 철제품. 자력을 조종하는 사안 '가우스'인가.


하지만 이곳이 다른 차원이라는 것은, 아까 아키를 덮쳐온 기렌과는 다른 사람인가?


후우마 기렌 "뭘 하고 있나. 서둘러라!"

아키 "아아 정말, 이제 뭐가 뭔지!"


어쨌든 지금은 도망쳐야 한다.


아키는 기렌이 시키는 대로 그 자리에서 도주를 꾀하는 것이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요미하라의 지하도로 숨어 있었다.


이 마을에 잠입한 대마인인 그가 미리 도주로로 마련했다고 한다.


요미하라에서의 정보 수집을 마치고 마을을 탈출하려는데 아키가 소란을 피워주자 자신도 도망치기 쉬워졌다.


그런 말을 하고 있었다.


기렌 "적을 교란해 줘서 고맙다. 오차로부터의 조력자인가?"

아키 "아───. 그런 건 아니지만, 나도 친구를 놓쳐서 곤란했던 참이야."

기렌 "아까 쓰던 건 사안이었지. 나는 후우마 기렌. 그대도 후우마 일족 사람인가?"


아키가 사열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있었던 것 같다.


맞지만, 여기는 다른 차원인 것 같고, 솔직히 대답하면 까다로워질 것 같다.


아키 "그것도 아닌데, 옛날부터 쓸 수 있어. 나는 프리 대마인 아키면 돼."

기렌 "그렇군. 요미하라에서 탈출할 생각이라면 협력하지 않겠나?"


원래 차원에서 습격해 온 기렌과는 역시 다른 사람인 것 같다.


하지만 그쪽 기렌의 정체를 알기 위해서라도 이쪽 기렌과 행동을 같이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아키 "그것밖에 없나 보네"


아키는 기렌에게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