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머나먼 미래.


인류가 우주로 진출하기 시작한 시대.


태양계 내에는 수많은 지구화, 즉 테라포밍된 행성들이 생겨났고 인류의 판도는 태양계 전역으로 퍼져 있었다.


우주공간으로의 인류의 확산은 역사의 필연으로, 사람들의 사상도 변화시켰다.


인류의 발상지, 지구를 안고, 거기에 사는 사람에 의한 우주의 관리를 이상으로 하는 「네오・테라즈」.


행성 타이탄을 필두로, 우주 콜로니와 식민 행성에 의한 자치를 목표로 하는 「뉴 솔라르」.


그리고 그들에 이은 제3세력, 「코델리아」.


코델리아는 천왕성 소위성의 이름으로, 그것을 핵으로 만든 인공위성 도시의 이름이기도 하다.


고작 인구 353만명의 작은 도시국가이지만, 천왕성에서만 추출되는 레어 메탈, 우라노스 유체 금속의 생산 가공 기술을 독점, 연방군 주력 전함인 주포의 직격도 견딜 수 있는 우라노스 합금을 장갑으로 사용한 인간형 기동병기, "장갑기"의 개발에 성공해 네오・테라즈, 뉴 솔라르를 압도하는 군사력을 앞세워 인류권에서의 영향력을 급속히 확대시켰다.


그 일등공신이 현재 코델리아군 사령장관 알리시아 뷰스트림이다.


또 다른 이름을 "코델리아의 귀신 공주(鬼姫)".


알리시아의 사촌동생이자, 선대 대공의 딸 마야 코델리아는, 차기 코델리아 대공으로 알리시아와 함께 많은 국민의 신뢰를 사고 있다.


그리고 오늘, 코델리아 근방 우주역에서, 마야 전용 최신형 장갑기 "젝스"의 테스트가 진행되려 하고 있었다.



마야 코델리아 "여기는 마야 코델리아. 장갑기 젝스, 시스템 올 그린. 언제든지 테스트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테스트 전 젝스의 최종 체크를 마치고, 마야는 전함 트리스탄에 보고했다.


전함 트리스탄 『이쪽은 전함 트리스탄, 알겠습니다. 마야 님, 테스트팀에서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고 합니다.』

전함 트리스탄 『죄송합니다만, 잠시만, 그 상태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마야 "이쪽은 젝스, 알겠습니다. 서두르지 말고 꼼꼼히 준비해 주세요."


마야는 그리 대답하고 젝스의 조종석에서 후ㅡ 하고 숨을 내쉬었다.


지금 말투의 뉘앙스로 보아 꽤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눈 앞에는 광활한 우주 공간이 조용히 펼쳐져 있다.


시뮬레이션은 충분히 해왔지만, 실제로 젝스를 타고 나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장이라도 우주를 달려보고 싶은데, 그저 기다릴 수 밖에 없는 멍한 시간.


마야 "......"


그럴 때 문득 그가 생각난다.


후우마・코타로.


단 3일 동안, 마야의 종자로 활동하다가 환상처럼 사라져버린 남자.


애당초, 처음부터 좀 특이했다.


마야 "무례한 놈! 누가 얼굴을 들어도 좋다고 했지!"


마야나 알리시아에 대한 경의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고, 진귀한 물건을 보는 듯한 눈을 하고 있었다.


마야 "지구? 당신은 지구에서 온 건가요?"


지구에서 왔다고 했는데, 마치 처음 코델리아의 풍경을 본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야 "직접 말해야 알아요? 조금은 분위기로 살피세요."


종자로서 붙었을 텐데, 당연한 배려도 할 수 없었고,


마야 "당신은 뭐하고 있어요! 누가 그런 짓을 하라고 했나요!"


아무리 트집을 잡았다고 해도 평민(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수상하지만)인데도 귀족을 아무렇지도 않게 때려 눕히고 있었다.


마야 "이 발칙한 놈!!!"


마야가 아직 속옷만 입고 있는데 불쑥 방에 들어와,


마야 "종자인 당신이 졸고 있다니, 무슨 짓이에요!"


교실 뒤에 선 채로 꾸벅꾸벅 자고,


마야 "나보고 그런 방법을 쓰라고?"


시뮬레이션에서는 훌륭하다고 할까, 고식적이라고 할까, 어쨌든 마야로서는 결코 생각할 수 없는 방법을 생각해 보이곤 했다.


알리시아 "아하하하하하. 그래, 그거야. 잘하고 있어, 후우마♪"


말로 듣기만 했지만 알리시아에게 끌려간 만찬에서는 결투를 신청해 온 검의 달인 질 남작을 맨손으로 쓰러뜨렸다던가.


그런데 춤은 잘 못 췄다고.


그리고 마지막 날.


마야 "어쩐지 우리, 많이 튀지 않아요?"


같이 레일웨이를 타거나,


마야 "이게 패스트푸드. 그야말로 경천동지네요."


둘이서 햄버거를 먹기도 하고, 마치 데이트를 하는 것 같았다.


마야는 거기서 들었다.


후우마가 대마인이라는, 첩보활동이나 파괴활동을 하는 어둠의 에이전트였다는 걸.


그 대답으로 이래저래 납득했지만, 그런 것치고는 뭔가 부족한 면이 있었고, 역시 어딘가 특이했다.


하지만 그런 후우마는 마야를 위해 싸웠다.


그녀를 덮친 파워드 슈트와 맨몸으로.


지금 생각해도 믿을 수 없다.


그 용기, 그 행동력, 그 지략.

마치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 같았다.


마야 "고마워요, 나의 기사(나이트)."


둘이서 "더마"를 쓰러뜨린 후, 마야는 그때까지 느껴보지 못한 기분으로 가득 차 후우마에게 키스하고 있었다.


하지만 직후, 그는 사라져 버렸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실 마야와 알리시아 외에는 아무도 후우마를 기억하지 못했다.


모든 데이터에서 후우마와 관련된 게 소실되어 있었다.


아니, 처음부터 그런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았다.


둘이서 쓰러뜨린 더마조차도 데이터로는 마야가 혼자 도망치며, 장갑기로 격퇴했다고 되어 있었다.


마야 "후우마......당신, 대체 어디로 간 거야? 내가 이런 기분이 들게 한 채로......"


그 후 마야는 후우마가 말했던 대마인이라는 에이전트를 알아봤다.


하지만 코델리아는 물론 후우마가 고향이라고 말한 지구에도 그런 에이전트의 존재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근소한 단서로, 인류가 아직 지구에서만 살던 시대, 일본이라는 섬나라에 닌자라는 특수공작원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입에서 불을 뿜는다든가, 물 위를 걷는다든가, 분신술을 사용한다든가, 변신한다든가 황당무계한 것들만 적혀 있었다.


실제로, 사라져버린 후우마도 픽션처럼 현실과 동떨어져 있었다.


마야 "후우마......"


마야는 검지를 입술에 살짝 닿았다.


그때 키스의 감촉.


무엇보다 이 애틋한 마음.


후우마는 꿈도 환상도 아니다.

분명 어딘가에 있을 거야.


마야는 그렇게 믿었다.


알리시아 뷰스트림 『......마야! 뭘 멍하니 있어! 마야!』


통신장치에서 들려온 트리스탄의 오퍼레이터가 아닌, 알리시아의 목소리에 마야는 정신을 차렸다.


마야 "핫! ㅇ, 언니!? 죄송합니다, 테스트 시작인가요?"

알리시아 "아까부터 그렇게 말했다. 나참. 또 녀석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나."

마야 "ㅇ, 아니에요! 저는 후우마에 대해서는 조금도......앗."


마야 "~~~~~으."


스스로 무덤을 판 것을 깨닫고 마야는 얼굴이 붉어졌다.


알리시아는 이런이런이라는 어조로,


알리시아 『잠에서는 깼나? 후우마를 만나는 것은 꿈속에서만 해둬라.』

마야 "ㅈ, 저는 딱히, 꿈에서 후우마를 만나거나 하지는......"

알리시아 『하고 있겠지?』


그래, 꽤 자주 만나고 있다. 알리시아가 꿰뚫어 본 것처럼..


마야 "......아우아우."


변명을 할 수록 제 무덤을 파는 것 같아 마야는 중얼중얼 말끝을 흐렸다.


알리시아 『준비는 됐나?』


거듭 확인하는 듯한 말투. 분명 나중에 크게 혼나겠지.


마야 "......네. 문제 없습니다. 올 그린입니다."


마야는 젝스의 풋 페달을 꾸욱 밟았다.


튕기는 듯 굉장한 가속. 그런데 G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


최신 핵융합로와 구동계의 향상으로, 2배에 가까운 힘과 속도를 느낀다.


조종간의 감촉을 확인하면서 가볍게 배럴 롤을 걸어본다.


그것은 기본적인 전투기동으로, 가상의 통의 몸통(배럴)을 따라붙듯 나선을 그린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큐웅ㅡ하고 날카로운 움직임. 무서우리만큼 세세한 곳까지 잘 움직인다.


마야 "기분 좋아!"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나왔다.


시뮬레이터로는 알 수 없는, 실제로 기계를 움직여야 알 수 있는 이 감각.


이 신형 장갑기 젝스.


코델리아 우주군의 주력 장갑기 "눌"은 물론 지금까지 마야의 전용기 "츠바이"보다도 훨씬 뛰어나다.


기체의 반응도 좋다.


마야의 조종 버릇에 맞춰준 메카닉의 조정 덕분이다.


마야 "우후후♪"


아직 테스트 영역에 들어가기 전인데, 급상승, 급강하, 횡전, 공중회전, S자 기동 등 여러가지 시도를 해본다.


전함 트리스탄 『이쪽은 전함 트리스탄, 마야 님, 메카닉은 기뻐하고 있습니다만, 테스트 전의 곡예는 그 정도로.』

전함 트리스탄 『에리어 1에 침투 후, 페이저포 사격 테스트부터 부탁드립니다.』

마야 "이쪽은 젝스, 알겠습니다."


마야는 살짝 웃으며 대답하고, 최대 속력으로 에리어1에 침입한다.


그 직후 타깃을 확인.


센서의 감도도 놀랄 만큼 좋다. 원래 같으면 아직 제대로 보이지 않는 거리다.


마야는 라이플의 조준을 맞췄다.


주포인 레벨 5의 페이저포와 실탄인 기총을 바꿔 쓸 수 있는 물건이다.


이외에도 젝스는 니들 런쳐, 레그 미사일, 근접 전투용 빔 샤벨 등을 장비하고 있다.


마야는 이전 기체라면 사정거리 밖이었을 곳에서 방아쇠를 당겼다.


18m 길이의 기체에서 전함의 주포에 버금가는 에너지탄이 발사돼 표적을 파괴했다.


만약 이것이 실전이었다면 적함은 무엇에 공격당했는지도 모르고 굉침했을 것이다.


그 후 차례로 나타나는 타깃을 기체의 속도를 늦추지 않고 격파해 나간다.


마야 "굉장해, 이 젝스. 지금까지의 장갑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야."


아까 전까지는 조금 부끄러웠으나, 막상 테스트가 시작되니, 얘기가 다르다.


마야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젝스를 더욱 가속시켰다.


알리시아 『마야, 컨디션은 어때?』


전함 트리스탄에서 통신이 들어왔다. 목소리는 오퍼레이터가 아니라 알리시아다.


마야 "최고에요 언니. 지금부터 에리어 2에 돌입합니다. 조금만 돌아도 괜찮을까요?"

알리시아 『훗, 좋을대로. 우선 기체에 익숙해지도록 해라.』

마야 "네!"


별들의 반짝임 속을 젝스는 달려갔다.


테스트는 순조롭게 진행되었지만, 그 종료 직전에 이변이 일어났다.


예정된 코스인 칠흑 같은 우주 공간에 하얀 아지랑이 같은 게 발생한 것이다.


마야 "뭐야? 저건?"



육안으로는 안개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럴 리 없다.


센서에 따르면 정체불명. 레이더 반응도 비정상적이다.


마야는 젝스의 속도를 줄인다.


알리시아 『마야 멈춰라. 저것은 아마 스페이스 포그일 거다.』

마야 "스페이스 포그!"


그것은 극히 드물게 출현하는 우주의 안개다.


외형상 스페이스 포그라 부르고 있지만, 실제로는 무엇인지 아직 알 수 없다.


우주를 여행하는 자들 사이에서는 불길한 전조로 여겨져, 전함과 여객선이 스페이스 포그에 휩쓸려 그대로 소식이 끊겼다는 사례도 있다.


코델리아 근방에서 스페이스 포그가 출현한 사례는 없으며, 마야도 처음 조우했다.


마야 "스페이스 포그가 사실인지 어떤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기도 한데요."

알리시아 『내가 그런 걸 허락할 거라고 생각하나?』

마야 "말해 본 것 뿐이에요. 테스트 중지. 스페이스 포그에서 멀어집니다."

알리시아 『그래.』


젝스를 후퇴시키려던 그때 센서에 다른 반응이 있었다.


스페이스 포그 안에서의 전파 신호다.


마야 "통신?"

알리시아 『왜 그러지 마야?』


전파가 너무 약해 전함 트리스탄으로는 탐지할 수 없다.


마야 "스페이스 포그에서 미약한 전파신호 탐지. 이것은──."


돈돈돈・쯔쯔쯔・돈돈돈(· · · - - - · · ·).


마야 "SOS?"


아주 오래 전부터 알려진 모스 부호지만, 요즘 그런 것을 사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마야는 즉각 답했다.


마야 "이쪽은 코델리아 공국 우주군 소속 젝스. SOS를 발신하고 있는 기체, 그쪽 소속을 말해주세요."


마야는 먼저 초공간 통신으로 발신하고 그 대답이 없다는 것을 알자 상대방이 사용하던 것과 같은 전파, 모스 부호로 말을 걸었지만 결과는 같았다.


즉시 트리스탄에게 연락을 취한다.


마야 "이쪽은 젝스, 스페이스 포그 내부에서 구조 신호 탐지."

마야 "이쪽으로부터의 통신에는 응답 없음. 즉시 탐색에 나서겠습니다."

알리시아 『기다려 마야. 지금 당장 이쪽에서 구호기를 보내겠다. 너는 거기서 대기해라.』

마야 "그런 건 기다릴 수 없어요!"


마야는 알리시아의 제지를 무시하고 스페이스 포그에 돌입했다.


마치 우유 속으로 뛰어든 것 같다.


주위는 하얗다. 시야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마야 "이게 스페이스 포그의 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모르겠다.


희미한 SOS를 믿고 조심스럽게 나아가다 보니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만났다.


마야 "이게 무슨......"


길이 3m 정도의 화려한 색상의 물고기와 오징어 수십 마리가 우주 공간을 헤엄치고 있었다.


게다가 물고기는 입에서, 오징어는 촉수에서 광선을 발사해 본 적 없는 인간형 기동병기를 공격하고 있다.


그 크기는 물고기나 오징어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장갑기보다 훨씬 작다.


겉보기에는 머리 큰 삼두신(三頭身) 형태로 마치 어린이 장난감 같다.


추진 장치가 고장났는지 그 기동병기는 안개 속을 바동바동 떠다니며, 물고기와 오징어에게 당하고 있었다.


아군 식별 신호의 반응은 불명. 하지만 SOS는 확실히 그것으로부터 발신되고 있다.


마야 "어쨌든 도와줘야지."


젝스의 진로를 그쪽으로 돌리자 물고기와 오징어가 눈치채고 몰려왔다.


***


물고기와 오징어가 정체불명의 광선을 쏴왔다.


마야 "......"


마야는 그것을 가볍게 피하면서 라이플을 기총으로 바꿔 반격한다.


퍼억 하고 몇 마리가 한꺼번에 우주 공간으로 날아갔다.


별로 찬찬히 보고 싶지는 않지만, 흩어진 것을 확대해서 확인해 보면 보이는 것은 고기나 내장 뿐이고 기계 부품 등은 조금도 섞여 있지 않다.


직접 봐도 믿을 수 없지만, 역시 저것은 생물 같다.


마야 "공격도 방어도 별 것 아니지만......"


지금의 광선이나, 기총으로 간단하게 쓰러뜨린 것이나, 젝스의 적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수가 많은데다, 저 장난감 같은 기동병기는 지금도 일방적으도 얻어맞고 있다.


우물쭈물할 시간은 없다.


마야 "그렇다면!"


마야는 젝스의 장갑을 의지해 과감히 적의 무리에 돌진했다.


주위에서 광선이 줄줄이 쏟아지지만 모두 무시하고 수수께끼의 기동병기까지 일직선으로 치닫는다.


마야 "성가셔!"


기동병기에 몰려 있던 적을 빔 샤벨로 흩뜨리고 나서, 아직도 바동거리는 그것을 젝스로 꾹 붙잡았다.


??? "우앗!"


기체끼리 접촉한 덕에 저쪽의 목소리가 겨우 들렸다.


젊은 여성 같다.


마야 "내 동료가 있는 쪽으로 던질게요! 거기서 도움을 받으세요! 갈게요!"


알아들을지 모르겠지만 그리 외치며, 전함 트리스탄이 있는 쪽으로 젝스의 파워로 힘껏 던진다.


??? "와앗~~~~~~~~~~!!"


수수께끼의 기동병기와 그것을 탄 여성은 굉장한 비명과 함께 날아갔다.


물고기와 오징어도 따라잡을 수 없다. 저러면 괜찮겠지......아마도.


마야 "이제 남은 건 이것들 뿐인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생물인데, 한 마리씩 생포할까? 라는 생각을 하며 물고기나 오징어와 싸우려 할 때, 주위의 안개에 이변이 생겼다.


마치 큰 손으로 휘젓는 듯 하얀 안개가 빙글빙글 소용돌이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마야 "뭐야!?"


마야는 반사적으로 그 소용돌이의 중심을 보았다.


아드득아드득 으드득으드득!!


우주 공간에서 들릴 리 없지만, 확실히 그런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소용돌이치는 안개의 중심에서 갈라진 틈이 생기고, 그 너머로 거대한 무언가가 나온다.


저것은──고래다.



우주 고래 "────!!"

마야 "이번에는 고래야!?"


실물을 본 적은 없지만 지구의 바다에 살고 있다는 거대 포유류 고래와 똑같이 생겼다.


전체 길이는 30m 정도.


우주 전함 등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생물로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런 것이 갑자기 우주를 깨고 나왔으니 마야도 무심코 숨을 삼켰다.


하지만 손발은 반사적으로 움직여 젝스는 거리를 벌렸다.


우주고래 "!!!"


그 우주 고래는 느린 움직임으로, 하지만 경이로운 속도로 헤엄치면서, 큰 입을 벌리고, 거기에 있던 물고기와 오징어를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마야 "뭣!?"


저것도 생물이라면 식사를 하는 게 당연하지만, 그 광경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인공위성 도시 코델리아에 저런 거대한 생물은 없다.


그것은 마야가 처음 본 진짜 '야생'의 모습이었다.


우주 고래 "────."


우주 고래는 먹이를 탐하다가 문득 마야──아니, 젝스를 돌아보았다.


좌우 세 개씩 달린 눈이 번쩍 빛나더니 굉장한 기세로 이쪽을 향해 왔다.


마야 "나도 잡아먹을 생각인가!"


살의를 받은 적은 여러 번 있지만, 식욕은 처음이다.


마야 "이게엣!!"


마야는 라이플을 에너지탄으로 바꿔 맹렬히 헤엄쳐 오는 우주 고래를 향해 쐈다.


아무리 괴물 같은 모습이라고 해도 생물을 죽이기에는 너무나도 강력한 공격이다.


하지만──.


우주고래 "!!!"


우주 고래는 크게 몸을 비틀어, 마치 바다로 숨어들듯 그곳에서 사라졌다.


에너지탄은 우주 고래가 사라진 공간을 허무하게 지나친다.


마야 "뭐? 사라졌다고!"


젝스의 레이더로도 잡히지 않는다.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있다.


라고 생각한 직후, 젝스의 경고.


마야 "뒤!?"

우주 고래 "────."


역시 해수면에서 튀어나오듯 우주 고래가 갑자기 나타났다.


그리고 가슴 지느러미 주위를 발광시켜 에너지탄 같은 것을 쏴왔다.


마야 "크으읏!"


마야는 그것을 피하고 반격.


우주 고래는 첨벙 하고 또 거기서 사라졌다.


마야 "어떻게 갑자기 나오거나 사라지는지 모르겠지만, 그 움직임은 우주의 바다를 잠수하고 있는 것 같네. 그야말로 우주의 고래."


하얀 안개가 감도는 우주의 바다에서 마야가 조종하는 젝스와 우주 고래의 싸움이 시작됐다.


우주 고래 "────."


거구에 비해 우주 고래는 재빠르다.


양산형인 '눌'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다.


게다가 생물만의 유연한 움직임으로 문자 그대로 우주의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고 있다.


더군다나 정체불명의 방법으로 우주에 잠수했다가, 다시 나타나면서 수수께끼의 에너지탄을 연발해, 때로는 그 이상의 위력으로 여겨지는 에너지 어뢰 같은 것까지 쏘아온다.


마야 "어떻게 되어먹은 생물이야?"


마야는 예측할 수 없는 적의 움직임에 젝스의 운동력으로 냉정하게 맞서며 간을 보듯 공격을 감행한다.


에너지탄은 우주로 잠수해 피한다. 그렇다면 실탄은?


시험 삼아 라이플 기총으로 견제하면서 레그 미사일을 쏴 보았다.


우주 고래 "────."

마야 "피하지 않아?"


우주 고래의 속도가 홱 늘었다. 그대로 곧장 파고 들어온다.


마야 "!?"


총알에 맞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영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방어력이 높다 해도, 총알이 튕기는 모습조차 없다.


미사일도 맞았다고 생각되는 순간, 폭발하지 않고 훅 사라져 버린다.


우주 고래 "!!!!!!!"


우주 고래의 거구, 그 큰 입이 젝스의 정면 모니터 가득 펼쳐질 정도로 지근거리에 육박하고 있었다.


마야 "어떻게!?"


평범한 싸움에서는 느껴본 적 없는, 다른 생물에게 잡아먹힌다는 감각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마야는 적의 입을 피하면서 젝스에게 지금의 현상을 분석하게 했다.


마야 "이건──."


기분 탓이 아니었다.


총알도 미사일도 적에게 맞기 직전 모두 소멸되었다.


이때, 우주 고래가 사라질 때와 같은 약간의 공간의 흔들림도 검출되고 있다.


마야 "자신을 숨길 뿐만 아니라, 공격도 지울 수 있단 건가......"


공격이 빗나간 우주 고래는 꺼림칙하게 몸을 굽히고 다시 다가온다.


마야 "한 번 더!!"


이번에는 니들 런쳐를 쏴봤다.


우주 전함의 두꺼운 장갑도 관통하는 위력이지만 역시 적에게 맞기 직전에 쓱 소멸한다.


우주 고래 "!!!!!!"


우주고래는 답례하듯 견제용 에너지탄을 뿌렸고, 더욱이 정체 모를 에너지 어뢰를 젝스를 향해 쏘아붙였다.


마야 "그런 것!"


젝스는 피할 수 있다.


지그재그로 회피 운동을 취하면서 어뢰를 이쪽의 에너지탄으로 상쇄하고, 그래서 생긴 폭발을 블라인드 삼아, 또 한 발, 에너지탄을 쏜다.


풍덩.


우주 고래는 다시 잠수해 피했다.


마야 "피한다는 것은 맞으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우주 고래의 기습을 피하기 위해 적이 사라지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회피 운동을 계속하며 생각한다.


현재 상황, 아무래도 밀리고 있다. 그러니까 에너지탄을 피하고 있다.


조금 전의 테스트로 소모되어, 에너지 카트리지의 잔탄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적은 젝스를 쓰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먹으려고 한다.


그렇다면──.


마야 "상대의 뜻대로 움직여라. 그랬죠, 후우마!"


마야는 과감히 회피 운동을 멈추고 젝스를 그 자리에 정지시켰다.


무서운 적으로부터 겨우 도망쳤다고, 작은 생물이 안도하는 것처럼.


마야 "자, 오시길."

우주 고래 "!!!!!!"


촤아아아아아악!!


왔다. 정면.


우주 고래가 그 거구를 드러냈다.


그리고 곧장 에너지탄을 쏜다.


마야 "으읏!!"


마야는 움직이지 않는다. 피하지 않는다.


실드를 완전히 열어 일부러 공격을 받고, 그 충격으로 크게 날아간다.


젝스의 기체가 격렬히 흔들렸지만, 최신예 우라노스 합금장갑은 충분히 그 공격을 견뎌냈다.


우주 고래 "!!!!!!!"


먹이가 약해졌다고 생각한 우주 고래의 큰 입이 젝스에게 다가온 그 순간,


마야 "걸렸네요!! 이거나 먹어라!!"


마야는 지근거리에서 남은 에너지탄을 모두 때려박았다.


우주고래 "!!!!!!!!!!"


맞았다. 직격이다.


우주 고래가 격렬히 몸부림친다.


하지만 쓰러지지는 않고 있다.


순간 묘한 실드를 친 것 같다.


마야 "어떻게 되어먹은 생물이야!"


마야는 경악하며 결정타를 가하기 위해 빔 샤벨로 베려고 했다.


그때였다.


우주 고래 "!!!!!!!"


처음 우주 고래가 나타났을 때와 같은, 거대한 균열이 우주 공간에 펼쳐졌다.


우주 고래는 상처받은 몸을 비틀어 그 왜곡으로 도망친다.


마야 "ㅇ, 이건!? 안돼......빨려 들어간다!!"


젝스도 그 균열에 빠져든다. 슬러스터를 펼쳐도 저항할 수 없다.


마야 "앗차!"


그대로 젝스는 균열에 빨려 들어가, 그대로 사라졌다.


알리시아 『여기는 트리스탄! 무슨 일이지 젝스!? 무슨 일이 있었어!』

알리시아 『응답하라 마야! 마야!』


이미 스페이스 포그도, 우주의 균열도 없어졌다.


고요함을 되찾은 우주에 마야를 부르는 알리시아의 통신이 허무하게 울려 퍼졌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우주 고래 존나 무서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