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어느날.


여름도 막바지를 향하고 있을 때, 지하도시 요미하라에서는 매해 한번씩 특별한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요미하라 주민모임 주최 -여름축제-.


평소에는 피로 피를 씨는 항쟁을 반복하는 어둠의 주민들도 이날만큼은 예외였다.

요미하라의 여름축제동안에는 휴전하는 것이 룰.

길가에서는 총성과 노성이 아닌 축제의 반주소리와 북소리만이 조용하게 울려퍼졌다.

일상적으로 서로 으르릉거리던 갱과 마족들도 이 밤만큼은 싸움을 잊고 웃으며 술잔을 교환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이번 여름축제는 평소보다 특별한 축제가 되었다.


나디아 : 여러분~ 즐기고 계신가요~!!?

나디아 : 저는 무희 나디아입니다!! 오늘은, 모두의 축제에 불러줘서 고마워요~~


하이오크들 : 오오오오오오오오오!! 나이다니이이이이이임!!!

하이오크들 : 이쪽이야말로, 와주셔서 최고입니다아아아아아아아!!!


축제 회장에 굵은 함성이 울려퍼졌다.

축제단상에서 손을 흔드는 유카타 모습의 여성은 마계에서 이름뫂은 무희 나디아.

올해의 여름축제 특별게스트였다.

노마드의 수령 에드윈 블랙과 옥염의 여왕 아스타로트에 필적하는 마력을 가졌다고 알려져있으나,

그 강력한 힘을 싸움에 쓰는 것을 원하지 않는 마계에 속한 자로서는 드문 성품의 평화주의자.

온화한 성격과 미모, 무엇보다 춤의 훌륭함으로 열광적인 팬이 마계안에서뿐만이 아닌 요미하라에서도 수없이 존재했다.

올해의 축제무대에서도 그 팬들이 열성적인 응원의 목소리를 높히고 있는 것이었다.


나디아 : 후후훗, 요미하라 여러분들 고마워요~!

나디아 : 그럼 올해의 축제에서 저희 춤을 도와줄 북치기 담당씨를 소개할게요~!

나디아 : 우선 첫번째로...무슨, 이 분께서 와주셨습니다!

나디아 : 긍지높은 마계기사이며 노마드의 대간부! 잉그리드씨입니다!!


잉그리드 : 아아...모두들, 오늘은 잘 부탁한다.




리나 : 꺄아아아아아아아!! 잉그리드니이이이이이임!!!


돌로레스 : 누, 누님 강림...! 초섹시멋져...!!


찰칵 찰칵 찰칵 찰칵 !!


잉그리드가 단상에 등장하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부하로 보이는 노마드의 남자들이 성대한 환영의 소리를 높히며

거기에 더해 그 최전선에 진을 치고 있던 여름옷의 소녀가 눈에 핏발을 세우며 카메라의 플래쉬를 연신 터뜨렸다.

그리고 그런 카메라소녀의 옆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촬영듯한 히키코모리풍의 소녀.

아무래도 이 싸움과는 연이 없는 듯한 소녀 둘도 그녀의 부하인 듯하다.


잉그리드 : 아, 아아... 다들 응원해줘서 고맙다.

잉그리드 : 그것보다 리나와 돌로레스는 조금 진정해라. 너무 단상과 가까이에 있으면 위험하니까.


잉그리드는 흥분한듯한 부하들에게 가볍게 말한 후,


잉그리드 :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좋은 기분은 아니군.

잉그리드 : 하필이면 네녀석과 함께 이 무대에 서게 될 줄이야.


나디아 : 어라. 또 그런 말을 하는건가요. 잉그리드?


씁쓸한 시선을 보내오는 잉그리드에게 나디아가 해맑은 웃음으로 대답했다.

나디아와 잉그리드의 주인 에드윈 블랙은 같은 마계의 지배계급 출신.

그런 관계때문인지 꽤 오래전부터 블랙과 나디아는 견원지간에 속했다.

당연히도 블랙의 부하인 잉그리드도 그녀에 대해서 유쾌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사실상 나디아와 같은 무대에 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였으나,


잉그리드 : ...아니, 알고있다. 이번만큼은 "요미하라를 위해서"니까. 내가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너에게 협력하지.


잉그리드는 쓰게 웃었다.

입장상 날이 선 발언을 하였으나 오늘같은 축젯날까지 싸우고 싶은 생각은 잉그리드에게도 없었다.

애초에 올해의 여름축제는 재난의 연속이었던 요미하라의 좋지 않은 기운을 내쫓기 위해 중요한 장치.

그것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세 명의 강인한 전사가 필요하다.

그런 이유로 협력한다면 마계기사로서 당연한 임무이기도 했다.


나디아 : 후후후, 정답이에요. 모처럼의 축제니까 함께 즐기자구요?

나디아 : 뭐, 저 개인으로서는 당신뿐만아니라 블랙씨와도 사이좋게 지내고 싶지만요?


잉그리드 : 흥, 기어오르지마라. 그것보다 모두가 기다리는 것 같군. 축제를 진행하지.


나디아 : 네네~


나디아는 살짝 웃으며 한걸음뒤에서 순서를 기다리던 거구의 전사에게 눈으로 가볍게 신호를 보냈다.


나디아 : 자, 기다리셨습니다~ 다음에 소개할 분은 바로 귀신족 최강의 전사가 와주셨습니다!!

나디아 : 야마타노오로치씨!!


야마타노오로치 : 크크큭, 어이 쓰레기자식들, 잘 지냈냐?




거구의 여전사, 신화급의 귀신족이라는 야마타노오로치가 단상무대에 나타났다. 그러자


요미하라의 주민들 : 우~! 우~~! 꺼져라~!!

요미하라의 주민들 : 우리집 외상 언제 갚을거냐 귀신여자!!


날아오는 야유도 여러가지.

아무래도 야마타노오로치는 술값과 외상이 너무 밀려서 요미하라의 주민들에게는 그다지 평판이 좋지 않은 듯하다.


야마타노오로치 : 캬캬캬!!! 시끄럽다고 쓰레기놈들!!

야마타노오로치 : 잠깐 기다려보라고, 그 외상을 돌려주기 위해서 한바탕 날뛸거니까 말이야. 안 그래? 무희누님?


나디아 : 아, 보수에 관해서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주민모임 회장님이 확실히 지불해줄거라 생각해요.


야마타노오로치 : 오, 그럼 아무런 문제없지. 이 빌어쳐먹을 연극에도 얌전히 따라줄게. 키키킥...


그렇게 낄낄 웃으며 거구의 여전사는 자신이 담당할 대북의 앞으로 어슬렁거리며 걸어갔다.


나디아 : 으응, 믿음직하네요~ 모두들 야유는 적당히 하시고 응원해드리도록 하죠~

나디아 : 그럼 세번째로! 마지막 북치기 담당씨입니다!

나디아 : 인간계와 마계에 걸쳐 수완좋은 현상금사냥꾼으로 알려진 앙리드 보니씨!

 

앙리드 보니 : 아- 뭐랄까 묘한 상황이 되버렸네




용병들 : 오오오오오오오!

용병들 : 기다렸습니다 보니누님!!


쓴웃음을 지으며 무대위로 총잡이- 앙리드 보니가 등장하자 용병동료들이 일제히 환호를 올렸다.

그 중에서는 용병들의 리더격인 역전의 오크와 그의 지인에 해당하는 유랑의 마계귀족 나도라의 모습도 보였다.


오크용병 : 어이어이, 무슨일이야 보니!?

오크용병 : 패기가 안 느껴진다고, 패기가! 오랜만에 사람들 앞에 서니 쫄아버린거냐?


앙리드 보니 : 헹! 변함없이 시끄러운 영감님이네.

앙리드 보니 : 그쪽이야말로 미인이 곁에 있으나 긴장한거 아냐?


오크용병 : 뭣이라? 캬하하, 확실히 그 말대로다. 오늘 나는 공주님의 호위기사니까 말이야, 당연히 그런 기분이 들 수도 있겠지


나도라 : 고, 공주님이라니...

나도라 : 보니씨도 알폰스씨도...그런 말씀하시면 곤란해요...


오크용병과 앙리드의 농담거리 소재가 된, 서늘한 여름복장의 여성이 부끄러운듯이 얼굴을 붉혔다.

그녀ㅡ 유랑의 마계귀족나도라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야 하는 사정이 있어, 평소에는 어둠의 마을 한귀퉁이에서 조용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의 매년 한번뿐인 여름축제.

어떠한 분쟁도 없는 일시휴전의 평화로운 밤이다.

마을내에 울려퍼지는 반주소리와 사람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에 이끌린 나도라는

큰 맘을 먹고 평소와는 다른 복장으로 갈아입고, 평소에 알고 지내던 오크용병에게 도움을 받아 이렇게 밤거리에 나온 것이었다.


나도라 : 하지만 알폰스씨, 뭔가 신기한 느낌이네요...

오크용병 : 응? 무슨 말이야 나도라.

나도라 : 후후, 이 축젯밤말이에요.

나도라 : 언제나 익숙하게 봐왔던 요미하라의 거리인데도, 오늘밤만큼은 완전히 다른 장소인 듯한...

오크용병 : 아아, 그렇네


살짝 웃는 나도라에게 이끌려, 단상이 세워진 광장부근을 살펴보는 오크용병.

마을길을 밝히는 수많은 축제 등불.

광장을 에워싸는 듯한 수많은 가게와 노점들.

살벌하기 짝이 없는 어둠의 마을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어딘가 따뜻함을 느끼게 만드는 광경이었다.


오크용병 : 뭐, 이게 바로 축제라는 것이겠지. 내가 봐왔던 쓰레기통에 들끓는 썩은 짐승들도 이 날만큼은 어린시절로 돌아가버린듯하군.

오크용병 : 당신도, 운명이라던가 어려운 일은 잊어버리고 오늘밤은 마지막까지 천천히 즐기자구?

나도라 : 네~, 그럼 우선 보니씨의 응원부터 시작할까요.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조금 벗어난 광장의 한귀퉁이에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는 4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미리암 : 뭐뭐뭐뭐, 뭣이~~~~~~!!? 너무하지 않는가 탐정, 지독하다구! 자네의 마음에는 악마가 살고 있는건가!?


시로 & 쿠로 : 큐!! 피핏!!


클론 아사기 : 아, 아니. 그렇게 말한들...?




어둠의 마을의 탐정, 클론 아사기와 그녀의 사무소에 눌러앉은 질긴인연의 멤버가 있었다.


미리암 : 하지만 이 몸도 바보는 아니니까 말이지! 자네가 하고 싶은 말은 이미 알고 있어.

미리암 : 확실히 우리 사무소의 가계사정은 안 좋아. 축제라고 들떠서 막 써댔다가는 그거야말로 멍청이짓이겠지.

미리암 : ㅡ하지만! "그렇기때문에"지 않는가 탐정?


클론 아사기 : 으, 응...?


미리암 : 평소에 절약하고 있기때문에 이런때야말로 화악~ 지른다.

미리암 : 이 순간의 즐거움이 있기때문에 평소에도 열심히 절약할 수 있다는 것. 그런데도 말이야ㅡ!


팟 하며 미리암이 클론아사기에게 손가락질했다.


미리암 : 자네라는 녀석은 "축제동안 먹을 것은 한사람 당 한 메뉴씩" 이라고~~~!!?

미리암 : 이렇게도 많은 가게가 나와있는데!? 믿을 수 없는 째째함이다!!

미리암 : 봐라! 보라고 이 나사라를! 처량한나머지 촉수에서 이상한 액체를 흘리고 있다구!!


나사라 : 한사람 한 메뉴, 고통스러움, 슬픔...

나사라 : 타코야키, 솜사탕, 오코노미야키, 나사라, 여러가지 먹고싶음.


이계의 소녀 나사라는 얼마 전에 이 세계에 도달한터라 생전 처음보는 축제시장에 대단히 흥미를 느끼고 있는 듯하다.


클론 아사기 : 아, 아아...그렇네...확실히 너무 심했던걸까...?


미리암 : 그렇고말고!? 어이 아키! 자네도 뭔가 한마디해주라고!!


혼자만 이야기에 끼어들지 않고 있는 후우마 아키의 등을 떠미는 미리암.

하지만,


후우마 아키 : ......어, 미리암양 지금 뭔가 말했어?


미리암 : 뭐어어~~~~엇!!?

미리암 : 아키, 뭐하는건가 자네는!? 평소에는 쓸데없이 하나하나 시끄럽게 굴면서, 중요한때에는 듣지 못했다라고!


후우마 아키 : 아하하, 미안미안, 조금 생각할 일이 있어서 말야.


미리암 : 에잇, 알겠다! 이제 됐어! ㅡ탐정, 한 사람 당 3개까지다!!

미리암 : 그 대신, 내가 맡을 욕실청소라던지 쓰레기 배출당번을 늘려도 상관없어! 이걸로 협상하는게 어때!


클론 아사기 : ...네네, 알겠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네.


미리암 : 오?


시로 & 쿠로 : 큐? 핏?


클론 아사기 : 한 사람당 4메뉴까지는 관대하게 봐줄게. 얼마 전에ㅡ 마을주민회의 의뢰보수도 있고, 이번달은 제법 여유가 있으니까.


미리암 : 오~~~!!! 훌륭해! 자네도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가 탐정!


우왓하고 기뻐날뛰는 자칭 "대마녀" 미리암과 그 사역마 시로와 쿠로


미리암 : 이렇게 된 이상 쇠뿔도 단김에! 모두, 노점순회투어의 출발이다!!


시로 & 쿠로 : 큐우!! 피핏!!


나사라 : 아사기, 상냥함. 감사. 굉장히 기쁨.


클론 아사기 : 후훗, 괜찮아. 그럼 나사라, 나는 여기에서 기다릴테니까 미리암과 마음껏 놀고 오렴.


이계의 소녀는 고개를 끄덕하고, 두 마리의 사역마를 끌고 간 마녀를 따라 터벅터벅 걸어갔다.




클론 아사기 : 당신은 따라가지 않아도 괜찮아? 아키?


후우마 아키 : 응? 아ㅡ, 그렇지. 마침 배고프던참이었어.


클론 아사기 : 그래...?


클론 아사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소의 아키라면, 미리암일행과 같이 의기양양하게 노점순회를 갔을 터인데...?


후우마 아키 : 탐정이야말로, 뭔가 의뢰라도 있었던거야? 마을주민회의 보수라고 했는데.


클론 아사기 : 응, 얼마전에. 당신이 오챠에 돌아갔을 때 급하게 의뢰가 들어와서ㅡ


시즈루 : 후훗, 맞아 아키~ 탐정씨 일행은 오늘 축제의 숨은 공로자.

시즈루 : 탐정씨 일행의 활약덕분에 예정대로 요미하라의 여름축제가 열린거니까~


후우마 아키 : 어라, 시즈루?


축제 인파속에서 대담한 여교사풍의 미녀, 코우사카 시즈루가 말을 걸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