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도시 요미하라.


노마드 고위 간부 휴르스트와 니샤 일당의 결전 후 며칠이 지나, 마을도 안정을 되찾은 듯 보이지만, 여전히 씻겨낼 수 없는 싸움의 기미가 곳곳에 감돌고 있다.


그러던 중 대마인 후우마 사이카는 요미하라 변경부의 한 저택으로 향하고 있었다.



후우마 사이카 「......」


새로 만든 전투 슈트를 입은 사이카는 말없이 걷고 있다.


이곳 변경 외연부는 요미하라 내에서도 특수한 지구이다.


지하에서도 자라는 마계 유래의 식물들이 군생하며, 천장부는 빛나는 특이한 이끼에 덮여 밤하늘처럼 빛나고 있다.


변경부에 사는 사람들은 이 자연환경 속에서 농사를 짓거나 시가지에 사는 부유층의 별장 관리를 한다.


그런 귀중한 자연환경과 부유층의 자산을 방어하기 위해서인지, 이 지역에서는 『요미하라 세력끼리 싸우지 않는다』는 부전협정이 체결되어 있다.


비슷한 협정이 지상으로의 현관문인 요미하라의 입구, 마계로의 현관문이 되는 마계의 문 주변에도 존재하고 있으며, 이 협정을 어기면 요미하라의 전 세력을 적으로 돌리게 된다.


즉──.


현재 요미하라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세력 간의 싸움도 이곳 변경부에서는 관계없다.


협정에 따라 지켜지고 있는 이 지구라면, 아무리 위험한 입장에 있는 사람이라도 안심하고 몸을 숨길 수 있다──.


사이카 (......아니, 그런 일은 절대 없겠지.)


사이카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너무 무른 생각이다.


현재 사이카가 상대하려는 것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고, 당연히 요미하라 협정 따위 신경쓰지 않는 오만하고 악랄한 자들이다.


부전의 협정 따위, 지금의 '그녀'에게 있어서 아무런 방패도 되지 못할 것이다──.


목적인 저택에 도착했다.


사이카는 경비원들에게 말을 걸어 저택 안으로 들어간다.



미레이유 일행

"앗! 사이카 씨!"

"오셨군요!"


사이카 "모두들 안녕. 이번에도 잠깐 실례할게."

사이카 "나도, 앞으로 '그녀'의 몸에서 일어날 일을 지켜보고 싶어."


마중 나온 소녀들에게 사이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들은 음마──사람을 현혹시키고 정기(생명에너지)를 빼앗는 것이 장기인 마계 종족이다.


이름은 미레이유, 미티아, 알레키.


음마족 내에서도 선대 환몽경 카마데바의 유언를 중시하는 '암브로스파'에 속하는 자들.


사이카는 며칠 전 이 저택에 잠깐 머물렀다.


그때 이 음마 소녀들과도 친해지게 되었다.


미티아 "아니, 실례라니 그런......감사합니다. 사이카 씨가 있어 주시면 든든해요......"

미티아 "그리고, '예의 싸움'에는, 역시 명계의 음마들도 가세하고 있었지요......?"

사이카 "그렇지──."


긴장한 표정의 음마들에게 사이카가 고개를 끄덕이다.


'예의 싸움'이란 노마드 대간부 휴르스트와 니샤 일당을 중심으로 한 각 세력의 격돌을 말한다.


그 싸움에 사랑하는 '도련님' 후우마 코타로가 이끄는 오차 독립유격대도 참가하고, 또 현재의 비밀 임무에 관련된 '명계의 음마'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사이카도 휴르스트와의 싸움에 가담했다.


그리고 그 싸움의 끝을 지켜본 후, 사이카는 이렇게 다시 음마들의 저택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사이카 "전투에는 사령경의 휘하와 명계의 음마도 다수 가세하고 있었어."

사이카 "역시 휴르스트의 배후에는 그들의 존재가 있었던 것 같아."


하데스 시스터, 하데스릴린 같은 명계의 음마들, 그리고 명부의 수왕을 참칭하는 케르눈노스나 사령기사 엘비라 같은 사령경의 부하들, 그런 강자들의 모습을 사이카는 싸움 속에서 확인했다.


사이카 "그 가운데 몇몇 거물들은 해치운 것 같지만......그들 세력의 대부분은 건사이카."

사이카 "휴르스트가 쓰러져도 싸움은 끝나지 않았어."

사이카 "적은, 틀림없이 '그녀'를 노릴 거야. 경계할 필요가 있어."

미티아 "그렇겠죠, 역시......"


얼굴을 굳힌 음마들이 서로 고개를 끄덕인다.


이 저택은 음마족이 소유한 은신처 중 하나다.


외적·명계의 음마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그녀'는 이 은신처에 숨어 있다.


알레키 "순찰을 강화하라고 말해야겠어요! 사이카 씨, 정보 감사합니다!"

알레키 "가자, 얘들아! 나쁜 녀석들은, 누구 하나 마녀님에게 접근시키지 못하게 하는 거야!"

미레이유 "그래. 정말, 적 같은 건 안 왔으면 좋겠는데......"


미레이유가 어두운 얼굴로 중얼거린다.


그녀들은 그럭저럭 싸울 수 있지만, 언제 습격이 있을지 모르는 지금의 상황에는 역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사이카 "나는......일단 '그녀'에게 인사를 해야겠어. 그때로부터 무언가 변화는?"

미레이유 "아, 아니요, 아직 아무것도......여전히 그때 그대로에요."

사이카 "그래......알겠어, 어쨌든 다녀올게. 고마워, 미레이유."


음마들에게 미소 지으며 사이카는 저택 안쪽으로 향했다.


음마족의 은신처.


사이카는 복도를 따라, 가장 안쪽에 있는 예배실로 향한다.


사이카가 이 저택을 찾은 것은 대마인 총대장 이가와 아사기의 비밀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서이다.


음마족 고위 간부 중, 『환영의 마녀』라 불리는 자가 있다.


선대 카마데바로부터 후계자로 지명 받았다는, 현재 가장 음마들의 왕인 '환몽경'의 지위에 가까운 인물이다.


이 환영의 마녀에 대해, 전부터 어둠의 세계의 극히 일부에서 어떤 소문이 돌고 있었다.


『환영의 마녀는, 원래 대마인이었다고.』


이가와 아사기는 그 소문을 들었음에도, 음마족과는 적대관계라 지금까지 진위를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환몽경 카마데바의 사망으로 봉인에서 풀려난 '명계의 음마' 에레시키갈, 음마족에 대한 복수와 장악을 목표로, 공주 리림을 노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위협에 함께 맞설 것을 제안했고, 또한 암브로스와 이슈타르라는 음마족 대간부의 신뢰를 얻어, 사이카는 성공적으로 환영의 마녀를 면회하는데 성공했다.


아니, 거기까지는 순조로웠는데......


저택 안쪽 예배실을 찾은 사이카는 그곳에서 잠든 듯 서 있는 한 여성에게 눈을 돌린다.


그것은──



??? 「─────」

사이카 "안녕, 환영의 마녀......아니, 미즈키 시라누이. 당신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네."


***


같은 시각


기괴한 마계식물의 발광에 비추어지고 있는 은신처 부근 숲에, 장렬한 단말마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음마족들

"갸아아악!?"

"네놈, 우리에게 도대체 무슨......크으윽!!?"


퍼억!!


괴로운 신음과 함께 음마족들의 머리가 산산조각 난다.


이들은 아지트 주변을 순찰하던 경비원들이다.


이 중요한 국면에서 수비를 맡겨진 것으로 보아 알 수 있듯, 각각 뛰어난 전투력을 지닌 자들이다.


그러나 그 실력자들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쓰러져간다.



식스티 "자, 장애는 배제했다. 앞으로 가자."

하데스 시스터 "네. 식스티 님."


부하 음마들을 거느리고 어둠 속에서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음마족의 실력자를 순살하는 압도적인 힘.


그럼에도 아주 작은 교만도, 거만도 없다.


『해야 할 일을 한다』.


그런 기계와 같은 냉철함으로 계획의 수행에 임하고 있다.


여자의 이름은 식스티.


명계의 음마 에레시키갈을 섬기는 세 고위 음마의 일각.


악마도 죽이는 60가지 역병을 조종하는 고위 서큐버스다.



아누비스 "과연. 굉장한 힘이군. 이것이 당신이 다루는 '병의 장기(瘴気)'인가?"


뒤이어 수면인신(獣面人身)의 남자가 모습을 보인다.


사내의 시선 끝에는 무참히 구르는 음마족들의 시체가 있다.


식스티가 다루는 '역병'의 칼날에 접한 자들은 온몸에서 많은 양의 피를 뿜어내거나, 내장이 곤죽 같이 썩어 절명했다.


이 막강한 마력과 냉혹함에 두려움을 사, 그녀는 주인 에레시키갈과 함께 명계 깊이 봉인되어 있었다.


식스티 "그쪽이야말로. 꽤 귀여운 '짐승'을 기르고 있군."


식스티가 남자의 곁에 시선을 보낸다.


거기에는──.


명부의 마수

"가아아아아아악!!!!"

"가아아아아아악!!!!"


음마족들

"아긋!?"

"히이이이이이이이이!? 그, 그만해에에에에에!!"


비명을 지르는 음마족을 우두둑 씹어먹는 거대한 마수.


그것은 '명부의 마수'라 불리는 마물이다.


지옥의 불길 속에서 태어났다고 하며, 그 흉포함 때문에 마계에서도 두려움을 사고 있다.


아누비스 "아아. 이 녀석들은, 지난 번의 싸움에서 주인을 잃어 광분했다. 상대하는 자들이 딱하군."

식스티 "주인이라면......케르눈노스, 확실히 그런 이름이었나. '짐승의 왕'을 자칭하고 있었던."

아누비스 "그래. 명부의 수왕 케르눈노스. 조금 단순한 면이 있는 남자였지만, 나는 싫지 않았어."

아누비스 "맹우라고 해도 좋다. 참으로, 싸움이란 덧없는 것이야. 잃을 것만 늘어가니."


그렇게 달관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사령경 휘하·수면인신의 전사 아누비스다.


단련된 칠흑 같은 육체와 짐승 그 자체의 풍모, 그러나 안광에는 갈고닦은 지성의 빛이 있다.


그는 지난 번 전투에서 쓰러진 사령경 휘하의 대간부 케르눈노스로부터, 그 종인 명부의 마수들의 지휘를 이어받아, 이번 습격에 동행했다.


이것이 습격부대의 전모였다.


'병의 장기'를 다루는 명계의 서큐버스 식스티와 그 휘하의 음마들.


그리고 사령기사 아누비스와 그가 거느리는 사령이나 명부의 마수 등의 마물들.


100을 넘기는 수의 습격부대.


에레시키갈과 사령경 테우타테스가 동맹을 맺어, 이 두 세력의 합동부대가 실현되었다.


그리고 이 부대의 목적은, 물론, 음마족의 은신처에 잠복해 있을 「환영의 마녀」의 목을 따는 것.


환영의 마녀는 선대 환몽경 카마데바로부터 '힘의 일부'를 계승해, 현재 가장 차세대 음마왕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을 명계에 봉인한 카마데바와 그 휘하의 음마를 증오하고, 더욱이 차세대 음마의 왕──뿐만 아니라 마계 전역의 여왕이 되고자 야망을 불태우는 에레시키갈에게 있어서,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사태였다.


그래서 에레시키갈은 환영의 마녀의 말살을 신뢰하는 심복인 식스티에게 명령한 것이었다.


식스티 "당신의 전쟁관에는 관심 없다. 다만 그 역할만큼은 충실해줬으면 하는군. 듣자하니 꽤 편리한 기술을 쓰는 것 같은데."

식스티 "그 '코' 뿐만 아니라, 나머지도 보여줬으면 좋겠어."


식스티가 차갑게 아누비스를 재촉했다.


'코'라는 것은 아누비스의 탁월한 마력 탐지 능력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개라는 생물은 인간보다 몇만 배 더 예민한 후각을 가지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수면인신의 전사 아누비스는 표적의 극미량한 마력의 흔적을 '냄새'로 감지, 추적할 수 있다.


이 아누비스의 능력으로 식스티 일행은 '환영의 마녀'의 은신처를 찾아냈다.


아누비스 "알겠다. 테우타테스 님으로부터 그대들을 최대한 도우라고 명령 받았으니."

아누비스 "조속히, 나의 비기를 사용하지. 대결계 마술 '파라오의 관'."


아누비스가 조용히 영창을 시작한다.


다음 순간, 음마족의 은신처 상공을 감싸듯, 어둡고 거대한 장기의 소용돌이가 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