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기 "다들, 무사하니?"
닌자도를 한 번 휘두르자, 요마족의 촉수를 베었을 때 묻은 점액이 바닥에 튀었다.
홀에는 요마족과 몽마족이 무수히 굴러다니며, 그들 전부가 기절, 내지는 절명해 있었다.
남은 것은, 이제 몇 마리 정도다.
몽마 "으으~, 이렇게 쉽게 당해버리다니이. 주인님한테 혼나겠어어~"
아사기 "이걸로 마지막이려나."
몽마 "그엑. 주인님~, 살려줘요~."
아사기 "입 다물렴."
아사기 선생님이, 기운빠진 비명을 지르는 몽마의 턱 끝을 깔끔하게 걷어차서, 기절시켰다.
에밀리 "오오~. 물 흐르는 것 같은 움직임. 오랜, 밀도 높은 단련의 산물이란 녀석이네요."
린코 "음. 검술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체술도 초 가 붙을 만큼의 일류. 저 경지는 아직 한참 멀군."
린코 "검술만이라면 너도 상당한 수준이란다. 린코."
유키카제 "라는데."
유키카제가 자기 일처럼 기뻐하면서 말하지만, 린코 선배는 어깨를 움츠릴 뿐이었다. 본인으로선, 아직 멀었다고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향상심이라고 해야 할지. 이런 상황에서도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 정신이라는 것은 나도 본받아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유키카제도 같은 기분을 느꼈는지, 조그맣게 "좋았어" 라며 기합을 넣고 있었다.
무라사키 "후우…… 상처는 금새 낫는다만, 체력을 쓰고 말았군."
전투도끼를 어깨에 짊어지며 목을 돌리니, 우둑우둑 기분좋은 소리가 울렸다.
지하 터널에서부터 계속 싸움의 연속에, 특히 무라사키 선생님은 육체회복이 가능하단 이유로 계속 전선에 서왔다.
도중에 휴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약간의 피로를 느낄 정도의 격전이었다는 걸까.
나 "린코, 잠시 전선을 교대한다. 무라사키는 그동안 조금 쉬고 있어줘."
무라사키 "음…… 나는 아직 괜찮다만?"
나 "지금부터 거물을 상대하게 될 거다. 최악의 경우, 무라사키가 후퇴를 위한 시간벌이를 맡아줘야 할 거야. 체력은 만반의 준비를 갖춰줘."
무라사키 "후── 사람을 험하게 다루는 대장이구나."
하지만, 본인도 이를 이해하고 있는 모양이라 반론은 하지 않는다. 오차의 교사라는 입장이지만, 금새 학생인 린코와 위치를 교대한다.
나 "좋아, 이대로 2층으로 진입한다."
발소리를 내지 않도록 홀의 중앙에 있는 큰 계단의 난간을 박차고, 대마인들이 가뿐히 이동한다.
선두의 아사기 선생님이 그 중턱쯤을 지난 순간──
나 "잠깐! 서재에 반응── 타이밍을 재겠습니다. 6, 5……"
무슨 타이밍, 이라 전할 틈도 없었다.
나 "……2, 1-─"
이 카운트다운에 반응한 것은 아사기 선생님과 린코 선배. 유키카제와 스우는 무기를 겨누고, 사쿠라는 발을 어깨 간격으로 벌리고, 집중한다.
카운트 1을 센 시점에서 아사기 선생님이 벽을 박차며 2층으로 이동하고, 린코 선배는 낙하방지용 난간을 발판삼아 달린다.
나 "제로!"
사쿠라 "간다─! 『그림자 곰』, 집어던져!!"
그 순간, 사쿠라의 그림자가 이상하리만치 넓어지는가 싶더니, 거기서 나타난 것은 새까만 곰이었다.
그녀의 인법 『영둔의 술』로 만들어진, 그림자의 곰. 그 이름 그대로 『그림자 곰』.
그 곰이 스우와 유키카제를 잡곤, 힘껏 집어던졌다.
네 사람의 목표는 하나로, 서재로 통하는 문.
한 순간의 틈을 두고, 문이 열린다.
나타난 것은── 지하 터널에서 조우했던 하얀 소녀. 그 팔에는 이미, 목표물인 시체는 없다.
나 "(좋아, 완벽한 타이밍이다!)"
그렇게 생각한 직후, 아사기 선생님이 발판으로 삼고 있던 벽이 안쪽으로부터 촉수에 의해 파괴되고, 린코 선배가 올라간 난간은 어찌 된 일인지 깔끔한 절단면을 남기고 산산조각났다.
갑작스레 발판을 잃은 두 사람이었으나, 동요하는 일 없이 뛰어올라, 소녀를 공격했다.
피보라가 튀지만, 방패로 삼은 오른손의 손바닥을 얕게 베었을 뿐.
유키카제 "잡았다!!"
그림자 곰에게 던져진 기세를 타고 소녀를 뛰어넘으며, 머리 위에서 유키카제가 뇌총을 난사. 빗발치듯 쏟아지는 뇌탄을, 그럼에도 소녀는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
무슨 짓을 한 건지, 유키카제가 쏜 뇌탄은 소녀에겐 한 발도 맞지 않았다.
스우 "나이스 어시스트다, 유키카제."
그 틈을 찔러 스우가 품속으로 파고든다. 제로 거리. 주먹을 휘두르기에도, 촉수로 떨쳐내기에도 적절치 않은, 권법의 거리.
뛰어난 권법가인 스우의 독무대── 라고 생각한 순간, 소녀는 스우가 내지른 주먹을 몸으로 받아내, 그 기세를 이용해 뒤로 뛰어 충격을 줄였다.
스우 "뭣!?"
유키카제 "이 바보!"
또다시 발사된 뇌탄은, 자신이 나온 문짝을 힘으로 잡아뜯곤, 이를 방패삼아 무력화시켰다. 문의 잔해가 복도에 떨어지고, 한순간에 조용해진 공간에 메마른 소리가 울렸다.
습격이 눈치채였다곤 하나, 타이밍은 완벽했었다. 적어도, 저 소녀에게 “문 밖으로 나온 직후에 습격당하는” 것을 눈치채이진 않았을 터다.
그럼에도 공격을 완벽하게 방어당해, 동요가 소리로 터져나온다.
나 "(아사기 선생님과 린코 선배의 연계로 겨우 피부 한 장 베었다고!?)"
무라사키 "과연."
무라사키 "저건 완전히 보이고 있군. 적어도, 동체시력은 상당한 수준이다."
무라사키 "하지만, 어째서 반격하지 않지? 아사기 님도 린코도 일부러 빈틈을 드러냈고, 유키카제들은 공격 이후의 빈틈이 컸는데."
에밀리 "엣, 그랬었나요?"
무라사키 "저 여자의 실력이라면, 반격할 수 있었을텐데……."
그 한순간의 공방에서 거기까지 보고 있는건가. 이 사람은.
에밀리도 놀랐다는 표정으로 무라사키 선생님을 보고 있다.
소녀 "……누, 구?"
그 백의의 소녀가 처음으로 발한 목소리는, 어딘지…… 뭐라 해야하나, 지금의 공방을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는, 무관심하다고도 볼 수 있는 평탄한 목소리였다.
그 증거로, 우리들을 보는 눈에 적의는 없다. 적의는 커녕, 해의나 살의, 흥미같은 감정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그 용모도 어우러져, 가장 먼저 무감정한 인형. 호사가의 장식장에 놓일, 값비싼 앤티크 인형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아사기 "……싸울 생각이 없다면, 이 이상 공격은 하지 않아. 당신이 가져갔던 시체, 그걸 넘겨줬으면 해."
아사기 선생님이 닌자도의 칼끝을 겨누며 소녀에게 말했다.
소녀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라락, 하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흔들린다.
소녀 "……당신은 누구?"
아사기 "나는 이가와 아사기."
나 "우리의 임무는 네가 가져간 시체를 회수하는 일이야. 그걸 넘겨준다면, 이 이상 너에게는 관여하지 않겠어. 약속하지."
만약 대화가 성립된다면, 언급해도 문제가 없는 수준에서 정보를 흘린다.
솔직히, 무라사키 선생님이 상당한 거물이라고 할 정도의 상대와 불필요하게 적대할 생각은 없다.
게다가, 대화로 불필요한 전투를 피할 수 있다면 감지덕지고, 마족이라곤 하나 살기도 없고 공격도 해오지 않으며 외모는 소녀의 형태를 하고 있는 것과 싸우고 싶다곤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소녀 "이상한, 장난감."
하지만, 내 말을 어디까지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드론을 가리키며 엉뚱한 말을 꺼내는 모습에, 외모 이상으로 어리다는 인상을 받았다.
스우 "스승님, 가세──."
아사기 "쉿. 후우마 군, 잠깐 이야기해볼래?"
나 "……네."
처음에 조우했던 지하 터널에서도 그랬지만, 아무래도 이 소녀는 드론이 신기한 모양이다.
미약하지만, 아사기 선생님네를 향하는 시선에 비해, 감정이 있는…… 듯 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드론을 쓰고 있는 내가 대화해보기로 했다.
나 "네가 가져간 시체는 어디에 있지? 어떻게 하면, 건네줄 수 있겠어?"
소녀 "빙글빙글 날고, 붕붕 울리고. 딱딱할 것 같고, 맛 없겠어."
사쿠라 "으~응. 말이, 통하나?"
나 "모르겠어."
소녀 "그치만, 곤란하, 네?"
나 "…………응?"
소녀가 드론을 가리켰다. 아사기 선생님과 무라사키 선생님은 경계하는 채로, 스우 일행이 드론을 본다.
소녀 "기계는 싫어. 먹을 수 없잖, 아?"
오싹, 하고. 드론 너머임에도, 그 한마디에 등줄기에 얼음을 쑤셔 넣어진 듯 한 착각이 들었다.
살의는 아니다. 광기도 아니다. 야생의 짐승이 보내는──
──순수한 식욕이 “나”에게 향해져 있었다.
아사기 "쉿!!"
직후, 아사기 선생님이 닌자도를 가로로 휘두르고, 배후로 돌아선 린코 선배가 머리를 부술 기세로 칼을 내리친다.
직격했다. 드론의 카메라에는 두 개의 칼날이 소녀를 십자로 베어버리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소녀 "이게 다, 야?"
하지만, 소녀는 그곳에 존재했다. 상처는 없다. 멀쩡하다.
나 "피한 건가……?"
소녀 "피하지 않는, 데?"
다른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만큼 작게 중얼거린 내게, 소녀가 예의바르게 답했다.
소녀 "재미있, 네. 목소리 뿐인데도, 네가 제일 약하단 걸 금방 알아차릴, 걸?"
소녀 "목소리는 어리, 네? 몸은 크려, 나? 조금 긴장했, 어? 호흡이 흐트러지네. 심장의 고동도 빨라졌어. 손에 땀을 쥐고 있구, 나?"
그저 빤히, 드론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말해온다.
어느샌가, 대치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이마에서 땀이 흐르고 있었다. 소매로 닦아낸다.
소녀 "지금, 땀을 닦았, 지?"
나 "…………정체가 뭐냐, 네녀석."
소녀 "모르겠는, 데? 너는, 누구?"
나 "나는 대마인이다."
소녀 "그럼 아마, 나는 식인종…… 일까?"
다시, 소녀는 고개를 기울였다.
멀리 떨어진 코트라라 섬의 항구에 있는 미연 기지에서, 침을 삼켰다. 위험하다.
이 여자는, 위험하다. 나의, 대마인으로서가 아닌, 인간…… 생물로서의 직감이 고하고 있다.
이 여자는 생물의 천적이라고.
소녀 "너의 공포가 부럽, 네. 너희들의 고기는―― 필요없지만."
유키카제 "이 여자, 어쩐지, 장난 아니게 위험한 느낌이 들어."
린코 "동감이다. 대화가 전혀 성립되질 않는군……."
각자가 소녀를 향해, 무기를 겨눈다.
그럼에도 소녀는 나를 보는 채,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 정말로, 드론…… 나 말고는 흥미가 없는 것 같다.
아사기 "미안하게 됐지만, 여기서 토벌하도록 하겠어."
소녀 "그건, 곤란한, 데."
몽마 "우오랴아아아아아아!!"
조용한 소녀의 목소리와 정 반대로, 시끄럽게 큰 소리를 지르는 그림자가 무사했던 문을 박살내며 난입해왔다.
게다가, 침실로 이어지는 복도의 바닥, 뚫려있는 1층에서 날아올라, 무수한 몽마들이 나타난다.
몽마 "훗훗후. 이정도로 우리들을 막을 수 있을거라 생각 마시지ー."
몽마 "마시지ー."
스우 "또 시끄러운 것들이……."
몽마 "빈유는 짜져있으셔."
스우 "─────"
유키카제 "쳐죽인다."
스우와 유키카제가 조그맣게 욕설을 내뱉었다. 도저히 남에겐 들려줄 수 없는 목소리로.
몽마 "우힉!? 사, 살기──!? 어, 어쨌든!! 여기서 물러나면 주인님한테 혼난단 말야!"
몽마 "해치우자, 다들―!!"
나 "젠장, 맞서 오는 거냐!? 실력차이는 알고 있을 텐데."
나 "칫, 요마족에 좀비까지 몰려왔잖아."
소녀 "아직, 이, 야?"
에밀리 "꺄아!?"
그 직후, 에밀리 일행의 모습이 틀어졌다. ……아니다, 그녀들이 발판 삼고 있던 2층의 복도가 무너진 것이다.
발판의 붕괴에 미처 반응하지 못해, 에밀리가 1층으로 떨어지고, 아사기 선생님 일행도 이를 따라 이동한다.
유키카제 "위험하네!?"
소녀 "늦어. 빨리, 쫓아내, 줘."
나 "젠장, 뭐 이리 많아!? 이 섬에는, 아직도 이렇게 많은 좀비가 있었나!?"
소녀가 중얼거리자, 이에 호응하듯 좀비들까지 입구의 문에서 쏟아져 들어왔다.
눈 깜짝 할 사이에 아사기 선생님 일행은 1층 홀에서 좀비나 몽마, 요마닌자에게 포위당한다.
스우 "마침 잘 됐군. 한꺼번에 쓰러트려주마."
유키카제 "전부 한꺼번에 태워버리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