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나갈 수 없을 것 같은데."


결계는 도로를 막고 있을 뿐만 아니라 건물 안과 요미하라 천장까지 끝없이 이어져 있다.


겉보기에는 얼음벽 같아서 저쪽이 비쳐 보일 정도지만 물리적으로 깨뜨릴 수는 없다.


나 "그렇다면──!!"


또 '마성의 힘'을 사용해서, 지나가는 그 한순간이라도 좋으니까 균열을 만들 수 없을까 생각했는데,


――――――


나 "크으으......안 되는가......"


아까 네이스를 돕기 위해 사용한지 얼마 되어서인지, 당장 목숨을 위협할 만한 위기가 아니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아무리 노력해도 오른쪽 눈은 뜨이지 않는다.


애당초 에드윈 블랙 유래의 정체 모를 힘이다.


나 "그렇게 편리하게는 사용할 수 없다는 거겠지."


우물쭈물하고 있을 수 없다.


시즈루 선생 일행이 이쪽으로 오고 있을 텐데, 이런 도로 한복판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저 광전사에게 금방 들키고 만다.


네이스는 비요른=슈트룸이라고 했지.


키라라 선배를 노리고 있다니 대체 뭐하는 놈인지..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서리의 오니신이다.


돌아가신 어머니와 관련되어 있는 것일까.


네이스가 깨어날 수 있으면 먼저 자세히 얘기를 듣고 싶다.


아까는 어쩔 수 없었지만, 세세한 사정을 알기 전에, 아니, 알고 난 후에도 저런 괴물과는 싸우고 싶지는 않다.


나 "어디론가 몸을 숨겨야 하는데......"


나는 네이스를 다시 안고 여기서 장소를 옮기기로 했다.


나 "크읏......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잖아......"


또 눈보라다.


주위는 새하얗게 물들어, 어디를 걷고 있는지도 분명치 않다.


온도는 점점 내려간다.


이제 섣불리 이동하는 것은 위험해. 마을에서 조난당하고 만다.


나도 추위를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늘에 몸을 숨겼다.


나 "으......춥다......"


대마인 슈트의 방한 기능도 이미 한계를 넘어, 아까부터 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저 광전사에게 들킬 위험을 무릅쓰고 불을 피워 온도를 높이는 시도도 해봤지만, 이런 얼음 결계 속에 있어서인지 불은 금방 꺼지고 만다.


아까부터 안고 있는 네이스의 몸은 서리의 오니신이라 그런지, 중상이라 그런지 유난히 차가워 더욱 체온을 빼앗길 것 같다.


이윽고 차갑다거나 춥다는 감각도 없어졌다.


그리고 강렬한 졸음이 엄습한다.


나 "ㅇ, 위험해......이대로라면 정말로 동사(凍死)할 거야......"

눈의 악령 『투덜투덜......오늘도 나는 혼자......혼자만의 크리스마스......투덜투덜......리얼충 죽어......투덜투덜......』


눈보라 속에서 그런 중얼거림이 들려온다.


나 "ㄴ, 넌...!?"


지난 크리스마스에 리얼충을 질투하며 못된 짓을 했던 눈의 악령이다.


어째서인지 놈이 걷고 있다.


눈의 악령 『너는 언젠가의 남자!! 왜 이런 곳에!!』

나 "그......그건......이쪽의......대사다......"

눈의 악령 『여긴 어디지? 요미하라? 평소보다 추워서 좋아!』

나 "전혀......좋지 않거든......"


이 비정상적인 추위로 소환된 건가?


안돼, 머리가 잘 안 돌아가.


눈의 악령 『그 여자는 서리의 오니신? 그누누......인간 주제에......』

눈의 악령 『전에도 여자와 함께 있었고 실제로는 리얼충이었구나!』

나 "ㅇ, 우연히......도운......것 뿐이여......"

눈의 악령 『뭐야 너, 떨고 있나? 그런가, 이 추위에 죽을 것 같구나! 기분 좋은데!』

눈의 악령 『크리스마스에 여자와 있는 리얼충은 죽어, 크케케케케케!!』


눈의 악령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나 "젠장......이런 녀석에게......비웃음......사면서......죽는 건가......"


나의 의식은 급속히 희미해져 갔다.




시즈루, 키라라, 코우메 세 사람은 후우마에게 연락을 받은 지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연락이 끊긴 지 한참 지났다.


시즈루 "역시 안돼. 후우마 군과 더 이상 연결되지 않아."

키라라 "뭐하는 거야, 그 녀석. 귀곡의 네이스 같은 건 방치해도 될 텐데."

코우메 "키라라 선배와 동족 분이시죠?"

키라라 "엄마가 그래서 나도 그 피를 잇고 있을 뿐이야! 저런 놈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라!"

코우메 "ㅈ, 죄송합니다."


키라라는 상당히 초조한 모습이다. 코우메를 챙길 여유가 없어졌다.


시즈루 "뭔가 이상한 것이 생겼네."

키라라 "뭐야 저거?"

코우메 "얼음벽?"


세 사람의 앞길에 요미하라 천장에 이를 정도의 얼음벽이 생겨 있었다.


시즈루 "아무래도 후우마 군은 저 안에 있는 것 같아."

시즈루 "누구 짓인지 모르지만, 요미하라에서 이렇게 화려한 짓을 벌이다니, 이제 노마드도 움직일 거야."

키라라 "그런 건 기다릴 수 없어요. 후우마는 저희가 구해야죠!"

시즈루 "물론이지."

코우메 "앗, 적!?"


세 사람의 앞길을 가로막듯이 몬스터 무리가 출현했다.


레이스 "────."


향로를 든 유령 같은 마족, 저건 죽은 자에게 일시적으로 생명을 주고 조종하는, 레이스라 불리는 고위마족이다.


최근 요미하라에서 보이는 레이스는 사령경 테우타테스의 부하라고 정해져 있다.


사령

「UOOOOOOO!!!」

「UOOOOOOO!!!」

「UOOOOOOO!!!」


그 레이스에 조종당하고 있는 여러 사령들.


시즈루 "레이스가 나온다는 것은, 또 사령경의 소행인가?"


시즈루는 손에서 장미 채찍을 뻗으며 물어본다.


레이스 "────."

시즈루 "물론 대답하지는 않겠지."


그렇게 가벼운 말을 하는 동안에도,


키라라 "거기서 비켜!!"


셋 중 가장 전투력이 높은 키라라가 레이스에 덤벼들고 있었다.


그것은 무모한 돌격인 것 같았지만,


레이스 "────."


레이스는 그 말대로, 쓱 옆으로 비켜섰다.


키라라 "에엣?"


어서 지나가라는 듯한 모습에 키라라가 당황한다.


코우메 "우리를 방해하러 온 게 아닌가요?"

시즈루 "나와 미카게 씨를 방해하고 싶은 모양이야."

코우메 "!!!"


레이스와 사령은 키라라를 무시하고 시즈루와 코우메를 둘러싸고 있다.


키라라 "잠깐 뭐야!?"

시즈루 "아무래도 당신만 보내고 싶어하는 것 같네."

키라라 "에?"

시즈루 "함정의 냄새가 풍기지만, 후우마 군이 걱정돼. 가, 오니사키 씨."

키라라 "알겠습니다!"


키라라는 망설이지 않고 먼저 나아간다.


시즈루 "우리는 이 녀석들을 상대. 할 수 있지?"

코우메 "네!"


뜻밖의 전개였지만, 코우메는 자세를 취했다.


***


시즈루 "레이스는 사령경의 부하. 내 인술과는 별로 궁합이 안 맞네. 미카게 씨, 기대할게."

코우메 "ㄴ, 넷!"


시즈루는 적을 견제하며 아직 조금 긴장하고 있는 코우메에게 말한다.


시즈루가 사용하는 것은 목둔술이다.


독이나 최면 같은 식물도 사용하지만 장미 채찍을 사용한 중거리 공격이 주체다.


식물에서 만들어낸 무기인 만큼 레이스나 사령에게 공격을 가해도, 데미지를 주는 것과 동시에 무기의 생명 에너지를 흡수당하고 만다.


궁합이 좋지 않다고 조심스럽게 말하지만, 사실은 최악이다.


한편, 코우메는 손발에 단 짧은 블레이드로의 근접전을 특기로 하고 있다.


영둔술도 사용하지만 이가와 사쿠라만큼의 힘은 없고, 그림자를 날려 공격할 수도 없다.


또 본인이 말했던 대로 그림자를 조종할 수 있는 효과 범위도 좁다.


때문에 그림자로 적의 움직임을 멈추고, 그 사이 연속 공격을 날리거나, 자신의 그림자를 조종해, 통상적으로는 불가능한 움직임을 보이거나 하는 등 직접적인 공격을 보조하는데 인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에 비해 레이스는 마술을 사용한 원거리 공격을 특기로 하며, 사령도 둥실둥실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으로 손톱은 만지기만 해도 생명 에너지를 빼앗는다. 심지어 그 수도 많다.


두 사람에게는 강적이다.


하지만 시즈루는 경험이 풍부한 대마인이며, 교사로서 코우메의 성격도 잘 알고 있다.


자신들이 불리한 것을 올바르게 인식시키고, 그래도 충분히 싸울 수 있도록 냉정하게 코우메를 리드한다.


시즈루 "우선 수를 줄이자. 내가 견제할 테니 당신은 사령을 하나하나 쓰러뜨려줘."

시즈루 "뒤에 있는 레이스도 조심해. 침착하고 신중하게."

코우메 "알겠습니다, 갑니다!"


코우메는 겁먹지 않고, 사령의 무리를 향해 나아간다.


사령

「UOOOOOOO!!!」

「UOOOOOOO!!!」

「UOOOOOOO!!!」


사령들이 코우메에게 몰려들려고 한다. 그렇게 놔두지 않는다.


시즈루 "핫, 하앗!!"


시즈루는 좌우로 장미 채찍을 휘둘러 코우메가 포위당하지 않도록 견제한다.


날카롭게 뻗는 채찍에 사령이 맞아도, 아니나 다를까 생명 에너지를 빼앗기고 만다.


사령의 움직임을 무뎌지게 할 뿐, 큰 피해를 입히지는 못하지만 문제없다.


시즈루의 엄호로 코우메는 어렵지 않게 사령 하나에게 접근해,


코우메 "영박격(影縛撃)!!"


사령의 그림자를 붙들어 움직임을 멈추고 다리의 블레이드로 격파.


시즈루 "그대로 가는 거야, 다음!"

코우메 "네!!"


코우메는 접근하는 다른 사령에게 걸어간다.


사령 「UOOOOOOOOO!!!」


육체를 다치게 할 뿐만 아니라, 직접 생명 에너지를 빼앗는 손톱을, 몸을 빼서 피하기는커녕, 앞으로 나서 자세를 낮추고 피하며,


코우메 "야아아앗!"


오른손 블레이드로 베어올려 안개 같은 몸을 두동강 낸다.


사령 "GYAAAAAAAAAAA!!"


귀에 거슬리는 저주의 소리를 지르며 그 영혼은 산산조각나 흩어졌다.


코우메 "좋아, 다음!"

시즈루 "미카게 씨! 레이스! 조심해!"

레이스 "────."


연달아 사령을 쓰러뜨리고 주의가 소홀해진 코우메를 레이스가 노리고 있었다.


손에 달린 향로와 같은 마술 촉매의 흔들림과 반짝임이 커진다.


마술을 사용할 계획이다.


코우메 "읏!!"


코우메가 그쪽을 눈치채는 순간, 레이스가 뿜어내는 장기의 마술이 그녀를 덮쳤다.


원래 마술의 회피는 어려워, 주의하는 것이 느렸다고 시즈루는 생각했지만,


코우메 "영둔, 종횡무영(縦横無影)!!"


코우메는 놀라운 움직임으로 마술의 효과 범위 밖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자신의 그림자를 조종해 한계 이상의 속도를 낸 것이다.


시즈루 "모두 제대로 성장하고 있네."


코우메 "하앗!!"


어깨를 으쓱하는 시즈루가 보는 앞에서 코우메가 또 하나, 사령을 쓰러뜨리고 있었다.


둘의 연계로 모든 사령을 격파한다.


코우메 "이제 저 녀석 뿐이네요!"

시즈루 "지금부터가 실전이지만."


맞는 말이었다.


비록 2 : 1이지만, 상성이 좋지 않아 두 사람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었다.


레이스 "────."


우선 간격의 이점은 적에게 있다.


시즈루 "온다!!"

코우메 "네!!"


레이스가 마술을 사용하는 때는 향로의 움직임으로 간신히 읽을 수 있지만, 그것을 피하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시즈루 "녀석의 움직임, 멈출 수 있겠어?"

코우메 "해보겠습니다!! 그림자 묶기!!"

레이스 "────."


레이스의 움직임이 아주 잠깐 멈췄다. 하지만 그뿐이다.


코우메 "안 되요. 제 힘으로는 지금 것이 고작입니다."

시즈루 "내 채찍은 닿지 않고. 이쪽으로 와 줄 리도 없고."

코우메 "그렇다면, 종횡무영!!"


코우메는 자신의 그림자를 조종해 초스피드로 접근하려 했다.


레이스 "────."


하지만 레이스는 그것을 꺼려해, 뒤로 물러난다.


그리고 다시 절묘하게 까다로운 간격으로 좁혀, 얼마든지 응해주겠다는 듯 향로를 흔들었다.


시즈루 "비교적 교착상태네."

코우메 "제대로 싸울 마음이 없는 걸까요?"

시즈루 "저쪽도 우리 발을 묶는 게 목적인 것 같은데, 그러면 먼저 가게 한 오니사키 씨가 걱정이야."

코우메 "제가 사쿠라 선생님만큼, 적어도 그 젊은 사쿠라 씨만큼 강한 영둔을 사용할 수 있었다면......"


코우메는 분해 보인다.


지금까지 사령들과의 싸움도 시즈루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 영둔술사로서의 역부족을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이럴 땐 교사로서 학생을 잘 이끌어줘야 한다.


시즈루 "우후후, 인법은 쓰기 나름."

시즈루 "마초(魔草) 가게의 메루메 씨로부터 산 걸 사용해 볼 거야."

시즈루 "발아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니까, 그때까지 녀석의 움직임을 멈춰줄래?"

코우메 "하지만, 저로서는 아주 잠깐, 발을 묶는 게 고작이라......"


그래도 자신이 없어 보이는 코우메에게 시즈루는 단호하게 말했다.


시즈루 "멈추는 것은 한 점. 억지로 많은 그림자를 조종하지 않아도 돼."

시즈루 "마음을 한없이 가늘게 늘려, 적의 가장 중요한 그림자만을 멈추게 하는 거야."

코우메 "마음을 한없이 가늘게......"

시즈루 "이해하기 쉽게 말하면 집중력. 당신은 잘 할 수 있을 거야. 미카게 씨."

코우메 "ㅎ, 해볼게요!"


코우메의 눈에 힘이 돌아왔다.


코우메 "좋아."


코우메는 스타트 대시 자세를 취했다.


앞으로 파고들면 한눈에 알 수 있다.


코우메 "영둔술! 종횡무영!!"


쾅!!


자신의 그림자를 조종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뛰어나간다.


레이스 "────."


레이스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재빨리 거리를 두려고 한다.


코우메 "멈춰!!"


코우메의 속도가 더 올라갔다.


라고 생각한 직후, 


코우메 "으악!!"


발을 헛디뎌 푹 고꾸라진다.


레이스 "────."


레이스는 얼빠진 적을 해추이기 위해 도망치는 것을 멈추고 마술을 사용하려 한다.


거기까지가 코우메의 작전이었다.


자신의 그림자를 조종해, 완전히 계산하고 넘어졌다.


노리는 건 레이스의 마술 촉매.


적의 가장 중요한 그림자.


흔들리는 향로에 닿을 만큼 마음을 가늘게 한다.


코우메 "일점 집중!! 그림자 묶기!!"


딱.


향로가 공중에서 정지했다.


당연히 마술도 거기서 중단된다.


레이스 "!?!?!?"


레이스는 황급히 향로를 잡아당기지만, 그것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시즈루 "그럴 땐 버리고 도망가야지."


시즈루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성적이 나쁜 학생을 가르치는 듯한 얼굴이다.


레이스 "!!!!!"


레이스가 깜짝 놀란 다음 순간, 푸화아아아악!!


시즈루의 발 아래서 발아한 흡혼초, 이름 그대로 영혼을 양식으로 자라는 그것이 폭발적으로 뻗어나가, 마족이자 생물이지만 본질은 유령에 가까운 레이스를 순식간에 먹어치우고 있었다.


시즈루가 사령경과의 싸움에 대비해 메루메 엘하임에게서 산 것으로, 원래는 전장에 나타나는 지박령 등을 구제하는 것이 목적인 마초라고 한다.


아까 말했듯이 발아시키는데 아직 시간이 좀 걸리는 게 약점이다.


시즈루 "이걸로 끝."


레이스가 소멸된 것을 확인한 후, 시즈루는 흡혼초를 즉시 시들게 했다.


적을 쓰러뜨릴 뿐만 아니라 인법의 뒤처리도 제대로 한다.


그리고 학생에 대해서는 확실히 평가한다. 둘 다 교사로서 중요한 것이다.


시즈루 "미카게 씨, 지금 건 아주 좋았어. 갑자기 넘어졌을 때는 조금 놀랐는데."

코우메 "어떻게든 녀석을 속이고 싶어서요. 그래도 제대로 할 수 있었어요!"

시즈루 "자신에게 멋진 크리스마스 선물이네. 그럼 오니사키 씨를 쫓아가자."

코우메 "네!"


영둔사로서의 자신감을 되찾은 코우메와 함께 시즈루는 앞길을 서두르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