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


오차 마을은 완전히 눈에 덮였다.


하얗게 물든 세상에 활기찬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클리어 "우와───!"

카라스 "~~~~~~~♪"


클리어와 카라스다.


클리어 "눈이 가득!"

카라스 "......♪ ......♪"


미즈키 가문의 산에서 이곳까지 내려온 두 사람은 눈 덮인 벚꽃길에 눈을 반짝였다.


며칠 동안 내리던 눈이 오늘 아침에야 그쳤고, 아직 이 근처는 사람이 걸어간 흔적이 없다.


하얗게 물든 벚꽃길을 따라 소파처럼 부드러워 보이는 눈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클리어 "토옷."


클리어는 길가의 유난히 깨끗하고 평평한 눈의 일면에 두 손을 들고 뛰어들었다.


풀썩 가벼운 소리가 나고 클리어가 조심스럽게 일어서자 또렷하게 사람 자국이 생겼다.


클리어 "에헤헤, 내 모습."


얼굴에 묻은 눈을 털면서 클리어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카라스 "......! ......!"


짝꿍인 카라스도 똑같이 눈에 마음껏 다이빙했다.


더욱이 손발과 날개를 펄럭이며 눈 속을 헤엄치기 시작한다.


클리어 "아하하, 수영하고 있어."

카라스 "......♪"

클리어 "나도 할래."

카라스 "......♪ ......♪"


클리어도 함께 눈 속을 뒹굴었다.


둘 다 눈 깜짝할 사이에 눈투성이다. 옷이 조금 젖어도 신경쓰지 않는다.


클리어 "카라스짱, 눈사람 만들자"

카라스 "......! ......!"


이번에는 으레 정해져 있는 눈사람이다.


조금 큰 공을 만들고 나서, 둘이서 그것을 데굴데굴 굴려 간다.


클리어 "데굴, 데굴, 데굴, 데굴."

카라스 "......! ......! ......! ......!"


눈덩이는 점점 커져간다.


어쨌든 굴리고 있는 게 사랑스러운 외견이지만, 인간을 넘어선 힘을 지닌 타입 히어로, 클리어다.


곧 성인 남자 몇 명이 밀어도 꿈쩍조차 하지 않을 커다란 눈덩이가 만들어졌다.


그것을 눈사람의 몸통으로 삼아, 둘이서 비슷한 눈덩이를 하나 더 만들어 내고,


클리어 "영차."


클리어가 그것을 가볍게 들어 눈사람의 머리로 삼았다.


클리어 "카라스짱은 눈이랑 입. 나는 팔을 만들게."

카라스 "......!"


카라스는 펄쩍펄쩍 뛰어올라 주운 나뭇가지를 얼굴에 밀어 넣는다.


그 사이 클리어는 끝이 손처럼 갈라져 있는 가지를 몸통 좌우에 꽂았다.


클리어 "됐다."

카라스 "......!"


두 사람 키보다 크다. 거대한 눈사람의 완성이다.


클리어 "므흐~~~~~~~~!"

카라스 "~~~~~~~~~~~!"


그녀들이 언니처럼 여기는 유키카제와 같이 낮게 울며, 흡족한 듯 눈사람을 올려다본다.


클리어 "사진 찍자 사진"

카라스 "......♪"


유키카제와 후우마에게 보내주려고, 둘이서 사진을 찍다보면,



리림 "우와───!! 굉장한 눈사람이다!"

미나사키 "크──다!"


리림과 미나사키가 나타났다.


오늘의 리림은 어린 모습이다.


그리고 미나사키는 번개 영감에게 받은 목검을 꼭 쥐고 있다.


그걸 모르는 클리어와 카라스가 신기한 듯 물었다.


클리어 "그 검은 뭐야?"

카라스 "......?"


미나사키는 기다렸다는 듯이 가슴을 펴고 대답한다.


미나사키 "에헴. 나는 리림짱을 지키는 기사가 된 거야."

리림 "나는 미나사키짱에게 보호받는 대왕이 된 거야──!"


리림도 덩달아 가슴을 펴는데, 장난스러운 말투였다.


클리어 "기사에 대왕?"

카라스 "~~~~~?"


감이 오지 않는 두 사람에게 이번에는 리림이 묻는다.


리림 "그쪽은 어느 쪽이 대왕이고 어느 쪽이 기사야?"


그런 놀이라고 생각한 클리어는 조금 생각해 보다가 말했다.


클리어 "그럼 내가 기사. 카라스짱이 대왕."

카라스 "......!"

리림 "그렇다면 리림 대왕과 기사 미나사키가, 카라스 대왕과 기사 클리어에게 눈싸움을 신청한다."

미나사키 "신청할게."

클리어 "좋아, 하자"

카라스 "......♪ ......♪"


그래서 클리어&카라스 팀과 리림&미나사키 팀이 눈싸움을 하게 되었다.


클리어 "룰은?"

리림 "룰? 그런 건 우리한테 필요 없어!"

미나사키 "필요 없어!"

클리어 "그럼 승부가 안돼"

리림 "아, 그런가?"

미나사키 "음, 어떻게 하지?"

카라스 "......?"


리림, 미나사키, 카라스 셋 다 생각이 잘 안 나는 것 같다.


클리어 "그럼 눈으로 진지를 만들고, 거기에 깃발을 세워, 그걸 쓰러뜨리는 쪽이 승리라는 걸로."

클리어 "눈덩이는 세 번 맞으면 아웃. 어때?"

리림 "응, 괜찮지 않아?"

미나사키 "그럼 그걸로 하자"

카라스 "......!"


룰도 정해지고, 쌍방이 헤어져 진지를 만든 뒤, 눈덩이도 잔뜩 준비해 간다.


쓰러뜨리면 이기고, 쓰러지면 지는 깃발은 근처에서 주운 잔가지다.


리림 "클리어, 여동생, 준비됐어?"

클리어 "됐어."

카라스 "......!"

미나사키 "그럼 승부"

리림 "개시───!"




그날.


나는 이나게야에서 제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나 "으랴아앗!"


쌓인 눈을 삽으로 떠, 방해가 되지 않는 곳에 내던진다.


그렇게 치운 눈이 가게 옆에 수북이 쌓여 있다.


그러나 눈은 요 며칠 계속 내리고 있어, 치워도 양이 줄지 않는다.


나 "이건 힘든 아르바이트네......"


밖은 아직 제법 추운데, 옷 안은 벌써 땀에 흠뻑 젖었다.


나 "후......"


게다가 한숨 돌리고 있자니 지붕의 눈이 쿵 하고 떨어져 다시 원래대로 나무아미타불이다.


나 "이런이런......"

나츠 "그러다가 날 다 저물겠다."


오늘의 나의 고용주, 이나게야의 나츠 할머니가 다가왔다.


나츠 "손재주가 별로군. 이렇게 할 수는 없는 거야?"


나츠 할머니는 쌓인 눈을 향해 긴 담뱃대를 흔들었다.


사사사사사사삭!


제설차인지 뭔지 눈이 엄청난 기세로 좌우로 날아간다.


나츠 "너도 예의 마성의 힘이라든가 해서 펑펑 화려하게 날려봐."

나 "그거 그렇게 편하게 쓸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다면 혼자 하시라구요."

나츠 "막노동은 젊은이의 몫이지. 일단락되면 특제 단팥죽이 기다리고 있어."

나 "단팥죽인가......"


그거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나.


내가 제설을 재개하려 하면,


나츠 "......"


나츠 할머니는 산 쪽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나 "무슨 일 있어요?"

나츠 "글쎄. 왠지 꺼림칙한 기색이 들어서."

나 "꺼림칙한 기색?"

나츠 "어떨런지. 겨울이면 눈을 기다리던 원령들이 혈기왕성해지니까."


기분 탓이었는지, 신경쓰지 않기로 했는지 나츠 할머니는 고개를 돌렸다.


나 "원령인가......"


나는 그런 종류의 것들과 쓸데없이 인연이 있다. 안 좋은 예감이 든다.


하지만 그런 건 개의치 않고 나츠 할머니가 재촉한다.


나츠 "이놈! 우뚝 서 있지 말고 계속 일해라!"


나는 어쩔 수 없이 삽을 다시 쥐었다.


***


드디어 시작된 클리어&카라스 대 리림&미나사키의 눈싸움.


리림 받아라!! 새우등 대회전 드림 마구(魔球)!!"

미나사키 "가라~~~~!! 레인보우 미라주볼 1호!"


리림과 미나사키 소동물 콤비는 뭔지 모를 소리를 지껄이며 마구 눈덩이를 던지기 시작했다.


둘 다 목소리와 기세만은 있지만 정작 위력은 별 거 없다.


눈덩이는 퍽퍽 소리를 내며 클리어와 카라스 팀의 눈벽에 부딪힌다.


카라스 "......! ......!"


카라스가 깜짝 놀라 응전하는데, 그다지 던지는 것이 능숙하지 않은지 눈덩이는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간다.


리림 "우시시시. 저쪽은 별 거 아니네."

미나사키 "승부는 엄격해. 우리가 이길 거야."

클리어 "......"


들뜨기 시작하는 두 사람에 클리어는 꽉꽉 눈덩이를 굳히고,


클리어 "에잇."


가볍게 던졌다.


휘~잉!!


그 눈덩이는 무서운 기세로 하늘을 달려, 투콰아아앙!!


리림 "꺄앗!"

미나사키 "히잇!"


리림&미나사키 팀의 눈벽을 화려하게 날려버렸다.


카라스 "......♪ ......♪"


카라스가 대단하다며 손뼉을 친다.


클리어 "그래, 힘내자."


다음 공을 던졌다.


투콰아아아아아아앙!!


또 눈벽이 크게 무너진다.


세 번 맞으면 아웃은 커녕 한 번에 죽을 것 같은 위력이다.


리림과 미나사키는 크게 당황해 눈벽 뒤로 목을 움츠린다.


리림 "ㅋ, 클리어가 괴물이라는 걸 깜빡했어!"

미나사키 "ㅇ, 어떻게 하지 리림짱, 갑자기 절체절명이야."

리림 "좋아, 이렇게 되면. 리림 대왕의 슈퍼 마법으로──."

미나사키 "슈퍼 마법으로?"


리림은 기세 좋게 말을 꺼냈지만, 그 뒤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리림 "그러니까아아아......나와라 몬스터 눈인형!"


대충 감으로 마법을 써봤다.


그러자──.


스스스스슥!!


눈인형 "────."


아까 클리어 일행이 만든 눈사람에서 눈인형이 태어나 움직이기 시작한다.


미나사키 "굉장해 리림짱! 언제부터 그런 게 가능했어?"

리림 "몰라. 지금부터인가? 뭔가 생겼어. 나 대단해! 역시 리림 대왕!"


기세로 사용한 마법이 발동해, 해낸 리림 자신이 놀라고 있다.


공주 리림이 겉으로 나오게 된 영향인지, 그녀가 장난기에 이쪽 리림에게 조금 힘을 실어준 것인지, 어쨌든 갑작스러운 눈인형의 참전에 클리어와 카라스는 놀랐다.


카라스 "......! ......!"

클리어 "우리 눈사람!"

눈인형 "────."


스스, 스스스, 스스스스.


꽤 볼품없는 모양이 되어버렸지만 원래는 자신들이 만든 눈사람이다.


클리어 "부수고 싶지 않네."

카라스 "~~~~~"


클리어와 카라스가 공격을 주저하는 사이, 눈인형은 두 사람의 진지로 성큼 다가와


눈인형 "────."


그 두꺼운 팔을 내리쳐, 두 사람의 깃발을 부숴버렸다.


리림&미나사키 팀의 승리다.


리림 "리림 대왕과 기사 미나사키의 대단함 봤냐!"

미나사키 "봤냐─!"


리림과 미나사키는 환호성을 지르지만, 클리어와 카라스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클리어 "치사해."

카라스 "......! ......!"


성난 카라스가 마침 들고 있던 눈덩이를 던졌다.


아까까지 안 맞았는데, 그것은 능숙하게 리림의 얼굴에 명중한다.


리림 "꺄훗."


리림은 털썩 넘어졌다.


천벌일 것이다.


다음 순간──피슉!


무언가가 공기를 가르며 리림의 바로 옆을 달려나갔다.


그것은 희미한 소리를 내며 눈 쌓인 땅에 박힌다.


열 때문에 눈이 녹는 소리가 났다.


클리어가 제일 먼저 반응했다.


클리어 "저격! 모두 엎드려!"


어디선가 쏘았다.


리림이 우연히 넘어지는 바람에 운 좋게 그것을 회피한 것이다.


리림 "저저저격!?"

미나사키 "헉!"

카라스 "......!?"


카라스를 지키며 한 클리어의 경고에 리림은 머리를 싸매고, 미나사키는 표정을 굳혀, 카라스는 당황하고 있다.


리림 "진짜 누가 쏜 거야?"

미나사키 "노려지는 건 리림짱이야!"

리림 "어? 왜?"

미나사키 "그건 나중에. 리림짱 이쪽!"

리림 "어? 어어?"


평소 같으면 리림과 함께 패닉에 빠졌을 미나사키가 냉정하게 리림을 빼돌리려 한다.


피슉!


거기에 두 번째 총알이 날아오는데, 팅!!


클리어 "카무이 전개."


전투 모드로 바뀐 클리어가 첫 발로 저격 장소를 예측해 에너지 실드 카무이로 방어한다.


리림 "클리어, 나이스!"

미나사키 "역시!"

클리어 "하지만 적은 멀어. 굉장한 솜씨."

리림 "진짜!?"

미나사키 "리림짱, 빨리 도망쳐야 해!"

리림 "도망치자. 빨리 도망쳐야 해!"

클리어 "여기 있으면 내가 계속 지켜줄 텐데?"

리림 "어?? 하지만 그건 어딘가에서 계속 총을 맞는다는 거 아니야?"

클리어 "그렇게 될 거야"

리림 "그럼 역시 도망가야지!"

클리어 "그건 그것대로 정답. 저쪽에서 쏘고 있어. 벚나무를 벽으로 삼도록 해."

리림 "알겠어!"

미나사키 "리림짱 빨리빨리!"

리림 "~~~~~!"


피슉! 피슉!


기어다니며 도망치는 리림을 몰아세우듯 총알이 차례차례 쏟아져 들어온다.


리림 "히이이이이이이이!!"

클리어 "이상해, 진심으로 노리는 게 아니야?"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카라스를 보호하면서 클리어의 얼굴에 의아한 표정이 떠오른다.


일부러 몰아가는 느낌이다.


저렇게 리림을 겁먹게 해, 찔끔찔끔 희롱하다 죽일 작정일까.


아니면 뭔가 다른 목적이?


클리어 "하지만 노리는 것은 리림."


그것은 틀림없다.


부자연스러운 총격이 두 사람을 뒤쫓고, 카라스가 이제 괜찮다는 것을 확신한 후에야 클리어는 말했다.


클리어 "카라스짱, 후우마에게 알려줘. 오늘은 이나게야 할머니 댁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을 거야."

클리어 나는 리림을 도울 거야. 친구니까."

카라스 "......! ......!"


카라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럴 때 가장 의지할 만한 인물에게로 서두르는 것이었다.




벚꽃길이 내려다보이는 꽃길에 두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스나이퍼. 이름을 이그레스라고 한다.


그녀는 전신을 개조한 사이보그다. 어떤 때나 기계처럼 냉철하게 일을 한다.


지금도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정확하게 저격을 계속하고 있다.


그 옆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은 하체가 뱀인 나가족 여자다.



생생하게 꿈틀거리는 하체와는 대조적으로 그녀의 상체는 최신 과학의 정수를 담은 장비로 둘러져 있었다.


화이트 스네이크. 그것이 여자의 이름이다.


이그레스 "정말 떼어놓아도 되는 건가요?"

화이트 스네이크 "그래. 라이플로 막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이그레스 "저 계집애가?"

화이트 스네이크 "너는 작전대로 저격으로 녀석들을 예정된 장소까지 몰고 가면 돼. 이건 내 사냥이니까."

이그레스 "알겠습니다. 내 임무는 화이트 스네이크, 당신과 협력하는 것이니까요"

화이트 스네이크 "후후......"


뱀 여자의 얼굴에 독살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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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설, 제설, 삽을 들고서~

제설, 제설, 넉가래로 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