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댕동♪

점심시간 종이 울린다.





<헤비코>
[후우마쨩, 학생식당 가는거지?]
<나>
[아아, 오늘은 마구잡이로 싸워서 배가 꺼졌다. 시카노스케도 가는거지?]

<시카노스케>
[벌써 배 꼬륵꼬륵해서 쓰러질 것 같아. 산만큼 먹을거야]

배를 꼬륵거리는 두 사람과 함께 교실을 나오려고 하자, 복수의 사람 그림자가 슥하고 우리를 막아선다.

<후우마 화둔술사>
[어이, 기다려라, 당주]
<나>
[너는.....]
험상궂은 눈빛으로 말을 걸어오는 것은 후우마의 일문에 속한 화둔술사의 한사람이었다.





부하를 몇 사람인가 거느리고 있다. 이 녀석도 저 녀석도 우호적이지는 않은 듯하다.

<후우마 화둔술사>
[잠깐 나 좀 볼까]
<나>
(이 녀석들은... 가이자의 부하였지만, 전의 반란에 참가하지 않았던 자들인가)
그렇기에 내게 충성을 바치고 있지 않은 것은, 이 태도를 보면 명백하다.

<헤비코>
[헤비코들은 지금부터 식사를 합니다만. 이렇게 줄줄이 끌고 와서, 후우마쨩에게 무슨 볼일이야!]
내가 뭔가 말하는 것보다 먼저, 헤비코가 갑자기 시비조로 응대를 시작했다.

<후우마 화둔술사>
[똘마니(腰巾着) 문어녀에게는 볼일 없다. 꺼져]
<헤비코>
[하아? 시비 걸어오는 거? 먹물 쏠거야! 지금 배고프니까 엄청 나온다구요!]

<후우마 화둔술사>
[큿, 우리들은 이녀석에게, 후우마의 당주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
[당주인 주제에, 일족과 이야기하는 것도 못하는거냐!?]

헤비코의 먹물의 귀찮음은, 후우마 사람들에게는 널리 알려져 있다.
남자들은 기죽은 것 같으면서도, 당주에게 이야기가 있다고 거듭 말했다.

<나>
[당주와 이야기인가. 뭐 즐거운 이야기가 아닌 건 얼굴을 보면 알겠다만... 좋다고. 어울려 주마. 나 혼자랑인 거겠지]
<후우마 화둔술사>
[그렇다. 와라]
화둔술사가 턱짓을 하고, 나는 그 뒤를 따라간다.

<헤비코>
[후우마쨩, 괜찮은거야?]
<나>
[두사람은 먼저 식당에 가 있어]
<헤비코>
[으, 응]
<시카노스케>
[어, 어이, 후우마. 학교 안에서 사적인 싸움이라든가 하지 않도록 해, 알겠지?]
<나>
[괜찮다니까는]

두 사람 모두 내가 걱정되는 모양이다.

<나>
(뭐, 이야기만으로는 안 끝날 예감은 있으려나)

그 때, 문득 다른 시선을 눈치챈다.


<유키카제>
[......................]
언제부터 있었던 것인지, 유키카제가 나를 보고 있다.

헤비코나 시카노스케와는 달리, 후우마 패거리들에게 끌려가는 나를, '흐~응'하고 재미있어하는 듯한 얼굴이다.
뭐, 이 녀석에게는 완전히 남의 일이니까 그것도 당연하지만.

<유키카제>
[..................]

나와 눈이 마주치자, '안되셨구만'하고 말하는 듯이 킥 하고 웃는다.
나는 '이런이런'하는 얼굴을 하고 어깨를 으쓱한다. 유키카제는 크큭 하고 다시금 웃는다.

<후우마 화둔술사>
[뭘 하고 있나. 빨리 와라]
<나>
[네이네이]

끌려간 장소는 수영장이었다.



<나>
[화둔술사인 너희들이 이런 장소에 오고, 무슨 생각인거야]
[설마하니, 당주님에게 수영이라도 배우고 싶은건가? 말해두지만 나는 수영을 잘 못한다구]
<후우마 화둔술사>
[......................]

나의 가벼운 조크에, 녀석들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나>
[불인 주제에 딱딱한 녀석들이구만. 이야기라는 건 뭐야?]
<후우마 화둔술사>
[당주로서 우리들에게 할 말은 없는가?]
<나>
[당주로서?]

<후우마 화둔술사>
[가이자가 일으킨 반란으로, 우리들 후우마의 신용은 땅에 떨어졌다]
[네놈, 이제부터 후우마를 어찌할 생각이냐?]
<나>
[이렇게든 저렇게든간에, 우선은 가이자를 잡아오라는 지령이 내려져 있어. 우선은 그것부터로군]
나의 대답에, 화둔술사들은 다시금 성을 낸다.

<후우마 화둔술사>
[그것은 위로부터의, 대마인의 마을로부터의 지령이다. 후우마로서, 일족을 다스리는 자로서, 생각하는 바가 없는지를 묻고 있는 거다!]
<나>
[그걸 너희들에게 이야기하는 걸로, 너희들이 나의 명령을 들어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갑자기 명령 받들겠다는 것도 아닐 테고?]
<후우마 화둔술사>
[칫]
화둔술사는 초조한 듯이 혀를 찬다.
부하들도 '안되겠구만 이녀석' '이러고도 당주인가'하는 듯 푸념하고 있다.

<후우마 화둔술사>
[네놈이 그런 식이니까... 큭, 이럴 거면 가이자에 따르는 편이 나을 걸 그랬군]
<후우마 하급닌자>
[그래그래]

<후우마 화둔술사>
[우리들 후우마가 이 마을에서, 얼마만큼 면목없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는지 알고 있는 거냐!]
<나>
[이런이런, 그래서 내게, 어떻게든 해 주세요라고?]
[그런 무른 생각으로는, 반란에 가세했더라도 금새 살해당해 버렸겠지]
<후우마 화둔술사>
[뭐라고!?]

<나>
[지금까지 눈병신이라고 바보취급했던 네게, 우는소리를 늘어놓을 정도니까 말이야. 가이자가 반란에 권유해주지도 않았을 터이다]
<후우마 화둔술사>
[네 이놈!!]
<후우마 하급닌자>
[눈병신 주제에 무슨 소리냐!!]
[후우마의 수치가!!]
녀석들은 분노해서 나에게 다가온다.

큰일이다.
거기까지 말할 생각은 없었는데, 나도 모르게 본심을 입에 내고 말았다.
이건 한, 두 대 맞아도 어쩔 수 없으려나. 실컷 당해 주고 나서, 얼른 돌아가버리게 하는 걸로 하자.
하고, 내가 자세를 잡은 참에--




<헤비코>
[누가 후우마의 수치냐!!]
<나>
[에....?]
드높은 목소리에 얼굴을 들면, 헤비코가 탈의실 지붕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헤비코>
[질질 우는소리만 해대고, 꼴사납네, 당신들]
[게다가 혼자서는 제대로 싸우지 못하는 후우마쨩을 여럿이서 둘러싸다니]
[그런거 헤비코가 절대 용서하지 않으니까!]
벌써 문어화해서 의욕 만만해 있다.

<시카노스케>
[우우우, 후우마의 내분에 나는 관계 없는데에에]
아, 시카노스케도 있다.
헤비코의 문어발에 붙들려, 무리하게 끌려와 있다.

<시카노스케>
[너, 너희들 싸움은 그만둬라. 하더라도 나 없는 대서 해줘어어]
<헤비코>
[무슨 소리야, 시카노스케! 후우마쨩이 핀치야! 가자구! 문어점프!!]
<시카노스케>
[히이이이이이이이!!]

헤비코와, 거기에 말려든 시카노스케가 수영장에 뛰어들어온다.
<시카노스케>
[아, 아야야야...]

<후우마 화둔술사>
[이놈들 전부 해치워 버려!!]
<후우마 하급닌자>
[오오!]

녀석들도 삼류 악당같은 대사를 말하며 덤벼온다.

<나>
(결국 이렇게 되어버리는구나.... 이런이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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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비코>
[흥! 빈 수레가 요란했네(口程にもない). 당신들, 조금 머리를 냉정하게 하세요!]
헤비코가 얌전해진 녀석들을, 문어발로 휙휙 수영장에 던져넣는다.
<헤비코>
[내친김에 먹물도 뿌려줄까]
<나>
[그건 그만둬 줘. 수영장이 더러워지면, 청소하는 처지가 되는 건 우리들이다]
<헤비코>
[아, 그렇네. 저런 바보들 때문에 그러는 건 싫은거야]

그 바보들은 흠뻑 젖은 채로, 허둥지둥 달아나고 있다.

<시카노스케>
[우우우, 저런 바보들 때문에, 어째서 나까지 이런 꼴이... 나는 후우마가 아닌데도]
<헤비코>
[시카노스케쨩 너무해. 친구잖아?]
<시카노스케>
[그렇지만 말이야. 뭔가 앞으로도 이런 일이 일어나면, 그때마다 왠지 나까지 말려들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나>
[그렇구만]
말려드는 체질인 시카노스케에게는 동정하지만, 나는 가볍게 흘리며,

<나>
[어이, 거기 구경꾼. 적당히 하고 나와라]
<유키카제>
[아, 들켰어?]
탈의실의 그늘로부터 유키카제가, 메롱 하고 혀를 내밀고 나타난다.

<헤비코>
[아, 유키카제쨩!]
<시카노스케>
[그런 데서 보고 있었던 거냐고]
<유키카제>
[그치만, 후우마의 내분에 나는 관계없으니까]
<시카노스케>
[나도 관계없어!]

<유키카제>
[응응. 시카노스케도 수고했어. 헤비코쨩도 후우마도, 뭔가 여러가지로 힘들어보이네]

<나>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말이야, 어쩔 수 없지]
<유키카제>
[여러가지 들었던 것 같지만, 거기는 나도 신경이 쓰이는거야]
<나>
[거기?]

<유키카제>
[후우마의 당주로서 어떻게 할 생각인거야? 아까는 적당히 얼버무렸었지만]
<나>
[얼버무릴 생각이었던 건 아니야. 뭐 망설이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말이야]
<유키카제>
[그런거야?]

<나>
[아직 아무것도 모르니까 말야]
[녀석들에게 말한 대로, 먼저 가이자를 잡아서, 무슨 생각인 건지 이야기를 듣는다. 모든 것은 거기서부터다.
[제대로 정보가 없는 단계에서, 아아 이거다하고 판단하는 건 내 방식이 아니니까]
<유키카제>
[흐-응.... 괜찮잖아 그걸로]

유키카제는 의외로 납득한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유키카제의 성격으로 보아, 확실하게 하라든가 뭐라든가 말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유키카제>
[나한테도, 절대로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도, 아직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으니까....]
유키카제는 고개를 수그리고, 그런 말을 했다.

<나>
(절대로 하고 싶은 일.....?)
흥미는 있지만, 나는 더 묻지는 않았다.
분명 말해주지 않겠지.

아직 짧은 교제였지만, 표정으로부터 그 정도는 짐작이 갔다. 헤비코나 시카노스케도 같은 듯하다.

<유키카제>
[자야, 모두들 밥 먹으러 가자구! 후우마는 머리만 쓰기는 했어도, 배고프지? 나도 꼬륵꼬륵]
유키카제는 방긋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