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드디어 학교가 끝났구만]
<헤비코>
[왠지 오늘은, 엄청 싸워대서 고생이었지]
<나>
[그렇네]

<시카노스케>
[대부분 안 해도 되는 싸움이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서도....]
<나>
[뭐 그렇지]

수업이 모두 마치고, 역시나 자율훈련 따위는 할 생각도 들지 않아, 바로 돌아가려고 하는 차에,





<유키카제>
[조금 괜찮을까?]

정문에서 유키카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헤비코>
[아.... 유키카제쨩이다]

<시카노스케>
[뭐, 뭔가 다시금 안좋은 예감이 드는데]

<나>
[유키카제인가. 무슨 용건이야? 오늘 함께 싸운 인연으로 같이 놀자, 라든가 말하려는 얼굴이 아닌 것 같다만]

<유키카제>
[응. 그런 즐거운 이야기가 아닌거야. 미안]
<유키카제>
[이 아이들이 후우마에게 용건이 있대서]

드물게 미안한 듯한 얼굴을 한 유키카제의 뒤로부터, 대마인의 신병들이 몇 명 나타난다.





<대마인 신병>
[이얏!]

전부, 여자다.
게다가 나를 미운 눈으로 보고 있다.

<유키카제>
[저기 그러니까, 이 아이들은]
<나>
[말하지 않아도 안다. 일전의 후우마의 반란에서, 아는 사람들을 살해당했다든가겠지?]
<유키카제>
[으, 응. 맞았어]

<대마인 신병>
[네놈이 후우마의 당주냐?]
<나>
[뭐, 당주인 건 맞지]

<대마인 신병>
[큿, 네놈이!]
[네놈들 후우마의 탓으로!]

<시카노스케>
[어, 어이, 후우마!]
<헤비코>
[잠깐, 다른거야! 저번의 반란에 후우마쨩은 관계없으니까!]
[저런 멍청한 짓을 한 건, 가이자와 그 똘마니들이야! 후우마쨩은 나쁘지 않아!]

<시카노스케>
[그, 그래. 아사기선생님께 들었겠지! 반란을 일으킨 건 후우마의 극히 일부고, 후우마 전부가 아니라고!]

<대마인 신병>
[그건 알고 있어. 그래도 네놈이 당주로서 제대로 하고 있었으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 틀려!?]
<나>
[뭐,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구만. 가이자를 멈추지 못한 것은, 내게도 일부분 책임이 있지]
<대마인 신병>
[장난치지 마라! 알고 있었다면, 어째서....!!]
<나>
[별로 장난치거나 하는 게 아니야. 그래서 나는....]

<유키카제>
[잠깐 기다려기다려! 그런 식으로 되는 건 그만두자]
[후우마도, 남의 신경을 거스르는 듯한 말투는 그만!]

유키카제를 둘러싸, 빠직하고 전기의 불꽃이 튄다.
어쩔 수 없어 입을 다문다.

<유키카제>
[나도 이런 데서 말싸움시킬 생각으로, 이 아이들을 데려온 게 아니니까]
[이 아이들도, 후우마한테 책임이 없는 건 알고 있는거야]

유키카제의 그 말에, 여자 대마인들은 고개를 떨군다.

<유키카제>
[그치만, 그건 그거고, 후우마를 용서할 수 없는 마음도 있는거야]
[아, 후우마 개인이 아니라, 후우마 당주가 용서할 수 없는 마음이네. 그런거 알지?]

유키카제는 나에게 질문하고는, 대답 따위 듣지 않겠다는 듯 계속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런 질척질척한 마음, 모아두면 절대로 좋지 않으니까.

<유키카제>
[일단 풀어놓아 주려고, 그래서 나는 데려온거야]
그 다음은 이제 알겠지 하는 듯이, 유키카제는 입을 닫았다.

<나>
[저기 말야. 그 해방한다는 게 뭘 말하는 건지 일단 물어도 될까?]

<유키카제>
[에? 그런거 서로 진심으로 붙는 걸로 정해져 있잖아?]
[아, 물론, 죽지 않을 정도로]

예상대로의 답변이 돌아와, 나는 낙심했다.

<나>
[내가 강하지 않다는 건 알고 있겠지. 그냥 뭇매를 놓겠다는 거냐]

<유키카제>
[그걸로는 서로 후련해지지 않지요. 언제나처럼 저 두사람과 함께로 좋아]
<헤비코>
[에?]
<시카노스케>
[자, 잠깐 기다려!]

추세를 지켜보던 두 사람이 깜짝 놀라지만, 유키카제는 상관 않고 이야기를 계속한다.

<유키카제>
[후우마, 지금의 후우마의 진심으로, 이 아이들을 상대해 줘]
[그 대신에, 나는 여기 붙을 테니까]

<시카노스케>
[잠깐잠깐잠깐-----! 어째서 저쪽에 붙는거야. 게다가 나는 전혀 관계없.... 읍읍읍읍읍]
전력으로 항의하는 시카노스케의 입을, 헤비코가 막는다.

<헤비코>
[후우마쨩, 어떡해?]

<나>
[아아, 할 수밖에 없을까....]
하지 않으면, 이 자리는 수습할 수 없다.

<시카노스케>
[읍읍, 읍읍읍읍읍--!!(싫어어, 나는 관계없어----!!)]

<헤비코>
[그건 진심으로?]

<나>
[그런 일이겠지. 유키카제?]

<유키카제>
[그래. 이런 건 뒤탈이 없게 하지 않으면]
[나도 오늘 모두의 힘을 알았으니까, 조금 진심 낼거야♪]
유키카제는 기쁜 듯이, 빠직빠직하고 전기불꽃을 튀기고 있다.

<시카노스케>
[읍읍읍읍읍----!(살해당한다---!)]

<나>
[헤비코, 문어화해라. 안 그러면 유키카제의 상대는 못해]
<헤비코>
[어쩔 수 없네. 알았어]
각오를 다진 헤비코의 하반신이, 스륵하고 문어로 변한다.

<헤비코>
[이봐이봐, 시카노스케쨩도 준비해]
<시카노스케>
[어째서 이런 일이 되냐구우우우!!!]

시카노스케가 비명을 울리자, 여자들과 유키카제가 뛰어들어 온다.
<대마인 신병>
[후우마, 각오해라!!]
<유키카제>
[각오!!]

<나>
(네녀석이 말하지 말라고....!)

--------------------------

<유키카제>
[잠ㄲ, 뭐야 이거? 우와아... 빨판이 붙어온다!!]
[엄청 질퍽질퍽거려! 싫어싫어. 기분나빠 기분나빠!]
[이제 안돼. 빨리 풀어줘! 졌어 졌어 이쪽이 졌어! 문어발 기분나빠, 빨리 풀어줘어어!!]
<헤비코>
[그렇게 싫어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헤비코쨩 조금 쇼크]

유키카제는 헤비코의 문어발에 붙들려, 꼼짝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대마인 신병>
[하아하아하아하아....]
여자들은 한사람도 빠짐없이 주저앉아 있다. 더는 싸울 기력이 없는 듯하다.

<시카노스케>
[이제 싫어. 이제 오늘은 아무것도 안할거야. 말려들어서 싸움하는 건 더는 사양이야! 나는 아무것도 안한다고!!]
또 한 사람, 시카노스케는 땅에 큰 대자를 하고 누워 소리질렀다.
싸움은 우리들의 승리였다.

물론, 정면으로 치고들어가면, 유키카제 한사람이라도 우리들의 손으로는 이길 수 없다.
그래서, 유키카제의 본래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불필요한 움직임을 하게 했다.
그 사이에 여자들을 한사람 한사람 쓰러뜨리고, 유키카제 한 사람이 된 때,
유키카제의 움직임을 읽은 나의 지시로, 헤비코가 유키카제를 묶어올렸던 것이다.

<나>
[헤비코, 이제 됐어. 유키카제를 풀어줘]
<헤비코>
[알았어. 미안해, 유키카제쨩]
헤비코가 문어발을 스륵 풀어준다.

<유키카제>
[고마워. 아-아, 져버렸다]
<나>
[이런 싸움에 이기고 지고도 없지만 말이야]
<유키카제>
[뭐 그렇지만]

의외로, 유키카제는 별로 분한 것 같지 않았다.
그런 것보다, 여자들이 전원 쓰러진 시점에서 이미 의욕을 잃은 듯했다.

<유키카제>
[다들, 괜찮아? 일어날 수 있어?]
<대마인 신병>
[에에, 괜찮아... 고마워....]

유키카제가 말을 걸면, 여자들은 간신히 일어선다.

<유키카제>
[그래서, 어때? 조금은 후련해졌어?]
<대마인 신병>
[그러네... 조금은...]

여자들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가라앉아 있다.
나를 호의적으로 보게 된 것 같지는 않지만, 적어도 살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유키카제>
[후우마 개인은 나쁘지 않으니까. 그만 용서해 줘]
<대마인 신병>
[그건.... 알고 있지만서도....]
<유키카제>
[용서해 주지 않아도 좋지만, 이 녀석도 당주로서 뭔가 생각하고 있는 거 같으니까, 좀더 기다려 주지 않을까나]

유키카제가 그런 식으로 중재해 주자, 여자들 중 한 사람이 말한다.
<대마인 신병>
[후우마, 소중한 사람을 살해당한 원한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부터 당신이 하는 일을 우리들은 지켜보겠다. 그것을 잊지 말아줘]

<나>
[아아, 기억해둘게]

여자들은 떠나간다.

<유키카제>
[후흥♪]
유키카제가 실실 웃으면서 다가온다.

<나>
[뭐냐고]
<유키카제>
[지금부터 당신을 지켜본대, 후우마♪]

묘하게 허물없는 어조로, 나의 어깨를 두드린다. 변함없이 거만한 태도로구만.

<나>
[뭐어, 차세대 에이스라고 불리는 뇌격의 대마인에게 이길 정도니까. 조금은 기대해 주지 않으면 말이야]
<유키카제>
[헤...?]

내가 조금 장단을 타서 농담을 하자, 유키카제는 멀뚱히 있다가, 갑자기 웃어댄다.

<유키카제>
[아하하핫, 싫다, 후우마!]
[설마하니 저게 나의 전력이라고 생각했어? 틀리니까. 전혀 틀리니까. 말했겠지, '조금' 진심이라고]
<나>
[또 억지를 쓰는군]

<유키카제>
[아, 그렇게 말하는구나. 좋아, 그럼 또 조금 진심을 보여 줄게]
유키카제는 불만스런 듯이 입을 삐죽이며, 천천히 총을 하늘에 향했다.
<유키카제>
[하아아앗!!]

유키카제가 날카롭게 숨을 내쉰다.

다음 순간---

빠직! 빠직!! 빠직빠직빠직!!!

그녀를 중심으로, 심한 방전이 발생한다.
오늘 하루의 전투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을 정도로 굉장한 것이다.
무수한 번개가 허공에서 생겨나, 유키카제가 가진 총에 빨려들어간다.

직접 당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신체가 찌릿찌릿 저리고, 머리카락이 거꾸로 서고, 짙은 이온 냄새가 난다.

<시카노스케>
[히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위험해위험해위험해위험해!!!!]
계속 지면에 드러누워 있던 시카노스케가, 오늘 중 최고로 큰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감싸쥔다.

<헤비코>
[후, 후우마쨩, 진짜로 저거 조금 위험하지 않아?]
조금 정도가 아니야. 상당히 위험해.

<나>
[어, 어이, 유키카제. 조금 기다려]
하지만, 기다려줄 법한 여자가 아니다. 뇌격의 대마인은.

<유키카제>
[가랏! 라이트닝샷!!]

무시무시한 섬광.
굉음.
번개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하늘을 향해 찔러 꽂혔다.
석양에 한줄기 번개가 뻗어, 주변을 하얗게 비추고, 이윽고 사라진다.

<유키카제>
[응, 뭐 이런 걸까나. 아직 전력의 절반 정도이지만]
유키카제는 자랑스레 가슴을 편다.

<나>
[................]
<헤비코>
[................]
나도 헤비코도 완전히 말을 잃었다.

<시카노스케>
[-------------------]
시카노스케에 이르러서는, 차단기가 떨어진 것처럼 실신해 있다.

<유키카제>
[어라? 잠깐 후우마. 헤비코쨩. 그렇게나 놀랐어? 시카노스케는... 아, 기절했네]
[아하하, 조금 너무했을까나?]





<아키야마 린코>
[이봐! 유키카제!]
<유키카제>
[읏!!]

<린코>
[방금은 네가 쏜 거지! 이런 곳에서 무슨 생각이냐!!]
<유키카제>
[와앗, 린코선배한테 걸렸다!!]

푱!

하는 소리를 내듯이 유키카제는 도망쳐 버렸다. 그건 또 쏜살같다.
<나>
[린코 선배... 아키야마 린코 선배인가.... 지금의 목소리]
[거기에, 저게 뇌격의 대마인, ....미즈키 유키카제구나....]

나는 어안이 벙벙한 채, 간신히 그렇게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