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오후의 일이었다.

나는 아사기선생님으로부터 교장실로 불려와 있었다.




<이가와 아사기>
[후우마군, 미연으로부터 공동작전의 이야기가 왔어]


입을 열자마자 싫은 예감밖에 들지 않는다.

<나>
[또 일전의 가면녀와 관련된 이야기입니까?]
<아사기>
[그것과는 다른 것 같네. 미연에서 개발된 전투용의 드론, 알고 있지?]

<나>
[네에, 몇 번인가 싸워봤으니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일전의 사쿠라랑 했던 '알바'(*7장, <사쿠라의 용돈 대작전>)다.

물론, 아사기선생님께는 비밀이지만.

<나>
[그래서, 작전이라는 건?]

<아사기>
[미연의 어느 연구기관에서 개발자가 한사람 도망나온 모양인거야. 연구자료 일체를 가지고]
[게다가, 연구자는 아무래도 그것을 도쿄킹덤의 마피아에 팔아치우려고 하고 있어]
[그래서 도망친 연구자의 확보와, 반출된 자료의 회수에 협력해주었으면 한다. ....뭐 그런 이야기]

아사기 선생님은 거기까지 말하고, 내 반응을 기다린다.
그 입술 끝에 놀리는 듯한 미소가 떠올라 있다.

<나>
[왜 미연이 자기들의 불상사에 일부러 대마인을 관련시키려고 하는 겁니까. 너무 수상하네요]
<아사기>
[그래. 분명 뭔가 내막이 있어. 하지만 굳이 거기에 넘어가줘 볼 생각이야]
[그래서 상황판단이 장기인 당신을 선택한거야. 거기에, 지난번 일도 있고 말이야]

<나>
[지난번 일?]
<아사기>
[바이트의 건. 나한테 들키지 않을 거라 생각했니?]

<나>
[우.....]
전부 꿰뚫어보셨는지.

과연 아사기 선생님,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이러면 임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듯하다.

<나>
[도, 도망친 개발자라는 건, 보통 인간입니까?]

이상한 질문이지만, 미연의 개발자 중에는 자기 자신도 강력한 사이보그가 되어있는 자도 적지 않은 것이다.

<아사기>
[보내 온 자료에 의하면 그렇네. 자, 이거야]
<나>
[이름은.... 와타나베 스즈키라고....]

아사기 선생님이 건네준 자료에는 어느 쪽도 성씨 같은 묘한 이름과, 밋밋하게 특징 없는 얼굴의 일본계 사람의 사진.

<아사기>
[그 이름은 나도 신경쓰이지만, 또 하나 불안사항이 있어]
[이쪽의 자료를 보렴. 대마인과 공동작전을 펴기로 한 인물의 프로필이야]




다시금 전달된 자료의 사진을 보고, 나는 말문이 막힌다.

<나>
[.......! 이 여자!?]

<아사기>
[알고 있는 모양이네]
<나>
[모를 리 없잖습니까? 이녀석은....]

살인귀 소니아.

사상 최악이라고 불리는 대량살인귀다.
그녀가 죽인 상대의 수는, 알려진 것만으로도 100명 이상.
성별도 나이도 묻지 않고, 갓난아기에조차 손을 대는 잔학비도한 방식에 미국(米國) 전역을 떨게 했다고 한다.

또한, 인간뿐이 아니라 마족까지도 살해된 것으로 보아, 범인은 흉포한 마족 또는 이능력자라고 상상되어졌었다.
그러나, 미연 전부가 동원된 대수사 끝에 잡힌 것은, 마족도 이능력자도 아닌 단순한 인간.

그것도 교사를 하고 있었던 그녀였다.

최후의 흉행의 무대는 그녀가 일하던 학교.
그것이 미국 전역에 인터넷으로 송신되었던 것이다.
그녀 자신에 의해서.

수업 중에 질문해 온 여학생의 목을 갑자기 쳐날려 버린 것을 시작으로, 학생과 교사를 차례차례 베어죽이고,
달려온 경관을 몇 명이나 참살하고, 자신도 몇 발이나 총탄을 맞아서, 그런데도 죽지 않았다.

피투성이로 체포될 때까지의 자초지종을 전세계의 구경꾼(野次馬)들이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다.
나도 그 중 한사람이다.

체포 후에는, 이례적인 빠르기로 재판이 치러졌고, 판결은 물론 사형.

<나>
[분명 당일집행되어-- 사형당했을 터입니다만?]
<아사기>
[그건 겉으로만이었던 모양이네]
[사실은 그 살인의 재능을 높이 사, 은밀하게 미연의 개가 되어 있었다는 것. 코드네임은 NO.16 살인귀 소니아]

<나>
[틀림없이 뒷사정이 있는 임무인데, 거기다가 이런 살인귀를 제게 다루라시는 건가요?]
<아사기>
[그렇게 생각해서 서포트역을 준비했어]
<나>
[서포트역?]

갑자기, 한장의 꽃잎이 눈앞을 가로지른다.

<나>
[응?]
(어째서 이런 곳에 꽃이....?)

정신이 팔린 다음 순간, 뒤쪽에 누군가의 기척을 느낀다.




<코우사카 시즈루高坂静流>
[또 한팀이 되었네, 후우마군]
<나>
[시즈루!?]

<시즈루>
[이봐, 학교에서는 코우사카선생님이라고 해야지?]
<나>
[..........]

나타난 것은 코우사카 시즈루.
이 고샤학원의 영어교사로, '꽃의 시즈루'라고 불리는 놀라운 솜씨의 대마인이다.
이전, 리림과 미나사키라고 불리는 수상한 마족에게 휘둘릴 때 나를 감쪽같이 미끼로 이용했던(*4장, <대마인OFF>) 방심할 수 없는 사람(曲者)이다.

평소에 영어수업을 땡땡이치고 있어, 코우사카 '선생님'의 얼굴도 몰랐던 나도 나빴지만.
분하기 때문에 영어수업에는 지금도 안 나간다.

시즈루는 미묘한 얼굴이 되어 버린 나를 보고 재미있다는 듯 웃는다.

<시즈루>
[우후후, 뭐 이번에도 시즈루라고 부르는 걸로 좋지만. 고샤의 교사라고 이상하게 경계당하고 싶지 않으니까]
[나는 어디까지나 너의 부하 중 한사람이라는 걸로. 사적인 자리에서도 경칭 생략할 건지는 너에게 맡길게. 후훗]

<나>
[아사기 선생님...뭔가 싫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아사기>
[그 정도가 딱 좋아. 나머지 인선은 당신에게 맡길 테니까. 그럼, 잘 부탁해]



아사기 선생님은 내 어깨를 팡 두드린다.

우리들은 즉시 도쿄킹덤에 들어갔다.
이 도쿄만 위에 떠 있는 폐기도시에는, 얼마 전에 사쿠라와의 '바이트'로 왔던 참이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대마인의 임무지만,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애물단지도 함꼐다.



<소니아>
[우후후, 도쿄킹덤. 거리의 이런 느낌, 싫지 않아]
[이 안에서 피와 죽음의 냄새가 떠다녀. 오싹오싹해]

살인귀 소니아는 번화가의 중심에 서서, 실로 기쁜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이미 대면은 마쳤다.
생김새는 그 참극영상이나 자료로 알고 있었지만, 실물은 상상한 이상으로 위험한 공기를 두르고 있다.

비유하자면 항상 도신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나이프. 솔직히, 곁에 두는 것만으로 등골이 서늘해져 온다.

범행이 발각될 때까지 얌전히 교사를 하고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면모조차 느낄 수 없다.




<우에하라 시카노스케>
[우우우, 어째서 저런 거랑 같이.... 나도 집보기 담당이면 좋았을 텐데....]

<시카노스케>
[후우마랑 엮이면 언제나 이런 식이야.... 우우우우.....]

시카노스케가 소니아와 가장 멀리 떨어져서 징징대고 있다.
집보기 담당이란 헤비코를 말하는 것이다.
이전에 카오스 아레나에서 입은 상처(*6장, <뱀에 아레나>)가 아직 완전히 치유되지 않아서 이번의 임무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나>
[...그런데, 소니아. 이번의 임무에서는 너희들 미연이 메인이다. 무슨 작전인지 가르쳐줘]

공동작전이라고는 하나, 지금 우리들과 함께하는 것은 소니아뿐이다.
다른 미연의 인원들은 이미 이 거리 어딘가에 잠입해 있다.

<소니아>
[작전? 그런 거 없어]
소니아는 깔보듯이 코웃음친다.

<소니아>
[나는 당신들과 행동을 같이해 달라고 상사한테 말해진 것뿐이야]
[평소에는 혼자서 멋대로 하고 있으니까, 누군가랑 같이라니 거절이지만...]
[대마인들은 조금 재미있어 보였던거야. 미연의 겁쟁이들과는 달라서]

<소니아>
[그래서, 대장씨는 어쩔 생각인거야. 말해두지만, 나는 답답한 일은 싫은거야]
[너저분하게 귀찮은 걸 말한다면, 도망친 연구자보다 면저 당신들의 시체가 생기는 일이 될 텐데]

소니아는 뚜벅뚜벅 구두소리를 울리며 내게 다가온다.
그야말로, 하려고 생각하면 목을 벨 정도의 거리까지.

<시카노스케>
[어, 어이, 어쩔거야]
[그 살인귀, 말을 들을 생각이라던가 전혀 없어보이잖아. 저런 거에 죽고 싶지 않다구]

시카노스케가 가뜩이나 먼 장소에서 한층 멀어져 말한다.

<나>
(저녀석은 겁이 너무 많구나(臆病)... 하루이틀 일은 아니지만)

<시즈루>
[어떡할거야, 대장?]
한편 시즈루는 평소와 바르지 않은 차분한 웃음을 띄우고 있다.

역시나 소니아를 앞에 두고도 동요하지 않는 모양이지만, 지금은 내 부하인 척하고 있기 때문에 지시를 구해 온다.

<나>
[그러니까...소니아, 너는 미연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모르는 거지?]
<소니아>
[흥미없어]
<나>
[알았어]

나는 생각을 정리한다.

<나>
[도망친 개발자의 행방은 알려져 있지 않아. 하지만 이 거리에서 단지 한사람의 인간을 찾는 건 수고가 너무 든다]
<소니아>
[그래서? 조금도 재미있지 않네]

소니아는 언제 쓸 수 있느냐고 말하듯이 철의 손톱을 삐걱인다.
싫은 소리다.

<나>
[한가지 정보를 입수했다. 이 거리에서 조만간, 큰 어둠의 옥션이 치러진다는 모양이다]
[연구자가 자료를 마피아에 팔아치울 생각이라면, 거기에 나타날 가능성은 높아]
[우선은 그 옥션이 언제 어디서 치러지는지를 확인해서, 거기에 참가한다는 건 어때?]

<소니아>
[흐응, 어둠의 옥션이라]

소니아는 여전히 지루한 모양이다.
나는 꿀꺽 침을 삼키고, 생각해둔 회심의 한마디(殺し文句)를 입에 담는다.

<나>
[지하조직의 어둠의 옥션이다. 참가자들은 죽어도 좋은, 오히려 죽는 편이 나은 악당이 한가득이다]
[연구자들을 잡을 때까지는, 불가항력으로 연루되는 사람이 나와도 괜찮다, 는 것이 되는거야]

<소니아>
[흐응........?]
[후후, 나는 최초부터, 몇 명 말려들어 죽든지 상관없지만, 뭐 좋아. 그 작전에 편승해 줄게]

소니아는 철의 손톱을 철컥하고 닫아 승낙의 뜻을 나타낸다.

<나>
[고마워]
그 반응에 나는 안심한다.

<시즈루>
[그럼, 둘로 나뉘어서 정보수집하러 가기로 할까. 팀 짜기는--]

<소니아>
[나, 예쁜 여자랑 귀여운 아이를 보면 썰어버리고 싶어지는거야]
<시카노스케>
[나, 나는 낯가림이 심해! 그, 그렇지! 듣고 있냐, 후우마!]

소니아의 전혀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 말과, 시카노스케의 겁보의 극에 달한 듯한 말에 맥이 빠진다.

<나>
[나랑 소니아, 시카노스케랑 시즈루로]

<시카노스케>
[해냈다! 아, 알았어!!]
<시즈루>
[우후후, 알았어]

그렇게 하여, 우리는 두 패로 나뉘었다.
살인귀 여자랑 단둘이...조금도 기쁘지 않지만.

<나>
[우선은, 이 거리의 정보상에라도 갈까. 어이 소니아?]
<소니아>
[말했잖아. 번거로운 건 싫다고. ....저기가 좋은거야]

소니아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그야말로 야쿠자의 사무소 같은 건물에 거침없이 다가간다.

<나>
[뭘 할 생각이야?]
<소니아>
[알고 있는 놈에게서 듣는거야]

<나>
(사무소에 불린 창녀인 척이라도 해서, 정보를 끌어낼 생각인가?)
그렇게 생각한 나는, 살인귀의 사고를 얕보았던 모양이다.




<야쿠자>
[앙? 뭐야 네놈은!?]
<소니아>
[살인자야]

소니아는 나온 야쿠자를 갑자기 베어죽인 것이다.

<야쿠자>
[뭣!? 네놈!!]
안에 있던 야쿠자들은 왁자지껄하게, 각기 무기를 쥐고 응전하려고 한다.

<소니아>
[그러면 어서오세요. 전부 죽여줄게♪]

소니아는 주저하는 일 없이 사무소에 뛰어들어, 낯선 야쿠자들을 차례차례 죽이기 시작한다.

<야쿠자>
[갸아아악!!]
<야쿠자>
[그아악!!]

<소니아>
[아하하하핫! 좋아, 좀더 들러줘! 당신들의 죽음의 비명을 말야♪]
총탄이 난비하고 피보라가 튀는 가운데서, 소니아는 마치 노래하듯이, 춤추듯이 죽음의 칼날을 휘두른다.
그 때마다 야쿠자들의 비명이 내뿜어지고, 한사람, 또 한사람 제물로 바쳐져 간다.

<야쿠자>
[뭐, 뭐야 이 년 -- 그아아아악!!]

<소니아>
[아아 좋아, 피의 냄새, 고기의 감촉, 견딜 수 없어, 굉장히 느껴벼려어♪ 좀더 느끼게 해줘♪]

야쿠자들에게서 튄 피를 뒤집어쓴 소니아의 얼굴은 황홀해 있다.
단순한 고양감이 아니라, 명백하게 성적인 흥분을 안고 있다.

<야쿠자>
[히익! 기, 기다려줘!!]
<소니아>
[우후후, 안~돼♪]
<야큐자>
[우갸악!]

대담(荒事)할 터인 야쿠자조차도, 진짜 살인귀의 광기에 무서워하고 있다.

<소니아>
[아아아앙, 좋은 목소리. 또 가버릴 것 같아♪]
<나>
[.....이것이 본성인가]

나도 갑자기 목격하게 된 살인귀의 모습에 소름이 끼치고(慄然) 있다.

<소니아>
[어머, 벌써 한사람만 남아버린거네. 유감]
<조장>
[네, 네놈, 어디 조직의 첩자냐? 이, 이 나와바리에서 이런 야단(派手)을 떨고서, 그냥 끝나리라고--]

<소니아>
[흐흥♪]
<조장>
[그갸아악!!]

소니아는 맨 마지막으로 허세를 부리는 풍채 좋은 남자 -- 아마 조장의 양팔을, 손쉽게 베어떨궜다.

<소니아>
[어디의 조직도 아니야. 그냥 좀 물어보러 온 것뿐이야]
[조만간 이 거리에서 어둠의 옥션이 있는 모양이야. 그 일시와 장소를 알려줘]

<조장>
[으윽...어, 어둠의 경매라고...?]
<소니아>
[모르면 됐어. 당신을 죽이고 다른 누군가에게 물어볼테니까]
[알고 있다면 빨리 말해. 5, 4, 3, 2, 1 --]

<조장>
[내, 내일 밤이다! 장소는 앵룡회의 별가(別宅)다!!]
<소니아>
[고마워♪]

소니아는 웃는 얼굴로 조장의 목을 베어날렸다.

피보라가 천장까지 뿜어오르고, 살았다고 생각했는지 얇은 안도를 띄운 조장의 얼굴이 바닥에 떨어진다

<나>
[지독한 수법이구나]

사무소는 순식간에 사체의 산이 되었다. 상대가 야쿠자라고는 해도, 역시나 좋은 기분은 아니다.

<소니아>
[이런 놈들, 죽는 편이 낫지?]

<나>
[너는 살인을 즐기고 있는 듯 보였다만]
<소니아>
[물론. 즐기지 않으면 어떡해]
[나에게는 죽이는 게 무엇보다 가치있어. 섹스를 넘는 최고의 쾌락인거야]

<나>
[느끼고 있는 건 알겠어.....]
나는 한숨을 쉬며, 살인귀의 쾌락의 먹이가 된 악당들을 동정한다.

<소니아>
[아아, 한 가지 감사해 둘게]
<나>
[뭔데?]

<소니아>
[나의 살인을 방해하지 않은 것. 도와주러 오지도 않은 것. 덕분에 혼자서 살인을 즐길 수 있었어]
[혹시 쓸데없는 짓을 했다면, 맨 먼저 당신을 죽였을거야. 우후후]

<나>
[그럴 거라 생각했어]
실제로는 움직일 수 없었을 뿐이지만.

어쨌든 이걸로, 어둠의 옥션의 정보는 손에 들어왔다.

다음날 밤.
우리들은 앵룡회의 별가에서 치러지는 어둠의 옥션에 잠입해 있었다.
마피아에 야쿠자, 살인청부업자, 브로커. 만만치 않을 듯한 악당들이 빠짐없이 모여 있다.




<소니아>
[당신이 프리랜서 살인청부업자, 내가 그 애인. 꽤나 유쾌한 설정이네]
나와 팔장을 낀 소니아가 즐거운 듯 말한다.

<소니아>
[그치만...반대인 편이 좋았던 거 아니야? 내가 살인청부업자로, 당신이 애인]
<나>
[네 얼굴은 너무 알려져 있으니까. 뭐 눈치채고 있는 놈도 있는 모양이지만]

<소니아>
[별로 눈치채도 상관없어. 방해했다간 죽일 뿐이니까]

<나>
[일단 말해두는데, 타겟이 나타날 때까지는 죽이는 건 참아줘]
<소니아>
[알고 있는거야. 별로 미연에 의리를 지킬 생각은 없지만]
[배신자의 신체를 조금씩 썰어내는 것이 너무 기다려져. 조금 기다려주는 건 아무것도 아니야. 우후후]

<나>
[썰어낸다니... 목적은 연구자를 확보하는 게 아닌거야?]
<소니아>
[그러니까 천천히 천천히 썰어가는거야. 미연에 돌아갈 때까지 죽지 않도록]

<나>
[.....그 녀석에게 동정한다]

대답하면서 회장을 둘러보면, 시즈루와 시카노스케의 모습이 보인다.

<시즈루>
[...........]
<시카노스케>
[.............]

하지만 가벼이 눈짓할 뿐으로, 서로 모르는 척한다.
지금은 가능한 한 눈에 띄지 않는 편이 좋다.

<소니아>
[우후후, 시작하는 모양이야♪]
소니아가 눈을 빛낸다.

옥션을...이 아니라, 죽일 기회가 다가온 것을 기뻐하는 얼굴이다.
아무튼, 어둠의 옥션이 시작된다.

속속 경매에 붙여지는 것은, 겉의 세계에는 절대 내놓을 수 없는 금제품뿐.
여기에 미연의 신형전투용 드론도 출품된다는 정보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개발자를 딸려서. 이번 옥션의 화제(目玉)상품이라고 한다.

<나>
(타켓 자신일 확룔이 높아....그렇지 않더라도, 반드시 모습을 드러내겠지)

그러나, 그 화제의 상품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소니아>
[칫, 초조하네]
눈치채고 보면 시작한 지 벌써 두시간. 소니아의 기분은 나빠져갈 따름이다.

<나>
[어이, 아직 참아라]
지금 베어대기(辻斬り) 시작하면 수포가 된다.

<소니아>
[틀려. 아까부터 싫은 예감이 드는거야]
<나>
[싫은 예감?]

<소니아>
[목덜미가 울찔움찍하는 느낌이랄까? 전기의자 앞에서 미연의 녀석들에게 거래를 제안받을 때도 이랬어]
<나>
[아아....확실히]

사실은 나도 아까부터 싫은 예감이 들었었다.
뭔가 지독한 함정에 빠져버린 듯한.
아니, 미연이 뭔가를 노리고 있는 건 최초부터 이미 부가적인(折り込み)것이었지만.

그런 의문을 제쳐놓듯이, 옥션 사회자가 소리높여 콜을 한다.

<옥션 사회자>
[그러면, 드디어 오늘의 화제 상품! 미연에서 유출된 신형전투용 드론, 무려 그 개발자를 포함해서 제공합니다]
<나>
[왔는가.....!?]

타겟이라고 생각되는 인물이 등장했다.
사방 수 미터쯤 되는 거대한 철제 상자와 함께.

<소니아>
[흐흥, 나타났네♪]

<나>
(나타난 건 좋은데, 저 녀석은 타겟인 와타나베 스즈키 본인인가?)
스테이지는 멀고, 특징이 없는 얼굴이라 아무래도 확신이 가지 않는다.

<나>
[어이, 저녀석이 틀림없나? 아무래도 멀어서 잘 모르겠는데]
<소니아>
[가까이에서 보면 되잖아]

그리 말하고, 소니아는 스테이지에 거침없이 다가간다.

<나>
[어, 어이, 기다려!]

당연히, 경비원이 멈추려 하지만 그것은 또 당연히 소니아는 그 녀석들을 후러쳐 넘겨 간다.

옥션회장에 피보라가 흩날린다.

<소니아>
[후후후........♪]

나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나>
[젠장, 너무 참게 했었나?]

다시금 예상외의 사태다.
하지만 소니아는 스테이지의 바로 근처, 타겟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가서는 더욱 의외의 말을 한다.

<소니아>
[이 녀석이 아냐...큰일인걸!?]
<나>
[뭐야, 무슨 말...읏!?]




다음 순간, 강철 상자가 갑자기 열린다.
안에는 드론...이 아니고, 완전무장한 미연의 병사들.

<나>
[--!?]
그들은 스테이지에서 갑자기 발포한다.
비와 같은 총탄이 악당들은 물론, 아군일 터인 소니아에게도 덮쳐온다.

<손님들>
[우겍!?]
[갸악!!]

스테이지 근처에 있던 이들이, 순간에 넝마(ボロ雑巾)처럼 튕겨날아간다.

<소니아>
[아악!!]

소니아는 상자가 열린 순간 뒤쪽으로 뛰었으나, 몇 발인가 총탄을 맞은 것 같이 공중에서 신체가 움찔 튄다.
그런 근거리에서 벌집이 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역시나라고 해야 할 것인가.

<나>
[소니아! 젠장]
나는 순간 테이블을 쓰러뜨려 엄폐물로 삼고, 재주도 좋게 근처에 떨어진 소니아를 끌어당긴다.

<소니아>
[응으응!]

근처에서는 학살이 시작된다.
악당들도 무장하고 있지만, 미연의 정규부대로는 상대가 너무 나쁘다.
우리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태로는 응전할 수 없다.

<나>
(기습을 받은 이상, 어서 이 장소에서 철수해 태세를 바로잡지 않으면....!)




<시즈루>
[인법 벚꽃눈보라(桜吹雪)!!]

돌연, 주위가 온통 벚꽃 눈보라에 덮인다.

<나>
[시즈루인가!]

좋아, 눈가림을 걸어 주었다.

<나>
[소니아! 도망치겠어!]
나는 소니아의 신체를 안아올린다.

<소니아>
[아앙, 무슨 짓!?]
<나>
[다물어!]

총성과 아비규환이 울리는 가운데, 우리들은 장소에 어울리지 않게 아름다운 벚꽃에 몸을 숨기고 도주했다.

.........

잠시 후, 우리들은 변두리의 호텔에 몸을 숨기고 있다.
제대로 된 사람 쪽이 적은 도쿄킹덤에는, 이런 장소만은 부족하지 않다.

그러나 시즈루와 시카노스케와는 완전히 떨어져 버리고, 통신기도 떨어뜨려 버렸다.




<소니아>
[우.....큭....아아.....]
베드에서 자고 있던 소니아가 낮게 신음한다.

<나>
[아픈가? 상처를 보여줘 봐라]
<소니아>
[뭐? 불필요한 일 하지 않아도 돼]

소니아는 귀찮다는 듯 나를 본다.
단순한 찰과상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아까는 확실하게 총격을 받았을 터이다.
그에 비해서 상처처를 손으로 누르고 있는 것뿐으로, 딱히 치료도 하지 않고, 별로 아픈 모양새도 아니다.

<나>
[별로 할 일도 없으니까]
<소니아>
[심심풀이로 내 상처를 보고싶은거야? 우후후, 취미가 좋네]

<나>
[다물어. 됐으니까 보여라]
<소니아>
[아앙.....]

소니아는 묘하게 요염한 목소리를 내고는, 내게 상처를 보였다.

<나>
[너....]

나는 말문이 막혔다.
찰과상 정도가 아닌, 상당히 깊은 상처다.
살이 몽땅 파이고, 큰 혈관이 잘리고, 뼈도 부서져 있다.
보통이라면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 잘해봐야 통증이 지나쳐서 기절이다.

그러나 소니아는 완전히 평온한 얼굴이고, 그 상처도 굼실굼실 섬찟하게 꿈틀대면서 급속하게 재생하려고 하고 있다.
전연 인간의 신체가 아니다.

<소니아>
[이 내가 단순한 인간이라고 생각한거? 미연 녀석들에게 몸속을 만지작거려져서, 중급마족 레벨의 육체가 된거야]
<나>
[그런 모양이로군....]

<소니아>
[그치만, 이렇게 아팠던 적은 오래간만♪]
[나, 가장 좋아하는 건 누군가를 죽이는 거지만, 내가 이렇게 되는 것도 싫어하지 않아]
[자 봐봐. 살이 이렇게나 깊이 패여서, 새빨간 피가 콸콸 넘쳐흐르고.... 아아, 굉장히 느껴. 견딜 수 없어]

소니아는 다친 자신의 육체를 넋을 잃고 보고 있다.
살인을 할 때와 같은 얼굴이다.

<나>
[정말로 이상해져 있구만]

나는 질려 버렸지만, 봐 버린 건 어쩔 수 없다. 치료를 해주는 걸로 했다.
시트를 써서 즉석 붕대를 만들어, 상처에 감는다.

<소니아>
[우후후, 쓸데없는 참견이라니까]
<나>
[일단 상처약도 진통제도 가지고 있는데, 필요없겠지?]
<소니아>
[필요없어, 아앙]

<나>
[이상한 소리 내지 말아]
<소니아>
[아앙, 좋아]
[거기 좀더 강하게 조여줘. 피가 주륵하고 배여나오는 정도가 좋은거야. 더 아프게 해줘.....]

<나>
[너의 변태취미에 나를 끌어들이지 마라]

소니아는 고통을 기뻐하고 있지만, 중증임에는 틀림없다. 아직 제대로 움직일 수 없겠지.
그 증거로 나에게 치료받고 있는 채이다.

<나>
[아까 나온 미연 놈들은 뭐야? 저런 거 예정에는 없었다고. 거기다 너까지 공격해 왔다]
<소니아>
[그렇네. 완전히 나를 죽일 기세였어]
<나>
[시원스레 말하지 마. 무슨 일인거야?]

소니아는 내 물음에, 크큭하고 웃으며 재잘댄다.

<소니아>
[미연도 반석 같은 조직(一枚岩)이 아니야. 우리와는 다른 별동대가 움직이고 있었던 거네. 아니, 오히려 그쪽이 본대였는지도]

<나>
[도망친 연구자와 함께, 미연 내에서도 처치 곤란한 기색이었던 너를 죽이려고 했다는 건가?]

<소니아>
[나는 아무도 좋아해주지 않는걸. 나한테 연루되어 친구나 연인을 빼앗긴 사람도 많고]
[뭐 나는 신경쓴 적 없지만]

소니아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한다.

<나>
[자업자득인가. 그건 그렇고, 왜 미연은 우리들 대마인까지 끌어들인 거야?]
<소니아>
[몰라. 내가 임무는 내버려두고 당신들과 서로 죽여 주기라도 하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거 아닐까?]

<나>
[하지만, 네가 언제까지라도 우리들과 서로 죽이지 않았기 때문에, 속이 타서 직접행동에 나섰다는 건가]
<소니아>
[그런 일이겠지. 녀석들이 생각할 만한 일이야]

<나>
[젠장, 우리들은 너에의 대항마였나]

나는 내뱉듯이 말한다.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형편없는 꿍꿍이다.

<소니아>
[우후후, 나 따위 내버려두고 도망쳤더라면 좋았을 것을]
소니아는 유쾌한 듯이 내 눈을 들여다본다.

<나>
[너는 변태 살인귀지만 지금은 동료다. 동료를 내버려두고 도망칠 수 있겠나]
<소니아>
[이상한 남자네]

소니아는 반쯤 웃으며 말한다.

<소니아>
[그러면, 좋은 걸 가르쳐줄게]
<나>
[좋은 거?]

<소니아>
[내 신체에는 발신기가 삽입되어 있어. 숨어 있더라도, 곧 녀석들이 도착해. 빨리 도망치는 편이 좋아]
<나>
[왜 그걸 빨리 말하지 않나!!]

나는 역시나 목소리가 거칠어진다.

<소니아>
[놈들을 전부 죽여버리기 위해서야. 그래서 여기서 기라리는 거야. 우후후]
소니아는 눈동자를 반짝하고 빛낸다.

<나>
[큭, 발신기인지 뭔지는 어디 있어?]
<소니아>
[여기야. 하지만 스스로 꺼낼 수 없어. 그런 암시가 걸려 있는거야]

소니아는 재미있는 듯이, 오른쪽 허벅지 근처를 가리킨다.

<나>
[가만히 있어!]
나는 망설임없이 단도를 꺼내,

<소니아>
[에? 잠깐 뭔데?]

놀라서 멍해진 소니아의 허벅지를, 쓰윽하고 벤다.
소니아의 몸이 움찔하고 굳어진다.

<소니아>
[카학....하악....아아....아아....]
그러나, 입에서 나온 건 요염한 목소리다.
아까보다도 황홀해하고 있다.

<나>
[이상한 소리 내지 마!]
<소니아>
[그치만....설마 이런....응읏....이 나를....아앙....베어버리다니, ....아앙....굉장해애애]

<나>
[달리 방법이 없잖아! 발신기는 어디냐!]

중급마족 레벨로 강화된 육체는 의사를 지닌 듯이 칼날을 강하게 되밀어 온다.
삽입된 발신기를 꺼내려면, 혼신의 힘을 담아 살을 도려낼 수밖에 없다.

<소니아>
[히앙....응아아....좋아.....거기.....거기에 있어....우우....도려내......싹둑하고...꺼내줘]
<나>
[있다! 이건가!]

<소니아>
[아아앙!!]

이쪽까지 이상한 기분이 될 듯한 교성을 질렀지만, 드디어 발신기를 도려냈다.
당산 때려부수고, 새로운 허벅지에 상처를 붕대로 둘둘 감는다.

<나>
[지금 바로 여기를 뜬다!]
<소니아>
[별종(物好き)이네, 우후후]

다시 소니아를 들러메자, 이번에는 묘하게 즐거운 듯이 나에게 달라붙어왔다.

하지만, 행동을 취한 것이 너무 늦은 모양이다. 우리들의 거처는 벌써 파악되어 있었다.
호텔을 나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미연의 병사들이 나타난다.

<소니아>
[어머 유감이야. 시간에 맞추지 못한 모양이네]

내 팔에 들려 소니아가 말한다 조금도 유감인는 듯하지 않지만.
적의 수는 열 사람 이상.

나 혼자서 어떻게 해볼 숫자가 아니다. 의지할 만한(頼みの綱) 소니아도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나>
[젠장, 여기까진가]
<소니아>
[그치만 나를 내버려두고 도망칠 생각은 없는거지?]

<나>
[그러고 싶은 참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건 나의 주의(主義)에 반한다!]
<소니아>
[그러면 내려줘. 마지막은 싸우다 죽고 싶어. 녀석들을 한 사람이라도 많이 길동무로 해줄 테니까]

어떻게든 걸을 만큼은 된 듯하지만, 도망치라고 말해도 이 여자는 듣지 않겠지. 나는 소니아를 내려주었다.

<소니아>
[자아, 어서오세요. 최고의 쾌락을 맛봐 주겠어♪]

확실한 죽음을 목전에 두고 다시금, 그 얼굴에 요염한 미소가 떠올라 있다.
살인귀라고 알면서도, 그 옆얼굴을 아름답다고 생각해버린다.

결사의 싸움이 시작되기 직전--




<시즈루>
[인법 꽃 지는 소동(花散る乱)!!!]

일면의 벚꽃이 확 펼쳐져, 독을 머금은 꽃폭풍이 되어 미연 병사들을 덮친다.

<시즈루>
[빠듯하게 세이프인거네]

<나>
[시즈루 선생님!]
<시즈루>
[어머, 드디어 선생님이라고 불러주는거네]

<시카노스케>
[후우마, 도와주러 왔다구!]
<나>
[시카노스케! 덕분에 살았다!]

최고의 타이밍에서의 구원이다.
미연 병사들은 두사람의 기습을 받아, 단숨에 혼란에 빠져 있다.

<나>
[소니아! 녀석들을 격퇴하겠어!]
<소니아>
[......그러네. 죽여버릴까]

위기를 벗어났는데도, 소니아는 시시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

<나>
[후우, 위험한 참이었다]

어떻게든 미연 병사들을 격퇴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시즈루>
[아무래도 미연에게 속아넘어간 것 같네]
'꽃의 시즈루'의 본령을 발휘한 시즈루도 한숨을 내쉰다.

<나>
[네. 도망친 연구자의 확보를 구실로 소니아와 함께 우리들 대마인을 죽이려고 한 모양입니다]

<시즈루>
[사실은 우리들과 그녀가 서로 죽여주기를 바란 것이겠지. 미연은]
<나>
[아마도]

<시카노스케>
[뭐야 그거. 웃기지 말라고. 참내!]

<소니아>
[나한테 불평하지 말아줘. 나도 놈들에게 속아넘어간 거니까]

장본인인 소니아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얼굴로 말한다.

<시즈루>
[드론 연구자의 일은 신경쓰이지만, 이 이상 어울려줄 의리는 없네]
<나>
[그렇네요. 마을로 돌아가죠]
<시카노스케>
[당연하지!]

<소니아>
[나도 그렇네. 더는 임무라든지 알 바 아니야]

소니아는 달리 할 일이 있으니까, 라는 듯이 미소한다.

<나>
[너, 이제부터 어떡할 생각이야?]
<소니아>
[물론 죽이러 갈 생각이야. 나를 속여넘긴 놈들을 말이야]

상상한 대로의 대답이 돌아온다.

<나>
[그런가. 멋대로 해 줘]

그야말로 우리들에게 어울려줄 의리는 없다.
이 녀석과는 여기서 작별이다.




<소니아>
[하지만 그 전에]

미연 병사의 피로 물든 철의 손톱이, 나에게로 들이대어진다.

<소니아>
[당신이 마음에 들었어]
[그래서, 지금 몹시 죽여주고 싶은 기분. 아까 내 살을 찢어발겨 준 답례로. 우후후]

살인귀의 눈이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