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고요한 이른 아침의 오차마을을, 새해의 빛이 천천히 비추어 간다.


평소 임무 수행에 바쁜 대마인들도 오늘은 제각각 설을 보내고 있었다.


이른 아침, 아직 첫 참배객도 없는 신사에서 활을 당기는 사람의 그림자가 있었다.



하스마 레이코 "핫!"


쉬익.


레이코가 쏜 화살은 겨울의 맑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다니며 멋지게 표적을 찔렀다.


레이코 "......흠, 설날부터 컨디션이 좋군."


잠시 긴장 상태를 유지하다가 그렇게 중얼거린다. 그때, 자갈을 밟으며 토모에가 나타났다.



쿠로다 토모에 "선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레이코 "토모에인가. 새해 복 많이 받아라. 그런데 설날 아침부터 무슨 차림이지."


깊이 고개 숙이는 토모에의 모습에 레이코는 당연한 의문을 제기했다.


토모에 "이건 단순한 운동복이에요. 설날 하면 공치기(毬つき)잖아요."

레이코 "호오. 그렇군."


운동복과 공치기, 그 말에 레이코는 토모에의 의도를 헤아렸다.


레이코 "공을 치는 것 또한 진심으로 행하면 단련이 된다는 것이군."

토모에 "네. 처음에는 선생님과 함께, 라고 생각했습니다만, 활 연습 중이라면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인사드린 것만으로도......"

레이코 "아니, 함께하지. 던져 봐라."

토모에 "네? 하지만 선생님은 활을......"

레이코 "상관없다. 진심으로 와라."


활을 든 채 손짓하는 레이코에게, 토모에는 당황하면서도 공을 던진다.


토모에 "그럼......가겠습니다. 흡!!"


쐐애액!!


공치기보다는 배구와 같은 기세로, 토모에는 공을 힘차게 서브한다.


레이코 "하앗!!"


디ㅡ잉!


레이코는 활시위로 공을 능숙하게 되받아쳤다.


공은 회전하며 깨끗한 호선을 그리고 토모에의 손으로 돌아갔다.


레이코 "공의 중심을 보고 활로 받아친다. 이 정도면 활과 함께 단련할 수 있지."

토모에 "정말 멋져요! 역시 하스마 선생님!! 그럼, 사양않고 가겠습니다!!"


이제 공치기 요소는 어디에도 없지만 두 사람에게는 단련이야말로 중요하다.


토모에가 공을 던지고 레이코가 활로 받아치는 익스트림 공치기는 첫 참배객이 줄을 설 때까지 계속됐다고 한다.




한편 도내의 어떤 행사장.


유키카제는 작년에 이어, 신년 이벤트 게스트로 초대되어 무대에 나설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미즈키 유키카제 "린코 선배,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아키야마 린코 "신경 쓰지 마라. 나도 우연히 이 근처 행사에서 아르바이트 중이었으니."

유키카제 "그런데......왜 그런 차림이에요? 올해는 토끼띠인데."

린코 "이것은 그......아르바이트라는 것이, 마에사키 시 낙농협회의 PR 알바라서."

린코 "시간이 촉박해, 옷을 갈아입을 틈이 없었던 거다."


의상에 대해 추궁당하자, 린코는 조금 얼굴을 붉히며 설명한다.


재작년 소띠의 해, 린코는 센자키 신사에서 소 아가씨 차림으로 경비를 서고 있었는데, 그 일솜씨를 낙농협회 담당자가 보고 직접 캠페인 걸을 해보지 않겠냐며 의뢰해 왔다고 한다.


린코 "오차의 주민회를 통한 의뢰였으니 거절할 수 없지."

린코 "게다가 일이 무엇이든 간에, 나를 믿고 의뢰했다면 최선을 다해 응해야 할 터."

유키카제 "ㄱ, 과연. 역시 린코 선배......"

린코 "난 어쨌든 간에, 이 녀석들은 왜 여기 있지?"


린코는 조금 전부터 주위를 뛰어다니는 두 소동물을 가리켰다.



리림&미나사키

"어?"

"우리?"


린코 "그래, 너희들 말이다. 게다가, 평소와 다른 의상까지 입고."

리림 "에헤헤 우리는 말야."

미나사키 "Y-kazeX짱의, 백댄서랍니다!!"

리림&미나사키 ""이예이!!""


두 사람은 피스 사인을 하며 결정 포즈를 취했다.


리림 "아이돌은 인원수로 승부를 보는 시대! 미소녀도 혼자보다 셋이 낫지."

미나사키 "백댄서인데 본인보다 인기가 많아 정식멤버로 승격, 그리고 팬들로부터 왕창 뜯어내면......크흐흐."


속내를 감추려고도 하지 않는 리림과 미나사키에게 린코는 한숨을 내쉬었다.


린코 "하아. 설날부터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유키카제 "뭐, 설날이니까요. 무대가 떠들썩한 것도 좋지 않을까 해서."

린코 "흠......그러고 보니, 작년에는 후우마가 동행했다고 들었는데. 올해는 안 왔나 보구나."

유키카제 "안 오는 게 좋아요. 녀석이 있으면 어째선지 항상 트러블이 생긴다니까요!"

린코 "응, 왜 그러지. 후우마 얘기를 했더니 갑자기 기분이 나빠진 것 같은데."

유키카제 "그, 그렇지 않거든요. 앗, 나갈 차례다! 다녀오겠습니다!!"


기분 탓인지 씩씩거리면서, 유키카제는 무대 중앙을 향해 갔다.


리림 "좋아, 우리도 간다!"

미나사키 "가즈아~!"

린코 "나참......"


린코는 그것을 쓴웃음 지으며 배웅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후우마 가.


마야 "다고의 해안에~......"

사나다 사키 "얍!"

이가와 사쿠라 "그러니까......아, 얍!!"


진열된 패 한 장을 사키가 튕기고, 이어서 사쿠라의 손이 다다미를 헛되이 두드린다.


사쿠라 "아 졌다! 사키찡, 미래인인데 꽤 잘하지 않아?"

사키 "백인일수는 얼마 전, 수업에서 배웠으니까요. 곧바로 사용할 수 있어 기뻐요!"

마야 "사키 씨는 성적이 우수하니까요. 사쿠라 씨도 집에 있다고 놀기만 하면 안 돼요."

사쿠라 "음~......"

래티클 "인류는 나태하게 흘러가기만 하는 생물인 줄 알았는데, 이런 말 맞추기를 즐기는 지성은 있구나."

사쿠라 "정말, 라티는 꼭 그런 말을 한다니까. 인류에게도 이런저런 게 있어!"

래티클 "넌 전형적인 나태한 인류지만"

사쿠라 "뭐라고~! 나태한 게 뭐 어때서!"


거실에 웃음이 넘치다.


완전히 녹아내린 젊은 사쿠라와 미래 세계에서 온 사나다 사키, 그리고 또 다른 미래에서 온 공주 마야.


여기에 브레인플레이어 래티클까지 더해져 후우마 가문의 설날은 전례 없이 떠들썩했다.


후우마 토키코 "여러분, 오세치와 떡국 다 됐어요."


맹장지가 열리고 정장 차림의 토키코가 커다란 쟁반 가득 요리를 날라 왔다.


마야 "어머, 얼마나 아름다운 요리인지."

토키코 "감사합니다. 카이바라 씨가 주신 야채를 사용해 맛도 좋을 거에요." 

사쿠라 "마야찡네 집에서는 설날 축하나 그런 거 없었어?"

마야 "그렇네요......애초에 축하할 일을 집에서 하는 일은 없고......"

사쿠라 "그렇구나, 공주님이기 때문이구나~. 그럼 이 세계 서민들의 설날을 잘 보내라구."


이제 이 세계에 완전히 익숙해진 사쿠라가 선배 티를 낸다.


사키 "미래세계의 모든 사람에게 미안하네요, 저만 이런 대접을 받고. 적어도 떡이라도 먹여주고 싶은데......"


설날 음식을 앞두고 각자가 생각하는 소감을 말하고 있으면, 그 옆에 벌써 얼굴을 붉히고 있는 명랑한 취객이 있었다.


후우마 아키 "욧! 기다리고 있었어! 토키코의 설날 요리~~~!!!"

미니 나사라 "설날 음식 예쁘다"


요미하라에서 귀성한 후우마 아키와 나사라의 분신 미니 나사라다.


두 사람 옆에는 이미 큰 병이 2개 나뒹굴고 있다.


토키코 "아키, 벌써 그렇게나 마시고......"

아키 "괜찮잖아, 설날이고, 래티클짱도 귀엽우니, 마시지 않으면 아깝다는 거야."


이러쿵저러쿵 이유를 대며 결국 술을 마시는 아키였다.


아키 "그러고 보니, 코타로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 아침부터 어디 간 거야?"

토키코 "아침 목욕이래요. 방해하지 말라고 엄하게 말하셨어요."

아키 "흐음. 그럼 코타로 몫까지 먼저 먹어버리자 나사라짱♪"

토키코 "당주님 몫은 따로 나누었으니, 여러분, 마음껏 드세요."

아키 "좋아, 그럼 잘 먹겠습니다!"

미니 나사라 "잘 먹겠습니다."


일동 "잘 먹겠습니다!!"


후우마 가의 거실은 맛있는 음식과 웃음소리, 그리고 희미한 술냄새로 계속 넘쳐나고 있었다.




모두가 각각의 설날을 즐기면서.


나 "흥얼흥얼......♪"


나는 새해 첫날의 아침 목욕을 즐기고 있었다.


최근 목욕을 하면 차원 휴대폰이 울리거나, 츠루나 리림 등의 침입자들에게 방해를 받는 등, 느긋하게 목욕을 즐길 겨를이 없었다.


올해는 유키카제의 아이돌 활동 들러리도 거절했고, 츠루는 라이브러리와 부모자식이 함께 참배와 성묘.


리림과 미나사키는 유키카제랑 동행하는 것 같고, 즉 목욕에 난입해 올 것 같은 녀석은 모두 부재중이다.


올해야말로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천천히 아침 목욕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부랴부랴 씻고 천천히 욕조에 몸을 가라앉혔다.


나 "아아~~~......"


차가운 몸에 뜨거운 물이 스며든다. 최상의 감각에 무심코 목소리를 흘리던──그때.


쾅!!!!!


힘차게 욕실 문이 열렸다.



헤비코? "후, 후우마짱!!!!"

나 "응? 헤비코?"


난입한 것은 츠루나 리림도 아닌 헤비코였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알몸에, 만화 같은 뱅글이 안경을 쓰고 있다.


헤비코, 저런 것을 쓰고 있었나......아니, 그 이전에 헤비코는 목욕 때에 난입해 오는 것 녀석이 아닌데......


내가 혼란스러운 머리로 생각하고 있으면.


헤비코 "ㅊ, 추워! 오차의 겨울은 너무 추워!!! 후우마짱, 욕조 좀 빌릴게!"


풍더엉!!!


나 "우옷!?"


내 대답도 듣지 않고 헤비코는 욕조에 뛰어들었다.


나 "헤비코, 도대체 왜 그래......"


하고 묻다가 나는 놀라움에 눈을 뜬다.



헤비코? "후우......"


뱅글이 안경을 쓴 헤비코는 사라지고, 대신 큰 키의 어른 여성이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었던 것이다.


나 "헤비......코?

헤비코? "후, 후......,후우마짜──앙!"


여자는 눈을 촉촉하게 하면서 나를 힘껏 껴안았다.


나는 그 목소리를 듣고 확신했다.


나 "설마 미래의 헤비코?!"

헤비코 "그래! 만나고 싶었어, 후우마짱!!"


풍만한 육체에 꼭 껴안겨, 나는 괴롭기도 하고 두근거리기도 하며 숨도 가빠졌다.


나 "헤, 헤비코, 저기......"

헤비코 "아, 미안!"


정신을 차린 헤비코는 벌떡 몸을 떼고 욕조 안에 다시 앉았다.


큰 가슴이 둥둥 뜬다. 이건 이것대로, 눈에 독이다.


헤비코 "그래, 나는 미래의 헤비코야. 다만 그......생각보다 추워서."

헤비코 "몸이 차가워지면 옛날 사이즈가 되어버리면서 능력도 약해지거든......"

헤비코 "본래 모습을 되찾기 위해 몸을 따뜻하게 하고자 목욕하러 온 거야."

나 "그래......?"


그런 바보 같은, 이라 생각했지만, 헤비코는 문어의 수화닌.


지금도 여느 인간과는 감각이 다르고, 미래에는 더욱 특이한 체질이 되어 있어도 이상할 것 없다.


나 "그런데 무슨 일이야? 일부러 찾아오다니 뭔가 사건이라도?"


평소 미래의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볼일이 있을 때는, 우선 차원 휴대폰으로 연락해 온다.


사나다 사키와 같은 우발적인 사고는 예외지만, 그녀들 자신이 이쪽으로 오는 것은,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이다.


전에 유키카제가 스스로 왔을 때도, 알사르로부터 나와 시카노스케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절박한 이유가 있었다.


즉 이번에도, 그것에 필적할 정도의 큰 사건이 일어날 것인가──?


헤비코 "아, 맞아 후우마짱! 당장 여기서 도망치자."


헤비코는 막 잠겼던 물에서 벌떡 일어나 내 팔을 잡는다.


나 "역시 또 뭔가 사고라도?"

헤비코 "후우마짱의 목숨이 위험할지도 몰라."

나 "생명이!? 브레인플레이어 놈들이 질리지도 않고 또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야?"

헤비코 "설명은 도망치면서 할게. 자, 빨리 나와!"

나 "ㅇ, 알았어."


나는 조금 당황했지만 생명이 위험하다는 말을 들으면 부끄러워할 때가 아니다.


앞을 가리는 수건도 없지만 큰 마음 먹고 욕조에서 일어난다.


헤비코 "......"

나 "ㅇ, 어쩔 수 없잖아. 나는 혈기왕성한 청소년인데......"


헤비코는 비스듬히 아래로 시선을 낮추며, 잠시 굳어 있다가


헤비코 "......꺄악! 후우마짱은 변태!!!"


양식미마저 느껴지는 말과 함께 나에게 전력으로 먹물을 뿌렸다.




한편 마당에서는.


아키 "우우......역시 조금 과음했나."


유리문이 열리고, 얼굴을 붉힌 아키가 비틀비틀 걸어나왔다.


아키 "귀여운 애와 더불어 맛있는 요리, 이야~ 술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안 되겠구만~~."

아키 "찬 공기로 술에서 깨야......응?"

내방자 "안녕하세요."


기분 좋게 정원을 둘러본 아키는 저택 문 앞의 사람 그림자를 보았다.


아키 "저건......?」

내방자(아키의 시점) "안녕하세요 우사."



그러나 과음한 아키의 눈은 어렴풋이 그 모습을 포착할 수 밖에 없다. 사열의 사안도 형편 없어진다.


아키 "본 기억이 있어......빨간 옷, 토끼귀......너는......그 애구나, 그러니까, 코타로의 동급생인"

아키 "우나다! 모치즈키 우나짱이지~~! 인사하러 와 준 거야? 새해 복 많이 받아."


술에 취한 아키는 무의식적으로 우나 쪽에 다가간다.


우나? "후우마 코타로는 어디 우사?"

아키 "코타로? 아직 목욕하고 있지 않으려나~. 조만간 나올 테니까 들어와서 기다리면 돼~~."

우나? "목욕 우사."


아키가 현관을 열자 우나라고 생각되는 사람의 그림자는 눈을 반짝이며 집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우나? "목욕 어디 우사."

아키 "오~, 목욕탕에 돌격하겠다는 건가! 욕실은 왼쪽 안쪽이야~!! 요즘 젊은 애들은 대담하고 좋네! 아하하."


아키는 그것을 막지 않고, 경박하게 웃으며 배웅했다.


우나? "후우마 코타로 각오 우사."


퐁.


우나 같은 내방자는 목욕탕을 찾자마자 쏜살같이 뛰어들었다.


하지만 거기에 후우마의 모습은 없고, 생선 비린내가 진동할 뿐이다.


우나? "......우사!?"




나 "불합리해......"

헤비코 "ㅁ, 미안하다니까!"


나는 헤비코에게 사과를 받으면서 오차마을에서 빠른 걸음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그 후 샤워로 씻어내긴 했지만 아직도 온몸에서 희미하게 먹물 냄새가 난다.


나 "아니......덕분에 헤비코라고 확신할 수 있었어"

나 "그런데 내 목숨이 위험하다는 게 무슨 말이야?"


내가 묻자 헤비코는 진지한 얼굴로 이곳에 온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헤비코 "실은, 우리의 세계──즉 미래 세계의 브레인플레이어 여왕이 이쪽으로 자객을 보냈다고 해."

나 "어떤 자객?"

헤비코 "본 것은 아니지만......"

헤비코 "후우마짱이 알고 있는 인간이나 동물을 본떠 특수한 기계 생명 세포로 제조되고 있는 것 같아."

헤비코 "하지만 브레인플레이어는, 우리 하등 생물에 대해 세세하게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는 그것이 잡동사니처럼 생겼다고 생각해."

헤비코 "뭔가 짚이는 거 없어?"


나 (내가 아는 인간이나 동물을 본떠 만든, 잡동사니 같은 기계생명체......?)


나 "아! 있다"

헤비코 "에!? 벌써 왔었어!?"

나 "아아, 1년 전에 말이야......"



메카지로 "나는 메카지로! 후우마를 말살하는 거다!"


작년 설에 갑자기 나타난 메카지로.


토라지로를 본떠 만든 기계생명체로, 나를 향한 자객으로서 미래에서 보내졌지만, 유키카제 일행의 활약으로 쓰러졌다.


그 후 키류의 연구실에 반입되어 해석되었을 것이다.


나 "라는 게 작년 이야기야. 헤비코, 찾아올 시기를 착각한 거야!?"

헤비코 "엣!? 작년에......그럼 헤비코, 좌표를 1년 틀리게 왔다는 거야!?"

나 "아마 그럴 거야. 올해 설은 아주 평화롭다구."

헤비코 "뭐, 뭐야......!"


헤비코는 마음 속으로 안심한 듯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나 "다행이다. 그럼 나는 돌아가서 다시 목욕을 재개할까나. 아직 생선 냄새도 좀 나고."

헤비코 "앗 기다려!"

헤비코 "모처럼 왔으니 헤비코, 이대로 이나게야에 가고 싶어! ......후우마짱과 함께."

나 "이나게야에?"'

헤비코 "원래 자객을 쓰러뜨리면 후우마짱과 설날 데이트......"

헤비코 "무엇보다, 같이 옛날의 오차를 산책하고 싶다 생각했어."

나 "그렇구나......"


문명의 파괴된 미래 세계에 사는 헤비코에게 오차는 잃어버린 고향이다.


그 고향에 모처럼 돌아왔다면 그리운 곳을 돌아보고 싶은 건 당연하다.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뭐, 어떻게든 되겠지.


미래세계의 존재는 사키 일행을 통해 이미 많은 대마인들이 아는 바가 되었고.


나 "알았어, 그럼 이나게야에 갈까."

헤비코 "정말!?"

나 "다만 뭐, 너무 튀지 않게 부탁해. 소란을 일으켜도 곤란하니까."

헤비코 "알고 있어! 고마워 후우마짱!"


헤비코는 기쁜 듯이 내 팔을 껴안더니 겨울 햇살 속을 걷기 시작했다.




한편 이나게야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설날인 만큼 떡 찧기 시연행사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절굿공이를 잡은 것은 모치즈키 우나. 토끼띠에 어울린다고 가게 주인 이나게 나츠가 아르바이트로 고용한 것이었다.



모치즈키 우나 "갑니다! 에잇!"

이나게 나츠 "한 번 더."

우나 "네!"


퍼억 퍼억.


우나가 내리치는 절굿공이와 나츠의 뒤집기가 경묘한 템포로 이어져, 떡은 점점 부드럽게 뻗어 나간다.


사람들은 그 광경을 즐기면서 맛있는 떡이 찧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츠 "──자! 좋아! 하나 완성이다!"


나츠가 절구에서 떡을 들어올리자 사람들로부터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나츠 "자, 바로 줄 서라. 신춘 특별 메뉴 떡아이스야."


나츠는 기다리던 사람들을 줄 세우더니, 찧은 떡을 채썰어 아이스크림에 얹고 팔기 시작했다.


갓 만든 따끈따끈 떡에 이나게야 명물 아이스를 얹은 떡 아이스크림.


따뜻한 떡과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녹아드는 설날 한정의 명물 메뉴다.


올해는 떡 찧기 행사의 집객 효과도 있어서인지 이나게야 앞 광장까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우나 "후우, 겨우 갈 수 있다......! 화장실, 화장실......"


떡 찧기가 일단락된 우나는 참고 있던 화장실에 가려고 사람들의 울타리를 헤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인파 속에 토끼귀 같은 안테나가 불쑥 나와 있는 것이 보인다.



우나 "저건, 츠즈루기 미코토짱! 그리고, 함께 있는 것은 분명......"

츠즈루기 미코토 "아, 우나짱! 새해 복 많이 받아!"

메카지로 "......"

우리나 "새해 복 많이 받아! 저기, 그거 메카지로지, 작년에 후우마 씨를 공격했다는."


미코토가 데리고 있는 호랑이 소녀풍의 메카로, 기계생명체・토라지로.


미래세계의 브레인플레이어가 후우마를 죽이기 위해 보낸 자객이다.


미코토 "맞아! 그 후 키류 선생님의 실험실에서 리노아가 수리했어."

우나 "괜찮아? 밖으로 데리고 나와도......"

미코토 "괜찮아! 위험한 프로그램은 다 해제했고."

미코토 "후우마 선배를 호위하도록 내가 재프로그래밍했어. 더 이상 사람을 습격하지 않을 거야."

우나 "ㄱ, 그렇구나~. 그럼 안심이네. 오늘은 왜 밖에 나온 거야?"

미코토 "그게, 아까 전부터 아무것도 안 했는데 갑자기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해서."

미코토 "뭔가 상태가 이상해서 일단 자유롭게 풀어두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어."

메카지로 "......"


메카지로는 조용히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우나 "확실히 뭔가 이상한데......무슨 일일까?"

미코토 "음. 여하튼 미래의 기계생명체고, 모르는 게 더 많아."

메카지로 "......인 거다."


그때 희미해 보이던 메카지로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다음 순간, 무언가를 발견한 듯 달리기 시작했다.


미코토 "아, 기다려!"

메카지로 "위험 감지, 후우마를 지키는 거다."

우나 "에!? ㅁ, 뭐야? 우선 쫓아가자!!"


두 사람은 메카지로의 뒤를 쫓는다──.


하지만 메카지로는 그리 멀리 가지 않고 인파를 뛰쳐나온 곳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메카지로 "위험 발견, 후우마의 적 배제하는 거다!"

메카즈키 "나는 메카즈키."

메카즈키 "후우마 코타로는 여기에 우사. 죽인다 우사."


거기에 있었던 것은, 무려 또 다른 기계생명체였다. 누군가를 찾고 있는 눈치다.


우나 "뭐, 뭐야 저거! 왠지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아......후우마 코타로라니, 후우마 씨를 말하는 건가?"

미코토 "호오, 보아하니 메카지로와 같은 기계생명체......"

미코토 "즉, 메카지로의 다음 자객으로 보내졌을 가능성이 있네!"

우나 "에, ㅋ, 큰일이야!!! 선생님들께 알려야만......"

미코토 "잠깐! 여기선 메카지로에게 맡겨보지 않을래?"

우나 "에, 그치만......"

미코토 "여기에는 나츠 할머니도 있고, 나랑 우나짱도 있어. 여차하면 다같이 제압할 수 있어."

미코토 "무엇보다 메카 vs 메카의 대결......끓어오르잖아......니시시."


임전태세로 서로 노려보는 두 사람(?)을 보면서 미코토는 고글의 녹화 개시 버튼을 누르고 있다.


우나 "으음, 그렇다면야......"


주위를 둘러보면, 떡 아이스크림을 손에 든 아이들이, 십이지 메카의 대결이다! 라고 들떠 있다.


아무래도 이 또한 설날 이벤트의 일환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우나 (어쩌지, 화장실 가고 싶은데......뭔가 큰일이 되어버렸어.)


메카지로 "메카즈키. 배제하는 거다!"

메카즈키 "메카지로 방해하면 죽인다 우사."


이렇게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호랑이와 토끼의 대결이 시작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