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편은 좀 짧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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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에 휘감기는 듯 답답한 졸림.

그것을 뿌리치듯 나는 느릿느릿 몸을 일으킨다.


나 "크으......"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이상한 여자가 나타나, 그 녀석과의 대화 도중 어느새 의식을 잃고 있었다.


실내의 모습은 변화가 없다.

잠든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 것 같은데......


나 "!? 그렇지, 모두는──.


나는 멍하니 주위를 살폈고, 옆에 대마인 슈트 차림의 코로 선배가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하지만, 그것 뿐이다.


나 (헤비코!!!?)


헤비코가 없다──.

나오 선배에 이어 헤비코까지 자취를 감췄다.

게다가 천장에 매달려 있던 여자도 없어졌다.


나 "코, 코로 선배! 일어나세요──!"


내가 어깨를 흔들자 코로 선배는 졸린 듯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킨다.


코로 "(어라......? 후마 군......뭐가......?)


멍한 표정이다.

마치 꿈을 꾸는 듯 코로 선배의 반응은 무디다.


꿈?

아니, 멍하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아까부터 계속, 이상하게 머리가 무겁다.

속에 납이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나 "아, 아무튼...저희들은 의식을 잃고 있었어요."

나 "그리고 이번에는 헤비코가 없어졌어요! 빨리 찾으러 가지 않으면──."


푸슉!!!


나 "앗!? 이, 이거 뭐야..."


극심한 통증과 함께 피가 왈칵 쏟아진다.

집 안쪽으로 향하려고 일어선 내 등을 뭔가가 찌른 것이다.


코로 "......"

나 "코, 코로 선배......?"


돌아보니──거기에는 피묻은 칼을 든 코로 선배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나 "윽!!?"

나 (뭐, 뭐지......지금의 건......)


땀에 흠뻑 젖어 깼다.

낯익은 천장, 실내의 모습.


이곳은, 언제나 내가 생활하고 있는, 오차의 후마 저택 같다

그렇다면.


나 "꿈이었던가, 방금 전 것은......?"


그건 그렇다, 정해져 있다.

그 상냥한 코로 선배가 나를 찌르다니, 현실일 리 없다.


그것은 꿈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언제부터 꿈을--?




나오 "──뭐하고 있어, 후마? 무슨 무서운 꿈이라도 꾼 거야?"

나 "!? 나, 나오 선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나를 껴안아 오는 사람이 있었다.

나오 선배다.


나 "어째서 여기에!? 그보다 선배는......!?"


나오 선배는 그 집 안쪽으로 끌려들어갔을 텐데.

아니, 그것도 꿈이었나?


나오 "어째서라니. 네가 꼬신 거 아니야?"

나 "제, 제가 말입니까!?"

나오 "그런데?"

나오 "어젯밤의 너는 굉장했어. 그렇게 격렬하게 나를 사랑해주고."

나 "에엣!!?"


눈동자를 적시고 볼을 붉게 물들인 나오 선배가 내게 몸을 기대온다.

마치, 마음을 준 애인에게만 보이는, 가련한 표정──.


나 "제, 제가......나, 오 선배를......?

나 "에, 그건......어떤......?"

나오 "후후. 괜찮잖아, 그런 말은 입으로 말하는 것은 부끄러워......♪"

나오 "저기, 후마 .그런 것보다......계속 하자?"

나 "......!?"


선뜻 선배가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교복의 스커트에 가려진 허벅지의 안쪽으로──.


나 "──기다려."

나 "너, 너오 선배가 아니구나. 누구야?"

나오 "......"


'선배'의 움직임이 멈췄다.

허벅지 안쪽으로 이끌린 손을 나는 스르르 되돌린다.


나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후마? 나는 나오. 호마레 나오야."

나 "아니. 너의 거기에는......'달린' 게 없었어."

나 "그러니, 나오 선배가 아니야."


한순간, 나오 선배의 색향에 현혹될 뻔했지만, '그 부분'을 접하고, 나는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나오 "후후. 이상한 말을 하네."

나오 "나는 여자야. 뭐가 달려있는 게 이상하지 않아?"

나 "──나오 선배는 남자야."

나 "미인으로 밖에 보이지 않지만, 귀여운 옷이나 물건을 좋아할 뿐인──남자 선배."

나 "뭐, 오늘 처음 본 네가 착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어쨌든 나도 최근까지 착각했을 정도고, 그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놀라서 기겁을 했다.


나오 "......"


표정을 지운 '나오 선배'가 내게서 몸을 뗀다.


나 "......틀림없이, 여기는 현실의 장소가 아니야."


나는 그런 상대를 주의깊게 관찰하면서 머리를 굴린다.

겨우 본궤도에 올랐다.


생각을 할수록 머릿 속을 덮고 있던 무거운 안개가 걷혀 간다.


나 "적의 인식을 혼란스럽게 하는 인법은 많아."

나 "시야를 넓히거나, 환영을 보게 하는 등......하지만 이번에는 그 어느 것과도 다른 것 같아."


그래, 마치......악몽 속에 빠져든 것 같은 기묘한 체험......

그리고 나는, 그런 현상을 일으키는 인법에 짐작이 갔다.


나 "──몽둔(夢遁)의 술이로군."

나오 "......"


그러자, '나오 선배'가 본 적 없는 요염한 미소를 짓는다.


나 "강제적으로 꿈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인법──."


꿈에 들어가 버리면 술자에게 저항하지 못하고, 그대로 당하고 만다.


나 "강력한 인법이지만, 그 대신 발동 조건은 까다로웠을 터."

나 "아마도 우리들은 모르는 사이에 그 조건을 만족시켜 버렸어......집에 들어갔을 때인가?"

나오 "후후......바보는 아닌 것 같군."

나오 "앞으로 조금만 더 있으면 뼈를 뽑았을 텐데──."

나 "넌 아까 천장에 매달려 있던 여자구나."

사키 시노 "──사이토 家의 오니와반 사키 시노."


나오 선배──아니, 그 모습을 한 여자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나 "우리는 오차의 학생이야. 멋대로 집에 침입한 것은 사과하겠어."

나 "하지만, 사이토 선생님에게 볼일이 있을 뿐이야. 풀어줘."

사키 시노 "용무란 뭐지?"

사키시노 "나의 주인은 교원의 직무에 관심이 없다. 학업에 관한 질문을 받으러 오는 학생이 있을 것 같지도 않은데."

나 "그건──."

 

나는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

우리들은 악의가 있어서 이 집에 들어온 것이 아니다.


하지만, 만약 사이토 선생님이 그 살인마의 정체였다면.

이 '꿈'에 사로잡혀 있는 상태에서 목적을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사키 시노 "호오, 말할 수 없나?"

사키 시노 "뭐, 어차피 우리 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침입자를 해방할 생각은 없지만."

나 "......"


일이 성가시게 되었다.

사이토 선생님이 결백하다면, 아무 문제 없다.


그러나 만일, 그가 살인마였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이 꿈 속에서 죽게 될 것이다.


나 (빌어먹을!? 어떻게 이 궁지를 헤쳐나갈 수 있지──.)

사키 시노 "......"


그때, 갑자기 눈앞에 있던 선배──사키 시노의 모습이 환상처럼 사라졌다.


나 "어!? 야!? 도대체 무슨 일이야!?"





키라라 "음......여기가, 후마 일행이 탐문하러 간다고 한 사이토 선생님의 집인가."


조금 전, 풍기대와 이나게야 앞에서 헤어졌던 오니자키 키라라.


키라라 "따, 딱히, 난 후마가 나오랑 사이좋게 지낸다 해도 상관없지만......그래도!"

키라라 "오늘 이것을 돌려주지 않으면, 그 녀석이 곤란해질지도 모르니까......?"


라고, 혼잣말을 하는 키라라.

손에 든 것은 그가 추천하는 판타지 소설.


얼마 전 빌렸던 것을, 집에 가서 찾아 온 것이었다.


키라라 "으, 응! 저 녀석 책 좋아하니까, 빨리 돌려주지 않으면 불쌍하고! 읽은 소감도 말하고 싶고!"


그래──.

결코 후마가 나오와 장난치는 것이 신경 쓰인 것도, 「나도 한가한 편이 아니고!」라며 헤어졌기에, 무언가 구실이 필요했던 것도 아니다.


키라라의 순수한 친절함──이라 해두자.


키라라 "어, 문이 열려있다......? 선생님, 조심성이 없네."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키라라는 사이토 저택의 부지로 들어갔다.


***


나 "빌어먹을, 지금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나?"


나는 한숨을 쉬며 뒹굴었다.

이 꿈의 세계에서 벗어나려고 여러가지 시도를 했지만 역시 잘 되지 않았다.


방을 나가려고 해도 문과 창문은 딱 닫혀 움직이지 않고, 창문을 억지로 부수고 밖으로 나가도 다음 순간에 다시 방으로 돌아와 있다.

아무래도 완전히 꿈 속에 갇혀버린 듯 하다.


나 (사라진 다른 사람들도 신경 쓰이고. 빨리 이런데서 빠져나가지 않으면......자, 어떻게 하지?)


그렇게, 내가 침대에 누워 궁리를 하고 있으면.


??? "꺄악!? 이, 이거 뭐야──!?"

나 "응?"


휘잉~ 쾅!!


나 "으악!? 누, 누구야, 키라라 선배!?"


갑자기 배 위에 떨어진 충격.

놀랍게도 침대 위의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키라라 선배의 엉덩이가 덜어져 내린 것이었다.


키라라 "후, 후마!?"

키라라 "──그보다, 미안해! 잘은 모르겠지만 엉덩이로 눌러 버렸어!"


그렇게 말하고 키라라 선배는 황급히 내 배 위에서 침대 밑으로 내려간다.


나 "아뇨, 배는......그렇게 무겁지 않아서 아무렇지도 않지만."

키라라 "정말!? 다행이야."

나 "그런 것보다──진짜 키라라 선배인가요?"

키라라 "하아? 너,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키라라 선배가 말하길──.


조사하러 간 우리를 쫓아 사이토 선생님의 집까지 왔다.

그러자 문이 열려 있었기에 안에 들어가 보니, 거실에서 우리가 잠들어 있고──거기에 돌연, 수수께끼의 여자가 나타나 공격해 왔던 것이라고 한다.


나 "수수께끼의 여자...."

키라라 "그래, 천장에 계속 매달려 있는 이상한 사람. 그 사람과 싸웠는데──."

키라라 "갑자기 눈 앞이 흐릿해지더니......정신이 들어보니 여기에 있었어. 저기, 여긴 뭐야?"

키라라 "왠지 남자 방 같은데."

나 "아, 제 방이에요. 꿈 속이지만."


키라라 "엣!? 꿈!? 아니, 여기 네 방이야!?"

키라라 "정말로!? 너의!? 우와, 처음 봤어-! 우와, 헤. 으흥, 그렇구나-♪"

나 "아니, 제 방 신경은 쓰지 말고...."


갑자기 두근거리는 얼굴로 실내를 둘러보는 키라라 선배.

...음. 이 유쾌한 반응은 틀림없이 진짜 키라라 선배다.


나 "어쨌든 우리는 꿈 속에 갇혔어요"

나 "그, 천장에 매달린 여자──사이토 가의 오니와반·사키 시노의 인법에 의해."


나와 키라라 선배.

그리고 거실에서 자고 있다 하는 선배나 헤비코도.


키라라 "몽둔술이란 말이지. 뭔가 빠져나갈 방법은 없어!?"

나 "그건......꿈의 안쪽에서라면 어려울 것 같네요."


나는 전에 인법술서에서 읽었던 '몽둔술'의 기록을 떠올리며 말한다.


나 "한 번 꿈속에 끌려들면 자력으로 빠져나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나 "꿈의 바깥에 있는 본래의 몸에 자극을 주면 금방 술법은 풀린다는 것 같아요."

나 "누군가 자고 있는 우리에게 조금이나마 자극을 줄 수 있다면 감사하겠지만......"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그걸 기대할 수 있을까?


키라라 "그렇구나."


뭔가 생각하는 것처럼 키라라 선배가 고개를 끄덕이다.

그러던 그때.




사키 시노 "오늘은 불청객 많은 것 같군."

나 "...돌아왔나."


몽둔술사, 사키 시노가 나타났다.

아까 자취를 감춘 것은 새로운 침입자인 키라라 선배를 맞이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사키 시노 "자, 이제 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겠지."

사키 시노 "여기서 나가고 싶다면 질문에 대답해라. 너희는 어째서 이 집에 침입했지?"

나 "그건──."


뭔가 그럴싸한 변명을 생각할 수 밖에, 라고 내가 입을 열려던 참에.


키라라 "──하아!? 그런 건 뻔하잖아!"

키라라 "너의 주인이 살인마라서 잡으러 온 거야!!"

사키 시노 "호오......?"

나 "키라라 선배!?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난 당황했다.

지금 그것을 입에 담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구!


사이토 선생님이 살인마인지 어떤지는 모르지만─亞니, 인법이 다른 이상, 다를 가능성이 더 높지만.

그러나 만약 그럴 경우, 지금의 키라라 선배의 말은 자살행위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키라라 "흐흥♪"

나 "......!?"


괜찮아, 보고 있어, 라는 듯이 키라라 선배가 힐끗 나에게 눈빛을 보낸다.

그리고 척 하고 사키 시노를 향해 손가락을 들이대며.


키라라 "자, 우리를 풀어줘! 그렇지 않으면 너도 얼려버릴 거야!!"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