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라라 : (뭐하고 있는거야, 그 바보)




조금 전부터 후우마와의 통신이 끊겨있었다.

호타루와 마이카도 마찬가지였지만 그 두 사람은 별로 상관없었다.

가만히 내버려둬도 어떻게든 해낼터였다.

내버려둘 수 없는 건 가장 약한 주제에 혼자서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말한 멍청이였다.

이렇게 지휘관이 갑자기 당해버린다는 것은 눈뜨고 볼 수 없는 참상이다.


키라라 : (아아 정말! 진짜 혼자서 어떻게든 할 수 있는거야? 역시 구하러 가는 쪽이 좋은거 아니야!?)


카지노 손님 : 옷, 야한 바니가 있구만, 차 한잔 내와서 나랑 같이ㅡㅡㅡ


키라라 : 시끄러워!


파직


카지노 손님 : 꾸훕!?


엉덩이를 만지려고 온 변태 손님에게 죽지 않을정도의 냉기로 기절시키고,

짜증스러움이 한계에 달했을 때 드디어 통신이 회복되었다.


후우마 : 아, 여보세요ㅡ


사람의 심정도 모르고 언제나와 같은 얼빠진 목소리였다.


키라라 : 뭐가 여보세요야, 바보후우마! 무사하다면 무사하다고 바로 연락해야지!


후우마 : 통신이 잘 안 잡혀서. 이쪽은 무사해. 적은 전부 처리했어. 각자 상황을 보고해줘.


키라라 : 상황이라니, 네가 움직이지 말라고 했잖아. 여긴 키라라, 홀에서 대기중이야!


미츠키 : 여긴 미츠키, 저도 홀에 있어요. 조금전에 후우마씨의 대승 소동은 진정됐어요.

미츠키 : 하지만 조작한 것은 카지노에 알려졌을거에요. 후우마씨와 호타루양은 이제 홀에 돌아오지 않는게 좋을거라 생각해요.


호타루 : 여긴 호타루입니다. 네, 들켰어요. 지금 홀에서 조금 떨어진 방에 있어요.

호타루 : 마이카양도 함께에요. 검은 양복들은 얌전하게 만들었어요. 이건 아직 들키지 않았을거라 생각해요.


마이카 : 여긴 마이카. 미안해, 후우마. 호타루 선배가 걱정되서 마음대로 움직여버렸어.

마이카 : 너 혼자 사이보그를 쓰러뜨린건가. 제법 하는데.


후우마 : ......


키라라 : 후우마, 뭘 조용히 있는거야.


후우마쪽에서 아무 말이 없자 키라라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키라라 : 그래서, 어쩔거야? 네가 대승을 미끼로 오너를 끌어낸다는 계획은 실패야.

키라라 : 오너를 못 만나면 나도 몸바꾸기를 할 수 없어.


마이카 : 어차피 조작은 들켜버렸잖아. 이제 돌입해서 직접 찾는 쪽이 빠르지 않아?


마이카가 그녀답게 스트레이트한 제안을 해왔으나 미츠키는 그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미츠키 : 기다려주세요. 그건 최종수단입니다.

미츠키 : 후우마씨, 그리고 호타루양 마이카양. 쓰러뜨린 호위들로부터 오너가 있는 장소를 캐낼 순 없나요?


후우마 : 알겠어.


호타루 : 알겠어요. 해볼게요.




키라라 : (그냥 기다리는건 정말 짜증스럽네...)


쓰러뜨린 검은 양복의 호위로부터 오너의 정보를 캐낸다.

갑작스럽게 오너가 있을법한 장소에 쳐들어가는것보다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쉽게 일이 풀릴까.

홀에 있는 키라라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우두커니 서있을 뿐이었다.

그 사이에 또 두 사람의 변태 손님을 잠재워버렸다.

그리고 먼저 호타루에게서 대답이 들려왔다.


호타루 : 여긴 호타루입니다. 이쪽의 사람들은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죄송해요.


마이카 : 칫, 호위들에게도 자신이 있는 장소를 밝히지 않는건가. 얼마나 히키코모리인거냐고.


키라라 : 후우마, 네 쪽은 어때?


이미 기대를 접은 상태였으나 들려온 대답은 의외의 것이었다.


후우마 : 이쪽은 잘 풀렸어. 적 중에 하나가 카지노의 시큐리티 담당이었어.

후우마 : 지금 그 녀석을 협박해서 시큐리티 룸에 도착한 상태야. 여기서 오너실까지의 길을 안내할게.

후우마 : 최초 계획과는 다르지만 내 지시에 따라 오너가 있는 장소로 향해줘.


키라라 : 그거 나 혼자서 가는거야? 아니면 미츠키 선배랑?


후우마 : 혼자서 가 줘. 아직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다른 세 사람은 현재의 위치에서 그대로 대기.


미츠키 : 그런...가요. 이쪽은 미츠키. 알겠어요.


호타루 : 저희들도 알겠어요.


마이카 : 쓸모없는 검은 양복들은 소란피우지 못하도록 다시 재워둘게.


키라라 : 알겠어요. 그렇게 된 이상 확실히 안내해.


키라라 : (검은 양복을 협박해서? 후우마치고는 신기한 일이네. 뭐 이런 때니까 어쩔 수 없으려나)


어쨌든, 움직일 수 있게 된건 기뻤다.

키라라는 후우마의 지시에 따라 홀에서 나왔다.

시큐리티 룸에 들어가 있는 상태라고 할만한 솜씨였다.

후우마의 안내에 따라 바니걸로 선행정찰했었던 키라라마저도 몰랐던 구역으로 돌입할 수 있었다.


키라라 : 이런데 온 적 없었는데. 과연이란 느낌이네.

키라라 : 너한테 달라붙은 녀석들도 사이보그였었고 어떤 적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을 것 같네.




카지노답지 않는 통로를 나아가면서 통신기로 후우마에게 말을 걸었다.

지금, 그녀가 보고 있는 광경은 리얼타임으로 후우마도 보고 있을 것이었다.

이런 식의 임무는 처음인지라, 신선하다면 신선할 것이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도 있었다.


후우마 : 괜찮아. 시큐리티는 장악하고 있어. 안심하고 움직여줘.


후우마에게서 자신만만하게 대답이 들려왔다.

그건 상관없었지만ㅡㅡㅡ


키라라 : ......


후우마 : 왜 그래?


키라라의 표정을 보고 있는 것도 아닐진데 찡그린 얼굴을 하고 있는 느낌이 전해진것인지 후우마가 질문해왔다.


키라라 : 저기 말야, 왜 아까부터 그런 잘난듯한 말투인거야?

키라라 : 지금은 임무중이고, 대장이 너라면 그것도 별로 상관없지만, 뭔가 평소와는 달라서 리듬이 망가진다구.


후우마 : 이 말투가 싫은거야, 키라라?


키라라 : 키라라라니......어?


생각치도 않게 멈춰서버렸다.


키라라 : (갑자기 반말??)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대장으로서 이상한 사명감에 눈뜨기라도 한걸까.

그게 아니라면 사이보그를 혼자서 쓰러뜨린걸로 살짝 기분이 업된것이려나.

그 기분을 모르는것도 아니고 반말로 불려져서 두근거림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으응, 안돼 안돼.


키라라 : (여기선 선배로서 엄하게 나가야지!)


후우마 : 왜 그래?


키라라 : 역시 싫어. 납득이 안 가.

키라라 : 나에 대해선 "키라라 선배"로, 언제나와 같이 "할게요합니다" 로. 알겠어? 이해했어? 제대로 경어로!


후우마 : 알겠어요. 키라라선배. 이걸로 됐습니까?


키라라 : ......그걸로 됐어.


후우마는 곧바로 말투를 원래대로 바꿨다.

특별히 집착하지는 않는 듯 했다.


키라라 : (뭐야 이 녀석?)


살짝 당혹스러움을 느끼면서 다시 걸어나가자 갈림길이 나왔다.


키라라 : 어디로 가면 돼?


후우마 : 오른쪽으로 가주세요.


키라라 : 알겠어.


지시받은대로 나아갔다.


키라라 : 오너실은 아직 멀었어?


후우마 : 금방 나올거에요.


키라라 : 아 그래ㅡㅡㅡ앗!


후우마 : 무슨 일인가요?




가드 로봇 : 침입자, 발견

가드 로봇 : 침입자, 발견

가드 로봇 : 침입자, 발견


통로의 반대편에서 가드로봇이 우르르 나타났다.

침입자라는 것은 키라라를 말하는 것이리라. 다른 사람은 없었다.


키라라 : 잠깐! 뭔가 튀어나왔어! 시큐리티는 그쪽에서 장악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어!?


후우마 : 그럴 생각이었는데, 어쩔 수 없네요. 나타난 적을 처리해 주세요.


키라라 : 말하지 않아도 처리할거라구!


가볍게 말하는 후우마에게 짜증을 내며 키라라는 주먹으로 자세를 취했다.





가드 로봇 : 침입자, 제거

가드 로봇 : 침입자, 제거

가드 로봇 : 침입자, 제거


키라라 : 시끄러웟!!


상대는 가드로봇. 그 말은 봐줄 필요가 없다는 것!


키라라 : 동표권!! 이야아아아아아앗!!


키라라가 몰려든 가드로봇에게 얼음의 클로를 차례대로 꽂아넣었다.


파직!! 파지지직!!


로봇의 동체가 순식간에 얼어붙으며 동작을 멈춘채로 산산히 부서졌다.

이 정도의 가드로봇은 그녀에게 있어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상태였으나 이 싸움 자체가 후우마의 미스였다.

그러한 초조함도 있는지라 키라라는 적을 순식간에 전멸시켜버렸다.


키라라 : 후우마, 뭘 하고 있는거야!


후우마 : 미안합니다, 하지만 굉장하네요. 이 정도의 숫자를 한꺼번에 얼려버리다니. 과연 키라라선배.


키라라 : 뭐가 과연이야! 너 사람을 바보취급하는거야!


후우마 : 아니, 그럴 생각은 없었어요.

후우마 : 오너는 주의깊은 성격이니 이쪽의 시큐리티시스템과는 별도로 호위를 배치한 모양이네요.

후우마 : 이 앞이 오너실입니다. 이 느낌이라면 거기에도 호위가 있을거라 생각되요. 주의해주세요.


키라라 : 알고 있어, 바보!


건들건들거리는 후우마에게 신경질을 내면서 키라라는 앞으로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