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살인마의 유도에 따라 지하에 발을 들여놓았다.


사이토 저택·지하.


나 "안은 생각보다 넓네. 헤비코, 이 근처를 살펴볼 수 있겠어?"

헤비코 "알았어, 후마짱. 해볼게."


살인마와의 대결에 대비해 대마인 슈트 차림의 헤비코가 문어발을 내민다.

이곳은 살인마가 숨어 있는 지하시설이라 어떤 함정이 설치되어 있을지 알 수 없다.


헤비코의 빨판 센서로 주위를 경계하면 탐색한다.


헤비코 "음. 역시 이 집, 신기하네......"

나 "뭐가?"


헤비코이 기분 나쁜 듯 코를 찡그리다.


헤비코 "일반적인 집에서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나잖아? 그런데 여기는, 그런 게 극단적으로 적어."

헤비코 "왠지......절이나 교회 안 같아."

나 "과연 절과 교회인가......"


둘 다 사람의 죽음과 관계가 깊다.


키라라 "기분 나쁜 놈이야."

코로 "(영혼의 흔적이......여러 개의 사념의 파편이 느껴져.)"


코로 선배가 혼둔술로 지하에 떠도는 사념을 읽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험악한 표정이다.


코로 "(이제, 거의 희미해져서, 들리지 않지만......)"

코로 "(하지만 다들 괴로워하고 있어. 용서하지 않겠다며 울고 있어......)"

나 "그건......놈에게 살해당한, 피해자들의 생각이군요."


고개를 끄덕이며 코로 선배가 말한다.


코로 "(후마, 나도 이 사람을 용서할 수 없어,)"

코로 "(틀림없이, 사이토 선생님이 살인마야.)"

나 "......"

나오 "모두 조심해. 내가 모두를 지킨다......그렇게 단언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나오 "여기서는 나의 발데르가 힘을 다 쓰지 못해."


나오 선배가 안타까운 듯이 말한다.

나오 선배는 광둔술 중에서도, 특히 고도의 '집광'이라 하는 인법의 사용자다.


무진장의 빛의 에너지를 모으고 그것을 오차가 개발한 특수 라이플 '발데르'로 컨트롤하여, 유키카제의 토르 해머와 동등 이상의 위력을 가진 레이저 광선을 발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충분히 빛이 있는 장소 뿐이다.


이 지하와 같은 장소에서는 나오 선배의 광둔은 크게 제한된다.


나오 "일단 싸울 수 있는 정도의 빛 에너지는 발데르 안에 축적하고 있어. 그것을 사용하는 타이밍은──."

나오 "후마, 네 지휘 판단에 맡길게."

나 "알았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우리는 빨판 센서를 가진 헤비코와 근접전에 능한 키라라 선배를 전위로, 중앙에 지휘관 역의 나, 그 호위와 서포트로 코로 선배, 그리고 강력한 아웃 레인지 공격이 가능한 나오 선배가 후위라고 하는 포진.

언제 놈이 나타나도 대비할 수 있는 만반의 태세다.


나 "분명히 녀석은 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야. 경계하며 나아가죠."


우리들은 신중하게, 하지만 기죽지 않고 통로의 안쪽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우리는 그곳에 도착했다.

지하실이다.


콘크리트로 둘러싼 넓은 공간.

공기는 싸늘하다.

불빛은 두 개의 백색 전등 뿐이다.


좌우 벽에는 골동품 느낌의 길다란 수납칸이 즐비하다.

가구는 그것 뿐이다.


그리고 수납 하나하나에 단단한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헤비코 "후마짱, 여기는......"

나 "잘은 모르겠지만......썩 좋지 않은 장소인 건 확실해."

코로 "......"


무슨 용도인지 상상도 못 하겠다.

주인의 뒤틀린 정신성이 그대로 드러난 듯한 이상한 공간이다.


키라라 "여기서 막다른 길일까......? 어두워서 안쪽이 잘 보이지 않는데."

나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엄청 추운 방이네."


키라라 선배가 천천히 벽의 수납칸 쪽으로 다가간다.


키라라 "아마......이 묘한 가구에서 냉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 뭔가를 차게 유지시키고 있다......?"


섬뜩하게 늘어서 있는 수납 가운데 열쇠가 채워지지 않은 것이 하나 있었다.


나 "키라라 선배, 조심──."

키라라 "그래. 알고 있어."


고개를 끄덕인 키라라 선배는, 살짝 거기에 손을 대고──


키라라 "!?"


키라라 선배, 그리고 동시에 들여다 본 우리도 숨을 삼켰다.

좌우로 관음문을 열어젖힌 가구 안에서 차가운 공기가 안개가 되어 흘러넘친다.


그리고, 그 안에 있었던 것은──.


나오 "아사이, 미오리야──."

나 "무슨──."


가족과 함께 행방불명되어 있던 오차 학원의 2학년.

그런 그녀가, 내장이 뽑힌 끔찍한 모습으로 빽빽이 수납에 들어간 채──.


코로 "...!??"


이변이 일어났다.

좌우의 벽에 줄선 수납칸의 자물쇠가 차례차례로 폭발해 날아가, 안쪽으로부터 냉기의 연기를 넘치면서 천천히 열려 간다.


헤비코 "──키라라 선배!!!"


스륵.

갑자기 아사이 미오리의 시체에서 나오는 남자의 팔.


키라라 "앗!?"


쾅!!!!

폭발, 그리고 흩날리는 선혈과 살점.


키라라 선배를 감싸며 뻗은 헤비코의 문어발 한쪽이 날아갔다.


헤비코 "아파아아앗!!?"

키라라 "헤, 헤비코짱!? 이 자식!!!"


얼음 클로를 내리치는 키라라 선배.

하지만 거기에 더 이상 '놈'의 모습은 없다.



사이토 한지로 "──불행하다."

사이토 한지로 "어리석은 축군에게 나의 안녕이 흐트러지고 있다."

사이토 한지로 "하지만 이 또한, 지고로의 길을 가기 위한 시련일 터."

사이토 한지로 "나는 그를 받아들인다. 모든 것은 나의 고귀한 꿈을 위해."

나 "사이토 선생님......아니, 사이토 한지로......"


아사이 미오리의 시체에서 뛰쳐나온 장신의 남자가 흰 냉기 속에서 내려섰다.

신경질적인 눈빛, 눈 앞의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 듯한 냉담한 태도.


오차에 숨어 있는 살인마.

오차 학원의 교사·사이토 한지로──.


키라라 "살인마가 뭐라 중얼거리는 거야!? 단념해. 당신은 이제 끝이야!!"

키라라 "──헤비코짱, 괜찮아!? 감싸줘서 고마워, 회복될 때까지 물러나 있어!!!"

나오 "헤비코, 내 옆으로──!"

헤비코 "으으......네, 알겠습니다......"


발데르를 든 나오 선배 곁으로, 통증에 얼굴을 일그러뜨린 헤비코가 물러난다.

헤비코의 문어발에는 재생 능력이 있지만 그렇게까지 화려하게 날려버리면 한동안은 전투불능일 것이다.


사이토 한지로 "어리석은 축군으로선 이해할 수 없겠지. 고귀한 것에 대한 갈망이."

키라라 "뭐가 고귀하냐!? 넌 그냥 사이코패스잖아!!"

사이토 한지로 "시시한 꼬리표로군. 그게 너희들의 한계다."


사이토 한지로가 움직인다.


키라라&나오 "!?"


풍기대는 모두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거기서 나는 굳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 녀석에게 물었다.


나 "...갈망이란 무엇입니까, 사이토 선생님?"

코로 "(후마 군, 위험해......!)"


코로 선배가 당황한 듯 나를 제지하려 한다.

하지만 나는 그것에 「괜찮습니다」라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녀석에게 묻는다.


나 "계속 신경 쓰였어요. 살인마가 무엇을 목적으로 범행을 반복하고 있었는가──."

사이토 한지로 "──나의 목적은 이가와 아사기."

사이토 한지로 "그 최강의 존재를 이 손으로 죽이는 거다."

나 "아사기 선생님......? 그게 연쇄살인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겁니까."


사이토 한지로가 거만하게 웃는다.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조금의 빈틈도 없다.


사이토 한지로 "고귀한 것의 죽음은 나를 지고의 길로 이끌어 준다──."

사이토 한지로 "대용품이야, 내가 죽여 온 여자들은."

나 "......대용품이라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런 것 때문에 이 남자는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단 말인가?


사이토 한지로 "다만, 대용품만은 아니야. 그들은 내가 인정한 고귀한 여자다."

사이토 한지로 "하지만, 그런데도 이가와 아사기는 아니었다. 그래서는 내 꿈에 도움이 되지 않아."

사이토 한지로 "그러니 다른 형태로 도움이 되도록 해주었지!! 나와라! 나의 고귀한 여자들!!

나 "!!!?"


좌우에 줄선 수납칸이 차례차례 열린다.

그것들을 봉하는 자물쇠는 조금 전의 폭발로 남김없이 파괴되었다.


그리고, 그 안쪽에서 나타난 것은──.



??? 'UOOOOOOOOOOOOOOOOOOOOOOOOOOOOOOOOOOOOO


비통한 포효를 울렸다.

여성의 신체를 베이스로 한 것 같은 괴물들이 나타나 우리에게 칼을 겨눈다.


키라라 "뭐야, 저건......!?"

코로 "(사라졌던 사람들의......시체를 서로 끌어 모아 만든거야......? 무슨 짓을......)"


사이토 한지로 "──데미·휴먼. 이가와 아사기를 죽이기 위해 준비한 첨병이다."

사이토 한지로 "설마, 이런 곳에서 사용하는 처지가 될 줄은──정말로, 불행해."


발길을 돌린 사이토 한지로의 모습이 데미 휴먼들 사이로 사라진다.


나 "모두 조심해!! 온다!!"

데미 휴먼 "UOOOOOOOOOOOOOO!!!"


인둔술사 사이토 한지로를 그 체내에 숨긴 괴물의 무리가 우리에게 쇄도해 왔다.


***


데미 휴먼의 소체가 된 것은 아마도 실종되었던 대마인이다.

그렇기에 그 몸을 더욱 강화했을 괴물들의 전투력은 막강했다.


데미 휴먼 "UOOOOOOOOOOOOOO!!!"


하지만──.


코로 "(이 사람들의 영혼은, 베여야만 구원받을 수 있어.)" 

코로 "(고이 잠드소서.일도류. 거합!)"


코로 선배의 보이지 않는 거합이 강습해 오는 괴물들을 차례차례 쓰러뜨린다.


키라라 "정말──이런 기분 나쁜 싸움은 처음이야! 동표권!!!"

데미 휴먼 "UOOOOOOO!!!? OOOOOOOOOOOOO!!!"


키라라 선배의 동결 공격.

얼음 클로에 맞는 순간 얼어붙어, 괴물들의 몸이 부서진다.


나 "모두들 불쾌한 건 알겠지만 냉정해져!!"

나 "적 속에는 놈이 숨어 있어. 접근시키지 않도록 거리를 두고 싸우는 거야──나오 선배!!!"

나오 "알았어. 나의 광둔을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히카리(光) 쿠나이!!!"


나오 선배의 주위에 뜬 무수한 쿠나이로부터 눈부신 레이저가 쏘아져 이쪽을 덮치는 괴물들을 관통한다.

이것이 우리의 전략이었다.


인둔의 술로 어느 하나의 데미·휴먼에 숨어 있을 사이토 한지로의 존재는 위협적이다.

그러므로 그 기습을 막기 위해, 나오 선배의 히카리 쿠나이와 발데르로 놈들의 움직임을 견제하고 충분히 거리를 유지한 채 키라라 선배와 코로 선배가 놈들을 격파한다.


부상당한 헤비코를 온존하면서 우리는 이 전법으로 절반 가까이의 괴물을 쓰러뜨리는 데 성공했다.


사이토 한지로 "과연──. 칭찬할 수밖에 없군."


스륵.


데미 휴먼의 움직임이 멈추고 그 몸 속에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상처는 없다. 피로한 기색도 없다.


사이토 한지로 "후마 코타로. 진작 죽였어야 했어."

사이토 한지로 "한 번, 아니 두 번인가. 그 정도의 경험으로 나의 공격을 봉쇄하다니. 역시 그 '단조'의 아들이야."

나 "아버지를 아는 거냐?"


나는 사이토 한지로, 그리고 동료들의 모습을 살피면서 입을 연다.

강력한 데미 휴먼과의 전투로 모두들 크게 숨을 헐떡이고 있다.


사이토 한지로 "그를 모르는 닌자가 있을 것 같나? 시대에 항거한 고귀한 사나이다."

사이토 한지로 "──하지만 결국은 높은 곳에 이르지 못하고 패해 버렸다. '난' 이제 별 흥미는 없지만 말이야."

나 "『나는』......?"


뭔가 걸리는 말이었다.


나 "──사이토 선생님, 당신은 누구랑 손을 잡은 거지?"

사이토 한지로 "......?"


눈썹을 치켜올리는 사이토 한지로에게 나는 지하실에 굴러다니는 괴물들의 시체를 가리킨다.


나 "당신 혼자 힘으로 이 불쌍한 괴물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리 없어."


여러 시체를 이어 붙여 만든 인조병사 데미 휴먼.

분명히 이는 고도의 기술과 조직력이 만들어낸 것이다.


나 "협력자가 누구야? 어느 조직과 손 잡은 거지?"

사이토 한지로 "추측은 하고 있을 텐데? 너 정도의 지성이라면."


나를 시험하듯 암울한 눈이 들여다 봐 온다.


나 "......심증은. 하지만 증거는 없어."

나 "만약 있다면 사이토 선생님, 당신의 증언 뿐일 거야."


뭐, 이 남자가 솔직하게 말할 것 같지는 않지만.


사이토 한지로 "크큭, 훌륭하다......!"


제자의 의외의 성장을 기뻐하듯 사이토 한지로가 입을 열었다.


사이토 한지로 "후마 코타로, 역시 너는 다른 우둔한 놈들과 달라──."

사이토 한지로 "그런 너의 지성을 칭찬하며, 한 가지 상을 주지."

나 "상......?"


그래, 엄청나게 갖고 싶은 정보일 테지, 하고 남자는 말한다.


사이토 한지로 "너희들에게 선물한 '왼발'──그 주인인 아가씨."

사이토 한지로 "사고우 츠루는 살아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