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앰, 맴맴......

산골짜기 오차학원에도 가차없는 햇살이 내리쬐는, 여름 방학이 시작하는 날.


띵동......


학생들 "후, 끝났어! 저쪽─!"

학생들 "나중에 이나게야 가자!"


오늘은 등교일이다.

오전 중으로 수업은 끝나, 학생들은 잇달아 하교해 간다.


하지만, 나는 그 흐름을 거스르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교실로 향한다.

이 뒤에 보충수업이 있는 것이다.


나 "귀찮아......"


스쳐 지나가는 학생들에게서는 즐거운 방학 동안의 보고 등이 들려온다.


여자 "있잖아 있잖아, 인스타 봤어! 도쿄 갔을 때의 사진! 너무 좋아! 운이 좋았잖아!"

여자 "고마워! 그런 너도, 최근 많이 올리고 있지 않아?"

여자 "에헤, 왠지 최근 갑자기 좋아져서 말이야."

나 (인스타......최근 유행하고 있는, 사진 투고용의 SNS인가)


SNS,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한사람 한사람이 어카운트를 가져, 사진이나 텍스트를 투고하거나 사람의 투고를 보거나 할 수 있는 웹 서비스다.


대마인이라 해도 아직 어린 소녀들. 이런 깡촌에 살아도 유행에는 민감한 것 같다.


여자 "하지만 지금은, 너무 눈에 띄면 무섭잖아? 예의 그게 말이지......"

여자 "아─ 유령? 그런 건 그냥 소문이야──."





나 "요즘 들어 이놈이고 저놈이고 다 SNS야. 좋아요 몇 개나 받았다든가, 뭐가 재미있는지 도무지 모르겠어."

아이슈 헤비코 "후마짱, SNS 방치하는 거지."

나 "헤, 헤비코!?"


아무래도 마음의 소리가 입 밖으로 나왔던 것 같다.

하교 도중 헤비코가 말을 걸어 왔다.


헤비코 "수고했어! 잊은 물건이라도 있었어?"

나 "아니. 이제부터 보충수업이야."

헤비코 "아, 그렇구나. 후마짱 땡땡이 쳤지."

나 "아니야! 임무 때문에......"


라고 말을 하지만, 임무로 수업을 쉬고 있던 것은 헤비코도 마찬가지다.

그 틈틈이 공부했는지, 게으름을 피웠는지. 그것만이 나와 헤비코의 차이다.


나 "뭐 됐어. 그거보다 SNS였나."


추궁당하기 전에, 황급히 이야기를 되돌린다.

나도 몇 개의 SNS에 등록하고 있지만, 좀처럼 스스로 투고하지 않는다.


처음은 나름대로 투고하기도 했지만, 별로 반응이 없었기에, 점점 재미없어져, 지금은 오로지 헤비코네의 투고를 보거나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좀 야한 짤을 보고 있는 정도다.


헤비코 "후마짱, 모처럼 팔로우했는데 투고를 전혀 안 하는걸."

나 "나 같은 사람이 부지런히 글을 올려도 아무도 보지 않잖아."

헤비코 "어라, 헤비코가 보는걸!"

나 "게다가 나 빛나는 사진 같은 거 못 찍어."

헤비코 "그렇게 기를 쓰지 않아도 왠지 모르게 찍은 사진이 깨질 때가 있어."

헤비코 "무엇을 숨기랴. 나도 최근,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좋아요를 받는 때가 많아져서......우후후."

나 "헤비코가?"


헤비코가 올리는 사진이라면 잘 모르는 창작 요리라든가, 새로 산 옷의 사진 등이다.

이렇게 말하면 뭐하지만, 그다지 인기가 있을 만한 것은 아니다.


그런 나의 의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헤비코는 황홀하게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헤비코 "우후후......이대로, SNS 스타 같은 게 되어버리면......"

헤비코" 어휴, 그럴 리 있나. 대마인이 인터넷에서 너무 유명해지는 것도 큰일인걸."

나 "오, 오우......"


뇌리에 떠오른 것은 Y-kazeX짱인데, 뭐 그건 괜찮을까.


헤비코 "게다가 지금은 그 괴담도 있고, 주목받는 건 좀 무서워."

나 "그 괴담?"

헤비코 "몰라? 인터넷 유령 이야기."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헤비코는 즐거운 듯이 인터넷 괴담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헤비코 "최근에 말이야, SNS상에서 인기있는 이용자를 습격하는 유령이 나온대."

나 "인터넷에 유령이?"

헤비코 "자세한 사정은 알려지지 않았어. 바이러스인가, 해커가 벌인 장난인가, 심령현상인가."

헤비코 "습격을 당하면 망가진 것처럼 알 수 없는 소리만 중얼거리게 되고."

헤비코 "마지막에는 정신에 지장이 생겨 폐인이 되는 것 같아."

헤비코 "통칭 「데자이어(욕망)」. 인터넷의 욕망의 화신이라고, 누가 이름 붙인 것 같아. 아─ 무섭네."


무섭다고 하면서도 헤비코는 왠지 즐거운 듯 어깨를 으쓱하고 있다.


나 "이런이런......"


나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나 "시시해. 무지 하찮아. 인터넷을 너무 많이 봤어, 헤비코."

헤비코 "싫다~! 후마짱, 정서가 없네!"

나 "정서의 문제야?"

헤비코 "그럼 헤비코는 갈게. 후마짱은 보충수업 열심히 해!"


헤비코는 그렇게 말하고 떠났다. 어느새 학생들도 사라지고, 나는 복도에 혼자 남겨져 있다.


나 "이런, 이제 보충수업 시작인가."


시계를 보고, 내가 교실에 걸어가려고 했을 때.


??? [마스터──.]

나 "응?"


어딘지 모르게 귀에 익은 목소리

돌아보니, 연보라색 머리를 휘날리며 기계가 붙은 슈트를 입은 소녀가 있었다.


나 "넌......"

A-66 루나 "오랜만이에요, 마스터."

나 "루나!?"

루나 "네"


이름이 불려 미소짓는 소녀의 이름은 루나.

정식 명칭은 A-66·루나라고 한다.


미연의 무기 '아르테미스'를 제어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소녀.

65명이나 되는 '실패작'을 거쳐 간신히 완성한 그녀는, 윤리적으로는 차치하고, 기술적으로는 걸작이라고 해도 좋은 존재이며, 평상시는 기지에서 엄중하게 관리되고 있지만, 그런데도 어둠의 세력으로부터 표적이 되는 때가 많다고 한다.


내가 그녀와 만난 것도 가면의 대마인과 아스카의 의뢰로 호위를 도운 경위 때문인데.


나 "어째서 오차학원에......?"

루나 "마스터와 보충 수업에 참여합니다."

나 "보충 수업."

루나 "네, 보충 수업"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순간 되물었다.

반복하지만, 이 소녀는 미연에서 만들어진 반인공 생명체로, 병기 아르테미스의 제어장치.


그런 소녀가 보충 수업? 오차학원에서?


코우사카 시즈루 "루나는, 일반 의태 훈련의 일환으로 보충 수업에 참가하게 되었어. 서로 잘 지내도록 해."

나 "시즈루 선생님!"


루나의 어깨를 툭 두드리며, 오늘의 보충 수업 담당인, 코우사카 시즈루.

그녀는 최전선의 현역 대마인으로서, 오차학원의 영어 교사이기도 하다.


나 "일반 의태 훈련이라니?"

루나 "저는 아르테미스의 제어장치일 뿐이지만, 움직이는 것이 전장만이 아닙니다."

루나 "예를 들어, 거리에서 사람들 틈 사이에 숨어야 할 것 같은 상황, 일반인 행세를 하며 적지에 접근하는 상황 등."

루나 "그럴 때에 붕 뜨지 않도록, 동세대 일반인의 생활을 체험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시즈루 "그렇다고, 보통 학교에 들어갈 수도 없지?"


나 "그래서 오차학원에 온다는 말입니까? 하지만 미연 기지에도 학교 정도는 있지 않나?"

루나 "그건 제 희망 때문이에요. 학교에 간다면, 그때 도와줬던 마스터가 있는 학교에 가고 싶다고......"

시즈루 "우후후. 기쁘겠네."

나 "아니, 뭐...."


루나의 감정이 엷은 눈으로 똑바로 호의를 표하면 얼렁뚱땅 넘어가게 된다.


띵동......


시즈루 "어머나 시간이네. 그럼 둘 다, 보충 수업을 하러 갈까."


***


나 "여기는......"


시즈루 선생님을 따라가면, 그곳은 교실이 아니고, 전투 연습 등에 사용하는 버추얼 룸이었다.


나 "영어 보충 수업 아니에요?"

시즈루 "그럴 예정이었지만, 마침 여기가 비어 있었고, 정보 처리 보충 수업으로 바꾸려고."

나 "정보 처리? 시즈루 선생님이?"

시즈루 "어머, 이래 보여도 지식은 있어. 요즘 잠입 수사 임무에 사이버 기술은 필수야."

시즈루 "뭐, 적의 단말기에서 기밀 정보를 빼내거나 적의 계정을 빼내 온라인 잠입 수사하는 정도지만."

나 (......정도?)


시즈루 선생님에게는 단말기를 보여주는 것은 하지 말자고 나는 마음 속으로 맹세한다.


시즈루 "그리고 미연 출신의 루나에게 영어를 가르쳐줘도 말이지."

나 "그건 확실히. 하지만 루나는 정보 처리를 더 잘하지 않아?"

루나 "아닙니다. 제 뇌의 리소스는 아르테미스를 제어하는 데 대부분을 소비하거든요."

루나 "그 밖의 지식은 평범한 사람, 혹은 그 이하입니다."

나 "그렇구나......"

시즈루 "그런고로─! 시작할게."


시즈루 선생님이 탁, 하고 손뼉을 친다.


시즈루장 "오늘은 VR<가상현실>을 이용한 최신 온라인 쇼핑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시즈루 "가상 공간에의 접속 방법에 대해서는, 둘 다 알고 있지."

나 "물론이에요."

루나 "괜찮아요."

시즈루 "OK. 그럼 시작할까요."




부응──.




우리가 접속 준비를 끝내고 시즈루 선생님이 시스템을 기동하자 주위의 경치가 바뀐다.



루나 "이게 온라인 몰인가요?"

나 "이거 버추얼 전투용 시스템과 같은 배경이죠?"

시즈루 "앞으로 갈 온라인 몰은, 군사용의 기술──버추얼 전투 시스템을 응용해 만들어지고 있어."

나 "전투 시스템을? 쇼핑하러?"

시즈루 "맞아. 실제 충격이나 데미지, 움직임을 재현하는 고도의 엔진을 응용함으로서."

시즈루 "실제 상품을 손에 들고 사용해 볼 수 있다고, 특히 패션 통신판매의 분야에서는 주목받고 있어."

시즈루 "나름의 설비가 필요하니까, 상용화는 아직 먼 것 같지만......"


시즈루 선생이 공간에 사각형을 그리면 A4 크기의 창이 출현한다. 


시즈루 "이건 이 공간에서의 입력장치 같은 거야."


시즈루가 선생님은 거기에 주소를 척척 써 넣는다.


시즈루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고. 가보자."

나 "오오!?"


시즈루 선생의 조작으로 살풍경했던 전투용 가상 공간은 진짜 쇼핑몰 같은 풍경으로 변했다.


가방을 파는 가게, 여름답게 수영복을 파는 가게, 그것을 장식하는 남국풍의 나무들.

유리로 된 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과 피부를 태우는 감각까지 재현되었다.



루나 "와......☆"

나 "그 옷은!?"


루나는 어느새 전투복 차림에서 시원해 보이는 하복 차림으로 변해 있었다.


시즈루가 "즉시 온라인 입어보는 거야. 어때? 정말로 입은 것 같지."

루나 "네, 대단해요."

시즈루 "이번에는, 미리 입어 볼 옷을 선택해 두었는데, 잘 어울리네."

시즈루 "게다가 이 곳은 날씨나 기온, 습도까지 자유롭게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입을 예정에 맞춰 옷을 시험할 수 있다는 거지."

나 "모든 상황에 대응한 버추얼 전투 시스템이 이런 형태로 응용되는가......"

시즈루에 "그런데 후마 군, 어째서 아까부터 그쪽을 향하고 있는거야?"

나 "아, 아니......"


나는 큰 맘 먹고 시즈루 선생님 쪽으로 시선을 되돌린다.



시즈루 "선생님의 이 옷, 어때?"

나 "에~ 음......"


단아한 장식이 달린 하얀 민소매 블라우스.

──그런데, 시즈루 선생님이 입으면 큰일난다.


입는 사람의 체형에 맞추어 신축하도록, 물리연산 되어 있는 것 같지만──.


나 (저런 얇은 천으로 지탱할 수 있을까!? 옆은 튀어나올 것 같고, 만약 찢어지거나 하면......)


버추얼로 그 걱정은 없다고 알고 있어도, 무심코 위험한 장면을 상상해 버린다.


나 "──자, 잘 어울려요......"

시즈루 "고마워♪ 머리도 자동으로 바꿔주다니 대단하네. 이번 잠입은 이걸로 할까?"


남자의 섬세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즈루 선생님은 즐거운 듯 빙글빙글 돌면서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다.


시즈루가 "아, 두 사람도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사도 좋아."

나 (보충 수업이라고 하면서, 시즈루 선생님이 쇼핑하고 싶었던 거잖아......)


루나도 옷을 마음에 들어했다.

보기 드물게 흥분한 듯한 표정으로 뚫어지게 거울을 바라보고 있다.


루나 "마스터는 입어보지 않아요?"

나 "아니, 난 괜찮아."

루나 "가상이라 부끄럽지 않아요."

나 "그런 게 아니라고..."

루나 "그럼, 저는 이것을 구입하겠습니다. 장바구니, 결제?"


루나가 말을 하자 눈 앞에 아까 시즈루 선생님이 꺼낸 것과 같은 창이 나타난다.


나 (이런 게 없으면, 가상이라는 걸 잊어버릴 것 같아. 평범하게 쇼핑하러 온 것 같다.)


루나는 창을 눌러가며 결제처리를 해나갔다.


루나 "됐다, 구입할 수 있었어요."


루나가 마지막 버튼을 누르자 '감사합니다'라는 목소리와 함께 창은 사라졌고, 마지막으로 그 옷을 입은 루나의 사진과 아기자기한 하트 모양의 배너 버튼이 나왔다.


루나 "『코디를 SNS에 올리시겠습니까?』 뭘까요......YES."


루나가 버튼을 터치하자 사진이 어디론가 날아가고 대신 몇 개의 하트 마크가 떴다.


나 "방금 전 건?"

시즈루 "SNS 연계 기능이야."

시즈루 "구입한 아이템의 착용 사진을 SNS에 올려, 다른 사용자에게 보여 줄 수 있는 거지."

나 "헤에."

시즈루 "사용자는 실제로 산 사람의 옷맵시를 참고할 수 있고, 보기 좋다고 생각한 사람이 구입하면, 가게도 매상이 오른다. WIN-WIN이라는 거지?

나 "과연 좋네요. 저 하트 마크는?"


하트 마크는 아까부터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해, 그만둘 기색이 없다.


시즈루 "저건 본 사람이 '좋아요'를 눌러준 징표야."

루나 "『좋아요』......?"

시즈루 "간단히 칭찬해 줄 수 있는 멋진 기능이지. SNS에 올린 사진이 좋다고 생각하거나 공감하면 여기 하트 버튼을 누르는 거야."


시즈루 선생님은 창을 띄워 SNS 화면을 보여준다.

그곳에는 루나의 착용 사진이 찍혀 있었다.


사진 아래 하트 버튼을 누르자 다시 루나 주위에 뿅 하고 하트가 날아들었다.


루나 "우후후. 고마워요. 좋네요, 기뻐요."


루나가 천진난만하게 기뻐하니 이쪽까지 얼굴이 뜨거워진다.


시즈루 "하지만, 조심해. '좋아요'를 받는 기쁨에 너무 빠져서, 더더욱 요구하면, 점점 SNS에 의존해서 '좋아요'를 위해 뭐든지 하는, 위험한 정신 상태가 될 수도 있으니까."

나 "좋아요를 받는다 해도 돈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시즈루 "그래. 돈을 받는 것도 아닌데, 좋아요 중독이라고나 할까. 다들 칭찬받는 것에 굶주려 있네."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사이에도, 루나에 대한 좋아요는 멈추지 않는다.

마치 루나의 온몸에서 하트의 김이 솟구치는 듯하다.


루나 "와아......"

나 "루나, 인기 많네."


알 것 같긴 하다.

흰색과 하늘색의 청초한 원피스는 루나의 연한 긴 생머리와 잘 어울리고 커다란 챙의 흰 모자가 여름다운 상큼함을 연출한다.


시즈루 "잘 어울리네. 나도 이거 사야겠어."


시즈루 선생이 결제 화면을 켠 그때였다.


나 "?? 선생님, 뭔가 이상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루나 "뭔가, 웅웅대고 있나요?"


온화한 남국풍의 BGM에 섞인, 사람인지 짐승인지 잘 모를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그것은 점점 명료해지고──이윽고 목소리이 들려온다.


목소리 "좋아요......좋아요......

목소리 "좋아요......부럽네......"

목소리 "어째서 저런 애가......내가 더 나은데......내가 더......보기 좋은데......"

나 "뭐야!?"


온라인 몰에 다른 사용자가 있는 줄 알았으나,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루나를 향해 원망을 퍼붓고 있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저마다 중얼거리고 있다.


성별은 다양하지만 남자보다 여자, 그것도 젊은 목소리가 더 많아 보였다.


루나 "분석 불능, 이 현상, 유령, 인가요?"

나 "인터넷 공간에 유령이 있겠냐구!"


하지만 모습은 보이지 않고 원망의 소리만 울린다는 이 상황, 가히 심령현상이라 부를 만하다.


시즈루 "아니, 있을지도 몰라. 유령이 아니라 생령(生霊)이 말이야."

시즈루 "인터넷 공간은 질투와 뒤틀림이 생기기 쉬운 곳이니까."

나 "아니, 그렇다 해도......"


햇빛의 방향, 옷의 섬유 한 점까지 재현될 만큼 계산된 공간에서 그런 것이 출현할 여지가 있을까.



목소리 [찾았다.]

루나 "엣!?"


갑자기.

루나의 눈앞에 여자가 나타났다.


루나 "유령!?"


가냘프고 날씬한 여자다.

그러나 생기는 느껴지지 않고 표정은 노이즈로 가려져 있다.


그 가느다란 몸 주위를 천구와 같은 여러 고리가 돌아가며 감싸고 있다.


여자 [====]


그리고, 그 천구의가 빛나더니, 한 줄기의 빔이 되어, 루나의 얼굴을 향해 쏘아진다.


루나 "꺄악!?"


루나는 재빨리 쪼그리고 앉아 피했지만 여자는 여전히 루나를 쳐다본다.


시즈루 "공격 프로그램?!"

목소리 [찾았다......유명인......] [촌스러워......] [고작 저런 여자가......]


자세히 보니 이 여자가 떠드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소리가 몇 개나 겹쳐져, 여자의 주위를 신음하면서 소용돌이 치고 있는 것이다.


나 ('입소문'이라던가 '교활하다'라던가, '촌스러운 주제에'라던가, 이상하게 생생하다고나 할까......)

나 "......!!! 혹시 이 녀석이......!?

시즈루 "후마 군, 짚이는 게 있어?"


나는 헤비코에게 들은 인터넷의 괴담, 통칭 '데자이어'에 대해 두 사람에게 이야기했다.


나 "바보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신경쓰지 않았습니다만."

시즈루 "과연......이게 유령의 정체구나."


눈 앞의 유령──데자이어는, 슬림하고 뻣뻣한 보디에 천의 면적이 적은 슈트, 수수께끼의 장식을 달고, 런웨이를 걷는 콜렉션 모델과 같은, 자신에 찬 선 모습으로, 루나의 앞에 서 있다.


나 "어이, 너 도대체 어디의 누구야?"

데자이어 [====]


당연히 데자이어는 대답하지 않는다.


나 "루나의 정보를 노리고 온, 어느 나라 해커 같은 거라 하기에는 모습이 좀 그런데."

시즈루 "그 가능선은 미약하네. 인터넷의 보안은 완벽하고."

루나 "'아르테미스'를 떼어 놓은 상태의 저에게 해킹을 가한들, 정보는 얻을 수 없습니다."

나 "흐음......"


그렇다면 정말 인터넷을 헤매는 생령이란 말인가.


나 "어쨌든 위험한 녀석이야. 일단 여기를 나가서 오프라인으로 돌아가죠."


모의 전투 시스템을 이용했다고 하는 이 공간.

당연히 위험이 없도록 개조되어 있고, 돈이 오가는 장소이기 때문에 보안도 완벽할 것이다.


거기를 어떠한 방법으로든 뚫렸다──라고 하면, 일단 여기를 이탈해, 사이트의 관리자나, 사이버 경찰에게라도 연락하는 것이──.


시즈루 "음, 그렇네......"

시즈루 "수업을 계속 할게. 오늘 과제는 협력해서 이 녀석을 쓰러뜨리는 걸로 할까?"

나 "엣!?"


시즈루 "처음에는, 안전한 인터넷 쇼핑에 대해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시즈루 "사이버 수사 중에 해커나 바이러스와 조우하는 건 자주 있는 일. 그 훈련이라고 생각하면 돼."

나 "그건 그렇고, 갑자기 너무 난이도가 오른 거 아니에요? 보충 수업일 뿐인데......"

시즈루 "그렇지. 그럼 쓰러뜨리면 이 앞 것까지 한꺼번에 학점을 줄게."

나 "우......"


한꺼번에 학점을 받는다는 것은 여름방학 때 더 이상 보충 수업에 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마음껏 책을 탐하고, 심야까지 게임을 하고, 가끔 강이나 산에서 놀거나 하며, 느긋하게 보내는 날들─ㅂ1.


시즈루가 "할 마음이 생겼어?"

나 "열심히 할게요!"


내가 생각해도 속물적이지만, 갑자기 의욕이 생긴 나는, 다시 데자이어와 대치한다.


나 (다만, 도대체 뭐 하는 녀석인지 모르니까...)


아까의 공격을 보면, 이 공간의 안전 리미터는 놈의 손에 의해 뚫려 있다.

그렇다면, 모의 전투 공간과 같이, 물리 공격이 통할 것이다.


나는 일단 가까이에 있었어 옷걸이를 데자이어에게 던져보다.

그녀의 몸을 둘러싼 고리가 반응해, 옷걸이를 튕겨내려 한다──.


팅!!


나 "우오오!?"


그뿐만이 아니다.

튕겨진 옷걸이는 정확하게 내 눈을 노리고, 스피드를 더해 날아온다.


루나 "마스터, 위험해요!"


순간 루나가 뛰어나와 나를 밀쳐낸다.

하지만 흉기로 변한 옷걸이는 루나의 어깨에 격돌. 루나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나 "루나, 괜찮아!?"


황급히 안아 일으키자 루나는 번쩍 눈을 뜬다.


루나 "T@07?p+D5......"


그러나 그 눈은 하늘만을 올려다 보았고 입에서는 알 수 없는 말이 흘러나왔다.


나 "루나!?"

시즈루 "데자이어의 공격에 당하면, 자신의 데이터가 버그를 일으키는 것 같네."

시즈루 "잘못하면 로그아웃 할 수 없게 돼. 조심해."

나 "그런 위험한 녀석과 싸우는 게 보충 수업이라고!?"

시즈루 "어머, 싸워야 할 이유는 늘어나는걸. 내버려 둬서, 일반인이 피해를 봐도 돼?"

나 "우......"


그건 그렇다.

SNS에 빠진 헤비코가 피해를 보지 말란 법이 없다.


루나 "마스터, 죄송합니다. 저 적의 공격은 위험한 것 같습니다."

나 '루나!'


품 안의 루나는 정신을 차리고 일어서서 나를 지키려 한다.


루나 "이번에는 리커버리 할 수 있었습니다만, 몇 번이나 당하면 망가져 버릴지도. 어떻게 싸울까요? 마스터.

나 "어떻게 싸울까라......"


그러나 상대의 정체를 모르는 이상 이렇다 할 작전은 짜기 어렵다.


나 (아니, 적도 그렇지만......)


'아르테미스'가 없는 루나가, 어떻게 싸울 수 있는 것인가.

그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걸 생각하고 있으면──.


데자이어 [====!]


데자이어가 포효하는가 하면, 주위 경치가 일그러지고 소용돌이를 일으키더니, 곧 블랙홀 같은 공간이 된다.


데자이어 [====]

나 "아무래도 천천히 작전을 짜고 있을 시간은 없는 것 같군."


일단 싸우면서 적과 루나의 능력을 지켜봐야 할까.


루나 "싸우는 거군요, 마스터" 

나 "그래, 가능한 한 공격받지 않도록 조심해."

루나 "네, 마스터."


나도 일어서서 루나와 함께 준비한다.

그러자 데자이어는 화답하듯 포효했다


END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대충 관종과 따봉충들이 인터넷 물 흐리고 다니는 게 개탄스럽다 듯한 내용.


에필로그는 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