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기대하고 있던 신형 시뮬레이터의 테스트 날이다.


Taiman Virtual Simulation Systems이라고 이름 붙여진 획기적인 것이다.


지금까지는 지하 훈련 시설에, 여러 장소의 입체 영상을 비추거나 비바람 등의 자연 현상을 기계적으로 재현해, 거기에 로봇을 병용 하거나, 실제로 자신의 신체를 움직이는 것으로 시뮬레이션 연습을 실시하고 있었다.

이것은 확실히 효과적이고, 나도 몇 번이고 신세를 졌다.


하지만 아무리 지하 훈련 시설이 도쿄돔 만한 넓이가 있다지만 그곳에서 재현할 수 있는 환경에는 한계가 있다.

TVSS는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 말 그대로 가상현실에 의한 유사체험이다.


뇌와 신호를 주고받음으로서 시뮬레이터가 만들어낸 가상세계를 의식째 파고든다는 SF 같은 얘기다.

아직 개발 도중이지만 학생 중 최초의 테스트 플레이어로 내가 뽑혔다는 것이다.


아사기 "후마, 준비됐니?"

나 "네, OK입니다."


테스트용 임시 좌석에 앉은 나는 대답했다.


유키카제 "머리에도, 몸에도 코드가 잔뜩 달라붙어 있는 게 바보같은 꼴이네."


부르지도 않았는데 여기에 온 유키카제가 싫은 소리를 한다.

확실히 뇌와 신호를 주고 받는 장치나 근전도를 재기 위한 센서니 뭐니로 온몸은 코드 투성이다.


나 "그렇게 말하지만, 본인이 하고 싶은 거잖아. 유감스럽게도 무리였지만."

유키카제 "으흐응─────."


유키카제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분한, 아니 부럽다는 표정을 하고 있다.

요컨대, 내가 지금부터 테스트하는 것은 궁극의 버추얼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게이머 Y-kaze X의 피가 끓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뇌격의 대마인은 전자기기와의 궁합이 나쁘다.


게다가 유키카제는 지금의 모의 실험 장치의 테스트 플레이로 장치를 고장냈다는 전과도 있다.

이번에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아사기 선생님에게 테스터를 기각당했다.


아사기 "테스트는 2시간 예정이야. 후마 네 주관으로는 며칠 쯤 되겠지만."

나 "꽤 기네요. 어떤 시뮬레이션이에요?"


아사기 "그건 직접 체험하고 나서의 즐거움. 기본적으로 도중에는 그만두지 않을 테니 그런 생각으로 잘 부탁해."

나 "알겠습니다."

유키카제 "나중에 제대로 감상을 들을 테니까."

나 "뭐, 기대하고 있어."


나는 피식 웃었다.


나 "돌아오면 내가 실은 우주 해적이거나 화성의 에이전트인 것이 판명되겠지, 하하하."

유키카제 "그럴 리 없잖아!"

아사기 "무슨 소리니?"

유키카제 "그런 이야기가 있어요. 아아 정말~~! 역시 내가 하고 싶어~~~!"


바둥거리는 유키카제를 곁눈질로 힐끔 본 뒤, 나는 눈을 감았다.


아사기 "포기하렴, 유키카제. 그럼 시작할게. 시뮬레이션 스타트."


그 소리가 들리는 순간, 나의 의식은 가라앉아 갔다.







광대한 우주가 펼쳐져 있다.

나는 거기를 날고 있었다.




지구를 떠나 화성, 목성, 토성, 더 앞으로.

태양계 제7의 행성, 천왕성



그 소위성 코델리아에 인공위성 도시가 조성되어 있다.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간다.

훌륭한 건물이 보인다.



나의 의식은 거기에 끌려가고──.


나 "......!"


문득 오감이 돌아왔을 때 나는 고귀해 보이는 두 여성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녀들은 이러쿵저러쿵 다투고 있다.



마야 "언니. 마야는 종자 따위 필요없어요. 더군다나, 평민이라니. 더욱 싫어요."

앨리시아 "안돼. 종자 정도는 부릴 줄도 알아야지."


처음 봤는데도 이상하게 그녀들을 알 수 있었다.

종자는 필요없다고 말한 사람은 마야 코델리아.


선대 코델리아 대공의 딸로 차기 대공이 되는 공주이다.

그걸 퇴짜 놓는 사람은 앨리시아 뷰스트룀.


마야의 사촌언니에 해당하는 인물로 코델리아 공국의 섭정과 군의 사령관을 겸하고 있는 공주다.

그리고 내가 지금 있는 곳은 천왕성의 위성 코델리아에 만들어진 인공도시.


이름도 코델리아 공국. 그 중에서도 대공궁(大公宮)이다.

그런 사실을, 마치 게임의 설명서를 미리 읽고 있던 것처럼 알 수 있었다.


분명 시뮬레이터가 최저한도의 필요한 지식을 주었을 것이다.


나 (그건 그렇고, 대단하네 이건......)


시뮬레이터가 만들어내는 가상세계, 그 압도적인 현장감에 경악한다.

진짜 나는 지하 훈련 시설에서 지금도 코드에 연결되어 있을 테지만, 도저히 그렇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눈 앞에 있는 공주 두 명이, 진짜 살아있는 인간처럼 있는 것 같다.


나 (하지만, 이런 시작을 할 줄이야. 마치 게임의 오프닝 같은데, 아사기 선생님의 취미인가?)


라고 생각하면서, 아름다운 공주님들을 더 잘 보려 하면,


마야 "무례한 놈! 누가 얼굴을 들어도 좋다고 했지!"


마야가 휙 날 노려봤다.


나 "앗, 네."


나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

상대는 공주님이고, 나는 평민인 것 같다.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으면 그야 무례하다는 소리를 듣겠지.

여기선 시뮬레이션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곤란하겠지.


마야 "언니, 이 자는 대체 뭡니까!? 적어도 좀 더 다른, 착실한 사람으로──내가 선택한 사람을 종자로 내어주세요."

앨리시아 "안돼. 그런 말을 하면서 지금까지 몇 명이나 되는 종자를 해고했을 텐데."

마야 "그건 그들이──."

앨리시아 "핑계는 듣지 않아."


반박하려는 마야에게 앨리시아가 딱 잘라 말한다.


앨리시아 "이 남자는 내가 마야를 위해 선택한 사람이야. 알겠어? 최소한 오늘부터 3일 동안, 이자와 함께할 것. 이건 명령이야."

마야 "으으~~~~~~~~~~."


마야는 분한 듯 신음하고 있었다.

하지만 앨리시아에게는 고개를 들 수 없는 듯, 마지못해 라는 느낌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마야 "얼굴을 드세요. 당신, 이름은?"


이름을 입력하세요, 란 건가. 뭐 평소와 같은 걸로 좋겠지.


저 "후마 코타로입니다."

마야 "후마? 이상한 이름이네. 상관없겠죠. 따라와요!"


마야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외면하며 성큼성큼 방을 나간다.

따라오라고 말하면서도, 따라오지 말라고 등으로 말하고 있다.


이게 첫 번째 선택지적인 장면인가?

자, 어떻게 할까.


앨리시아 "후마, 뭐하고 있지. 오늘부터 너는 마야의 종자다. 소임을 다하도록."


앨리시아가 나에게 명령했다.


지금 이야기로 보면 그녀가 직접 평민인 나를 마야의 종자로 선택했다는 설정 같다.

이제부터 시작이고, 여기선 그 흐름을 타야 하려나?


나 "분부대로."


나는 그리 대답하며 마야를 뒤쫓았다.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SF세계에서의 시뮬레이션이 시작된 것이었다.





나 "오오, 굉장해......"


대공궁 밖으로 나오자 장대한 풍경이 펼쳐졌다.

코델리아는 천왕성과 같은 이름의 위성을 핵으로 만든 인공도시다.


인간은 구형의 대지의 안쪽에 살고 있기 때문에, 멀리 나갈수록 지면이 올라간다.

그대로 바로 위를 보니 푸른 하늘과 구름을 통해 건너편 도시가 거꾸로 매달려 있다.


숲이 많아서인지 폐쇄적인 느낌은 들지 않고, 여러 곳에 밀집해 있는 빌딩이 모두 수백 m급으로 높다.

유달리 눈길을 끄는 것은 이들 빌딩보다 몇 배, 가로세로 몇 km는 될 것 같은 초거대 건물이다.


크고 작은 피라미드를 조합한 듯한, 지구에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토대 위에, 성과 빌딩이 올라가 있다.


나 "SF로군......"


픽션에서는 익숙한 광경이지만 직접 보면(실제로는 보지 않지만) 감격도 한층 더하다.


마야 "뭘 놀라고 있어요?"


입을 벌리고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던 나에게 마야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나 "이런 경치는, 지구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지라."


그 대답은 좀 의외였던 듯 마야는 거듭 되물었다.


마야 "지구? 당신은 지구에서 온 건가요?"

나 "네."

마야 "지구 어디?"

나 "일본이에요."


이 세계가 얼마나 미래의 설정인지 알 수 없어 대충 대답한다.


마야 "닛폰? 들어본 적 없네요."

마야 "그렇지, 지구 출신. 언니는 그래서 당신을 선택한 거려나요?"


마야는 혼잣말 했지만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물론 그러한 설정이겠지만, 그걸 말하면 끝장이지.


아무튼 뭔가 짐작이 가는 듯 마야는 똑바로 날 보고 이렇게 말했다.


마야 "인류의 발상지에는 저도 언젠가 가보고 싶어요."

마야 "당신도 지구에서 코델리아로 온 것은 여러가지 생각이 있어서겠죠."

마야 "하지만 언니에게 나의 종자로 뽑힌 이상, 긍지를 갖고 행동하기를 기대합니다."

나 "네."


종자답게 공손히 머리를 숙인다.


마야 "그럼 경치 구경은 나중에. 이동할 거에요."

나 "어디로 가십니까?"

마야 "학교에요."



코델리아 공립사관학교.


마야를 비롯한 코델리아의 귀족들이 많이 다니는 사관학교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것으로, 귀족들은 의무적으로 일정 기간 군복무를 해야 하는데, 이곳도 그 일종인 셈이다.


나는 초호화 리무진 에어카에 탑승해, 마야와 함께 이곳을 찾아왔다.


마야 "......"

학생 "마야님, 안녕하신가요."

마야 "안녕하세요, 윌리엄 씨."

교사 "코델리아 양, 안녕하세요."

마야 "안녕하세요, 다스톤 선생님."


등교한 마야에게 학생과 교사가 싹싹하게 인사를 건넨다.

거기에 차기 대공에 대한 아부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고 지극히 평범하게 사모받고 있는 인상이다.


마야도 자만하지 않고 기품을 유지하며 쾌활하게 응하고 있다.


나 "......"


나는 당당하게 걷는 마야의 뒤를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기분으로 따르고 있었다.

마야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듯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인 나는 당연히 모두의 주목을 받고 있어.


이윽고 그 중 한 명이 작심한 듯 마야에게 물었다.


여학생 "마야님, 안녕하신가요. 같이 오신 분은?"

마야 안녕하세요, 로자 씨. 그는 후마. 오늘부터 제 종자가 되었어요."

나 "......"


나는 일단 머리를 조아린다. 그녀는 놀라움과 호기심에 눈을 반짝인다.


여학생 "아, 마야님의 종자. 어느 집의 자제이신지?"

마야 "지구 출신 평민이에요. 언니가 제 종자로 발탁하셨죠."

여학생 "평민? 앨리시아님이?"


아째서 마야의 종자로 평민이?

그것도 앨리시아가 직접 선택했다니, 무슨 말이지?

도대체 누구야?


그런 느낌으로 그녀 뿐만 아니라, 주위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던 다른 학생들에게까지 자자하게 퍼진다.


마야 "저도 모르겠네요. 가요, 후마. 곧 수업이 시작됩니다."

나 "네."


내가 눈치챘으니 마야도 당연히 주위의 시선 변화를 알아차렸겠지.

하지만 그것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모습. 이 태도는 역시 공주님답군.


나도 최근에는 아니지만, 이상한 눈길로 보인 게 익숙하니까 여기서도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그렇다고 할까, 귀족 투성이의 학교에 이물질인 평민이 온다고 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엇인가 일어날 것 같은 이야기다.


앞으로의 전개를 기대하자.







마야 "수업 중에는 뒤로 물러나 있으세요. 볼일 있으면 부르죠."

나 "알겠습니다."


마야의 말을 듣고 나는 다른 학생들의 종자들과 마찬가지로 교실 뒤에 줄을 섰다.

다른 종자들은 역시 나름대로의 집안 출신인 것 같아서, 평민이라는 것이 알려진 나를 수상쩍게 볼 뿐 말을 걸지는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수업이 시작됐다.


인류가 우주로 진출하기 시작한 시대.


태양계 내에는 수많은 테라포밍 행성이 나타났고 인류의 판도는 태양계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우주공간으로의 인류의 진출은 당연히 인류사에 변천을 가져왔다.


지구를 고향으로 하지 않는 「우주인류」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증대, 그에 따르는 사상의 변화.

지금까지의 지구 중심주의를 시정하기 위해 각 식민행성의 주권을 인정한 우주연방정부가 출범한 것도 역사의 필연이었다.


인류의 재통합이 이루어진지 십수 년.

사람들의 노력과는 달리 과거의 권익에 집착하는 구인류와 우주인류의 대립은 뿌리 깊었다.


인류의 발상지, 지구를 품고, 그곳에 사는 사람에 의한 우주의 관리를 이상으로 하는 '네오 테라즈'.

행성 타이탄을 필두로 하는, 우주 콜로니 및 식민행성에 의한 자치를 목표로 하는 '뉴 솔라르'.


그리고 그에 이은 제3국으로 일컬어지는 『코델리아』


그것은 직경 56킬로, 태양계 최대의 요새형 인공 천체도시다.

지구 인구 65억 명, 타이탄 인구 12억 명에 비해 코델리아는 고작 353만 명.


그러나 천왕성의 핵에서 나오는 희소한 액체금속 우라노스를 원료로 하는 특수합금.

우주 전투에서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우라노스 합금장갑의 생산 가공 기술을 독점함으로서 코델리아는 급속히 힘을 키워 네오 테라즈와 뉴 솔라르 양쪽으로부터 위험시 되고 있었다.


나 (과연......)


1교시는 근대사였다.

그럴싸하게 이어 붙인 듯한 이 수업은 시뮬레이터의 조치일 것이다. 덕분에 이 세계의 개략을 알 수 있었다.


교사 "──그리하여, 코델리아를 군사 강국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된 특수 무기에 대해선, 누구에게 설명을 부탁할까?"

마야 "네!"


마야가 번쩍 손을 들었다.


교사 "또 누구 없나? 그럼 코델리아양."


마야 "장갑기입니다. 『코델리아 우주군에 보병을』이라는 전략사상 아래 개발됐습니다."

마야 "코델리아 주변에는 행성대(惑星帯)가 많이 존재합니다."

마야 "그 이점을 살리는 데 있어, 우주를 자유자재로 기동할 수 있는 보병 같은 무기가 요구되었습니다."

마야 "그러한 기술개발의 일등공신이 앨리시아 뷰스트룀, 현재의 군 사령장관입니다."

마야 "그녀는 길이 8m 남짓의 소형 기체에 연방군 우주함과 같은 중수소 핵융합로를 탑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마야 "나아가 그 기체에 우라노스 합금장갑을 달아 중형 전함의 주포와 맞먹는 병장도 갖추게 했습니다."

마야 "그리고 완성된 것이 장갑기입니다. 이것은 획기적인 기체였습니다."

마야 "데뷔전이 되는 목성 주역 군벌 소탕 작전에서는 언니 본인이 대장기의 파일럿으로 참전하여 무려──."


교사 "아차, 거기까지. 그만 됐어. 지금은 전사 수업도 아니고, 당신의 언니의 활약은 모두 알고 있으니까 말이야."

마야 "앗! 실례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그만......"


마야는 얼굴을 붉히며 자리에 앉았다.

이런 일이 자주 있는 듯 주위에서 호의적인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방금 전에는 기세를 탄 거지만, 마야는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있고 수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나 (성실한 공주님이로군......)


첫 수업은 아무 일 없이 끝났다.


마야 "......"


쉬는 시간이 되어 마야가 얼른 자리를 떴다.

어디론가 가는 것 같다. 나는 아무 말도 듣지 않았지만 따라가야 할 것이다. 종자이고.


눈치 빠르게 뒤를 쫓자 마야는 휙 돌아보았다.


마야 "따라오지 않아도 되니 여기서 기다려요."

나 "그래도 종자니까요."

마야 "당신이 올 수 없는 곳으로 가는 거예요. 곧 돌아올 겁니다."

나 "그곳은?"

마야 "직접 말해야 알아요? 조금은 분위기로 살피세요."


마야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얼굴이 조금 빨개져 있다.

아......화장실인가?


그야 따라오면 싫지.


저 "실례했습니다."

마야 "정말......"


마야는 툴툴거리며 교실을 나갔다.


나 "공주의 종자는 처음이란 말이야."


나도 모르게 그렇게 투덜대고 있는데 뒤에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귀족 "거기의 평민."


돌아보니 몇몇 남학생, 즉 귀족들이 종자를 데려오고 있었다.

나와 친구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는 것은 그 얼굴을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마야가 사라졌으니 이거 다행이라고 말을 걸어왔겠지.


귀족 "할 얘기가 있다."


귀족 중 한 사람이 턱을 치켜올리고 이쪽의 대답도 듣지 않고 교실을 나간다.

아무래도 이벤트 발생인 것 같다. 나는 부랴부랴 뒤를 쫓았다.


──그렇게 해서, 데려온 것이, 이 인적 없는 복도다.



귀족 "평민, 어떻게 대공가에 들어갔지?"


리더 격인 것 같은 남자, 아마 가장 지위가 높은 녀석이 입을 열었다.

금발벽안에 교만한 표정. 나쁜 귀족의 그림 같은 남자다.


나 "크크크......"


설마 이런 틀에 박힌 악역의 등장이라니. 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귀족 "뭐가 웃긴거냐!"

나 "마야님의 종자가 된 평민이 마음에 안드니까 굳이 린치를 가한다?"

나 "상대해 줄 테니, 덤벼 봐."


평소 같으면 이런 말 절대 안 하겠지만 이건 시뮬레이션.

주인공 기분으로 즐기지 않으면 아깝다.


귀족 "네놈!"


아니나 다를까 귀족과 그 추종자들은 격앙된 얼굴로 나를 덮쳤다.


***


상대는 6명. 귀족이 셋, 그 종자가 셋이다.


귀족 "그놈을 짓눌러라!"


제일 잘난 척하는 놈의 명령으로 일단 종자 세 명이 덤벼온다.


종자

「............」

「............」

「............」


분부대로 나를 억누르려는 것 같다.

그런 다음에 귀족들이 나를 린치하겠다는 계획인가?


물론 당해줄 의리는 없다.


나 "이얏!"


나는 팔을 잡으려던 한 사람의 손목을 거꾸로 잡아 합기도의 요령으로 뒤집었다.


종자 "크윽!!"


녀석은 재미있을 정도로 요란하게 허공을 날았고, 낙법도 전혀 취하지 못한 채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종자 "뭐야!?" "이 녀석!?"


놀라서 움직임이 멈춘 나머지 두 명을 한 명은 팔꿈치로, 다른 한 명은 턱을 손바닥으로 깨끗이 혼절시킨다.


귀족 "저항할 생각인가!!"


리더급 귀족이 눈을 부릅떴다.


나 "싸움을 건 그쪽이겠지."

귀족 "네 놈, 평민의 신분으로! 너희들, 빨리빨리 해라!!"

부하 귀족 "그, 그러나 디터님!" "이 녀석, 뭔가 장난 아닙니다!"

디터 "그게 뭔 상관이야!! 해라!! 하지 못할까!!"


겨우 이름을 안 디터님이 부하인 귀족 두 명을 부추긴다.


부하 귀족 "거기서 움직이지 마라!" "평민 주제에, 숙청해 주마!!"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귀족 두 명이 성큼성큼 다가온다.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 평민은 말을 듣는 줄 알 것이다.


나 "그러니까 입보다 먼저 손을 움직이라고."


나는 슬쩍 중간에 끼어들어 탁탁하고 두 사람을 후려쳤다.


부하 귀족 "욱!" "으윽!!"


어지간해선 봐줄 생각이었지만 난생 처음 얼굴을 맞은 두 사람은 이제 일어설 수 없다.


디터 "뭐, 설마......그런......"


나머지는 디터님 뿐이다.

일행 다섯 명이 순식간에 쓰러져, 창백한 얼굴로 벌벌 떨고 있다.


나 "왜 그래? 귀족은 혼자서는 평민과 상대도 할 수 없는 건가?"

디터 "네, 네, 네노옴!!"


물러설 수 없게 된 디터가 겨우 주먹을 치켜든다.

그저 가볍게 때리는 정도로 해둘까?


그런 생각을 했을 때.


마야 "그만!"


늠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귀신 같은 형상의 마야가 서 있었다.


디터 "마 마야님......"

마야 "......"


마야는 디터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짜아악!!

그 뺨을 화끈하게 때렸다.


오오, 대박.


마야 "내 종자가 못마땅하면 나한테 직접 말하세요."

마야 "뒤에서 이런 짓이나 하다니. 창피한 줄 알아라!"

디터 "으으으......"


디터와 다른 귀족들은 맥없이 도망가려 한다.


마야 "그들을 두고 갈 생각입니까! 당신들의 종자일 텐데요!"


마야에게 더욱 질책을 받고 세 사람은 기절한 종자를 안고 떠났다.

역시 공주님. 박력이 대단하다.


그렇게 감탄하고 있었더니


마야 "후마!!"


마야가 나를 째려봤다.

그들에게 향한 것보다 더 무서운 표정을 하고 있다.


마야 "당신은 뭐하고 있어요! 누가 그런 짓을 하라고 했나요!

나 "싫지만, 튀어도 불똥은 털어야죠......"

마야 "입 다무세요!"

나 "......."


나는 나도 모르게 목을 움츠리고 만다.


마야 "저는 오늘 아침, 당신에게 자부심을 가지고 행동하라고 했을 거에요."

마야 "자신에게 닥친 불똥을 털겠다. 그건 좋아요. 용서하겠습니다."

마야 "하지만 아까의 당신은 이미 전의를 상실한 상대를 무익하게 도발하고 있었어요."

마야 "그런 꼴사나운 행동은 당신을 선택해준 언니, 그리고 이 나뿐만이 아니라."

마야 "당신 자신의 자존심도 더럽히는 줄 아세요!"

나 "네, 넷......"


나는 고개를 숙이고 만다.

확실히 게임 기분으로 약간 신이 났다.


아무리 시뮬레이션이라고 해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성실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조금 반성하자.


마야 "그래도 혼자서 적과 맞선 건 칭찬해요."

마야 "그나마 소양은 있나 봐요. 그렇지 않고서 나의 종자는 못 합니다."

마야 "나의 종자라는 것. 그 의미를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알겠나요, 후마."

나 "네."


나는 시뮬레이션 상의 가상 인격이 아닌, 살아있는 진짜 공주님에게 말할 생각으로 대답했다.





그날 밤.


나는 앨리시아의 부름을 받고 오늘 일어난 일을 보고하고 있었다.


앨리시아 "후후. 아무래도 첫날은 무사히 보낸 것 같군."


내 말을 듣고 앨리시아는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았다.


나 "아뇨. 죄송스럽게도 마야님께 혼났습니다."

앨리시아 "하찮은 짓을 해 온 패거리가 아닌가. 코델리아도 굳건한 건 아니니까. 그런 놈들은 짓밟는 게 당연. 탓하지는 않는다."

앨리시아 "네가 하루만에 마야의 종자에서 해고당하지 않은 걸 말하는 거다."

나 "지금까지 그렇게 종자를 잘라온 겁니까?"


앨리시아 "마야는 다른 건 잘 듣지만 사람의 취향에는 까다로우니까."

앨리시아 "널 꾸짖었다는 건 너한테 기대, 아니 적어도 흥미를 가졌다는 의미지."

나 "그럴까요?"

앨리시아 "그렇겠지?"

앨리시아 "아무리 트집을 잡아 왔다고는 하지만 귀족을 아무렇지도 않게 때려눕히는 평민들은 별로 없으니까."

앨리시아 "나도 너한테는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하지, 후마."

나 "알겠습니다."


나는 만족한 듯한 앨리시아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1일째의 행동 선택은 이것으로 잘 된 것일까, 라고 아직 조금 게임 기분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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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전형적인 갓세계물......까지는 아니고.

리리스는 틀딱이니까, 제로의 사역마 느낌.


갓세계물이라 해도 요즘은 시작부터 귀족이랑 맞짱깐다는 전개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