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미래의 세계 코델리아에서의 이틀째다.

나는 적당히 받은 방에서 상쾌하게 눈을 떴다.

종자를 위한 방이라고 하지만 본래의 내 방보다 훌륭하다.


나 "시뮬레이션이니까 일부러 자는 것도 이상하지만."


하지만 어제 하루 가상공간에서 돌아다니는 바람에 몸은 확실히 피곤했고, 밤에는 잠도 제대로 잘 수 있어 눈을 뜨니 이렇게 피로도 풀렸다.

게다가 시계를 보면 아침 6시. 평소와 달리 늦잠을 자지 않고 있다.


어제밤, 6시 반에 방으로 와달라고 마야가 말한 것에 딱 맞는다.


나 "역시 시뮬레이션. 형편이 좋네."


현실이라면 이 시간에 일어날 수 없을테지.

참고로 코델리아 시간도 24시간제로 아침과 점심은 인공 태양광으로 만들어졌다.


창밖을 보니 지구와는 좀 다른 방향으로, 역시 좀 다른 아침 해가 보이고 있었다.


나 "그럼 공주를 깨우러 갈까?"


나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몸단장을 시작했다.



천사나 악마의 조각상이 장식된 복도를 지나 마야의 방으로 향한다.

이 대공궁은 지구 모나코에 있는 그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들었다.


확실히 극히 평범한 유럽의 저택풍으로 바깥과 같은 SF감은 별로 느끼지 않는다.

SF 느낌을 못 느끼는 건, 이곳의 의식주도 그렇다.


반짝이는 옷을 입는 것도 아니고 이상한 페이스트의 식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캡슐 안에서 자는 것도 아니다.

단지 어제의 수업으로 알았지만, 이 세계에는 우주전함과 거대 로봇이 평범하게 존재하는 것 같다.


꼭 보고 싶은데, 그런 이벤트는 벌어질까.

그런 기대를 하며 마야의 방문을 두드린다.


마야 "누구세요?"


자고 일어난 것을 느끼게 하지 않는, 명확한 목소리가 되돌아 왔다.


나 "후마입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마야 "안녕하신지, 후마. 시간은 정확해요. 잘 했어요."

나 "예."


아직 몸단장을 하는 중이었겠지.

여성이 그러는데 수고가 드는 것은 현실의 사쿠라로 익숙하다.


말한대로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마야 "꺄아아아악!!"


귀청을 찢는 듯한 비명이 들렸다.


나 "!?"


이것은 이벤트 발생!?

아니, 공주님 위기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거기서 보인 것은──.


마야 "꺄아아악!! 꺄아아악!!"



테이블 위에서 춤추는 마야의 모습이었다.

그것도 속옷만 입고.


나 "엣!?"

마야 "아앗, 후마!! 버, 버, 벌레가 저기에!!"


마야가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벽을 가리켰다.


나 "벌레?"


그쪽을 돌아본다.

바삭바삭 바삭바삭──.


나 "아......"


예의 '검은 녀석'이 움직이고 있었다.


나 "하아, 이런 것까지 있는 거냐."


약간 감탄했다.

분명 아무리 미래가 되어도 이 녀석은 튀어나올 테지.


그게 리얼이라는 것이니.

하지 마라, 시뮬레이터.


마야 "무, 무슨 소리에요!! 빨리 잡아요! 빨리!!"


테이블 위에서 비틀거리며 마야가 팔을 휘두르고 있다.


나 "네......음, 뭔가 찌부러뜨릴 만한 것들이......이 잡지는 괜찮을까요?"


놓여 있던 잡지를 손에 들다.


마야 "뭐든 상관없으니까 빨리 해!!"

나 "네이네이"


나는 잡지를 구겨 벽에 슬슬 다가가,


바삭바삭 바삭바삭──빠직!!


검은 녀석을 일격에 때려 부쉈다.

오차마을은 깡촌이고, 우리 집은 오래된 집이라서 현실에서도 이 녀석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리고 토키코와 사쿠라도 싫어하기 때문에 퇴치하는 것은 언제나 내 몫.

익숙한 일이다.


나 "저어......뒤처리는?"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클리너 로봇이 번쩍 나타나 벌레를 치우고 벽의 더러움을 청소하고 있었다.

시험 삼아 더 이상 읽을 수 없게 된 잡지를 내던지자 그것도 처분해 주었다. 편리하네.


나 "이제 괜찮아요."

마야 "그래요......후우."


마야는 한숨을 내쉬며 테이블에서 내려왔다.


마야 "나는 그게 너무 싫어요. 도움을 받았네요."

나 "저어, 그건 좋은데, 그 뭐라도 걸치든지 하는게......"


나는 일단 신경써서 눈을 돌리며 지적했다.

잊은 것 같지만 속옷차림이니까.


게다가 초미니 검정. 의외로 대담한 녀석이다.

저런 거 입는구나, 마야님.


마야 "에......?"

마야 "꺄아아아악!!"


보이진 않지만 얼굴이 확 빨개진 것 같다.

그리고,


마야 "이 발칙한 놈!!!"


깡──☆






마야 "안녕하세요, 언니."

앨리시아 "안녕, 마야. 후마, 그 얼굴은 어떻게 된 거지?"

나 "......"

마야 "아무것도 아니에요!"


나 대신 마야가 대답한다.

얻어맞은 내 볼만큼이나 마야의 얼굴도 아직 조금 붉다.


앨리시아 "......?"


앨리시아는 의아한 듯 우리들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히죽 웃었다.


앨리시아 "후마, 생각보다 대담하군. 세상에 마야에게 그런 짓을 하다니."

나 "네......?"

마야 "뭐얏!?"

앨리시아 "하지만 그 얼굴을 보니 실패한 것 같군. 마야에게 살해당하지 않은 게 다행이야."

마야 "무슨 소리에요! 언니가 상상한 것과 같은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앨리시아는 농담하는 건 나도 알지만 마야는 발끈해서 대꾸한다.


앨리시아 "그렇다는데, 후마?"

마야 "왜 저 말고 후마한테 물어봐요!?"

앨리시아 "그 무서운 얼굴로는 솔직히 대답해 줄 것 같지 않아서. 후마, 무슨 일이 있었어?

나 "실은──."


아까 있었던 사건에 대해서 얘기했다.


앨리시아 "앗하하하하."

마야 "~~~~~~~."


도중부터 웃기 시작한 앨리시아에게 마야는 인상을 찡그린다.


앨리시아 "잘했어, 후마. 네가 뛰어들지 않았더라면 큰일날 뻔했어."

앨리시아 "전에 벌레가 나왔을 때는 방에서 레이저 건을 쏴서 벽을 구멍투성이로 만들었거든."

나 "정말요?"

앨리시아 "믿을 수 없겠지만 사실이야."

마야 "그건 한 번 뿐이에요!"

앨리시아 "한 번이면 충분해."

마야 "으으~~~~~~."


마야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학교에서의 늠름한 모습과는 다른 사람 같다.


이 공주님, 앨리시아 앞에서는 아무래도 어린애처럼 변하는 것 같다.

그건 그것대로 귀엽지만.


앨리시아 "후마도 마야의 속옷 차림을 볼 수 있어 좋았겠지. 그 뺨은 포상으로 알아둬라."

나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대답한 나를 마야가 날카롭게 노려본다.


마야 "후마!! 뭐가 그렇게 하겠습니다, 에요! 아까 전에 잊어버리라고 했잖아요!"

마야 "나의 그 모습은 잊어! 이건 명령이에요!"


그런 말을 들어도.


앨리시아 "마야, 아무리 주인이라도 그건 무리야. 그렇지, 후마?"

나 "그건......"

마야 "대답 안 해도 돼요! 정말! 언니는 심술궂어!"

앨리시아 "하하하!"


앨리시아는 유쾌한 듯, 마야는 툴툴거리며 식탁에 앉았다.

종자인 나는 식사는 따로 하기 때문에 식당 가장자리에 대기하고 있다.


나 (그렇다고 해도......)


이 약속된 이벤트는 아사기 선생님의 프로그램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사쿠라 선생님이 관련되어 있는 것일까. 있을 법한 이야기다.


나 (그래도, 좋은 것을 볼 수 있었어......)

마야 "후마!! 그 얼굴은 뭐에요! 정신 차려!"

나 "아, 넵. 실례했습니다."

앨리시아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애써 표정관리 하는 나를 보고 앨리시아가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마야 "~~~~~~~."


마야는 다시 벌레 씹은 듯한 표정이 되었다.

둘째 날은 그런 느낌으로 시작했다.





오늘도 마야에게 이끌려 학교에 간다.

최고급 리무진 에어카에서 내리자 등교길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마야가 아닌 나를 보고 있다.

어제 세 귀족을 때려눕힌 일은 학교 전체에 알려진 모양이다.


다들 소곤소곤 뭔가 얘기하고 있다.

말하는 내용은 모르겠지만, 저 얼굴로 봐서는 호의적이지 않은 것 같다.


그럴 만도 하지만.


마야 "후마, 신경 쓸 것 없어요. 떠들고 싶어하는 자는 방치하면 되니까."


마야는 의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야 "입만 잘 놀리는 자는 어디에나 있어요. 제 주변도 그래요. 일일이 신경 쓰다 보면 몸이 못 견디죠."

나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익숙하니까 괜찮아요."

마야 "그래요?"

나 "예에, 뭐. 저도 여러가지 있거든요."

마야 "......."


마야는 몇 마디 말을 더듬었지만 이런저런 건 물어보지도 않고 대신 이렇게 말해왔다.


마야 "아침의 건은 사과할게요. 당신은 나를 도우려고 했을 뿐이니."

마야 "그냥 저도, 뜬금없어서 창피했어요. 미안해요."

나 "괜찮아요. 흔한 해프닝이니까."

마야 "흔해서 좋을 게 아니겠지만, 당신의 마음 씀씀이에는 감사해요. 그럼 갑시다."

나 "네."


마야는 오늘도 당당하게 학교로 향했고 나도 어제보다는 확실히 그 뒤를 따랐다.


그렇게 기합을 넣어 수업에 도전했지만,



교사 "에-시각 t=t에 있어 속도 V로 이동하고 있는 질량 m의 위상 에너지 비상체가."

교사 "시각 t=t+Δt에 있어 추진제를 Δm만 빠른 u로 방출하고..."

나 "후아......"


나는 하품을 참았다.

앞에서 교사가 어려운운 말을 우물우물 지껄이고 있다.


분명 우주 물리학 수업이었을 것이지만, 내 귀에는 마치 불경 같았다.

이곳 역사와 달리 흥미가 없는데다 들어보지도 못한 용어와 수식이 난무해 요컨대 횡설수설이다.


교사 "여기서 위상 변환 효율을 σ이라고 가정하면, 음~~, 누군가 계산할 수 있는 사람은?"

마야 "네."


오, 또 공주가 손을 들고 있다.

정말로......공부 열심이구나.


마야 "......"


칠판에......뭔가......쓰고 있다.

뭔지 모르겠지만......수식이다.


바삭바삭, 바삭바삭바삭.

좋은 소리다.


이런 미래인데......분필이라니.

하하......재미있네......


***


마야 "후마! 일어나!"

나 "헉!!"


호통 소리에 움찔해서 눈을 뜨면,


마야 "~~~~~~~~~!!"

나 "에? 마야님!?"

마야 "마야님이 아니야!!"


무서운 얼굴로 내 앞에 서 있다.


아뿔싸. 자버렸나!?

지루한 수업 때문일까?

현실과 달리 무리하게 일찍 일어난 탓일까?


벽에 기대어 졸다가 수업이 끝난 것 같다.

그래서 공주한테 들켰다고.


마야 "종자인 당신이 졸고 있다니, 무슨 짓이에요!"

나 "네, 넵!"

마야 "주변을 신경 쓸 것 없다고 했지만, 당신 배짱이 두둑하네요!"

마야 "너무 절 망신시키지 말라고요!"

나 "시, 실례했습니다."


나는 스스로 내 뺨을 탁탁 두들기며 멍한 머리를 깨운다.


마야 "이제 깼어요?"

나 "네, 네!"

마야 "그럼 가겠어요!"


마야는 교실을 스르르 빠져나간다.


나 "네? 어디로?"

마야 "다음 수업인 게 당연하잖아요. 다음에 자면 용서 안 할 테니까요!"

나 "네!"


나는 황급히 공주의 뒤를 쫓았다.






그리고 데려온 곳이 이 방이다.

지금까지 중 가장 SF틱한 기계가 늘어서 있다.


입구에는 연습실이 있었다.


추측컨대 컴퓨터를 사용한 시뮬레이션 연습을 하기 위한 방일 것이다.

오차학원에도 비슷한 게 있지만 역시 SF세계, 더 미래적이다.


나 "헤~~~~~~~."


놀래고 있는 나를 보고 마야가 살짝 웃으며 물어본다.


마야 "아이 같은 반응이네요. 후마는 이런 시설을 처음 보는 건가요?"

나 "현지에도 비슷한 것은 있었지만, 이 정도 것은 처음입니다."

마야 "그래요? 이곳은 각종 전투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는 연습실이에요."

나 "아까 그 교실과는 느낌이 다르군요. 마치 우주전함 안 같아요."

마야 "날카롭네요. 이곳은 표준 우주전함의 작전실을 본떠 만들어졌어요. 이유를 알겠나요?"

나 "아──그렇구나. 즉, 장래에 사용하게 될 시스템에 학생 때부터 익숙하게 하기 위해서군요."

마야 "맞아요."

나 "전투 시뮬레이션이라. 재미있을 것 같네요."

마야 "네, 저는 여기서의 연습을 항상 기대한답니다."


디터 "종자와의 즐거운 이야기 중에 실례하겠습니다. 마야님, 제 상대를 해 주시겠습니까?"


일부러 불쾌감 주며 얽혀온 것은 내가 어제 혼내 준 귀족인 디터와 그 추종자들이다.

아무래도 복수전을 하러 온 것 같다. 그것도 내가 아닌 마야에게.


마야 "......"


공주는 분명 기분이 상한 눈치였지만,


마야 "좋죠. 상대 해드리겠습니다. 한꺼번에 덤비세요."

디터 "호? 1 : 3의 싸움을 원하십니까?"

마야 "물론, 1 : 1 승부라도 상관없어요. 지금까지의 나와 당신의 전적을 생각하면, 나에게 단신으로 도전하는 그 만용에 경탄하겠습니다만."


마야는 우아하게 상대를 비꼬았다.

역시 진짜 공주님이 하면 박력이 엄청나다.


디터 "큭, 좋습니다. 나중에 후회하지 마시길!"


말로만 하는 전초전은 마야가 이기는 것 같다.

하긴 그녀의 성격을 읽고 처음부터 1 : 3을 노리고 있었던 것 같기도 했지만.


어쨌든 디터는 추종자 두 명을 데리고 마야의 건너편 단말기에 진을 쳤다.


디터 "우리와 마야님의 3 : 1. 그 이외는 시뮬레이터에 의한 랜덤 설정이라도 상관없지요?"

마야 "바라는 바에요."


마야가 대답했고 연습 시뮬레이터에 의해 전투 설정이 결정됐다.



장소는 지구. 어느 고성이 무대다.

디터네가 공격측. 마야가 방어측이다.


전투 개시 때의 상황은 이렇다.


마야가 이끄는 보병부대는 수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디터네의 보병부대에 쫓겨 고성에서 농성하고 있다.

디터네는 이미 고성을 포위하고 내부로 침입하려 하고 있다.


제한시간 내에 고성의 중추까지 침입하면 디터는 승리, 마야는 패배.

반대로 제한시간 동안 지키면 구원부대가 나타나 마야의 승리로 디터는 패배하게 된다.


마야에게는 고성 탈출에 성공해 적의 추격을 뿌리치는 방법도 있지만, 적의 수가 이쪽의 3배임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농성이 최선일 것이다.

전략의 기본 『공자 3배의 원칙』으로 볼때 수비를 굳히면 적의 3분의 1이라도 막상막하로 싸울 수 있다.


물론, 실제로는 각종 조건으로 인해 이 비율이 크게 변화하고, 이쪽은 지휘하는 쪽이 마야 한 명, 저쪽은 3명이어서 불리하다.


마야 "보병들의 지상 농성전인가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디터 "장기인 장갑기 기동전이 아니어서 유감이겠네요, 마야님."

마야 "당신이 지상전을 잘 한다는 말도 못 들었는데요, 디터."

디터 "하지만 수는 곧 힘. 지금부터 그걸 보여드리지요."

마야 "기대할게요."


시뮬레이션 훈련이 시작됐다.


디터 "나는 정문을 공격한다. 너희는 뒷문과 측면을 쳐라."

부하 귀족1 "알겠습니다, 디터님."

부하 귀족2 "누가 먼저 문을 깰지 경쟁하죠."

디터 "좋다. 상대가 마야님이라 해도 사양하지 마!"


마야 "3곳에서 일제 공격? 그렇게 두지 않습니다."


전투가 개시되었다.

적은 고지식하게 부대를 셋으로 나누어 한 명씩 부대를 이끌고 세 성문을 동시에 공격해 온다.


당연히 마야는 각지에 군사를 보내 적의 요격에 나섰다.

나는 그 마야의 지휘 태도와 대형 모니터에 하나하나 표시되어 있는 전황의 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역시 우등생답게 이론에 입각한 견실한 지휘다.

하지만 역시 3 : 1이라 세세한 부분에서 선수를 빼앗기고 있다.


수적으로 앞선 귀족들이 서로 협조하지 않고 각자 다른 곳에서 마음대로 공격을 가하며, 더군다나 누가 먼저 문을 깨느냐고 경쟁을 벌이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어서 어떻게든 대처할 수 있다는 느낌이다.


마야 "~~~~~~~!"


마야도 그걸 알고 있는 듯 얼굴에 점점 짜증이 일고 있다.


디터 "적은 방어전만 고집하고 있어. 이대로 밀어내!"

추종자들 "옛!!" "맡겨주시길!"

마야 "아아 정말! 여기저기서 귀찮게!"

디터 "마야님, 그쪽의 종자에게 도움을 청하는 게 어떨까요?"

디터 "신체를 움직이는 것만이 장점인 평민이 군사를 지휘할 수 있다면 말입니다만, 크큭."

마야 "입 다무세요!!"


큰일났네, 바보의 도발을 타고 지휘가 이상해지고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아무 생각 없이, 수만 많은 적의 기세에 눌리고 말 것이다.


나 "마야님, 잠깐 괜찮겠습니까?"

마야 "뭔가요!?"

나 "저쪽이 그럴 생각이라면──."


나는 마야의 귓가에 속삭였다.

몸을 움직이는 것만이 장점이라고 해 좀 화가 난 것이다.

정말로 그것만이 장점이라면, 대마인으로서 이렇게 고생하고 있지 않다.


마야 "나보고 그런 방법을 쓰라고?"


마야는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생각한 계책은 그녀의 취향에는 맞지 않았던 것 같다.


나 "지휘관이 미학에 집착하면 부하가 죽게 됩니다."

나 "이것은 단순한 시뮬레이션입니다만, 거기까지 생각해 봐야만 하는 연습이겠지요?"

마야 "잘난 듯 말하는군요, 후마."


마야가 무서운 목소리를 냈다.

내가 말하는 대로 화가 난 것 같다.


그러나 그녀는 계속해서 이렇게 말했다.


마야 "좋아요. 해봐요."

나 "알겠습니다."


나는 마야 옆의 콘솔에 앉았다.

지금까지 뒤에서 보고 있어서 대강의 조작은 알고 있다.


디터 "이런이런, 마야님 진심인가요? 그럼 평민 따위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지켜봐 드리죠."

나 "저는 뒷문의 부대를 맡겠습니다."

마야 "......부탁해요."


내가 발설한 것은 고의다.

귀족들에게 들려주기 위해서였다.


뒷문은 원래 가장 방어력이 낮다.

그곳의 방어를 내가 담당한다는 것을 알고 적의 공격이 눈에 띄게 변화했다.


지금까지 세 곳을 동시에 공격하고 있던 패거리가 일제히 뒷문으로 모여들었다.

그 의도는 뻔하다.


건방진 평민인 내가 지키고 있는 문을 부수고 마야에게 창피를 주려는 것이다.

실제 수적으로 우세한 적의 기세는 엄청나고, 나도 어깨 너머로 배운 조작을 하고 있어 도저히 대처할 수 없다.


디터 "뭐냐 이 꼴은. 역시 평민 따위가 나섰기 때문인가!!"

나 "우왓, 빌어먹을! 이런 건 억누를 수 없는데!!"


모처럼이니까 그런 대사도 내뱉어 주겠다.


마야 "......"


마야가 약간 어이없다는 듯이 날 보았다.

"그렇게까지 하는 거에요?"라는 표정이다.


나는 마야에게만 보이게 수신호를 보낸다.


마야 "후마!! 뭐, 뭐하고 있는 거에요!"


마야가 나를 나무란다.

좀 어색한 말투였지만/


디터 "마야님!! 그런 평민을 믿었던 게 실수인 겁니다!!"


디터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이때다라는 듯이 병력을 대량으로 집중시켰고,


나 "우와아아악!!"


내가 지키는 뒷문은 깨끗이 적의 압력에 밀려 깨지고 말았다.


성안으로 적병이 우르르 몰려왔다.

보통 이쯤이면 끝장이지만,


디터 "너희들 방해다!! 물러나라!!"

부하 귀족 "무리입니다. 움직일 수 없어요!!" "길이 너무 좁아요!!"


그래, 뒷문으로 들어가는 진입로는 좁다.

이만한 수의 군사가 한꺼번에 돌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적은 제휴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뒷문 부근에서 대부대가 눈가림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부하 귀족 "디터님! 적이!!"

디터 "뭣이!?"

마야 "......"


오합지졸이 된 적 앞에 즐비한 마야의 군사들이 나타났다.

이런 걸 예상하고 부대를 몰래 이동시킨 것이다.


나 "말한 대로 되었지요?"

마야 "기가 막히네요."

나 "어느 쪽이?"

마야 "둘 다요."


나 "상대를 끌어들이는 방법이야 여러가지 있습니다만, 이쪽을 얕잡아 보는 상대의 의도대로 움직여 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디터 "네놈, 설마 일부러!"

나 "평민의 잔꾀에요. 처음이라 조작도 잘 안 되고, 죄송합니다, 디터님."

디터 "네노오오오옴!!"

마야 "하아......쏴요."


마야는 한숨을 내쉬며 일제 공격을 명령했다.


옴짝달싹 못하는 적은 제대로 된 저항도 못하고 줄줄이 쓰러지고 패주한다.

일부러 돌파당한 성문도 다시 닫혔다.


적은 주전력을 잃었고 효과적인 공격을 펼치지 못해 제한 시간을 넘겨 패배했다.

마야의 승리다.


디터 "빌어먹을!"

디터 "마야님! 그런 평민의 감언에 따르다니, 실망했습니다!"


디터는 알기 쉬운 억지를 부리며 오늘도 또 맥없이 떠나갔다.


나 "마야님, 해냈네요."

마야 "......"


이겼는데도 마야는 시무룩했다.

디터의 막말이 신경 쓰이는 것일까.


나 "떠들고 싶어하는 자는 방치하면 된다 그랬죠?

마야 "네, 맞아요. 그런 어리석은 사람이 하는 말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나 "그럼 왜 그래요?"

마야 "말하고 싶지 않아요. 후마는 정말 건방진 평민이군요! 흥!


마야는 토라진 듯 고개를 돌려 연습실을 나가려 한다.

나는 당연히 그 뒤를 쫓는다.


마야 "따라오지 마세요!

나 "그래도 종자인걸요."

마야 "으────."

나 "또 화장실인가요?"

마야 "아니에요! 아아 진짜! 종자라면 잠자코 따라와요!"


나는 왠지 투덜거리는 마야를 잠자코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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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의 최고 명문가 막내를 대놓고 무시하는 귀족들.

미래의 국가원수에게 대놓고 시비거는 귀족들.


역시 리리스의 사역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