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지하 깊숙이 존재하는 도시 요미하라.


고급 클럽 『흑장미』에는 오늘 밤도 우아한 한때를 즐기는 손님들과 미녀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흑장미는 카오루의 스탠스이기도 한 중립적인 입지를 지키고 있어, 어둠의 사회에서의 사교장으로서도 중요시 여겨진다.


여기에 미녀들과 극상의 술이 따라와 신사들의 원활한 교류에 일조하고 있었다.


그런 흑장미의 일각.



단골손님 "그러니까 말야, 나는 그......기업을 팔아버려서......그걸로 큰 이득을 취했거든......"

아스타로트 "흐응. 그래, 그래서?"


단골손님인 야마시타 사장 옆에 앉아있는 건 "옥염의 여왕" 아스타로트.


호스티스 흉내를 내고 있지만, 그 태도는 건방짐 그 자체.


야마시타 사장의 자랑을 전혀 흥미 없다는 듯 흘려 듣고 있다.


단골손님 "ㄱ, 그래서라니, 엄청 벌었어. 아마 이 클럽도 몇 개나 살 수 있을 정도로......"

아스타로트 "네이네이, 잘난 척은 그쯤하면 됐어. 돈을 벌어서 뭐? 남자는 강함이 전부야."

단골손님 "ㅈ, 잘난 척......!?"

아스타로트 "그보다 더 독한 술을 마시고 싶어. 마그마처럼 목이 타는 술로 건배하자."

단골손님 "ㄷ, 또 부탁한다고!? 나는 이제 못 마실 것 같은데......"

아스타로트 "그럼 내 몫만. 약한 남자라면, 적어도 술 정도는 독한 걸 마시고 싶어."

단골손님 "에, 에엣......"


아스타로트의 파천황적인 접대에 야마시타 사장은 쩔쩔매고.



카오루 "아스타로트, 그쯤해둬. 야마시타 사장님은 품위있게 마시고 싶은 분이야."

단골손님 "카, 카오루 마마아~!!"


보다못한 카오루가 참견하자 야마시타 사장은 도와달라는 듯이 그 허리에 매달리려 한다.


단골손님 "이 애 미인인데, 나한테는 레벨이 조금 높은 거 아닐까~~!"

아스타로트 "당연하지. 당신 따위가 나를──."

카오루 "아스타로트! 이쪽으로."


다른 호스티스를 붙여 주라고 검은 옷에게 지시한 뒤, 카오루는 아스타로트를 카운터 안쪽으로 끌고 갔다.


아스타로트 "뭐야 카오루"

카오루 "그런 식으로 접객은 안 돼. 우리 가게에도 가게만의 특색이라는 게 있어."

아스타로트 "어머, 친구를 위해 공짜로 일해주는데 그 말투는 어떨까 싶은데?"

카오루 "친구라면 가게의 사정도 생각해 줬으면 하는데."


카오루는 한숨을 쉰다. 그러나 그 얼굴에는 말을 듣지 않는 언니나 여동생을 대하는 듯한 상냥함이 있었다.


아스타로트 "괜찮잖아. 한가하기도 하고. 하지만 뭐, 네가 말한다면 그만둘게."


아스타로트 또한 진심으로 카오루를 곤란하게 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가볍게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인 것 같다.


그때, 또 한 사람, 새로운 손님이 안내받았다.



도바시 곤자 "카오루 누님, VIP 비어있어? 당주님과의 약속──어이쿠, 작업 중인가?"


도바시 곤자. 일찍이 카오루의 가문이 섬기던 니샤 가문의 집사이자 당주인 가이자를 따르는 심복이다.


가이자 일당이 독립 세력이 된 후, 이곳 『흑장미』를 회합이나 정보 수집에 자주 이용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곤자는 미녀를 목표로, 가끔 용무가 없어도 얼굴을 비추곤 하지만.


곤자 "드문데, 카오루가 그렇게 다정한 담소를 나누고 있다니."

아스타로트 "카오루, 이 애는 누구야?"


곤자의 힘을 가늠하듯 아스타로트는 눈을 번뜩인다.


카오루 "도바시 곤자.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지인으로, 지금은 우리 가게를 자주 이용해 주는 단골손님이야."

곤자 "어디까지나 손님 중 한 사람인가. 조상 대대로의 인연인데 차갑구만."


카오루의 입장은 어디까지나 중립. 조상 대대로의 인연이라도 그것은 변하지 않는다. 곤자는 이런이런 하고 어깨를 으쓱거린다.


곤자 "그런데 그쪽 누님은? 척 봐도 보통내기가 아닌데?"

아스타로트 "우후후. 그냥 카오루의 친구야."

곤자 "카오루와 친구라는 시점에서 보통내기가 아니야. 도대체 무슨 인연이야?"

카오루 "조금 길어."

곤자 "뭔가 재미있는 사연이 있을 것 같군. 당주님이 오실 때까지 시간도 있으니까, 괜찮다면 들려줘."

카오루 "......그렇네, 가끔은 옛날 이야기도 괜찮을까. 저기 아스타로트?"


아스타로트에게 더 이상 접객을 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라고 카오루는 조용히 중얼거린다.


아스타로트 "좋아. 저쪽 아저씨보다는 이쪽 아저씨가 더 강할 것 같고."

곤자 "강할 것 같다가 아니라 정말 강해. 뭐, 여기서 싸우면 카오루에게 살해당하겠지만. 이번에는 잔잔하게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줘."

카오루 "그건 내가, 그래......네 당주님 정도의 나이였을 때였지."


라고, 카오루은 두 사람을 VIP석으로 안내하며 아스타로트와 친해진 계기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텟카인 카오루는 대마인으로 후우마 팔장의 일각, 니샤 가문의 하닌으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닌자로 엄하게 자라 아버지 반테츠와 함께 니샤, 나아가 후우마 가문을 섬겨 왔다.


하지만 자라면서, 사람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아버지의 방침에 의문을 품게 된다.


이윽고, 후우마 가문은 생각의 차이로 이가와를 비롯한 오차의 대마인들과 대립. 반란을 일으키고도 패배해 영락한다.


대마인끼리의 싸움에 진절머리가 난 카오루는 그것을 계기로 오차를 뛰쳐나와, 홀로 요미하라로 향했던 것이다.


클럽 『흑장미』의 전신이 되는 클럽.


지금은 다른 오너가 경영하고 있으며, 이름을 클럽 『벨라』라고 한다.



카오루 "방범 카메라......좋아. 버저도 이상 없어."


요미하라에 도착한 카오루은 그 가게에 경호원으로 고용되었다.


당시 요미하라는 지금보다 치안이 나빠, 강도와 절도단이 버젓이 발호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도 이 클럽에 강도단이 침입해, 카오루의 활약으로 간신히 격퇴한 참이다.


그런 이유로 카오루는 가게에 제일 먼저 나와, 개점 전에 보안을 체크하고 있었다.


오너 "카오루, 고생하고 있구만."

카오루 "안녕하세요, 오너. 지난번 강도 건도 있으니, 열심히 일해야죠."

오너 "그 성격 덕을 보고 있긴 하지. 이야, 팔크스도 좋은 아이를 데려왔구만."

오너 "솔직히, 이런 가녀린 여자아이에게 경호원을 맡길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오너 "꽤나 의지가 돼. 녀석의 안목은 확실하군! 앞으로도 기대할게! 와하하."

카오루 "네......"


오너에게 일하는 모습을 칭찬받고 카오루는 고개를 숙였다.


오너는 이 가게를 혼자 키워낸 수완가로, 그 주머니가 두터운 탓에 종업원은 물론 손님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여자들이 접객하는 가게이긴 하지만 주인을 만나러 오는 손님도 적지 않을 정도다.


카오루도 여자라면 창녀거나 노예라는 요미하라에서 경호원으로 자리잡아, 먹고 사는데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대우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오너 "요즘은 밤늦게까지 기술을 연마하고 있다면서, 기특해."

카오루 "감사합니다."


노골적으로 칭찬을 들어도 카오루는 단답하며 고개를 숙일 뿐.


오너는 그런 카오루에게 다가가 친근하게 어깨를 감싸 안았다.


오너 "자자, 그렇게 딱딱한 반응 하지 말고."

카오루 "......"


숨결이 느껴져, 카오루는 살짝 고개를 돌렸다. 오너 나름의 친밀함의 표현이겠지만 아무래도 거리가 가깝다.


오너 "경호원 같은 위험한 일 하지 않아도 이 몸의 애인이 되면 더 좋은 대우를 받을 텐데."

카오루 "네!?"


놀라서 더 굳어지는 카오루의 어깨를 오너는 덥석 끌어안았다.


카오루 "아뇨, 저는 그럴 생각은 전혀......"

오너 "뭐 수줍어 할 것 없어. 네 마음은 잘 아니까."


카오루 '곤란한데......뭔가 오해를 산 걸까? 이런 말을 꺼낼 분은 아니었는데......'


지금은 백전연마인 카오루도, 이때는 젊은 탓에 이런 문제는 서툴렀다.


오너 "눈치채지 못하고 쓸쓸하게 만들었군. 오늘 밤, 내 방으로 와. 몸도 마음도 부드럽게 해주마."

카오루 "ㅁ,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는데요."


카오루가 참지 못하고 오너를 뿌리치려 할 때, 가게 안쪽에서 간부로 보이는 남자가 부하를 데리고 나왔다.



팔크스 "그쯤해요 오너. 그 애는 창녀가 아니니까, 곤란해하잖아요."

오너 "ㅇ, 아아, 팔크스! 미안하구만."


오너는 그의 얼굴을 보자 민망한 듯 번쩍 손을 뗀다.


오너 "그렇지, 연애는 서두르면 안 돼. 카오루, 나는 언제든 기다리마."


오너는 카오루에게도 웃어 보이고 빠른 걸음으로 플로어를 나갔다.


팔크스 "오너도 참 곤란하군."

카오루 "감사합니다, 팔크스. 갑작스런 일이라,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몰라서......"

팔크스 "신경쓰지 마. 이 바닥에서는 흔한 일이니까. 오너도 내일이면 잊을지 모르지."

카오루 "......"

팔크스 "저런 곤란한 점도 있지만 오너의 안목은 확실해. 실력을 보여주면 제대로 보답할 거야."

팔크스 "나도 그래서, 이렇게 출세한 거야. 카오루도 열심히 해."

카오루 "네"


팔크스는 클럽의 넘버 투로, 가게 운영과 경비를 총괄하고 있다.


종업원이나 여자들로부터의 신뢰도 두텁고 싸움도 한가닥 해, 오너로부터도 신임을 사고 있다.


또, 카오루를 발탁해, 이 직업을 소개해 준 인물이기도 했다.


그때, 가게의 문이 열리고, 한 화려한 여성이 들어왔다.



아스타로트 "실례할게. 클럽 『벨라』가 여기려나."

팔크스 "그렇다만, 면접을 희밍하는 분이십니까?"


여자의 미모와 화려한 차림에 팔크스는 정중하게 물었다.


아스타로트 "난 아스타로트. 강한 녀석을 만나러 왔어."

팔크스 "네?"


당돌한 대답에, 팔크스도 무심코 되묻는다.


아스타로트 "나, 강한 남자를 찾고 있어. 지금 이 거리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벨라』의 경호원이라고 들었는데."


마계의 용암지대에 사는 아스타로트는 이 무렵부터 "자신보다 강한 남자"를 찾아 인간계에 출몰하고 있었다.


이날 요미하라를 찾은 그녀가 길가에 앉아 있던 남자에게 "가장 강한 남자는 누구냐"고 물었더니, 그 남자는 "그야 『벨라』의 경호원이겠지. 이 마을 제일의 강도단을 격퇴했다는 소문이 자자해."라고 대답한 것이다.


아스타로트 "......마을 제일의 강도단을 쓰러뜨린 녀석이 있다고 들었어."

팔크스 "아아, 그렇군. 바로 이름을 날렸나."

아스타로트 "그럼, 당신이?"

팔크스 "아니. 유감스럽게도, 강도단의 보스를 쓰러뜨린 건 남자가 아니야. 거기 있는 카오루지."

카오루 "......ㅈ, 저기......"

아스타로트 "뭐야......"


아스타로트는 어린 카오루의 모습을 보고 노골적으로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팔크스 "뭐, 그렇게 실망할 것 없어. 아직 발전 중이지만, 카오루는 확실히 강해."

아스타로트 "그래서 뭐? 아무리 강해도, 여자는......"

팔크스 "강자는 강자를 부르는 법. 카오루를 쓰러뜨려 이름을 떨치려는 자가 나타날지도 몰라."

팔크스 "그러니, 여기서 일해 보는 건 어때?"

카오루 "엣?"


아스타로트 "뭐어? 왜 그래야 하는데?"

팔크스 "카오루 근처에 있으면, 실력에 자신있는 자가 나타날지도 모르지."

팔크스 "가뜩이나 이 클럽은 매출을 노리는 강도들이 많이. 그 중에는 강한 놈도 있겠지."

아스타로트 "흠, 그런 거라면 좋아. 여기서 일할게. 그래서, 뭘 하면 되는 거지?"

팔크스 "뭐, 간단해. 예쁘게 차려입고, 술을 주문해, 즐겁게 수다를 떨면 돼."

팔크스 "그대로도 충분히 예쁘지만, 모처럼의 기회니 가게의 대여 드레스를 입어보도록 해. 카오루, 그녀에게 드레스를 찾아줘."

카오루 "ㄴ......네."


정말 언변이 좋다.

어느새인가 아스타로트를 호스티스로 스카웃 해버렸다.


카오루 "그럼 팔크스, 개점 준비는 맡기겠습니다. 음......아스타로트 씨, 죠? 의상실로 안내할 테니 따라와주세요."


그렇게 카오루는 아스타로트에게 드레스를 보여주기 위해 의상실로 향했다.


카오루 (드레스 고르는 센스 같은 건 자신 없지만......이 사람이라면 뭐든 어울릴 것 같아)


1시간 정도 후.


개점 시간을 맞아 기다렸다는 듯이 찾아오는 손님들을 팔크스가 맞이하고 있다.


팔크스 "어서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팔크스 "어서오십시오. 항상 감사합니다."

손님 "오늘은 못 본 애가 있는데. 엄청난 미인이군, 저 애는 신인인가?"

팔크스 "저 애라고 하면......"

손님 "저기, 지금 나온 쟤."

아스타로트 "......"


팔크스가 뒤돌아보니 드레스로 갈아입은 아스타로트가 카오루에게 이끌려 나왔다.


손님들 "오오......"


가만히 있으면 초미인 아스타로트.

차이나풍 드레스 차림인 그녀의 아름다움에 손님들이 술렁거린다.


카오루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옷을 갈아입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요."

팔크스 "역시, 잘 어울리는군. 카오루도 꽤 센스가 좋아."

카오루 "아니요......거의 본인이......그런데 오늘 오너는 안 나오시나요?"

팔크스 "글쎄, 아무것도 듣지 못했는데."


돈 관리에 까다로운 오너는 항상 개점과 폐점 때 직접 계산대에 선다.


그걸 알고 주인에게 인사하고자 개점 첫 손님으로 찾아오는 손님도 많다.


오늘도 그런 손님 몇 명이 계산대 주위를 둘러보며 두리번거린다.


그때 경비 중 한 사람이 달려왔다.


경비원 "팔크스 님! 큰일입니다! 오너가......방에서!!!"

팔크스 "뭣......바로 간다!! 카오루, 너도 와."

카오루 "네."


건물 깊숙한 곳에 있는 주인의 개인실.


일행이 달려가 보니 그 바닥에 주인이 벌렁 드러누워 있었다.


피는 흐르지 않지만 숨이 끊긴 것은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었다.


카오루 "......오너!!"

팔크스 "이게 뭔......"

팔크스 "모두, 부주의하게 만지지 마라. 방과 시신을 조사한다."


팔크스는 잠시 말을 잃다가 이내 모두를 제지하며 주의 깊게 현장을 확인하기 시작한다.


팔크스 "창문은 단단히 잠겨 있고, 오너에게 저항의 흔적은 없다. 그렇다면 내부자의 소행인가......"

팔크스 "응? 이건."

팔크스 "목에 사슬 자국이 있다. 교살당한 건가......사슬......카오루, 이 흔적은 네 사슬이 아닌가?"


팔크스가 주인의 목 부분에 불을 가까이 하자, 그곳에는 또렷한 쇠사슬 흔적이 있었다.


카오루 "네!? 전 죽이지 않았어요!"

팔크스 "하지만 지금 확인했다시피, 다른 외상은 없고 너에겐 알리바이도 없어."

팔크스 "그리고 너에게는 동기도 있다. 너는 오너에게 접대를 강요받고 있었지. 곤란해 하던 끝에......라고 하는 것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팔크스 "오너의 신뢰를 받던 너라면 경계하지 않고 다가갈 수도 있었을 테지."

카오루 "그런......"

아스타로트 "잠깐. 걔는 계속 나랑 같이 있었어."


뒤따라오던 아스타로트가 끼어들었다.


아스타로트 "살인 따위를 할 시간은 없어. 계속 드레스를 찾아주느라 바빴으니까."

팔크스 "......미안하지만 외부인의 증언은 신용이 부족하다."


팔크스는 날카로운 눈으로 아스타로트를 노려보았다.


팔크스 "예를 들어 너와 카오루이 처음부터 한패로, 살인을 위해 오늘 여기 나타났을 가능성도 있지."

카오루 "그런......!! 아무리 그래도, 그런 짓은 하지 않아요!"


카오루는 필사적으로 항의했지만 불리한 상황이다.


오너에게 강요받는 모습은 다른 경비들도 봤고, 무엇보다 이 쇠사슬 자국.

누군가가 카오루에게 누명을 씌우려 하고 있다.


팔크스 "모두, 카오루와 아스타로트를 구속해라."


경비들이 무기와 방패를 들고 아스타로트와 카오루를 에워싼다.


아스타로트 "뭐야, 아니라는데 이러쿵저러쿵 시끄럽게. 가게째 태워버릴까?"


아스타로트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손에서 불을 뿜어낸다.


카오루 "ㅈ, 잠깐, 그건 안돼! 도망갈 거야! 철쇄무진(鉄鎖無尽)!!!"


카오루는 무수한 쇠사슬을 만들어, 억지로 경비들 사이로 길을 터, 아스타로트의 팔을 잡아당겨 밖으로 뛰기 시작했다.


가게를 탈출한 두 사람은 요미하라의 혼잡 속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슬그머니 몸을 숨겼다.


주변에서는 아직 경비들이 두 사람을 찾고 있으리라.


카오루 "일단은 뿌리친 것 같네......"

아스타로트 "뭐야, 경비들이랑 싸울 기회였는데."

카오루 "당신, 불을 다루는 마족이었네. 요미하라에서 화재는 금제야."

아스타로트 "아, 그래. 그나저나 잘도 그렇게 많은 인원을 죽이지 않고 퇴로를 열었네."

카오루 "일단, 직장 동료들이니까. 상처 입히고 싶지 않았어."

카오루 "그래도 곤란하네. 나, 정말 죽이지 않았는데......"

아스타로트 "그건 잘 알고 있어."

카오루 "......고마워."

아스타로트 "뭐가 고맙다는 거야?"

카오루 "후후."


아스타로트는 카오루를 배려한 것도 아니고 단지 사실을 말했을 뿐.


그런 태연한 태도가, 지금의 카오루에게는 고마웠다.


아스타로트 "애당초, 오너는 어떤 놈이야? 살해당해도 어쩔 수 없는 놈?"

까오루 "설마. 오너는 어둠의 상인이지만 사람의 능력을 공정하게 평가해 주고 인망도 좋은 사람이었어."

카오루 "남녀노소, 종족으로 차별하는 것도 없고, 가게가 이렇게 번창한 것도 주인의 인품 때문이라고 생각해."

카오루 "갑자기 구애받은 것은 놀랐지만, 역시 그걸로 죽이지는 않아."

아스타로트 "흠. 그럼 저 팔크스라는 놈은?"

카오루 "저 사람은, 그 클럽의 넘버 투야. 내 실력을 알아보고 주워준 은인."

아스타로트 "은인이라."


아스타로트는 스스로 물었으면서도 관심 없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아스타로트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도망간다면 도와줄게. 당신이 고른 드레스, 마음에 들고."

카오루 "글쎄......"


요미하라 밖까지 도망치면 쫓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일단 지상으로 도망친 다음 센자키나 도쿄 킹덤 같은 다른 거리에서 새로운 거처를 얻으면 된다.


내키지는 않지만, 오차로 돌아가도 지금 카오루의 실력이라면 다시 받아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카오루은 분명히 잘라 말했다.


카오루 "『벨라』로 돌아갈 거야. 누명을 벗겠어."

아스타로트 "뭐? 바보야?"

아스타로트 "넌 함정에 빠진 거야. 얘기를 들어줄 리 없잖아."

카오루 "알고 있어. 하지만 이대로 도망친들 나를 함정에 빠뜨린 녀석만 웃을 뿐이야. 무엇보다 누명을 쓴 채라니, 싫어."

아스타로트 "......아하하하! 비합리적이네! 그래도 마음에 들어. 나도 따라가 줄게."

아스타로트 "그래서, 무슨 계획이라도 있어?"

카오루 "없어, 현재로서는 말이야."

아스타로트 "그럼 행동한다는 것 뿐이네. 점점 더 마음에 들어."


범인은 현장으로 돌아온다는 등의 말이 있지만, 누명을 쓴 카오루 또한 예의 방으로 돌아왔다.


아스타로트 "의외로 순순히 돌아올 수 있었네."

카오루 "다들 수색에 나섰으니까. 설마 내가 돌아왔을 줄은 몰랐을 거야."


카오루는 쓴웃음을 지었다.

경비가 허술한 통용 출입구를 사용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경계 받지 않다니.


오너의 시신은 아직 아까 그대로다.

경찰도 제대로 된 병원도 없는 요미하라니, 처리업체가 올 때까지 그대로 둘 것이다.


아스타로트 "어머, 누가 오네."


그 부름에 대답하듯 팔크스가 소리 없이 나타났다.


팔크스 "카오루, 왜 돌아온 거지!?"

아스타로트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지 않고 도망치는 건 싫대. 재미있는 애야."

팔크스 "결백하다고? 저만한 증거가 있는데 누가 믿겠어."

팔크스 "나는 너를 처형하고 싶지 않다. 지금이라도 도망쳐라, 나도 도울테니."


팔크스는 카오루을 의심하면서도 죽이고 싶지 않다는 듯 두 사람을 밖으로 내보내려고 한다.


카오루 "그럴 수는 없어요. 그러면 저는 평생 저지르지도 않은 죄의 무게를 짊어지게 되니까."

팔크스 "하아......정말 고집이 강하군."

팔크스 "알았어, 얘기는 들어주지. 그럴 기분이 사라지면 서둘러 달아나도록 해."

카오루 "감사합니다. 그럼......"


카오루는 시체 옆에 서, 다우징을 하듯 쇠사슬을 손에서 꺼내들었다.


카오루 "팔크스, 당신은 아까 시신에 다른 외상이 없다고 했잖죠."

팔크스 "그래. 옷 밑까지 확인했어."

카오루 "정말일까요."


자연스럽게 흔들리던 쇠사슬은 이윽고 의사를 지닌 듯 움직이기 시작해, 옆구리 한 점을 가리키며 멈췄다.


카오루 "오너, 실례할게요."


카오루가 살짝 셔츠를 넘기자 거기에는 이미 변색된, 작은 칼 등에 베인 상처가 있었다.


팔크스 "무엇을 하는가 했더니, 점을 치는 흉내라도 하는 건가. 내가 거짓말을 했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카오루 "점이 아니에요. 피에 포함된 철분을 찾은 거죠."

팔크스 "그렇군. 하지만, 이런 작은 상처가 사인일 리 없다. 역시 교살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자연스럽겠지."

카오루 "교살당했다면 얼굴이 더 부었을 거에요. 게다가 의식을 잃을 때까지 시간이 있으니, 저항의 흔적이 없는 건 이상해요."

카오루 "게다가, 이 상처의 부자연스러운 변색. 아마 즉효성 독에 당해 죽은 거겠죠."

팔크스 "......"

카오루 "오너는 매일, 여기서 플로어로 나가기 위한 정장으로 갈아입는 것이 일과였죠."

카오루 "그 스케줄을 알고 있으며, 갈아입는 도중에 다가서도 경계받지 않을 정도로 신뢰받고 있던 인물......"

카오루 "그건 당신 밖에 없어요, 팔크스."

팔크스 "하아......나참......무슨 말을 꺼내나 했더니."


팔크스 "이야, 졌어 카오루. 얌전히 도망치면 봐줬을 텐데."

카오루 "그럼......"

팔크스 "대마인이 어설프게 머리가 돌아가니 곤란해"

팔크스 "그래, 주인은 내가 독살했다."

카오루 "팔크스......유감이에요. 오너에게 무슨 원한이라도 있었나요.'

팔크스 "원한? 그런 건 없어. 오너에게는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나를 주워 여기까지 키워줬으니."


팔크스 "이후에는 오너를 죽이고 클럽의 실권을 챙길 뿐이었지."

카오루 "탈취, 인가요......"

팔크스 "탈취라니, 남 듣기 거북하게. 클럽의 영원한 번영을 위해, 더 나은 경영을 펼치려 했을 뿐이야."

카오루 "이곳의 번영은 오너의 인품에 의한 것입니다. 아무리 힘을 내도 한계가 뚜렷할 거에요."

팔크스 "그래, 그거야. 그래서 어떻게든 온건하게 실권을 넘겨받을 방법을 궁리하고 있었는데."

팔크스 "그럴 때, 운 좋게 너를 발견했다. 밤의 거리에 물들지 않은 강하고, 어리고, 외로운 여자."

팔크스 "이거다, 라고 번뜩였어. 오너는 성희롱을 한 원한으로 너에게 살해당한다. 나는 슬픔에 잠기면서 그 뒤를 잇는다."

팔크스 "이러면 손님도, 종업원도 모두 나를 따라온다. 좋은 작전이지? 네가 어설프게 영리했던 건 계산 밖이지만."


카오루 "혹시 오너가 갑자기 다가온 것도 당신이 뭔가......"

팔크스 "오너는 저래 보여도 로맨티스트야."

팔크스 "부하인 여자가 자기를 몰래 사모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응하지 않을 수 없겠지."

아스타로트 "즉 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해서 일부러 카오루을 고용해, 성희롱을 부추기고......라는 것. 더러운 방식이네."

팔크스 "아아, 네가 와준 것도 요행이었어. 네 덕분에 카오루의 알리바이를 숨길 수 있었지."

아스타로트 "정말, 재미없는 남자. 그런 시답잖은 짓을 하지 않으면 실권을 빼앗을 수도 없다니."

팔크스 "뭐라 말해도 좋다. 어둠의 거리에서는 마지막에 이긴 놈이 이긴 거다."

팔크스 "그러니, 너희들은 여기서 죽을 거야."

팔크스 "오너 살해범 카오루과 협력자 아스타로트로서 말이야."


그렇게 말하고 팔크스는 주머니에서 작은 병을 꺼내 단숨에 들이켰다.


카오루 "무엇을......!?"

팔크스 "후후후후......크하하하하......"



이윽고 팔크스의 등이 부풀어올라, 슈트가 찢어지는가 싶더니 피부가 변해, 단단한 바위 같은 피부, 등에는 짐승 같은 털, 손에는 커다란 손톱과 낫을 든, 이형의 괴물로 변했다.


팔크스 "또 하나 계산 밖이었던 것은 카오루. 네가 내 예상보다 강하고, 노력가였다는 거야."

팔크스 "그 노력에 경의를 표해, 특별히 이 모습으로 죽여주지."

카오루 "지금의 약은......!?"

아스타로트 "어머. 마약(魔薬)의 종류인가 보네."


팔크스 "마력을 증강하고, 육체를 대폭 강화하는 마약. 노마드의 휴르스트 씨에게서 받은 약이다."

팔크스 "클럽을 빼앗은 날, 그의 산하로 들어가 간부 지위를 받기로 약속했지."

팔크스 "앞으로의 시대, 요미하라를 살아가려면 강한 뒷배가 필요하다. 그 최대 후보가 노마드다."

팔크스 "오너와 같은 중립적 입장이어선 금방 무너지고 만다구."

팔크스 "그러니 내가 실권을 빼앗는 건 클럽을 위해서기도 해!"


팔크스는 그렇게 외치며 낫을 쳐들어──.


촤르르륵!!!


그러나 천장에서 뻗어진 쇠사슬이 낫에 감겨 움직임을 멈췄다.


팔크스 "뭣......어느새 위에 쇠사슬을?"

카오루 "내가 당신과 이야기하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해?"


카오루가 몰래 천장에 기게 해놓은 쇠사슬이 팔크스의 낫을 붙잡은 것이다.


팔크스 "후후......과연 카오루. 그러나 이런 쇠사슬 정도로 내 낫은 막을 수 없어."


팔크스는 쇠사슬을 끊고, 다시 낫을 겨누었다.


카오루 "아스타로트, 물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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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직역하면 불과 사슬의 교제인데

너무 번역체라 인연이라 의역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