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크스 "자 와라 카오루!! 이 몸의 시운전에는 딱 좋은 상대다."

카오루 "얕보다간 따끔한 꼴을 볼 거에요. 철쇄무진!"


가가가가가가가!!!!


무수한 쇠사슬이 바닥에서 튀어나와 감방처럼 팔크스를 포위한다.


팔크스 "후하하하하!!!!"


그러나 팔크스는 그것을 간단히 찢어발겼다.


팔크스 "무수한 쇠사슬을 조종한다, 그게 네 능력이었지."

팔크스 "하지만 몇 개를 만들어내도 소용없어!!! 이 몸, 이 칼날 앞에서 너의 사슬 따위는 실밥과 같아!!"


팔크스는 잘게 썬 쇠사슬을 걷어차고 낫을 휘두르며 돌진해 왔다.


카오루 "큿!!"


카오루은 쇠사슬을 보조로 뛰어올라, 낫의 참격을 어떻게든 피한다.


팔크스 "왜 그러지!? 공세는 이걸로 끝인가!?"

카오루 "아직 멀었어......철쇄무진!!!!"


카오루는 낫의 틈새로 피하면서 다시 쇠사슬을 펼쳤다.


팔크스 "또 그거냐! 멍청하긴!"


이번에는 꼬리로 쇠사슬을 쳐내는 팔크스.


다소 밀리는 듯한 카오루를 아스타로트는 도와주지 않고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아스타로트 "......"

팔크스 "하하하!! 굉장하구만, 휴르스트의 마약은!"

팔크스 "강도단을 일망타진한 카오루의 사슬도 마치 종이쪼가리 같군!!"

카오루 "아직이야!"


카오루는 방향을 바꾸고, 수를 바꾸어 몇 번이고 철쇄무진을 반복하지만, 팔크스는 그것을 낫으로 찢고 꼬리로 때려 순식간에 쇳쪼가리로 만들어 버린다.


마치 게임을 즐기는 것 같다.


카오루 "......읏, 철쇄무진!!!"

팔크스 "재미없군. 슬슬 질리기 시작했어."


마치 찢어지기 위해 내놓은 것 같은 무수한 사슬.


카오루도 피곤했는지 무수히 펼치던 사슬도 이제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졌다.


카오루 "하아, 하아......철쇄무진!!"


마침내 쇠사슬은 2개로 줄었지만 카오루는 포기하지 않고 쇠사슬을 펼친다.


팔크스 "생각보다 똑똑할 줄 알았는데 역시 그냥 바보였나?"

팔크스 "무진(無尽)이란 끝이 없다는 걸 의미하는 거야. 2개 뿐인 연약한 쇠사슬 따위......"


카킹!!!


팔크스 "뭣!?"


간단히 찢길 것 같았던 쇠사슬은 둔탁한 소리를 내며 팔크스를 휘감아, 그 몸을 꽁꽁 묶었다.


팔크스 "크읏......!? 이, 이건......?"

팔크스 "수를 줄이고 경도를 높였나!? 조금만 단단해진 모양이지만......ㅍ, 풀 수 없어!?"


팔크스가 전력을 다해도 쇠사슬은 끊어지기는 커녕 점점 더 그 몸을 파고든다.


카오루 "바보는 어느 쪽일까. 방심하게 만든 줄도 모르고."

팔크스 "ㅁ, 무슨......"

카오루 "이 사슬은 아까까지의 사슬과는 별개."

카오루 "사악한 쇄박──당신의 죄의 무게만큼 무겁고 단단해지는 사슬. 이게 나의 진짜 인술이야."

팔크스 "뭐, 라고......큿!?"


말하는 동안에도 쇠사슬은 점점 무거워져, 팔크스를 조인다.


카오루는 가늘고 약한 쇠사슬을 잔뜩 만들어내고 일부러 찢겨, 팔크스를 방심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팔크스가 어차피 찢길 거라고 얕잡아 볼 때, '사악한 쇄박'으로 감쪽같이 속이며 사로잡은 것이다.


팔크스 "크아아앗, 아, 아파......! 놔, 놔아아앗!!!!"


팔크스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사악한 쇄박'은 결코 풀리지 않았다.


아스타로트 "흐응. 제법이잖아."

카오루 "오의는 끝까지 숨겨둬야지. 설령 아군이라 생각한 상대에게라도."

팔크스 "카오루, 풀어다오, 부탁이다! 내가 주워준 은혜를 잊은 거냐!?"


쇠사슬이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챈 팔크스는 초조해하며 카오루의 눈치를 살핀다.


카오루 "미안하지만, 은혜나 의리는 이제 충분히 다했어. 그런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여기로 온 거니까."

팔크스 "용서해줘, 내가 잘못했어. 자백해서 너의 누명을 벗겨줄게."

팔크스 "이 가게도 네게 주겠어. 노마드에 소개시켜 줄 수도 있고, 요미하라에서의 지위는 안전할 거라고? 응?"

아스타로트 "그렇다는데. 어떻게 할 거야?"


쇠사슬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무릎을 꿇고 간청하는 팔크스를 카오루는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카오루 "그런 말을 들어도......이제와서 용서할 수는......"


누명을 벗은 카오루이지만, 그 후 진범을 어떻게 할지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스타로트 "지금까지 살려주고 있는 것만으로도 상냥한 거야. 나였으면 벌써 죽였어."

팔크스 "칫, 닥쳐라 창녀!! 이거나 먹어라!!"


카오루를 회유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팔크스는 다시 사악한 표정을 지으며 아스타로트로 타깃을 옮겨 입에서 작은 칼날 몇 개를 뿜어냈다.


팔크스 "카오루는 강해, 인정하자! 하지만 단순한 창녀 따위에게 우롱당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팔크스는 아직도 아스타로트를 그저 무력한 호스티스로 생각하는 것 같다.


아스타로트도 피하지 않고 그저 날아오는 칼날을 바라보고 있다.


카오루 "위험해!"


순간 카오루가 아스타로트를 밀쳐, 칼날은 간발의 차로 두 사람 사이로 지나가 방의 벽지에 꽂혔다.


아스타로트 "어머, 날 지켜주는 거구나. 이런 칼날은 별 거 아닌데......"

카오루 "아까 나를 지켜주려고 했잖아."

아스타로트 "응? 아......알리바이 얘기? 별로,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야."

아스타로트 "그런데 누가 이쪽으로 달려오는 것 같은데. 꽤 많네."

팔크스 "귀가 좋군. 슬슬 왔겠지."


그때 복도에서 우르르 발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거칠게 문이 열렸다.


경비들 "팔크스 님!?"


팔크스의 부하, 클럽 경비들이 일제히 방으로 뛰어든다.


카오루의 수색에 나섰던 부하들을 팔크스가 몰래 불러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팔크스 "늦어. 너희들, 이 여자들을 잡아라!!! 오너의 원수다, 죽여도 상관없어!!"

경비대원들 "엣......ㄴ, 네!! ......?"


변해버린 팔크스의 모습에 당황하면서도 경비들은 두 사람을 잡기 위해 일제히 무기를 겨눈다.


아스타로트 "어떻게 해? 화재는 엄금이랬지."


쇠사슬을 사용하면 카오루 혼자서도 상대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팔크스에게 '사악한 쇄박'을 쓰고 있는 중이다.


'사악한 쇄박'과 '철쇄무진'을 동시에 다룰 정도의 힘은, 역시 카오루에게도 아직 없었다.


카오루 "읏......!"


어쩔 수 없다는 듯 카오루가 팔크스의 쇠사슬을 풀고 경비들과 마주보았다.


카오루 "철쇄무진"!!


경비 대원

"크악!!!?"

"아각!!"


무수한 쇠사슬은 경비들을 채찍질하고 드론과 총을 때려 부수며 차례차례 무력화 해간다.


경비들은 목숨을 빼앗기지 않았지만 모두 전의를 잃고 달아났다.


그리고──팔크스도. 소동을 틈타 재빨리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팔크스 "허억, 허억......제장! 카오루 년! 대마인 년!! 나중에 두고보자!!"


마약의 부작용인가 '사악한 쇄박'에 계속 사로잡힌 탓일까.


조금 전까지의 무적감과는 달리 묵직하게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팔크스는 요미하라의 변두리를 도망치고 있었다.


조금 더 가면 휴르스트의 거점이 보인다. 거기까지 가면 카오루라 해도 쉽게 쫓아올 수 없을 것이다.


무거워진 몸도 고칠 수 있다. 어쩌면 더 강화받을 수 있을지도 몰라.


팔크스는 그런 희망을 걸고 몸부림치듯 휴르스트의 저택을 목표로 했다.


아스타로트 "정말 한심한 남자"

팔크스 "!?"


갑자기 타오르는 불길과 함께 아스타로트가 나타나 그의 앞길을 가로막는다.


팔크스 "ㅎ, 히익!? 어떻게......!?"

아스타로트 "추하고 약한 남자. 살려둘 가치가 없네."


아스타로트의 손에 옥염이 깃든다.


아스타로트 "아, 화재는 엄금이랬나? 뭐 됐어, 어차피 금방 재가 될 텐데."


팔크스의 뇌리에 노마드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스친다.


마계의 변방, 용암의 땅에는 가공할 옥염의 여왕이 산다고.


여왕은 자신보다 강한 남자를 찾아 변덕스럽게 인간계에 나타날 수 있다──


팔크스 "아스타, 로트......ㅅ, 설마, 옥염의──."


말을 끝내지 못한 채, 팔크스는 불길에 휩쓸려 사라졌다.




카오루 "......라는 일이 있어서. 이후 클럽은 내가 인수해 이 『흑장미』로 리뉴얼한 거야."

곤자 "그로부터의 우정이란 말인가. 옥염의 여왕의 도움을 얻다니 대단하군."

아스타로트 "카오루은 나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어. 그때도, 그 이후로도 계속."

아스타로트 "그런 점이 마음에 들어. 스스로의 힘으로 스스로의 길을 걸어가려는 인간은 좋아."

곤자 "그렇지. 『중립』은 카오루 누님의 신조니까."

곤자 "어디에도 가담하지 않는 것으로 모두로부터의 신뢰를 얻는다. 그것은 이상적이지만 실현하기 쉽지 않아."

곤자 "이 『흑장미』도, 아미다하라 감옥도 그것을 유지하고 있으니, 대단한......"


그리고 「실례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검은 옷이 기다리던 사람을 안내해 왔다.



니샤 가이자 "곤자. 기다리게 했다.....응? 너는......"

아스타로트 "오랜만이야."

곤자 "응? 뭐야, 지인이었나요? 당주님도 대단하네요."


곤자는 흥미롭게 안면이 있는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가이자 "한 번 같은 가게에 있었을 뿐이다."

아스타로트 "그래, 게다가 권유를 거절당했어."


곤자는 휘익, 하고 조그맣게 휘파람을 불었다.


가이자 "너야말로, 꽤 즐거울 것 같군."

곤자 "이야, 덕분에. 기다리는 동안 귀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가이자 "귀중한 이야기?"

곤자 "두 분의 우정 이야기라고 할까요? 꽤 도움이 되는 이야기였어요."

카오루 "그렇게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야."


카오루는 중얼거리며 플로어를 둘러보았다. 늦은 밤이 지나 손님들은 모두 돌아간 듯 종업원들이 한가롭게 정리를 시작하고 있다.


카오루 "오늘은 이만 문을 닫고 다같이 술이나 마실까."

카오루 "아스타로트 때문에 단골손님들도 가버렸고."


아스타로트 때문이라고 강조하면서 카오루는 소파에 다시 앉았다.


곤자 "오, 좋네. 미녀 2명과 전세라니 사치스럽구만. 자, 당주님도 앉으시죠."

가이자 "아니, 오늘은 이만 가자, 곤자."

곤자 "오야, 어째서죠?"

가이자 "옛 친구들 간의 교류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촌스러울 텐데."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하는 가이자를 곤자는 조금 놀란 듯 바라보다가,


곤자 "......뭐, 그것도 그렇군요."


이런이런 하고 어깨를 으쓱하면서도 몇 장의 지폐를 테이블에 놓고 일어선다.


곤자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 감사야. 둘이서 마음껏 마셔줘."

카오루 "고마워."


두 남자는 검은 옷을 따라 『흑장미』 VIP석을 나섰다.


아스타로트 "재미있는 녀석이 많아서 좋아. 정말 카오루 근처에 있으면 지루하지 않아. 그것만은 그 낫 남자가 말한대로였지."

카오루 "그럴지도 몰라."


카오루는 후후 하고 웃으며 검은 옷이 가져온 병을 딴다.


카오루 "자, 마셔볼까. 모처럼 『단골손님』이 세련된 배려를 해주었으니."

아스타로트 "그래. 가끔은 여자들끼리 한 잔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잔이 맞닿는 작은 소리가 조용한 VIP석에 울린다.


이렇게 클럽 『흑장미』의 은밀한 잔치는 동이 트도록 계속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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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타로트 은근히 마당발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