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렵 오차학원 도서실에서, 마야는 남몰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마야 "......훌쩍......훌쩍."


머나먼 미래의 고향 코델리아, 거기서 그녀를 걱정하고 있을 알리시아를 생각해서가 아니라, 이 세계에서 재회한 후우마에 대한 연정에 가슴 아파하고 있는 것도 아닌, 나나세 마이로부터 빌린 순정만화의 마지막 장면에 감동하고 있는 것이다.


고아 소녀가 여러 고난을 딛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과 이별을 거듭하며, 마침내 사랑하는 사람과 재회하는 엔딩이다.


마지막 페이지를 잠시 바라보다가, 이 이야기가 끝나버리는 안타까움을 느끼며 천천히 책을 덮는다.


마야 "후......좋은 내용이었어요."


눈물을 닦는 것도 잊은 것을 깨닫고 마야가 손수건을 꺼내 여운에 젖어 있는데, 그녀가 다 읽기를 기다렸는지 조금 전부터 옆에 앉아있던 여자가 기쁘게 말을 걸어왔다.



사나다 호무라 "하하! 역시 그건 울게 되지!"

마야 "네, 엄청 감격했어요."

호무라 "이해해. 나도 매번 펑펑 울어."

호무라 "그런 거 읽고 실컷 울면 시원하고 좋지."

마야 "그렇네요."


마야는 저도 모르게 미소지었다.


묘한 의견이지만 마음은 안다. 마야도 지금 딱 그런 상태였기에.


처음 보는 여성이다. 마야는 자세를 바로잡고 인사했다.


마야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마야 코델리아라고 합니다. 성함을 알 수 있을까요?"

호무라 "어이쿠, 미안하구만. 나는 사나다 호무라. 여기 졸업생이야."

마야 "사나다......호무라 씨......!?"


마야와 마찬가지로 다른 차원에서 이 세계에 온 사나다 사키의 언니의 이름이다.


그리고 사키의 세상에서는 이미 죽은 사람일 것이다.


마야 (이분이......?)


마야가 놀란 얼굴이 되자 호무라는 더 즐거워졌는 듯 묻는다.


호무라 "뭐야? 나를 알아?"

마야 "네......성함은 들었습니다."

호무라 "허허, 기쁜걸!"


빙그레 웃는 호무라를 보고, 지금까지 잠자코 다른 순정만화를 읽던 마이가 중얼거린다.



나나세 마이 "용무도 없는데 학원에 와서는, 눈독 들인 후배와 모의전을 하려는 곤란한 선배로서 말입니다."

호무라 "시끄럽구만. 너도 가끔은 응해라."

마이 "싫어요. 이미 여러 번 했잖아요."

호무라 "할 때마다 새로운 발견이 있어."

마이 "얌전히 읽기나 하세요. 저번에 발견한 진귀한 물건입니다. 호무라 씨, 그런 거 좋아하잖아요?"

호무라 "좋아해. 잘도 이런 걸 찾는구만. 정말 대단해."

마이 "별 말씀을."


곤란한 선배라는 실례되는 발언부터 시작해 거리낌없는 대화가 툭툭 오간다.


사이가 엄청 좋은 것 같다.


호무라 "나는 화둔술사다. 이름도 불꽃이란 뜻이지. 그쪽은 어떤 인법을 써?"


호무라는 대마인으로서는 당연한 질문을 마야에게 향했다.


마야 "안타깝게도, 저는 인법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호무라 "뭐야, 후우마와 같은 거냐?"

마야 "네."


『후우마와 같다』는 말을 들은 것을 좀 기쁘게 느끼며 계속한다.


마야 "지금은 대마인에 관한 걸 배우기 위해, 아사기 선생님의 허락을 받고, 여자 기숙사에서 오차학원에 다니고 있어요."

호무라 "헤에, 그거 드문데. 그래도 다소의 마음가짐은 있겠지? 조금도 싸울 수 없는 건 아닐 테고."

마야 "소양은 있는 편입니다."


마야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원래의 세계에서는 알리시아에 버금가는 코델리아식 검술의 사용자라 일컬어져, 스스로도 상당한 자신이 있었고, 이 세계에서도 아사기 선생이나 아키야마 린코에게 그 실력을 인정받고는 있었지만, 초인이 모인 대마인 앞에서는 도저히 큰 소리 칠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이 있기 때문에 겸손한 것으로 여겨진 듯 호무라는 불쑥 몸을 내밀었다.


호무라 "옷, 좋은데. 그럼 인법 없이 체술만으로도 좋으니, 가볍게 한 판 붙어보지 않을래?"

마이 "그건 억지에요. 죄송합니다."

호무라 "왜 네가 사과하는 건데. 어때? 한 판 하자구."


어떻게 할까 망설이는 마야에게 마이가 이런 말을 꺼냈다.


마이 "마야 님, 호무라 씨 상대로 그걸 부르는 건 어때요?"

마야 "그거?"

호무라 "뭐야, 그거라는 것은?"


함축된 말투에 기대하는 호무라에게 마이가 타이르듯 말했다.


마이 "호무라 씨, 아까부터 아무렇지도 않게 반말을 하고 있습니다만, 마야 님은 어느 공국의 공주랍니다."

호무라 "공주님이시구나! 굉장한데!"

마이 "그래서 마야 님은 인법 대신 공국에 전해지는 로봇을 호출해,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는 거에요."


마야 (아아, 그런 건가요......)


호무라 "공국에 전해지는 로봇! 좋은데. 공주님, 꼭 보여줘!"

마야 "알겠습니다......"


눈을 반짝이는 호무라가 바짝 다가와, 마야는 마지못해 승낙하는 것이었다.




호무라 "자, 마야 씨! 한 번 부탁해!"


호무라는 교정 한가운데 서 참으로 즐거운 목소리를 냈다.


피부 노출이 많은 전용 슈트 차림에 거대한 창을 씩씩하게 겨눈 모습은 참으로 대마인스럽다.


그에 비해 마야는 교복 그대로다.


전용 대마인 슈트는 만들었고, 실기 수업에서는 입고 있지만, 왠지 구경꾼이 많아진 탓에, 그걸 입기는 좀 부끄럽다.


마야 "그러니까......소환술. 젝스여, 나타나라."


마야는 이 세계에 와서 외운 그럴듯한 대사를 치며, 그녀가 원래 세계에서 타고 온 장갑기 젝스를 통신기로 불러냈다.


평소 젝스는 오차 주위 숲 속에서 랜덤으로 장소를 이동시키며 스텔스 상태로 숨겨 두고 있다.


저것은 이 세계에 있어서는 안 될 초과학의 결정이니,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게 하라는 아사기 선생의 지시다.


그 젝스가 상공에서 날아왔다.



길이 18m의 기체가 교정에 내려앉는다.


호무라 "......"


호무라은 멍하니 그것을 올려다보고 있다. 마이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마이 "자, 호무라 씨. 열심히 싸우세요."

호무라 "그냥 거대 로봇이잖아!"

마이 "그래서 말했잖아요. 로봇이라고."

호무라 "웃기지 마!"


속은 걸 알게 된 호무라의 눈썹이 치켜올라, 마이를 향해 창을 내질렀다.


그 끝에서 업화가 솟구친다.


마이 "진짜 이러기인가요."


마이는 어디선가 종이를 꺼내, 그것을 활짝 펴 불꽃을 막는다.


호무라 "역시 네가 상대해야지!"

마이 "......하아, 어쩔 수 없군요. 그럼 갑니다!"


이래저래 잘 어울려 준다.


우뚝 솟은 젝스 아래서 호무라와 마이가 싸우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나 "......"

헤비코 "......"

시카노스케 "......"


나, 헤비코, 시카노스케 세 사람은 출구를 찾아 지하동굴을 계속 걷고 있었다.


갑자기 땅이 무너져 우리가 떨어졌던 그 자리에서 벌써 한참 떨어졌다.


천장을 더 무너뜨린 것이 다행인지, 적의 무리를 뿌리칠 수 있었던 듯, 주위에 마물의 기색은 없다.



그 대신은 아니겠지만, 조금 전부터 동굴의 모습이 달라졌다.


뭔가 마술의 영향을 받은 듯, 묘한 경치가 이어지고 있다.


나 "요미하라랑 분위기가 비슷하네."

헤비코 "그러게."

시카노스케 "위험한 느낌 밖에 없네......"


헤비코는 불안해 보였고, 시카노스케는 내게 동조한 걸 후회하는 듯한 어조였다.


나 "여기가 옛 훈련시설인 게 틀림없어."


이런 장소에서 행동하는 중, 쓸데없는 말은 금물이지만, 그렇다고 말을 안 하면 각자 잔생각을 너무 많이 하게 된다.


적은 가까이에 없는 것 같고, 지금이라면 말해도 괜찮을 거라고, 두 사람을 진정시키기 위해 계속했다.


나는 "인위적으로 이런 동굴을 만들었는지, 원래 그런 마술적 영향이 강한 곳을 훈련시설로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헤비코 "그런 거 자주 있지. 그렇다고 할까, 오차마을 자체가 그렇고. 옛날에 있었던 마계의 문이라든가."

나 "어쨌든 훈련시설인 이상, 제대로 된 출구가 있을 거야."

헤비코 "그렇겠지."


나와 헤비코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시카노스케가 몹시 불안한 듯 말했다.


시카노스케 "ㅈ, 저기, 후우마......역시 아까 전부터 너무 부자연스럽지 않아?"

시카노스케 "우리가 나가려는 타이밍에 땅이 무너지는 것부터 시작해, 너무 이상해. 심지어 떨어졌더니 적이 몰려들고."


그건 나도 신경 쓰였다.


나 "확인할 겨를도 없었지만, 그게 훈련시설의 함정이었는지도 몰라."

헤비코 "그럼 누가 우리들을 일부러 떨어뜨렸다는 거야?"

나 "글쎄. 우리가 오늘 여기 온 건 정말 우연이니까."

나 "아까의 몬스터처럼 훈련시설의 함정이 살아있어, 그게 작동했을 뿐일 거야."

헤비코 "우연이라고?"


의심하는 헤비코에게 나는 굳이 익살스러운 투로 말했다.


나 "어쨌든 난 그런 엉뚱한 우연이 일어날 거란 자신이 있는걸."

헤비코 "정말, 후우마짱답다니까."

시카노스케 "하아......"


헤비코는 웃어주었지만 시카노스케는 깊은 한숨을 내쉬기만 했다.


그대로 나아가자, 다시 주위의 모습이 확 달라졌다.


전형적인 지하 던전 같은 곳으로 갑자기 깊숙이 들어간다.


차례로 장소가 바뀌는 이 느낌도, 여러 상황에서 훈련하기 위한 훈련시설이라는 생각을 뒷받침한다.


나 "또 이상한 데 나왔네"

헤비코 "공기의 흐름은 저쪽에서 오고 있어."

나 "그쪽으로 가는 수 밖에 없나."

시카노스케 "......"


시카노스케는 얼마 전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앞서 가는 나와 헤비코의 뒤를 어깨를 축 늘어뜨리는 듯한 느낌으로 따라온다.


나 "헤비코, 빨판 센서의 감지가 잘못됐나? 왠지 자꾸──."


그 이후를 헤비코가 말했다.

    

헤비코 "출구가 아닌, 던전 안쪽을 헤매는 느낌이 든다는 거야?"

헤비코 "헤비코도 그런 생각이 들지만, 빨판이 감지하는 건 틀림 없어."

나 "공기 흐름에 따라 걸으면, 오히려 헤매는 구조인가."

헤비코 "있을 것 같지. 훈련시설이고. 어떻게 할래?"

나 "그렇다고, 그런 생각이 든다 해서 지침도 없이 나아가는 것도 그렇지."

헤비코 "그럼 이대로 갈게."

나 "부탁할게."


이런 종류의 트랩은 어떻게 해도 완전히 예측할 수 없다.


되도록 걸리지 않도록, 걸려들면 조금 전처럼 그 피해를 최소화할 뿐이다.


하지만 역시 불안했는지 헤비코가 그것을 얼버무리듯 입을 열었다.


헤비코 "슈발리에 씨랑 키라라 선배와 함께 들어갔던 던전이 생각나네."

나 "앤리드 보니도 함께였던 그거구나."

헤비코 "맞아맞아. 그때도 시카노스케짱이 갑자기 사라져서──아."


거기서 큰일났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다.


헤비코가 입을 딱 다물었을 때, 잠자코 있던 시카노스케가 소리를 질렀다.


시카노스케 "그래서 싫다고 한 거야!

시카노스케 "유키카제 때처럼 후우마의 미행에 동행하면 100% 변변치 않은 일이 일어난단 말야!!"


그렇게 말을 내뱉고, 갑자기 척척 옆길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나 "야, 뭐하는 거야!?"

헤비코 "시카노스케짱 어디 가? 혼자는 위험해."

시카노스케 "셋이 있어도 위험해! 나는 물 빼러 간다!"

헤비코 "......아, 그렇구나. 조심히 다녀와."

나 "나도 같이 갈까?'

시카노스케 "됐어, 여기서 기다려!"


시카노스케는 우리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버렸다.


임무 중, 화장실이 없는 이런 장소에서 볼일을 보는 일은 드물지 않다.


당연히 배설에는 냄새가 따르기 때문에, 마물 등이 찾아오지 않게 볼일은 가능한 한 한꺼번에 (역시 남녀는 떨어지지만) 본대에서 떨어진 곳에서 한다.


평소의 시카노스케라면 이런 섬뜩한 던전에서 홀로 화장실을 찾지 않는다.


그런데 나랑 동행하다가 또 이런 일을 당하고, 헤비코한테 예전 얘기까지 듣고, 또 자기만 잡혀갈 거라든가, 짜증이 치밀어도 이상하지 않다.


나 "시카노스케도 마음이 내키지 않는 것 같은데."

헤비코 "처음에 꼬신 건 후우마짱이잖아."


헤비코는 나를 빤히 노려보았다.




시카노스케 "뭐, 뭔가 또 이상한 곳에 와버렸네......"


기세로 혼자 뛰쳐나온 시카노스케지만, 그런 흥분은 오래가지 않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벽이나 바닥이 무너진 아까보다 더 수상한 곳으로 진입해 있다.


시카노스케 "이쯤이면 될까......"


싸기 전부터 부르르 몸을 떨며 구석에서 졸졸 오줌을 싸기 시작한다.


긴장 탓에 소변이 마려워진 것이다.


심란한 마음으로 오줌을 싸고 있으면, 툭툭.


누군가 등을 두드린다.


시카노스케 (후우마인가. 역시 와주었구나.)


안심하면서도 일부러 퉁명스럽게 군다.


시카노스케 "뭐야! 아직 싸는 중이거든!"


쓰담쓰담. 쓰담쓰담.


이번에는 등을 쓰다듬었다.


시카노스케 (히잇!? 후우마 녀석, 갑자기 뭐야!?)


시카노스케 "그렇게 부드럽게 쓰다듬어도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


쭉쭉, 쭉쭉.


뒤에서 더 당겨진다.


아직 나오는 중인 오줌이 좌우로 흔들린다.


시카노스케 "ㅈ, 잠깐!? 흔들리잖아!?"


시카노스케가 뒤돌아보니 거기에 있었던 것은──.


좀비 갱

「あ゛あ゛~~~~~~~っ!!」

「あ゛あ゛~~~~~~~っ!!」

「あ゛あ゛~~~~~~~っ!!」


시카노스케 "나왔다아아아아아아아악!!!"


소변은 딱 멈추고, 절규가 던전에 울려 퍼졌다.


***


좀비 갱

「あ゛あ゛~~~~~~~っ!!」

「あ゛あ゛~~~~~~~っ!!」

「あ゛あ゛~~~~~~~っ!!」


헤비코 "뭐야 이건!"

나 "아무래도 이 지하 던전에는 좀비가 대량으로 풀려 있었던 것 같아."

헤비코 "시카노스케짱! 왜 이쪽으로 데려오는 거야!"

시카노스케 "ㄴ, 내 잘못이 아니거든!"


덜렁, 덜렁, 덜렁♪


헤비코 "일단 그거부터 집어 넣어!"

시카노스케 "뭐? 뭘 집어 넣으란 거야!"


덜렁, 덜렁, 덜렁♪


헤비코 "~~~~~으!"


이런 상황에서도 그쪽이 신경 쓰이는 헤비코를 위해 내가 대신 지적한다.


나 "바지 속에 집어 넣으라고."


오줌을 싸다가 좀비를 만나 그대로 우리에게까지 도망쳐온 듯, 바지 밖으로 나온 그게 흔들리고 있다.


시카노스케 "그, 그럴 틈이 없어!"


시카노스케는 덜렁덜렁 거리며 외쳤다.


헤비코 "정말 최악이야!"


헤비코의 마음도 알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황급히 지퍼를 올리다 그게 끼어버리면 끝장이다.


좀비 갱

「あ゛あ゛~~~~~~~っ!!」

「あ゛あ゛~~~~~~~っ!!」

「あ゛あ゛~~~~~~~っ!!」


세 사람은 와ㅡ와ㅡ 소리치며 던전을 전속력으로 달아났다.


좀비 무리는 기괴한 신음소리를 내며 그것을 쫓는다.


소란스럽기 짝이 없다.


그 좌충우돌을 바라보는 그림자가 있었다.



수수께끼의 여자 대마인이다.


고양이 가면을 쓰고, 어두운 옷을 입었는데, 어째선지 배꼽이 드러나 있다.


그 고양이 가면이 번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