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황폐해진 저택을 가능한 한 정리한 후, 일동은 정신을 차리고 출발──.


마계 서북부에 있는 광활한 구릉지대를 빠져나와 목적지인 산중의 유적에 도착했다.



젊은 마술사 "마녀님──이번에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봉인의 유적 앞에는 현지의 영주에게 고용되어 있는 젊은 마술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주인이 리리스에게 편지를 보내 봉인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다.



리리스 "안녕하세요! 저는 리리스──리리스 아벨 빈더너겔입니다."

리리스 "할머니 본인이 아니라 죄송합니다만......그래도 전력을 다해 노력할테니 잘 부탁드립니다!"

젊은 마술사 "아뇨아뇨. 그 전설의 '대마녀' 리리스──."

젊은 마술사 "그 이름을 이은 분이라면 전부 맡겨도 괜찮다──라고 제 주인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자라 "저는 마술사 자라. 여러분을 유적 내부로 안내해 달라고 주인께서 말하셨습니다."

자라 "풋내기지만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젊은 마술사가 정중하게 인사했다.


속세를 떠난 귀족적인 풍모의 청년이지만 말투와 태도는 차분하고 성실해 보였다.


리리스 "ㄴ, 네! 잘 부탁드립니다 자라 씨!"

엘시 "ㅇ, 어이......리리스 녀석, 어떻게든 기운을 차린 것 같은데."

베리리크 『음......그러나 저건 허세다. 역시 아직은 조금 질질 끌고 있어.』

아르카 "리리스는 당차네요."


하고, 마술사 자라와 응대하는 리리스를 보며 엘시네가 조용히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 리리스가 입고 있는 것은 대마녀였던 할머니가 애용하던 마녀복.


이 유적으로 향하는 길에 리리스는 여전히 황폐해진 저택의 일로 풀이 죽어 있었지만......


리리스 『그래도, 할머니의 로브를 두른 채 한심한 표정을 짓고 있을 순 없겠죠?』

리리스 『좋아! 이제 괜찮아요! 오늘 있을 큰 일, 반드시 성공시키죠!』


라고, 스스로를 격려하며 분발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역시 완전히 다 내려놓진 못했을 것이다.


오늘의 리리스에게는 평소의 그녀에게 없는 무리하는 기색이 보였다.


베리리크 『하지만, 저렇게 보여도 마음이 강한 아이다. 일이 시작되면 진지해지겠지만 문제는──.』


그렇게 말하고 베리리크는 신경 쓰인다는 듯이 낡은 유적으로 눈길을 돌린다.


이 거대한 건조물 안쪽에, 옛적의 마인 이프리트가 봉인되어 있다.


엘시 "아아. 이건 나도 알겠어. 유적 안쪽에서 위험한 기색이 장난 아니게 흘러나오고 있는데."


얼굴을 찌푸리며 엘시가 말했다.


언뜻 보면 평온한 산중의 유적


그러나 그 주변에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듯 기묘한 장기가 감돌고 있다.


베리리크 『음......봉인이 약해져 가고 있다는 게 허언은 아닌 것 같다.』

아르카 "현재까지 센서는 무반응입니다만 경계할 필요는 있겠죠."


긴박한 얼굴로 아르카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일동에게 영주 휘하의 마술사 자라가 공손히 말을 건넨다.


자라 "그럼 리리스 씨, 일행 분들도. 유적의 안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자라 "마녀님 일행이야 걱정이 많겠지만, 봉인이 희미해진 영향일까요."

자라 "유적 안에는 흉악한 마물이 득실거리고 있습니다. 부디 조심하시길."


***


리리스 "──안쪽에서 마물이 옵니다! 여러분 조심하세요!"

엘시 "좋아! 저런 송사리는 우리한테 맡겨 두라고! 마테리얼 매니퓰레이트!"

아르카 "......전투 프로그램 기동. AT-T 블레이드로 요격을 개시합니다."


ザシュザシュザシュザシュ!!


마물들

「UOOOOOOOOOOOッ!!?」

「UOOOOOOOOOOOッ!!?」


공허한 비명을 지르며 차례차례 마물들이 쓰러진다.


선두에 선 엘시와 아르카가 화려하게 싸우고 있다.


엘시는 영체로 안드로이드 암을 자유자재로 조종해 마물들을 때려눕히고, 한편 아르카도 양팔에 내장된 특수 블레이드로 다가오는 마물을 사정없이 베어낸다.


미지의 유적 안이라 강력한 화기 사용은 아끼면서, 두 사람은 여유롭게 마물의 습격을 물리쳤다.


자라 "이것 참 놀랐습니다......! 역시 리리스 님의 동료, 이 정도의 힘을 지녔다니......"


마술사 자라가 감탄하는 표정으로 말한다.


그 자신은 전투에 능숙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맨 뒤에서 싸움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엘시 "오우, 칭찬해주는 건가, 잘생긴 형씨! 아니면, 이 몸이랑 한 번 하고 싶어졌어?"

자라 "ㅎ, 한 번......? ㅇ, 아니요, 그런 건......!"

엘시 "와하핫. 농담이니까 너무 부끄러워 말라고. 애당초 나는 약한 녀석에게 관심 없고."

자라 "ㄱ, 그건, 죄송합니다."


엘시의 아슬아슬한 농담에 고지식한 마술사가 식은땀을 흘린다.


유적에 들어와 아직 많아 걷지 않았지만, 표리가 없는 엘시는 이미 이 젊은 마술사와 마음을 터놓은 듯하다.


엘시 "그런데, 싸움이 능숙하지 못하다면 너, 그동안 어떻게 안으로 들어간 거야?"

엘시 "그동안 네가 이 유적을 계속 돌봤지?"


엘시가 마술사에게 묻는다.


그의 일족은 대대로 영주로부터 유적의 감시와 조사를 맡고 있는 것 같다.


자라 "그게, 싸울 필요가 없었어요. 이렇게까지 마물이 늘어난 것은 최근이니까......"

자라 "아마 유적의 안쪽에서 새어나오는 장기에 이끌려 들어온 것 아닐까요."

엘시 "아아,그렇군."


엘시가 불쾌한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


유적 깊숙이 들어갈 수록 떠도는 장기는 계속해서 짙어지고 있다.


자라 "그래서 최근에는 마물을 만나지 않게 도망치고 숨으면서 안의 상황을 조사하고 있었어요."

자라 "영주님께 유적을 맡은 자로서 참으로 부끄럽습니다만."

리리스 "앗! 그래도 자라 씨는 유적의 장치에 대해 굉장히 잘 알고 있었잖아요!"

리리스 "그거,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구요~?"


리리스가 여기까지의 진로를 떠올리며 말했다.


이 유적 안에는 침입자를 막기 위한 마술 트랩이 여럿 남아 있었다.


마술사 자라는 대대로 유적을 조사하던 집안 출신인 만큼, 그 트랩의 위치와 구조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그의 그런 지식 덕분에 일동은 트랩에 시달리지 않고 여기까지 나아갈 수 있었다.


엘시 "그래. 그건 그렇지. 그건 꽤 도움이 되었어."

엘시 "좋아! 그럼 리리스도 보상으로 이 형씨랑 같이 한 번 대줄래?"

리리스 "네......? ㅎ, 한 번 대준다니 그런 건 안 됩니다만......ㅇ, 어쨌든!"

리리스 "저희는 자라 씨 지식 덕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리리스 "그러니까, 『부끄럽다』라든가 하는 생각은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자라 "그건......과분의 말씀입니다만. 감사합니다, 리리스 님."


항상 사물의 좋은 면을 찾는 게 리리스의 장점이다.


그런 리리스의 말에 마술사 자라가 감격한 듯 고개를 숙인다.


아주 화목하고 훈훈한 광경.


그러나, 몰래 그것을 싸늘하게 바라보는 자가 있었다.


베리리크 『......』

아르카 "......베리리크? 왜 그러시죠? 뭔가 신경쓰이는 거라도?"


침묵하고 있는 베리리크를 눈치채고 아르카가 말을 걸었다.


베리리크는 "아아" 하고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폴짝폴짝 아르카의 어깨에 올라탔다.


베리리크 『......아르카. 너는 저 젊은 마술사를 어떻게 생각하지?』

아르카 "?? 어떻냐니......?"

아르카 "엘시가 말했던 것처럼 그가 잘생겼는지 아닌지를 말하는 건가요?"

아르카 "저는 딱히 그런 점에 관심 없지만, 굳이 말하자면 잘생긴 것 같아요."

베리리크 『ㅇ, 아니,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아주 작게 헛기침을 하고 베리리크는 목소리를 낮추어 속삭였다.


베리리크 『나는 저놈이 "수상하다"고 생각한다.』

아르카 "수상하다......?"


베리리크의 긴장감을 눈치채고 아르카도 목소리를 줄였다.


베리리크 『그래. 근거는 없다.』

베리리크 『놈이 가지고 있던 영주로부터의 편지도 진짜였고, 지금도 특별히 수상한 내색은 없다.』

베리리크 『그러나 놈의 기색, 뭔가가 걸려......』


예전에 '대마녀'가 건 봉인이 약해지고 있는 것.


그리고 그 대마녀의 저택이 누군가에게 털린 것.


그런 이상한 사태가 계속되면 베리리크도 경계를 강화하지 않을 수 없다.


아르카 "......마물이 위장했다, 라는 말인가요?"


교활한 마물은 사람으로 둔갑한다.


그리하여 사람을 속이고, 함정에 빠뜨려, 목숨을 빼앗는다.


베리리크 『아직 잘 모르겠지만......그걸 확인할 생각은 하고 있다.』


베리리크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베리리크 『잠시 후 녀석을 '시험'해 볼 거다.』

베리리크 『만약 놈이 수상한 반응을 보인다면──.』

베리리크 『그땐 주저하지 말고 즉각 공격해라.』

아르카 "알겠습니다."

아르카 "그래서, 베리리크. 이 이야기, 엘시와 리리스에게도 전하겠습니까?"

베리리크 『으, 음......저 녀석들은 금방 얼굴에 드러날 것 같지만, 그래도 이야기해 두지.』

베리리크 『나는 리리스에게 전한다. 너는 엘시에게 조용히 전해줘.』

아르카 "네, 그럼 그렇게 진행하죠."


10분 정도 나아간 후.


마물의 습격이 끊기자 문득 베리리크가 입을 연다.


베리리크 『그러고보니, 마술사 공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자라 "네. 무엇인가요 베리리크 님."


마술사 자라가 조용히 대답했다.


아직까지 수상한 내색 하나도 없다.


베리리크 『아니, 뜬금없는 질문이라 미안하다만......마를로 경은 정정하신가?』

자라 "네......?"


마술사 자라가 조금 의아하단 표정을 지었다.


베리리크 『실은 백여 년 전, 선대와 함께 재차 이 땅을 방문한 적 있었지.』

베리리크 『영지의 귀족 마를로 경에게는 그때 많은 신세를 졌어.』

베리리크 『당연히 지금은 대체되었겠지만, 이번 일이 정리되면 인사나 하러 들르려 하는데.』


베리리크 (......자, 이제 어떻게 나올 거지?)


베리리크는 속으로 생각한다.


지금의 질문에서 베리리크는 어떤 "함정"을 파두었다.


이 마술사가 정말 이 지역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깨달을 "거짓말".


그걸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말했는데......


자라 "......베리리크 님, 뭔가 착각을 하고 계신 것 아닌가요?"

베리리크 『호오?』


마술사 자라는 아무런 동요도 보이지 않고 대답했다.


자라 "이 영지에 마를로라는 가문명의 귀족 분은 안 계십니다."

자라 "어디 다른 땅과 착각하고 계신 것 아닌지......?"

베리리크 『......나의 착각이라』

자라 "네. 아니......그게 아니라, 베리리크 님은 저를 시험하고 계신가 보군요."

베리리크 『무슨 소리지?』


마술사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자라 "마계는 위험한 땅입니다."

자라 "사람으로 둔갑해 악행을 저지르는 마물도 많죠. 베리리크 님은 그것을 우려하지 않으셨나요?"

자라 "그래서 이 땅에 존재하지 않는 가문명으로 함정을 파둔 거고."


만약 마술사가 가짜라면 존재하지 않는 가문명을 모른 채 이야기를 맞춰올 것이라고.


베리리크 『......』

자라 "후후. 하지만 저는 이 지역 사람이라 그 정도는 알고 있어요."

자라 "......어떤가요, 베리리크 님. 의심은 풀리셨나요?"

베리리크 『......그래. 이걸로 확신했다. 너는 이 지역의 마술사가 아니야."

베리리크 『악의를 품은 무언가지. ──해치워라!"

자라 "!!!?"


아르카 "알겠습니다, 베리리크."

리리스 "에, ㅈ, 정말......?"

엘시 "응~~~? 뭔가 잘은 모르겠지마아아아아안!"


베리리크의 말에 미리 준비하던 세 사람이 동시에 움직였다.


하지만──.


파치이이이이이이이이잉!!


그 찰나의 공격은, "전투에 서툰" 마술사의 마술 방벽에 빠듯하게 튕겨났다.


아르카 & 엘시

"!!?"

"치잇!? 이 녀석, 의외로 제법인데!"


자라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베리리크 님?"

자라 "제가 도대체 어디서 실수를 하고 있었던 건지?"


거리를 둔 마술사가 조금 전의 미소를 유지한 채 물었다.


베리리크 『......마를로라는 이름의 귀족은 존재하고 있어.』

베리리크 『다만, 공적인 이름이 아니라 이 지역 사람에게만 통용되는 통칭이지만.』

자라 "호오?"


마를로는 이 땅의 옛 표현으로 『갑부』라는 뜻.


즉, 그것은 이 지역 사람들이 반쯤 질투심에 인근의 귀족에게 붙인 별명 같은 것.


그것이 어느새 그 귀족을 가리키는 통칭으로 널리 쓰이게 된 것이다.


베리리크 『이 땅의 사람이라면 당연하게 알고 있다.』

베리리크 『그러나 둔갑을 위해 급히 정보를 모은 놈은 모른다.』

베리리크 『나는 그런 함정을 파두었고──너는 그에 걸린 거지.』

자라 "후후. 이런이런. 역시 흑사(黒蛇)의 마녀의 사역마. 귀여운 모습과 달리 상당한 지혜로군요."


유쾌하게 웃는, 마술사로 둔갑한 누군가가, 유적 벽면에 손가락을 누른다.


자라 "하지만 파헤치는 게 조금 늦었어요. 여기까지 오면 이래저래 쓸 수 있는 게 있어서──."

엘시 "아앙!? 네놈, 이 상황에 이르러 뭔 여유로운 척을──."

아르카 "마술사 자라를 적으로 인정, 공격합니다."


엘시와 아르카가 벽가에서 웃는 마술사에게 달려든다.


그런데, 그때였다.


부우우우우우우웅!!


베리리크 『앗!? 위험해, 이건──.』


베리리크가 초조하게 외쳤다.


회랑 바닥 전체가 옅게 빛을 띠고, 거기서 발생한 역장에 세 사람과 한 마리의 몸이 순식간에 빨려들어간다.


리리스 "ㅈ, 전송 게이트......!?"

자라 "이 유적의 트랩의 위치와 구조는 모두 파악하고 있으므로──."

자라 "그럼 리리스 님, 곧 찾아뵙겠습니다."

리리스 "!!!?"


바로 강제전이의 마술.


마술 트랩으로 출현한 전송 게이트에, 리리스 일행의 모습이 차례차례 삼켜져 갔다.


그리고 홀로 남은 마술사는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자라 "자, 준비 완료. 드디어 '의식'을 시작할 수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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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사의 마녀...마술...마신 헤비코짱...뱀신...

의외로 거슬러 올라가면 혈통 겹치는 부분 있지 않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