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 "──야 아르카! 이 녀석들은 평범하지 않아 방심하지 마!"

아르카 "알겠습니다. 미지의 마물을 요격하겠습니다."


마물의 무리 『Grrrrrrrrrrrrrrr!!』


내습하는 기괴한 마물의 무리에 엘시와 아르카가 맞선다.


이곳은 여러 개의 좁은 통로가 분기된 어두컴컴한 동굴 같은 곳.


마술 트랩에 의해 전송된 두 사람은 이 기괴한 장소에서 깨어났다.


마물의 무리

『Grrrrrrrrrrrrr!?』

『Grrrrrrrrrrrrr!?』


칙칙한 체액을 뿌리며 이형의 마물들이 쓰러져 간다.


두 사람이 날아간 동굴은 이 기괴한 마물들의 둥지였던 것 같다.


엘시 "하지만, 영문을 모르겠네. 이런 괴물들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구."

아르카 "동의합니다. 마계의 생물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미연 데이터베이스에도 기록이 없습니다."


간신히 마물들을 물리치고 엘시와 아르카가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의 인상은 대체로 옳았다.


이 동굴에 둥지를 틀고 있는 것은, 이쪽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외계의 생물이다.


이 괴물들은 마인 이프리트의 봉인에서 새어나온 장기에 이끌려, 차원의 틈새에서 날아왔다.


이것은, 이프리트의 스승인 대마술사 파우스트──그리고 마인 이프리트 자신도, 외계의 힘을 자기 마력의 원천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엘시 "어쨌든, 이런 녀석들이 득실거린다면 우리도 위험해. 게다가......"

엘시 "무엇보다 리리스 쪽이 걱정이야."

아르카 "네. 빨리 합류해야겠네요."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래도 리리스와 베리리크는 그들과 다른 곳으로 날아간 것 같다.


그리고 아까의 모습으로 보아, 그 마술사의 표적은 분명히 리리스.


이런 동굴에서 우물쭈물하고 있을 새는 없다.


아르카 "이 부적이 기능하면 좋겠는데요."

엘시 "하겠지. 여하튼 선대 대마녀가 만든 거라고 하니까."


그러면서 두 사람이 품에서 작은 부적을 꺼냈다.


유적을 나아가는 도중, 베리리크로부터 건네받은 것이다.


베리리크는 그 젊은 마술사의 정체에 의심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만일을 대비해 두 사람에게 특제 부적을 내주었다.


그리고 그 효력은 마술 공격에 대한 강한 내성과 동료들의 위치를 탐색하여 그곳으로 가는 길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이 부적을 의지해 나아가면 분명 리리스와 합류할 수 있을 것이다.


엘시 "어쨌든 서두르자, 아르카."

아르카 "네. 알겠습니다."


대마녀 리리스의 부적을 의지하며 두 사람이 빠른 걸음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엘시 "야, 여기......또 아까와 같은 장소 아닌가?"

아르카 "이번이 세 번째네요."


두 사람이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마주보다.


부적이 발하는 빛을 의지하며 나아가도 곧 막다른 골목에 부딪힌다.


부적의 빛은 잠시 깜박인 후,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데, 그러나 그 앞에도 막다른 골목에 멈춰서......그런 식으로 몇 번이나 제자리로 되돌아가 버린다.


마술 결계가 깔려 동굴 전체가 미궁화 되어있는 것이다.


나아가야 할 방향은 알면서도, 마술적 소양이 없는 엘시와 아르카로서는 그것을 타파할 수단이 없다.


엘시 "ㅇ, 야, 이거 어떻게 해야 하지......?"

아르카 "어떻게든......할 수 밖에 없습니다만......"


역시 두 사람의 표정에도 초조함이 떠오른다.


거기에 또, 동굴에 둥지를 틀고 있는 기괴한 마물들이 출현──.


마물의 무리 『Grrrrrrrrrrrrrr!!』

엘시 "젠장! 이 녀석들과 놀 시간은 없는데──."


요격하려고 두 사람이 돌아섰을 때였다.


촤아아아아아악!


마물의 무리

『Grrrrrrrrrrrrr!?』

『Grrrrrrrrrrrrr!?』


엘시&아르카 "!!?"



여검사 "실례. 너희들은 마물이 아닌 것 같아 가세했다."


동굴의 어둠 속에서 한 여검사가 나타났다.


그녀가 손에 쥔 거대한 무기──은색으로 빛나는 두 자루의 체인소에 마물의 무리가 순식간에 갈려나간 것이다.


마리카 크리슈나 "나는 마리카──마계기사 마리카 크리슈나다."

마리카 "너희들도 그 마술사 남자의 함정에 걸린 건가?"


***


마계 9귀족 홍혈경(紅血卿)을 섬기는 마계기사 마리카 크리슈나.


그녀가 이 유적에 관여한 것은 우연이었다.


원래 마리카는 주군인 홍혈경의 밀명을 받고 마계 변경으로 가는 중이었다.


그 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연락을 홍혈경에게 했다는, 어느 귀인(貴人)을 데리러 가기 위해서다.


그러나 도중, 어느 유적 주변에 기괴한 마물이 출몰하여, 주변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마계 백성의 평온을 지키는 것은 마계기사의 중요한 책무.



마리카는 사태 해결을 위한 조사를 시작했고──그리고 그런 마리카 앞에 "영주에게 고용된 마술사"를 자처하는 남자가 나타난 것이었다.




마리카 "조사를 시작한 나를 배제하려 했을 테지."

마리카 "『안내하겠다』며 유적 속으로 유인해 갑자기 마물을 불러들였다."

엘시 "우리도 비슷한 걸 당했구나. 잘생긴 얼굴이면서 교활한 놈이야."


엘시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그들은 동굴에서 마주친 마계기사 마리카로부터 그동안의 사연을 듣고 있는 중이었다.


아르카 "그래서, 마리카는 어떻게 대응했나요?"

마리카 "물론 격퇴했다."

마리카 "나는 마계기사다. 단순한 마물 따위에 밀리는 일은 없다. 하지만......"


마리카는 괘씸한 듯이 계속한다.


마리카 "그 남자는 그것도 계산한 것 같더군."

마리카 "내가 마물들을 섬멸하는 틈에 유적의 트랩을 발동시켰다."

마리카 "그리고 내가 눈치챘을 때는 이미 이 동굴로 날아와 있었다는 거지."


그게 하루 정도 전의 일.


마리카는 동굴 속을 헤매며 탈출의 기회를 살피고 있었다.


엘시 "그렇군. 그러나 마계기사까지 해치우려 들다니, 저 녀석 역시 장난 아니네."

엘시 "대체 누구지?"

마리카 "그건......아직 뭐라고 말할 수 없어."

마리카 "아마 진짜 마술사를 죽이고 누군가 바꿔치긴 한 것 같다."

마리카 "놈이 쓰던 마술은, 지방 영주 아래의 마술사 따위가 쓸 수 있는 게 아니야."

마리카 "이 유적에 봉해져 있다는 존재로부터, 이런저런 추측은 할 수 있지만......"


마리카는 생각에 잠긴 듯 중얼거리며 두 사람을 돌아보았다.


마리카 "어쨌든, 다음에는 그쪽 사정을 들려줘."

마리카 "그러면 뭔가 알 수 있는 게 있을지도 몰라."

엘시 "그 정도야 간단하지. 그렇다고는 해도,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만──."


그러면서 이번에는 엘시와 아르카가 그동안의 사연을 이야기한다.


두 사람은 마녀 리리스와 동행해서 이 유적에 온 것.


그 목적은 이 땅에 봉해져 있는 마인의 재봉인.


하지만 그 도중, "영주에게 고용된 마술사"를 자칭하는 누군가에 의해 함정에 빠졌다.


라고, 거기까지 이야기하자 마리카가 깜짝 놀랐다.


마리카 "리리스......? 그 대마녀님의 손녀가 이 유적에 있다고?"

엘시 "뭐, 지금은 그 꽃미남한테 잡혀 있는 것 같지만."

엘시 "리리스를 알아?"


엘시가 묻자 미모의 마계기사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다.


마리카 "당연하다. 신들을 이계로 쫓아낸 '흑사의 마녀' 리리스님 하면 마계에서는 모르는 자가 없다."

마리카 "게다가 대마녀 리리스 님은 나의 주인인 홍혈경의 친구──."

마리카 "그렇다면 그 손녀인 당대의 리리스 님도 내게는 중요한 분."

마리카 "어떻게든 합류해서 도와주고 싶지만......"

아르카 "이 동굴이 문제죠. 어떤 강력한 결계가 펼쳐져 있는 것 같아요."

마리카 "그래. 결계 자체는 내 『시바』로 찢을 수 있어."

마리카 "하지만 올바른 길을 모르면 결국은 현혹되어 원래의 장소로 되돌아가고 만다......"


답답하다는 듯이 말하는 마계기사──.


하지만 그 말을 듣고 엘시와 아르카가 "어라?"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엘시 "잠깐만? 너 길만 알면 이 영문 모를 동굴에서 빠져나갈 수 있어?"

마리카 "?? 물론. 내 무기──이 『시바』는 퇴마의 신기(神器)."

마리카 "이 동굴의 결계는 상당히 강력하지만 『시바』라면 개척할 수 있다."

엘시 "그렇다면──."


엘시와 아르카가 얼굴을 마주보았다.


두 사람의 손에는 동료가 있는 곳으로 가는 길을 보여주는 대마녀 리리스가 만든 부적이 들려 있다.


아르카 "어떻게든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