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플레이어의 수도 브레인 코어.


그것은 브레인 시티 지하에 있다.


초과학 물질 테셀락의 상실 이후, 인류의 반항에 내몰리고 있는 그들에게 자신들의 초과학으로 지켜지는 그곳이 이제 최후의 보루가 되어 있었다.


그 브레인 코어 최하층 지역에 안다크라고 불리는 구획이 있다.


브레인플레이어가 노동력으로서의 인간이 살게 만든 장소다.


코어의 상층부에는 지배자인 브레인플레이어가 귀족처럼 살고, 최심부에는 그들의 여왕 마우자가 지금도 군림하고 있다.


그 마우자를 만나기 위해, 젊은 야츠 무라사키가 안다크에 발을 들여놓은 지 두 달 남짓이 지났다.


그녀는 원래부터 이 세계의 거주자가 아니다.


브레인플레이어에 의해 이세계로 날아간 친구 이가와 사쿠라를 찾아 자신도 차원이동을 해, 이 종말세계에 온 것이다.


그리고 안다크를 근거지로 둔 갱들의 대표 중 한 명인 거구의 사이보그, 빅뱅 도즈와의 격돌 끝에, 뜻밖의 우의(友誼)를 맺어, 그의 알선으로 지금은 도즈가 지배하는 빅뱅 지구에 임시 거처를 얻었다.


도즈의 부하 "어디보자......무라사키 누님의 방은......139......139......"


그날, 도즈의 부하가 무라사키의 아파트를 방문했다.


안다크에 사는 주민 대부분이 그렇지만, 그도 신체 일부를 사이보그화 했다.


도즈의 부하 "무라사키 누님, 마중 나왔습니다!"

야츠 무라사키 "열려 있다. 들어와라."


안에서 무라사키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즈의 부하 "실례하겠습니다!"


남자는 어떻게 봐도 황송해 하는 모양새로, 무라사키의 방문을 열었다.


몹시 심플한 방이다.


인류의 컴퓨터 부품과 브레인플레이어로부터의 유출품을 조합한 고성능 정보 단말기.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듯, 다른 눈에 띄는 가구라고 하면 침대에 몇 개의 찬장, 작은 세면장, 화장실과 샤워기도 간단한 것이지만 이 종말세계의 상식으로 생각하면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설비가 잘 갖춰진 방이였다.


그리고 무라사키는 모니터 쪽을 향해, 뭔가를 입력하고 있었다.



무라사키 "......"

도즈의 부하 "보스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예의 건이래요."

무라사키 "그래, 잠깐만 기다려라. 조금 있으면 끝난다."


무라사키는 남자를 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한다.


도즈의 부하 "......"


남자는 무라사키의 방을 둘러보다가 문득 이렇게 물었다.


도즈의 부하 "무라사키 누님, 지금 뭘 하고 있나요?"

무라사키 "이 세계를 알기 위해 이 안다크나 밖의 세계를 탐색해서 얻은 지식을 단말기에 기록하고 있다."

무라사키 "전투가 벌어질 때 무지(無知)는 죽음으로 이어지니까. 특히 이 세계에서는."


무라사키은 키보드를 두드리며 대답한다.


도즈의 부하 "역시 무라사키 누님. 괜찮다면 도와드릴까요? 여기 단말기는 아직 익숙하지 않죠?"


아부하는 남자에게 무라사키는 냉담하게 말한다.


무라사키 "됐어. 이제 익숙해졌으니. 게다가 이런 건 내가 해야 의미가 있다."

도즈의 부하 "그런가요. 무라사키 누님, 여기 생활은 어때요? 그쪽도 익숙해지셨나요?"


치면 울리는 소리와 같이, 남자는 다시 무라사키에게 묻는다.


무라사키 "그래. 나를 손님으로 대해주며 이런 거처를 제공해준 도즈에게는 감사하고 있다. 139호실이라는 게 특히 좋아."

도즈의 부하 "139에 무슨 의미라도?"

무라사키 "139, 아사기 님이다. 당연하지."


1(아) 3(사) 9(기)라는 말장난인데 무라사키는 거기까지 설명하지 않았다.


도즈의 부하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그거 다행이네요."

도즈의 부하 "그 옷과 장비도 보스가 준비한 거죠? 잘 어울려요."


남자는 무라사키의 외견을 칭찬하기 시작하는데, 당사자는 별 신경 안 쓰는지,


무라사키 "내 대마인 슈트와 도끼는 눈에 띄니까. 이 도끼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만."


무라사키의 허리에는 날이 없는 손도끼가 두 자루가 달려 있다.


도즈의 부하 "그건 휴대하기 편리하고 위력도 충분한 최신 빔 액스에요."

무라사키 "기믹이 많은 무기는 중요할 때 부서질 것 같단 말이지. 나는 역시 실체가 있는 무거운 무기를 선호한다."


방의 벽에는 그 실체가 있는 무거운 무기, 무라사키가 원래 세계에서 가져온 큰 도끼가 걸려 있다.


남자가 사이보그 암의 힘을 다 써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괴물 도끼다.


맨몸인 무라사키는 그것을 나뭇가지처럼 휘두른다.


무라사키 "뭐 부서지면 부서지는 거고, 그때는 맨손으로 싸우겠지만."

도즈의 부하 "문어 놈들의 가디언을 맨손으로 때려부술 수 있는 건, 무라사키 누님 뿐이에요."

무라사키 "그런 것 같더군. 예의 건이란, 내가 도즈에게 의뢰했던 온건하게 여왕 에리어에 잠입하는 건인가?"


처음으로 무라사키 쪽에서 질문이 왔다. 남자는 허겁지겁 대답한다.


도즈의 부하 "네. 문어 놈들이 살고 있는 어퍼 가든은 삼엄한 경비가 깔려 있어요."

도즈의 부하 "최근, 놈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져 전보다 훨씬 예민합니다."

도즈의 부하 "무라사키 누님이라도 잠입하는 건 어렵나요?"


남자가 그렇게 되묻자, 무라사키는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을 잠시 멈추고, 


무라사키 "난 이 세상에선 이방인이야."

무라사키 "아무리 브레인플레이어가 이 세계의 인간을 지배하고 있다 한들."

무라사키 "이방인인 내가 개인적인 용건으로 그들을 죽이고 가는 것은 도리에 안 맞겠지?"

무라사키 "내가 날뛰면 너희도 피해를 본다. 그건 피하고 싶어. 이미 그만큼 정이 쌓였으니."


그렇게 말하고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하는 무라사키에게 남자는 얌전한 태도로 이렇게 말했다.


도즈의 부하 "그건 감사합니다만, 놈들이 적극적으로 무라사키 누님을 적으로 돌린다면?"

무라사키 "그럼 섬멸도 어쩔 수 없지. 나는 그 바보 같은 친구를 데리고 돌아가야 해. 그러기 위해 이 세계에 왔다."


무라사키는 담담하게 대답한다.


그 섬멸의 광경을 상상하며 남자는 부르르 몸서리를 쳤다.


무라사키 "좋아, 끝났어. 기다리게 했군, 갈까?"

도즈의 부하 "ㅇ, 옛!"


무라사키는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


무라사키 "그건 그렇고, 여기는 내가 살던 시대보다 고도의 기술이 존재하는데, 항상 누가 직접 부르러 오는군."

도즈의 부하 "문어 놈들이나 다른 갱단으로부터 감청당하지 않도록 중요한 것은 아날로그로."

도즈의 부하 "그게 보스의 방식이거든요."

무라사키 "신중하군."

도즈의 부하 "저도 이렇게 무라사키 누님과 직접 대화할 수 있고요. 헤헤."

무라사키 "흐응."




무라사키가 향한 곳은 이 지구(地区)를 지배하고 있는 빅뱅 도즈의 거점이자 거리의 이름 유래이기도 한 술집 '빅뱅'이었다.


밖에서는 잘 모르겠으나, 가게 안이 소란스러운 것 같다.


무라사키 "어쩐지 소란스러운데."

도즈의 부하 "헤에. 저 가게에서 바보짓을 하는 놈은 이 근처에 없을 텐데요."

무라사키 "이 근처에 없던 놈이 바보짓을 한다는 거야?"

도즈의 부하 "그런 것 같네요. 무라사키 누님, 조심해서 가죠."

무라사키 "그래."


별로 눈에 띄지 않도록, 무라사키는 조심스럽게 안의 상황을 살폈다.


소란스러운 것도 당연하다.


빅뱅 도즈와 그 부하들이 브레인플레이어 부대를 상대하고 있다.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여성형 기계생명체다. 저게 리더겠지.


그리고 그녀가 데리고 온 머신 드로이드. 1개 분대는 있다.


리더의 눈은 가드로 덮여 있어 보이지 않으나, 그 입가는 꽉 다물어져 자못 험악한 표정이다.


게다가 휘하의 머신 드로이드들 전부 도즈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


일촉즉발이라고 해도 되겠지.


도즈는 그것을 대담하게 상대하고 있지만, 부하들은 맹렬한 야유를 보내고 있다.


도즈의 부하 "어퍼 가든의 경비 주임이 뭐하러 온 거야!?"

도즈의 부하 "여긴 안다크다. 돌아갈 장소를 잘못 찾은 거 아닌가?"


그 모습을 훔쳐보며, 무라사키는 그녀를 부르러 온 남자에게 물었다.


무라사키 "경비주임이라니?"

도즈의 부하 "저 녀석은 아테나라고, 보다시피 문어 놈의 기계생명체로."

도즈의 부하 "브레인 코어 상층 계층인 어퍼 가든의 치안 유지를 담당하는 경비 주임입니다."

도즈의 부하 "어퍼 가든에 몰래 들어오는 인간을 사냥하는 파수견의 총괄자인 셈이죠."

무라사키 "그런 게 왜 여기까지 내려온 거지?"

무라사키 "브레인플레이어에게 있어, 인간의 노동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되기만 하면 안다크가 어떻게 되든 무관심."

무라사키 "여기 치안은 도즈를 비롯한 갱의 보스에게 맡긴다고 들었는데?"

도즈의 부하 "그렇습니다만, 저 녀석은 괴짜라, 가끔 이리로 내려와 트집을 잡거든요."

무라사키 "자아를 얻어서 그렇다는 건가."

도즈의 부하 "그럴지도 모르죠."

무라사키 "무기는 저 활인가?"

도즈의 부하 "여기 건물을 파괴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요. 그 부분도 묘한 녀석이에요."

무라사키 "그렇군."


무라사키는 허리의 빔 액스를 확인한다.


도즈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지만, 여차하면 개입할 생각이었다.


무라사키가 사태를 지켜보고 있을 때, 도즈가 평소와 같은 어조로 입을 열었다.


도즈 "아테나 나리. 오랜만이군. 천하의 어퍼 가든의 경비주임님이 이런 쓰레기통에 무슨 용무지?"

아테나 "최근, 안다크에서 불온한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아테나가 대답했다.


주변의 머신들과 달리 뚜렷한 자아가 느껴진다.


성격에서 오는 음색의 차이가 기계생명체에 있는지 어떤지 무라사키는 모르지만,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어 보이는 목소리다.


도스 "헤에, 그건 금시초문인데. 불온한 계획. 그거 큰일이구만. 누가 그런 바보 같은 짓을?"

아테나 "모르는 척 마라. 나는 너를 의심하고 있다."

도즈 "나를? 이거 놀랍군. 이 빅뱅 도즈는 브레인플레이어님의 충실한 개인데."

아테나 "언제나 트러블은 너에게서 시작되었지."


아테나는 그렇게 몰아붙였다.


도즈의 부하들이 살기는 드러내지만, 당사자는 익숙한 듯 이렇게 대답한다.


도즈 "아테나 나리, 그렇게 나를 의심한다면 지금부터 수색 해 보시지?"

도즈 "다만 이쪽도 바빠. 여하튼 나는 브레인플레이어 님에게 이런저런 일을 부탁받고 있으니까."

도즈 "나리 마음대로 이곳을 뒤적이다간, 그것 모두 지연될지도 몰라."

도즈 "뭐, 그때는 나리가 책임지고 제대로 변명해 줘."

아테나 "큭......"


아테나는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으리라. 참으로 알기 쉬운 감정 표현이다.


애당초 어퍼 가든의 경비주임이 이런 곳까지 내려와 있는 것부터 룰 위반일 것이다.


아테나 "쥐새끼 주제에 기어오르지 마라."


거만한 태도를 취하는 아테나에게 도즈는 간사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즈 "그 쥐새끼의 노동력이 브레인플레이어 님에게는 필요해."

도즈 "충실한 하인끼리, 사이좋게 지내자고 아테나 나리."

아테나 "경고는 했다!"


아테나는 그렇게 내뱉더니 머신 드로이드를 데리고 떠났다.


무라사키는 그늘에 몸을 숨긴 뒤, 다시 술집으로 들어갔다.


도즈 "여어, 무라사키 누님. 기다렸다고."


도즈는 조금 전의 소란 같은 건 없었다는 듯, 기분 좋은 얼굴로 무라사키를 맞이한다.


무라사키 "묘한 게 왔구나. 무슨 트러블이라도?"


걱정할 만한 것도 없었지만, 일단 물어보니,


도즈 "뭐 늘상 있는 일이지. 숨기는 게 있긴 하지만."


도즈는 그렇게 시원스레 흘리며, 아테나를 상대할 때와는 달리 자랑스럽게 말했다.


도즈 "그런 것보다 예의 건, 잘 풀릴지도 몰라."

무라사키 "그런가. 고맙군."

도즈 "좋은 게 좋은 거지. 뭐, 나로서는 누님이 저 큰 도끼를 휘둘러."

도즈 "어퍼 가든을 정면으로 후려갈기는 것도 보고 싶지만. 안 그러냐?"


도즈가 부하들을 돌아보자, 그들도 조금 전과는 다른 사람 같은 얼굴로, "그거 굉장하겠군." "꼭 구경할 거야." 하고 들떠 있다.


무라사키 "그래도 되나?"


무라사키이 의아해하며 묻자 도즈는 정말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과장스레 웃으며 말했다.


도즈 "크하하하하!! 누님, 그건 좀 봐줘. 좀 더 온화하게 가자구."

도즈 "놈들에게 노동자를 공급하는 갱 조직은 우리 말고도 몇 개 더 있어."

도즈 "그 중 하나가 그 『온건한 잠입수단』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도즈 "누님, 지금부터 나랑 같이 거기의 보스를 만나러 가지 않을래?"


무라사키에게 그렇게 물으면서, 대답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먼저 가게를 나가려 한다.


무라사키 "물론이지."


무라사키가 그 뒤를 쫓자, 도즈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도즈 "그놈들은 안다크의 로이야 지구라고 불리는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놈들인데 말이야. 누님한테는 좀 미안하지만......"

무라사키 "뭐지?"

도즈 "저기에는 뇌가 개미만 한 놈이 있어. 마주치면 틀림없이 덮치려 들 거야......"

무라사키 "평소와 똑같군. 알았다."

도즈 "역시 누님은 이해가 빨라."


도즈는 히죽 웃었다.




로이야 지구는 도즈가 지배하는 빅뱅 지구에서 안다크 중심부를 사이에 둔 끝에 있다고 한다.


로이야 지구도, 중심부도 무라사키는 처음 방문하는 지역이다.


무라사키 "이 근처는 거리가 깨끗하군."


중심부에 들어서자 거리의 모습이 확연히 달라졌다.


공기는 깨끗하고, 어느 건물이나 불빛이 눈부시게 켜져 있다.


다양한 물건들이 진열된 생생한 쇼윈도도 있었다.


도즈 "문어 놈들에게 꼬리를 흔들어 부자가 된 놈들의 에리어야."

도즈 "안다크에서 장사하는 기업이란 것까지 있지."

도즈 "옛 인간의 도시를 재현한다는 게 녀석들의 선전 문구야. 우리로서는 아무래도 좋지만."

무라사키 "그렇군."


무라사키에게는 평범한 지하상가이지만, 타고나기를 안다크의 거주자인 도즈에게는 그렇게 보일 것이다.


하지만 여느 지하상가와 어울리지 않는 것들도 있었다.


어퍼 가든의 경비주임 아테나 휘하에 있던 머신 드로이드.


무라사키는 처음 본, 달걀에 긴 다리를 단 듯한 경비 드론.


그것이 여럿 서 있어, 이곳을 경비한다기보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다.


무라사키 "놈들의 로봇도 많구나."


도즈는 그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도즈 "어퍼 가든으로 통하는 게이트가 있어. 여기서 우리를 막는다란 거지."

도즈 "저 발 달린 달걀을 조심해."

도즈 "녀석은 '웨보'라고 해. 마을을 파괴하지 않도록 생명체에만 유효한 광선을 쏘는 성가신 녀석이야."

무라사키 "생명체만?"

도즈 "그거에 당하면 단백질이 안에서부터 파괴되어."

도즈 "우리가 당하면 맨몸인 부분만 흐물흐물, 질척질척 해져 그대로 죽어버리는 거지."

도즈 "맨몸인 누님은 더욱 위험하고."

무라사키 "그건 조심하지."


무라사키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문득 생각나 덧붙였다.


무라사키 "단백질 파괴라고 하면, 내가 있던 세계에서는 야타가라스족의 아이에게 그런 능력을 지녔지."

도즈 "그런 마물의 새끼가 있나?"

무라사키 "머리가 까마귀인 아이다. 부리의 독에 찔리면 단백질이 변질되어 육체가 상자로 변한다.

도즈 "사앙자?"

무라사키 "네모난 통이다. 사람이 고기의 통이 되는 거지. 사이보그라면 고기와 기계가 섞인 이상한 덩어리가 된다더군."

도즈 "무섭구만."


그런 대화를 나누면서 안다크 중심지를 지난다.


머신 드로이드와 웨보도 둘에게 주목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로이야 지구에 도달했다.


거리의 분위기는 안다크스럽게 돌아왔지만, 노점상과 포장마차 등 많은 것들이 눈길을 끈다.


신선 식료품 가게 등은 빅뱅 지구에서 볼 수 없다.


무라사키 "여기는 시장 구획인가."

도즈 "그렇지. 여하튼 사고 팔 수 있는 건 내 지역보다 많으니."

무라사키 "시간이 되면 과일이라도 사가고 싶군."


신세지고 있는 몸으로 불평불만을 늘어놓고 싶지 않으나, 빅뱅 지구의 음식은 대체로 맛이 없다.


도즈 "상관없어. 잠깐 들렀다 갈 시간쯤이야."


무라사키는 가게들 중 하나를 들여다보려 했지만, 


도즈 "잠깐, 벌써 나왔어."


도즈가 귀찮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동시에, 비슷한 모습의 놈들이 우르르 나타나 이곳에 막 온 두 사람을 포위했다.


로이야 갱들이다.


신체 곳곳을 사이보그화하고 있는 것은 빅뱅 지구의 주민들과 같지만, 그들과 달리 외형도 움직임도 질서가 있다. 마치 무장경찰 같다.


도즈 "누님, 갑자기라 미안하지만."

무라사키 "상관없어. 예정대로 하면 되지?"


미안해하는 도즈에게 무라사키는 담백하게 말했다.


***



로이야 갱 "빅뱅 도즈. 뭐 하러 왔지?"


두 사람을 포위한 갱들의 리더라고 생각되는 자가 말했다.


도즈 "너희 보스에게 볼일이 있어서. 지나갈 수 없을까?"

로이야 갱 "안 돼. 기르 님은 너를 만나지 않으실 거다."

도즈 "이런 말을 하는 사이에 본인이 이쪽으로 온 것 같은데.


도즈는 히죽 웃으며 턱짓을 했다.


무라사키 "굉장한 게 왔군."


거대한 기계 덩어리에서 머리만 내민 남자가 엄청난 기세로 이쪽을 향해 온다.



슈퍼노바・기르 "도, 도, 도즈가 왔다고!! ㅇ, 어디에 있냐, 도즈 새끼는!!"

도즈 "여어, 기르! 오랜만이야."


도즈는 전신 사이보그인 거한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었지만,


기르 "도즈 너 이 새끼!? 주주주죽인다!!!"


돌아온 것은 친근함이라곤 한 조각도 느낄 수 없는 말이다.


무라사키 "저게 예의 개미 뇌인가?"

도즈 "아아......슈퍼노바 기르는 사소한 걸 질질 물고 늘어지는 녀석이지."

무라사키 "놈이 『온건한 잠입수단』을 알고 있나?"

도즈 "아니, 전혀. 놈의 뒤에 빅 보스가 있는데......큰일 났구만."


기르라는, 올려다 볼 정도의 덩치 큰 남자 앞에서 둘이서 소곤소곤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길 "도, 도즈, 너 이 새끼!! ㄴ, 날 무시하고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좋아, 지금 당장, 주주죽여주마!!"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격한 분노를 토해내며 기르는 기계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다.


도즈는 그런 기르 앞으로 걸어나왔다.


도즈 "이봐 기르! 진정하라고!!! 지난 일을 언제까지 질질 끄는 거야!!"

기르 "다다닥쳐라, 기기기둥서방 새끼가!? 잘도 뻔뻔스레 여여여기에, 얼굴을 내밀었군!?"

기르 "오늘이야말로 다진 고기로 만들어 돼돼돼지의 먹이로 던져주마!!!"

무라사키 "기둥서방?"

도즈 "술에 취해서, 그 뭐시냐, 놈의 여자랑 자버렸거든."

무라사키 "그렇군......"


도대체 그건 어떤 여자일까, 하고 무라사키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생각을 하다가, 둘 사이에 끼어든다.


무라사키 "잠깐."

무라사키 "슈퍼노바 기르라고 했지. 나는 너의 보스에게 볼일이 있어 왔다. 도즈는 여기까지 안내해줬을 뿐이다."

무라사키 "여자를 빼앗긴 너의 분노는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참아주지 않겠나?"

무라사키 "그럼 나중에 너희들의 결투를 내가 입회하지."

도즈 "잠깐 누님! 바람 좀 핀 정도로 녀석과의 결투라니, 좀 봐달라고."

무라사키 "무리인가?"

도즈 "무리인 건 아니지만......"

길 "네네네놈!? 또 굉장히 좋은 여자를 데리고 왔잔아!? 쳐죽여주마아아아!!!"


기르는 설득에 응하기는 커녕, 양손에서 레이저 블레이드를 꺼내들고 소리쳤다.


도즈 "거 보라지."

무라사키 "......불에 기름이었던 것 같군."


아무래도 전투는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무라사키는 어쩔 수 없이 무기를 뽑았다.


그때였다.



앤・로이야 "잠깐!!!"


제지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타난 것은 노파였다.


하지만 그 새된 목소리에, 갱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기르도 놀라 레이저 블레이드를 감추고 한층 작아진 듯한 목소리를 냈다.


길 "마, 마마!? 마마말리지 마!? 지금 하반신의 원한을 푸는 중이라고."

앤 "바보 같은 녀석. 하고 싶으면 멋대로 해."

앤 "그래도 그쪽의 아가씨는 네 적수가 아니야."


아무래도 그녀가 여기의 보스인 것 같다.


보통내기 아닌 분위기를 풍기는 노파는 무라사키를 보고 굉장한 미소를 지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인간 상자......큐브......무라사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