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게는 로이야 지구에서 가장 큰 고물상이었다.


가게 안에 놓여 있는 것은 수수께끼의 소품. 섬뜩한 색의 액체가 가득한 약병.


약초나 본 적 없는 식물. 묘한 생물의 어느 부위를 말린 것.


이거고 저거고 이 땅에 온 지 오래되지 않은 무라사키는 알 수 없는 것들 뿐이다.


수상쩍은 마법사가 운영하고 있을 법한 가게로, 주인의 생김새도 그런 인상이었다.


앤 "나는 앤 로이야. 여기서는 빅 마마라고 불리지."

앤 "저기 울상인 뚱보는 내 아들이야."

기르 "마, 마마 너무해."

기르 "나나, 나는 도즈에게 복수하고 싶을 뿐인데. 왜 그런 말을 해?"


기르는 큰 몸을 힘껏 움츠리며, 떼쟁이 같은 소리를 했지만,


앤 "시끄러워. 얌전히 가게 앞 청소나 해. 그렇지 않으면 오늘 밥은 없다."

길 "ㅁ, 미안 마마. 그것만은 봐줘. 얌전히 청소하고 있을게."


무서운 마마에게 꾸지람만 듣고, 풀이 죽어 가게 밖으로 나갔다.


앤 "나참. 덩치만 크지, 언제까지나 어린애라니까."


앤은 그렇게 투덜거리더니 무라사키와 도즈 쪽으로 돌아섰다.


앤 "그럼 용건을 들어볼까. 그 전에 아가씨의 이름을 물어볼까 하는데. 처음 보는 얼굴이잖아."

무라사키 "야츠 무라사키, 대마인이다."


앤은 눈을 부릅떴다. 그녀의 부하들도 경계를 드러낸다.


앤 "휴우, 대마인이라. 이거 놀랍구만. 평범한 아가씨가 아닌 줄 알았지만, 설마 그 대마인일 줄이야."

앤 "레지스탕인가? 아니면 Bandit?"

무라사키 "어느 쪽도 아니다. 얼마 전부터 이쪽의 도즈에게 신세를 지고 있지."

앤 "특별한 사정이 있나 보군. 그런데, 이 빅마마한테 무슨 볼일인고?"


그 물음에 도즈가 답했다.


도즈 "누님은 어퍼 가든에 가려고 해. 그것도 빅마마의 방식대로 몰래. 도와주면 않겠어?"

앤 "핫. 이거 참......"


앤은 재차 놀랐다.


놀랐다기보다 기가 막히다는 얼굴의 그녀에게 무라사키는 말했다.


무라사키 "돈이라면 얼마든지 준비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한 준비는 해 왔다."


안다크 온 지 두 달.


무라사키는 종말세계를 탐색하고, 거기서 얻은 물자를 팔거나, 도즈로부터 괜찮은 일을 수행해, 보수를 받고 있었다.


브레인 코어에서 브레인플레이어 간의 거래는 모두 전자결제로, 화폐는 존재하지 않지만, 그들은 안다크 거주자를 상대하기 위해 희귀금속으로 만든, 은화 같은 걸 화폐로 준비하고 있었다.


그것은 브레인 코어 밖의 사람들과의 거래에도 사용되고 있으며, 브레인플레이어 유래인지라 현재는 다른 대체 화폐보다 가치 있었다.


그런 화폐 등을 사용하는 인류를 브레인플레이어는 멸시하고 있는 것 같다.


그건 그렇다 치고, 무라사키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여 이미 상당한 액수의 돈을 황야에서 벌었다.


앤 "돈 뿐인가."


그것만 있으면 뒷거래여도 충분하다고 도즈는 보증을 해주었지만, 앤은 흥미 없다는 표정이다.


도즈 "빅마마, 그뿐만이 아니야. 누님이 밖에서 부순 가디언에게서 수거한 부품을 나눠줄 수도 있어."

도즈 "우리에겐 아주 귀중한 보물이잖아."


폐허가 된 거리 밖과 달리 브레인 코어에는 고도의 과학문명과 풍부한 물자가 존재한다.


이 최하층 안다크에서도 브레인플레이어로부터 콩고물을 받을 수 있지만, 그들의 최신 기술 결정체인 가디언의 부품은 별개다.


사이보그가 많은 이곳 주민들에겐, 아무리 큰 돈이라도 내서 가지고 싶은 보물이다.


그 증거로, 밖에서 청소를 하며 귀를 기울이던 기르가 얼른 끼어들었다.


길 "가가, 가디언의 부품!? 괴괴굉장해 마마!!"

길 "도즈는 죽여버리고 싶지만, 그런 이야기는 거절할 수 없어!"

앤 "기르, 가만히 있어. 반푼이인 네가 내 장사에 참견하지 마라."

길 "으으......"


앤이 딱 잘라 말하자, 기르는 다시 잠자코 물러난다.


앤 "가디언을 쓰러뜨리다니, 대마인이라는 건 사실인가 보군."

앤 "나도 세상이 이렇게 되기 전에 대마닌을 만난 적이 있지만."

앤 "이놈이고 저놈이고 귀엽게 생겨선, 무시무시한 녀석들 투성이였지. 댁이랑 똑같이 말이야."


앤은 그립다는 얼굴을 하고 나서, 문득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변했다.


앤 "하지만, 어퍼 가든에 데려가 달라고 하면 얘기는 별개야."

앤 "거기서 무엇을 할 것인지 모르지만, 댁이 대마인이라면 더욱 그래."

앤 "잘못하면 나도 죽어. 그런 건 도즈, 네가 제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도즈는 히죽 웃으며 몸을 내민다.


도즈 "물론, 잘 알고 부탁하는 거지. 거기서 이어가는 게 빅마마잖아?"


앤은 거꾸로 몸을 빼더니, 연극조로 두 팔을 벌렸다.


앤 "퍽 강하게 나오는군. 하지만 어퍼 가든에 가는 방법은 내게 있어서도 장사 밑천이라고."

도즈 "돈이나 부품으로도 안 된다는 거야?"


도즈의 목소리가 조용해진다.


앤은 달라붙듯 도즈에게 얼굴을 가까이 대고, 역시 속삭이듯 말했다.


앤 "글쎄, 대마인인 댁을 봤을 때, 내 부탁 몇 가지를 들어주면 거래를 할지도?"

도즈 "누님......?"


도즈가 무라사키를 돌아보았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무라사키가 대답했다.


무라사키 "부탁의 내용에 따라 다르다."

앤 "아무리 그래도 대마인을 히트맨에게 쓰려고 하지는 않아. 나는 그런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년이 아니니까."


앤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또 옛날 생각이 난 듯한 얼굴이다.


그런 짓을 하다가 낭패를 본 상대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앤 "그렇지만 뭐, 어떤 면에서는 더러운 일이려나."

무라사키 "들어보지."

앤 "나는 사업상, 안다크와 바깥 세상을 오갈 수 있는 여러 루트를 쥐고 있어."

앤 "그 중 하나인 '하수도 루트'에 최근 괴물이 생겨서 말이야, 그 녀석을 댁이 없애줬으면 좋겠어."

무라사키 "하수구 루트인가."


앵무새처럼 대답하는 무라사키에게 도즈가 설명한다.


도즈 "그 점이 빅마마의 강점이지. 누님이 브레인 코어에 들어온 루트는 거기 사는 시티즌이 지배하고 있어."

도즈 "나는 놈들과 우호관계를 맺고 그 루트를 이용하고 있는데, 이래저래 시끄럽게 군다니까."

도즈 "독자적인 루트를 지닌 빅마마는 정말 부러울 따름이야."

앤 "연륜이란 거지. 아들뻘 되는 녀석들한테는 아직 지지 않아."

도즈 "못 당하겠구만."


도즈는 웃고 나서,


도즈 "하수도 루트의 괴물 이야기는 들은 적 있어요. 커다란 집게 달린 게 같은 놈이었던가."

앤 "이 나도 처음 보는 괴물이야.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건지. 뭐 대충 짐작은 가지만."

도즈 "윗분들인가?"

앤 "내가 없으면 만족스럽게 살 수도 없으면서, 정말 사람 괴롭히기를 좋아하는 문어들이라니까."


앤은 그 문어가 사는, 어퍼 가든이 있는 위쪽을 꺼림칙하게 올려다봤다.


무라사키 "부탁하는 건 알겠다. 하지만 그 정도는 스스로 대처할 수 없는 건가? 강한 힘을 지닌 부하가 많아 보이는데, 왜 나한테?"

앤 "아들은 비참한 기계의 몸이야. 나는 맨몸이지만."

무라사키 "물에서 일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건가. 좋아, 알겠다."


무라사키는 오른손을 내밀었다.


앤 "거래 성사로군. 다음 부탁은 그 건을 끝내고 전달하기로 할까."


앤은 악수에 응하면서 뭔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도즈 "빅마마, 이 누님 상대로 너무 흥정은 하지 않는 게 좋아. 댁과 마찬가지로 쓰레기통의 주민으로서 충고하는 거야."

앤 "말할 것도 없지. 대마인에 대해서는 너보다 더 잘 알 거야."


로이야 지구의 보스 빅마마는 의미심장하게 웃을 뿐이었다.




그 모습을 로이야 지구의 그늘에서 감시하고 있는 자가 있었다.


거리의 주민은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감시자는 그 자취를 이미 감추고 있었으니.


아테나 "앤 로이야까지 나왔나."


아테나는 초조하게 중얼거리며 광학위장을 풀었다.


아테나 "방해장치로 대화를 듣지 못하게 하다니. 건방진 갱 놈들. 역시 뭔가 꾸미고 있어."


가게 안의 모습은 보였지만, 음성의 차단 등 방해장치 탓에 대화 내용은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두 유력 갱 조직의 보스가 의문의 여자와 함께 밀담을 나누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우려할 만한 사태다.


아테나 "그건 그렇고, 저 여자는 누구지?"


본 적 없는 여자다.


게다가 사이보그화 하지도 않았다. 안다크에서는 보기 드물다.


아테나 "저 여자도 경계할 필요가 있겠군."


아테나는 기밀 통신으로 도시 전역의 경비 수준을 끌어올리라는 지령을 내렸다.


아테나 "반드시 갱들을 일소하기 위한 구실을 잡아주겠다."


어퍼 가든의 경비주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광학미채로 사라졌다.




무라사키와 도즈는 앤의 가게를 나와, 그녀가 알려준 로이야 지역의 한 모퉁이에 와 있었다.


무라사키 "여기가 '하수도 루트'의 입구인가."


아주 흔한 맨홀이 있고, 아래로 내려갈 수 있게 되어 있다.


도즈 "그 중 하나란 거지. 누님이 이 일을 해결하기 전까지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할 거야."


도즈가 맨홀을 열자, 어두운 구멍이 아래로 이어져 있다.


무라사키 "멋대로 하수도 루트를 사용하게 두지 마라. 있을 법한 얘기군."

무라사키 "나도 생매장당하지 않도록 조심해서 다녀오지."


무라사키는 가볍게 말하고, 별다른 긴장감 없이 구멍을 내려가려고 한다.


도즈 "누님, 나도 물에는 약해. 같이 못 가서 미안."


여기까지 함께 와 주었지만, 도즈는 미안해 보였다.


무라사키 "괜찮아. 게다가 네 실력은 잘 알지만, 막다른 판에 나와 짝을 이룰 수 있는 건 한 명 뿐이야."

도즈 "그게 누님이 찾는다는 거야?"

무라사키 "어차피 지금도 어디선가 놀고 있겠지. 태평스러운 녀석이니까."

도즈 "나는 여기서 누님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을게. 조심해."

무라사키 "그래."


무라사키는 단신으로 지하에 내려갔다.


구멍을 따라 내려간 곳은 하수도 그 자체가 아니라, 그곳으로 통하는 지하 통로였다.


침체된 공기에 녹 냄새가 섞여 있지만, 별다른 답답함은 느끼지 않는다.


앤에게서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어디쯤에서 괴물이 나오는지 들었다.


하수도의 물소리가 들려왔다.


무라사키 "저쪽인가......"


무라사키는 경계하면서 지하를 나아간다.


조금 더 나아가면 하수도가 나왔다.


그곳이 보통 상황이 아닌 것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벽과 천장 곳곳에 뭔가의 알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무라사키 "들었던 괴물의 알인가?"


크고 작은 게 여럿, 개중에서 큰 것은 농구공만큼이나 크다.


손으로 만지고 싶지는 않아, 근처에 있던 하나를 발바닥으로 누르자, 뿌직 불쾌한 감촉이 돌아왔다.


무라사키 "다 처치해야겠지만, 어딘가에 이걸 낳은 녀석이 있을 테지."


그 부모를 쓰러뜨리는 것이 선결이다.


어떻게 찾을까 하다가, 하수도 끝에서 무언가를 문지르는 듯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무라사키 "......"


무라사키는 말없이 허리의 도끼를 뽑아, 빔 블레이드를 발생시켰다.


언제 무슨 일이 닥쳐도 대응할 수 있게 임전 태세를 취하고, 소리가 들린 쪽으로 걷기 시작한다.


キシキシキシキシキシキシキシ!!


소리는 점점 커져간다.


무라사키 "대환영이란 건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나아가는데, 갑자기 넓은 곳이 나왔다.


그 순간──.


キシキシキシキシキシキシキシ!!


신경을 자극하는 소리가 주위에서 울려 퍼졌고, 한 마리인 줄 알았던 게 괴물, 그 알의 부모가 일제히 나타났다.



상당히 많은 수. 20마리 가까이 된다.


거대한 집게 달린 외눈의 괴물이다. 크기는 곰만하다.


아까부터 들렸던 소리는 가위를 딱딱 치며 발생하고 있다.


아마도 위협하는 소리일 것이다. 게 괴물은 보기보다 날렵한 움직임으로 무라사키를 에워쌌다.


한 마리가 소리를 내며 먹이를 꾀어내고, 그것이 무리의 품 안으로 파고들면 숨어있던 다른 개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상당한 지능이다.


무라사키 "단순한 괴물이 아닌 건가? 나를 여기까지 유인하다니."

무라사키 "뭐 좋아. 한꺼번에 상대할 수 있으면 편하지."


무라사키는 전혀 움직이지 않고 게 괴물, 셸 몬스터 무리를 향해 양손의 빔 액스를 겨누었다.


***


그때.


장소는 도쿄 근교의 해안 절벽.


거기에 나사라와 고양이가 있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이 나사라의 후드티와 고양이의 털을 어루만진다.


나살라 "물 냄새, 좋아."

오보 고양이 "오보~~."


나사라는 편안한 듯, 고양이는 약간 추워 보였는데, 


오보 고양이 "오보!"


고양이가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꼬리를 쫑긋 세웠다.


나사라는 고개를 끄덕인다.


나사라 "응. 지금까지 경비가 없었는데 신기해."


그러면서 그녀와 고양이 외에 아무도 없는 주위를 살핀다.


직후 두 사람을 포위하듯 광학미채를 푼 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브레인플레이어의 기계생명체 웨보와 머신 드로이드 부대다.


이 절벽에는 브레인 코어와 연결되는 배수구가 숨겨져 있다.


지하 배수를 퍼올려 밖으로 버리고 있는 것이다.


레지스탕스나 Bandit에도 아직 알려지지 않은 곳이며, 이곳으로부터의 배수에는 치사성 맹독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 나사라가 아니면 배수구를 통해 안으로 침입하는 건 불가능해, 평소에 경비도 없다.


그게 편해, 나사라는 안다크에 용무가 있을 때는 이곳을 사용하고 있었다.


늘 없는 경비가, 오늘 들어섰다.


나사라 "경비 강화 중. 아래 무슨 일이 생겼나?"

오보 고양이 "오보?"


아테나가 경비 레벨을 올렸기 때문이지만, 역시 거기까지는 알 수 없다.


모습을 드러낸 경비 머신들은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 포위를 좁혀온다.


싸워서 쓰러뜨리는 건 간단하지만──.


나사라 "나사라, 탐정단의 일원. 쓸데없는 전투는 피하고 여기선 도주."

오보 고양이 "보!"


오보 고양이가 나사라의 등에 매달린다. 나사라는 쏜살같이 도망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