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앨리시아 "아하하하하하하하!!"


내 보고를 듣고, 앨리시아는 크게 웃었다.


앨리시아 "그건 솔직하게 너를 칭찬하고 싶지 않았던 거겠지. 마야도 고집이 세니까.

나 "네에......"

앨리시아 "하지만, 크크크......그 마야에게 그런 수법을 쓰게 했다고? 잘 했어, 후마."

나 "그런가요?"

앨리시아 "마야는 너무 모범생이거든. 지휘관에게는 그런 약삭빠름도 필요하다. 좋은 약이 되었겠지."

나 "그렇다면 좋겠는데요......"


확실히 앨리시아의 말이 맞다.

현실에서도 나는 기본적으로 그런 방침이었다.


앨리시아 "그나저나, 넌 재미있는 녀석이구나. 나도 너를 더 알고 싶어졌어."

나 "감사합니다."


감사를 전하는 나를 보며 앨리시아는 뭔가 생각하더니,


앨리시아 "그렇지, 마침 잘 되었어. 지금부터 나는 야회(夜会)에 갈 거야. 내 종자로 따라오도록."

나 "넷!?"


엉뚱한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 "레이브 뷰스트룀 백작의 영애, 코델리아 공국 섭정, 코델리아군 사령장관."

??? "앨리시아 뷰스트룀님의 입장입니다."

앨리시아 "......"


픽션에서만 듣던 케케묵은 목소리가 들리고, 앨리시아가 우아하게 홀로 내디뎠다.

그녀와 팔짱을 끼고 에스코트 하는 사람은 정장을 입혀진 나다.


나 "~~~~~~~~으."


당연하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

긴장해서 손발이 부들부들 떨린다.


앨리시아 "좀 더 당당하게 굴어라. 당연하다는 모습을 보이면 그렇게 보이는 법이니."

나 "네, 네에......"

알베르트 백작 "앨리시아님, 안녕하신지요. 오늘도 아름다우시군요."


희고 멋들어진 수염을 기른, 척 봐도 대귀족이라는 느낌의 노신사가 말을 걸어 왔다.


앨리시아 "안녕하신지요, 알베르토 백작님. 귀하도 건강하셔 다행입니다."

알베르트 백작 "하하하, 욕 먹으면 오래 산다는 거죠. 에스코트 담당인 그 쪽은 뉘신지?"

앨리시아 "얼마 전 마야의 종자로 삼은 후마 코타로입니다. 오늘 저녁은 저와 함께 동행했습니다."

알베르트 백작 "호오, 과연. 저는, 조지 폰 알베르트라고 합니다."

알베르트 백작 "조부이신 찰스의 대부터 대공가와는 가깝게 지내고 있습니다. 후마님, 이후로도 자주 뵙기를 기대하지요."

나 "저,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클라우디아 남작부인 "앨리시아 님, 안녕하신지요. 오늘은 늠름한 분과 함께시군요. 저에게도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번에는 굉장한 드레스 차림의 숙녀가 다가온다.


앨리시아 "안녕하신가요, 남작 부인. 기꺼이 그러죠. 후마, 이쪽은 클라우디아 남작부인. 코델리아 내에서도 1, 2위를 다투는 여걸이야."

클라우디아 남작부인 "오호호호. 앨리시아님만큼은 아니에요. 후마님, 만나서 반가워요. 향후에도 잘 부탁드려요."

나 "저, 저야말로. 남작부인. 후마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클라우디아 남작부인 "이런이런,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분이군요"

앨리시아 "후후후."


그런데 그 후에도 그럭저럭 자작이니 뭐니 하는 집안의 아가씨가 다가와 앨리시아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때마다 나는 내친 김에 소개를 받고 낯선 인사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런 상류층과의 인사가 반복되자, 그것만으로도 기진맥진해진다.


앨리시아 "뭐야, 그 축 늘어진 얼굴은."


자기소개 시간이 대충 지나간 뒤 앨리시아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나 "조금 긴장해서요. 이렇게 대단한 사람들만 줄줄이 나타나면 말이죠."

앨리시아 "어쩔 수 없는 녀석이로군. 오늘은 사적인 야회로 손님도 적어."

앨리시아 "정식 만찬은 이런 게 아니야. 그야말로 인삿말 뿐이다."

나 "상상만 해도 아찔해지네요."

앨리시아 "익숙해져야지. 앞으로는 마야의 종자로서 이런 기회가 많아질 거야."

앨리시아 "그래. 대충 안면은 텄으니 잠시 벽의 꽃이 되어 있도록."

나 "그렇게 하겠습니다."


나는 순순히 구석에 처박혔다.


앨리시아 "포틀릿 후작부인, 안녕하신지요."

포틀릿 후작부인 "어머나, 앨리시아님, 오랜만이네요."

앨리시아 "오늘 밤도 우아한 옷차림이시군요. 그건 해밀턴 경의 신작인가요?"

포틀릿 후작 부인 "역시 앨리시아님, 눈썰미가 좋으시네요. 그런데 앨리시아님은 또 그런 군복이군요. 아까워요."

앨리시아 "하하하, 저는 이것이 제일이랍니다."


나를 놓아준 앨리시아는 털끝만큼의 피로도 느끼지 못하는 얼굴로 생기발랄한 사교를 나누고 있었다.

이렇게 멀리서 보면, 마야가 학교에서 교사와 급우로부터 친근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에 비해 앨리시아는 모두의 경외를 사고 있다.


대공궁에서 마야와 함께 있을 때는 <언니>라는 호칭처럼 여동생을 돌보는 언니의 모습이지만, 여기에서는 그녀의 군주로서의 일면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마야도 이런 곳에 오면 또 다른 모습을 보일까.

그렇게 멍하니 생각하고 있으면,


??? "앨리시아 뷰스트룀님, 아름다운 분이시군요."


나처럼 벽의 꽃이 되어 있던 남자가 나에게 말을 걸어 왔다.




나 "당신은?"

디노 디라소 "실례. 저는 디노 디라소라고 합니다."

디노 디라소 "얼마 전 지구에서 부임한 테라 정교회의 주교입니다."

나 "테라 정교회......"


그러고 보니 남자는 야회에 어울리지 않는 간소한 법의 같은 것을 입고 있다.

이런 미래 세계에서도 아직 종교는 남아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럴듯한 옷을 입고 있으나, 이 남자는 그닥 종교인답지 않다.

법의 위에서도 알 수 있는 단련된 신체하며, 날카로운 눈초리도 꽤 야심가로 보인다.


하긴 역사상, 그런 종교인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디노 디라소 "앨리시아님의 종자인 후마님이었나요? 출신은 역시 코델리아인가요?"

나 "아뇨, 지구에요."

디노 디라소 "호오, 이거 놀랍군요."


남자는 호들갑을 떨었다.


디노 디라소 "앞으로 코델리아는 네오 테라즈와 뉴 솔라르 사이에서 점점 중요시 될 것입니다."

디노 디라소 "이 와중에 코델리아의 일등공신이신 앨리시아님이 지구 출신을 모셔오실 줄이야."

디노 디라소 "앨리시아님에게는 뭔가 기약할 바가 있으신가요?"

나 "글세요, 저도 자세히는 모르는지라."


나는 애매하게 대답했다.

앨리시아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일부러 나에게 접촉해 온 것 같은 이 남자를 경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디노 디라소 "후후, 당신은 조심성이 많은 분 같군요."


그쪽도 그렇다고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지만 남자는 갑자기 시선을 홀 중앙으로 돌렸다.


디노 디라소 "이런, 뭔가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군요."

나 "......?"


덩달아 그쪽을 돌아보니,


귀족 "무례하다!!"


한 귀족이 칼을 뽑고 있었다.

상대는──앨리시아다.


앨리시아 "질 남작. 내 앞에서 그런 걸 빼고 그냥 넘어갈 줄 아십니까?"


앨리시아는 유연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녀는 검을 뽑지 않았다.




질 남작 "물론입니다. 당신의 무례를 더 이상 용서할 수 없기에. 코델리아의 귀신 공주, 검을 뽑아라!"

앨리시아 "위세가 상당하군. 좋아. 파티 여흥으로는 충분해. 후마, 어이, 후마 어딨지?"

디노 디라소 "후마님, 불리고 있습니다."


그런 것은 알고 있다.

안 좋은 예감 밖에 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나선다.


나 "무슨 일이십니까?"

앨리시아 "이쪽은 질 남작. 카몬트레노 전투에서 대단한 공적을 세우신 분이다."

앨리시아 "평민 부하 대부분을 희생하면서. 내가 그것을 지적한게 아무래도 마음에 안 드신 것 같아."

앨리시아 "그래서 나와 결투를 하게 됐다."

나 "음, 그래서요?"

앨리시아 "너를 내 결투 대리인으로 결정했지."

질 남작 "뭐냐! 앨리시아 뷰스트룀! 그런 놈에게 내 상대를 하게 할 작정이냐!"


질 백작인지 뭔지가 지껄이고 있다.

앨리시아는 그것을 보려 하지 않는다


나 "저어─, 저쪽은 서슬이 퍼렇습니다만, 앨리시아님이 직접 상대하는 편이?"

앨리시아 "그러면 여흥이 안 되겠지. 자, 네 실력을 볼까?"


앨리시아는 아주 즐거운 듯이 자신의 검을 뽑아 나에게 내밀었다.

역시 일이 이렇게 됐군.


분명 이걸 목적으로 저 귀족에게 일부러 싸움을 걸었을 것이다.

난감한 공주님이야.


나 "알겠습니다. 하죠."


나는 앨리시아의 검을 집어들었다.


질 남작 "네 녀석!! 그깟 애송이, 내 칼로 갈기갈기 찢어주겠다!"


그런 연유로 갑자기 야회에 끌려온 나는 그녀의 여흥을 위해 귀족과 결투하는 처지가 되었다.


***


질 남작 "먹어라, 천한 것!!"


질 남작이 검을 찔어 왔다.


나 (헤에......)


먼저 결투 운운할 만큼은 한다.

물론 '일반인치고는'.


아니, 아까 전의 얘기에 의하면 일단 진짜 군인이랬지.

어쨌든, 현실 세계에서 대마인으로서 실전을 반복해 온 나에게는 별로 대단한 상대가 아니다.


나는 빌린 검을 가볍게 움직여 남작의 칼부림을 쳐낸다.


질 남작 "읏, 네노오옴!!"


남작은 정색하고 차례차례 칼을 휘둘러온다.


챙챙!

나는 그 모든 것을 간단히 받아쳐 낸다.


자, 어떻게 할까.


상대방은 나를 죽이려는 것 같지만, 내가 그를 죽이면 앨리시아의 입장이 곤란해질 것이다.

무엇보다, 살인 사건이 벌어지면 파티의 여흥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이 앨리시아가 말한다.


앨리시아 "뭐야. 이건 여흥도 안 되는군."

앨리시아 "후마, 됐어. 빨리 끝내라."

나 "알겠습니다."

질 남작 "네놈, 애송이가!"


처음으로 직접 칼을 휘두른다.


캉!

덩그렁......


질 남작 "뭐라......!?"


질 남작의 손에서 칼을 떨어뜨려, 앨리시아의 말대로 후딱 끝냈다.


앨리시아 "흠, 볼만 하군."


앨리시아가 중얼거리고, 나의 묘기에 파티 손님들이 '오오'하고 웅성거린다.


질 남작 "그으으으으......"


설마 질 줄은 몰랐는지 질 남작은 분노의 형상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나 "앨리시아님, 검은 돌려드리겠습니다."

앨리시아 "수고했다. 유감이군. 설마 이렇게 실력 차이가 날 줄이야. 저런 남자가 상대면 재미 없었을 테지."

나 "아니, 그런 건 아닙니다."

앨리시아 "남작, 네 실력이란 이런 거다. 앞으로는 굳이 남자를 잡으려면 군보다는 자기 영지에서 하는 게 좋겠군."

질 남작 "이, 이 암여우가!!


말하지 않아도 될 말을 앨리시아가 하자 격앙한 질 남작이 허리에 손을 얹었다.

거기 있는 건 총이었다.


위험한데!


나는 순간 바로 옆 테이블에 있던 접시를 집어 던졌다.


탕!


질 남작 "뭣이!?"


간발의 차로, 내가 던진 접시는 남작의 손에 맞고, 총을 튕기고 있었다.


앨리시아 "남작, 술이 과했나 보군. 누군가, 남작을 별실에서 쉬게 해 드려라."

질 남작 "크으으~~~~."


몇몇 하인이 나타나 남작은 질질 끌려나가듯 홀에서 사라졌다.


나 "앨리시아님, 입은 만악의 근원입니다."

앨리시아 "너무 잔소리 하지 마. 그래도 놀랐어. 설마 나보다 빠를 줄이야."


앨리시아는 감탄한 듯 말했다.

그녀도 총을 뽑으려고 하고 있었다.

남작을 쏘아 죽일 생각이었으리라.


앨리시아 "남작은 너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군."

나 "사양하지요."

앨리시아 "그렇겠지. 하하하. 그래도 넌 대단한 녀석이야."

앨리시아 "마야의 종자로는 아까워."

나 "황송합니다."


아까 전의 흐름은 마치 영화 같았구나, 하고 스스로도 좀 낯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고 있는데, 안쪽에서 경쾌한 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만찬 주최자들이 이번 소동으로 분위기가 이상해진 것을 바꾸려 하고 있을 것이다.


그 분위기를 읽은 사람들이 각자 짝을 지어 춤을 추기 시작한다.


앨리시아 "좋은 타이밍이다. 후마, 내 손을 잡아라."

나 "네?"

앨리시아 "결투에서 이긴 상이다. 오늘의 첫 번째 댄스 파트너로 지목해 주마."

나 "자, 잠깐만요!?"

앨리시아 "자, 가자."

나 "우와아아앗!"


나에게 이러쿵저러쿵 말하지 않고 앨리시아는 억지로 손을 잡게 해, 나를 댄스 파트너로 지목했다.

물론, 짝이 되어 춤추는 것을 내가 할 수 있을 리 없다.


우아한 스텝으로 춤추는 앨리시아를 허둥지둥 따라갈 뿐이다.


앨리시아 "뭐야 그 구부정한 허리는? 너는 일단 춤부터 배워야겠구나."

나 "그, 그런 말을 들어도. 이런 식으로 춤을 춘 적 없고......"

앨리시아 "핑계대지 마라. 자, 내가 가르쳐주지. 이렇게 허리를 꽉 밀어붙이고 말이야."

나 "우앗!"

앨리시아 "뭔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는 거냐. 자, 하나, 둘, 셋......하나, 둘, 셋......"

나 "예에, 하나, 둘, 셋......하나, 둘, 셋......으아아아아."

앨리시아 "아하하하하하. 그래, 그거야. 잘하고 있어."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공주에게 휘둘려, 이번에는 댄스를 배우게 된 나였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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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노 디라소 = 도니 보건


보건이 아저씨긴 하지만 후붕이랑 비교하니

갑자기 후붕이가 엄청 잘생기게 느껴지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