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델리아 생활 3일째.


오늘 아침에는 별 다른 일 없이 마야를 깨울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나는 식사는 따로 하고 있고, 서빙은 본직인 사람이 있어서 하는 일도 없이 벽에 서 있다.


잔잔한 아침 풍경인데───.


나 (오늘은 지금부터 무슨 사건이 일어나겠지?)


처음 만났을 때 앨리시아는 마야한테 최소한 3일 동안 나를 종자로 두라 했다.

그 마지막 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리 없다.


나 (그래도, 이상한 시뮬레이션이야.)


다시 한 번 그렇게 생각한다.

현실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세계나, 살아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해졌지만, 아무리 테스트라 해도, 대마인의 버추얼 시뮬레이션이 이런 SF라고 하는 것은 이상한 이야기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마야가 말을 걸어왔다.


마야 "후마, 오늘은 학교가 쉬어요. 이제 거리로 나갈 테니 준비하세요."

앨리시아 "뭐야, 마야. 후마랑 데이트?"

마야 "아니에요. 그냥 잠깐 거리에 나갈 뿐이죠."

앨리시아 "하지만 둘이서 가는 거지?"


마야 "둘이서가 아니라 제가 가는 겁니다."

마야 "후마는 제 종자니까 따라오는 건 당연해요."

앨리시아 "뭐, 그런 걸로 해둘까?"

마야 "언니는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에요."

앨리시아 "후후, 혼잣말이야."

마야 "으으."


앨리시아가 놀리자 마야는 뾰로통해졌다.


앨리시아 "그러고 보니 오늘로 사흘 째. 앞으로도 후마를 종자로 둘 거야?"

마야 "그건......오늘 함께 보내고 결정하겠습니다."


마야는 나를 힐끗 보더니 말했다.


앨리시아 "그렇다면 미리 말해두지. 만약 네가 후마를 자를 것 같으면 내 밑으로 데려오겠어."

마야 "언니의 종자로!?"


마야는 눈이 휘둥그래진다.

나도 좀 놀랐다.


앨리시아 "어젯밤의 그 일은 이야기했지? 이대로 놓아주기엔 아까운 인재야. 후마도 그렇게 알아둬."

나 "알겠습니다."

마야 "저도......알겠습니다."


잠시 후 마야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젯밤의 그 일이라는 건 귀족과의 결투. 꽤나 후한 평가를 받았구나.


마야 "잘 먹었어요. 후마, 한 시간 후 나갈 거에요. 그때쯤 제 방으로 오세요."


마야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도 같이 나서려 했지만,


앨리시아 "기다려, 후마. 네가 부탁했던 거 건네줄게."

마야 "당신이 부탁했던 것?"

앨리시아 "무기야. 너와 함께 외출하려면 필요하겠지."

마야 "......그렇군요. 후마, 그럼 이따 보죠."


마야는 식당을 나갔다.


앨리시아 "닌자도, 라. 아주 고풍스러운 것을 갖고 싶어하는 구나. 병기창(兵器廠) 사람들도 재미있어 하더군."

나 "여기선 드문 것 같네요."


어젯밤 어떤 무기를 원하냐고 물어서 그렇게 대답했는데, 하룻밤 사이에 조달 가능하다니, 형편이 좋다.


앨리시아 "총은 필요 없나? 내 예비품을 빌려줘도 괜찮은데."

나 "만일의 경우 익숙해져 있는 것이 좋으니까요. 게다가 총은 가감이 어렵고요."

앨리시아 "흐음, 그건 그렇지."

앨리시아 "후마, 마야를 부탁하마. 필요할 땐 주저하지 말고 나를 불러라."


앨리시아는 그러면서 긴급용 소형 통신기를 건넸다.

그렇다는 것은 틀림없이 무기도, 이것도 필요한 사태가 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마야 "그게 언니에게 받은 무기인가요? 별난 게 후마답네요."


마야는 닌자도를 메고 쿠나이를 숨긴 나를 보며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공주는 늘 하던 망토에 더해 허리에 샤벨과 레이저건을 달고 있다.


나 "마야님은 그 어느 때보다 늠름하네요."

마야 "고마워요."


이런 모습으로 어디를 갈 생각인지 일단 늘 그렇듯 리무진 에어카를 부르려는데,


마야 "오늘은 다른 방법으로 가요."


마야는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서 말했다.


나 "다른 방법이란?"

마야 "레, 레일웨이를 타보고 싶어요. 당신이 안내하세요."


그것은 코델리아를 종횡으로 누비는 모노레일 같은 전철로 서민의 발과 같다.

마야 같은 귀족은 거의 타지 않는다.

뭐, 나도 타본 적은 없지만.


거기에 안내하라 해도, 나 또한 거리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역의 위치도 모른다.


나 "그럼 리무진으로 역까지 바래다 주시겠어요?"

마야 "역까지요?"

나 "거기까지 걸어갈 수는 없잖아요?"

마야 "그렇네요. 그렇게 하죠."


그런 이유로, 리무진을 타고 역까지 이동해, 둘이서 레일웨이를 타게 되었는데,



마야 "후, 후마......"

나 "왜 그러세요?"

마야 "어쩐지 우리, 많이 튀지 않아요?"


마야는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둘러보며 불편한 듯 속삭였다.

이제야 깨달은 것 같다.


나 "많이 튀죠."


어쨌든 그녀는 허리에 샤벨, 레이저건, 게다가 망토. 나는 등에 닌자도.

내 세계와 별반 달라진 게 없는 서민의 모습을 한 승객 사이에서는 분명 어울리지 않는다.


마야 "저라고 눈치채지 못할까요?"

나 "괜찮다고 생각해요. 설마 진짜 마야님이 타셨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 못하겠죠."

나 "다만 코스프레 커플이라 보이는 거 아닐까요?"

마야 "커플은 몰라도 코, 코스프레는 뭐에요? 그런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이 미래 세계에는 그런 말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은 걸까?"


나 "요컨대 흉내죠. 마야님을 쏙 빼닮았다는 소리도 들렸고, 괜찮아요."

마야 "그거 내가 가짜로 생각된다는 건가요? 좀 그런데요."

나 "가짜라고 할까, 마야님을 동경하고 모습을 흉내내고 있는 열렬한 팬이라 볼 수 있죠."

마야 "그건......뭐, 그런 기분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좀, 음."


마야는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평범한 옷을 입고 오면 좋았을 텐데,


나 "그런 것보다 오늘은 어디로 가는 건가요?"

마야 "쥬크하라 지구로 갈 거예요."

나 "쥬크하라 지구?"

마야 "코델리아의 젊은이들로 떠들썩한 지역......인 것 같네요. 전 가본 적 없지만요."


마야는 기대와 불안이 뒤섞인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찾아온 쥬크하라 지구.

확실히 그곳은 우리 또래 정도의 젊은이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현실의 거리와 같이 촌스러운 의상이나 엉뚱한 옷차림을 한 사람도 많아, 나와 마야의 모습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그 이전에 마야는 처음 방문한 쥬크하라 지구에 크게 흥분해 있었다.


마야 "우와, 대단해요!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어린아이처럼 눈을 반짝이고 있다.


헌팅남 "헤이, 그쪽의 아가씨, 어디서 왔어?"

헌팅남 "우리랑 놀지 않을래?"


리젠트가 일곱 가지 색깔로 변화하고 있는 대단한 머리의 헌팅남이 말을 걸어 왔다.


마야 "뭐야!? 이 무례한 놈!"

나 "미안해, 내 일행이라. 가자."


나는 마야가 발끈하기 전에 그 손을 잡고 걷기 시작한다.


마야 "잠깐, 후마! 뭘!!"

나 "괜찮으니까."

헌팅남 "남자친구 동반인가."

헌팅남 "그래도 엄청 귀여웠어."


헌팅남들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


마야 "후마! 놔요! 후마!!"

나 "네이네이."


한참을 걷다가 마야의 손을 놓는다.


마야 "뜬금없이 뭐해요! 게다가 아까 그 무례한 사람들! 어째서 저를 말린 건가요!

나 "이런 곳은 저런 게 수두룩하니까 일일이 반응하면 피곤해져요."

나 "그리고 말했잖아요. 마야님은 귀엽다고."

마야 "......"

나 "무례하다며 소동을 일으키면 진짜라는 걸 금방 들킬 거에요."

마야 "흥, 잘난 체하긴. 알았어요, 그럴게요!"


마야는 부─하고 볼을 불룩하게 내밀었다.

하지만, 조금 분한 것 같아서, 불쑥 팔짱을 끼고 나에게 덤비듯 말했다.


마야 "후마는 이런 곳에 익숙한가 보네요."

마야 "그럼 저를 안내하세요! 이 거리는 어디가 재미있는지, 알고 있겠죠?"

나 "그리 말하셔도, 저 또한 여기 오는 건 처음인지라."

마야 "어째서인가요!"

나 "죄송합니다."


마야 "후마는 평소에는 평민답지 않은데 왜 평범한 평민다운 일을 못하는 건가요. 정말 기가 막히네요."

나 "그럼, 우선 근처를 어슬렁 거려 볼까요?"

마야 "계획성이 없군요."

나 "어디 가고 싶은 가게 같은 건 없나요? 여기 오고 싶어했는데, 알아봐 뒀겠죠?"

마야 "물론 꼼꼼히 알아보고 왔어요. 후마와는 달리."


마야는 흥하고 콧방귀를 뀌며 자신의 단말기를 꺼냈다.


마야 "여기. 여기에 가고 싶어요."

나 "도나도나 버거. 햄버거 가게네요."

마야 "올드 스타일의 패, 패스트푸드라네요. 한 번 가보고 싶었죠."

나 "그럼 여기로 갈까요?"

마야 "그래야죠!"


마야는 단호하게 말했다.


***


나 "그런가. 올드 스타일인가."



귀여운 송아지를 무리하게 기계로 갈아 만들었을 법한 이름이라 다소 불안했는데, 찾아와 보니 낯익은 패스트푸드점이었다.

햄버거, 감자, 콜라 3종 세트도 똑같다.


무엇보다 그것은 나한테 해당하는 이야기로, 아무래도 이쪽 세계에서는 복고풍의 조금 세련된 가게라는 것이 되어있는 것 같다.

카운터에서 주문하는 것도, 음식을 직접 자리까지 나르는 것도 처음인 마야에게는 놀라울 따름이다.


마야 "이게 패스트푸드. 그야말로 경천동지네요."


마야는 트레이를 테이블에 놓은 뒤 후~ 하고 숨을 내쉬었다.


나 "햄버거 먹을 줄 알아요? 포장지를 뜯어서 이렇게 맨손으로 먹는 거에요."

마야 "사람 무시하는 거에요? 그 정도는 알아 왔다구요."


그러면서 마야는 포장지를 풀어헤치고 나온 햄버거를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마야 "이대로 먹는 거죠?

나 "맞아요."

마야 "그, 그럼......하음."


마야는 귀족 공주답게 점잖게 가장자리만 조그맣게 입에 머금었다.


마야 "므으......빵은 평범하네요. 좀 뻑뻑한가."

나 "좀 더 크게 베어무는 편이 좋아요. 이런 느낌으로......아구."


나는 입을 크게 벌리고 물어 마야에게 시범을 보인다.


마야 "네에!?"


마야는 깜짝 놀라 입가를 손으로 가린다.


마야 "천박해요. 짐승인가요!?"

나 "하지만 이렇게 먹는 건데요. 주위를 둘러보세요."

마야 "정말로?"


마야는 의심스러운 듯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본다.

"뭣"이라든가 "믿을 수 없어"라고 중얼거리지만, 내가 한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마야 "......"

나 "그럼 해보세요"

마야 "당신은 고개 돌리세요."


보여지는 것이 부끄러운가 보다.

내가 고개를 돌리자 마야는 더욱 고개를 숙이고 주변에게서 얼굴을 가리듯 햄버거를 물었다.


마야 "아, 아음──우물우물."

나 "어때요?"

마야 "우물우물......히끅!?"


마야가 움찔했다.

익숙하지 않은 걸 해서 목에 걸린 것 같다.


바로 콜라를 내민다.


나 "예, 여기 있어요. 이것도 단숨에."

마야 "꿀꺽꿀꺽──흐으."

마야 "후아, 나도 참 지저분한 짓을. 그래도 꽤 맛있네요."


마야는 수줍어 하면서도 미지의 맛을 알고 기쁜 얼굴이 되었다.


나 "그래요?"

마야 "아구......우물우물."


아무래도 마음에 든 모양이다.

첫 햄버거를 즐기기 시작했다.


나도 침착하게 내 것을 먹기 시작했다.


나 "같이 식사하는 건 처음이네요."

마야 "그렇네요. 기왕이면 당신 이야기를 해 줄래요?"

나 "제 이야기?"

마야 "후마의 정체 말이에요."

나 "정체?"

마야 "오늘로 3일 동안, 나는 당신을 지켜봐 왔어요. 당신, 도대체 누구에요?"

마야 "그 체술, 그 전략안 등 그냥 평민일 리 없어요. 어서 대답해 주세요."


마야는 나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며 물어왔어.

정체를 의심하고 있다기 보다는, 나에게 흥미를 갖고, 더 알고 싶어하는 표정이었다.

 

가능한 한 솔직하게 대답할까.


나 "저는 옛날부터 계승되어 온 닌자입니다."

마야 "닌자?"

나 "대마인이라고도 해요. 첩보활동이나 파괴활동을 하는 음, 어둠의 에이전트죠."

마야 "대마인......"

나 "후마 코타로라는 건,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이름입니다."

마야 "과연 그랬군요......"


마야는 놀라기보다 수긍한 듯한 얼굴이 됐다.


나 "죄송합니다. 숨기고 있으려던 건 아니었지만......"

마야 "아니요, 그런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니까요. 잘도 얘기해 주셨네요."

마야 "후마는 역시 평민이 아니었군요. 그래서 언니도 당신을 선택한 거였고."

마야 "어젯밤에도 언니를 대신해서 훌륭한 솜씨를 보였다고 들었어요."

나 "그렇습니까."

마야 "춤 빼고는 보통내기가 아니라고."


마야는 장난기 가득 덧붙였다.


나 "아아, 춤은 전혀 안 해 본지라."

마야 "에이전트라면 그런 것도 잘 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마야 "그리고 임무 중에 졸면 안 될 것 같은데요?"


새침한 얼굴로 쿡쿡 공격해 온다. 난 두 손 다 들었다.


나 "뭐, 그렇습니다만, 사람에게는 능숙하지 못한 것도 있고, 저는 얼빠진 녀석으로 알려져 있기에."


내 대답에 마야는 킥킥 웃었다.


마야 "그런 색다른 점은 당신답네요."

마야 "그런 면을 언니는 마음에 들어한 걸까요?"

나 "그건 또 무슨......"

마야 "언니가 첫 번째 댄스 파트너로 당신을 선택했다는 것도 놀랍지만."

나 "결투를 대신한 상이래요."

마야 "......"


마야는 말을 멈춘다.

뭔가 생각이 많아진 것 같은데,


마야 "후마, 말해두겠습니다만, 언니에게 이상한 마음을 품으면 제가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렇게 내게 못을 박는 것이었다.


마야 "다음은 여기로 갑시다! 폰 파르디에라는 가게요.

나 "무슨 가게라고요?"

마야 "폰 파르디에예요. 저는 그걸 엄청 좋아해요."

마야 "자, 가죠. 빨리빨리!"


마야는 단말기 지도를 보며 부랴부랴 걷기 시작했다.

무슨 가게인지도 모르는 나는 얌전히 그 뒤를 따라갔지만,


나 "......!"


그러다 기척을 느꼈다.

누군가가 우리를 미행하고 있다. 게다가 살기가 섞여 있다.


나 "마야님......"

마야 "뭔가요? 혹시 폰 파르디에가 처음인가요?"

마야 "우후후, 안심하세요. 이번에는 제가 먹는 법을 가르쳐 줄테니."


아무래도 음식인 것 같다. 식후니까 디저트일까?

무엇일런지 매우 궁금하지만.


나 "아니, 그게 아니라 누군가 저희를 미행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뒤숭숭한 걸 꾸미고 있는 것 같네요."

마야 "......!"


마야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갑자기 뒤를 돌아보거나 하는 서툰 짓은 하지 않는다.


마야 "자객인가요?"

나 "아마도."

마야 "불쾌하네요."


마야는 한결같은 속도로 걸으며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마야 "그럼 둘이서 맞이하죠."

나 "유인한다고요?"


그건 좀 놀랐다.


마야 "어디 인적이 없는 곳으로 가죠. 적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건 성미에 맞지 않으니까."

마야 "가요, 후마."


마야는 말했다.

그 눈동자는 생생하게 빛나고 있었다.


마야가 선택한 곳은 쥬크하라 지구 변두리에 있는 공사 현장이었다.


마야 "여기라면 자객도 덮치기 쉽죠. 후마, 누구의 소행인지 확인하겠어요. 한 사람은 살려서 남기세요."

나 "알겠습니다."


그때.

갑자기 주위가 어두워졌다.


마야 "이 구역의 조명이 꺼졌나?"


코델리아는 인공위성 도시여서 이런 일도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 타이밍에 정전. 우연일 리 없다.


나 "난감하네요. 적도 처음부터 이곳에서 우리를 처치하려 했을지도 모릅니다."

마야 "그렇다고 해도 하는 일은 똑같아요."


자객 "어이, 갑자기 어두워졌는데."

자객 "또 정전이야? 어쩔 수 없지."

자객 "어이어이, 묘한 2인조가 있는데."

자객 "이런데서 뭐하려는 거야?"

자객 "낮부터 몰래 즐기자는 거야? 우리도 함께하게 해줘."

자객 "예쁜 아가씨. 그런 남자보다 우리가 더 널 즐겁게 해줄 수 있는데."


상스러운 말투의 사내들이 줄줄 나타났다.

수는 여섯 명.


때마침 이곳에 온 척하고 있지만 저 눈빛은 영락없는 자객이다.



마야 "이 천한 놈들!"


마야는 갑자기 칼을 뽑아들었다.

"누구세요?"라든가 "무슨 일입니까?"라는 최소한의 질문조차 하지 않았다.


자객들 "!!!!"


그에 망설임 없이 남자들은 총을 꺼내 시원스레 정체를 드러내고 있다.


나 "한 명은 살려두는 거죠?"

마야 "그건 당신한테 맡기겠어요. 나한테 감히 그런 말을. 절대 용서 안 해요!"

나 "알겠습니다."


마야의 자부심, 그리고 용맹함에 감탄하면서 나도 칼을 빼들었다.


***


자객 "헤헷, 그런 검으로 우리에게──.


탕탕!


자객 "으어억!?"


잘난 척하며 다가오려던 자객의 가슴에 작은 구멍 두 개가 뚫렸다.

녀석은 경악의 표정을 띤 채 엎드려 쓰러진다.


마야 "누가 검으로만 싸운다고 했죠?"


그 왼손에는 레이저건이 쥐어져 있다.


자객 "이, 이 계집이!"


빠르게 동료 한 명 쓰러지자, 자객이 그녀를 향해 총(이쪽은 실탄)을 쏘지만,


마야 "소용없어요!"


마야는 홱 망토를 휘날리며 그것을 막아낸다.

아무래도 방탄망토 같다.


그리고 주저 없이 적에게 다가가 이번에는 분노의 검을 번뜩인다.


마야 "이얏!!"

자객 "와악!!"


앨리시아에게 단련을 많이 받았으리라.

그 칼날은 어젯밤의 남작 따위보다 훨씬 날카롭고, 적의 급소를 일격에 갈랐다.


피분수가 흩날리며 자객 하나가 또 쓰러졌다.


나 "대단한데."


물론 나도 그 용매함을 한가롭게 구경하고 있던 건 아니다.


마야의 망토 같은 편리한 것은 없지만 이런 싸움에는 익숙하다.

망설이지 않고 적의 집단에 뛰어들어, 탕탕하고 급히 쏘아오는 총알을 피하면서, 하나, 둘, 셋 연달아 베어 버렸다.


유감이지만 가감은 하지 않는다.


자객 "뭐야!? 네, 네놈들!?"


이제 남은 것은 한 명뿐이다.

나는 싸울지 도망갈지 망설이고 있는 자객이 총을 들고 있는 손목을 내리치고 나서 칼을 휙 돌려 칼등으로 후려쳤다.


자객 "와악!!"

마야 "후마 잘했어요. 무시무시한 솜씨네요."


마야는 신음하는 생존자에게 다가가 그 목구멍에 칼끝을 들이댔다.


마야 "누구의 명령으로 내 목숨을 노린거죠? 자아, 자백하세요!"

자객 "......그건."


실력도 각오도 없는 자객이 쉽게 입을 열려고 할 때.


나 "!!!!"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죽음의 예감이다.


여기 있으면 위험해.

당한다!


나 "마야님!!"

마야 "엣!?"


순간 마야를 끌어 안고 거기서 크게 물러섰다.


카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


우리들이 있던 장소를 기총 소사가 지나간다.

자객의 몸이 깡그리 날아간다. 물론 즉사다.


나 "뭐야!?"


마야를 끌어안고 그늘에 숨어 새로운 적의 정체를 확인한다.

땅딸막한 로봇이다.



뭐야 저 녀석은!?

이에 답해준 사람은 마야였다.


마야 "설마, 파워드 슈트!?


그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