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안이란 문자 그대로, 천리 앞의 사물을 눈에 담는 힘이다.


불교에서는 천안통(天眼通)이라고도 하며 사천왕의 하나인 광목천이 그 힘을 쓴다.


또한 도교에서는 천리안(千里眼)이라는 이름의 귀신이 있는데, 만물을 듣는 귀신, 순풍귀(順風耳)와 함께 마조보살(媽祖菩薩)을 섬기고, 그 앞을 내다보며 온갖 재난으로부터 주인을 지킨다고 한다.


대마인의 총본산, 오차마을에도 '천리안'을 인법으로 사용하는 여자가 있다.


그녀는 오차학원 교사이자 후우마 가문의 당주를 섬기는 집사이기도 하다.


그 이름을 후우마 토키코.



리노아 셀링 "그럼 토키코 선생님. 미코토 씨. 시작해 주세요."

츠즈루기 미코토 "간다. 디바이스 전기능 해방! 해킹 시작!!"

후우마 토키코 "사안 천리안."



리노아 셀링의 신호로 후우마 토키코와 츠즈루기 미코토의 해킹 대결이 시작됐다.


리노아가 구축한 방벽을 뚫고 어느 쪽이 먼저 시스템을 장악할 수 있는지를 겨룬다.


미코토 "뭐야 이 까다로운 방벽!? 하지만 내 테크닉 앞에서 이 정도는 별 거 아니지!"


미코토는 인법을 사용할 수 없지만, 반대로 그녀 밖에 사용할 수 없는 아사기귀 형태의 디바이스와, 항상 업데이트 되고 있는 최신 해킹 테크닉을 구사해 강고한 방벽을 차례차례 돌파해 간다.


모니터에 표시되어 있는 그 상황을 리노아와 함께 나나세 마이, 래티클이 보고 있었다.



나나세 마이 "미코토 씨 빠르네요."

래티클 "방벽이 줄줄이 뚫려가는군."

리노아 "굉장하네요. 라플라스로 구축한 이 방벽 앞에서 대부분의 해커들도 꼼짝 못합니다만."

 

리노아는 그렇게 칭찬하면서, 보다 흥미 깊게 토키코 쪽을 바라보았다.


언뜻 보기에 단 하나도 방벽을 뚫지 못한 것 같았지만, 


토키코 "네, 시스템 장악했어요."

미코토 "으아아아아아악!!"


담담하게 승부의 종료를 알리는 토키코에게 미코토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아직 절반 정도 밖에 방벽을 허물지 못했다.


토키코는 소위 평범한 해킹, 교묘한 테크닉이나 힘밀기로 방벽을 돌파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 허점을 발견해 방벽을 부수지 않고 스르르 통과하여, 가장 빠른 속도로 시스템 중추에 도달하고 있었다.


토키코가 사용하는 사안・천리안, 시각만을 분리해 멀리 떨어진 곳을 내다볼 수 있다는 능력에 더해, 그 시각으로 정보단말기를 접해 거기에 기록되어 있는 정보를 읽을 수 있는 신기(神技)였다.


리노아 "이게 토키코 선생님의 천리안인가요. 이런 해킹 방법이 있다니, 대처 방법을 생각하기 힘드네요."


상식 밖의 방식으로 방벽을 돌파했으나, 리노아는 오히려 즐거워 보인다.


미코토 "왜 그렇게 기뻐하는 거야 리노아?"

미코토 "나는 엄청 쇼크─. 아무리 상대가 토키코 쌤이라도 해킹이라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인법은 사용할 수 없고 무예나 운동도 싫어하고, 자신에게는 해킹 밖에 없다고 생각한 미코토는 노골적으로 어깨를 늘어뜨렸다.


승부에서는 조금도 봐주지 않지만, 토키코는 교사로서 학생을 위로한다.


토키코 "평범한 해킹으로 승부하면 츠즈루기 씨에게는 도저히 이길 수 없어요."

토키코 "제 천리안은 편법과 같아요. 나머지는 경험의 차이죠."

미코토 "우와──. 그런 뭔가 교활한 점, 역시 후우마 선배와 같네."


미코토의 말에 토키코는 쓴웃음을 짓고 리노아, 마이, 래티클 세 사람도 그러고 보니 그렇다는 표정이었다.


마이 "독서에 관해서도 토키코 선생님의 천리안은 저와는 좀 다르네요."


지기술사로서 속독의 달인, 문헌조사에 관해서는 오차에서 제일가는 마이가 말한다.


토키코 "제 천리안은 원하는 정보를 핀포인트로 찾을 수는 있어도."

토키코 "나나세 씨처럼 책의 내용 뿐만 아니라 책에 사용된 종이나 문자, 기타 다른 것으로부터 다각적인 정보를 얻을 수는 없어요."

토키코 "츠즈루기 씨의 해킹 능력과 마찬가지로, 그런 면에서는 지기술사인 나나세 씨에게는 도저히 미치지 못합니다."

마이 "그 핀포인트에서 정보를 읽는 천리안으로도, 모르지아나의 책을 읽을 수는 없었죠."

토키코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해요."


마이는 담담하게 사실을 말했을 뿐이지만 토키코는 교사로서 미안하게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토키코가 이곳에 온 것은 미코토와 해킹 승부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녀의 주인 후우마 코타로가 브레인플레이어의 전 여왕 모르지아나로부터 받은 책의 해석을 돕기 위해서이다.


리노아, 마이, 미코토와 같은 정보 조사 전문가들과 더불어 같은 브레인플레이어인 래티클에게도 협력을 받고 있지만 아직 만족스러운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토키코의 천리안으로 책의 정보를 직접 읽으려 해 보았지만 아쉽게도 잘 되지 않았다.


그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지금 여기 있는 자들 중 단 한 명, 모르지아나와 직접 만난 마이가 말한다.


마이 "저는 애당에 이것이 책인지, 그 이전에 뭔가 중요한 것이 기록되어 있는지부터 의심이 가요."

미코토 "어? 무슨 말이야? 저게 책도 뭣도 아니란 말이야?"

마이 "네. 모르지아나는 매우 이기적인 사람──사람이 아니라 브레인플레이어입니다만."

마이 "후우마 씨나 제가 은신처를 방문해, 결과 그 소중한 은신처를 잃게 된 분풀이로."

마이 "뭔가 중대한 비밀이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전혀 의미 없는 잡동사니를 건네준 게 아닌가 생각해요."

미코토 "어리석은 인간. 잡동사니에 쫓겨봐라─라는 거야? 성격 나빠!"

마이 "그럴지도 모르죠. 래티클 씨 앞에서 별로 이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요."


그러나 래티클은 별로 신경 쓰는 기색 없이,


래티클 "상관없다. 모르지아나는 여왕이면서도, 과거 스스로 일족을 배반한 이단자다."

래티클 "내 일족도 브레인플레이어의 속세와는 무관하게 살고 있어, 그것으로 여왕을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래티클 "현재의 많은 브레인플레이어들에게도, 거기서 거리를 두고 있는 우리로서도 잘 모를 존재다."

리노아 "저것이 고대 브레인플레이어의 소지품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리노아 "설령 정말 잡동사니라도 저희에게 유익한 정보가 무엇인가 포함되어 있을 거에요."

마이 "그건 그렇네요."

미코토 "확실히 그래서 토키코 샘은 아는 고고학자 마녀에게 말을 한 거죠?"

미코토 "고고학적 관점에서의 조사도 필요하다고 해서. 그 사람은 뭐래요?"


미코토의 물음에 토키코는 난처한 표정이 되었다.


토키코 "그게 한 번 연락을 해서, 『곧 간다』라고 대답은 받았지만, 그것뿐이에요."

토키코 "계속 찾아오지 않고, 그 이후로 연락도 안 되고."

토키코 "어쩌면 오차에 오는 도중 어딘가 재미있는 유적을 발견해"

토키코 "흔들흔들 안으로 들어간 채, 계속 거기서 지내고 있을지도 몰라요."

미코토 "뭔가 굉장히 특이하네요."

토키코 "네, 마녀 로시·모치모이. 처음 만났을 때는 여러가지로 아연실색했어요."


토키코는 똑같이 아연실색한 소녀들에게 말하며, 그녀와 그리고, 또다른 한 사람을 만났을 때를 떠올리고 있었다.


토키코 (그것은......그래......마족의 군세에, 코우카와 마을이 괴멸하고 얼마 후의 일.)

토키코 (살아남은 아스카는 오차마을에서 보호받게 되고.)

토키코 (제게 그녀를 맡기고 죽었다고 생각했던 오보로 님이 실은 살아계신 줄 몰랐을 무렵.)

토키코 (그날, 제가 오차학원에 불려오자, 미즈키 시라누이 씨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토키코 "시라누이씨. 무슨 일로 부르신 건가요?"

토키코 "얼마 전, 아스카가 아사기 씨에서 야츠 쿠로 씨 쪽으로 옮겼다고 들었습니다만, 그 건인가요?"


미즈키 시라누이 "으응, 아니야."


토키코의 물음에 시라누이는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시라누이 "그건 아스카를 돌보는 것은 이제 무리라고 아사기가 약한 소리를 해서."

시라누이 "아스카도 불편한 것 같고, 그렇다면 하고 쿠로에게 맡긴 거야."

시라누이 "새로운 오차 리더라도 아이를 잘 돌볼 수 있을지는 별개였나 봐."

시라누이 "아사기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참을성이 부족했어."

시라누이 "아스카짱, 쿠로 씨네에서는 비교적 잘 지내고 있다고 봐. 거긴 여동생도 있고."

토키코 "그런가요. 다행이다. 그 아사기 씨는요?"


오늘은 아사기가 부재하고, 시라누이가 교장 대리라고 했다.


시라누이는 쓴웃음을 지으며,


시라누이 "오늘은 오프.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갱단을 무너뜨리러 간다더라."

시라누이 "그런 일만 하고 있으니 결혼이 점점 멀어지는건데."

시라누이 "당신도 조심해. 그렇지 않아도 혹이 달려 있으니까."


아직 어린 당주, 후우마 코타로 말이다. 쓴웃음을 짓는 것은 토키코 차례였다.


시라누이 "아스카는 우리 집에 와 주어도 좋았을 텐데. 그 아이의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 같고."


시라누이는 그렇게 말하며 교장실 창문으로 교정을 내려다보았다.


덩달아 토키코도 눈을 돌리자, 시라누이의 딸, 당주와 동갑인 유키카제가 대마인 학생들과 함께 놀고 있었다.



미즈키 유키카제 "아, 엄마!"


모친을 눈치채고 유키카제가 손을 흔들다. 어린애다운 순수한 미소다.


하지만 다음에 일어난 일에 토키코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유키카제 "엄마, 봐봐──!! 토──르 해머──!"


파직파직파직!!


두 손을 하늘로 뻗은 유키카제에게서 아찔한 뇌격이 터져나왔다.


아직 제대로 인법이 제어되지 않아, 번개는 사방으로 흩어졌으나, 그 파워의 총량 뿐이라면 학생들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


너무나 상식 밖의 힘이다.


깜짝 놀라는 학생들이나 토키코를 아랑곳하지 않고 시라누이는 평범하게 딸에게 말을 걸었다.


시라누이 "유키카제. 오빠나 언니들 훈련 방해하면 안돼."

유키카제 "네──에."


유키카제도 순진하게 대답하다. 이 모녀에게는 이것이 일상인 것 같다.


시라누이 "저 애는 별로 데려오지 않는 게 좋겠네. 학생들이 자신감을 잃어버려."


시라누이가 유키카제를 보는 눈은 어머니가 딸에게 향하는 그윽함으로 가득했는데, 토키코에게는 그런 말을 했다.


토키코 "저도 예전에는 천재라 불렸는데, 유키카제짱 앞에서는 부끄러워서 말 못하겠어요."

시라누이 "힘이 넘치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야.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쓰면 돼. 옛날에 신세를 진 사람의 말이지만."

시라누이 "그 필요한 힘을 네가 빌려줬으면 해."


시라누이는 그렇게 서론을 끝내고, 토키코를 오늘 여기로 부른 본론으로 들어갔다.


미연이 세운 한 연구소가 24시간 전부터 농성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 원인은 불명.


연구소는 문을 굳게 닫고, 최신 보안으로 무장한 채 외부와의 출입, 연락을 완전히 거절하고 있다.


연구소가 누군가에게 점거당했는지, 아니면 연구소 직원들이 반란을 일으켰는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미연은 극비리에 사태를 해결하려고 특수부대를 잠입시켰으나 끝내 실패.


표면적으로는 민간의 지극히 평범한 연구소이지만,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군사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그 안에는 최신 군용 드론과 생물병기 크리처가 배치되어 있어, 지금은 과학의 요새가 되었다.


그에 미연은 내일 아침까지 사태가 개선지지 않으면 미사일 공격으로 연구소 자체를 파괴하기로 결정했다.


그 통보를 받은 일본 정부가 황급히 오차마을에 연락해 왔다는 것이다.


시라누이 "정말이지, 미연은 문제가 생기면 바로 화려하게 부수려고 한다니까."


시라누이는 상황을 대략 설명하고 나서 마지막으로 빈정대듯이 그렇게 말했다.


토키코 "제 임무는 그것을 막는 것이군요"

시라누이 "우선은 상황의 확인. 네 천리안으로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하고 와."

시라누이 "미사일 공격은 가능하다면 막아주길 바라지만, 연구소는 외딴 숲속에 있으니."

시라누이 "어떤 이상한 상황이든 간에 그것이 밖으로 번지는 것이 아니라면, 그냥 방치해도 돼."

토키코 "괜찮으시겠어요?"

시라누이 "아사기는 싫어하겠지만, 미연의 자업자득이고 말야."

토키코 "어떤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나요?"


토키코가 묻자 시라누이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시라누이 "인공마족의 제조라든가, 전투용 마수의 개발이라든가, 불사의 병사의 연구라든가 변변치 않은 일을 여러가지 했대."

시라누이 "그러다가 말썽을 일으킨 건 아닐까?"

토키코 "알겠습니다."


미지의 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미연 특수부대가 당할리가.


시라누이 "별로 참고는 안 되겠지만, 일단 조사할 수 있었던 연구소의 지도, 그리고 이것."


시라누이는 지도 사본과 함께 슈트 케이스를 토키코에게 건넸다.


그것을 열자 새로운 대마인 슈트가 들어 있었다.


토키코의 천리안, 특히 컴퓨터의 정보를 읽는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던 것이다.


물론 그 개발에는 토키코 자신도 관여하고 있다.


토키코 "완성되었군요."

시라누이 "테스트도 못 거쳐 미안하지만, 과학의 요새가 된 연구소에 침입하는 데 도움이 될 거야."

토키코 "감사합니다."

시라누이 "아무쪼록 조심해. 미사일 발사 전에는 반드시 탈출할 것. 이건 명령이야."

토키코 "물론. 당주님이 장성하기 전까지 저는 결코 죽을 수 없습니다."


토키코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토키코의 천리안도, 그 생명도 모두 젊은 당주를 위해 있었다.




──그날 밤.


도쿄 교외.


깊숙한 산에 둘러싸인 연구소.


거기에 토키코는 도착했다.


불 꺼진 연구소를 에워싸듯 미연 병사들이 즐비했다.


그들의 총구는 건물 안쪽, 그리고 바깥쪽 모두를 향하고 있다.


아무도 안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는 동시에, 자신들 이외 다른 누구도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할 태세다.


그래, 지금 이 수풀에 숨어 건물의 모습을 살피고 있는 토키코처럼.


토키코 "여기까지의 경비도 상당했지만, 개미 하나 기어 나올 틈이 없다는 건 이런 거겠지."


미사일 공격 시한까지 8시간 정도.


우선 여기서부터 건물 안을 살피기로 한다.


토키코 "사안 천리안."


토키코의 시각이 날아간다.


아무리 경비가 있든, 또 건물이 굳게 닫혀 있든 간에, 불빛이 들어오는 유리창을 통해, 또 환풍기의 아주 작은 틈을 뚫고, 천리안의 시야를 나아가게 하여 안의 모습을 자유자재로 살필 수 있다.


그것이 토키코의 인법이다.


병사들이 즐비한 게이트를 뚫고 굳게 닫힌 정면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간다.


입구의 조명은 떨어져 있었지만, 비상등과 달빛으로 상황을 알 수 있었다.


토키코 "지독하네요......"


그곳은 피바다였다.


연구소 직원으로 보이는 시체가 바닥에 여럿 굴러다니고 있었다.


모든 얼굴이 공포와 고통에 사로잡혀, 필사적으로 건물 밖에 나가려 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문은 하나도 남기지 않고 잠겨, 열리지 않는 문 앞에서 사살당했다.


이들을 죽인 건 지금도 시체 위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날고 있는 연구소의 경비 드론 같다.


이들을 지켜야 할 경비 드론이 갑자기 이를 드러낸 것이다.


토키코 "누군가가 연구소의 시큐리티를 빼앗아, 직원을 건물 안에 가두어 죽였다는 걸까요......"


연구소 직원들이 무슨 이유로 농성하고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토키코는 한층 더 시야를 진행시켜 간다.


조금 안쪽으로 가면, 불이 켜져 있어 안의 모습을 알기 쉬워졌지만, 그래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살해당한 직원들의 시체나 순회를 계속하는 경비 드론 뿐이다.


그대로 복도를 따라 시야를 진행하면


토키코 "......!"


사람의 그림자가 움직이고 있다!

생존한 직원이 있었나!?


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움직이고 있던 것은 좀비 한 마리였다.


옆문이 열려 있다. 내키지 않았지만 안을 들여다보니, 그곳은 척 봐도 수상한 실험실이다.


비슷한 좀비가 여러 마리, 죽은 직원들의 시체를 먹고 있다.


실험실에는 캡슐이 진열되어 있고, 좀비 등의 몬스터가 아직 들어 있었다.


짐작컨대 여기서 몬스터의 연구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고의인지 우연인지 그것들이 갑자기 날뛰어, 직원들을 덮친 것 같다.


시라누이 말로는 이 연구소에서는 변변찮은 연구를 이것저것 하고 있었다고 한다.


바로 이것이 그 증거이고 자업자득이긴 하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캡슐 하나가 또 깨졌다.


생물과 기계를 융합시킨 듯한 그것은 방에 있던 좀비를 죽이기 시작했다.


토키코 "기분 나빠지네요......"


토키코는 보는 것을 멈추고, 천리안의 시야를 방 밖으로 돌려 탐색을 계속했다.


여기저기 시야를 날려봤지만 움직이는 것은 경비용 드론이나 여기서 연구하던 몬스터들 뿐이다.


토키코 "생존자는 없는 것 같네요."


누구 소행인지 모르지만 연구소의 시큐리티를 빼앗아, 우선 직원들을 몰살시키고 동시에 농성 상태를 연출해, 미연 스스로의 손으로 연구소 자체를 파괴시킨다.


그럴 계획일까.


무기 개발에 따른 미연 내부의 세력 다툼으로 보아, 특무기관 G쯤이 할 법한 짓이긴 하다.


그렇다면 토키코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좀 더 확실한 정보를 원한다.


미사일 공격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이윽고 토키코의 시야는 식당으로 나왔다.


식사 중에 습격당한 것으로 생각되는 시체가 여럿 굴러다니고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미루어 보아, 이번 이변은 갑자기 일어난 것 같다.


마계의 장기(瘴気)에 마수화된 들개 데블스독이 식당을 제 것인 양 방황하고 있다.


그들도 여기서 연구되고 있었을 것이다.


인간의 손에 의해 마계에서 사로잡혀, 다양한 실험의 대상이 되어 겨우 인간에게 복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면, 몇 시간 후 미사일에 몰살당한다.


그런 데블스독들에 일말의 연민을 느끼고 있으면,


토키코 "......!"


생존자가 있었다.


이번에는 잘못 본 것이 아니다.


인간──아니, 마족일까.


여자가 한 명, 식당 구석에서 커다란 비눗방울 같은 걸로 몸을 감싼 채 떨고 있다.


그 비눗방울 덕분에 데빌스독들이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언제 들킬지 모르고, 내버려두면 언젠가 미사일 공격에 휘말릴 것이다.


토키코 "생존자가 있다면 이야기를 듣지 않을 수 없네요."


토키코는 어둠 속으로 시야를 날리는 것을 멈추고, 그녀를 구출하기 위해 연구소로 들어가는 침입 경로를 찾기 시작했다.


시라누이에게서 받은 지도, 현지에서의 천리안 탐색을 통해 연구소 뒤편 숲에 있는 배수구획으로 잠입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물론 그곳에도 미연 병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수는 세 명.



토키코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새 대마인 슈트로 갈아입은 토키코는 어둠에 녹아들어, 그들에게 접근한다.

물론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다.


우선 첫 번째 사람을 등뒤에서 급소를 찔러 기절시킨다.


미연 병사 "......?"


희미한 신음소리에 바로 옆에 있던 남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미연 병사 "으윽."


다음 순간, 목덜미를 수도(手刀)로 맞고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린다.


미련병사 "무슨 일이야? ......크헉."


그제서야 무언가를 느낀 세 번째 사람도 명치를 얻어맞고 다른 두 사람의 대열에 합류했다.


토키코 "죄송합니다."


세 사람에게 일단 사과하고 나서 토키코는 미끄러지는 듯한 발걸음으로 배수구획에 침입해 갔다.


발을 들여놓는 것은 처음이지만, 방금 천리안으로 본 곳이다.


CCTV와 각종 보안의 사각지대도 알고 있다.


토키코는 천리안 해킹으로 그것들을 속이면서 간단히 안쪽으로 나아간다.


이를 위해 기능을 추가한 새로운 대마인 슈트의 사용감도 좋다.


토키코 (확실히 좋은 대마인 슈트네요. 제대로 저를 위해 세팅되어 있고.)

토키코 (하지만 시제품 때보다 하이레그의 노출이 늘었는데. 누구의 소행일까요?)


속으로 그런 가벼운 생각을 하면서 토키코는 배수구획을 문제없이 빠져나와, 연구소 내부로 침입했다.


조금 앞 통로를 한 경비 드론이 지나간다.


토키코를 눈치채지는 못했다.


삼엄한 시큐리티로 지켜지고 있지만 그것을 뚫고 나가는 데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토키코 (조금 서두르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천리안 해킹으로 시큐리티가 눈치채지 않게 여기까지 조심스럽게 왔지만, 식당에 숨어 있던 여성을 발견한 지 벌써 몇 시간이 지났다.


미연의 미사일 공격까지는 4시간 정도 남았다.


토키코 (아직 살아있으면 좋겠습니다만.)


그녀의 무사함을 빌면서 식당을 향해, 조금 있으면 도착할 터였다.


여성의 비명소리 "꺄아아아악!!"


귀청을 찢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그녀다.


아직 살아있다.


하지만 지금 바로 궁지에 빠져 있다.


토키코 "읏!!"


토키코는 망설임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경비 드론

「!!!!」

「!!!!」


그 비정상적인 움직임에 시큐리티가 반응하면서 경비 드론이 몰려온다.


토키코 "방해마세요!!"


토키코는 달리는 속도를 전혀 늦추지 않고, 사정없는 총격을 피하면서 쿠나이를 던져 드론을 파괴하고 식당으로 뛰어들었다.



메이야・울타우나 "싫어엇!! 오지마!!"


데블스독

「ガルウウウウウウウウウウウ!!」

「ガルウウウウウウウウウウウ!!」

「ガルウウウウウウウウウウウ!!」


천리안에서 본 생존자를 데블스독 무리가 공격하고 있다.


메이야 "ㅂ, 버, 버블 유닛!!"


그녀는 목소리를 떨며 손바닥에서 만들어낸 커다란 비눗방울로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보기보다 견고한 그 비눗방울은 데블스독의 발톱이나 송곳니를 막고 있지만 영원히 그것을 계속할 수는 없다.


토키코 "멈추세요!!"


식당에 뛰어든 토키코는 그런 상황을 확인하자마자, 개들을 유인하기 위해 큰소리를 냈다.


데블스독

「グアルルウウウウウウウウッ!!」

「グアルルウウウウウウウウッ!!」

「グアルルウウウウウウウウッ!!」


과연 놈들은 토키코를 돌아보며, 먼저 그녀를 잡아먹겠다는 듯 일제히 달려들었다.


토키코 "사안·천리안!"


데블스독의 수는 10마리.


그 모든 움직임이 뚜렷이 보인다.


토키코 "핫!!"


토키코는 한 손에 다섯 개씩, 합쳐서 10개의 쿠나이를 동시에 투척했다.


파바바바박!!


한 마리 당 한 자루.


정확히 정수리에 명중시켜, 데블스독을 순식간에 전멸시킨다.


메이야 "굉장해......"

토키코 "괜찮나요?"

메이야 "아, 네......아, 안 돼!"


그녀는 화들짝 놀라 토키코를 향해 손바닥에서 거품을 뿜어냈다.


토키코 "......!"


토키코는 반사적으로 그것을 피하려고 했지만, 


메이야 "경비 드론이 올 거에요. 어서 내 거품 안에 들어와요!"


토키코의 망설임은 한순간이었다.


그녀의 필사적으로 거품에 뛰어든다.


미세한 거품이 토키코를 감싸고, 그녀의 일체화되어, 하나의 커다란 비눗방울이 되었다.


직후, 그녀가 말한대로 경비 드론이 식당으로 들어왔다.


데블스독의 시체는 무시하고 경비 드론이 식당을 돌아다니며 센서를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지만, 비눗방울 속에 있는 두 사람을 포착 못하고 체념한 듯 식당에서 나갔다.


메이야 "괜찮아요. 이 비눗방울 안에 있는 한 우리를 찾을 수 없을 거에요."

메이야 "여기서 움직일 수는 없지만요. 조금 전에는 무심코 비눗방울이 터져, 엄청 위험할 뻔 했어요."

메이야 "당신 덕분에 살았어요.감사합니다. 전 메이야 울타우나라고 해요."

메이야 "여기 직원은 아니죠? 누구세요?"

토키코 "후우마 토키코, 대마인입니다."

메이야 "ㄷ, 대마인!"


메이야의 얼굴이 굳어졌다.


역시 마족 같다. 그렇다면 대마인을 두려워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만약 이 연구소에서 좋지 않은 일을 당했다면 더욱 그렇다.


토키코 "저는 이 연구소에 조사하러 왔을 뿐입니다.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죠?"

메이야 "그, 그게......저도 잘 몰라서......"


메이야는 몹시 불안한 듯이, 그래도 이야기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토키코에게 가르쳐 주었다.


메이야는 마계의 산중 깊은 곳에 맑은 강물을 끼고 사는 마족의 일족이다.


그녀의 일족이 몸에서 만들어내는 거품은, 각종 마술의 촉매와 미용품으로 유용하여 예로부터 많은 이들이 노리고 있다.


메이야도 마계에서 지상으로 도망쳐 나와, 이 연구소에서 숨겨달라고 하는 대신, 마술 연구에 협력하고 있었다고 한다.


토키코 "메이야 씨는 여기서 어떤 연구를 하고 있었나요?"


이변에는 관계가 있을까 하고 물었지만, 메이야는 어색한 표정을 짓고,


메이야 "그게......내 거품을 이용한 미약......아니, 정력제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그......미안해요......"

토키코 "흔한 얘기네요. 그래서?"

메이야 "그래서......그날도 스태프들과, 그런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경비 드론이 갑자기 우리를 공격하기 시작했어요."

토키코 "갑자기?"

메이야 "네, 정말 갑작스러웠어요. 물론 도망치려고 했지만요."

메이야 "연구소의 시큐리티가 잠겨, 밖에도 나갈 수 없게 되어서."

메이야 "저는 이 거품의 힘으로 식당에 몸을 숨길 수 있었지만, 나머지는 아무것도 못하고 여기서 계속......"

토키코 "그런가요......"

메이야 "저......연구소의 다른 사람들은요?"


메이야는 주저하며 묻는다. 답을 아는 얼굴이었다.


토키코 "유감스럽게도. 연구소는 여전히 봉쇄되어 있고 시체들이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메이야 "그런......가요......모두 좋은 사람들이었는데......"


메이야는 고개를 숙여 눈을 촉촉하게 했다. 그 눈물도 작은 비눗방울이 되어 날아간다.


좀비나 미약 같은 연구를 하는 '좋은 사람'이야 없겠지만, 지금은 상관없다.


토키코 "이상의 원인으로 짚이는 것은?"

메이야 "전혀 모르겠어요."


메이야는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지만, 


메이야 "다만 이상이 생긴 그날, 여기 중앙 컴퓨터를 사용해"

메이야 "마계의 고대 유적에서 발굴된 의문의 부품에 대한 실험이 진행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메이야 "그 실험을 위해 마계에서 고대 유적 발굴을 계속하고 있던 마녀 로시 모치모이 씨가 초빙되었죠."

토키코 "마녀 말인가요......"

메이야 "ㄴ, 네, 제 친구예요."


이변은 그 수수께끼의 부품이 원인인가?

아니면 마녀가 무슨 짓을 한 것일까?


토키코 "중앙 컴퓨터의 위치는?"

메이야 "네, 그건──."


메이야는 손짓발짓을 섞어 그 장소를 가르쳐 주었다.


아까 천리안으로도 볼 수 없었던 연구소의 가장 중요한 구획에 있는 것 같다.


토키코 "거기로 가볼 수 밖에 없겠네요."

메이야 "엣!?"

토키코 "가능하다면 당신도 동행해 주었으면 합니다만......"

메이야 "ㅈ, 저도요? 자기 몸은 지킬 수 있겠지만, 싸움은 서툴러서......"


메이야는 겁먹은 듯이 말끝을 흐렸다.


두 사람을 감싸고 있는 커다란 비눗방울이 금방이라도 깨질 듯 부르르 떨린다.


그녀는 이변이 일어난 이후, 계속 여기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무리는 시킬 수 없으나, 그렇다고 짐이 되어도 곤란하다.


토키코는 포기하려 했지만,


메이야 "ㄱ, 그래도! 로시 씨는 제 친구에요."

메이야 "여러가지 기묘한 마도구를 지니고 있어 아직 살아 있을지도 몰라요."

메이야 "ㅈ, 저 혼자서는 무리지만 토키코 씨와 함께라면 도우러 갈 수 있을지도 몰라요. ㅈ,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메이야는 그렇게 말하자 갑자기 식당 자판기에서 탄산음료를 몇 캔이나 사, 꿀꺽꿀꺽 마시기 시작했다.


메이야 "꿀꺽꿀꺽......푸하아~~!!"

메이야 "후~~~~!!! 자 토키코 씨, 갑시다!!"


눈이 빛난다. 목소리에도 힘이 실렸다.


묘한 텐션이라고 할까, 조금 전까지의 나약함이 거짓말 같다.


토키코 "일반 탄산음료죠?"

메이야 "일반 탄산음료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렇게 돼요! 벌써 텐션 10배에요!"

토키코 "그, 그런가요......"


잘은 모르겠지만, 의욕이 생긴 건 도움이 된다.


토키코는 좀 이상한 메이야와 함께 중앙 컴퓨터를 목표로 했다.




메이야 "토키코 씨, 이쪽입니다!"

토키코 "네."


메이야와 함께 최대 중요 구획으로 나아간다.


원래 그녀도 여기까지 들어올 자격이 있었으나, 패스워드가 무력화되어 있어, 토키코의 해킹으로 억지로 돌파했다.


중앙 컴퓨터실까지의 통로에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경비 드론이 배치돼 있었다.


토키코 뿐이라면 그 감시를 속일 수 있고, 메이야도 거품으로 몸을 숨기고 가만히 있으면, 그들에게 들킬 일 없지만, 함께 가려면 그렇게도 안 된다. 문답무용으로 파괴해 나간다.


드론 앤트

「!!!!!!!!!」

「!!!!!!!!!」

「!!!!!!!!!」


메이야 "디스트럭션 버블!"


씩씩한 외침과 함께 뿜어져 나오는 미세한 거품의 격류가 다가오는 드론을 차례로 파괴해 나간다.


온몸에서 뿜어내는 거품으로 만든 갑옷은 그들의 공격을 철벽처럼 되받아친다.


토키코 "아까와는 딴 사람 같네요."


이만큼 강하다면 그런 곳에서 숨어 있을 필요도 없었을 터.


본인이 말했던 것처럼 싸우지 않은 것은 성격 탓이리라.


왜 탄산음료를 마시면 이렇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파트너를 든든하게 여기는 토키코였다.


메이야 "야아아앗!! 디테일 버블!!"

메이야 "토키코 씨, 저기. 로시 씨가 있어요."

토키코 "!?"


가장 중요한 구획의 막다른 곳, 중앙 컴퓨터실 문 바로 옆에 강력한 결계가 있었다.


그 결계 안에서 안경을 쓴 여성이 벽에 기대 느긋하게 책을 읽고 있다.


벽에 기대어 세워놓은 마녀 지팡이, 바닥에 놓인 커다란 가방에는 피켈, 물병, 로프 등이 묶여 있다.


이상한 표현이지만 모험가인 마녀가 이 연구소를 탐색하러 왔다가 복도에서 잠깐 쉬고 있는 듯한 광경이다.



로시 모치모이 "오야, 메이야잖아. 다행이다. 살아있었구나."


로시는 메이야를 보자 책을 덮고 그 말과 달리 느긋한 목소리를 냈다.


메이야 "로시 씨, 다행이다. 무사하셨군요?"

로시 "무사하다면 무사하지만, 더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어. 어쩔 수 없이 여기서 책을 읽고 있었지."

로시 "그런데 같이 있는 사람은 누구야? 여기 사람은 아닌 듯 한데?"


안경 속 눈동자가 호기심에 반짝이고 있다. 마치 신종 생물을 발견한 듯한 얼굴이다.


토키코 "후우마 토키코, 대마인입니다."

로시 "헤에, 대마인. 인간이면서 마족을 쓰러뜨리고 있는 그 무서운 무리인가. 이거 놀랐네."


로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꺼낸 수첩에 『대마인과 만났다』 는 등의 기록을 했다.


토키코 "이 연구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사정을 들려주시겠어요?"

메이야 "로시 씨, 토키코 씨는 이변을 수습하기 위해 와준 거예요......그렇죠?"

토키코 "가능하면 그렇게 하고 싶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로시 "그것 참 좋은 일이네. 원인은 유닛・오=즈의 폭주야."


로시는 잡담하듯 느긋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계기는 마계의 고대 유적에서 태고의 가디언의 중추 유닛으로 보이는 것이 발견된 것이다.


인간의 과학력은 물론 마계의 기술도 능가한다고 생각되는 그것은, 부품에 새겨져 있던 오=즈라는 글자에서 유닛・오=즈라고 명명되었다.


하지만 이곳의 스탭으로는 해석할 수 없어, 고대 유적의 연구자로 알려진 마녀 로시가 마계로부터 불려져, 그 결과 특정 주파수의 전파를 통해 유닛・오=즈가 활성화되는 것이 판명되었다.


로시 "나는 그만두는 것이 좋다고 반대했지만. 이런 연구에 조급함은 금물이야."

로시 "나도 옛날에 뭔지 모를 마도구를 호기심에 만지작거린 탓에."

로시 "나이를 먹지 않는 대신, 언제 갑자기 죽을지 모르는 저주를 받았으니까."


달관하고 있다고나 할까, 그런 것도 태연하게 말하는 그녀에게 토키코가 묻는다.


토키코 "그 활성화 실험을 한 거군요?"


로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로시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내가 아니니까."

로시 "게다가 연구자로서 흥미도 있었고. 무슨 일이 생기면 그땐 그때지."


그 결과 유닛・오=즈는 활성화 되었지만, 유닛에 부착되어 있던 미세한 세포들이 갑자기 폭발적으로 증식하기 시작해 몬스터로 변했고, 중앙 컴퓨터도 끌어들여 연구소 시스템을 장악해 직원들을 죽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로시 "내게도 덤벼들었으니, 그것은 애당초 인간과 마족을 죽이기 위한 가디언이었을 거야."

토키코 "무슨 바보 같은 짓을......"

로시 "그런 말을 들으면 할 말이 없네."


로시는 부끄러운 듯이 머리를 긁었다.


로시 "나는 유닛이 폭주하기 시작하면 큰일날 것 같아서 컴퓨터실에서 탈출했어. "

로시 "그때 보안 드론이 우르르 몰려와, 가지고 있던 고대의 마도구를 이용해 이 결계를 만든 거야."

로시 "하지만 연구소의 시큐리티를 빼앗긴 탓에 여기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어."

로시 "그래도 뭐, 유적 탐색 때는 몇 달 동안 유적 안에서 지내고 있고."

로시 "곧 어떻게든 될 거라 생각하며, 여기서 책을 읽고 있었지."


너무 태평해서 토키코는 어이가 없었다.


토키코 "안타깝지만, 앞으로 3시간 정도면 이 연구소에 미연의 미사일이 떨어질 거에요."

메이야 "ㅋ, 큰일이에요!"

로시 "그래, 큰일났네."


지금까지 말하지 않았던 사실에 메이야는 당황하기 시작하지만 로시는 여전히 태연하다.


토키코 "그것을 멈추기 위해서는 그 유닛・오=즈에게서 태어난 몬스터를 쓰러뜨리는 수 밖에 없습니다."

토키코 "메이야 씨, 로시 씨, 도와주시겠어요?"

로시 "뭐 어쩔 수 없지."

메이야 "ㅇ, 알겠습니다. 다만, 잠시만요."


로시는 아주 담백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메이야는 거품 갑옷 속에서 다시 탄산음료를 꺼내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그 기묘한 텐션이 원래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메이야 "꿀꺽꿀꺽......푸하아! 로시 씨! 토키코 씨! 우리끼리 놈을 쓰러뜨리죠!"


또 이상해졌다.


토키코 "메이야 씨, 왜 저러는 건가요?"


토키코가 로시에게 묻자, 로시는 유쾌한 듯이,


로시 "이 애의 종족, 평소에는 물만 마시니까, 마신 것의 특징에 감정이 끌려가는 거야."

로시 "달달하면 응석받이에, 매우면 화를 잘내고."

로시 "탄산음료면 텐션이 오른다. 재미있지?"

메이야 "그렇습니다! 커피 홍차 우롱차! 주스에 콜라에 스포츠 음료!"

메이야 "인간계에는 맛있는 음료가 많아, 감정이 휙휙 바뀌어서 재미있어요!"


탄산음료로 텐션이 오른 메이야가 발랄하게 대답했다.


토키코 "그, 그런가요......"


토키코는 오히려 맥이 빠질 것 같았지만, 곧 정신을 다잡고 말했다.


토키코 "그럼 중앙 컴퓨터실의 록은 제가 해제하겠습니다. 전투 준비를 부탁드립니다."

메이야 "알겠습니다!"

로시 "언제라도 좋아."





오=즈 세포 변이체 "오....즈......오......즈......"


고대 유적에서 발굴된 가디언, 그 중추 유닛・오=즈가 활성화되며, 부착 세포가 증식해 태어난 몬스터.


말하자면 오=즈 세포 변이체는 중앙 컴퓨터실에서 이미 인간형을 취할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원본인 가디언의 형태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 불분명하지만, 손이 길고 다리가 짧은 원숭이와 같은 형태로, 손발의 모양이 좌우로 다르거나 애초에 전체적으로 모양이 일그러져 있는 등, 그 재생은 불완전하다고 생각되었다.


증식 중에 집어넣었다고 생각되는 연구소의 레이저포나 기총의 방향도 부자연스럽고, 어딘가 그로테스크한 인상이다.


신체에서는 증식 세포가 코드처럼 뻗어, 배후의 중앙 컴퓨터를 파고들어, 그걸로 시스템을 장악하고 있는 것 같다.


메이야 "정말 기분 나쁜 모습!! 그야말로 악의 화신!!"

로시 "꽤 성장했구나."

토키코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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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 또 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