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마계, 그 변경부.


험준한 산들로 둘러싸여, 크고 작은 기암(奇岩)들이 즐비한 척박한 대지.


그런 곳을 노마드의 수장, 흡혈귀 에드윈 블랙이 걷고 있었다.


그가 황야를 방황하는 이유.


마녀 에우리알레의 마술 트랩 탓에 인간계에서 전송되고 만 것이다.


연금술사 슈발리에를 만나려던 참에, 고위 간부였던 휴르스트가 토벌되기 직전이다.


마계의 상급 귀족 리치스타 가문의 영지에서 더 나아간, 서부 변방까지 날아간 블랙은 적대하고 있는 재상경 비스마르크(9귀족회의의 의장이며 사실상 왕도를 다스리고 있다)나 현명경 모르지아나(브레인플레이어의 전 여왕이자 9귀족 과두정 유지를 원하는 온건파)들을 피해 해로(海路)를 이용하는 등, 비스마르크의 영지와 눈엣가시인 사령경 테우타테스 영지의 바로 중간 지점쯤에 도달해 있었다.


마계 중서부에 해당하는 이 부근은 소국이 잔뜩 늘어선 지역으로 국지전 등이 잦아, 마계에서 별로 눈에 띄고 싶지 않은 그가 행동하기에는 적합했다.


그렇다 해도 갑자기 이쪽으로 날아온 탓에 마계의 돈은 가지고 있지 않고, 인간계로 돌아가려면 우선 여비를 벌어야 하는 다소 한심한 상황이었다.


에드윈 블랙 "이런이런......"


다른 차원에서 그의 일부를 빼앗아간 인간, 후우마 코타로 같은 말을 중얼거리며 걷는다.


그런 블랙에게는 기묘한 동행자가 있었다.



야나기 무츠호 "촌장이 말한 트롤의 야영지는 아마 이 앞의 산이겠지."

블랙 "그런 것 같군. 해가 지기 전에 해치우지."


그녀는 야나기 무츠호.


마족이 아니라 인간이다.


하지만 처음 봤을 때, "이게 인간인가?"라고 블랙도 눈을 의심했다.


독의 덩어리가 사람의 형태로 움직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블랙을 죽일 수 있을 정도의 독인지는 모르나, 적어도 흡혈귀로서 피를 빨고 싶지는 않다.


뭣보다 대마인일 것이다. 이런 이상한 인간은 또 없다.


무츠호와는 인간계로 돌아가기 위한 여행 중, 우연히(라고 생각되는) 들른 마을에서 만났다.


그 마을 근처 산에 트롤 무리가 정착했다든가 해서, 촌장이 트롤 퇴치치고는 고액의 상금을 내걸었다.


거기에 블랙과 무츠호 두 사람이 응모했다는 것이다.


그로서는 혼자 움직이고 싶었지만, 무츠호는 그에게 흥미를 가진 듯 해, 어쩔 수 없이 동행하고 있다.


흥미라고 해도, 첫눈에 반한 것 같지는 않다.


그는 『쿠로토』라는 가명을 사용하고 마력도 필요 최소한으로 억제하고 있지만, 무츠호는 그의 정체가 블랙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는 것 같다.


대마인이라면 그것도 어쩔 수 없다.


블랙 (노마드의 장이 왜 이런 마계의 변방을 헤매는지 알고 싶은 모양이군/)

블랙 (마녀의 함정에 걸려 길을 잃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


무츠호 "싸우기 전에 들어둘까. 쿠로토는 어떤 식으로 싸워?"

블랙 "기술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어둠의 칼날을 조금."


블랙의 힘의 극히 일부분이지만 트롤 상대라면 그 정도로 충분할 것이다.


무츠호 "강할 것 같은데. 기대하겠어. 나는──."

블랙 "독술사겠지?"

무츠호 "헤에, 잘 아는데."

블랙 "그 정도는 기본이지. 가능하면 나까지 휘말리는 건 피해줬으면 하는데."

무츠호 "신경은 쓸게. 하지만 나는 리얼충을 싫어해서, 그런 상대에게는 조금 과할지도 몰라."

블랙 "기억해두지."


어디까지 진심인지 모르겠지만, 무츠호의 말에 블랙은 고개를 끄덕였다.


트롤과는 금방 조우할 수 있었다.


야행성인 그들이 동굴 등에 숨어 있으면 찾아내서 유인하기 귀찮을 줄 알았는데, 황무지에서 평범하게 야영을 하고 있어 모습이 잘 보였다.


낮의 트롤은 움직임이 둔하지만, 블랙과 무츠호 단 둘이니 만만한 사냥감으로 여겼을 것이다.


즉시 덤벼들었고, 최선두의 한 마리를 죽이는 것으로, 곧 모든 트롤들과 전투가 벌어졌다.


블랙 "딱히 너희에게 원한은 없지만."


ビシュッ! ビシュッ!


트롤

「―――!!」

「―――!!」


블랙의 어둠의 칼날이 간단히 트롤의 목을 절단해 간다.


그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거구에서 화려하게 피를 뿜어냈다.


무츠호 "나도 없지만, 빨리 죽는 편이 좋아. 내 독은 괴로우니까."


트롤

「ぐあああああああああ!!」

「ぎゃあああああああっ!!」


무츠호는 독이 묻은 나이프로, 또는 입에서 뿜어내는 독무(毒霧)로 트롤들을 독살하고 있다.


체력이 넘치는 게 자랑인 트롤들이 온몸을 섬뜩한 색으로 물들이고, 몸부림치다가 죽는 꼴은 잔혹 그 자체다.


블랙 "너에게 죽을 놈들을 동정하게 되는군."

무츠호 "쿠로토의 칼날은 시원시원해서 좋네."

블랙 "지금은 귀가 중이라, 싸움을 즐길 여유도 없어서."

무츠호 "나는 반대로 목적지로 가는 중. 그러다가 돈이 좀 떨어져서 말이야."

블랙 "나도 그렇다."


원래 실력 차이도 그렇지만, 햇빛 아래 트롤은 움직임이 둔해, 둘의 적은 못 된다.


트롤들을 죽이면서 잡담을 나눌 여유마저 있었다.


블랙 "보아하니 대마인 같은데, 왜 마계의 변방에?"

무츠호 "기분전환이랄까."


당연하지만 솔직히 대답할 리 없다.


그래서 당면한 의문을 입에 담는다.


블랙 "그렇군. 그나저나, 조금 묘하군."

무츠호 "뭐가?"

블랙 "햇빛을 싫어하는 트롤이 햇빛이 비치는 곳을 야영지로 선택한다니."

무츠호 "그렇네."

블랙 "단순한 트롤 퇴치치고는 높은 포상금. 저 촌장, 뭔가 숨기고 있어."

무츠호 "그렇다면?"

블랙 "곧 알게 되겠지."


트롤들을 대충 처치했을 무렵, 지축을 울리며 그것이 나타났다.



바질리스크 『내 신성한 영지를 발을 들인 어리석은 벌레들.』


트롤의 몇 배나 되는 거대한 뱀의 모습.


머리에는 왕관 같은 뿔.


뱀들의 왕, 바질리스크였다.


트롤들이 바질리스크를 따르고 있었는지, 그 콩고물을 얻어먹고 있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이 근처에 정착해 있던 진짜 위협은 이 바질리스크였고 의뢰인 촌장은 그것을 숨긴 채 둘을 고용한 것이다.


무츠호 "아──, 역시 이렇게 되나."

블랙 "너도 촌장의 거짓말을 눈치챘나?"

무츠호 "그것도 있지만, 쿠로토와 동행하면 이런 일이 일어날 것 같았어."

블랙 "......?"


영문을 모르겠다. 바질리스크에 주의를 기울이면서도 의아해한다.


무츠호도 적을 응시하며, 좀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무츠호 "내가 지인 중에도, 그런 어둠의 칼날을 쓰는 녀석이 있거든."

무츠호 "비교적 의지할 수 있지만, 운이 너무 나빠서 곧장 이런 일에 휘말리는 거야."

블랙 "......"


아마 후우마 코타로일 것이다.


그 남자랑 같은 취급이라니. 블랙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이런 곳에 있는 것도, 정말 운이 나빴기 때문이다.


블랙은 다소 아연실색하면서, 의식을 적 쪽으로 되돌린다.


블랙 "저건 바질리스크. 브레스를 조심해라. 석화의 맹독이다."


라고 말하면, 바질리스크가 고개를 이쪽으로 돌렸다.


입을 크게 벌리고 공기를 잔뜩 들이마시고 있다.


석화 브레스의 전조다.


바질리스크 『어리석은 것들. 내 숨결에 돌이 되어라.』

블랙 "바로 시작인가."


블랙은 어둠의 마수를 소환해 방패 대신 자신의 앞에 놓았다.


무츠호 "헤에, 그런 것도 가능하구나."

블랙 "내 뒤에 숨어라."

무츠호 "아하하. 독이라면 맡겨둬. 내 장기니까."


무츠호는 그리 말하고는, 바질리스크에게 덤벼든다.


바질리스크 『ガ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ッ!』


동시에 바질리스크의 입에서 석화 브레스가 쏟아져 나온다.


무츠호는 피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무츠호 "별 거 아니네."


정면에서 석화 블레스를 받고도, 태연한 얼굴.


바질리스크 『뭣이!?』


바질리스크가 눈을 부라린다.


장기라고 해도 정도가 있다. 블랙 역시 어이가 없었다.


블랙 "재미있군. 이러니 대마인은."


어쨌든 저걸 쓰러뜨리면 일은 끝이다.


***


무츠호 "너 파충류 같은 거지? 그럼 파충류에게 효과 좋은 독을 만드는 게 빠른가?"


바질리스크에게 빠르게 접근해 가는 무츠호의 몸에서 서서히 독이 솟아났다.


그 독은 그녀가 쥔 나이프에 물들어 간다.


그것은 강력한 독 브레스를 뿜는 바질리스크보다 훨씬 독살스러운 색을 띠고 있다.


바질리스크 『네년!! 벌레 따위가! 주제를 알아라!』


바질리스크는 다시 브레스를 토했다.


무츠호 "그러니까, 나한테는 안 통한대도."

바질리스크 『그럼 이건 어떠냐!』


두 눈이 번뜩인다.


그 시선에는 신기(神気)가 깃들고, 나약한 영혼은 마비되어 석상처럼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신기니 영혼이니 거창하지만, 저 마비 공격은 독에 대한 내성과 관계 없다.


무츠호 "......!!"


그걸 알고 있었는지, 대마인의 본능인지, 무츠호는 그 시선에서 곧장 몸을 피했다.


블랙 "흠......"


내버려둬도 괜찮을 것 같지만,


바질리스크 『グギャアアアアアアッ!!』


바질리스크가 절규했다.


그 붉은 눈에서 바늘 같은 어둠이 돋아난다.


블랙 "도움은 되었나."


물론 블랙의 소행이다.


무츠호 "고마워!"


무츠호는 격렬하게 몸을 뒤트는 바질리스크에 나이프를 찔렀다.


ギイインッッ!!


무츠호 "우왓, 딱딱해라!"


바질리스크의 몸은 강철보다 단단한 비늘로 덮여 있다고 한다.


같은 대마인이라도 야츠 무라사키 정도라면, 그런 비늘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짓뭉갤 수 있겠지만, 거기까지 인간과 동떨어져 있지 않은 모양이다.


무츠호 "나, 딱딱한 거 상대는 힘든데."

바질리스크 『이 벌레 놈들이이이이잇!!』


눈이 먼 바질리스크는 길다란 목을 닥치는 대로 휘둘러 적을 물어뜯으려 했다.


무츠호 "저 입에 나이프를 꽂는 건 빡세겠는데."


무츠호는 바질리스크로부터 일단 거리를 두고 성가시간 얼굴을 하고 있다.


간단히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좀 더 도와줘야 하나.


블랙 "비늘이 없으면 되나."

무츠호 "쿠로토가 해줄래?"

블랙 "그러지."


블랙은 무츠호와 교대하듯 바질리스크 사이로 파고들었다.


바질리스크 『ガアアアアアアアアアツ!!グガアアアアアアアアッ!!』


바질리스크는 그의 기척을 느끼며, 두 눈을 빼앗은 증오스러운 상대를 향해 더 거칠게 공격해온다.


블랙 "......"


블랙은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가볍게 그것을 피했다.


무츠호 "헤에, 멋진데."


무츠호의 칭찬을 들으며 바질리스크의 심장 한구석에 어둠의 칼날을 집중적으로 박았다.


ガガガガガガガガガガガッ!!


블랙 "확실히 이건 딱딱하군."


감탄한 듯 말한 직후, 심장 위의 비늘이 뚝 벗겨졌다.


무츠호 "핫!!"


무츠호의 날카로운 기합성.


ザシュッッッ!!


섬뜩한 살기, 아니 독의 나이프가 바질리스크의 심장에 꽂혔다.


바질리스크 『グギャ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ッッッ!!!』


들어본 적 없는 비명이 바질리스크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그 비명과 함께 맹독으로 변색된 피를 벌컥벌컥 토하고 있다.


입에서만이 아니다. 온몸의 구멍이라는 구멍에서, 비늘의 틈새에서 새어나오고 있다.


무츠호 "내가 만든 「파충류에 효과 좋은 독」은 굉장하지?"


단순히 독에 죽어가는 게 아니라, 세포 자체가 꾸물꾸물 무너지는 것 같다.


걸쭉하게 녹아가는 자신의 육체 속에서, 바질리스크는 몸을 비틀어 더욱 무너져 간다.


그런데도 머리는 계속 남아 있어, 바질리스크는 자신이 부서져 가는 아픔을 최후까지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그 머리도 뭉개져, 불쌍한 바질리스크는 썩은 즙이 되어 황무지로 스며들고 말았다.


무츠호 "자, 이걸로 끝."


무츠호는 만족스럽게 말했다.


그 얼굴에는 독술사다운 박정한 미소가 떠 있었다.


블랙 "바질리스크에게 동정하게 되는군."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블랙은 아까와 같은 말을 했다.




그날 밤.


두 사람은 그들에게 일을 의뢰한 마을로 돌아왔다.


거짓말쟁이 촌장은 두 사람을 따뜻하게 맞아, 술집에서 바질리스크 퇴치를 축하하는 잔치가 성대하게 열린 것이었다.


일등공신인 두 사람은 다소 흥이 깨진 기분으로, 마을 사람들 사이에 있었다.


무츠호 "나참 선량한 대마인을 속여놓고 너무하네."

블랙 "약자 나름의 생존수단이란 거겠지."

무츠호 "그 생존수단에 살해당할 뻔했지만."

블랙 "대마인이란 민중을 위해 싸우는 것일 텐데?"

무츠호 "그래도 마계는 관할 밖이려나."

블랙 "그래서 내 목을 노리지 않았나?"

무츠호 "이 내가 에드윈 블랙을 쓰러뜨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유혹에 빠질 사람처럼 보여?"

블랙 "......"


무츠호가 넌지시 묻지만, 블랙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그저 어깨를 으쓱했을 뿐이다.


무츠호 "......"


무츠호도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그러자 두 사람을 속인 촌장이 뻔뻔하게 다가왔다.


촌장 "두 분은 그야말로 마을의 영웅. 두 분이 계시면 범에 날개."

촌장 "요즘 이 근처를 유린하고 다니는 도적단도 두렵지 않을 겁니다."

촌장 "체류비는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머물러주십시오."


라는 등, 더욱 뻔뻔한 말을 하기 시작한다.


블랙 "귀갓길을 서두르고 있어서."


블랙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무츠호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무츠호 "체류비 전부 그쪽 부담이라는 것은 조금 흥미가 생기는데. 좀 더 자세히 말해줘."


라며, 촌장과 교섭을 시작하고 있다.


블랙 "후......"


블랙은 옅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잠시 후,


무츠호 "어......?"


무츠호가 문득 뒤돌아보니, 쿠로토는 어딘가로 사라져 있었다.


무츠호 "아차.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도망간 모양이다.


무츠호가 이 마을에 들른 것은 여비를 벌기 위함이고, 그와 만난 것은 우연이다.


애당초 우연이 아니라면 그 남자와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무츠호의 본래 임무인 로로 자작령의 조사는 지금부터지만, 이런 마계의 변방에 에드윈 블랙 같은 인물이 있었다는 것은 반드시 보고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무츠호는 자궁까지 독에 쩔어 있어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


결마인의 후붕이는 사안으로 무츠호의 능력을 빼앗아

평범한 여자로 되돌려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몸으로 만들어 주었다


강간이 화간으로, 화간에서 구원순애로 이어지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 사안이 지금은 블랙에게 있네?


후붕이의 능력과 함께 캐릭터성도 조금 물든 모양인데

블랙도 슬슬 바지 벗는 모습 보여줘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