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술사 대마인, 무츠호와 헤어져, 블랙은 어느 소국의 마을에 도착했다.


작은 농촌으로 이름은 그린피스.


그 유래는 일찍이 마을 근처에 있던 한 성채의 이름에서 왔다.


하지만 그 성채는 이미 낙후되어, 그곳에 성채가 있었던 이유조차 잊혀져, 지금은 쇠퇴한 마을만 남아 있다.


그런 변경 중의 변경이다.


블랙 "작은 마을이지만 술집 하나쯤은 있겠지."


도로에서 벗어난 마을 입구에 서 블랙은 혼자 중얼거렸다.


본래 흡혈귀인 블랙은 식사 등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다른 차원의 후우마 코타로와 능력을 일부 교환하여, 좋든 싫든 인간적인 감각을 얻었고, 약간은 식욕을 느끼게 되었다.


집사 키이의 홍차와 과자를 좋아하는 것 등이 바로 그 표현이다.


게다가 어느 마을에나 술집에는 사람이 몰려, 정보를 모으기 쉽다.


하지만 여행자도 좀처럼 들르지 않는 듯, 농사를 짓고 있는 마을 주민들이 블랙을 수상쩍게 보고 있다.


타지인이 왔다는 사실을 누군가에게 보고라도 하는지 황급히 달려가는 이들도 있었다.


블랙 "별로 환영받지 못하는 것 같군."


블랙은 혼잣말 하며 길을 걸어갔다.


마을에 하나 밖에 없다는 술집은 금방 발견했다.


블랙 "......"


블랙이 들어서자, 안에 있던 마을 주민들이 지극히 당연하게 타지인을 경계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블랙은 카운터까지 가 인상을 찌푸린 가게 주인에게 말했다.


블랙 "술과 요깃거리를 부탁하지."

술집 주인 "본 적 없는 얼굴인데."


주인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블랙 "방금 막 도착했으니."

술집 주인 "괴짜로군."


붙임성 없는 주인이다.


하지만 내온 토종 맥주는 고급품에, 독일풍 감자에서는 묘하게 깔끔한 맛이 났다.


블랙 "맛있군. 왕두 킹스록에 가게를 세워도 이상하지 않겠어."

술집 주인 "그 정도는 아니야."


주인은 코웃음을 쳤지만 대화의 물꼬를 트는 건 성공한 듯, 그쪽에서 말을 걸어왔다.


술집 주인 "댁 용병, 아니면 현상금 사냥꾼인가?"

블랙 "왜 그렇게 생각하지?"

술집 주인 "이런 마을에서 술집 주인이 되기 전에는, 나도 조금 이름을 날린 적 있어."

술집 주인 "그때 내 동료들, 지금은 한 명도 살아있지 않겠지만, 녀석들이랑 분위기가 비슷해."


술집 주인도 예전에는 용병이나 현상금 사냥 등을 했던 모양이다.


듣고 보니 확실히 주위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는 마을 주민들과는 조금 분위기가 다르다.


입신출세를 목표로 이 마을을 나섰으나 안타깝게도 그 꿈은 이루지 못하고, 그래도 죽지 않고 돈을 벌어 무법 생활 동안 익힌 요리 솜씨로 고향에서 술집을 열었다. 그런 건가.


블랙 "나름 한가닥 한다고 자부하지만. 이 마을에 용병이나 현상금 사냥꾼이 필요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나?"

술집 주인 "아직은. 다만 최근 이 근처를 휩쓸고 다니는 도적단이 슬슬 나타나지 않을까 싶어서."

블랙 "그렇군."


바질리스크 퇴치를 한 마을 이장도 그 도적단을 언급하고 있었다.


블랙 "용병도, 현상금 사냥꾼도 아니다. 이 마을 근처에 오래된 유적이 있겠지? 거기에 조금 볼일이 있거든."

술집 주인 "이거 진짜 특이한 양반이구만."


술집 주인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즉, 저 성채의 터에 접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블랙 "거기서 사람을 만나기로 약속했거든."

술집 주인 "괴짜가 둘이나 있어? 최근 반년 간, 마을에 찾아온 것은 익숙한 행상인 외에는 댁 뿐이야."

블랙 "그런가. 그럼 기다려야겠군. 이 마을에 여관은 없나?"

술집 주인 "그런 세련된 건 없어."

블랙 "그럼 여기 묵게 해주지 않겠나? 물론 돈은 내겠다."


주인의 대답은 차가웠다.


술집 주인 "그건 거부하지. 내가 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위험한 놈에게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야."

블랙 "내가 그렇다고?"

술집 주인 "아아, 이렇게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지릴 것 같아. 미안하지만 다 먹었으면 나가줘."

블랙 "흠, 어쩔 수 없지."


주인의 직감과 맛있는 식사에 경의를 표하며 블랙은 순순히 가게를 나섰다.


그 후 블랙은 마을 외곽에 있는 호수, 마을의 수원水源까지 향했고, 숲 속 나무들에 삼켜진 그린포트 성채에 발을 디뎠다.


술집 주인이 유별나다고 말한 것처럼 접근하는 사람이 없던 듯, 지난 싸움에서 무너진 채 지금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블랙 "오래만인데 달라진 게 없군."


여기 오는 건 처음이 아니다.


이런저런 추억의 장소이기는 하지만, 물론 그것 때문에 온 것은 아니다.


블랙은 성채의 탐색을 시작했지만, "그것"이 없다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었다.


블랙 "아직 안 왔나."


블랙은 마법 하나를 영창하고, 간단히 성채를 빠져나갔다.


블랙 "자, 어떻게 할까."


슬슬 해가 저무려고 한다.


무심코 마을 쪽으로 돌아와 버렸지만 묵을 곳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렇다면 노숙할 수 밖에 없다.


마을 사람들이 수상쩍게 여겨, 괜한 참견을 해와도 성가시다.


호수 옆에서 야영하는 것이 좋겠다고, 다시 되돌아가려 했을 때, 마족 소녀가 달려왔다.


농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같다.


이 앞에 집이 있었나 생각하면서 길을 비켜주니, 소녀는 블랙 앞에서 멈춰 섰다.


아리스타 "아저씨, 묵을 곳이 없어?"

블랙 "......"

아리스타 "아리스타, 아까 술집에서 아저씨 쫓겨나는 거 봤어."


아무래도 그 술집에 있었던 것 같다.


술을 마신 것 같지 않으나, 평소 보지 못한 외지인을 발견하고 아이다운 호기심에 들여다보았을 것이다.


아저씨라는 호칭과 쫓겨났다는 말투에 쓴웃음을 지으며,


블랙 "뭐 그렇지. 그래서 호숫가에서 노숙을 할까 생각 중이야."


아리스타라는 소녀는 당치도 않다는 얼굴로 몸서리 쳤다.


아리스타 "밤에는 늑대가 많이 나와. 무서워."

아리스타 "아저씨, 아리스타네 집에 올래?"

아리스타 "엄마가 아리스타에게 항상 말해. 곤란한 사람이 있으면 도와주라고. 아저씨 곤란하니까 도와줄게."

블랙 "고마운 제안이지만 엄마가 그러면 안 된다고 하지 않나?"

아리스타 "괜찮아. 엄마한테는 이미 말했으니. 아저씨 데려오래."

블랙 "이것 참."


의외로 야무진 소녀는 불안한 얼굴로 계속 말한다.


아리스타 "밤은 정말 위험해."

아리스타 "아리스타의 아빠도 밤, 아리스타가 열이 났을 때."

아리스타 "그 호수에 약초를 가지러 갔다가 늑대에게 잡아먹혔어."

블랙 "그거 참 괴로웠겠군."


달리 할 말이 없어 블랙은 소녀와 눈높이를 맞추며 위로한다.


아리스타 "엄청 힘들었어."

아리스타 "그러니까 아저씨도 늑대에게 잡아먹히는 것은 싫어. 아리스타 엄청 싫어."


아버지가 생각났는지, 아리스타는 눈물을 글썽이며 블랙의 팔을 꼬옥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아리스타 "아저씨. 아리스타네 집으로 가자. 빨리 가지 않으면, 잡아먹힐 거야."

블랙 "곤란하군."


왠지 모르게 거부하지 못하고, 아리스타에게 끌려간다.


블랙 "아리스타는 엄마가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면 안 된다는 말을 들어본 적 없나?"

아리스타 "항상 말하지. 위험한 곳에도, 위험한 사람에게도 다가가면 안 된다고."

블랙 "그럼 왜 나한테?"

아리스타 "그야 아저씨는 전설의 기사잖아요?"

블랙 "기사? 왜 그렇게 생각했지."


지금의 블랙은 어떻게 봐도 기사로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아리스타 "아까 아저씨, 성에 들어갔었지. 아리스타 잘 알고 있어."

아리스타 "그러니까......언젠가 성채에 사는 전설의 기사님이......마을을 지켜준다든가......"


누군가가 가르쳐 준 전승 같은 문구를 아리스타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언젠가 성채의 주인인 전설의 기사가 귀환해 마을을 지킨다, 인가.


아무래도 성채의 과거사가 그렇게 전해지는 모양이다.


블랙 "유감스럽겠지만 나는 그 기사가 아니다. 게다가 전설의 기사는 여성이야."


아리스타는 눈을 동그랗게 뜬다.


아리스타 "어? 그래? 아리스타 전혀 몰랐어."

아리스타 "전설의 기사님은 여자였구나. 굉장하다."

블랙 "그래. 그러니, 알겠지? 나는 전설의 기사가 아니다. 그러니까──."

아리스타 "아저씨, 저기. 저기가 아리스타네 집."

블랙 "이것 참."


블랙이 전설의 기사가 아니라는 말을 해도 아리스타는 조금도 개의치 않고 그를 집까지 끌고 가는 것이었다.


그것은 마을 변두리에 있는 외딴집이었다.


둘이 그곳에 도착할 무렵에는 주위는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어머니 같은 여자가 문간에 서 있었다.



아리스타 "엄마, 아저씨 데리고 왔어."

에밀리아 "어서오세요. 아리스타의 어머니, 에밀리아라고 합니다."

블랙 "......쿠로토라고 한다. 외지인이 잠시 신세 져도 되겠나?"

에밀리아 "네, 물론. 들어오세요."

아리스타 "아저씨, 들어와."


모녀는 웃는 얼굴로 블랙을 맞이한다.


블랙 "실례하지."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이제는 상황에 맡기기로 한 블랙이었다.


내부는 검소했다.


보아하니 아리스타와 에밀리아 모녀 둘이 사는 것 같다.


아리스타 "엄마, 밥 먹자. 아리스타도 도울게."

아리스타 "아저씨, 싫어하는 음식 있어? 그건 피해야 하니까."

에밀리아 "그런 말투는 실례야, 아리스타. 죄송합니다."

블랙 "싫어하는 건 없다."

아리스타 "다행이네."

에밀리아 "편히 쉬어주세요."


식사는 스튜와 빵 같은 소박한 것이었지만, 타지인의 안전을 염려해 준 모녀 두 사람의 마음이 분명히 담겨 있었다.


수다 떠는 걸 좋아하는 아리스타에게서 "아저씨는 어디서 왔어?" "아저씨는 어디로 가?" 등의 질문을 받아, 블랙도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어, 인간계로 돌아가기 위해 여행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밀리아 "인간계에서 이쪽으로 날아왔다? 그건 곤란했겠네요."

블랙 "그래. 마녀와 사소한 트러블이 생겨서."

에밀리아 "인간계는 매우 무서운 곳이라고 들었는데 쿠로토 씨는 그런 곳에 가는 건가요?"

블랙 "뭐. 마계와 크게 다르지 않아."


인간은 마족을 두려워하지만, 마족도 마찬가지다.


하물며 마계에 오는 인간은 보통 마족 이상의 힘을 가진 자들 뿐.


에밀리아의 말은 자연스러운 것이라 할 수 있었지만, 호기심 많은 아리스타는 다른 듯,


아리스타 "아리스타, 인간을 만나보고 싶어."

에밀리아 "안 돼. 인간은 우리 마족을 엄청 싫어해."

아리스타 "에──. 친구가 되면 좋겠는데. 그렇지, 아저씨."

블랙 "그렇군."


인간계에 있어서 최대의 적인 마족.


요즘은 더 눈에 띄는 무리도 있지만, 일단 그렇게 되어 있는 노마드의 수령은 웃으며 그렇게 답했다.


아리스타는 식사 내내 떠들어댔지만, 배가 부르자 졸린 듯 바로 엄마에게 침대로 끌려갔다.


에밀리아 "아리스타도 참, 저렇게 떠들어대고."

에밀리아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저와 단둘이 살아왔으니, 역시 외로웠겠죠."

에밀리아 "쿠로트 씨, 딸과의 대화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블랙 "천만에. 그런데 단순한 여행자한테 왜 이렇게까지?"

에밀리아 "네? 곤란해 하는 사람을 돕는 건 당연하잖아요."


돕는 게 당연하다는 반응. 이 순박한 어머니가 있어서 아리스타도 그런 것이리라.


에밀리아는 식사를 마치고 차를 내놓은 뒤에는 별다른 말을 걸지 않고 혼자 옷의 수선 등을 하고 있었다.


덕분에 블랙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에밀리아 "쿠로토 씨, 침대는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쪽 방이에요."


슬슬 쉴까 하는 때가 되자, 에밀리아가 그렇게 말해 왔지만, 그 침대란 죽은 남편의 것일 테지.


물론 그 말에는 요미하라의 많은 여자들과 같은 추잡한 뉘앙스가 담겨 있지 않다.


그런 상대라면 블랙도 애당초 신세를 지지 않는다.


블랙 "역시 거기까지는 좀. 나는 헛간에서라도 쉬지. 원래 노숙을 하려고 했으니까."


블랙이 부드럽게 거절하자 에밀리아도 그 이상은 권하지 않았다.




──한밤중


에밀리아에게 빌린 모포를 뒤집어쓰고 헛간에서 쉬고 있던 블랙은 문득 눈을 떴다.


블랙 "......!"


답답한 기색이 다가오고 있다.


그것도 무수히.


블랙 "살기군. 상당한 숫자다. 예의 도적단인가."


마을에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그것도 블랙이 방문한 날 우연히.


블랙 "어쩐지 운이 나빠서, 금방 귀찮은 사태에 휘말린다......인가. 이런이런."


얼마 전 무츠호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블랙은 쓴웃음을 지었다.


어쨌든 해야 할 일은 하나다.


블랙 "아리스타, 에밀리아. 일어나라. 아무래도 도적단이 나타난 것 같다."


갑자기 한밤중에 일어난 에밀리아의 반응은 신속했다.


에밀리아 "도적단!? 아리스타, 일어나렴!"


아리스타를 깨우고 눈 깜짝할 사이에 짐을 싸서 도망갈 준비를 시작한다.


아리스타 "뭐야. 아리스타, 좀 더 자고 싶은데."

에밀리아 "여긴 위험해. 빨리 일어나!"

아리스타 "엄마 무서워. 무슨 일이야? 늑대가 쫓아오는 거야?"


어머니의 다급한 표정에 졸려 보이던 아리스타의 얼굴도 굳어진다.


블랙 "늑대는 아닌 듯 하지만."

아리스타 "아저씨......"


아리스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데, 덧문 틈으로 붉은 빛이 언뜻 보였다.


블랙 "......!"


곧장 덧문을 열자 마을 중앙부에서 벌써 불길이 치솟고 있다.


에밀리아 "불!?"

아리스타 "엄마!"

에밀리아 "괜찮아, 괜찮아."


에밀리아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딸을 껴안는다.


블랙도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지만, 살기를 느낀 지 그리 긴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전개다.


블랙 "훈련된 움직임이군. 평범한 도적단은 아닌 듯 한데."


블랙은 그렇게 판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불은 한 곳에서가 아니라 대부분의 건물에서 일제히 치솟았다.


놀라서 집에서 뛰쳐나온 마을 주민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도적단이다.


도적단

"햣하!!"

"죽어라아아앗!!"


마을 주민

"꺄아아아악!"

"ㅇ, 여보!!"


도적단

"후후, 너희는 이쪽이다."

"지금부터 잔뜩 귀여워 해주지."


마을 주민

"싫어어어어엇!!!"

"엄마!!"


소문의 도적단. 그 수작은 철저했다.


남자는 가차없이 죽이고, 여자는 하나도 남김없이 노예로 잡아간다.


술집 주인 "네놈들!! 잘도 우리 마을을!"

아이언사이드 "같잖은 놈이!!"

술집 주인 "가아아악!!"


술집 주인도 철제 가면을 쓴 이형의 거구에게 순식간에 살해당했다.



아이언사이드 "기기......계집애들은 노예다!!! 다른 건 죽여라!! 모두 죽여라!!"


그는 아이언사이드.


마계에서는 일기당천의 전사, 무엇보다 그 잔학함으로 유명한 남자다.


용병단 "홍의단"의 수령으로 마계 각지의 분쟁에서 활약했지만, 그 지나친 잔학 행위 탓에 마계에서 추방당해 인간계의 요미하라로 거점을 옮겼었다.


하지만, 그 요미하라에 진출하려던 특무기관 G의 기획을 도와준 탓에, 어느 요미하라 주민에게 쓰러져 재기불능이 되어, "홍의단"도 괴멸했을 터다.


그 아이언사이드가 부활해, 마계에서 새로운 도적단을 이끌고 있다.


그 이름도 홍하(紅霞)여단.


아이언사이드 "기기기기!! 남자는 모두 쓰레기다! 짜식들아! 마음껏 죽여라!!"

홍하여단 「「オオオオオオオオオオオオオオ!!」」


전보다 더한 아이언사이드의 잔학함에 홍하여단 동료들이 포효한다.


작은 마을을 습격해 벌어지는 약탈과 살육. 그것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그 무렵 블랙은 모녀를 데리고 마을 밖으로 향하고 있었다.


습격자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 혼자라면 아무 문제 없다.


지금은 신세를 진 두 사람을 안전한 곳까지 데려가는 것이 급하다.


블랙 "아리스타, 에밀리아. 일단 저 성채에 몸을 숨긴다. 알겠지?"

에밀리아 "ㄴ, 네, 쿠로토 씨."

아리스타 "아저씨! 무서워! 아저씨."


두 사람은 두려움을 필사적으로 참고 블랙의 뒤를 따랐지만,


블랙 "음......"

아리스타 "아저씨, 왜 그래?"

에밀리아 "쿠로토 씨!"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듯이 도적단이 나타났다.


아무래도 놈들은 미리 마을을 포위하고 그 뒤에 습격해 온 모양이다.


약탈인지 살육인지 유괴인지, 그 목적은 차치하고 사냥감은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모양이다.


무질서한 습격이 아니라 제대로 통제되고 있다.


블랙 "빈틈 없는 무리로군."


도적단 "헤헤헷. 사냥감 주제에 도망치려 했겠다."

도적단 "먹음직스러운 여자에 꼬마 그리고 남자인가"

도적단 "아이언사이드 님의 명령이다. 계집애는 노예로 만들고 나머지는 몰살이다.

블랙 "아이언사이드?"


그 남자는 대마인, 후우마 아키에게 당해 재기불능이 되어, 그 후 죽은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블랙 (끈질기게 살아남았나?)


블랙의 당혹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에밀리아는 아리스타의 몸을 껴안는다.


아리스타 "엄마! 아저씨!"

에밀리아 "아리스타! 엄마가 함께 있으니까!"

블랙 "둘 다 좀 쉬고 있어라. 뭐, 대단한 상대는 아니니까."


블랙은 두 사람을 등 뒤로 가리며 도적단을 가로막았다.


***


블랙 "자, 시작해볼까."

도적단 "헤헤. 대단한 상대가 아니다, 라."

도적단 "이런 하찮은 마을의 쓰레기가 뭘 잘난 듯이──."


ビシュ、ビシュッ!!


큰소리 치던 오크와 미노타우로스가 머리가 두동강 났다.


도적단

"뭐지!?"

"네노옴!!"


또 둘.

마술사와 나찰 오크의 목이 날아간다.


블랙 "앞으로도 큰소리를 치고 싶다면 필사적으로 할 것을 권하지. 이제 무의미하겠지만."


블랙이 날린 어둠의 칼날이다. 아무도 반응하지 못하고 있다.


バシュッッ! バシュッッ!

ビシュビシュッッ!!


블랙은 모녀들 등 뒤에 두고,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채 적을 쓰러뜨려 갔다.


아무리 통제가 되어 있다 해도, 이 정도 무리는 몇 명이든 달라질 것 없다.


적들은 그에게 접근하지도 못하고 하나, 또 하나 어둠의 칼날에 쓰러진다.


아리스타 "아저씨......굉장해......"

에밀리아 "쿠, 쿠로토 씨......"

블랙 "......"


놀라는 모녀가 공격당하지 않을까 신경 쓰면서, 블랙은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적을 계속 처치한다.


도적단

"ㅇ, 얘기가 다르잖아!"

"이런 괴물이 있다니, 들은 적 없어!!"


30초도 채 걸리지 않고 몇 명만 남자, 생존자들은 앞다퉈 도망치려고 했다.


블랙 "도망인가. 나쁜 판단은 아니지만──."


그 뒤를 따르듯, 낯익은 남자가 동료를 데리고 나타났다.


아이언사이드 "뭘 꼬리 말고 도망치려는 거야!! 이 쓰레기 같은 놈들이!!"


그 남자는 쓸데없이 큰 칼을 휘두르며 도망치려던 부하들을 죽였다.


아이언사이드 "기기......같잖은 시골에 싫증이 나던 참인데, 즐겁게 해줄 것 같은데!"

블랙 "정말로 아이언사이드로군. 요미하라에서 죽은 줄 알았거늘."


블랙의 입에서 나온 말에 아이언사이드는 이를 드러내며 고함을 질렀다.


아이언사이드 "네놈! 나를 아는 놈이냐!! 네놈도 요미하라의 인간인가!!"

블랙 "대답할 이유는 없지. 마계에서 추방당하고, 인간계에서는 특무기관 G의 개로 전락해."

블랙 "인간에게 쓰러지기까지 한 아이언사이드가 지금은 누구에게 꼬리를 흔들고 있을까?"

아이언사이드 "닥쳐라 이 쓰레기가!!"


아이언사이드는 알기 쉬울 정도로 격앙하며 블랙을 공격했다.


블랙 "흠......"


キィイイイイイインッッ!!


아이언사이드의 철덩어리 같은 칼날을 블랙의 어둠의 칼날이 옆으로 튕긴다.


아이언사이드 "그런 시시한 검으로 파워업한 이 아이언사이드 님과 싸워보자는 거냐 이 쓰레기가!"

아이언사이드 "빨리 뒈져버려라!! 오라오라오라아아앗!!"

블랙 "파워업인가. 확실히 듣던 것보다 강한 것 같군."


블랙은 네 개의 어둠의 칼날로 폭풍 같은 연격을 피하면서 말했다.


옛날부터 힘이 쎈 걸 자랑했다고 하는데, 이 공격은 확실히 그럴만하다.


하지만 부하로 삼고 싶지는 않다.


단순히 힘이 센 전사, 그저 잔학하기만 한 마족 등은 재미 없다.


아이언사이드 "뭘 잘난 듯이 말하고 자빠졌어!! 이 새끼가!!!"

아이언사이드 "내 힘에 쪽도 못 쓰고 있으면서! 이제와서 목숨 구걸해도 소용없어!! 토막을 내주마!!"


파워업해서 자신감 과잉이 된 건지 원래부터 저랬는지, 자신의 힘에 취한 듯 블랙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인다.


──라고, 본인은 생각했을 것이다.


블랙 "들뜨는 건 아무래도 좋지만, 적어도 조직의 수장이라면 자기 부하들을 조금이라도 신경쓰는 것이 좋을 거다."

아이언사이드 "아앙??"


아이언사이드는 그제서야 주위를 살폈고 데려온 부하가 한 명도 빠짐없이 죽은 것을 알아차렸다.


블랙은 아이언사이드의 공격을 피하며 모녀를 덮칠지도 모르는 무리들을 먼저 죽이고 있었던 것이다.


블랙 "남은 건 너 하나다. 자, 어떻게 할 거지?"


안색 하나 바꾸지 않은 그에게 섬뜩함을 느꼈는지 아이언사이드는 거리를 두었다.


아이언사이드 "기기......너 대체 누구야!?"

블랙 "힘은 강해진 것 같지만, 머릿속은 그대로. 그런 네놈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거다."


블랙은 눈치가 나쁜 광전사를 위해 어둠의 마수를 소환해 주었다.


아이언사이드 "!!"


아이언사이드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제야 그의 바닥 모를 마력을 눈치챈 모양이다.


비유하자면 밤이라고 생각했더니 거인의 그림자였다.


섬인 줄 알고 상륙하니 거대한 거북의 등이었다. 그런 느낌.


조금 동행했을 뿐인 그 대마인, 야나기 무츠호는 금방 눈치챘는데도.


역시 마족보다 인간인 대마인을 더 경계할 필요가 있다.


블랙 "이걸로 내가 누군지 알겠나?"

아이언사이드 "기, 기기......ㅅ, 설마 당신은!? 에드──."

블랙 "그건 입 밖에 내면 안 돼."


블랙의 오른쪽 눈에 어둠이 타오르며,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리려던 어리석은 자를, 그 오른쪽 눈 속에 통째로 삼키고 있었다.


다음 순간, 블랙의 모습이 아이언사이드로 변했다.


다른 세계의 후우마 코타로에게서 빼앗은 사안의 능력 중 하나, 진(真)・마문(魔門).


집어삼킨 상대방의 모습, 기억, 능력을 모두 복사할 수 있다.


블랙 "그렇군. 요미하라에서는 죽지 않았나."

블랙 "이후 사령경의 도움을 받아 부활. 현재 그의 군문에 들어갔다."

블랙 "도적단을 이끌고 마계 중서부 소국들 중 사령경을 따르지 않는 나라를 휩쓸고 다닌다. 변함없이 부지런하군."


아이언사이드의 기억을 읽고 중얼거리더니, 이미 볼일은 다 봤다고 오른쪽 눈에서 뱉어냈다.


블랙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고 아이언사이드는 멍하니 서 있다.


아이언사이드 "ㄷ, 도대체 나에게 무슨 짓을!?"

블랙 "몰라도 돼. 그럼 잘 가라."


ボシュッッ―――


부풀어오른 어둠의 마수에게 삼켜져, 아이언사이드는 순식간에 소멸했다.


이제는 사령경이라도 부활시킬 수 없다.


블랙 "조용해졌군."


블랙은 어둠의 마수를 거두며 중얼거렸다.


이제 어디서도 마을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아직 저쪽에서 마을이 불타고 있지만, 그것도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다.


아리스타 "ㅇ, 아저씨......"

에밀리아 "ㅇ, 안 돼, 아리스타......저 사람에게......가까이 가면 안돼......"


겁에 질린 듯한 목소리에 돌아본다.


모녀는 슬쩍 엿본 그의 본성에 덜덜 떨고 있었다.


그의 강함도 그렇지만, 그 뒤에 보인 어둠의 오른쪽 눈, 인간으로부터 유래한 힘에 떨고 있는 것 같다.


블랙 "......"


블랙은 어차피 이럴 거라고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마을 쪽에서 걸어오는 한 후드 차림 여자를 보았다.



마리카 크리슈나 "유어・마제스티, 이쪽이었나요?"

블랙 "마리카인가. 내가 성채에 남긴 인(印)을 봤나."

마리카 "늦어서 죄송합니다."

블랙 "됐어. 덕분에 재미있는 체험을 할 수 있었으니."

마리카 "네. 마을에 남아 있던 도적들은 섬멸했습니다."

블랙 "아아, 고맙군."


그녀는 마리카 크리슈나.


마계 9귀족 홍혈경의 신하로, 금룡기사단을 이끄는 마계기사다.


『유어・마제스티』와 같은 거창한 인사는 그녀가 섬기고 있는 홍혈경과 블랙의 관계에서 오는 것으로, 그는 그만두기를 원하지만 몇 번을 말해도 들어주지 않는다.


하기야 그런 고지식한 구석이 있는 마리카이기에 마계에 날아가 버린 블랙의 마중을 부탁할 수 있었다.


그 그린포트 요새는 마리카와의 약속 장소였던 것이다.


마리카와 만난 이상, 이 묘한 마계 여행도 끝이다.


블랙 "마리카, 여비는 있나?"

마리카 "여비요? 네, 조금 있습니다."


블랙은 마리카로부터 여비를 받고, 마계 여행 중 자신이 번 몫과 합쳤다.


몇 명이나 살아남았을지 모르지만 이 마을은 이제 끝장이다.


그에게 친절하게 대해준 모녀 두 사람이 어딘가 다른 곳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기까지의 돈으로는 너무 많은 액수다.


블랙 "아리스타, 에밀리아. 이것은 신세를 진 사례다. 여기에 놔두지."


자신에게 직접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블랙은 여비를 발밑에 놓았다.


블랙 "그럼 갈까."

마리카 "네."


마리카가 전송마술을 사용하려는 때,


아리스타 "기다려 아저씨!"

에밀리아 "아리스타!"


아리스타가 엄마의 팔에서 벗어나더니 블랙에게 달려와 껴안았다.


아리스타 "아저씨. 아리스타랑 엄마를 도와줘서 고마워."

블랙 "그때 말을 걸어준 아리스타의 마음이 기뻤으니까."

아리스타 "아저씨, 벌써 가는 거야? 무서운 인간계로 돌아가?"

블랙 "내 집이 있으니까. 기다리는 사람도 많다."

아리스타 "그럼 돌아가야겠네. 아저씨."


블랙은 빙그레 웃는 아리스타의 머리를 쓰다듬고 그녀의 눈높이에 맞춰 쪼그려 앉았다.


블랙 "아리스타, 인간계에 오게 되면 요미하라의 마계기사 잉그리드를 찾아봐라."

아리스타 "마계기사?"

블랙 "아리스타가 동경하는 전설의 기사님이다."

아리스타 "전설의 기사님! 응. 아리스타, 반드시 갈게. 다음에 봐, 아저씨!"

블랙 "그래."


블랙이 고개를 끄덕이자 아리스타는 에밀리아에게로 돌아갔다.


안녕이라며 씩씩하게 손을 흔드는 딸, 아직도 그를 두려워하면서도 깊이 고개를 숙이는 어머니.


모녀에게 배웅받으며, 블랙은 마리카의 전송마술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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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름과 생김새만 블랙이지


기존 블랙과 캐릭터성이 너무 다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