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즈사 (나는 태어날 때부터 빛을 잃었다.)

아즈사 (아무것도 볼 수 없다. 나에게 그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아즈사 (그러나 나의 부모님, 키이치 호겐과 신간지 아야카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아즈사 (키이치 가문은 나 이외 다른 자식을 얻지 못했고, 부모님은 나를 어떻게든 후계자로 삼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아즈사 (그리고 실낱 같은 희망을 걸고 어머니의 오빠, 신간지 사쿄를 통해서──그도 신간지의 본가를 벗어난 존재였지만.)

아즈사 (신간지 가문의 당주, 신간지 겐안의 딸로 "심안心眼"의 술사, 신간지 카에데에게 나를 맡긴 것이었다.)

아즈사 (신간지 가의 피를 이어받은 나라면, 어쩌면 "심안"을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즈사 (그러면 장님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아즈사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고, 귀찮은 딸을 버리고 다른 후계자를 찾으려 했을지도 모른다.)

아즈사 (어쨌든 그때부터 부모님이라는 존재는 나에게 의미가 없어졌다)

아즈사 (그리고──.)


아즈사 "삼촌?"

신간지 사쿄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 아즈사, 네게 소개할게. 신간지 종가의 차기 당주 신간지 카에데 님이다."

신간지 카에데 "정말, 사쿄 오빠도 참. 여느 때처럼 카에데라고 불러주세요."

카에데 "안녕. 네가 아즈사짱이구나."

카에데 "내 기색을......모르는 인기척을 느끼고 있었네."

카에데 "너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 분명 보이게 될 거야. 마음의 눈으로."

카에데 "그래도 한 가지 약속해 주었으면 해. 키이치 가문을 위해 심안을 얻는 것이 아니야. 너 자신을 위해 심안을 얻는 거라고."

아즈사 "아즈사를 위해?"

카에데 "자신을 위해 빛을 얻고, 그리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 생각해. 할 수 있겠니?"


아즈사 (처음 느끼는 기색.)

아즈사 (처음 듣는 목소리.)

아즈사 (그 사람은 매우 따뜻했다.)

아즈사 (마치 봄볕처럼.)




아즈사 "......"


오차마을에서 린코와의 시합을 마친 아즈사는 그 길로 센자키로 향했다.


두말 할 것 없이 잘 알려진 수도권 유수의 범죄도시다.


지하 300m의 요미하라나 해상의 인공섬에 있는 도쿄 킹덤과 달리 비교적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데다 지구 내에 무역항이 있어 전략상 중요 거점으로 각 조직 간 항쟁은 다른 두 곳에 비해 더욱 치열하다.


짙은 안개가 감도는 컨테이너 부두에는 수상한 유조선이 여러 척 정박해 있다.


저것도 그 중 하나다.


상업용 유조선에 경비병이 잔뜩 늘어서 있다.


경비병이 있는 것은 드문 일도 아니지만, 그 수라든가 무장이라든가 보통이 아니다.


또 인간 경비병 이외에도 희미한 기계 구동음이 들려온다.


사이보그, 강화외골격, 그리고 다각전차의 종류일 것이다.


현지의 갱 따위가 갖출 수 있는 인원, 장비가 아니다.


저 유조선이 틀림없을 것이다.


아즈사 "......"


아즈사는 좌우로 밀어 젖히는 듯한 밤안개 속을 조용히, 유조선에 다가갔다.


특별히 눈에 띄려 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기척을 죽이지도 않았다.


경비병들은 곧 그녀를 알아보고 날카롭게 경고했다.


경비병 "멈춰라. 더 이상 가까이 다가오지 마라."


아즈사는 멈추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아즈사 "데마인, 키이치 아즈사. 그 유조선은 미연의 위장선이라고 들었어."

경비병 "......윽!?"


경비병들이 일제히 총구를 겨눈다.


정확히 급소를 노리고 있다.


아즈사가 태연히 있자, 그들은 그녀의 눈이 감겨져 있는 것을 겨우 알아차린 것 같다.


경비병

"저 녀석 눈이 안 보이냐?"

"저 모습. 대마인이라고?"

"야, 위에 뭐라고 하지?


어쩔 줄 모르는 듯, 누군가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


아즈사는 상관없이 계속했다.


아즈사 "책임자를 만나고 싶어. 너희가 찾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거든."

사이보그 "대마인, 무슨 꿍꿍이냐."



안개 속에서 대머리 슈트남이 나타났다. 광학위장으로 숨어있던 사이보그다.


물론 처음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장님이었던 아즈사에게 광학위장만큼 무의미한 것은 없다.



아즈사 "너희가 찾고 있는 건 이거 맞지?"


아즈사는, 지금은 장님이 아닌 두 눈을 떴다.


남들과는 다른 빨간색 눈동자를.


사이보그 "기계생명체라고!?"


경비병보다 반응이 좋은 사이보그는 즉각 어깨에서 기관총을 꺼내 아즈사를 쏘려 했다.


아즈사 "그래."

사이보그 "카학!"


하지만 총알이 발사되기 전에, 아즈사는 사이보그의 몸통을 찌르고 있었다.


그대로 칼을 휙 비틀면 그 몸이 빙그르르 옆을 향하고,


ズガガガガガガガガガガッ!!


그제서야 발사된 총탄이 경비병들을 쏘기 시작했다.


비명이 터져 나오고 경비병들은 털썩 쓰러진다.


총알이 떨어진 후, 검을 뽑자 이미 절명한 사이보그가 무너져 내렸다.


지금의 총격으로 주위는 발칵 뒤집혔다.


적병이 속속 나타난다.


그게 목적이다.


소리 없이 죽이기는 쉬우나, 일부러 소란을 피운 것이다.


아즈사 "너희를 하나도 남김없이 섬멸한다. 이 지상에서."


아직 떠 있는 붉은 눈이 번뜩인다.


그것은 증오의 빛이었다.


***


아즈사는 밖으로 나온 적을 모두 쓰러뜨리고 유조선에 올랐다.


아즈사 "......"


미련병

"히이이이이이이!!"

"ㅇ, 오지 마앗!"


아직 적은 충분히 남아 있고, 무모한 공격을 가해오지만, 그들이 아무리 쏴제껴도 아즈사는 둥실둥실한 움직임으로 그것을 피하고, 한 사람 당 한 번의 찌르기로 쓰러뜨려 간다.


붉은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빛나는 모습은 마치 망령 같았고, 적은 거의 공황상태에 빠지면서 하나둘씩 죽어갔다.


아즈사 "......"


하찮은 상대다.


하지만 아즈사의 입술에는 희미하게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적들이 겁에 질려 죽어가는 것을 즐기는 것이다.


아즈사 "증원이 왔나 보네."


맨몸의 인간을 대충 쓰러뜨리자 아까 들렸던 기계 구동음이 나타났다.


아즈사 "강화 외골격에 다각전차인가."


프리덤 오브 아프리카社의 강화 외골격 Fist of steel 2를 착용한 병사와 그 전투 지원을 위해 개발된 자율형 다각전차 쿠거 LAWS다.


미연 특무기관 G의 위장선에 어울리는 기계화 부대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고성능 인공지능을 가지고 그것을 활용하는 중무장과 운동성을 겸비한 쿠거가 더 강적이다.


하지만 아즈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저건 단순한 기계. 살아있지는 않다.


즉, 죽인다는 게 아니다.


아즈사 "보잘 것 없는 적을 먼저 쓰러뜨릴까?"


쿠거의 중기관총이 불을 뿜는 순간, 아즈사는 기계생명체가 되어 얻은 인외의 힘과 스피드를 구사해 쿠거의 품 속으로 파고들었다.


내용물은 인간인 강화 외골격병은 물론, 쿠거의 센서도 아즈사를 놓쳤다.


쿠거 ????"


그 움직임만은 당황한 인간처럼, 아즈사를 다시 찾으려는 쿠거를,


아즈사 "음양염류·격검."


신속의 찌르기로 침묵시켰다.


강화 외골격병

"뭐!?"

"진짜냐!?"


의지하던 쿠거가 갑자기 파괴되어 강화 외골격병은 동요를 감추지 못한다.


아즈사 "이제 너희들 뿐이구나. 그 튼튼한 갑옷은 꿰뚫는 보람이 있을 것 같아. 살고 싶다면 덤벼."


아즈사는 식신을 소환했다.


무기질로 빛나는 붉은 눈동자. 그 주위를 망령처럼 떠다니는 식신.


아마 인간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아즈사는 그렇게 생각했다.


강화 외골격병

"히잇!!"

"ㄱ, 괴물!"


기대했던 대로의 반응이 돌아와 아즈사의 미소가 커졌다.


아즈사 "그래. 나는 기계의 괴물이야."


유조선이 붉게 타오르고 있다.


모든 것이 파괴되었다.


살아있는 인간은 한 사람도 없다.


아즈사 "......"


기계생명체가 된 아즈사의 눈이 겨우 감겨 있었다.


아즈사 "특무기관 G는 '놈들'의 유적 탐색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양이네."


유조선에 실린 건 고도의 탐사기기와 무기였다.


그녀는 제어실의 단말기를 해킹해 지금 특무기관 G가 조사하고 있는 유적 목록을 입수할 수 있었다.


그 중에는 아즈사가 모르는 것들이 많이 있었다.


그것들을 입수하는 것이 이 유조선을 습격한 이유로, 그 과정에서 비무장 선원과 연구자를 포함해 안에 있던 인간들 전원 몰살시켰다.


그애 한 조각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고, 아즈사는 그 자리를 떠났다.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는 그림자가 있었다.


아키야마 린코였다.


린코 "아즈 언니......"


아직 불타고 있는 유조선을 바라보며 린코는 침통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