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키들은 마물이 득실거리는 하수도를 뚫고, 토운의 아지트로 통하는 지하통로에 도달했다.

하수도에서 한참 떨어진 탓인지, 마계 와스프나 데블 웜도 이제 나오지 않는다.



토운의 아지트는 가깝지만, 주위는 으스스하게 조용하다.


미즈키 "어떻게든 작전 시간에 맞출 수 있을 것 같군요."


미즈키는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곧 독립유격대가 양동을 위한 공격을 개시한다.


지금은 돌입전의 대기라고 하는 상황이다.


무츠호 "그 지렁이 때문에 혼났어."

미즈키 "야나기 씨, 죄송합니다."

무츠호 "응? 뭐가?"

미즈키 "저, 대장인데 제대로 지휘를 못해서......"

무츠호 "괜찮아. 아까 건 내가 혼자 치고 나간 게 잘못이지."

미즈키 "아니, 그런......"


무츠호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하다.


무츠호 "그렇다고. 봐, 저기 도깨비 교사가 그렇게 말하고 있지?"


무츠호는 턱을 치켜올렸다.

그 도깨비 교사가 무서운 얼굴로 팔짱을 끼고 있었다.


린 "알고 있다면 좋다. 내가 나빴다고 할 만큼 성장한 것 같군, 야나기."

무츠호 "덕분에."


무츠호는 이름 그대로 버드나무를 흔드는 바람처럼 흘려보내고 있었다.

미즈키는 도저히 흉내낼 수가 없다.


미즈키 "우에하라 선생님, 아까는 저 대신 적절한 지시를 해주셔서──."


린은 손을 들어 미즈키의 말을 중도에 멈췄다.


린 "감사도, 사과도 필요없다."

린 "나는 너희를 서포트한다는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야. 너도 네 몫을 해라."


올곧은 말이다.

옛날부터 그랬다.

미즈키들을 단지 햇병아리로 보지 않고, 모두 한 사람의 대마인으로서 엄격하게 단련해 주었다.


미즈키 "네, 알겠습니다, 우에하라 선생님."

린 "그렇다면, 우선 그 선생님부터 그만둬."

린 "너는 이제 오차의 학생이 아니다. 한 사람 몫의 대마인이지. 그리고 나는 네 부하다."

미즈키 "에? 아, 그럼......다시......그......잘 부탁드립니다. 우, 우에하라 씨."

린 "음."


린은 겨우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무츠호 "뭐야, 나에 비해 반장은 취급이 상냥하지 않아?"


무츠호가 비꼬는 듯이 끼어들었다.

린은 정색을 하며 대답한다.


린 "호시노는 애제자고, 너는 단지 문제아다. 취급이 다른 게 마땅하지."

무츠호 "지금은 학생이 아니라고 막 말했잖아. 그리고 보통 문제아들이 더 귀엽지 않아?"

린 "모른다. 너는 내가 이뻐해 줬으면 좋겠나?"

무츠호 "아하하하, 설마. 사양이야, 선생님."

린 "흥."


서로 욕도 할 수 있는 사이인 것 같은, 사실 정말 사이가 안 좋은 것 같은 주고받음에 미즈키는 황급히 끼어들었다.


미즈키 "여하튼, 이제 곧 작전시간 입니다. 우리 셋이서 사이좋게 잘 지내요."

린 "그러지."

무츠호 "반장, 무리하게 정리했네."


그러는 사이, 작전 시간이 된 것 같다.

머리 위에서 엄청난 충격음이 나면서 건물이 무너지는 듯한 심한 진동이 지하까지 전해졌다.


지상이 순식간에 소란스러워 진다.

독립유격대의 양동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미즈키 "이렇게까지 흔들리다니. 굉장한 위력이네요."


예정대로지만 그 상상 이상의 위력에 미즈키는 놀라고 있었다.


린 "주정뱅이가 '건물 째로' 베었나 보군."

무츠호 "소문은 듣고 있어. 마시면 마실수록 강해진다는 일도류의 대마인이지?"


린의 설명에, 무츠호가 농담을 한다.

미즈키는 이에 응하지 않고 재빨리 두 사람에게 지시를 내렸다.


미즈키 "어떤 힘의 소유자라도, 이 거리에서 대마인이 오래 싸울 수는 없습니다."

미즈키 "주어진 시간은 짧습니다. 바로 행동으로 옮기죠."

무츠호 "뭐, 그렇겠지."

린 "알았다."


미즈키들은 서둘러 이동하기 시작했다.


***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진처럼, 건물 전체가 계속 흔들리고 있다.


비상등이 깜박거리면서 천장의 콘크리트 조각이 떨어져 나와, 취약해진 벽 일부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걷는 데 지장은 없지만 미즈키들을 생매장할 수 있을 정도의 공격이 지상에서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가 아니면 양동이 되지 않는다.

덕분에 지하에서 통하는 토운의 아지트로의 입구에는 아무도 없어, 미즈키들은 가볍게 침입하고 있었다.


무츠호 "아무도 없네. 다들 위로 갔나?

미즈키 "그래도 호위는 어디엔가 남아 있을 겁니다."

미즈키 "제가 바람으로 기척을 알아볼 테니, 따라오세요."


미즈키는 선두에 서, '바람'의 촉수를 지하 통로 끝에 뻗었다.

적이 있으면, 그 수나 크기까지 사전에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


미즈키 "적이 있어도 가급적 발각되고 싶지 않습니다."

미즈키 "야나기 씨, 소리는 내지 못하게 해주세요."

미즈키 "우에하라 씨는 계속 후방의 경계를 부탁합니다."

무츠호 "조용히 독살이구나. 간단하지."

린 "알았어."

미즈키 "그럼, 갑니다."


미즈키의 지시에 의해, 3명은 적 아지트의 안쪽으로 나아간다.

지상의 양동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그것이 잘되고 있는 듯, 아직까지 적과 조우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하통로의 모습이 변하면서, 사나다가 사로잡혀 있는 곳 근처에 이르러.


미즈키 "──."


미즈키는 말없이 걸음을 멈추었다.

뒤에 있는 두 사람에겐 갑작스러웠지만 무슨 일이냐고 묻지는 않는다.



잠자코 멈춰서 눈으로 물으며 앞쪽을 내다보고 있다.

조금 앞에서부터, 통로가 양갈래로 나뉘어 있었다.


시즈루가 준 정보에 의하면, 호무라는 오른손쪽에 있을 것이다.

미즈키는 세 사람을 바람으로 둘러싸, 밖으로 목소리가 새지 않게 말하기 시작했다.


미즈키 "있습니다. 셋, 그것도 인간이 아니에요. 몸집이 큰데......아마 오크 같아요."

무츠호 "저 녀석들도 머리가 잘 돌지 않으니까. 몰래 죽이는 건 어려울까나?"

미즈키 "그런가요......"

무츠호 "반장, 어떻게 할래?"


무츠호가 물어온다.

뭔가 기대하고 있는 듯한 눈이다.


린 "......"


린은 미즈키에 맡기면서, 말없이 그녀를 쳐다본다.

미즈키는 곧 결단을 내렸다.


미즈키 "강행돌파 합니다. 시간이 없어요."

무츠호 "좋아."

린 "알았다."


두 사람은 짧게 승낙한다.


미즈키 "적은 우리를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사각지대에서 나온 순간 인법을 사용할 수 있어요."

무츠호 "어떻게 기습할까?"

미즈키 "그렇네요──."


미즈키는 무츠호와 린에게 지시를 내리고 재빨리 행동을 개시했다.

세 사람 모두 인법의 사용 준비를 하면서 밀집 대형을 이루고 나아간다.



적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기척을 죽이고 통로 오른쪽으로 돌면, 과연 문 앞에 플레임 트롤이 하나, 플레임 오크 둘이 서 있었다.

호위하고 있을 뿐인 그들은 양동작전이 행해지고 있는 머리 위를 신경쓰고 있다.


플레임 오크 "아!?" "뭐야?!"

플레임 트롤 "저, 적인가!?"


미즈키들을 알아채고도, 깜짝 놀라는 것이 먼저이므로, 바로 요격 태세를 취할 수 없다.

기습 성공이다.


***


미즈키 "먹어라! 진공참!!"


선공은 미즈키였다.

초고속으로 대기를 휘저어 만든 가공의 칼날로 적을 베는 인법이다.


플레임 "크윽!!"

플레임 오크 "키잇!" "으윽!!"


적을 감싸는 대기가 빨갛게 물들었다.

무수한 진공의 칼날이 오크와 트롤의 딱딱한 피부를 찢어내고, 뿜어져 나온 피가 선명한 소용돌이를 이룬다.


플레임 트롤 "크윽......제길! 이 정도로 우리가 당할까 보냐!!!"


온몸에서 피를 흘리면서, 호위의 리더라고 생각되는 트롤이 분노에 울부짖었다.

그렇다. 두꺼운 피부를 가지고, 내구력도 자신있는 그들에게 진공참만으로는 치명상을 줄 수 없다.


무츠호 "이쪽이 진짜배기야. 인법 사독의 꽃!!"


적에게 반격할 틈도 주지 않고, 무츠호가 독무를 뿜었다.

치사성 맹독은, 그들의 몸속에 난 상처로부터 곧바로 체내로 침투해 간다.


플레임 오크

"그아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아악!!"


일단 둘.

오크들이 무시무시한 비명을 지르며 픽 쓰러졌다.


바닥에서 몇 번 경련하다가 순식간에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무츠호 "아하하하!! 평소보다 효과가 좋네!!"


무츠호가 즐겁게 웃고 있었다.

미즈키도 좀 겁이 날 정도로 가학적인 무츠호의 일면이다.


플레임 "그, 그윽......너희들......가만두지......우그르르......"


오크보다 체력이 좋았던 트롤이 온몸을 독에 중독되면서도 마지막 힘을 다해 접근하려 한다.


린 "죽는 건 너야."


린이 스르르 다가가 뇌격을 감싼 칼날로 트롤을 찔렀다.

가차없는 최후의 일격이다.


플레임 트롤 "으극!!"


감전되는 불쾌한 소리와 함께 트롤은 쿵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가슴의 베인 부분이 둥글게 타며, 이제 꿈틀대지도, 움직이지도 않는다.


적은 전멸했다.


미즈키 "후우......잘 해냈어요."


미즈키는 후유, 하고 숨을 내쉬었다.

기습은 이상적인 형태로 성공했다.

데미지를 입는 일 없이 호위를 쓰러뜨릴 수 있었던 것이다.


대장으로서 작전 지시를 내렸지만 잘 될까, 하고 역시 좀 걱정이었던 것이다.


무츠호 "반장, 고마워. 기분 좋게 죽일 수 있었어."


무츠호가 그녀다운 감사의 말을 했다.


미즈키 "야나기 씨도 훌륭했습니다."


미즈키도 빙긋이 웃는다.


무츠호 "뭐, 그렇지."

미즈키 "네."


미즈키는 무츠호를 향해 손을 치켜들었다.


무츠호 "에? 뭐야?"

미즈키 "하이파이브예요, 하이파이브."

무츠호 "아──."


무츠호는 눈을 껌벅이고 나서 고개를 끄덕이며 미즈키의 손을 맞부딪혔다.

그리고 조금 당황한 듯이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본다.


미즈키 "이런 거 처음이네요, 우리."

무츠호 "그랬던가"

미즈키 "그렇습니다."

무츠호 "그렇군."


무츠호는 좀 쑥스러운 것 같다.


미즈키 "선생님──아니, 우에하라 씨도."


조금 망설였지만, 린에게도 번쩍 손을 들었다.


린 "나도 하나?"


그렇게 할 줄은 몰랐던 듯, 린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지만,


무츠호 "여기선 해야 돼. 우에하라 씨."


무츠호도 히죽히죽 웃으며 손을 들었다.


린 "정말이지."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짝! 두 사람 분의 하이파이브에 응해 주었다.


린 "이놈들이 쓰러진 것을 거미 귀부인도 곧 알겠지. 서두르자.


마치 변명하듯, 린은 두 사람의 마음을 다잡는다.

미즈키와 무츠호는 눈을 마주보고. 키득키득 웃었다.


일행은 호위가 지키고 있던 문을 열고 앞으로 나아갔다.


――――――


미즈키 "여기는......"


평범한 방이었다.

지금까지와는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상당히 호화로운 저택의, 그것도 식당이다.


바닥에는 훌륭한 융단이, 방 한가운데에는 긴 테이블과 의자.

테이블에는 새하얀 식탁보가 가지런히 놓여 있고 그릇도 가지런히 놓여 있다.


방의 벽에는 척 봐도 비싸 보이는 그림들이 몇 점 걸려 있었다.

귀족들이나 뭔가가 파티에서 손님을 대접하기 위한 식당 같은 곳이다.


아까의 호위들이 지키고 있던 것은, 여기로 통하는 비밀통로의 문이었던 것 같다.


무츠호 "고상하고, 점잖구나. 거미 귀부인이란 녀석의 취미를 알 수 있어."

미즈키 "적의 기척은 없습니다만......."


미즈키의 바람은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다.

불도 켜져 있지 않다.

인기척은 없다.


그러나 이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지상에서 진동이 뚝 그쳤다.

그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직 양동작전은 계속되고 있을 텐데, 부자연스럽다.

이 섬뜩할 정도의 고요함은.

부스스 온 몸의 털이 곤두서다.


린 "둘 다 방심하지 마. 있다."


린이 날카롭게 경고를 보냈다.


순간 방 안의 불이 켜졌다.



??? "첩의 저택에 잘도 왔구나? 환영해주마, 벌레일지라도."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