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첩의 저택에 잘도 왔구나? 환영해주마, 벌레일지라도."


거미 귀부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라는 것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환영인사와 달리 조금의 따뜻함도 느낄 수 없는 눈빛.

햇빛을 한 번도 안 받아본 듯한 창백한 피부

무엇보다 인간의 여성 같은 등에서 난 4 : 8의 발.


그녀가 들어왔을 뿐인데, 방의 온도가 내려간 것 같았다.


미즈키 "당신이 거미 귀부인입니까?"

거미 귀부린 "첩에게 묻는데 무릎을 꿇지도 않다니. 무례한 벌레로군."

거미 귀부린 "하지만 무지몽매한 벌레의 짓, 자비로 용서해 주마. 네 말이 맞다."


거미 귀부린은 핏기가 전혀 없는 입술을 움직였다.

오만을 그림으로 그린 듯한 말투에 무츠호가 코웃음을 쳤다.


무츠호 "거미 괴물이 사람을 벌레라고 부르다니. 재미있는 농담이네."

거미 귀부린 "그대, 냄새나는구나."


살짝 눈살을 찌푸리다.


무츠호 "뭐?"

거미 귀부린 "무절조하게 뒤섞인 독의 냄새가 난다. 이 얼마나 천박한지. 첩의 저택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군."


거미 다리 하나를 움직여, 고약해하는 듯 코를 눌렀다.


무츠호 "아, 잘됐네. 거미 괴물의 마음에 들어서 말이지."


무츠호의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다.

능력을 모욕 당한 분노로 이미 손바닥에서 서서히 독이 새어나오고 있다.

미즈키는 무츠호가 앞지르지 않도록 손으로 가볍게 제지하면서 먼저 호무라의 안부에 대해 물었다.


미즈키 "당신에게 사나다 호무라라는 사람이 팔려왔을 거에요."

미즈키 "지금 어디에 있어요? 살아 있나요? 대답해 주세요."

마소의 귀부린 "모른다."


거미 귀부린은 짧게 대답했다.


미즈키 "거짓말 하지 마세요. 노예 옥션에서 보스르크라는 사람에게서 샀다고 들었어요."

거미 귀부린 "하루의 정기를 얻기 위한 벌레의 이름 등, 일일이 기억 못해."


거미 귀부린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거짓말하는 게 아니라 정말 아무래도 좋다는 얼굴이었다.


미즈키 "그런......"


호무라의 생사조차 알 수 없다니.


거미 귀부린 "시게모리, 어떤 것이지?"


거미 귀부린은 아무렇게나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시게모리 "부인. 분명히 구입했습니다. 사나다 호무라, 대마인입니다."


지금까지 아무도 없었던 그늘에서 남자가 스르르 나타났다.

집사일까.

검은 턱시도를 입고 손에는 흰 장갑을 끼고 있다.


그리고 역시 눈동자는 차가우며 피부는 하얗고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시게모리의 대답에, 거미 귀부린은 납득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미 귀부린 "오오, 그거구나. 하찮은 벌레 주제에 그 몸에 魔를 잉태한 자."

거미 귀부린 "그것의 정기는 꽤 맛있었지. 시게모리, 좋은 물건을 샀어."

시게모리 "기뻐해 주셔서 다행입니다."


시게모리가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지금의 대화는 묵과할 수 없다.


미즈키 "하!? 사나다 씨의 정기를 빨았다!? 죽였다구요?!"


미즈키는 강하게 따졌지만, 거미 귀부인도, 그 집사도 그녀를 돌아보려 하지 않는다.


거미 귀부린 "하지만, 그것은 아직 조금 하계의 잿물이 남아있어. 잿물을 빼고 매달아 두었을 텐데."

시게모리 "그렇습니다. 식사의 시간이 된 것 같군요."

거미 귀부린 "기대되는걸."


그것이 즐거움의 감정 표현일까, 거미 귀부린은 여덟 개의 다리를 흔들고 있었다.


린 "정기를 빨아들였지만 살아는 있나 보군."


린이 냉정하게 판단하지만, 미즈키는 냉정할 수 없었다.


미즈키 "적당히 하세요! 사람을 뭐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미즈키 "거미 귀부인! 당신한테 하는 말이에요! 이쪽을 봐요!!"


격한 분노의 용솟음침에 미즈키 주위에서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을 받아 거미 귀부인이 비로소 다시 미즈키를 돌아보았다.


거미 귀부린 "뭐야, 아직도 있었나? 이제 돌아가도 돼."

거미 귀부린 "냄새나는 벌레들을 빨리 사라지라는 거야."


말 그대로 벌레를 쫓듯이, 쉭쉭하고 손을 흔들었다.


미즈키 "그럴 수는 없습니다. 당신을 쓰러뜨리고 사나다 씨를 데리고 돌아가겠어요."

미즈키 "잡혀있는 다른 사람들도! 각오하시길!!"


부채 끝을 삐걱거리는데, 거미 귀부린은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거미 귀부린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 벌레투성이네. 시게모리, 나머지는 맡기겠어."

시게모리 "알겠습니다".

거미 귀부린 "저 시끄러운 것은 죽이지 말고. 어떤 맛인지 확인하고 싶어."

거미 귀부린 "독 쪽은 냄새가 남지 않게 처리해라. 다른 한 명은 네 마음대로 해."

시게모리 "그럼, 저의 새로운 인형으로."

거미 귀부린 "그것도 좋겠지. 그래, 적당히 떠들썩한 소란도 좀 가라앉혀 줄래?"

거미 귀부린 "지루한 매일, 가끔은 자극도 필요하지만, 이렇게 소란스러워서는 안돼."

시게모리 "죄송합니다. 이들을 처리한 후 즉시."

거미 귀부린 "첩은 잠깐 자고 나서, 그 대마인을 먹기로 할까."


또다시 미즈키들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지껄이고 나서, 거미 귀부린은 하품을 하고 식당을 나가려고 한다.


미즈키 "기다리세요!!"

시게모리 "부인의 방해는 하게 놔두지 않겠습니다."


뒤쫓으려는 미즈키 앞에 시게모리가 소리 없이 가로막았다.

더욱이 무장한 여자들이 식당에 줄지어 있는 여러 개의 문에서 우르르 나타난다.


미즈키 "매복!?"

무츠호 "이번엔 우리가 함정에 빠진 것 같네."

린 "온다."


***


시게모리 "저자들을 배제하세요."


시게모리가 여자들에게 명령했다.

여자들은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사방에서 총을 겨누었다.



투다다다다다!!

머신건이 일제히 불을 뿜는다.


미즈키 "기류벽!!"


미즈키는 순간적으로 자신들을 중심으로 회오리를 일으켜 십자포화를 막았다.

격렬한 기류가 장벽이 되어, 날아드는 총알을 차례차례 흘려보낸다.


유탄이 어지럽게 흩어져 탁자, 의자와 식기, 벽의 그림 등 어떤 것이든 간에 닥치는 대로 파괴해 간다.

여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자신들이 쏜 탄알을 튕겨져 잇달아 동지를 죽이고 있다.

불쾌한 소리를 내며 여자들의 몸에 총알이 박혀간다.

그러나 충격으로 몸이 흔들릴 뿐 여자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않은 채 태연하게 총격을 계속하고 있다.


미즈키 "저 사람들, 도대체?"


마치 통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눈에 의지의 빛은 없고, 표정은 흐릿하며, 움직임은 로봇처럼 정확하다.


린 "이젠 사람이 아니군. 사람으로서의 목숨도, 마음도 잃고, 그 남자의 꼭두각시가 되어 있다."


린이 냉정하게 말했다.

그 감정을 섞지 않는 어조가 오히려 끝없는 분노를 느끼게 했다.


미즈키 "그런......"


여자들은 사나다 호무라처럼 끌려온 노예가 영락한 몰골이었다.

거미 귀부인의 먹이로 인정받지 못했기에, 집사에게 혼을 빼앗기고 꼭두각시로 조종당하고 있는 것이다.


무츠호 "그런 게 아닌가 생각했어. 취미가 나쁘네."

린 "가엾지만 저렇게 되면 죽일 수밖에 없지. 그게 자비다."

무츠호 "꾸물거릴 시간도 없고 말이야. 빨리 하지 않으면 사나다 호무라가 저 거미녀의 간식이 될 것 같아."

미즈키 "아, 알고 있습니다."


미즈키도 각오를 다졌다.

가엾지만 그들을 도울 수는 없다.

그렇다면 대마인으로서 해야 할 일은 하나다.


미즈키 "신호와 동시에 바람을 풀겠습니다. 한번에 공격해 주세요."

미즈키 "그녀들은 아픔을 느끼지 않습니다. 움직이지 못할 때까지 파괴해 주세요."


대장으로서 냉철하게 지시한다.


무츠호 "그럼, 이걸 써볼까나. 보기 흉해서 싫지만."


무츠호는 자신의 양 어깨에 양 손톱을 박았다.

손톱에서 축축하게 흐르는 독이 그녀 자신의 신체에 주입되어 간다.


무츠호의 팔과 다리, 온 몸의 근육이 순식간에 부풀어 오른다.

옛날에 얘기해 준 적이 있다.


야나기 일족에게는 강장독(強壮毒)이라고, 독의 성분을 조정해 일시적으로 육체의 능력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고.


무츠호 "훗."


그러나 무츠호의 표정도 일그러진다.

위험한 기술을, 육체의 한계 직전까지 사용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무츠호도 화난 것이다.


린 "외도의 무리들."


린도 마찬가지였다.

온몸이 지금까지 이상으로 번쩍번쩍 빛나고 있다.


그 분노의 크기를 표현하는 듯, 전휘의 빛으로 표정을 더 이상 알 수 없다.


미즈키 "둘 다 준비는 됐나요!"

무츠호 "괜찮아!"

린 "물론."

미즈키 "갑니다!! 하아아아아아악!!"


미즈키는 부채를 세게 흔들었다.

자신들을 보호하고 있던 토네이도를 주위의 여자들을 향해 마음껏 밀어붙이도록 개방한다.


돌풍으로 여자들의 총격이 흐트러지고, 무츠호와 린이 튀어나간다.


무츠호 "인형놀이는 끝이야!!"


무츠호가 독으로 비대한 호완을 휘두른다.

사람이 때렸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 소리가 나며, 한 여자가 벽에 내동댕이쳐 진다.

그 일격에 육체가 파쇄되고, 여자는 꼭두각시라는 저주에서 해방되었다.


린 "성불해라."


린이 전휘의 날을 내리친다.

표정 없는 여자의 몸이 두동강 난 뒤 쓰러지면서 활활 타오른다.


마치 더럽혀진 몸을 불로 정화하는 것 같다.


무츠호 "핫!!"

린 "이야앗!!"


무츠호와 린은 불쌍한 여자들을 한 명, 또 한 명으로 쓰러뜨려 간다.


시게모리 "잘도 나의 귀여운 인형들을."

미즈키 "그 사람들은 인형이 아닙니다!"

시게모리 "그렇다면 너를 그렇게 만들어 주마."


시게모리가 미즈키를 향해 온다.

마치 몸무게가 없는 듯, 땅에 다리가 붙어 있지 않은 듯, 가벼운 걸음걸이이다.


시게모리는 오른손 장갑을 빼고, 긴 손톱이 난 창백한 손을 치켜들었다.

분명 저 손톱으로 사람을 인형으로 바꾼 것이다.


미즈키 "끝이다아아아앗!!"


미즈키는 아른거리는 시게모리에게 날카로운 기합을 내지르며 부채로 진공의 날을 휘두른다.


시게모리 "어리석은."


집사의 모습이 갑자기 어둠에 녹아들 듯 사라졌다.


미즈키 "!?"


직후 머리 위로 바람을 느꼈다.

적의 기척!


미즈키 "앗!!"


미즈키는 몸을 오른쪽으로 젖히고, 힘껏 마루를 찼다.

목덜미 바로 근처를 시게모리의 손톱이 사르르 지나간다.


진공날을 피한 시게모리가 천장에서 급습해 온 것이다.


시게모리 "잘도 피했군."

미즈키 "당신이 어디에 숨든, 바람이 제게 가르쳐 줍니다."


위험했다.

한순간이라도 반응이 늦으면 당했다.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면서 미즈키는 부채를 다시 부쳤다.

무츠호와 린은 아직 여자들을 상대하고 있다.

지금은 미즈키 혼자서 싸우는 수 밖에 없다.


시게모리 "그럼 이것은 어떨까?"


피캇☆

시게모리의 눈이 이상하게 빛났다.


미즈키 "으윽!?"


안 돼!

그렇게 생각했을 때, 미즈키는 그 빛을 제대로 보고 말았다.


미즈키 (아......)


시게모리로부터 눈을 뗄 수 없게 된다.

왜 눈치채지 못했을까?

이 사람은 너무 아름답고, 매력적이고, 맞아,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고 싶어──.


무츠호 "눈을 떠라! 반장!"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즈키 "앗!!"


뭔가 엉덩이에 박혔다.

너무 아파서 펄쩍펄쩍 뛸 것 같다.


황홀했던 기분도 날아갔다.

 

미즈키 "핫!!"


눈 앞에는 시게모리의 모습.

미즈키에게 손톱을 꽂으려 하고 있다.


미즈키 "오지마!!"


미즈키는 부채를 치켜들고


시게모리 "자신을 되찾았다고!?"


경악한 표정의 시게모리를 향해 혼신의 힘으로 바람을 내보냈다.


미즈키 "잘도 내게!!"

시게모리 "끅!!"


지근거리에서 오는 바람이다.

시게모리라고 해도 도망칠 수 없다.

토네이도가 만들어 내는 바람의 우리에 완전히 잡혔다.


미즈키 "진공참, 이식(裏式)!!"


지하에서도 사용한 진공참.

진공의 칼날을 주위를 향해 날리는 것이 아닌, 적을 바람의 우리 안에 잡아, 그 안쪽에서 철저히 날뛰게 한다.


수백개의 진공날이 도망칠 수 없게 된 적을 베고 자른다. 

반죽음이나 다름없는 기술이다.

미즈키는 그것을 사용했다.


시게모리 "그아아아아아아!!"


휘몰아치는 바람의 우리 속에서 시게모리는 전신을 갈가리 찢겨 간다.


미즈키 "인형이 된 여자들의 아픔을 알아라!!"


미즈키는 몇 번이나 부채를 흔들었다.

여자들의 원한을 담아.


시게모리 "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부우......이......인......"


단말마의 비명은 점차 작아졌지만, 그것이 완전히 들리지 않게 되어도 진공의 소용돌이는 멈추지 않았다.

바람이 완전히 그쳤을 때 시게모리는 어느 것이 어느 부분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그리고 그 무렵에는 인형이 된 여자들도 모두 쓰러져 있었다.


무츠호 "반장, 화나게 하면 무섭네."


무츠호가 감탄한 듯, 어이없다는 듯한 얼굴로 말을 걸어온다.

강장독의 술은 이미 풀렸고 몸은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미즈키 "야나기 씨, 감사합니다."


미즈키는 엉덩이에 박혀 있던 가느다란 바늘을 뽑아 무츠호에게 돌려주었다.


무츠호 "각성을 위한 독이 든 거야. 잘 들었지?"

미즈키 "네."


무츠호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인사를 하고 나서 조용해진 식당을 둘러보았다.

인형으로 다뤄지던 여자들은 어떤 이는 육체가 완전히 파괴되었고, 어떤 이는 두동강 나고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도 모른다.

그러나 누구 하나라도 이런 끔찍한 최후를 맞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는 하지만 가슴이 조이는 듯 고통스럽다.


미즈키 "여러분,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눈물이 쏟아지는 것을 느끼며 여자들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린 "아직 도울 수 있는 자는 있다. 가자."

미즈키 "네."


린이 다정하게 어깨를 두드려 주었고, 미즈키는 눈물을 훔쳤다.


END